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581건

  1. 2019.07.24 삼랑진 여행 2 2
  2. 2019.07.23 상일역 가로수
  3. 2019.07.12 첫 프리마켓
  4. 2019.07.10 할머니집 가는 길
  5. 2019.07.09 여름밤
  6. 2019.05.25 예쁜 날
  7. 2019.04.29 담장 아래
  8. 2019.04.16 고향
  9. 2019.04.11 따스한 봄
  10. 2019.04.10 다양한 감정
여행하는 나무들2019. 7. 24. 10:46



​​





엄마에게 삼랑진은 그 분들과 함께 한 공간이었다.
어디를 간다는 것은 그 곳에 살았던 사람들, 그곳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을 떠올리고 그 추억을, 흔적을 찾아보는 시간이 된다.
엄마의 어린 시절 이웃들, 친구들은 지금은 거의 모두 삼랑진을 떠났다.
외할머니와 삼촌들은 대구와 울산에 계시고 이모는 김해에, 친구들은 전국 각지에..
엄마가 찾아볼만한 이웃 아주머니 한분 댁을 이모와 여러번 골목을 오고간 끝에 겨우 찾을 수 있었다.







50년 가까운 시간을 건너 엄마는 할머니를 알아보았고, 할머니도 엄마와 이모를 알아보셨다.
모두 잘 지내고 있으니 고맙다고, 이렇게 보니 참 좋다고, 앞으로도 건강히 잘 지내라고 서로서로 손을 잡아주고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엄마는 다음날 대구 외할머니를 만나 이 아주머니를 만난 이야기를 하고
외할머니는 젊은 시절 삼랑진에 함께 살았던 친지들과 이웃들의 근황을 아는대로 엄마에게 이야기해주셨다.
두 분이 한참 이야기나누는 것을 들으며
우리들의 삶은 시간과 공간을 함께 누렸던 사람들 속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머니와 헤어져 우리는 오일장이 서 있는 삼랑진 읍내를 걸었다.
오십년 전에 큰이모가 결혼식을 올렸던 삼랑진 극장이 지금은 사우나 있는 쇼핑상가로 변해있었다.
이모는 삼랑진 장에서 딸기를 두바구니 사서 각자의 손주들에게 먹이자며 한바구니씩 나누셨다.
자매는 각자의 손주들에게 주는 어린이날 용돈 봉투도 사이좋게 주고받았다.






오십년 전 이 길을 걸을때 소녀이고 처녀였을 이모와 엄마의 뒷모습.
저 방향에는 누구네 집이, 저쪽 들판에는 어디로 가는 길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재미나게 나누는 두분을 보며
이 공간에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라도
나도 두 분과 함께 있어보았다는 사실이 고맙고 좋았다.

엄마와 이모는 어떠셨을까.
오십년 세월이 잠깐인 것 같으셨을까.








삼랑진 여행을 마치고 삼랑진 트윈터널에서 놀며 우리를 기다렸던 아이들과 아빠를 만나 숙소로 왔다.
대구 팔공산 근처에 있는 느티나무펜션이란 독채펜션을 빌렸는데
어른들도, 아이들도 아주 편안하게 잘 쉴 수 있었다.
아침밥도 펜션에 붙어있는 느티나무식당에서 주인아주머니가 정성껏 차려주신 백반을 맛있게 잘 먹었다.


아침 먹고는 팔동산 동화사를 한바퀴 천천히 돌아보고
대구 외할머니 댁으로 가서
할머니와 큰 외삼촌, 막내 외삼촌 부부를 만나
점심을 함께 먹고 다시 원주로 향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9. 7. 23. 14:46




오랫동안 이 나무들을 지나다녔다.
강일동에 이사와서부터니까 8년이 지나 9년쯤 되나부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며 쳐다보기도 했고
그 아래 그늘을 고마워하며 걷기도 했다.
언제나 아름답고 풍성했다.

안녕
30년도 넘게 이 자리를 지키며 함께 해준 나무들.

