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일기'에 해당되는 글 40건

  1. 2012.01.27 아프고 고마운 명절 (3)
  2. 2012.01.06 깊고도 조용한 밤 (8)
  3. 2011.09.24 가을 텃밭 (8)
  4. 2011.09.17 시댁 이야기 (8)
  5. 2011.05.17 상추 수확과 새 식구 (14)
  6. 2011.05.01 얼마만큼 자랐나 (4)
  7. 2011.04.23 밭이 생겼어요!! (12)
  8. 2011.03.17 동네 순례 (11)
  9. 2011.03.03 서울 횡단 (14)
  10. 2011.02.24 봄 준비, 이사 준비 (16)
신혼일기2012.01.27 23:37









명절 얼마전부터 좀 아팠다.
그전 주말에 반가운 지인들을 만나느라고 밤늦게까지 조금 무리한 외출을 하기도 했고, 
주중에는 나름대로 명절 준비를 한다고 좀 부산하게 움직였더니 몸에 탈이 난 것이다.

사실 제사며 명절에 대식구 지낼 준비야 지방에 계신 시어머니께서 다 하시고, 나는 아이들데리고 짐꾸려 내려가기만 하니 명절준비라 말하기 부끄럽다.
그저 오랫동안 빨지 못했던 연수 겨울파카와 연호 아기띠, 겨울담요, 포대기 같은 겨울장비들을 욕조에 넣고 발로 좀 밟고 손으로 북북 문질러 찌든 때를 빼는 애벌빨래를 한게 다다. 
밖에 나가면 어떻게든 흙바닥을 찾아 엎드리고마는 연수의 겨울파카는 하필 흰색이라 어찌나 새까맣게 떄가 묻었는지 힘을 잔뜩 줘서 한참 세게 비뼈빨아야했고, 형한테 물려입은 연호 겨울옷과 담요며 수유쿠션커버 같은 것들도 자주 손빨래를 하지 못하는 게으른 내 성정상 모처럼 한번 빨자니 부끄러울 정도로 떄가 많았다.ㅠ
그것들 빨고, 며칠 모은 천기저귀 빨아 삶고 차례로 세탁기에 돌린 다음날 팔이 욱신욱신하더니 그 길로 몸살이 와버렸린 것이다. 에구.. 이 부실한 인사같으니라구..

명절에 꼭 새옷을 입어야만 설빔이랴, 게으른 엄마가 모처럼 손빨래 좀 해서 우리 아이들 깨끗한 옷을 입혀주자..
자주 뵙기 어려운 시부모님 오랫만에 뵈러갈때 아이들 옷도 제일 꺠끗하게 입히고, 아기 물건도 깨끗한 것 보시면 어른들도 흐뭇하시겠지.. 깨끗이 빤 포대기로 어머니가 연호 업고 외갓집 마실가시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몸은 아팠지만 마음은 얼마나 흐뭇했는지 모른다.
연수 데리고 미용실가서 머리까지 예쁘게 깍아 돌아오니 이제는 가방쌀 일만 남았구나.. 싶었다. 
아직도 할 줄 아는게 없어서 명절이 널널하기만한 며느리의 명절 준비는 이렇게 끝났다.









명절 앞두고 시작된 몸살감기는 시댁에 가서 한층 심해졌다. 재채기에 콧물에... 코가 막히니 눈물도 덩달아 자꾸 났다.
안그래도 연호가 엄마에게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는터라 제사 음식 준비도 연호 낮잠잘때 겨우 튀김 조금 거드는 것으로 끝났는데, 대식구 식사준비며 설겆이까지 도맡아 하시는 어머니께 내 감기 걱정까지 하시게 해 참 면목없었다.
어머니는 잠시 앉을 짬도 없이 바쁘게 종종거리시는 중에도 떡국끓일 사골국물 냄비뚜껑위에 배즙팩을 얹어 따뜻하게 데웠다가 먹으라고 챙겨주셨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연호도, 연수도 엄마 감기 옮지 않고 건강하게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면서 3박4일동안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고모 사촌들같은 대가족에 둘러싸여 재미나게 지내다 돌아왔다는 것이다.
나도 오히려 집에 있을때보다 더 편하게 매끼니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는 맛있는 음식먹고, 연수는 나랑 뚝 떨어져 아빠나 사촌형이랑 노는 동안 연호만 이리저리 안고 업고 놀면 되었기때문에 감기앓는 것이 괴롭긴 하였지만 그래도 수월하게 앓을 수 있었다. 고모네가 온 뒤로는 시댁에서도 종가집 큰며느리 노릇하느라 쉴틈없이 고단하게 일했을 고모가 친정에 와서도 어린 조카달고있는 내 대신 설겆이며 어머니 도와 이런저런 일들을 다 해주었다.  







