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09. 8. 14. 21:37

아.
오늘은 정말 더운 날이었습니다.

오후에는 졸려하는 똑순이를 업고 재우는데
너무 더워서 그랬는지 어렵게 잠이 들었던 녀석이 자리에 눕히려고 하니 퍼뜩 깨서 마구 울었습니다.
다시 업고 '자장자장' 노래를 부르며 왔다갔다 하는데 한번 깬 잠은 좀처럼 다시 안들고..
더운 날, 아이까지 업고 있자니 저도 너무 열이 나서 '이러다 더위먹겠다' 싶더라구요.
얼른 낮잠 재우기를 포기하고 욕조에 물을 받았습니다.

둘이 들어가 첨벙첨벙 물장난도 하고, 비치볼도 띄워서 놀다보니 열이 좀 식는 것 같았어요.
욕실에서도 똑순이의 도전은 그칠줄 몰라서 오늘은 욕조위로 기어올라가 드디어 세면대에 들어가 앉았습니다.
^^;;;;
세면대에 들어가앉으니 딱 사이즈가 맞아서 잘 놀고, 잘 씻고..
그렇게 뜨거운 오후열을 피해 엄마랑 똑순이랑 욕실로 피서를 다녀왔네요. 

아이들 크는건 잠깐이라더니.. 씻고 밥먹고 일찍 잠자리에 누워 뒹굴거리는 똑순이를 보고 있자니
키가 며칠새 또 큰 것 같아 신기하고 뭉클했습니다.
아이가 크는 과정을 이렇게 한순간도 빼놓지않고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생각하니 가슴이 뻐근하게 고마워졌습니다. 

더운날에도 엄마 품에 꼭 붙어 하루에도 서너번은 땀을 뻘뻘 흘리며 젖을 빨고, 
더운 밥에, 끓여식힌 미지근한 물에.. 더운 김내며 삶아 쨍쨍한 여름볕에 말린 두툼한 천기저귀까지 하고
이 작은 포유동물 녀석은 오늘도 열심히 자랐습니다.
이 녀석의 하늘하늘한 머리카락 감촉, 갈수록 애교가 늘어 엄마를 녹여버리는 미소,
뭔가 신기한 것을 손에 쥐고 제법 진지하게 집중하는 모습.
이런 것들이 또 이 시절의 잊지못할 영상으로 제 기억에 남게 될 것입니다.

아!
어제부터는 또 한가지 놀라운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똑순이가 숟가락질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와아~~~!!!!
언제부터였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아무튼 숟가락의 주도권을 똑순이에게 넘긴 이래
늘 손으로만 열심히 집어먹던 녀석이 (그러다 마지막엔 똑순이가 꼭 쥐고있던 숟가락을 가져와 엄마가 떠먹여주는 것으로 식사를 마치던)
드디어 어제 저녁부터는 제 손으로 숟가락질을 해서 밥을 먹기 시작한 것입니다.
'14개월하고 열흘째, 김똑순 숟가락질 하다'라고 블로그에 대문짝만하게 써둡니다. ㅎㅎ

그 작은 손으로 한 숟갈 그득하게 푹 퍼서 흘릴세라 입에 얼른 넣고, 냠냠 씹어먹는 장면은 눈물날만큼 감동적이었습니다.
늘 보던 아이인데, 어제는 어찌나 신기한지 똑순이 밥떠먹는걸 보고 웃으라 새댁는 밥먹는 것도 잠시 잊었고요. 
늘 한손엔 숟가락을 쥐고, 다른 손으론 밥을 주물러 식탁 주변을 온통 밥풀천지로 만들어놓고,
엄마의 숟가락질하는 모습에도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더니만...

아마도 이것은 제가 보기에는 '갑자기' 일어난 변화같지만  
사실은 똑순이가 마음으로, 손으로 열심히 준비해서 드디어 펼쳐보인 성장일 것입니다. 
성장은 이렇게 기다리다보면 불쑥 찾아오는 선물같은 것이구나.. 싶습니다.
제 안에서 열심히 준비하는 동안, 그 의지를 꺽지말고, 북돋워주며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식탁밑은 어지럽지만...
곧 우리집에도 식탁 밑에 밥풀과 반찬이 떨어지지 않는 날이 올 것입니다. 음하하! ^--------^
엄마는 믿고 있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 7. 3. 16:09


오늘따라 유난히 낮잠 들이기를 어려워하며 엄마 등에 업혀 낑낑대던 똑순이가
결국 등에서 내려와 엄마 젖을 먹고 잠에 막 빠져들던 순간에 집 밖에도 시원하게 비가 쏟아졌습니다. 

아침부터 우르릉 우르릉 천둥소리만 연거푸 울려오더니 드디어 비가 옵니다.
똑순이 잠투정이 길어지면서 어느새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했던 새댁의 들끓던 마음도 시원한 빗소리에 차츰 가라앉습니다.