넓은 길이 필요해서 오래된 가로수들을 자른다.
계속 되는 확장, 터전을 잃는 생명들.
그렇게 마련된 사람들의 마을에 나도 살고있으면서도

꼭 그래야만할까?
꼭 그게 더 좋은 것일까?

잘려진 나무들을 보며 묻게 된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9. 7. 12. 20:09

연수가 반에서 벼룩시장을 한다며
엄마가 쓴 캘리그라피 엽서를 팔고싶다고, 좀 써주면 안되냐고 부탁해왔다.

그럴까? 알았어~ 대답하고
며칠이 흘러서 오늘이 벼룩시장인데 어제밤에야 부랴부랴 썼다.

요즘 아이들은 무슨 말을 좋아할까?
아이돌 가수의 히트곡 가사를 써볼까~?
궁리만 하다가 캘리수업시간에 선생님 글씨보고 따라써본 글귀 중에 몇개 골랐다.
간단한걸로~^^





그림은 아이들 잠든뒤에 간단하게 그려넣었다.
이거 쓴다고 저녁에 붓펜과 물감들을 꺼내놨더니
연제가 태권도 다녀와서 물감 그림을 어찌나 많이 그리던지.. 고만 씻고 자자고 말려도 듣지않아 애먹었다.

셋 다 잠들고 조용해진뒤에 겨우 마무리.

쉽지않았지만 누군가(연수 친구들 ㅎㅎ)에게 팔려고 내놓는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 설레고 재밌고 긴장도 되었다.

나의 첫 프리마켓은 연수 친구가 500원주고 색깔글씨로 쓴 것 1장을 사가고
두 장은 연수가 슬러시도 같이 팔면서 음료수가 튀어 물감이 번지는 바람에
제 돈내고 연수가 사오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ㅎㅎㅎ

다음에는 좀더 잘 써서 어디 앉아 팔아봐야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책/똑순이 책2019. 7. 10. 13:59




연제가 좋아하는 그림책.

아이가 대답하고 혼잣말하는 짧은 문장들로만
구성된 조금은 독특한 책이다.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동시들을 그림책으로 만든 책들이 많은데
그 중의 하나.

연제가 이 아이의 대사와 행동들을 따라하는 놀이를 생각해내서
가끔 둘이 있을때 재미있게 한다.

오늘 아침 형들 등교길 배웅하고 오는 길에
잘 안가보던 아파트 한끝의 오솔길(?)을 산책했는데
“엄마! 우리 <할머니 집 가는 길> 놀이하자~!”하더니
나보고 길이 끝나는 곳에 가있으라고 했다.

룰룰루 걸어서 오솔길 끝나는 곳에 있는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 놀이에서 내 역할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연제는 길의 이쪽 저쪽을 다니며 대사를 하고
나(할머니)에게 줄 선물들을 준비하면서 내게로 온다.
엄마로서는 지극히 편안한 놀이~^^

드디어 할머니 집을 찾은 아이를 안아주고
가상의 ‘초콜릿 케이크’를 대접하는데
연제가 “쵸콜릿 케잌은 이렇게 하면 되지~” 하며
돌과 나뭇잎들을 찾아와 케잌을 만들었다.





문득 연수가 어리던 시절에,
연호연제도 아기였을때
우리가 이렇게 참 많이 놀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많이 못했다.
연제에게 그림책을 많이 못읽어줬다는 반성을 하며 조금씩 짬을 내 같이 그림책을 읽고있었다.
형들과 자라며 덩달아 너무 일찍 큰아이처럼 되어버린
연제에게 어린 날의 놀이들, 제 나이에 맞는 어린 마음도 자리잡길!








Posted by 연신내새댁
하루2019. 7. 9. 22:35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놀이터 벤치에 앉아
가로등 아래 빛나는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생각했다.

여자들은 아름답고
아이들은 펄쩍펄쩍 뛰고
남자들은 한가로운 세상

내가 바라는 세상은 이런 세상이라고..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9. 5. 25. 22:45





아이들이 모두 잠들었다.
덥다고 옷을 걷어올려 배를 다 내놓고 잠든 연제의 옷을 내려주고, 창문을 닫았다.
창문 밖에는 시원한 밤공기를 반기며 뛰어노는 동네 아이들 소리가 아직도 들린다.