+ 연수가 제 이마에 '상주곶감' 라벨을 붙이고는 '엄마, 나 로이같지?'하고 포즈를 취하길래 너무 웃겨서 쓰러질 뻔했다. 연호랑 아빠에게도 붙여주겠다해서 그러라고 하고 '상주곶감 삼부자' 사진을 찍었다. ㅎㅎ 연수는 다같이 '로이놀이'를 해야하는데 깔깔 웃기만 한다고 사진찍을 때는 그만 삐져버렸다. 아무튼 상주곶감은 맛있다. ^^ 많이 사랑해주세요~~~! (저, 곶감하는 분들 많이 압니다. 혹시 명절에 선물로 주문하시고프면 제게 연락하셔도 돼요~. ㅎ)




어머니는 일이 많아 힘들었고, 나는 아파서 힘들었던 설 명절을 쇠고 올라오며 한가지 결심을 했다. 
다음 명절에 내려갈 떄는 꼭 내 손으로 몇가지 음식을 장만해서 내려가야지..
대식구의 식사 챙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제사 음식도 준비하면서 매 끼니 돌아오는 식사 준비를, 그것도 모처럼 모이는 가족들이니 뭐하나라도 맛있는 국이나 반찬거리를 챙겨서 차린다는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급한데로 맛있는 식당이라도 가서 한끼 별식으로 해결하고 올 수있으면 좋겠지만 돌도 안된 어린 아기들이 달려있는 집이니 그도 쉽지 않다.

나도 참 철없는 며느리고 엄마다 싶다.
어머님이 하도 편하게 해주시고 솜씨좋은 분이라해도 그렇지 어쩜 그리 마음놓고 그저 얻어먹을 생각만 하고 내려갔는지...
다음에는 꼭 내가 연수삼촌 좋아하는 '돼지고기냉이볶음'도 재워가고, 불고기도 재워가고, 실버스푼 돈까스도 몇팩 싸가서 제사음식하느라 바쁜 날에는 튀김하던 기름에다 돈까스도 얼른 튀겨 식구들 점심밥상으로 차려내고 해야지.
 
아버님은 모처럼 작은댁 삼촌들까지 어린 아기낳아서 다 데리고 제사모시러 온 것이 너무 기쁘셔서 
설날 낮에도 조카들과 약주하시고, 저녁에는 외갓집가서 또 약주하시고 돌아오시는 길에 
'작은 집 아들이 오니 내가 얼매나 기분이 좋은지, 나는 기분 최고다! 기분 최고!!'하는 말씀을 연신 하셨다.

아버님의 그 마음, 오래 뵙지는 못했지만 집안의 사정을 이제 조금은 알게된 나도 공감할 수 있었다. 
형제가, 자손이 내집, 작은 방들마다 그득그득하게 모여 다정한 얘기 나누고 아이들 재롱보며 함께 웃는 명절.
그보다 행복한 날이 또 있을까.
아버님 행복해하시던 모습 오래 기억하고 싶고,
그 행복 이해하고 누구보다 공감하시면서도 할 일이 너무 많아, 작은 몸으로 혼자 감당하셨던 고된 일감이 너무 많아
아버님과 같이 웃지 못하시던 어머님 모습도 마음에 아프게 오래 남을 것 같다.

다음 명절엔... 내가 더 잘해야지. 
아프지 말고, 씩씩하게,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보듬어야지..