요사이에는 어느새 단련(?)이 많이 되었는지 똑순이의 어지간한 행동에는 신기하게도 화가 안나서
스스로 대견해하며 살았건만, 역시.. 아직 갈길은 멀기만 한가봅니다.
다행히 엄마가 폭발하기 전에 잠이 든 똑순이와, 때마침 내려준 시원한 빗줄기에 감사해하며
모처럼 나를 위해 커피 한잔을 타놓고
랜터 윌슨 스미스 라는 사람이 썼다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제목이 시를 찾아 읽었습니다.



어느 날 페르시아의 왕이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올 것을 명령했다.

신하들은 밤새 모여 앉아 토론한 끝에
마침내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만족해 했다.
반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류시화 엮음,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중에서.







 + 한바탕 소나기 퍼붇더니 어느새 그치고 해가 났습니다. 천둥번개 요란한 와중에도 빙글빙글 돌며 똑순이는 잘 잤습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육아에도 참 절실한 경구인 것 같습니다.

제가 자주 육아 조언을 구하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선배언니가 이런 얘길 해준 적이 있어요. 
엄마들이 아이들의 서툰(?) 행동을 잘 참을 수 없는 건 '얘가 계속 이러면 어쩌나'하는 걱정 때문인 것 같다구요. 
하지만 아이들은 계속 자라고, 지금의 장난이나 서툰 행동도 더이상 하지 않게 되는 때가 온다는 걸
그 순간에 생각할 수 있다면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과하게 다그치는 걸 좀 덜할 수 있을 거라는 얘기였습니다.

언니는 첫 아이가 이유식을 흘리며 먹는걸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고 해요.
어린 아기가 당연히 숟가락질을 제대로 잘 할리 없고,
또 음식의 색깔, 모양, 감촉이 모두 신기하기만한 아이가 밥먹을때 어질르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데도
매끼, 밥먹는 아이 주변이 밥풀과 이런저런 음식으로 어지러워지는 것을 견딜 수가 없어서
아이에게 소리도 치고 화도 내고 속상해 울기도 했었다는 거예요.
그래도 아이는 계속 어지르고 언니는 화내고..
그러다 어느결에 보니 끝나지않을 것처럼 반복되던 그 시절은 지나가고 아이는 자라있더라면서 
'(아이에 대해 걱정되는) 어떤 것도 끝나지 않는건 없으니 너무 걱정말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똑순이 낳기전에 들었던 이 얘길 다시 떠올리게 된 건 똑순이의 이유식 3라운드가 시작되면서였습니다.
(1라운드- "신기한 걸 주세요", 2라운드-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참조~^^;;)


자신이 평소 무척 깔끔한 성격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이유식먹는 아기와 함께 밥을 먹으면
상상을 초월하는 그 지저분함(?)에 깜짝 놀랄만큼 아기들은 밥을 지저분하게 먹습니다. ^^;
물론 엄마가 깔끔하게 숟가락으로 떠먹여주고 그걸 잘 받아먹는 아기라면 다르겠지만 똑순이의 그 시절은 금방 끝나버렸어요.
돌 즈음부터 똑순이는 엄마가 떠먹여주는 음식은 뱉어내고 제 손으로 입에 넣은 음식만 씹어 삼키는 결연한(?) 태도로 
음식에 대한 제 호기심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스스로 먹겠다는 의지를 단호하게 밝혔습니다. 
흥....!!!!! 

저 먹일려고 특별히 좋은 재료써서, 정성껏 만들어준 이유식을 고스란히 뱉어내는게 넘 괘씸하기도 하고,
엄마 숟가락은 거부하고 제 손으로만 음식을 집어먹으려고 하는 똑순이에게 화도 많이 났습니다.
그러면서도 자꾸 손으로 음식을 헤집고 주무르는 통에 식탁 주변과 옷은 금새 엉망이 되었고요.
저는 어린아기를 앞에 두고 혼자 화를 내다 야단을 치다.. 제풀에 지쳐 정말 울고싶은 심정이 되기 일쑤였어요.

그러다 문득 저 얘기가 생각났습니다. 
그래.. 이 시절은 지나간다. 
이렇게 혼자 먹으려고 바둥대고, 지저분하게 밥먹는 시절도 영원히 지속되는건 아니다. 아이는 자랄꺼야.
 
게다가 다른 것도 아니고 독립을 하겠다는데.. 엄마로서 환영해야할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 손으로 밥을 먹고 싶어하는 아이를 기특하게 여기기로 마음을 고쳐먹고
대신 아이에게 턱받이를 꽁꽁 매주고 식탁의자 밑으로 신문지 세 장을 곱게 펴서 깔아줬습니다.
좋아, 어디 네가 원하는데로 해봐!

