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농업.생명2011.05.24 01:17









일요일 아침은 분주하다.
'농민의 아들' 연수는 해가 뜨는 6시면 일어나 온집안을 뛰어다니고
배부른 엄마는 누워서 연수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고있다가 7시쯤 일어나 밥을 차리고
주말 아침.. 달콤한 늦잠이 아쉬운 아빠는 이 모든 소리들에도 불구하고 9시에 이모님이 전화를 하실때까지 잔다. 

이모님은 일요일아침 9시면 어김없이 상일동역에 도착하셔서 마을버스를 타고 텃밭으로 가신다. 
그맘때쯤 오실줄 알고 미리 밥먹고 집치우고 가방챙기고 있었던 엄마와 연수는 부랴부랴 아빠를 깨워 차를 타고 텃밭으로 따라간다. 그래도 우리는 9시 반이 넘어서, 그야말로 해가 중천에 뜬 뒤에 밭에 도착한다. 
 









한주만에 보는 텃밭풍경은 얼마나 또 달라졌는지!
온통 초록빛이 가득한 밭머리에 서면 마음이 벅차다. 우리밭은 손바닥만하지만 꼭 그만한 이웃집 밭들에 모두 잘 자라준 푸성귀들은 보기만해도 흐뭇하고, 밭을 둘러싸고 있는 키큰 나무들과 밭가운데 듬성히 서있는 과실수들의 푸른잎이 싱그럽다.










일을 시작하기전에 일주일동안 우리집에서 고생한 달팽이를 텃밭가 꽃그늘 아래 놓아주었다.
연수는 '달팽이야 안녕!'하더니 오늘의 관심사인 텃밭으로 쌩 뛰어가버렸다.
오랫만에 쬔 햇빛이 어색한지 긴 더듬이를 이리저리 뻗어보고, 몸도 늘였다줄였다하며 깜빡거리는 달팽이를 엄마 혼자 남아서 오래 지켜보았다.
고맙다, 고맙다... 힘들었을텐데 잘 견디고 살아주어서 고맙다... 고향에서 맘도 몸도 푸근히 잘 살아라..











상추들은 일주일만에 또 엄청나게 자라있었다.
어제 내린 빗물이 마르지 않은채로 달려있었고, 땅은 검고 푹신했다.










씨앗에서 자란 쑥갓도 어느새 무성하게 자라있어서 이모할머니는 이날 쑥갓들을 다 따시고, 그 자리에 다른 것을 또 심으셨다. 연수는 할머니 옆에서 상추따는 법을 조금 배우는 듯하더니... 그에는 큰 관심이 없는지 제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쪼르르 뛰어가버렸다. 











네살무렵의 남자아이에게 제일 관심있는 것은 아무래도 삽인 모양이다.
쪼그리고 앉아 푸성귀를 거두는 일은 역시 여자들의 몫인지..
이 날 우리집 두 남자는 제법 부지런히 밭가를 오가며 힘쓰는 일을 함께 했다.  











지난주 토마토, 가지, 고추에 이어 오늘 새로 심은 것은 쪽파.
이모님이 쪽파 한단을 사오셔서 한뿌리씩 고랑에 가지런히 눕혀놓으셨다.
그리고 흙으로 덮어주셨는데 신기하게 이렇게만 해두면 파는 저절로 뿌리를 내리고 몸을 세운다고 한다.  












아빠는 고추, 가지, 토마토 모종에 버팀목을 세워주었다.
잔가지를 쳐내고 다듬은 긴 나뭇가지를 큰 돌을 구해 깊이 박아주었다.











이 나무가지는 우리 아파트단지 미화원아저씨들께서 가지치기하신 뒤에 버리려고 가지런히 묶어두셨던 것이다. 
버팀목감을 찾던 새댁이 관리사무소에 가서 '한단만 가져가도 될까요?'하고 물어본 뒤에 허락을 얻어 구해두었다. ^^
(뭐 주워오는데는 하여튼 도사라며 신랑은 혀를 끌끌 찼지만... 새로 사는 것보다 이리 재활용하니 얼마나 좋소~~!ㅎㅎ)
신랑 퇴근하기를 기다려 늦은 밤에 세식구가 아파트 화단에 나가 낑낑거리며 굵은 나무단을 들고와 차 트렁크에 실어두었는데
연수도 새댁도 그 야심한 밤외출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러나... 아빠는 힘들다. ^^;;;;
재미있어하는 마누라와 아들을 위해 야심한 퇴근길에 나뭇단을 들고 옮기는 것도, 주말 아침에 늦잠도 못자고 밭에 끌려나와 힘쓰는 일은 도맡아 해야하는 것도.. 고단한 직장인, 서른넷의 젊은 아빠에게는 힘든 일이다.  











'밭 좋아하는 마누라 만나 당신 참 고생많다'고 위로라도 한마디 하면 '그렇지 뭐~' 하고 웃고마는 착한 신랑. 
고마워요.

 









연수도 엄마닮아 밭을 참 좋아한다.
이모할머니 언제 오시나.. 하면서 밭에 갈 시간을 기다리고, 밭에 내려주면 신나서 소리지르며 뛰어간다.
그냥 흙도 막 파보고, 아빠가 버팀목 꽂을때 두드릴 돌을 구한다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좋아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질이나 성정이 여럿있겠지만 나는 무엇보다 연수가 행복을 제 주변에서 잘 찾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밭에서 자라는 작은 채소들, 흙의 감촉.. 푸른 나무 같은 것을 보면서 행복해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아이가 커서 '라디오 수리공'이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좋아하는 노래 한자락, 사람들의 사연 하나에 행복을 느낄 수있는 그런 감수성이 있다면.. 적어도 세상을 불행하게 살 것 같지는 않았다.
행복한 농부, 행복한 라디오수리공, 행복한 커피볶는 사람.. 무엇이 되었든, 소박하고 작은 행복들을 삶에서 키우고 느낄 줄아는 그런 사람으로 살렴... 행복하게 말이야.