새해, 모두 복 많이 받으세요.











Posted by 연신내새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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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와~ 연수가 지대로 세배를 하네요. 윤우는 아직 깊게 인사하는 수준이예요. ㅎㅎ
    연수 친가가 상주였군요. 제가 반건시 곶감하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사람인데 -ㅂ- 위 치료 끝나면 한 번 주문해서 폭풍 흠입을 해야 겠네요. ㅋㅋ 저는 설날 전 아침 일찍 시댁에 갔다가 하룻밤 자고 설날 당일 아침먹자마자 친정으로 튀었다죠. ^^;; 게다가 설날전인 일요이은 위치료 때문에 오전 내내 병원에 있어서 부침개는 남편이 다 만들었구요. 조금 눈치는 보였지만 이번처럼 편한 설이 없었네요. 언니 글 읽으니까 저도 추석때는 갈비라도 재워갈까 싶네요. 쩝. 갈비재워간다하면 그냥 이틀 전에 와서 같이 일하고 두 밤자라고 하실까봐 걱정...-_- 차로 30분 거리 시댁이라 그런지 더 자기 싫은 마음. 이 정도 마음은 되야 철부지 며느리라 할 수 있습니다. ;;;흠흠
    저는 이번 설에는 조금 오래 친정에 머물렀어요. 친정에서 겪은 이야기들은 또 만나서 한바탕 수다로 풀어낼꼐요. ^^

    2012.01.29 23: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다섯살이 되더니 드디어 세배를 제대로 할 줄 알게 되었어요. 내려가기전에 '세배는 어떻게 하는거야?' 하고 묻길래 가르쳐줬더니 설날 아침에 아주 잘 하더라구요. 친척어른들의 칭찬속에 마구 신나서 어찌나 열심히 하던지~^^ 덕분에 세배돈 많이 받아 열망하던 '로보카폴리 만들기세트'를 장만해 잘 놀고 있어요. 첨엔 세배돈받고파 열심히 한 것 같은데 나중엔 으쓱해서 동생들 가르쳐준다고도 열심히 해서 다행예요.

      시댁이 가까우면 나도 진짜 내 집에 다시 가서 자고플것같아요. ㅎㅎ 워낙 머니 한번 가면 체념하게 되는게 있음.
      나도 연호가 어리고, 또 내 몸이 아프니 더 안 움직이게 되어서 이번처럼 편한 명절이 없었네요. 대신 어머니 힘드신걸 그냥 지켜보게 되어서 안쓰럽고 맘 아팠어요.
      친정 이야기 궁금해요. 이번주는 넘 춥다해 안되곘구나.. 하고있는데 우리 조만간 세곡동에서 또 만나요. ^^
      (아. 위치료 끝나면 내가 냉동실에 얼려둔 반건시곶감 꺼내주리다, 치료 잘 끝내요~ㅎㅎ)

      2012.01.31 01:08 신고 [ ADDR : EDIT/ DEL ]
  2. 상주곶감 삼부자 완전 대박! ㅎㅎㅎ

    2012.02.07 11: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신혼일기2012.01.06 23:10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여러분~! ^0^)




하고싶은 얘기가 참 많았다.
사는 일, 살았던 일, 생각나는 사람들.. 오늘 있었던 마음 부글부글해지던 일들과 반짝!하고 마음안에 행복의 불이 켜지는 것같던 순간들.

밤이 되면 서둘러 저녁밥차려 먹고 졸린 아이들 재우고 나와 그 얘기들을 길게길게 풀어놓고 싶었는데..