한낮에는 많이 더웠다.
언제 따뜻해지나 했는데 갑자기 여름이 되어버린 듯-
날씨가 점점더 종잡기 힘들어진다.

1월부터 캘리그라피를 배우고 있다.
단지 안에 있는 가정미술 교습소 선생님께 일주일에 1번, 2시간 동안 배우는데
붓글씨를 쓰고 그림을 같이 그려넣는다.

5월에는 어버이날과 어린이날이 있어서
아이들 선물로 나태주 시인의 시구를 적은 작은 작품을 하나 만들어 주고
엄마아빠께는 편지봉투에 작은 글씨와 카네이션을 그려서 드렸다.

아이들을 잘 키우지는 못하는 엄마지만
아이들 덕분에 참 많이 행복하기는 한 엄마.
그게 요즘의 나인 것 같다.

더 잘 먹이고, 더 튼튼하게 키워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더 다부지게 가르치고, 똘똘하게 성장하도록 다잡아주지도 못하고..
그저 나는 예쁘구나, 고맙구나.. 바라보고 안아주고 내버려둘 때가 많다.







지난 주말,
아이들이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신나게 노는 동안
나는 놀이터 벤치에 앉아
어느새 초록 나뭇잎이 무성해지고
장미꽃이 넝쿨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아파트 풍경을
수첩에 그렸다.
텃밭에 물을 주는 고등학생같은 큰언니, 자전거타는 중학생 아이, 공놀이하는 초등 아이들, 산책하는 어른들..

우리들의 삶에는 힘든 순간이 많고
세상도 험한 세상이지만
삶의 시간들을
아름답게 보내려고하는 예쁜 마음들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꽃향기가 섞인 선선한 오월의 저녁 바람과 함께
그리워질 것이다
이 날들이.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9. 4. 29. 15:18




신도시가 만들어진다는 건 어떤 것일까.

미사로 이사오고 어느새 세 번째 봄을 맞고 있다.
신축 아파트 단지의 조그맣던 나무들도 자리를 조금씩 잡아가고
호수공원이며 전철역과 상가 공사는 여전히 뚝딱뚝딱 쿵쿵쿵 진행중이지만
건물들도 꽤나 많이 완성되었다.

사람들의 삶도 많이 뿌리내렸을까?
우리 꼬마들도 나도 익숙한듯 낯선듯 적응하며 살아가고있다.
이 동네의 사람들은 모두 신도시로 입주한 이방인들.
이 동네는 원래 비닐하우스와 농원, 야산들이 있는 서울 외곽순환 고속도로 옆동네로
하남의 구도심과도 먼, 한적한 변두리였다.
종류가 참 다양한 새들이, 곤충들이 이 마을의 옛시절을 조금 알려준다.

큰 도로들이 생기고 고층 아파트들이 지어지면서
아파트와 찻길 사이에 방음벽들도 높게 지어졌다.
이사하고 한동안 길을 걷다가 내가 제일 많이 한 일중 하나는
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새들의 사체를 치우는 일이었다.

그냥 보고 지나갈 수가 없어서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살짝 싸서 집어올린후 가로수 나무 밑 풀숲에 눕혀주고 풀잎이나 나뭇가지들로 덮어주는 일.

한동안은 하루 걸러 하루마다 새들을 묻어주어야 했다.
아무 것도 없던 땅에 생긴 투명한 유리벽.
나는 그저 묻어주는 것밖에 못했지만
관청에 전화를 걸어 민원을 넣어준 분들 덕분에
반년쯤 뒤엔 유리벽에 까만 썬팅지로 새들의 그림이 붙었다.
날아가는 새, 앉으려는 새..
새들이 동료들의 그림이라도 보고 조심할 수 있도록..

미안하다.
산다는 일이 이렇게 미안한 일이구나.
방음벽 담장 아래 올해도 민들레가 많이 피었다.
꽃처럼 피어나길 고운 생명들.