상추는 정말 넉넉하게 제 것을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나도 그걸 이웃들과 나눠먹어야할텐데... 어서어서 우리집에 오셔서 상추들 좀 먹어주세요~! ^^











네 평 농사라도 농사는 농사라 어찌하면 작물들이 실하게,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을까...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난주에 이모님이 비료 얘기를 하신 것도 있어서 내 나름대로 한주동안 이것저것 찾아보았다.
토마토를 실하게 키우려면 칼슘을 보강해주는 것이 좋은데, 토마토새댁님이 농민마이스터대학에서 배운 내용을 포스팅해놓으신걸 보니 '먹고 남은 동물뼈를 현미식초에 담가 한달정도 푹 숙성시켜 밭에 뿌려주면 묵직하고 실한 토마토가 달린다'는 내용이 있었다('현미식초에 뼈를 담그며 나는 궁금하여라').
마침 집에 사골곳고 남은 뼈가 있어 만들어볼까 했더니 옆에서 신랑이 말렸다. 
"우리 토마토 다섯 포기 삼었잖아..." 그렇지. 더도 덜도 아니고 딱 다섯포기 심었지..^^ 
그래도 나는 아쉬웠지만 배부른 아내가 일벌리는게 안쓰러운 신랑의 만류를 받아들여 현미식초는 사지 않았다. 

대신....  그래도 토양을 살려주고, 생육에 힘도 불어넣어주고 싶은 마음에 찾아낸 것이 있었으니....
바로 한살림에서 나오는 '흙살림 다용도 미생물'!! ^---------------^










'다용도 미생물'은 국내토착의 유산균, 효모, 광합성 미생물을 고밀도로 배양한 친환경 미생물 제제로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양분 흡수를 도와준다고 한다. 오염된 물이나 하천에서 수질 정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광합성세균도 들어었다.
쌀뜨물에 넣어 발효액을 만들어 싱크대, 하수구, 화장실 청도 등에 쓰면 잡균의 서식도 막고, 찌든 때도 깨끗하게 잘 지워진다.
세척효과도 뛰어나 이 미생물(효소)은 한살림이 만드는 '섬유유연제'같은 제품에도 들어있다.

쌀뜨물 발효액을 만들지 않고 밭에 바로 뿌릴떄는 원액을 100~200배의 물에 희석하여 쓰면 된다.
큰 물뿌리개에 물을 가득 받고, 한 뚜껑 정도 부어주면 배율이 맞다.
 









아빠가 큰 물뿌리개로 두 통 가득 물을 담아서 '다용도 미생물'을 섞어 밭에 뿌려주었다.
나는 곁에서 이 미생물들이 잘 숨쉬고, 잘 살아서 우리 밭의 흙을 더 건강하게, 생생하게 살아있게 해주기를 빌었다.

일본 원전사고 후 방사능 오염에 대한 걱정이 날로 커진다.
방사능물질이 섞인 비를 맞고 자라는 농작물을 먹지 않고 살 수있는 사람은 없고,
그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어 우리가 마시는 강물이 되고, 그 물을 먹은 동물들의 젖과 고기를 또 사람들이 먹으니 최종소비자인 사람의 몸에 축적되는 방사능의 양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한번 몸안에 들어온 방사능물질은 배출되거나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래오래 사람들의 몸안에서 세포변형과 여러 질환들을 일으킨다 하니 이 땅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로서 가끔은 몸서리치게 무서워지곤 한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한다.
내 입에 밥을 넣어 아이에게 줄 젖을 만들어야하고, 큰 아이의 입에 밥숟갈을 넣어주어야한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던가.
그러니 비록 오염된 땅일지라도 우리는 계속 땅을 갈고 씨를 뿌려 농사를 지어야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오늘 하루 내가 사는 것이, 밥을 먹는 것이 모두 숙연하고 절절한 생명활동이란 생각이 든다.

내 작은 텃밭에 미생물을 뿌리며 비록 오염된 땅일지라도 우리의 푸성귀들이, 우리의 아이들이 
그래도 푸르게 씩씩하게 자라주기를, 이 생물들과 땅의 기운을 받아 조금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있기를 빌었다.  











할머니가 연수 손에 무씨를 담아주셨다.











할머니의 손에서 아이의 손으로 전해지는 씨앗.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말할 수없이 뭉클해지던 마음..












씨앗을 뿌리는 손이 참 아름답다. 귀해 보인다.
사람이 손으로 할 수있는 정말 아름다운 일중에 하나가 씨앗을 뿌리고 생명을 키우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는 일이 아이라는 생명을 낳고 키우는 일이라 고맙다.











연수도 작은 손으로 열심히 씨앗을 뿌렸다.
씨앗에는 묘한 매력이 있어서 그것은 참 작은데 눈을 떼지 못하게 하고
그 안에 숨어있을 큰 힘에 끌려 나도 모르게 그만 겸손히 머리숙이게 한다.  

이번에 받은 한살림 소식지에 보니 예전에 한 TV프로에서 아이들이 나와 어떤 단어를 설명하고 어른들이 맞추는 게임에서 
아이가 '씨앗'을 이렇게 설명했다한다.
"이건 작지만 들어있을건 다 들어있어요!"
^^
정말 그렇다. 작고 마르고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이 안에는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
크게, 푸르게, 실하게 자라날 잎과 꽃과 열매가 모두 들어있는 것이다. 

씨앗은 땅을 만나야 제 꿈을 온전히 다 펼칠 수 있다.
그저 집안의 마른 방바닥에서 씨앗을 굴려볼 때랑 흙위에 씨앗을 올려놓을 때의 기분은 확실히 다르다.
씨앗이 꿈을 꾸는게 느껴지고, 숨을 쉬고 바야흐로 어떤 거대한 출발선에 서있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땅위에 뿌려진 씨앗은 정말 아름답다.