그때부터 똑순이는 식사시간마다 밥그릇에 담긴 야채들부터 신나게 제 손으로 집어 먹은 다음, 
밥도 손으로 집어서 옆에 있는 물컵에 넣고, 숟가락으로 푹푹 찌르고 휘젓습니다. 
그 와중에 밥알과 물과 야채조각들이 신문지 위로 후두둑 떨어집니다.
그 소리가 재밌어서 일부러 떨구기도 하고, 그럼 엄마한테 야단을 좀 맞습니다.  
가끔은 한 손가득 밥을 집어서 바로 입에 넣으려고 하다 온 얼굴에 밥풀을 덕지덕지 묻혀 놓습니다. ^^;;;;;;

처음엔 그 모습이 너무 지저분해 엄마인 저도 당황했으나 곧 "아고.. 어디 인도에서 오셨어요?"하며 웃어 넘기게 되었습니다. 
"똑순아, 이 모습은 엄마랑 너랑만 아는 비밀로 하자. 사람들이 알면 우릴 싫어할꺼야~~" 하고 말하며 웃으면
똑순이도 저를 보며 해맑게 웃습니다. ㅎㅎㅎ






+ 똑순이가 요즘 제일 사랑하는 과일, 수박이 왔습니다. 
새댁이 주문하는 생협물품이 배송돼오면 똑순이는 무척 신나합니다^^ 제 몸만한 수박을 굴려 굴려 가더니.. 
 





+ '앙~! 다 먹어줄테다~~' 어느새 깨물고 있습니다. ^^;;;



 
똑순이가 그렇게 한참 제 맘대로 밥을 먹는 동안 저는 제 밥을 열심히 먹습니다.
그전처럼 똑순이 밥 다 먹일 때까지 배고파하며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건 정말 좋습니다.
지저분해지는 것만 견디면 아이도, 엄마도 함께 즐겁게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 

나중에 하정훈샘의 '삐뽀삐뽀 우리 아이 이유식'을 다시 펼쳐보니 돌쯤 내용에
'아이가 숟가락질을 하고싶어하면 하게해주시라, 자꾸 못하게 하면 음식에 대한 흥미도 잃고 나중엔 밥숟가락 자체를 거부하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아고... 우리가 딱 그 상황에 처했던 건가 봅니다. 
똑순이의 단식투쟁(? 엄마가 떠주는 음식은 거부하는~^^;) 덕분에 상황이 더 심해지기 전에
음식에 대한 똑순이의 관심과 스스로 먹겠다는 자립심을 살려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혹은 꼭 그 이유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 이유로 똑순이가 밥을 안먹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젖을 많이 먹고 있었다던가, 밥이 맛이 넘 없었다든가...^^;;;
정확한 원인을 찾긴 어렵지만 그 시점에 음식을 마음껏 탐색하고 스스로 먹도록 변화를 준 것이 
다행히 똑순이가 다양한 음식의 질감과 맛을 느껴보는 재미(?)에 빠져
일단은 식탁에 앉아 밥먹기를 좋아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 밥을 기다리는 동안 장갑을 끼고 놀고 있습니다. 새로운 놀이가 맘에 들어요~!ㅎㅎ



스스로 밥을 먹은지 어느새 한 달이 넘었습니다.
똑순이 여전히 많은 양을 흘리지만 먹는 양도 그럭저럭 꽤 많습니다. 
잘된 일은 제 손으로 잘 집어먹을 수 있는 야채들을 무척 좋아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어떤 야채도 말랑하기만 하면 가리지않고 다 잘 먹습니다. 
밥은 제 손으로 물에 말고 잠시 숟가락으로 떠먹으려 노력하다 잘 안되면 그때부턴 엄마가 떠줘도 잘 받아먹습니다. 

숟가락은 아직 한 손에 꼭 쥐고만 있지만 포크는 이제 제법 잘 쓰고, 
물티슈를 주면 상위를 싹싹 닦을 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훨씬 편합니다. ㅋㅋ   
신문지와 바닥에 떨어지는 밥풀 양은 들쭉날쭉 하는데 새롭고 신기한 음식을 먹을땐 거의 안흘리지만,
2끼 이상 같은 음식이 나오면 갑자기 확 늘어납니다. 벌써부터 반찬투정을~~~ㅠㅠ  

저 책에 따르면 18개월쯤 되면 아이들이 숟가락질을 대략 잘하게 된다고 하니...
이제 5달만 기다리면 됩니다. 
다행히 우리는 일간신문을 구독하고 있고,
엄마의 인내심도 자주 바닥 가까이 가긴 하지만 그럭저럭 충전하면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증거사진들만 좀 찍어놨다가 나중에 똑순이가 저 혼자 큰것처럼 잘난 척하면 이 사진들을 공개하겠다고 점잖게 일러줘야겠습니다.







+ 앗! 엄마, 부끄러워요~ㅎㅎㅎㅎ
요즘 좋아하는 '까꿍놀이' 중입니다. 피자판도 들고 까꿍~ 했는데 그건 사진이 없네요. ^^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너무나 예쁜 아기 시절의 모습과 장난들도, 미숙하고 어설프기만한 아기 시절의 행동들도 곧 지나가버릴 것들이라 생각하니 살짝 아쉽습니다. 
그러나.. 지나갈 것들은 잘 지나가야하는 것임을, 잘 떠나보내는 것이 삶과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이를 키우며 새로 배웁니다.
언젠가는 지나가버릴 이 모든 순간들을 잘 견디며, 더 사랑하며 살아야겠습니다.
그 날이 오면 정말로 멋지게 안녕!을 하고 똑순이도 새댁도 새로운 내일로 걸어갈 것입니다.  