7개월에 접어든 연호는 윗니 3개가 거의 동시에 새로 나느라고 낮이나 밤이나 뭘 빨고물고뜯느라 한껏 예민해서 고단한 밤잠이 살풋 깰때마다 옆에 엄마가 없으면 바로 '앙~!'하고 울며 엄마를 찾았다.
어느새 만43개월을 꽉 채운 '다섯살' 김연수는 요즘 아빠의 퇴근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가 아빠가 오면 조금이라도 더 같이 놀려고 애쓰는 통에 연수까지 다 재워야 컴퓨터앞에 앉을 수 있는 엄마의 애를 태웠다.  
이 와중에 내가 주로 사진을 저장하고 글을 쓰는 서재 컴퓨터가 무슨 병에 걸렸는지 버벅거려 잠깐 컴앞에 앉아보는 그 황금같은 시간을 날려버리기 일쑤였고,
결정적으로 아이들 잠들고나면 그때부터 거실 소파에 누워 노트북을 배위에 올려놓고 자러갈 떄까지 꼼짝도 않으시는 김준철씨가 노트북을 빌려주지 않은 결과!

한달 가까이 블로그 글을 쓰지 못하고 살았다.
('75살과 105살' 글은 낮에 연수가 만화영화볼 때, 잠든 연호를 등에 업고 급히 쓴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더라...

강릉에서 돌아왔고, 셋이 동그마니 집안에서 종일을 보내다 고향가족들이 그리워서 울었고, 크리스마스가 지나갔고, 연수가 감기와 장염을 앓았고, 그 사이 새해가 왔고, 작은 눈이 여러차례 왔었다.
남편이 부비동염이라는 축농증때문에 생긴 두통으로 고생하다 병원 약을 먹고 거의 나아가고 있는 중이고, 
그 진단을 알기전에 연말 송년회들에서 과음하고 새벽에 들어와서는 머리가 아프다며 주말에도 거의 잠만 자는 일로 내가 속이 상해 한껏 미워했고.. 

연수를 유치원에 보내기로 결정하고 보내고픈 유치원에 연수연호와 함께 다녀오기도 했다. 연수도 맘에 들어하고 나도 참 좋아서 꼭 가고싶다.. 했는데 알고보니 선생님이 한분 더 충원될 때까지 기다려야하는 상황이었다. 입학신청 시기가 진즉 있었는데 그때는 별생각이 없어서 놓치고 지나갔고, 전화했을때 '지금 와서 상담하시면 된다'는 말을 나는 바로 신청해서 3월부터 갈 수있다는 얘기로 알아들었었다. 대기자 명단만 올려놓고 터덜터덜 오래 걸어서 택시정류장을 찾아오는데 날은 추웠고 연수가 실망했을까봐 걱정했었다.

새해를 맞으며 가족들이 다들 아프니 새해 소망이 단촐해졌다.
건강한것.. 모두 건강한것.
모두 건강해서 마음껏 투정부리고, 웃고, 지지고볶으며 살 수 있는 것.

2011년의 마지막 날쯤에 남편이 내게 물었다. '올해 기억나는 일 세가지만 꼽으라면 당신은 뭘 꼽을래?'
'음... 연호 낳은거. 연호낳기 전에 연수랑 신나게 놀러다닌거.. 연호낳고나서 셋이 맨날 뒹굴뒹굴 논 거..^^;'
대답하고나서 나도, 남편도 많이 웃었다. 
정말 기억나는 일이 딱 그 일들이었다.
내 매일의 일상이었으며 내게 제일 즐겁고 짠하고 뭉클했던 시간들. 

남편이 참석한 동문회모임에서 돌아가며 그 얘길 한 모양이었다.
남편은 '둘째 태어난 것, 직장 옮긴 것, 나꼼수들은 것'을 말했다했다.
2011년의 큰 일 세가지를 꼽으라면 나도 조금 다르게 꼽을 것 같다.
'연호를 낳은 것. 생활의 터전을 옮긴 것.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살림님, 고래님같은 너무 좋은 인연들을 만난 것.'

블로그의 예전 글을 뒤적여 찾아보니 2011년을 시작하며 내가 가졌던 새해소망은 두 가지였다.
'평화가 태어나기 전까지 반년은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의 어느 시절보다 '평화'로운 시절이 되기를..
평화가 태어난 후의 반년은 그 때까지의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진정 '평화'로운 시절이 되기를'

이토록 어렵고 이토록 두루뭉실한 새해소망을 품었었네, 내가...
지난 1년동안 내 마음이 늘 평화로운 것은 아니었다. 크고작은 고민과 갈등으로 복닥복닥 씨끄러울 때가 더 많았다.
그러나 평화란 것이 갈등이 전혀 없는 상황만 말하는건 아닐 것도 같다.
갈등도 있지만, 어렵사리 한 매듭을 풀고 서로 마음 다독이고 안아주며 삶의 고비들을 구비구비 넘어가는 것.. 
어쩌면 그 과정 전체가 평화인지도 모른다.