땅과 씨앗. 
5월의 푸른 대지위에서 그런 생각들을 해볼 수있다는 것만으로, 아이가 흙과 씨앗을 함께 만지고, 그 둘을 만나게 해주는 큰 일을 제가 하고있다는걸 지금은 그 의미를 잘 모르더라도 어떤 경외감같은 것은 분명히 느끼면서 해보는 것만으로도 참 고맙고 기적같은 일이란 생각에 마음이 뭉클했다.
서울에서 살림을 차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늘 꿈은 꿔왔지만 정말로 이렇게 내손으로 텃밭농사를 지어보는 날이 올거라고는 사실 생각하지 못했었다.
내년에도 우리가 텃밭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부디 그리되기를... 내년에는 어린 평화도 밭머리에 앉아놀게 하고, 제법 더 큰 연수와 씨를 뿌리고 기뻐할 수 있기를.. 그래서 이런 기적이 살아있는 동안 오래 우리 곁에, 내 삶에 허락되었으면 좋겠다고 밭머리에 서서 한참 생각하다 돌아왔다.
 











++ 다용도 미생물은 여러 곳에서 판매한다.
한살림에서는 '흙살림'이라고 유기농업을 지원하기 위해 땅의 살리는 방법을 연구, 보급하는 활동을 하는 곳에서 제조한 미생물을 판매하고 있다. (흙살림 홈페이지를 링크해두었어요. 찾아가면 '장보기'란이 있는데 거기에 집에서 쉽게 채소를 기를 수있는 '그로우백'을 판매하고 있어요. 텃밭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집안에 작은 텃밭을 만들 수 있는 예쁜 그로우백도 한번 살펴보시길~!^^) 
가격은 1L에 4,900원. 우리같은 소규모 텃밭에서는 두고두고 오래 쓸 수있는 많은 양이다.    
한살림 인터넷 장보기 사이트에서 '생활용품' 코너로 들어가면 찾을 수 있다.
(한살림 장보기 사이트 바로가기)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0.02.25 01:25








지난 주말에는 멀리 전남 광주에 다녀왔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애석하게도 블로그이웃 명이님과 미페이님의 결혼식에 가지 못했던 토마토새댁님과 내가
결혼 축하를 핑계(?)삼아 날짜맞춰 광주로 먼 마실을 떠난 것이다.
 
날은 무척 포근했다. 
설 명절 다음 주라 그런가 도로도 한산한 편이었다.
대천휴게소까지 가는 동안 연수는 오래도록 잘 잤다.
나는 예전에 사놓고 미처 읽지 못했던 '세상을 바꾼 대안기업가 80인'이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한 편 읽을 때마다 운전하는 신랑에게 "방금 읽은 이 사람도 정말 멋있어.. 아이디어가 넘 재밌지않아?" 라고 수다를 떨어가며.

휴게소는 사람이 정말 없었는데 음식맛은 사람수에 비례하는 것 같았으나
모처럼 여유로운 휴게소에서 연수도, 엄마아빠도 따뜻한 기운을 담뿍 받으며 쉴 수 있어 참 좋았다.
오전 11시에 집을 떠나 오후 4시쯤 광주에 도착했으니 하루의 대부분을 길에서 보낸 셈이었다.
   
명이님 집에서 쉬도 하고, 똥도 싸고 대걸레를 들고 신나게 놀기도 한 연수는
중요한 사진도 여러장 미페이님께 찍혔으나.. 그것의 공개여부는 연수와 미페이님 사이의 일이므로 나는 관여하지 않을 참이다.

무등산 깊은 곳에 있는 닭백숙집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광주에 여러번 왔었지만 망월동과 금남로와 대학들을 제외하면 가본 곳이 없는 나는 무등산이 늘 한번 가보고 싶었다.
밤이었고, 차로 구불구불한 그 길을 달렸을 뿐이지만
어둠속에서도 보이던 완만한 산의 형상은 '광주의 어머니' 품에 들어온듯 편안한 마음을 안겨주었다.

저녁을 먹고 차를 한잔 마시러 다시 광주시내로 오는 동안 연수는 잠이 들었다.
잠든 연수를 지키느라 신랑은 잠시 차에 남고 나는 먼저 일행과 함께 영풍문고로 들어섰다.
대형서점도 오랫만이다. 연수 낳고는 거의 처음 온듯.. 
토댁님의 두 초등학생 아들들을 앞세운 미페이님이 막내삼촌 혹은 큰 형처럼 신나게 만화책과 판타지소설 코너들로 향하고
애플님과 명이님은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정은이를 데리고 문구팬시쪽에서 심각한 얼굴로 볼펜을 고르는 동안
나와 토댁님은 이런저런 책들 사이를 느긋하게 오고가며 책구경을 했다.

광주 영풍문고에서는 작년에 서거한 두 전직 대통령의 저작과 추모서들을 작은 부스 하나에 따로 전시하고 있었다.
나는 거기서 노무현 대통령의 회고록 한 권을 골랐다.
광주에 온만큼 'DJ 선생님' 책을 한권 사고싶기도 했으나 너무 짧았고, 너무 가까운 과거의 일이라 
어느새 더 기억에서 빨리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던 직전 대통령에 관한 기록을 집에 한권은 두고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최근에 한 적이 있어서 노대통령의 책으로 골랐다.

아빠가 잠에서 깬 연수를 안고 영풍문고로 왔다.
생애 처음 와본 대형서점에서 연수는 잠이 덜 깬 얼굴로 엄마만 찾았다.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붙어있는 커피숍에서 고구마케잌을 먹고, 애스컬레이터를 타고 그 근처를 여러번 오르내린 뒤에야
연수는 조금 마음이 풀렸다.
명이님 집에 돌아온 시간이 10시 조금 넘어서였으니 그리 늦은 밤은 아닌데도 
20개월남짓 밤외출을 거의 안해온 나에게는 정말 한밤중같이 느껴졌다.

남자들 혹은 소년들이 스타를 하러 PC방에 간 사이, 아기들은 잠이 들고 
엄마들 혹은 여자들 셋은 두런두런 이야기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새벽녘에 출출한 모두를 위해 미페이님이 잔치국수를 끓였다.
멸치육수에 버섯을 넣고 끓인 국수는 정말 맛있었다.
나는 곧 이 댁에 태어날 예쁜 딸과 그 딸과 아내를 위해 언제고 다정스레 국수를 끓여 야참을 마련할 젊은 아빠를 생각하며 
흐뭇하게 국수 한 그릇을 훌훌 마셨다.

