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주부'라는 것이 되고 보니
제일 신기한 것이 집에서 점심을 먹는 것이다.
직업란에는 여전히 '학생'이라고 쓰고 있는 대학원생이지만
어제 우리 신랑이 내 질문("요즘 *욱씨는 뭐해요?")에 대답("그냥 집에서 살림해요~")한 것 마냥 요즘 내 생활은 영락없이 살림하는 주부다.
아침에 신랑이 출근하고나면 나는 서재에 들어와 아침 9시부터 저녁6시까지 공부하는 것이 목표이건만
아직까지 한번도 그렇게 해보지는 못했다.
암튼 본론인 '점심'얘기를 하면
혼자 점심밥을 차려먹는 것은 좀 게면쩍은 일이다.
국을 데우고, 반찬들을 꺼내 접시에 담고, 밥솥에서 밥을 푼다음
식탁 앞에 혼자 앉는다.
건너편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마치 둘이 먹는듯이 밥을 먹을 때도 있지만
혼자 먹고 있다는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도 집밥은 식당밥보다 맛있다.
맛있게 혼자 냠냠 점심을 먹으면서
나는 이시간 나처럼 혼자서 집에서 점심을 차려먹고 있을 여러 여자들을 생각한다.
강릉사는 언니, 서울사는 새언니, 구미사는 아가씨.. 이런 가족 여자들과
봉천동사는 수*언니, 인천사는 진*.. 같은 지인들을.
대개 하나 정도의 어린 아이가 딸린 사람들인데
아이 밥 먹이랴, 자기 밥먹으랴 정신이 없을 수도 있고,
아님 아이를 재우고 나처럼 혼자 식탁앞에 앉았을 수도 있다.
그녀들을 생각하며
멀리 있지만 같이 있는 것 같은 '연대감'에 괜시리 마음 뭉클해하며
밥을 꼭꼭 씹고 국물도 떠먹는다.
그녀들 모두에게 나의 감사와 애정이 전해지기를 바란다.
학생식당이나 회사식당같은 구내식당에서, 음식점에서, 그리고 오늘 처음 도시락을 싸들고 출근한 우리 신랑같이 회사 테이블위에서,
그리고 나처럼 집 식탁위에서
밥 한술을 떠먹으며 오늘도 우리는 모두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목숨같이 귀한 밥 한덩이를 꼭꼭 씹어먹는 우리 모두에게
세상의 따뜻한 빛이 함께 하길 빈다.
아무리 힘들어도 밥 한술 먹고 또 힘내서 살아볼 일이다.
모두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