2011년의 새해소망대로 2011년의 내 삶은 연호의 출산을 기점으로 크게 두 시기로 나뉘었고, 돌아보면 그 두 시기 모두 참 즐겁고 행복했다.
연수와 함께 마음껏 걷고 웃고 텃밭에 씨를 뿌리고 블로그친구들과 광화문으로 세곡동으로 쏘다녔던 그 봄의 평화와 행복.
'아 정말로 귀한 생명을 내가 낳았구나'하고 절절이 느끼며 연호를 온몸으로 안고, 보드라운 그 살을 만져보던 가을날의 평화와 행복. 비록 긴 힘든 시간속에 찾아오는 짧은 행복의 순간들이라해도 언제든 돌아보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벅찬 감동을 기억하고 있으니 내 꿈은 그것으로 충분히 이뤄진 것이다.

2012년에는 좀 작은 계획들을 세워보고 싶다.

올해에는...
우선 '운전연습'을 하고싶다. 그래서 내년쯤에는 내가 운전해서 연수 유치원도 데려다주고 아이들 태우고 친구들도 찾아가고, 숲이나 호수, 공원으로 가고 싶다.

밤에 아이들 재우고나면 10분씩이라도 요가나 체조를 해야겠다.
서른다섯살이 되서 그런가...(여기저기서 가소로워하시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지만.. 흠흠. ㅎㅎ) 요즘 들어 부쩍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프다. 어깨, 팔, 다리, 허리.. 저녁이 되면 정말 몸이 안아픈데가 없다. 지금 10kg, 앞으로 더 쑥쑥 자랄 연호를 업고 안고 지내는 시간도 여전히 많고, 집안일도 많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안된다. 조금씩이라도 운동을 해서 내 몸을 살펴야겠다.

가족 모두와 '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
아이들 모두 엄마를 저 혼자 온통 차지하고 마음껏 응석부리는 시간이 꼭 필요한 것 같다. 연수에게도, 연호에게도. 엄마는 그런 사람이니까. 저만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니까.. 종일 셋이 같이 붙어있다보니 어떨때는 연수에게, 어떨 때는 연호에게 미안해진다. 주말에 아빠가 있을때 번갈아 한명씩 보는 식으로, 내가 연수를 데리고 놀러나가거나, 아빠가 연수를 데리고 놀러나가거나 해서 연수 연호가 각각 엄마와 둘이서만 눈맞추고 얘기하고 손잡고 안고 노는 시간을 가져야지.. 물론 그건 아이들에게 아빠랑 단 둘이 노는 시간도 될 것이다. 
김준철씨와도 '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 사실 밤에 아이들 재우다 내가 애들과 같이 잠들어버릴 떄도 많고, 다행히 깨서 나온다해도 그날 지낸 얘기를 잠깐 하고 나서는 나는 나대로 모처럼 블로그도 쓰고 책도 보고 남편은 남편대로 인터넷보고 하느라 같이 뭘하며 노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늘 두 아이들과 함께 복작복작 밥먹고 집치우고 같이 노는 와중에 아이들 얘기와 이런저런 집안일 얘기를 나누는게 다였다. 올해에는 남편과 일주일에 하루쯤은 애들 재우고 집에서나마 같이 영화도 보고, 요가 같은 운동도 하나 같이 하고, 뭔가 '프로그램(?)'을 짜서 같이 놀고 싶다.^^ 옛날 데이트하던 시절처럼 약속을 정해서 놀기. 그런거 좋지 않을까? ㅎㅎ

그리고 일기를 쓰고싶다.
지금도 블로그를 쓰고 있지만 더 편하게, 짧더라도 성실하게 매일 조금씩 쓰고 싶다. 
아이들과 지내며 떠오르는 생각들, 연수와 나눈 대화 같은 것을 메모하는 습관도 키우고 싶다.
솔직한 글쓰기. 마음 깊이 꿍쳐둔 생각과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풀어내고 싶다.
 