다음날 아침, 예비엄마는 제외하고 현직(?) 엄마인 토댁님과 나는 아이들과 함께 아침밥을 차려 먹었다.
아침 일찍 일어난 애들 입에 밥 넣어주는 일만큼 중하고 시간맞춰야하는 일이 없는 관계로 
우리는 뚝딱뚝딱 남에 집 부엌에서 내 집 부엌처럼 맘 편히 밥하고 천연스레 냉장고를 열어 나물반찬을 다 꺼내 맛있는 비빕밥을 해 먹었다.

삼남매와 연수를 따라 나선 풍암저수지 산책은 단조롭고, 오래 걸리고, 다리 아팠으나 
느린 것들이 대개 그렇듯이 반짝이고 평화롭고 소중했다.

토댁언니가 처음 내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서 언니가 활동했던 육아카페인 '씨앗이랑 열매랑'의 글모음집을 보내주었을때부터
언니는 육아에 있어 내 선생님이었다.
언니와 함께 한 몇 안되는 여행들은 모두 내게 선생님이 아이대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는 고마운 시간이었다.
채근하지 않고, 존중하고, 의견을 묻고, 속터지더라도 기다려주는 엄마를 둔 아이들은
엄마와 똑같은 자세로 어린 연수를 대해주었다.
작은 돌멩이와 나뭇가지들과 질척거리는 흙땅이 좋을뿐 큰 호수를 한바퀴 도는 일에는 의미와 목표가 없는
세 살 아가를 채근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저만치 앞에 가서 어린 동생이 올때까지 마음쓰고 지켜보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나는 내가 배워야할 엄마의 모습을 보았다.

1박 2일이라 해도 오고가는데 걸린 시간을 빼면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러나 오고가는데 걸린 그 시간도 우리가 함께 있기 위해 쓴 시간인만큼 함께 보낸 시간이나 진배없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다.
시간을 쓰고, 마음을 쓰고, 물질을 쓴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것을 쓰려고 우리는 인생을 사는게 아닐까..
광주를 떠나오며 그런 생각을 했다.

햇살은 너무 따뜻해서 꼭 봄 같았다.
봄의 광주, 광주의 봄..
5.18기념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잔디밭에는 부지런히 걸으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망월동 잔디밭에 가서 앉아보고 싶었다. 한나절 아무 일없이, 풀꽃을 따라다니는 아이를 지켜보며 그냥 앉아있다 오고 싶었다.

그러나 또 한사람, 만나야할 사람이 있었다.
오랫만에 온 광주에서 꼭 봐야할 반가운 얼굴이..
그 댁에 가서 근영언니가 해주는 저녁밥을 먹고 나서야 나는 서울로 돌아왔다. 

다음에 다시 광주에 가면 그때는 아마 명이님과 미페이님의 예쁜 아가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고, 
근영언니의 숲해설을 들으며 무등산을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망월동 나무그늘에도 앉아볼 수 있기를... 

집에 돌아오니 토댁언니가 싸주신 메주콩이 한 봉지, 근영언니가 싸준 둥굴레차가 한 봉지, 엿이 한봉지, 명이님이 싸준 찹쌀떡이 또 한봉지.. 
봉지들이 마치 그 사람들처럼 반가운 얼굴을 하고 나를 보고 웃는 것 같았다. 
메주콩은 토댁언니가 심어 키운 것이고, 둥굴레는 근영언니의 시할머니가 키워 말리신 것이라하고, 찹쌀떡은 광주새댁의 시어머님께서 직접 떡메로 쳐서 집에서 만드신 것이란다.
키우고 만든 분들의 정성까지 얹어져 있는 그 소중한 것들을 들여다보며 
나는 무언가를 '싸보내는' 마음에 대해 한참 생각했다.  
살림하는 사람에게서 살림하는 사람에게로 싸보내지는 작은 봉지봉지들.. 그 속에 깃든 깊은 마음들과 정성에 대해.
다시 일상으로, 다시 제 고단하고도 복된 살림터로 돌아가는 여인에게 보내는 작은 응원이 그 안에 있었다.
따뜻한 동료애와 연대의 인사를 들으며 봉지를 여는 마음이 참으로 뭉클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신혼일기2009.06.12 21:16


하루밤 곰곰히 생각했어요.
나에게 '독서'는 어떤 것이었나, 책을 읽으면 어떤 기분이 들지? 나는 왜 책을 읽을까..
그래서 한 마디로 독서는 내게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어렵지만 재밌었습니다.

몇가지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독서는 나의 힘, 독서는 엄마다, 독서는 육아(育我)다... 그리고 독서란 권투다. 

넷 중에 몹시 고민하다 결국 4번을 택했지만 그 한 가지로 독서에 대한 제 생각을 다 얘기하긴 어려울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냥 생각난건 다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
제가 원체 뭐 하나 딱 고르는걸 못하기도 합니다.. 우유부단 30년ㅜㅜ
규칙은 '간단하게'인데... 흑ㅠ

이번 릴레이를 시작하신 inuit 님께서 정하신 규칙은~

규칙입니다.
1. 독서란 [ ]다. 의 네모를 채우고 간단한 의견을 써주세요.
2. 앞선 릴레이 주자의 이름들을 순서대로 써주시고
3. 릴레이 받을 두 명을 지정해 주세요.
4. 이 릴레이는 6월 20일까지만 지속됩니다.
기타 세칙은 릴레이의 오상 참조



1-1, 독서는 [나의 힘]이다.

첫 아이를 키우며 부모님과 여러 선배엄마들께도 참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아무래도 멀리 떨어져 혼자 아이를 키우다보니 가장 자주 손이 가는 곳은 책입니다.
똑순이가 잠든 사이에 짬짬히 읽는 육아책들이 제게 건네준 지식과 격려, 위안과 용기가 얼마나 컸는지 모릅니다.
독서는 어두운 길을 밝혀주는 불빛과 같아서
초보엄마의 불안을 잠재워주고, 한걸음 한걸음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는 힘을 주었습니다.
독서는... 나의 힘입니다.



1-2, 독서란 [엄마]다.

