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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7.28 여행
  2. 2018.07.10 망월천 다리 풍경 2
  3. 2018.07.04 여름 풍경 2
  4. 2018.06.25 머리부터 발까지
  5. 2018.06.22 생명의 은인 2
  6. 2018.05.28 사랑의 마음
  7. 2018.04.28 국밥집 풍경
  8. 2018.04.23 아는 얼굴
  9. 2018.04.14 농부
  10. 2018.04.11 연수 그림들
여행하는 나무들2018. 7. 28. 20:05

어린 아기들을 키우며 전업주부로 살다보니
동네를 벗어나는 일이 많지 않다.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고 움직일 수 있는 정도의 거리 안에서 하루를 보낸다.

그러다 어느 날 약속이 있어
지하철을 타거나 잠깐이라도 버스를 타고 앉아있으면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낯선 차림의 사람들 속에 섞이게 되는 것이
멀리 여행이라도 떠난듯 신기하고
정겨운 감정이 들게 한다.





지하철을 타고 꽤 한참 갔던 봄 어느날,
일곱살쯤 되어보이는 여자아이를 데리고
베낭을 메고 장화를 단단히 챙겨신고 지하철여행에 나선 듯한 어떤 엄마를 보고 그렸다.

오늘은 아이들과 기차를 타고
내가 나고자란 고향도시로 간다.

기차가 출발하고 창밖 풍경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설레어왔다.
맞아.. 삶은 설레어야 하는 것이지..!
오랫만에 두려움을 이겨내는 설레임이 느껴졌다.
그래서 여행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상을 꽉 붙잡고 있는 단단한 두려움을 뚫고나올
작은 새싹같은 설레임을 찾기 위해서.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7. 10. 10:49



주말에 하늘이 너무 깨끗하고 푸르러서
아이들과 자전거와 인라인을 챙겨 집 옆 호수공원에 나갔다.
아이들은 잠자리를 잡으러 뛰어다니고
나는 그늘 벤치에 앉아 그림을 그렸다.

공원이 이만큼 정리되는데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아직도 군데군데 공사중이고, 호수 옆으로도 크레인이 높이 서있는 건물 공사장들이 많다.
그래도 자전거를 타고 그림을 그릴 수 있을만큼은 시간이 흘렀구나..

연제가 풀숲에서 아기 방아깨비를 찾아서 같이 놀았다.
‘또미’라고 이름도 붙여주고 한참 손바닥에 올려놓고 구경한 뒤에 풀밭에 놓아주며
“여름동안 풀 많이 먹고 잘 지내~” 인사했다.

한참 그리다 운동끝난 아빠와 만나 점심먹으러 가느라
스케치북을 접었다.
집에 와서 펴보니 다 못그린 그림이 좀 허전하다.
바 안올때 아이들이랑 다시 가서 마저 그리든지 사진이라도 찍어와야지.
또미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그림의 빈 자리들을 조금씩 더 채워넣고 있자니
아이들이 자기들도 그려달라, 자기도 그리고 싶다.. 요구가 점점 많아져서 결국 같이 그린 그림이 되었다. ;; 구름은 연수연제 작품^^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7. 4. 11:53



파란 하늘 흰 뭉게구름.
때마침 라디오에서 애니메이션 <귀를 기울이면> 음악이 흘러나온 아침.




어제 아이 친구들과 같이 무지개를 보았다.
멀리 파란 산 위로, 크레인 위로
곱게 떠올랐던 무지개.
장대비 그치고 해님 반짝 났던 오후.
크레인은 현준이 그림.

Posted by 연신내새댁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나오니
식탁의자에 앉아있던 연제가 날보고 말했다.

“엄마, 엄마는 머리부터 발까지 어쩜 그렇게 예뻐?”

“고... 고마워~. 머리가 이렇게 산발인데도 엄마보고 예쁘다고 해줘서...^^;;”

“산발이 뭐야?”

“응.. 머리카락이 막 헝클어져 있는거야..”

연제는 그런 머리카락 따위는 신경도 안쓴다는 듯
눈꼽도 안떼고 부시시한 엄마를 감탄의 눈빛으로 바라봐주었다.

좀전에 요가하는데
연제 말이 생각나서 요가를 쫌더 열심히 해보려고 했는데
웃음만 나고 잘 되진 않았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어제 오후에 놀이터에서 놀다가 집으로 들어오는데
연제가 엄마랑 형아가 자기한테 말도 없이 먼저 가버렸다고 울면서 쫒아왔다.