+ 비 그치고 나니 베란다 장독대위에 빗물이 고였습니다.
세찬 소나기가 언제 있었냐는 듯 고여있는 물은 점잖기만 합니다.
우리 아이도 이 시절이 언제 있었냐는듯 숟가락질 잘하고, 혼자 잠도 잘 자고, 엄마한테 떼쓰며 매달리지도 않는.. 그런 날이 오겠지요? ^^;; (꼭 와야합니다!!!)
시침 뚝 떼고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화분과 장독대 한장 찍어보았습니다. 

어제 오전에 쓰기 시작한 글인데 오늘 오후에야 끝냅니다. 아고.. 애기엄마, 글 한편 쓰기가 참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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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 5. 6. 10:50

똑순이가 무럭무럭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엄마는 육아책을 보고 아이를 거기에 맞춰 키우려고 하지만
똑순이는 때로는 그보다 빠르게, 때로는 늦게.. 
제 나름의 속도로 부지런히 자라고 있습니다.^^

새댁과 똑순이, 외가집에 잘 다녀왔습니다. 
가서 어찌나 신나게 놀다왔는지
다시 엄마랑 둘이만 지내게되는 서울집에서의 낮시간을
똑순이가 넘 심심해하면 어쩌나 걱정입니다. 

친정 가기 전에 똑순이 이유식 먹이기가 넘 힘들다고 푸념하고 내려갔는데..
아구야~~
외가집에 가서 외할머니가 주는 밥을 어찌나 잘 먹는지요!
엄마는 순간 배신감을 느낄 정도였습니다.ㅠㅠ  

첫날은 엄마식대로 야채랑 고기넣고 죽을 만들어줬는데
요녀석, 여전히 고개를 도리도리 돌리며 안먹는거예요.
그 즉시 할머니, '야가 죽이 싫은갑다, 밥먹여보자~'하시더니
밥을 국에 적셔 한입 줘보셨는데...
아고 요놈, 혹시 죽이 아닌가 의심의 눈초리로 한참 숟가락을 바라보더니 
드디어 배가 고팠다는듯이 낼름 받아먹는거예요.
그 뒤로는.. 밥숟가락을 꿀떡꿀떡....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외증조할머니로부터 '이렇게 밥 잘 먹는 아가는 첨 보겠다, 밥 잘먹으니 얼마나 예쁘냐~~' 하는
칭찬을 한사발 들어가며 매끼 신나게 밥을 먹었습니다. 
급기야 식사 때가 되면 '빠빠~(밥밥)'을 외치며 먼저 부엌으로 기어오기까지 했습니다.
엄마만 할 말이 없어졌지요. 음 -.........-


이번 이유식 사태(?)의 전후 상황을 정리해보니..

1. 11개월이 다되가는 똑순이는 밥이 먹고 싶었고, 죽은 지겨웠다..ㅠㅠ
2. 그러나 엄마는 육아책에서 본대로 12개월까지는 무른밥(밥을 넣고 한번 끓인 죽)을 먹이려고 계속 죽을 줬다.
3. 똑순이는 이유식을 거부했으나 엄마는 각종 신기한 장난감을 식탁위에 놓아주며 구슬렸다.
4. 엄마가 장난감을 자꾸 주자 똑순이는 식탁의자를 노는 곳으로 알고 점점 노는데 열중했고, 이유식은 뒷전이었다.
5. 그러나 외할머니는 자기가 원하는 밥을 주었으므로 똑순이는 한눈팔지 않고 신나게 열심히 밥을 받아먹었다.
6. '식탁에 가면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 똑순이는 이제 배고플때는 부엌 식탁으로 기어가서 '빠빠(밥)~'라고 말하게 되었다. 
  
가 되겠네요. 에궁~ 


아이의 요구가 뭔지, 관심이 뭔지.. 좀 더 잘 살폈어야 하는데...
새댁도 물론 죽을 자꾸 거부하는 똑순이에게 가끔 밥을 먹여보기도 했지만,
따로 똑순이 반찬이나 국을 준비한게 없으니 물에만 말아먹이기도 그렇고 해서 한두 숟갈 먹이고는
또 준비한 죽을 먹이려고 낑낑거렸었거든요.
 