책을 읽으면 엄마품에 가서 안긴듯 편안합니다.
위로도 얻고, 힘도 얻고, 삶의 지혜가 담긴 엄마의 얘기를 들을 때처럼 든든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엄마에게 꾸중을 들을 때처럼 긴장도 되고요.
책을 읽을 수 있어 참 행복합니다. 엄마가 곁에 계셔서 행복하듯이..

책을 열면 거기서 다정한 이웃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나를 위해 성심껏 얘기해주는 사람들의 마음이 너무나 고맙습니다.
아기가 엄마의 사랑을 처음 받으며 세상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듯이 
열심히 쓴 좋은 책을 읽고 있으면 세상은 따뜻한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3, 독서란 [육아(育我)]다.
 
어머니의 보살핌이 나를 키우듯, 독서는 스스로를 보살피고 키우는 방법 같습니다.
나를 치유하고 키우기 위해 때로는 쓴 약도 먹어야하듯, 잘 읽히지 않는 어려운 책도 독파해야할 때가 있고,
마음이 슬프고 외로울 때는 따뜻하고 진실한 글들을 읽어 스스로를 다독여줍니다. 
그렇게 사는동안 내내 스스로를 키워야하는 거겠지요.
 
혼자 기고, 서고, 걷는 과정을 어렵게, 하지만 지치지도 않고 즐겁게 배워가는 아이를 보며
스스로를 키우는 '독서'의 과정도 그래야겠다 생각합니다.
배우고 익히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요!
똑순이가 아장아장 걸음마하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납니다.^^
독서도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그러나 조금씩 더 자라고 더 깊어질 수 있게 
어렵더라도 꾸준히 해가야하는 것 같습니다.
 


1-4, 독서란 [권투]다.

이제, 마지막 얘기를 해야겠습니다.
저는 사실 권투를 할 줄 모릅니다. 음.. 그래도 본게 있으니(아니면 본능적으로!^^) 링에 세워 글로브를 끼워주면 막고, 칠려고 하겠지요.

그런데 권투를 떠올린 건, 어느 영화에 나온 대사때문입니다.

 
왼팔을 쭉 뻗어봐라
한바퀴 돌아봐
네 주먹으로 그린 원이 너라는 인간의 크기다.

알아듣겠니?
원안에서 손이 닿는 만큼만 손을 뻗어야 다치지 않고 살수 있지.
그런 인생을 어떻게 생각해?

시시해

권투가 뭐냐?
원을 주먹으로 깨부수고 밖의 것을 쟁취하는 행위야.
원밖에는 강적이 우글우글해.
적들이 원안으로 치고 들어올 거다.
맞으면 아프고,
때려도 괴롭다

그래도 할래?
원안에 있으면 안전한데.

할래.

좋아, 그럼 시작해볼까?

- 영화 'GO' 중에서 스즈하라와 아버지의 대화. (영화의 원작은 가네시로 가츠키가 쓴 같은 제목의 소설이예요)


재일조선인 아버지가 열살쯤된 어린 아들이 권투를 가르쳐달라고 하자 이렇게 설명합니다.
'네 주먹으로 그린 원이 너라는 인간의 크기다'.
그리고 '권투는 그 원을 깨고 밖의 것을 쟁취하는 행위'라는 얘기의 울림이 하도 강해서 제 기억속에 오래 남아있다가
'독서'를 생각하는 마당에 툭 튀어나왔습니다.

나를 넘어서서, 원밖의 세계를 만나는 것. 내 안에 쟁취하는 것. 그렇게해서 내 원의 크기를 넓혀가는 것.
원을 깨고 일단 손을 뻗지 않으면 안전하지만 답보된 현재에 머무르게 되겠지요.
원을 깨고 나가 새로운 것을 알고, 그를 통해 나의 부족함을 깨닫는 아픈 과정을 통해 한 걸음 성장하는 것이 독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식은 실천으로 가는 문을 열어 줍니다.
일단 '매트릭스' 밖으로 빠져나와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면 그 사실을 알기 전으로 다시 돌아가기는 어렵게 됩니다.
이전의 삶을 그대로 유지할 수는 있지만 적어도 마음은 참 불편합니다.
그래서 새댁, 신랑에게 열심히 육아책을 함께 읽자 권하고 있습니다. ^^
(첨엔 바로바로 읽고 둘이 같이 토론했는데... 똑순아부지, 요즘은 넘 바쁘셔서 몇 권 밀리셨다지요? 으흠흠흠~~~)
새댁도 그 마음의 불편함을 많이 지닌채 살아갑니다.
인식과 실천의 괴리를 조금씩 좁혀가는 삶을 살아야할텐데요...

독서가 저에게 불편함만 주는건 아니고요, 
실은 더없이 다정한 선학들과 작가들과 이웃들의 아름다운 고민과 삶을 배우게 해줄 때가 더 많습니다.
좁고 작은 내 세계의 벽을 깨고 넓고 깊고 아름다운 세계를 만나게 해주지요.
쓰다 보니 주제에서 벗어나.. 독서예찬이 되고 말았습니다.  
웅.. 육아서 말고는 거의 책을 안보고사는 요즘인지라 쓰고보니 너무 부끄럽습니다ㅠㅠ

 
 
2.
어릴땐 숙제가 참 싫었는데, 어른이 되서 그런가.. 숙제가 떨어져야 겨우 어떤 하나를 진득하게 생각해보게 됩니다. 쿨럭~~--;;;
그래서 릴레이를 시작하신 inuit님 (독서란 [자가교육]이다)과
유정식 님과 (독서란 [성장]이다, 이 분께서 토댁님께 바통을 넘기셨고..)
토마토새댁님께 (독서란 [밥태우기]다! ^^ 언냐, 늘~~~ 감사해요, 오늘 똑순이가 낮잠을 안자고 넘 열심히 논 덕분에 글이 왕 늦었어요ㅠ)
감사하단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3.
이 바통을
블로그를 통해 사귄 보석같은 벗, YD님과 
따뜻하고 다정하고 깊은 속을 지닌 아름다운 아가씨, 히로미 님께 넘깁니다.  
바쁜 일이 있으시면 천천히 해주셔도 괜찮아요, 두 분~^^ (6월 20일까지 한다네요~~)
(6/15 덧. YD님이 숙제를 끝내셨네요~ 네이버블로그라 트랙백을 못 거신듯하여 제 본문에 링크해둡니다. "독서란 [양념]이다" ^^)