블로그 이웃인 미탄님께서 작년에 출간한 새책의 제목인 '나는 쓰는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을 나도 믿는다.
이렇게 써놓았으니..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나와 준철씨는 서른다섯살을 살고, 연수는 다섯살, 연호는 두살의 날들을 살게되는 올해.
연호가 걸음마를 시작할 것이고, '엄마'하고 부르며 나를 향해 팔을 벌리고 걸어오는 날도 있을 것이다. 돌잔치도 하겠지..
연수는 유치원에 갈지도 모르고 또 엄마와 그대로 집에서 지낼지도 모른다. 수영을 배울 수도 있고, 축구공도 전보다 제법 잘 찰 것이고, 따뜻한 봄부터 가을까지 엄마, 동생과 함께 여기저기 공원과 온데 숲을 누비고 다닐 것이다.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 소박하고 담백한 사람이 되었으면.. 살림도 그렇게 하게 되었으면.

2011년에는 두 아이들 덕분에 더 많이 참고 더 많이 웃고 더 여유롭고 더 견딜 수 있게 되었다. 
살림님, 고래님을 만나고 그분들 블로그의 글을 읽으면서, 그리고 역시 두분 덕분에 계간지 '민들레'와 '녹색평론'을 읽게 되어 아이들도 세상도 더 깊고 따뜻하게 바라보고 품어줄 수 있게 되었다.
고맙고 또 고맙다.
언제나 제일로 든든하고, 또 가끔은 제일로 밉기도했던 남편도 고맙고
친정어른들과 형제들, 시어른들과 형제들.. 보살펴주고 힘이 되어준 분들도 정말 감사하다.   
 
2012년도 잘 살자.
서른 다섯살의 욱. 두 아이의 엄마 욱.
화이팅이다.






 
(저, 다섯살 됐습니다! 뿌듯뿌듯~^--------^) 






 
Posted by 연신내새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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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언니, 새해 복 많이 받아요~ ^^

    새해가 넘어가는 날이었나. 그 다음날이었나.. RSS를 보면서 혹시 언니글이 올라왔나 찾다가 멍하니 그런생각을 했어요.
    엄마하고 있다가..집에와서 두 아이하고만, 온전히 두 아이를 내 등에 짐지고 있을려면 힘들겠지..
    막상 그 순간을 남기고 싶지만 잠시 짬이나면 너무 곤해 같이 잠들어버리거나 블로그에 글쓰는것보다 좀더 급한, 산적한 그리고 매일매일 그만큼씩 쌓이는 일들을 해결할라면 언니도 너무 힘이 들겠지.
    가까이라도 살면 참 좋을텐데. 이런 생각 말이죠. ^^;;
    이렇게 댓글로 힘내라는 말, 한마디말고는 할수있는게 없지만...그래도 다시한번 이야기해요.
    힘내요. 언니..^^! 화이팅!!!

    연수는 벌써 의젓한 다섯살이네요.
    듬직한 형아, 오빠가 되어버린걸요. 왠지 어느해 겨울에 앉아서 나무블록을 가지고 놀던 똑순이는 저 멀리 사라지고
    연수형아가 원래 있었던것 같은 그런 얼굴이에요. ㅎㅎㅎ

    전..올해 계획을 그러고보니 세우지 않았네요. -0-;
    미페이랑 맨날 둘이 한 방에 나란히 앉아 컴퓨터를 하다가 이런저런 이야기로 달력을 놓고 하는 사업계획..음..
    언제쯤 여행을 가자. 올해 전반부가 지나고나면 뭘하자.
    뭐..이런 이야기들을 흘렸을뿐.
    오늘밤엔 무릎을 맞대고 앉아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할지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어요.

