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8.11.11 낙엽 (1)
  2. 2018.10.20 가을 한 때
  3. 2018.09.29 마을 아이들
  4. 2009.10.17 국화 옆에서 (13)
  5. 2009.09.22 하늘만큼 컸다! (26)
오늘 그림2018.11.11 22:41




단풍이, 낙엽이 얼마나 예쁜지..
방금은 커튼을 치며 어두운 아파트 정원을 내다보는데
가로등 불빛 아래 빨간 나뭇잎이
가지에 딱 몇개 매달려있는 것을 보았다.
검은 어둠속에서 빛나는 빨간 잎들.
정말 아름다운 빛깔이었다.

낙엽들은 이제부터가 새로운 삶, 여행일지도 모른다.
제가 자랐던 나무를 떠나서
익숙한 자리를 벗어나
다양한 색깔을 지니며 자라온 시간을 뒤로 하고
훌쩍 뛰어내려서 세상 곳곳으로..

아이들 노는 놀이터 옆 벤치에 앉아
나는 한참동안 나뭇잎의 여행 이야기를 생각했다.

비가 오고나니 우리집 창문 가까이 있는 나무들은 모두 잎이 떨어졌다.
미세먼지가 너무 심한 요즘이라
안그래도 귀한 비가 더 고맙고 반갑다.
몇번 더 비오고나면 가을도 끝나있을 것이다.
낙엽들은 먼 여행을 하겠지.

남은 가을, 다가오는 겨울
부디 먼지 덜한 날들이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8.10.20 21:26



친정 부모님들이 홍시와 밤, 김치 등 가을 먹거리를 풍성하게 담아서 택배를 보내주셨다.
아이들 맛 보여주라고..
제 때에, 그 계절의 맛을 보여주고 싶으셔서.
지금 한창 자라고있는 밭의 배추와 무를 솎아서 담근 김치까지.
시댁에서는 햇고구마를 한 박스 캐서 보내주셨다.

덕분에 신도시 아파트, 텃밭농사도 안짓는 우리집 베란다에도 가을이 도착했다.





아이들 키우는 일이 참 쉽지 않다.
제 때에 무언가 필요한 것들을 잘 채울 수 있도록 보살피고 가르치는 일을
나는 잘 하지 못해서
우리 아이들은 공부며 생활습관, 건강.. 여러모로 허술하고 부족한 면이 많다.

그래서 아이들을 두루 잘 보살피는 주위의 언니들이나
후배맘들을 보며 참 대단하다.. 생각하고 반성할 때가 많다.
도시의 복잡하고 바쁜 삶속에서
아이들 키우며 살뜰하게 살림하며 살아가는게 참 쉽지않은데
어떻게 그렇게 잘 해내시고들 계실까..
정말 부지런히 애쓰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살수록 느낀다.





음식이 때가 있듯 아이들 키우는 것도 다 때가 있겠지..
지금 우리 아이들은 어떤 때인지..
가을 햇볕 아래 많이 뛰어놀며 알밤처럼 영글기도 해야할 때이고
편식하는 습관을 이제는 고쳐야할 때이고..
또 어떤 때일까.
내가 놓치고 있는 때는 무엇일까..
아이들에 대해서도, 나에 대해서도.

곰곰히 생각해본다.





부족한 것은 부족한 것이고
우리가 함께 바라보는 이 가을은 참 아름답다.
마음에 이 한 때를 잘 간직하자.
아쉬움도, 희망도, 보살펴주시는 사랑도, 함께 살아가는 오늘 속에 녹아들던
빛나는 가을을.



Posted by 연신내새댁
이웃.동네.세상2018.09.29 23:16



우리 단지 안에 작은 축구장이 있다.
손바닥만한 크기에 바로옆에 아기들 놀이터가 붙어있지만
초등1,2학년 정도의 어린 아이들은 자주 어울려
축구도 하고 야구도 하고 공가지고 할수 있는 것은 다 하며 논다.

2년 전에 모두 같이 이사온 아이들.
낯설고 서먹한 동네와 친구들, 어른들 사이에서
조금씩 조금씩 어울려 놀다보니 이제는 제법 아는 얼굴도 많아졌고
많이들 모여 잘 논다.