아무래도 다 쓰고 생각해보니
이 릴레이는 첨에 inuit님이 의도(?)하신데로
책읽기에 대한 각오를 새롭게 다지게 해주는 효과 만점 숙제 같습니다.
음... 시원한 여름밤, 똑순이 재우고나면 책을 열심히 읽어야겠습니다. (꼭!! 꼭....)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09.05.12 23:26



지난 2월, 똑순이네에 놀러온 명이님과 '봄이 되면 토마토새댁님네에 같이 놀러가자~'고 약속을 했었습니다.
그후 부지런한 명이님이 이쪽저쪽 연락하며 날을 잡고 모든 준비를 도맡아해준 덕분에
똑순네는 맘편하게 여행갈 날만 기다리며 설레어하고 있었지요.

드디어 날좋은 5월의 토요일, 토댁님네를 향한 1박2일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명이님과 꼬미님, 히로미님이 한 차, 똑순이네 한 차, 그리고 다달식초한솔선생네 한 차 이렇게 세 팀이 함께
문경에 사시는 맑은물한동이님네에 들러 낮시간을 보내고 
저녁에 성주에 계신 토마토새댁님네에 가서 하루 묵고 돌아오는 여정이었지요.

블로그 이웃들과 함께, 블로그 이웃들께로 떠나는 여행.
신기하고 고마운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






처음 도착해 맑은물한동이님을 기다리던 지동1리 마을회관 마당에서 찍은 버스정류장입니다.
마을에 도착하기 직전에 아주 꼬불꼬불한 고개를 하나 넘었는데 이름을 기억해두려고요.
역시 문경새재의 고장답게 작은 고개 하나도 예사롭지가 않았습니다. ^^;;
고개를 넘는데 아카시아 향기가 어찌나 진하던지..
창문을 열고 올봄들어 처음 맡아보는 달콤한 향기를 깊이 들이마셨습니다.

사실 맑은물한동이님과는 이 여행전에는 잘 몰랐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처음 뵙고 넘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음.. 얼른 또 뵙고싶어요~^^

저희들을 위해 바쁜 하루 농사일을 제쳐놓고 부군님과 함께
문경 이곳저곳을 구경시켜 주시고 맛있는 점심도 맛보게해주셔서 넘 감사했습니다.






맑은물한동이님네 고구마 하우스와 인근에서 유기농오미자로 유명하시다는 효원농장을 구경하고 나서 먹은 점심사진입니다.
음.. 그 멋지던 하우스와 농장 사진은 못 찍고 새댁, 밥먹으러 가서야 카메라를 들었습니다..ㅠㅠ 
(훌륭한 사진들이 명이님과 꼬미님, 두 멋진 이모들의 블로그에 있으리라 믿어요~)

맛있는 산나물 쌈밥을 먹여주신 이 댁은
직접 채취한 산나물들로 반찬을 담궈 여러 곳에 주문납품을 하고계신 댁이었습니다.
이름을 알아오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데.. 맑은물한동이님, 좀 알려주셔요~







감나무 아래 장독대에서 맛있는 산나물 반찬들이 익혀지고 있습니다. ^^
깊은 산중에서 자란 건강한 산나물들을 반찬으로 점심을 참 달게 잘 먹었습니다.
짭짤하고 깊은 맛이 나는 경상도식 산나물 반찬들이 드시고싶은 분은 맑은물한동이님께 여쭤보셔요~~!





민지라는 마을의 산속에 멋진 유기농 오미자 밭을 가꿔놓으신 효원농장 주인 아저씨.
유기농에 대한 의지와 신념이 남다르셔서 지난 20년간 유기농오미자 생산을 위해 땀을 흘리셨다네요.
유기농을 위해서는 복합영농이 필수..라며 각종 천연살충제(?)도, 퇴비도, 퇴비를 위해 키우는 소와 돼지, 닭의 사료도 직접 다 무농약으로 재배하고 계십니다.

아주머니께서 오미자 진액을 물에 타서 얼음 동동 띄운 것을 가져다주셔서 한잔 마셔보았는데
아~! 세상에서 그렇게 맛있는 과일물은 처음 먹어보았어요~!^^
깔끔하고 향기로운 단맛에 반해서 새댁도, 똑순이도 꿀꺽꿀꺽~~~!  







한낮에는 무척 더웠는데 똑순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신나게 잘 구경하고 잘 놀았습니다.
다정한 명이이모와 꼬미이모, 맑은물한동이님과 함께 하는 여행이 똑순이도 정말 즐거웠나 봅니다.
산에 다녀오던 길에는 아빠품에 안겨 코 낮잠이 들기도 했습니다.
먼길 운전하느라 고생했던 똑순아빠도 블로거들과의 만남이 넘 좋았다며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효원농장 주인아저씨의 깊은 산속 오미자밭을 다녀오던 길에 찍은 사진입니다. 
햇살 쨍쨍하고 바람 시원한 날에 트럭 뒤 짐칸에 앉아 울퉁불퉁 산길을 달려가자니
대학시절 농활을 다시 온 듯 신났습니다. 

 




농암면 읍내에 있던 시원한 솔밭에서 맑은물한동이님과.
바람에 흩날린 머리카락은 미처 못 추스렸지만..
서울을 떠나 모처럼 우리 농촌에서 자연과 따뜻한 이웃의 정을 느껴본 시원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맑은물한동이님과 함께 '문경 찻사발축제'가 열리고있는 문경새재도 둘러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다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선선한 저녁이 왔습니다.

우리들을 위해 소중한 하루를 고스란히 내주신 맑은물한동이님을
성주 토댁님네까지 고이 보쌈(?)을 해갔다 다시 모셔다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밭일을 하셔야한다해 아쉬운 작별을 했습니다. ㅠㅠ





차안에서 찍은 문경의 저녁 하늘입니다. 
깊은 산만큼이나 정도 깊은 이웃이 사시는 동네로 새댁에게는 기억될 것 같습니다. 