    아참. 다음주에 잘하면 서울에 갈수도 있어요. 두 아이 모두 데리고 하루일정이나 이틀일정으로.
    이것도 오늘밤에 급조된거라..;;; 사실 아직 다듬어지지는 않았고 어떻게 될지 내일이나 모레 지나봐야겠지만
    일단은 그래요. ^^
    가게되면 일산쪽에 일이있어서 가는건데.. 잠깐이라도 언니를 만나고 오면 참 좋겠어요. ㅠ_ㅠ
    보고 싶어요. 언니.
    언니두. 연수도. 연호도. 그리고..음.. 김준철선생님도? ㅋㅋㅋㅋ
    혹시 일정이 정해져서 들려볼수있게되면 전화드릴께요. ^^





    2012.01.07 00:50 [ ADDR : EDIT/ DEL : REPLY ]
    • 이렇게 얘기해주는 명이씨가 있어서 얼마나 힘이 나고 좋은지몰라요. 고마워요..
      가까이 살면 더 좋겠지만, 멀리있어도 걱정해주는 마음 따뜻하게 전해져요. 그 마음 덕분에 나도 모르게 또 한고비 넘고 똑순이평화 우리 아이들 모두 무럭무럭 잘크고 있는가봐요. 고마워요, 명이씨.

      한살의 연수, 두살, 세살, 네살의 연수.. 가끔 예전 사진이나 동영상 다시 보면 얼마나 애틋한지요. 정말 너무 훌쩍 커서 '지금의 아이'만 내내 있었던 것 같지만 잠깐만 다시 돌아보면 거기 너무 작고 귀여웠던 내 애기가 있지요. 말썽부린다고 넘 구박말고 더 예뻐해줘야하는데.. 가엾은 우리 첫째, 힘든 날들 보내고 있습니다.

      수민이 채민이도 잘 있지요? 겨울인데 감기 앓지는 않았는지.. 보고싶어요. 아이들도, 명이씨도. 미페이님도. ^^
      담주에 서울오면 꼭 들려요. 우리집서 자고가도 좋고요. 일정이 어찌될지 모르지만 김준철씨까지 보려면 꼭 자고가야함. ㅎㅎ

      올해 계획을 생각하니.. 좋은 날, 광주여행을 해야지! 문득 다시 생각났네요~.
      암튼 담주에 연락줘요~!

      2012.01.07 21:20 신고 [ ADDR : EDIT/ DEL ]
  2. 오늘 잘 들어가셨죠? 언니들 만날 때마나 제가 참 송구합니다. 아이 둘 데리고 선뜻 모임에 와주는 언니가 너무 고마워요. T-T
    저는 달랑 아이 하나있는 나름 '자유부인' 처지인데, 윤우의 '집사랑' 때문에 선뜻 언니들께 날라가지 못하구... 조금만 윤우 마음이 편안하다면 셋이 다 모이는 날이 아니더라도 오늘은 언니한테 내일은 살림언니한테~ 이렇게 슝슝 마실만 다녀도 좋을텐데 말이예요.
    그래도 모일 때마다 언니들이 윤우를 참 많이 배려해주셔서 윤우나 저나 마음이 편안해요. ^^

    2012년 언니의 바램들, 모두모두 이뤄지길 빌어요.
    우리 올 한 해 한껏 힘내서 드라이버가 되어보아요. 뚜벅이도 나름 운치있지만 역시 아이 데리고 다닐라면 기동력이 있어야 겠더라구요. 기동력이 생기면 우리의 만남은 한 500%쯤 빈번해지지 않을까...ㅋㅋㅋ 어쨋거나 저쨋거나 저는 3월부터 혼자 운전하기 시작할껀데 벌써부터 가슴이 벌렁거립니다. 나 혼자 있는 거면 모르겠는데 애 뒤에 태우고...흐미..ㅜ.ㅠ


    블로그에 꾸준히 일기를 쓰는 건 저도 하고 싶은 일이예요. 돌아보니 이제까지의 제 블로그는 보고서 형식(ㅎㅎㅎ)이 많았더라구요. 어떤 분이 저한테 직장맘이냐고..-ㅂ- 그런 형식 속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조금 더 긴장을 풀고 편하게 즐기고 싶기도 하네요.