큰 아이들은 운동기구가 있는 배드민턴장 쪽에서 발야구도 하고 피구도 하느라
가끔 오후 늦게 떠들썩할 때도 있다.

학원을 많이 가고, 스마트폰을 많이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짬짬히 용케 틈을 내어 뛰어논다.
놀고 있는 아이들이 있으면 곁을 맴돌다가 끼어서 논다.
숨이 차게 이어달리기도 해보고, 자전거 경주도 한다.

아파트 단지들 입구에 작은 상가가 있고
작은 소아과병원과 약국, 학원들, 슈퍼, 부동산들, 떡볶이 가게가 있는데
가끔 아이들끼리만 온 것을 본다.
집에서 멀지 않고, 늘 동네 어른들이 오가는 곳이니 아이들끼리만 보내도 조금은 안심인 곳들.
떡볶이집에 앉아 간식을 사먹는 남매도 있고 친구들끼리도 곧잘 있다.

소아과 병원에도 혼자 카드를 들고 오는 초중등 아이들이 가끔 있다.
혼자 와서 진료를 보고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가서 약을 지어간다.
연수 학교 친구 아이도 혼자 왔길래 나와 같이 얘기하며 조제약을 기다렸다.
그 엄마도 동네에서 뵌 적이 있는데 아마 직장을 다니시는 모양이다.
많이 아픈건 아니지만 그래도 낮에 병원다녀와 약을 지어놓으면 안심이 될 것 같은 부모님 마음이 이해된다.

더운 날 같이 더워하고 추운 날 같이 추워하며
함께 크는 마을 아이들.
놀기 좋은 가을이 왔지만 아침저녁 쌀쌀해진 날씨에 기침하는 아이들이 많다.
우리 꼬마들도 콜록, 쿨쩍.
다들 많이 아프지말고 잘 나아서
친구들과 건강하게 잘 뛰어놀았으면 좋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10.17 22:33









황대권씨의 옥중 서간집 '야생초 편지'에서 "국화가 없으면 가을도 없다"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구척담장안 옥뜰의 가을을 눈부시게 밝혀주었을 국화가 요즘 우리 아파트에도 한창이다.
밖에만 나가면 신이 나는 아이는 그래서 더 신이 났다.
   
국화꽃을 갖고 싶어 애를 쓰는 아이를 앞에 두고 나는 한참 고민했다.
꺾게 두어도 될까, 아니면 못 꺽게 해야할까...

"연수야, 꽃 참 예쁘지? 여러 사람이 볼 수 있게 그냥 두고 보자. 우리가 꺽어가면 다른 사람들은 못 보잖아.."
우선 설득해봤다. 그렇지만 아이가 한두송이 꺽어도 티도 안날만큼 국화꽃은 곳곳에 많다... 허니, 나 자신도 설득이 안된다.

"우리가 꺽으면 다른 친구들이나 형아누나들도 꺽고싶을꺼야. 그러다 금방 꽃이 다 없어지면 어쩌니.."
심한 과장이다. 누나들이 소꿉놀이 재료로 몇 송이 따가서 노는걸 나도 봤지만 그래도 꽃은 또 많다. 

"연수야, 네가 꺽으면 꽃이 아야~ 해. 꽃한테 미안한 일이지. 오래 살게, 꺽지말고 보자..."
이건 내 맘에 심히 걸린다. 제가 타고난 아름다움을 다 펼쳐보이고, 벌의 힘을 빌려 씨도 맺은 후에 자연스레 생을 마감할 권리가 꽃한테도 있는것 같다. 그러나 아이에게는 우선 제 손에 쥐어보고 싶은 마음이 훨씬 크다.  

아이가 꽃과 처음 제대로 친해진것은 지난 여름 외갓집에 갔을 때였다.
눈만 뜨면 마당가에 핀 봉숭아꽃을 주무르면서 놀고, 외할머니와 사촌누나와 함께 나선 동네산책에서 들판에 지천으로 핀 토끼풀꽃, 민들레 같은 꽃들을 꺽어 손에 쥐고 놀았다. 그런 아이에게 꽃은 당연히 꺽어서 손에 쥐고 향기도 맡아보고, 꽃잎도 뜯어서 날려보고, 때론 입에 넣고 맛도 보는 그런 예쁜 놀잇감이다. 그런데 서울에 돌아와서는 꽃 한송이 꺽으려할때마다 엄마와 실갱이를 하고 있으니 저도 무척 답답할 것이다.