성주에 도착하니 저녁 8시,
잠시 잠들었다 깬 똑순이는 토댁님네 언니오빠에 둘러싸여 어리둥절하고도 행복한 저녁을 보냈습니다.
오후에 서울을 출발해 엄청난 고속도로정체를 뚫고 밤이 되서야 성주에 도착한 솔이와도 드디어 만났구요~

두 아가들을 재워놓고 어른들은 토댁님네 작업장하우스에 둘러앉아
도참 목살과 소세지를 숯불에 구워먹으며 즐거운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모두 배가 고팠던터라 열심히 먹느라 아무도 사진찍을 생각을 못했어요~ㅋㅋ)
 
블로그 세상에서만 만나던 이웃들과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둘러앉아보니 반갑고 신기하고..
아가들은 코 잘 잤구요, 어른들은 재미있는 수다와 맛있는 고기를 앞에 두고 시간가는줄 몰랐습니다. 
이 날 밤, 최고의 화제는 단연 '돈까스 피로연'이었으나 
누구누구와의 의리상 자세한 내용을 포스팅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음하하하~ 관련자들 모두모두 행복하시라~~^*^
   






다음날 아침, 토댁님이 차려주신 맛있는 김치찌개로 아침을 먹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기 전에
아쉬움을 달래며 아가들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러나 쉽지 않았어요~^^;
솔이가 앞을 보면, 똑순이가 뒤집고...






똑순이가 앞을 보면, 솔이가 고개를 숙이지요~~^^;;
형아들이 아가들델꼬 사진찍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토댁님네의 이 삼남매 얘길 안할 수가 없는데요, 정말 넘 예의바르고 배려심깊고 예쁩니다. 
똑순이를 데리고 너무나 잘 놀아주어서, 똑순이에게 이런 형아누나들이 가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난 똑순이를 업고 새댁이 마을 구경을 부탁하자
둘째 동석이와 셋째 정은이가 앞장서서 하우스들과 마을 여기저기를 안내해주었는데요
"여기는 할머니네 하우스고요, 저건 참외 선별기예요. 토마토선별기도 좀있다 보여드릴께요" 하며
어찌나 의젓하게 잘 설명해주던지요...
그리고는 '아가는 씹을 수 있어요?"하고 묻더니 똑순이주라며 하우스에서 방울토마토도 따주고,
집에 가는 길에 먹으라며 작은 통에 챙겨주지 뭐예요. 

새댁은 이댁 삼남매에게 완전히 반해버렸습니다~^^
아이들 요렇게 이쁘게 잘 키우는 법을 토댁님께 전수받고파요~~~~ 






인증샷을 남겨보았습니다.
똑순이 데리고 왔다갔다하느라 정작 토댁님과는 많은 얘기를 못해 아쉬웠어요..
아쉬운 것이 좀 있어야 다음 만남을 더 기다리게 되겠지요?
대식구를 맞아 넘 편안히 하룻밤 묵어가게 돌봐주셨던 토댁님, 정말 감사합니다~^^
멋쟁이 부군님께도 감사인사 전해주셔요..!








마지막으로 농암면 솔밭에서 찍었던 사진 한장을 더 올려봅니다.

고구마와 야콘을 키우시는 귀농 4년차의 맑은물한동이님,
방울토마토를 키우시는 귀농 10년찬의 토마토새댁님..
넉넉한 인심과 따뜻한 정을 듬뿍 나눠주신 두 분을 뵙고 돌아오는 길..
고맙고 행복하면서도 이분들이 흘리실 땀, 농사의 고단함, 이 나라 농촌의 어려운 현실.. 같은 것을 생각하니
발걸음이 조금 무겁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친환경 유기농업을 고민하시는 맑은물한동이님,
농업사관학교(농업마이스터대학)를 다니시며 더 좋은 농작물을 생산하기위해 연구하시는 토마토새댁님..
이 분들의 열정어린 삶을 보며 감동과 희망도 얻고 배웁니다.
이 분들을 알게 되어서 참 고맙고 기쁩니다.  

블로그를 통해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납니다.
삶에 힘이 되는 응원과 기쁨도 많이 받게 되구요.
서로의 삶에 자주 관심을 기울이다보면 얼굴 한번 못봐도 왠지 아주 오래된, 가까운 친구같이 느껴지는 사람들인데
직접 이렇게 한번 만나고보니 자꾸 또 만나고싶어집니다.
블로그 이웃들과 함께 블로그 이웃들께로 떠나는 여행.. 왠지 계속될 것 같습니다 .^^ 


Posted by 연신내새댁
신혼일기2008.12.18 16:34

졸려하는 똑순이업고 둥가둥가 하는 짬짬이 블로그를 보는 새댁,
살풋 잠든 녀석을 업고 허리를 구부려 소파에 놓인 노트북을 켭니다.
앗.
저도 토댁님처럼 뒷골이 으스스~~ 하게 땡기더라니... 난데없는 릴레이 바통을, 것도 한꺼번에 두 개를 받았네요. 
'2009년 새해 각자의 각오, 계획, 목표를 담은 사자성어를 뽑아 공유해 보자'는 릴레인데  
미탄님토마토새댁님~ 제가 사랑하는 왕언냐들께서..
어린 새댁을 '강하게' 키우시려는 깊은 뜻인줄은 알았으나..
똑순이를 업은 등에 식은땀이 삐질 솟습니다. 