Posted by 연신내새댁
하루2019. 4. 16. 13:35



주말에 친정에 다녀왔다.
엄마아빠 옆에서 맛있는 밥 많이 먹고
엄마가 새로 담그신 얼갈이 물김치랑 더덕무침도 받아왔다.
일요일에는 강릉 중앙시장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생선들도 사고, 다시마튀각도 사왔다.
강릉에서 열갱이라고 부르는 생선은 원래 이름은 낀따루라는 수입어종인데 서울 마트에서는 보기가 힘들다.
가자미도 강릉에서는 반쯤 말려서 꾸덕한 채로 파는데 기름두르고 구우면 고소하고 참 맛있다.
친정 가까운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파는 소고기 너비아니는 애들이 최고로 좋아하는 반찬인데 우리 동네에서는 본 적이 없다.

엄마아빠를 보고, 같이 얘기나누고 밥먹고
그저 하룻밤 곁에서 자고만 와도 좋은데
월요일 아침 우리집 밥상에도
고향이 함께 와있다.
그립고 감사하다.






아이들이 어디 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있으면 ‘저기 내 분신이 간다’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분신인 연수는 태권도복을 입고 도장으로 뛰어가고
울 엄마아빠의 분신중 하나인 나는 멀리 하남땅에 와있네..’
며칠전 아이들 사진을 찍으며 생각했는데
그 사람들이 모두 모여 사진을 찍었다.

뭘까. 이토록 신비로운 인생이란 것은..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9. 4. 11. 12:10





아직은 추운 봄이라
따뜻하고 꽃 많이 핀 봄이 언제 오나.. 기다린다.

겨울이 가물었던지라 봄비들이 반갑고
찬바람 덕분에 미세먼지없이 깨끗한 공기도 넘 고맙다.
그래도.. 따뜻한 날, 포근한 봄도 기다리게 된다.

춥지만 벚꽃은 피었고
요며칠 맑은 공기속에 새소리가 엄청 많이 들렸다.
2층인 우리집은 창문앞이 바로 새들이 오는 나무가지다.
무슨 일이 있나 싶을 정도로 짹짹짹 쪼롱쪼롱 열심히 우는 새들도
깨끗한 공기가 반가워서 그러는건 아닐까_^^





열심히 자라나느라
열심히 살아가느라
오늘도 모두모두 참 애쓴다.
고맙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하루2019. 4. 10. 09:44




아침에 연제가 유치원가기 전에 색칠하던 글라스데코 코끼리.
다 못 끝내고 가면서 “마를텐데 어떡하지..”하고 걱정하길래 “엄마가 마저 칠해놓을께” 했다.
바탕그림의 코끼리는 웃는 입꼬리가 살짝 보이는데
위에 물감을 두껍게 입히며 칠하다보니 표정이 안보였다.
웃는 입을 그릴까 어쩔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두기로 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얼굴을 그릴때면 으레 웃는 표정으로 그릴 때가 많았다.
늘 웃고만 사는 것은 아닌데.. 감정도 표정도 많고 많은데..
웃는 표정이 예쁘고, 웃으며 행복하게 살고싶은 마음도 좋지만
우는 아이, 주눅든 얼굴, 겁먹은 표정도 괜찮다.
그럴 때도 있지..

아이들과 같이 본 그림책중에 곰돌이 푸우 시리즈가 있는데 여러 동물 친구들이 나온다.
나는 그중에 당나귀 이요르를 제일 좋아한다.
자주 슬퍼하고 우울해하지만 포근하고 따뜻해보이는 이요르가 좋다.
우리 꼬마들은 푸우, 티거, 토끼, 피글릿 같은 다른 동물 친구들도 좋아하고, 엄마가 좋아하는 이요르도 좋다고 한다.





연호네 담임 선생님께서 귀여운 펭귄 그림을 보내주셨다.
집에 붙여놓고 보라고 하셨다는데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하는 귀여운 펭귄들처럼
우리 아이들도, 나도
우리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표현하고 보듬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함께 있어서 다행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