똑순이가 밥은 곧잘 받아먹는걸 보면서도 과감하게 밥으로 전환하지 못했던건..
초보엄마 새댁이 이유식책에 '되도록이면 12개월까지는 죽을 먹는 것이 좋다'고 나온 것을 보고
어떻게든 돌때까지는 죽을 먹여보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뭐가 '좋다'고 하면 참 그거 아닌 쪽으로는 손이 잘 안가는게 엄마 마음인 것 같기도 하고요, 
그치만 우리 아이의 발달 속도나 관심은 책에 나온 것과는 다를 수 있다는걸 늘 염두에 두고
아이를 잘 살펴보고 한걸음씩 앞으로 같이 나가야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번 소동(?)으로 새댁, 새삼 많이 느끼고 배웠어요. ^^
그간 엄마가 귀닫고, 눈닫고 답답하게 한게 무척 미안했고요..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있는 똑순이가 새삼 고마웠습니다. 
똑순아, 엄마가 잘 할려고 그랬던 건데 정말 미안해~^^;;
 
  
서울에 돌아와서도 똑순이, 제 식탁의자에 앉아 그전처럼 고개 홱홱 안돌리고 밥 잘 받아먹고 있습니다.
이제는 따로 죽끓이던 시절이 지나가고,
좀 진밥에, 어른들과 같은 재료지만 짜거나 맵지 않은 국이나 반찬을 차려줍니다.
따로 죽끓이는 수고가 덜어지니 엄마는 한결 수월합니다.
육아의 또 한 시절이 지나간 것같아 마음은 시원섭섭하네요~^^ 

아고, 낮잠자던 녀석이 깼어요~~
사진은 이따 올려야겠습니다! ^^






외가집을 떠나던 날 외증조할머니와 똑순이~
이방 저방 기어다니며 온데 사방 다 만지고 곤지곤지 짝짜꿍하던 예쁜 녀석이 가고나니
집은 절간같고 똑순이가 눈에 삼삼하다시는 울 할머니.  






똑순이는 외가집에서 하도 마당에 자주 나가 논 탓에 서울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밖에 나가자고 조릅니다.
어제는 신랑이, 오늘은 새댁이 똑순이 델꼬 아파트 놀이터랑 복도에 종일 나갔다 들어왔다 했습니다. 효..
그래도 날이 따뜻하고
아파트 화단에도 고향집 마당처럼 꽃이 피고 벌이 날아다녀 다행입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 4. 12. 11:32



아기가 쑥쑥 자라니 점점 할 줄 아는 것도 많아지고, 궁금한 것도 많아지고... 힘도 세져서
엄마가 다급할 때가 아주 많아졌습니다.




"똑순아~ 거울은 위험한 거야, 그렇게 흔들면 떨어져~~~~~!"
벽에 걸려있는 길다란 거울을 붙잡고 일어서서 흔들지 않나..ㅠㅠ 

"똑순아~ 화분! 화분! 그 도자기 화분 그러다 쓰러진다~~~~!!!"
그러다 정말 쓰러졌습니다. ㅜㅜㅜㅜㅜ
다행히 화분만 크게 금이 가고, 똑순이는 다치는 않았어요.
그래도 얼마나 놀랐는지... 이건 꽤 오래전 일인데.. 그때부터 힘이 세더니 요즘은 점점 더 합니다.
겁이 없어서 그런가.. 아기들은 온 몸의 체중을 실어 뭔가를 흔들고 붙잡고 일어섭니다.

이 화분은 똑순이 태어났을때 아빠 회사분들이 축하선물로 보내주신 것입니다.
똑순이와 함께 잘 자라다 화분이 깨지는 수난을 겪고 더 큰 화분으로 분갈이를 했습니다.
분갈이 후에도 튼튼히 잘 자라주어 참 고맙습니다. 효..ㅎ
그 날 이후 새댁네 집안에 있던 화분들은 모두 베란다로 이사(대피?)를 했는데
요즘은 똑순이가 베란다에도 자꾸 나가보고 싶어해서 어찌해야할지 걱정입니다.



 화분의 3단계 변신... 지난 겨울 깨졌을때 똑순이 기저귀봉지를 두르고 무사히 겨울을 났습니다.^^;;

 


이렇게 위험한 순간도 가끔 있지만, 대개는 자잘한 실강이가 많습니다.

특히 이유식 먹을때...

제 숟가락과 포크를 들고 먹는 연습을 하다가
제 옷에 흘리고, 거실 곳곳으로 날리고, 엄마 옷에 바르는 정도는 뭐 양호합니다. 

"똑순아, 마시는 물컵에는 손 넣는거 아냐~~ 손 씻을때만 바가지에 손 넣어야지...."
그래도 물을 좋아하는 똑순이, 제 컵에 손을 넣고 싶어 안달입니다.
실강이끝에.. 물이 쏟아지지요.ㅠ
투덜투덜.. 하며 엄마가 걸레가지러 가는 동안 똑순이는 쏟아진 물만지며 신나게 물장난~!