나있는 곳까지 다 와서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울음 반 짜증 반으로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어. 난 못 가~!” 한다.
햇볕은 너무 뜨겁고 얼굴이 빨간 연제는 지쳐보였다.

애들 책가방과 장본 가방들까지 주렁주렁 들고있던 나는 난감했다.
“연제야 엄마가 짐이 너무 많은데 어쩌지? 안아줄 수가 없을 것 같은데..”

“내가 가방을 들께. 나한테 줘!”
연호가 가방을 들겠다고 나섰다.
제 책가방을 다시 메고 연제 유치원가방도 든다.
나는 연제를 업었다. 내 가방들은 무게가 제법 나가는 것들이라 내가 들려고 했다.
그런데 연호가 그것도 달란다.

“무거운데..?”
“괜찮아! 나 들 수 있어! 엄마, 나 힘세지?!”
가방 하나를 연호주니
등에 업힌 연제가 자기도 들 수 있다며 자기도 하나 달라고 해서
가방 하나는 연제가 잡고 내 목아래 달랑달랑 매달려서 왔다.

연호는 현관문 비밀번호도 앞장서서 누르고
집까지 들어와서 “아~~ 진짜 무거웠다!”하며 짐들을 내려놓았다.
나는 연호에게 정말로 고맙다고 얘기했다.

저녁에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밥먹으러 들어오라고 부르러 갔더니
연제 딱지를 정리해주며 연호가 묻는다.

“엄마, 내가 아까 낮에 엄마 목숨을 구해줬지?
엄마가 연제도 업고 엄청 무거운 가방들 드느라 허리가 부러져 죽을 뻔 했는데
내가 도와줘서 살은 거잖아~?”

“어 그래... 맞아. 진짜 고마웠어.”

“그럼 내가 엄마의 생명의 은인이지?”

“그..렇지. 그럼 이제부터 ‘생명의 은인님’이라고 부를까~?^^”

“좋아~! 그럼 ‘생명의 은인 고릴라님’이라고 불러. 난 고릴라를 좋아하니까!”

“나도! 나도 ‘생명의 은인’이야! 나도 가방 하나 들었어! 나는 ‘생명의 은인 킹콩님’할래~!!!”

연제가 끼어든다.

그렇게해서 어제 저녁에 우리집에는 ‘생명의 은인 고릴라님 밥드세요~’, ‘생명의 은인 킹콩님 양치하세요~’하는 공손한 어투가 한동안 유행했다.
연제는 “엄마, 너무 기니까 난 그냥 ‘전하’라고 불러도 돼~” 했다.

밤에 잠들기전 전하만 엄마가 손발톱을 깍아주고,
생명의 은인 고릴라님과 생명나무(연수)님은 손톱깍기를 들고 낑낑거리며 제 손발톱들을 깍았다.
한때 내 손발톱을 포함해 한꺼번에 80개의 손발톱을 모두 내가 깍던 시절이 있었는데...
40개만 깍아도 되다니.. 성은이 망극하네. ^^
어서어서 전하도 독립하시옵소서.





“엄마, 내가 나중에 대통령이 되면 어제를 ‘생명의 날’로 정할꺼야. 내가 엄마의 생명을 구해준 날이니까~!” 하고
연호는 크게 종이를 한장 써붙여놓고 학교에 갔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8. 5. 28. 13:43




5월 8일 즈음에 세 녀석이 모두 학교와 유치원에서 어버이날 선물을 만들어왔다.
카드도 쓰고, 꽃도 만들고, 효도쿠폰(?)도 여러장 넣어 제법 두툼한 봉투들을 안겨주었다. ^^

맞춤법이 아직도 군데군데 틀린 열한살 연수 편지부터 인심좋게 쿠폰을 삼십장이나 넣은 여덟살 연호 카드, 선물이 담긴 예쁜 반짝이빽을 절대 지금 열어보면 안되고, 네 밤자고 월요일 아침에 열어야한다는 선생님 말씀을 신신당부하며 전하는 여섯살 연제 선물까지 하나하나 재미있고 고마웠다.

