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20분.
봄이 이제 일어났을까?
제주에서 보낸 일주일이 나에게 꿈같았던 것처럼
오늘 아침 일어난 봄이도 우리가 없는 도미토리실을 보며
우리랑 놀았던 일이 꿈같진 않을까?
한번 꼭 안아주고 올껄..
어제 밤에 졸린 봄이에게 그저 "잘 있어, 봄아. 우리 또 놀러올께"하고 말만 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2017, 8, 13 티웨이 비행기'
돌아오는 아침
비행기안에서 두 장의 그림을 그렸다.
봄이와 알렉스를 그리고 있는 나에게
옆에 앉은 연제가 바다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다.
보지않고도 달물 바다가 슥슥 그려지게 살짝 손에 익었다는 것이
뿌듯하고 신기했다.
잘 그리진 못하더라도
좋아하는 풍경을 손이 기억해서 그릴수 있다는 것.
우리와 함께 놀았던 모든 사람들이 등장하는 바다.
스노클링하는 연수와 파도타는 연호, 신나게 노는 아빠, 연제,
의자에 앉아 쉬는 엄마,
모래놀이하는 봄이와 멸치 주워주는 유준이.
유니콘타고 노는 깨봉삼촌과
연제와 바다에서 놀면서 친해진 다섯살 친구들 서준이와 채미, 우리 아이들과 3일 동안 함께 넘 재밌게 놀아주셨던 채미엄마.
언덕위 달물에 있는 광호삼촌, 수지이모, 원이, 알렉스^^
이 모두가 등장하는 한 장의 그림을 아이들은 두고두고 펼쳐보며 한 사람 한 사람 찾아가며
추억을 되짚어보곤 한다.
보잘 것 없는 그림이라도 우리에게 소중했던 여행의 기억을 담고있어서, 되살려주어서 참 좋다.
여행을 다녀오고나니 여름이 거의 끝난 것 같았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여행후에
우리는 한뼘씩 자란 마음으로
서로를 보듬고 일상을 살아간다.
고맙다.
모두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