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일기'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7.09.02 신을 닮은 구름
  2. 2017.09.02 외출길 단상
  3. 2017.08.30 갑자기 가을
  4. 2017.08.29 아이들 (4)
  5. 2017.08.25 서울 풍경
하루2017.09.02 23:40





저녁 무렵, 구름이 참 멋졌다. 

하얗게, 우뚝 솟아있는 모습이 꼭 신이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토록 슬픔이 많은, 고통이 많은 인간세상을 내려다보며 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놀이터에서 만난 어린 여자아이는 처음 보는 나를 향해 너무 친근하게 활짝 웃어주어서 마음속으로 조금 놀랐는데

조금 더 지켜보니 장애가 있는 것 같았다. 

아이 옆을 지키는 엄마의 눈썹 사이에 깊은 주름이 파여 있었다.

엄마란 어느만큼 힘든 것까지 감당할 수 있어야 하는 걸까. 

어둑해지는 아파트 길로 아이를 안고 걸어가는 엄마의 뒷모습이 강하고도 슬퍼보여서 오래 바라보았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하루2017.09.02 23:36

#1. 


정류장. 죄인처럼 고개 숙인 사람들이 많다. 

스마트폰 보느라.. 죄도 없는데.

고개들고 앞을 보는 사람이고 싶다. 

근데 나도 전화기 꺼내서 사진찍었다. 

(햇볕이 넘 좋길래.. 노트꺼내 벽에 기대 세워놓고. ^^;)




#2.

정류장에서부터 다정히 노모를 챙기던 아들.

버스에 타서도 자리가 없자 어머니한테 "멀리 가지 마세요, 여기 잡으셔요." 한다. 

어머니는 "응. 곧 내리니까" 하신다. 

사위인가..? 너무 다정해. 그리고 존댓말을 쓰잖아. ^^




#3.

버스가 지하철 공사장 옆을 지난다. 불꽃 튀기며 큰 철관을 용접하신다. 

어제 아이들과 자전거타고 바로 이 길 옆 인도를 지날 떄

현장에서 일하다 퇴근하시는 것 같은 젊은 아저씨 한 분 곁을 지났는데 

손에 들고가는 작업모에 이름이 쓰여 있어서 눈길이 갔다. 

이름이 쓰여있는 모자. 

위험한 곳에서 일하다 위험한 일을 겪을 때 나를 알려줄 내 이름이 쓰인 모자. 마음이 아련해졌다. 

건강한 모습으로 퇴근하시는 아저씨의 모습에 안쓰러움과 안도감이 함께 들었었다. 

그 생각을 하며 오늘 아침, 군인들도 철모에 이름이 써있나.. 문득 궁금했다. 

더 열악한 곳에서는, 더 이름없이, 아무 안전장비없이 일하는 분들도 많지...ㅠㅠ

돼지 분뇨를 치우는 작업을 하다 숨진 이주노동자들처럼... 





#4. 

어린이집 등원하는 아이를 데리고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있는 젊은 엄마를 보았다.

나처럼 볼살이 많이 빠졌다.

가느다란 몸매. 가끔 이런 엄마들을 본다.

어린 아기 키우느라 바쁘게 왔다갔다 하는건 모두 비슷하겠지만 

체질 때문인지, 부실한 식사 때문인지, 어디가 아파서인지

살이 빠지고 마르는 사람들.

아이들 좀 크고 많이 쉬면 괜찮아질까. 살이 찔까. 

살이 빠져도 아파보이지 않으면... 힘이 있으면 괜찮지.

아이데리고 매일 버스로 등하원시키는게 쉬운 일이 아닐텐데.. 힘들겠다. 애쓴다. 

신도시 미사에는 지금 유치원도 부족하고, 입학을 해도 차량에 자리가 없어서, 또 학기중에 이사와 그전 동네 어린이집으로 직접 등하원하는 엄마들이 꽤 있는 것 같다. 

내가 엄마가 된 뒤로는 엄마들 모습이 눈에 자주 들어오는데, 

엄마들 참 예쁘다. 

정말로 아름답다. 

육체적 아름다움에 더해서 어떤 기품 같은 것이, 어머니가 된 여자에게서 느껴질 때가 있다. 

그 나름 아픈 시간을 겪은 것, 힘든 수고를 해내고 있는 사람이 받은 선물 같은 것.

그런 아름다움이리라고 생각한다.






#5.

지하철 객차 안에서 큰 소리로 찬송가를 부르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좋은 목소리로, 맨 앞 객차 맨 앞 문옆에 서셔서 여러 곡의 찬송가를 구슬프고 아름답게 부르셨다. 

기관사 아저씨의 자제해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온 후에야 아주머니를 노래를 멈추시고 다음 역에서 내리셨다.

처음 든 생각은 저 분도 마음 속에 지금 피를 흘리고 계신가보다.. 하는 것이었다. 

마음안에 남에게 말하지못하는 슬픔이, 힘겨움이 있어서 저렇게 노래로 울고 계시는거 아닐까.. 하는 거였다.

하지만 어쩌면 그저 선교, 포교 활동이었을지도 모른다.

뒤늦게 이 글을 쓰면서 든 생각은 옛날에, 내가 대학생 시절에 친구들과 이렇게 지하철을 타서

시민들께 유인물을 나눠드리면서 정치연설(?) 같은 것을 하는 지하철 선전활동을 꽤 자주, 많이 했는데

그때는 기관사 아저씨들이 한번도 방송을 안 하셨다는 것. 