때때로 단식투쟁도 합니다. (요 어린것이 벌써~!!!)
똑순이 식탁으로 쓰는 범보의자에서 꺼내달라는 것입니다. 
이유식은 반도 아직 안먹었는데.. 갑갑하다고 낑낑끙끙 난립니다.
입을 꼭 다물고 숟가락을 완강히 거부하며 "에! 에! 응! 응!" 꺼내달라고 팔을 휘젓습니다.
ㅜㅜ
어쩔수없이 식탁을 빼고, 범보의자에서 일으켜주면 
배시시 웃으며 작은 식탁 주위를 뺑뻉 돌며 이유식을 받아먹습니다.
밥먹을때 돌아다니는 아이들땜에 고생하는 엄마들을 많이 봐온 새댁, 
절대! 따라다니면서는 안먹이겠다고 결심했는데..
대신 똑순이가 놀다가 엄마한테 올때까지 기다리고, 얼르고, 장난감과 책으로 꼬시고...
그러느라 이유식먹는 시간이 전보다 배는 길어졌습니다. ㅠ

이제는 범보의자 졸업할 때도 된 것 같아 어제는 유아용 식탁의자를 주문했습니다. 
그럼 좀 잘 앉아 먹으려나요~ 한가닥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똑순이와 함께 새댁과 신랑도 다시 식탁으로 컴백할 생각을 하니 왠지 감격스럽기도 합니다. 잘 되야될텐데~^^;

젖 먹을때도 요즘은 실갱이가 장난아닙니다. 
이유식을 잘 먹으면서 젖먹는 횟수는 많이 줄어든 똑순이, 잘 때를 포함해서 하루에 5~6번 먹는데요
낮에 먹는 세번은 여지없이 낮잠으로 연결됩니다. 졸릴때 젖을 빨며 잠에 빠져드는 것이지요...
그런데, 요녀석 젖먹으며 엄마 머리카락은 왜그리 쥐어뜯는지..ㅠㅠ
갓난아기 시절에는 젖먹으며 엄마 얼굴도 만지고, 머리카락도 만지는 손길이 그렇게 부드럽고 귀엽더니..
이제는 손아귀 힘도 장난아닌 녀석이 엄마 머리카락을 홱 잡아채서 퍽퍽 당깁니다. 
못하게 하면 먹던 젖도 그만 먹고 휙 일어나 놀러가버리던가, 졸려서 눈이 벌건채로 낑낑 거리니...
어쩔수없이 새댁, 잠들기 전까지 머리카락을 똑순이 러비(아기들이 잠올때 안고 물고 뜯고 자는 인형이나 천)로 내주고 있습니다.
똑순이가 큰 뒤에.. 다른건 뭐 보상하라 하고픈 맘이 없지만 
가뜩이나 숱없는 엄마 머리카락을 다 뽑아버린 것은 보상받아얄 것 같습니다.ㅠㅠ


  




'글쎄 난 잘 모르겠는걸~' 하품하며 딴청부립니다. 요녀석~~! 많이 컸지요? ^^


+


아무튼 이런저런 실갱이속에 아침 해가 뜨고, 저녁 해가 지는 요즘입니다. 
휴..
커가는 아이를 따라다니려니 힘도 딸리고, 어지러워지는 집안만큼 마음도 헝클어질 때가 많지만..
그래도 실갱이 할 것이 늘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똑순이가 많이 자라고 있다는 얘기겠지요.

아이는 재빠르고, 마음은 급하고, 화도 나고 하니..
새댁 입에서 "안돼!"란 말이 너무 쉽게, 아무 부연설명없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세상은 신기하고 궁금한 것 투성이인데 엄마는 못 하게만 하고, 소리치고..
그래서 똑순이가 답답하고 화나는 상황에 처하게하고 싶진 않은데요. 
왜 안 되는지 똑순이가 납득할 수 있게 잘 설명하고, 서로 합의(?)하에 규칙을 정하고 
서로 배려하고 존중해주며 함께 지냈음 좋겠다... 바래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서랍장과 싱크대 문을 열고 탐색하기 시작한 똑순이,
요녀석과 함께 보낼 봄이 기대됩니다. 
과연 저는 분노와 짜증을 잘 컨트롤해가며 아이와 평화롭게 지낼수 있을까요?
스스로에게 기대와 걱정이 교차합니다. 
엄마부터 마음수련 잘 하며 많이 자라야겠습니다. 아자자~!^^




엄말 너무 시험에 들게하지 말아라, 얘야~~ㅎ







엄마, 난 세상이 너무 궁금해요~ 온통 궁금한 것 투성이야!
그래.. 아가야, 마음껏 부딪히며 네 궁금함을 풀어보렴.. 단, 다치지만 말고..^^;;;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 2. 17. 21:28



친정에 잘 다녀왔습니다.
걱정해주신 덕분에 유선염은 잘 나았구요,
똑순이도 저도 어른들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공기좋은 시골에서 즐겁게 지냈습니다.

돌아와 짐풀고, 집 치우고.. 다시 우리집에 적응하는데 이틀쯤 걸린 것같습니다.
어제는 잠을 잘 못들여 보채던 똑순이가 오늘은 낮잠도 잘 자고,
밤잠도 조금 어렵긴했지만 그래도 어제보단 훨씬 쉽게 든걸보면
엄마랑 둘이 지내는(아빠도 물론 함께 있지요~^^ 아침 출근전 1시간정도~~?;;) 서울생활의 리듬이 다시 살아나나 봅니다.