나는 아이가 꽃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란다.
꽃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코로, 입으로 즐기는 것만이 아니라 꽃을 포함한 자연을 보며 때로는 마음깊이 위안도 얻고, 생명의 뭉클한 감동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심지어 어릴적 촌에서 종일 논밭과 산을 뛰어다니며 자란 내가 가지고 있는 자연에 대한 감성보다 아이는 더 깊고 풍부한 감성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럴만한 환경속에서 키우지도 못하면서, 겨우 화단에 핀 꽃 한송이도 제대로 만져보지 못하게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나는 나대로 속이 상한다. 
화단의 꽃 한송이를 지금, 이제 겨우 두살된 아이가 꺽을수있냐 없냐가 장차 이 아이가 자라서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가 될 것이냐 아니냐를 결정짓는 절대적 사건이 되지는 물론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초보엄마는 이것이 아이 인생을 놓고 해야하는 무슨 중대한 판단이라도 되는듯이 고심하는 것이다.

"아저씨가 '이 놈~' 해" 하고 경비원 아저씨를 끌어다 겁을 주면 쉽게 단념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위의 선한 이웃들을 무서운 존재로 아이에게 각인시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그보다 실제로 날이 가물면 양동이와 호스로 물을 주면서까지 관리하시는 아저씨들의 수고를 생각하면 아이가 화단의 꽃을 꺽게 두기가 죄송했다.

그래서 결국 내가 찾은 타협점은 아저씨들이 집중 관리하시는 화단의 꽃은 꺽지 못하게 하고,
아파트 놀이터 구석이나 나무 아래, 제 스스로 씨를 날려 자란 꽃들이나 아저씨들의 관리품종이 아닌 들꽃들(나팔꽃, 괭이밥꽃, 맨드라미, 그외 이름모르는 야생화들..)은 마음껏 꺽어 손으로 주물러 보게 하는 것이었다.
화단의 꽃들은 아저씨가 열심히 키우시는 것들이니 우리가 꺽을 수 없다고 단단히 얘기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이는 아쉽게 꽃옆을 맴돌다가 결국 두어송이는 꺽어 만지곤 했다. 

이 어린날에 꽃을 좋아하고 손으로 만져보고 놀았던 것이 훗날 아이가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는 바탕같은게 되었으면 하고 엄마는 바란다.
지금 꽃을 꺽게 두는 것이 '자연보호'에는 부족한 태도일지 몰라도, '자연사랑'에는 한걸음 더 다가가는 것이 되기를... 
엄마의 바램은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아이는 꽃따들고 놀기에 여념이 없다.

감질나게 몇 송이씩 밖에 안피던 여름꽃의 시절이 가고 이제는 무더기로 환하게 피어나는 가을 국화의 시절이 왔다.
어느날 아침에 나가보니 놀이터 그네 옆에 노란 국화덤불이 밤새 활짝 피어있었다.
아이는 제 키보다 큰 국화덤불 앞에서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고, 나도 모처럼 마음 편히 아무 제지도 하지 않은채
그네에 앉아 아이가 국화꽃을 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이는 작은 손에 주체못할만큼 국화를 따서는 내게 갖다주고, 또 따오고, 향기를 맡고 국화덤불을 이리저리 잡아당겨보며
한참동안 아주 신나게 놀았다.

아이가 뜯어놓은 국화 꽃송이들을 나는 윗옷 주머니에 소중하게 집어넣었다.









집에와 소쿠리에 담아보니 예쁘단 생각보다 먼저 '아고 이녀석 많이도 꺽었네..' 하는 생각이..^^;;
누구에랄것 없이 죄송한 마음이 되었다.
잘 말려 국화차를 끓여먹어볼까.. 하고 말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화의 운명은 우리 집에 올때 그랬듯이, 떠날 때도 아이의 손에 달려있었으니..








설겆이하다 돌아보니 이렇게.. 상위에 올려놓았던 국화 소쿠리를 어느새 끌어내려서
휙~ 뒤집고는 소쿠리를 덮어쓰고 놀고 있었다.