지하철 노조 조합원이셨을까. 우리가 탔던 모든 지하철의 기관사 분들이 노조원인 것은 아니었다면

90년대 후반, 2천년대 초반의 사회분위기리는 것은 

그 정도의 정치집회, 선전활동은 그럴 수 있다고 용인해주는 분위기였던걸까. 



왕십리역까지 오고가는 전철 안에서

연습장을 꺼내 가방위에 올려놓고 앉아서 글도 쓰고 그림을 그렸다. 

짧지 않은 시간이 후딱 가고,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갔을 단상이 

못그려서 민망하지만 내게는 큰 즐거움을 주는 내 그림과 함께 남았다.

옆자리에 앉았던 강릉 임계에서 올라왔다는 고등학생에게 반갑다고 말을 걸어(정동진에 가까운 임계에서 온 이 친구는 강릉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닌다는 얘기가 나에게도 들려서;;) 잠시 이야기도 나눌 정도로 마음에 용기가 있었던 외출길이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하루2017.08.30 12:27

날이 갑자기 추워졌다.
가을 처음 맞는 사람처럼 우왕좌왕한다.
애들 긴팔옷을 어디 뒀더라...



부쩍 쌀쌀해진 공기 속에
어린시절 가을운동회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른 아침, 긴팔 긴바지 체육복을 입고 운동장에 나가보면
이슬젖은 땅 위로 하얗게 그어진 줄, 펄럭이는 만국기.
점심 나절쯤엔 엄마와 친척 숙모들, 동네 아줌마들이 모두 오셔서 집집이 돗자리를 깔고 함께 둘러앉아먹던 점심밥.
찰밥과 사이다, 삶은 밤과 계란이 있던
맛있고 푸르고 높고 어느새 따뜻해져있던 가을 한낮.

그리워라.
우리 아이들도 그런 운동회를 하면 좋겠다.





(그림 그리다가 생각난건데 그때 우리 체육복은 위아래가 온통 하얀 츄리닝이었다. 거기에 하얀 실내화..--;; 도대체 엄마들은 빨래를 어떻게 하라고ㅠㅠ 세탁기도 잘 없었고 우린 흙땅에서 맨날 뒹굴고 놀았는데.. 아고ㅜㅜ)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7.08.29 14:57



인형들은 이부자리 곱게 펴서 가지런히 재워주고
저희들은 뒹굴뒹굴 엉켜서 잔다.
인형들아.. 오늘도 고생 많았다. ^^





비염 때문에 콧물이 심해진 연호가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졸라서 오늘은 연제랑 둘 다 집에서 쉬었다.

인젠 제법 커서 집에서 놀아도 엄마를 쫓아다니거나 귀찮게 하지않고
저희들끼리 꿍짝꿍짝 온갖 놀이를 하면서 잘 논다.

엄마 몰래 안방 문을 꼭 닫고 뭔가 재미나게 낄낄거리길래 뭘 하나 했더니
장롱 문을 다 열어놓고 이불들을 끄집어내서
구름같이 펼쳐놓고
장난감들의 놀이동산을 만들었단다.

이만하면 정리하기 아주 힘든 일거리(?)는 아니고
어린시절에 형제가 재미나게 잘 노는 추억이 얼마나 소중하냐.. 생각하며 암말 안하고 있다가
그래도 엄마가 뭐라고 좀 해야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일부러 목소리 톤을 조금 높여
"이 녀석들~~ 이불을 이렇게 끄집어내면 어떡해!" 해줬다.

아.. 역시 난 좋은 엄마야!
너희들 이렇게 맘넓은 엄마한테서 자란걸 고마워해야해~~
혼자 자아도취에 빠져서
인제 이 풍경을 좀 그려볼까 하고 연습장을 들고와 앉으니
아이들이 보드마카를 들고와서 저희들도 내 옆에서 그림을 그려보겠다고 하다가
결국 저희들 팔다리를 시커멓게 칠하고
이불에 까지 점을 찍으려고 하기에
"안 돼! 안돼에~~!!!"
소리를 마구 질러 혼을 내고 화장실에 가서 팔다리를 씻게 했다. 휴....
역시 끝까지 우아하기는 어려운 육아의 길. ㅡㅡ;

언제 크냐, 꼬마들아.
^^

Posted by 연신내새댁
하루2017.08.25 16:42



'서울이 아주 장엄한 구름과 하늘 아래 있는 날.
서울도 그저 하늘 아래에 있는 작은 도시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둔촌동을 지나는 3413 버스 안에서'

하늘을 보는게 좋다.
어디있든 하늘을 보면 이 땅은 작다는 것, 넓은 하늘 아래, 더 멀리 우주 아래
우리는 아주 작은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는게 느껴져서 좋다.
그리고 구름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도 걷고 비둘기들도 걷는다.
좋다.
누구는 걷는데 누구는 날아서 도밍치랴.
같이 걷자.
볕 좋은 늦여름 거리.

- 아이들 데리러 유치원가는 길'


나와 가까이서 도망치지않고 유유히 같이 걷는 비둘기들이 예뻤다.




연제가 냉동실 문을 열어 제 인형이 잘 있는지 살폈다.

"연제야, 곰돌이가 춥지 않을까? 왜 냉동실에 넣어놨어?"

물었더니 돌아온 답.

"곰돌이는 북극곰이잖아~~"

ㅎㅎㅎㅎ

그랬구나~~ 그래서 걔가 거기 있는게 좋겠구나.

엄마는 짐작도 못했네ㅠㅠ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