오늘 모처럼 깨끗해진 집에서 하루종일 똑순이랑 놀면서
문득 '이녀석이 언제 이렇게 컸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젖을 먹이며 보니 이제는 제 키보다 훨씬 작아진 수유쿠션 아래로 두 다리가 쑥 내려와있고,
식탁 다리를 붙잡고 선 녀석을 잡아주며 보니 어느새 식탁다리만큼 키가 컸습니다.
보행기를 잡고 일어서서는 살살 밀며 몇발짝 걷는 모습도 신기하고..
오늘은 처음으로 엄마 한쪽 무릎에 의젓하게 앉아 그림책 한권을 집중해서 다 보았습니다. ^^

웃음, 이런저런 소리들, 다양한 표정으로 제법 저와 대화를 나누는 녀석을 보며 
아 어느새 이 아이가 참 많이 자랐구나.. 싶어 혼자 괜히 뭉클했습니다.

+

유선염을 앓고 나서 한며칠 소화가 잘 안되길래 내과에 갔더니
의사샘께서 위장이 많이 안좋은것 같다며 서울가서 위내시경을 꼭 받아보라고 하셨습니다. 
'약을 한 두세달은 드셔야할 것'이라는 엄포를 듣고
일주일치 약을 받아와 친정집에 있는 동안 먹었는데 약을 다 먹고나니 또 소화가 안됩니다. 
신랑쉬는 토욜에 같이 병원에 다녀와야겠어요..

아기와 둘이만 있을 때는 조용히 앉아 천천히 밥 먹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신랑과 함께 먹는 아침 정도나 제때 챙겨먹을까..
겨우 재운 아기 깨울까싶어 대충 빵같은 걸로 점심을 떼울 때도 많고
신랑 늦을 때는 저녁까지 혼자 대충 챙겨먹게 됩니다.

이유식 시작하고 나서는 똑순이랑 둘이 마주앉아 밥을 먹으니
밥은 좀더 잘 챙겨먹게 됐는데 
아가 밥 먹이는데 바빠 제 밥은 그야말로 초스피드로 입안에 털어넣고 삼키는 수준입니다. 
그러다보니 가끔씩 소화가 잘 안되 끙끙거리고, 배탈도 곧잘 나고.. 결국 위가 탈이 났나봅니다.

유선염을 앓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냥 계속 '소화가 좀 안되네..'하면서 지냈을 것입니다.
심하게 아프고 나니 아픈것에 대한 무서움이 커져
이곳저곳 약해져있던 몸 곳곳을 돌아보게 됩니다.
더 많이 아파지기 전에 찬찬히 잘 살펴서 고장 안나게 다독거려야겠습니다.

똑순이가 무럭무럭 자라는 동안 
새댁과 신랑은 이렇게 조금씩 늙어가는 거겠지요. 
아직 돌도 안된 아가를 둔 초보엄마 새댁이 할머니 다된듯 폼잡았나요~ㅎ
(그래도 서른 될때면 왠지 '서른즈음에' 한번은 꼭 불러줘야 맛이잖아요~~)  

왠지 늙어간다는 것이 참 가깝게 느껴지는 '아프고 난후'입니다..^^

 




+ 외할아버지와 신나게 놀고있는 똑순입니다. 많이 컸지요? ^^ 곧 똑순이 외가집다녀온 사진들 함 올릴까 싶습니다.



+ 기왕 앓고난 유선염이니 혹여 도움되실까 싶어 정리해놓습니다.   

유선염을 예방하는데는 아기에게 열심히 젖을 빨려서 뭉치지 않게 하는것 만한게 없는듯 합니다.
열나고 심하게 아프면 빨리 병원에 가서 해열제나 항생제 처방을 받고 
유방마사지로 뭉친 젖을 짜내는게 좋은 것같아요.
그때도 아가에게 안아픈 쪽 젖부터 물려서 아픈쪽에도 젖이 돌게 한후
아픈쪽 젖까지 열심히 빨게해 젖을 빼구요...
유방에 열감이 많이 남아있을때는 냉팩을 손수건으로 싸서 붙여둡니다.
잘 씻고 물기를 닦은 양배추를 가슴에 붙이고 그 위에 냉팩을 붙이기도 하는데, 양배추는 유륜에는 닿지 않게 합니다(감염의 위험이 있으므로)
양배추는 젖량을 줄이기도 하므로 너무 오래 붙이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네요...

모유수유, 참 힘들고도 행복한 일입니다.
신비롭기도 하고요.. 내 몸에서 한 아이를 키울 양식이 나오다니..!
엄마가 마음 편하게, 몸도 건강하게 지내야 모유수유도 잘 할 수 있는것 같아요.
오늘도 아가랑 함께 울고 웃고 있는 엄마님들, 모두 건강하세요~~^^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 2. 11. 16:50

모유수유 8개월차에 접어들던 지난주 금요일쯤
새댁이 갑작스레 유선염('젖몸살'이라고 보통 불리지요)을 심하게 앓았습니다.