이게 어제밤 일어난 사건이고요,,
새댁의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똑순이를 업고 왔다갔다하며... 젖을 주며... 아침에 일어나 카레를 끓이면서도... 내내 머리속은 요 숙제로 무거웠지요.
그러나ㅡ
생각해보면 참 고마운 일입니다.
똑순이 기저귀와 이유식에 파묻혀 콩인지 팥인지, 연말인지 새해인지..
도통 날가고 해가는 것을 모르고 살았는데 
때아닌 숙제 덕분에 2009년 새해에는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야할까.. 곰곰히 생각해보는 즐거움을 누렸으니까요.
역시.. 블로거 이웃님들 덕분에 사람답게(?) 삽니다.
^^
  
생각끝에.. 선택한 새해 새댁의 사자성어는 '우보천리(牛步千里)'와 '천하무인(天下無人)'입니다.
.. 왜 두 개냐구요?
'두 분께 바톤을 받았으니...'는 비겁한 변명이고요~^^
도무지 하나를 선택하기가 넘 어려운 거예요~~
부족함 많은 새댁이, 생각해보면 마음에 담고 살아야할 사자성어들이 어디 한 둘 이겠습니까~~
이 말도 참 맞고, 저 말도 그리하면 참 좋겠고... 그래도 고심하다 두 개로 압축했는데..
'아고 더는 못 줄이겄다, 그냥 둘 다 하(고 고만 생각하)자'고 철푸덕 내려놨습니다.


우보천리(牛步千里), 소 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새댁은 끈기가 많이 부족합니다.
하고 싶어 시작만 하고 끝내지 못하는 일이 많습니다.(돌뎅이같은 큰 숙제도 있어요ㅠ)
신나게 시작해놓고 오래 지속하지 못하기도하고요..  
다부지게 맘먹고, 질큰하게 엉덩이 붙이고..
'천천히 가더라도 꼭 간다'는 생각으로 새해에는 한걸음, 한걸음 소처럼 우직하게 걸어가 보겠습니다.
육아도 그런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울고싶은 순간도 많겠고, 정신 못차리게 힘든 순간도 많겠지요. 묵묵히.. 씩씩하게 엄마의 길을 잘 걸어가 보렵니다.
단단하면서도 여유있는 마음으로 울 애기와 함께 자라는 새해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우리 똑순이도 새해에는 기기도 하고, 걷기도 하고, 말도 하고.. 어린 녀석이 배울 것이 많습니다. 
많이 힘들겠지요? 쉽게 되는 것은 없으니까요..  
그런 녀석을 조급해하지 말고, 느긋하게 지켜볼 수 있기를-
이제 막 인생길에 발을 뗀 우리 똑순이가 힘내서 찬찬히 잘 성장하기를-
그리고 새댁과 신랑은 크느라 낑낑 끙끙 힘 많이 쓸 아이 곁을 든든하게, 참을성있게 지켜줄 수 있길 빕니다. 
(사실.. 새해 소망을 네글자로 말하라면 주저없이 '무병무탈'을 꼽을텐데요~^^ 똑순아, 무럭무럭 건강하게만 자라다오~~~~ㅎ)




+ 서화의 출처는 신영복선생님의 글과 그림이 모여있는 '더불어숲(http://www.shinyoungbok.pe.kr/)' 입니다. 
상업적 목적이 아니면 글과 그림을 자유롭게 가져가셔도 된다하여 관리자께 메일 한통 드리고 담아왔습니다. ^^

 
천천히 걸으면 하늘도 보고 풀꽃도 보고.. 길동무들과 다정히 손도 잡을 수 있습니다. 
차타고 쌩~ 지나가는 것보다훨씬 아름다운 길이지요..
저도 천천히 걸으며 제게 온 힘들고도 아름다운 인생의 이 순간을 최대한 음미하고 싶습니다.
(손잡는 얘길 하니 생각났는데.. 새댁이 젤 좋아하는게 신랑이랑 손잡고 천천히 걷는 거랍니다~ㅎㅎ 
아직 신혼인 새댁과 신랑도 더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고 보듬어줘야할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여기도 '우보천리'가 필요하겠군요..^^)  

천천히 걷는다는 것은 참 힘이 센 행위이기도 합니다. 
"1미터도 안되는 걸음으로 아침부터 걸었더니 산을 세 개 넘었어요. 걷는 것이 무서운 거예요" 라는 어느 산악인의 인터뷰처럼
걷기는 힘이 셉니다.
2009년은 마침 소띠해네요(앗싸~!^^;;)
뚜벅뚜벅 소걸음으로, 열심히 걸어가보겠습니다.


천하무인(天下無人), 이 세상에 남(타인)은 없다 
신영복 선생님의 서화집에서 보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사자성어입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보니 
'내 가족', '내 아이', '내 가정'.. 이렇게 '내' 자가 붙는 것이 많아지면서
자꾸 내 것에만 관심을 쏟고있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나, 내 것이라는 것들도 더 큰 우리들 속에 있으며
큰 우리들중 누군가가 아프고 힘들면 결국 우리 모두가 함께 아파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자꾸만 '내 것'이라는 작은 울타리안에만 갖히려는 저를 돌아보며 
큰 목소리는 못내지만, 아무 행동도 못하지만... 마음만이라도 세상과 이웃을 향해 열어놓으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 
똑순이가 커서 살아갈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하고 아름답기를 바라는 엄마의 소망을 담아서요..



+ 이 서화도 역시 '더불어숲'에서 가져왔는데요.. 아쉽게도 '천하무인' 붓글씨는 아직 없네요. 그 내용은 저리 아름다운 글과 그림으로 담겨있습니다.


*

 
새해를 준비하며 사자성어들을 생각하고, 이렇게 제 마음에 담고살 두 개를 고르고 나니
쌀독을 그득 채운 것마냥 든든합니다. 
2009년에도 블로그 이웃분들과 함께
정도 나누고, 삶도 나누고, 마음도 나누며... 모쪼록 모두들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똑순이네도 모두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이르지만..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아 참참!!! 바통을 넘겨드려야지요~~~

첨 릴레이를 시작한 격물치지님으로부터 시작해 read&lead님을 거쳐 토마토새댁님이 받으셨던 바통,
또 inuit님, buckshot님, 쉐아르 님을 거쳐 미탄님께로 왔던 바통을 제가 받았더랬습니다.(헥헥~~ 계보가 깁니다..^0^;;;)  
음.. 이 바통을 요리와 살림의 달인, 아이들과 삶에 대한 따뜻한 얘기를 들려주시는 '부지깽이' 님께 넘겨봅니다.
받아주실꺼죠~~~?
(아, 이 맛에 '릴레이 숙제'를 하나봅니다. ㅎㅎㅎ 후련합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