사먹은 적은 있어도 말려본 적은 없어 제대로 될까 싶었는데.. 역시나 국화차는 물건너갔다. ^^;;;









밤새 모기에 물려서 한쪽 귀가 빨갛게 부었다.ㅠㅠ 그래도 씩씩하게 놀아주는게 또 고마운 개구장이 두 살배기.










아이가 지나간 자리엔 꽃만 점점이 떨어져 있다. 
떨어진 꽃들을 다시 주워 담고 있자니 은은한 국화꽃 향기가 주변에 가득했다.
꽃 어지른거 치우는건 향기가 좋아 좋구나.. 웃음이 났다.   

오늘도 아이는 산책하면서 새로운 꽃을 꺽어서 내게 준다.
나는 그 향기를 맡고, 그 꽃과 향기가 잠시 우리곁에 더 머물도록 옷 주머니나 자전거 바구니에 넣어서 돌아온다.
살면서 언제 이렇게 매일, 꽃향기를 많이 맡아본 적이 있었나.. 철들고선 없었던 것 같다.
네 덕분에 엄마가 올해는 가을을 제대로 느끼는구나. 
아이야, 네 곁에 있으니 언제나 고마운 일뿐이다.











엄마, 얼른 또 꽃따러 나가자~! 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이네, 이 녀석^^










국화가 왔으니 우리집도 가을이다. ^^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09.22 13:27


요즘 아이를 보고있으면 키가 고무줄같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 같다.
긴팔 내복을 입고 자는 모습을 보면 '아니 얘가 언제 이렇게 컸지?' 하고 깜짝 놀랄만큼
팔다리도 길어지고, 몸도 쑥 큰 것만 같은데
일어나서 돌아다닐 때보면 여전히 고만한게 참 작다.

행동과 표정도 그렇다.
깜짝 놀랄만큼 의젓하고 개구진 소년같은 표정을 지을 때가 있는가하면
영락없는 한살배기 아가짓을 하며 정신없이 놀때도 있다.

그렇게 하루에도 몇번씩 엄마를 놀래키고 웃게하면서 아이가 자라고 있다.









어제는 엄마 책상옆에 식탁의자를 갖다놓고 앉혀놓았더니 아주 의젓하게 잘 앉아있었다.
엄마 노트와 색연필을 주니 그림도 그리고... 
장만한지 5개월여만에 식탁의자가 책상의자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한 5분쯤? 아주 큰 소년을 옆에 앉혀둔 엄마처럼 여유롭게 인터넷을 보았다.
그 5분이 얼마나 신기하고 고맙던지! ^^

그러고는 부엌으로 나가 함께 포도 한송이를 신나게 먹었다.
요즘은 포도도 아주 능숙하게 잘 먹는다.
처음에는 껍질만 먹고 알맹이는 여기저기 버리고 다니더니 이제는 알맹이를 먹고 껍데기는 쟁반위에 올려놓는다.

'아고.. 우리 아들 다 컸네~~'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와 있었는데...








포도묻은 손을 씻어주려고 씽크대로 안고갔더니
바둥거리며 씽크대속으로 들어가서는 물을 틀어버렸다. ㅡㅡ;;;
순간 '에구.. 그럼 그렇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웃음이 나왔다.

안고 나오려하니 완강히 버티면서 너무 재밌어하길래 한숨 한번 쉬고 놀게 두었다.
나도 씽크대 옆에 서서 한참 지켜보다가 물에 젖은 작은 발을 찍어두고싶어 사진기를 가져왔다.

그래, 아직 너는 싱크대안에 들어가 앉을 수 있는 작은 아기.
물이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는 내 작은 아기. 
젖은 옷은 갈아입혀줄테니 잠시 그래, 마음껏 놀아라. 









요즘 아이는 엄마가 두 팔로 번쩍 들어 최대한 높이 올려주면서 
'하늘만큼 컸다!'하고 말해주는걸 참 좋아한다.
엄마를 내려다보고 눈을 맞추며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는 아이 뒤로 높고 푸른 가을하늘이 빛난다.

하늘만큼 컸다! 를 해주기에 참 좋은 계절, 가을이다.







 
사과도 맛있는 계절이다. ^^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