똑순이낳고 8개월.. 처음으로 심하게 앓아본 것인데요
보통 모유수유 초기에 많이 앓는다고 하는데 새댁은 이제사 그 지독한 아픔을 체험해 보았습니다ㅠㅠ

저녁부터 몸이 좀 이상했어요. 소화도 잘 안되는것 같고, 이상하게 속이 허한것 같기도 하고.. 좀 으실으실 떨리기도 했구요..
그러다 급기야 밤 11시쯤부터 열이 나기 시작하는데 처음엔 감기가 왔나 했습니다.
그런데 자다깬 똑순이에게 젖을 먹여 재웠고 화장실에 가서보니 
가슴이 딴딴하게 부어있고 유두가 따끔거리면서 아픈 것입니다.

앗..! 유선염인가..?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심하진 않았지만 처음 아기낳고 모유수유 시작할때 
병원에 있는 일주일동안 유두에 상처도 종종 나고 유방이 붓기도 해서 유선염 연고를 발라 진정시키곤 했거든요.
그때의 아픔이 떠올라 겁이 확 났습니다.
그간 쓰지않던 연고를 찾아 바르고 잠을 청했지만 잠은 오지않고 몸이 점점 떨려왔습니다.

아.... 
세상에 태어나 그렇게 지독한 오한은 처음 겪어 봤습니다.
부들부들.. 이란 표현이 부족한 것 같은데요.. 몸이 나도 모르게 툭툭 튀어오를 정도로 떨리고 
두꺼운 이불을 두개가 덮었는데도 냉기가 몸을 파고들어 너무나 괴로웠습니다.
갑작스러운 증상에 깜짝 놀란 신랑이 체온을 재보니 40도가 넘는 것입니다. 

책을 찾고, 똑순이낳았던 병원의 모유수유원(다른 산부인과의 산후조리원과 같은 시설인데 모유수유를 전문적으로 도와줍니다)에 전화해서 문의하고..
그사이 새댁은 자다깬 똑순이에게 한번 더 젖을 주고 냉팩을 가슴에 붙이고 끙끙 앓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지독하던 오한은 멈췄지만 열은 계속 39도를 오르내리고 있었습니다.

결국 새벽3시에 중무장시킨 똑순이를 들쳐안고 새댁과 신랑, 모유수유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당직중이던 간호사분들이 새댁의 열을 재고는 깜짝 놀라시더군요. 
고생했다며 주사를 놓고, 가슴맛사지를 해서 뭉쳐있는 젖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한 시간정도 지난 후에야 가슴이 조금 시원해지더군요...

다행히 그 새벽에 똑순이는 울지도 않고(똑순이가 울어서 갓 태어난 동생들을 깨울까봐 내심 마음 많이 졸였는데) 
모유수유원에서 치료받는 엄마를 응원하며 아빠품에 잘 안겨 2시간 가까운 시간을 잘 있어주었습니다.

새벽 5시 넘어 집에 돌아와서는 세 식구가 모두 정신없이 곯아떨어졌습니다.
아침이 되니 젖몸살은 많이 덜해졌지만
죽을 고비(너무 심한 엄살같지만... 고열과 오한에 시달릴때는 정말 이대로 죽나부다 싶었어요ㅠㅠ)를 넘긴것마냥
새댁, 기운이 쭉 빠져 움직이기도 쉽지 않았답니다.
결국 신랑이 월차를 내고 새댁죽과 똑순이 이유식을 끓여 아침을 차려주고.. 다시 세 식구가 한잠 자고는
신랑이 동을 떠서 부랴부랴 짐을 꾸려 시골 친정으로 내려왔습니다.

집에 내려올때는 너무 정신이 없고 아파서 잘 몰랐지만 제 몰골이 정말 초췌했었나봅니다. 
엄마아빠가 깜짝 놀라셨습니다.
부모님께 걱정끼쳐 드린 듯해 죄송합니다.
하지만 덕분에 엄마가 해주시는 맛있는 밥도 먹고, 
할아부지 할무니가 똑순이를 잘 봐주셔서 새댁 모처럼 푹 쉬며 몸을 추스리고 있습니다.

휴....
유선염, 젖몸살.. 정말 무섭습니다.
똑순이는 요즘 이유식을 잘 먹는데 그 양이 늘어서 젖을 좀 적게 먹게 되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과로나 스트레스도 원인이 된다네요.. 요즘 새댁이 좀 자주 피곤하다고 느꼈었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아무튼 모유수유하시는 분들 모두 조심하셔서 절대! 안 걸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젖몸살을 앓으며 문득 아이 어미에게 있어 '젖먹이기'란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느꼈습니다. 
새끼 젖먹이는데 문제가 생기니까 이토록 어미몸이 격렬하게 반응하는구나... 
아가와 나, 우리 사이를 잇고 있는 생명의 끈에 대해 더 절실히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시골집에서는 인터넷이 안돼 한동안 글을 못썼네요. 댓글들 답글도.. 나중에 달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그럼 씩씩하게 건강해져서 새댁, 다시 올라가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 아참참... 시골 외갓집에서 똑순이는 무척 신나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유모차타고 바닷가 산책도 하고요, 아침저녁으로 마당에 나와 엄마랑 새도 보고 나무도 봅니다.
사진을 올리지 못해 안타깝네요..
곧 반갑게 다시 뵐께요~~~!^^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