어느새 세 녀석이 다 각각 어버이날 선물을 만들어오는 나이가 되었네..
한동안 몇년간은 색종이꽃과 예쁜 그림이 그려진 카드들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가 어릴때 부모님들께 해드렸던 것처럼.
엄마아빠 방 벽에 한동안 붙여두기도 하셨던 내 어린시절의 카네이션 그림처럼.

어버이날 당일에는 우리 동네 곳곳에 꽃이 많이 보였다.
어린이집에서 하원하는 아이의 유모차를 밀고가는 젊은 엄마의 손에도,
일찍 귀가하는듯한 스무살 정도 되보이는 청년의 손에도 작은 카네이션 꽃바구니들이 들려있었다.

일년에 하루라도 이렇게 사람들 손에 꽃이 들려있으니 좋구나..
그리고 꽃만큼이나 사랑의 마음들이 따뜻하게 환하게 피어났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부모 노릇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부모가 되어서야 알게된다.
꼬꼬마들을 키우는 시절은 이제 겪어봐서 알지만 점점 자라는 아이들을 키우는 시절은 또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아직 모른다.

걱정되는 것은 많고, 제대로 잘 해주는 것은 없는 것 같은 나의 부모 노릇.
때로는 기대가 앞서고, 걱정이 지나쳐서 아이들을 힘들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힘에 부치다고 게으름 피우느라 바로 못 키우고 소홀하기도 한
내 보살핌의 품 안에서
오늘도 애써 제 힘껏 자라고있는 아이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좋은 부모가 되는게 어렵게 느껴지고, 아이들을 잘 키우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힘들 때
아이들이 안겨준 고운 종이꽃을 보고, 서툴지만 마음이 담겨있는 편지들을 읽으면서 기운을 내야겠다.

나도, 아이들도 완벽하지 않고 부족하고 모자란게 많은 사람들이지만
오늘 우리가 함께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
사랑하고 웃고 안아주며 지낼 수 있는 것
이 큰 선물 앞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따뜻한 사랑의 마음으로
이 시간을 고맙게 살아야지.

사랑한다 우리 아가들!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4. 28. 15:53



내가 운동하는 요가센터 근처에 콩나물국밥집이 있다.
뜨끈한 국물 먹고싶을때 가끔 요가마치고 가서 점심먹고 오는데
나는 늘 티비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는다.

집에는 티비가 없어서 뉴스를 잘 못보는데
국밥집 티비에는 늘 정오무렵의 뉴스(뉴스 종편 채널같다)가 잘 나와 밥 떠먹으며 열심히 본다.

지난 겨울 어느 날에는 북핵위기가 한참 고조되던 때라 미국 정가에서 ‘한반도 군사옵션’ 이야기를 하는 뉴스를 보는데 참 무서웠다.

이 사람들, 뜨거운 김이 펄펄 나는 값싸고 푸짐한 콩나물국밥을 한술 떠먹으며 오늘도 힘을 내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 사람들 위로 폭격이 퍼부어지는 일만은 제발 없기를 빌며 국밥을 떠먹는 마음이 먹먹했다.

어제는 남북의 정상이 만나는 모습을 국밥집 티비로 보았다.
어느 때보다 뉴스 화면을 보는 손님들이 많았고 정상회담 이야기를 나누는 목소리들도 많이 들렸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함께 살아갈 사람들.
우리 모두의 희망과 꿈을 빌며
청소부 아저씨들도 드시고, 장애인 청년도 먹고, 할아버지 할머니, 나같은 엄마들도 함께 먹는
3800원 콩나물국밥을 맛있게, 열심히 떠먹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4. 23. 11:05



토요일에 한살림 강일매장 조합원 분들과 함께
괴산에서 열린 ‘삼짇날 풍년기원제’ 행사에 아이들데리고 다녀왔다.
함께 신청한 영미언니와 준혁이, 고전읽기 같이 하는 순영씨, 매장 활동가분들 빼고는 다 모르는 분들이었다.
큰 전세버스 한대를 함께 타고가면서 모르는 얼굴과 아는 얼굴 생각이 들었다.
잘 모르던 사이도 인사나누고 이야기나누고 몇차례 만나다보면 아는 사이가 된다.
모를때는 왠지 무서워보이기도 하고 까칠(?)하고 쌀쌀해보이던 인상도
아는 사이가 되고 보면 좋아보인다.
이제는 그 사람의 마음을 조금은 알기 때문이다.
다정하고 곱고 매일을 애쓰며 살아가는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르는 분들도 많이는 무서워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모를뿐 다 알고보면 부족함 속에서도 정나누며 살아가는 같은 시대 우리 이웃들.


Posted by 연신내새댁

며칠전 잠들기 전에 연호가 말했다.

“엄마, 외할아버지는 참 힘들겠다.”

“왜?”

“외할아버지는 농부 일을 하시잖아.
오늘 학교에서 배웠는데 쌀을 키울 때 농부의 손이 여든여덟번 필요하대. 그것도 하루에!
그럼 이틀만 되도 백번이 넘는거잖아! 엄청 힘들겠지?”

그날 하남시 급식지원센터 선생님이 연호네 반에 오셔서 ‘쌀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떡으로 만든 간식을 아이들과 직접 만들어먹는 식생활교육을 했는데 그때 들은 이야기가 생각이 난 모양이다.

“엄마, 농부들은 지금이 가장 바쁜 때래. 4월, 5월.. 왜냐면 음.. 어린이날에 조카나 뭐 친척들에게 쌀을 보내줘야 하니까.”

“응??? 연호야.. 쌀은 가을에 나는데..?”

“그래? 그럼 왜 바쁘지...?”

요 부분은 기억이 잘 안 났던 모양~^^;;;

봄에는 못자리를 준비하고, 모를 심어야하니까.. 한해 농사를 시작하는 봄은 농부에게 가장 바쁜 때이니까.
도시에서 나고 자라는 연호가 농촌의 봄을 알 수는 없겠지. 외할아버지를 따라 들에 좀 나가보면 알까.

“연호야, 엄마는 외할아버지가 농부여서 참 좋다.”

“왜? 쌀을 보내주셔서?”

“음..(이 녀석이 자꾸 쌀받는 생각을..^^;;) 쌀을 키우는건 가장 훌륭한 일이니까.”

“왜?”

“쌀을 먹어야 사람들이 힘이 나서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놀 수도 있으니까.”

^^
졸린 연호는 뭐라고 좀더 종알거리다 잠이 들었고
나는 옛날 생각을 했다.

학교에서 나온 가정환경조사서의 아버지 직업란에 ‘농업’이라고 쓰는 것을
내가 살짝은 부끄러워했던 것이 언제까지였던가..하고.

회사원, 교사, 변호사 같은 도시 냄새가 나는 직업이 아닌 ‘농업’이라고 쓰면서 어릴때는 뭔지모르게 우리집이 촌이고, 부모님이 농사를 짓는다는 사실이 조금은 창피하게 여겨졌었다.
좀 큰 뒤에는 힘든 농사일로 우리들을 키워주시는 부모님이 감사했고,
식량을 키우는 농부라는 직업이 참 착하고 곱고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은 농사지으시는 분들께 다 절하고 싶은 마음이다.

쌀 미 자에 여덟 팔 자가 두번 들어가는 것은
쌀을 한톨 얻으려면 농부의 손길이 여든여덟번 가야해서라고 이야기한다.
쌀 한톨을 키우기위해 흘리는 농부의 땀이 일곱 근이나 된다는 ‘일미칠근’이란 말도 있다.

아버지는 올봄에도 논에 나가시겠지.
이제는 아버지도 연세가 드셔서 제일 작은 두마지기 논에만 직접 농사를 지으신다.
그래도 평생 걸어오신 논둑길을 올해도 변함없이 정성으로, 천천히 걸으실 것이다.
5월에는 친정에 가서 아이들과 외할아버지와 함께 논 구경 다녀와야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연수 책꽂이 정리하다가 예전 그림들을 찾았다.

2학년 봄에 쓴 것 같은 ‘매실’ 글은
리엔파크살 때 우리집앞 뜰에 있던 매화나무에서 매일 놀고는 학교에서 쓴 것 같다.

나무그림을 한참 그렸었는데 비슷비슷한 그림을
꽤 여러장 그린 것이 지금은 세 장만 남았네.

작년엔 졸라맨 만화인 ‘메롱모험’시리즈를 A4낱장에 칸그어 그려서는 여러장 테이프로 붙여 2,3권까지 만들더니 요즘은 좀 뜸하다.

연수는 그림그리는걸 좋아한다.
천천히, 오래 연수가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
^^
나랑 같이.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