    어쨋거나 결론은 으쌰샤~~~~~~ >0<

    2012.01.07 01: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넘넘 잘 놀고 잘 들어왔지요. 역시 친구들이 얼마나 좋은지.. 만나기 전부터도 기분이 좋아서 집안일도 씽씽~ 콧노래부르며 하고, 아이들도 기분좋게 옷입혀 힘든줄도 모르고 다녀왔지요.
      그러니 송구해하지말아요. 넘 좋고, 넘 고마운걸요. 찾아가고, 찾아오고, 만나서 좋은 사람들이 있는게 얼마나 복이예요.
      담엔 윤우네로 놀러가야지~. 다행히 연호도 연수처럼 버스체질인지 잘 구경하고 잘 자고해서 밖에 나가면 내가 오히려 편해요. 나도 세상구경(?)해서 좋고요.

      2012년의 바램들.. 정말 꼭 이루고픈데..
      오늘도 내가 운전하는 것도 아닌데 차들 많은 복잡한 길을 달릴때 어찌나 마음이 조마조마하던지...
      이 '겁'을 어찌 극복하고, 유연하게 담담하게 드라이빙을 해야할지.....ㅠㅠ 그래도, 꼭 해볼거예요!
      우리, 500% 빈번한 만남을 위해 꼭 성공해요.(아.. 윤우맘을 나랑 같은 선에 놓을순없지요, 참.. 강화도도 다녀오고, 이젠 곧 실전에 돌입하니... 멋져요. 윤우맘. 잘할거예요. 아자아자!!!!)

      블로그쓰면서 '편하게 쓰고싶다' 늘 생각하는데 또 어찌보면 글이라는 것 자체가 편히 쓰기 어려운 것인듯도 해요. 그렇게 쉽게 쓱쓱 써지기야하겠어요. 그저 마음에 가려둔 것들 많지 않게, 내 마음 구석구석에 고루 시선주면서 담담하게 써보고싶어요. 끙끙 노력은 많이 하겠지만 마음만큼은 편안하게..^^
      윤우맘의 '알짜보고서'들을 그동안 날로 받아먹어온 1인으로서 미안하고 고맙네요. ㅎㅎ 긴장풀고 편안하게~~ 으쌰으쌰해요, 우리!

      2012.01.07 21:32 신고 [ ADDR : EDIT/ DEL ]
  3. 망고땡

    어제 너그 언니 생일이라고 점심먹고 나름 이것저것 볼일도 좀보고...
    하루해가 바빴네
    그런데 도연이가 어찌나 말 주머니인지 글쎄... 은행에 볼일보러 둘다 기다리는데 갑짜기 하는말이
    오늘 잘 먹었네 하는거야 깜짝 놀랐다는거아니냐...가가 엉뚱한데가 있더라니까
    오늘 너그 언니 전화와서는 도연이 할머니가 도연이 한복을 사가지고 오셨는데 입혀보니 너무커서
    바꾸러 가야하는데 자기는 바뿌다고 나를 가자는데 싫다 소리도 못하고...
    그정도 혼자 가도 되겠구만 아무튼 너그언니는 혼자 해결하는 법을 모른다니깐요 ㅎㅎㅎ

    2012.01.11 10:37 [ ADDR : EDIT/ DEL : REPLY ]
    • ㅎㅎㅎ 인사 잘하네~ 우리 도연이.
      첫째들이 좀 그런가? 혼자 할줄 몰라 그렇겠어, 엄마랑 같이 가고싶으니까 그렇겠지~~ 어릴때 동생들한테 엄마 뺏기고 많이 서운했을텐데.. 인제 울언니가 엄마 독차지네. 부럽다~~^^ (엄마는 추운데 따라다니느라 힘들었겠구만.ㅎㅎ)

      날이 넘추워 우린 오늘도 집안에서만 복작복작했어. 밖에 좀 나가봐야할텐데.. 내가 엄두가 안나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옆에서 연수가 '엄두를 내야지!'해^^)
      설준비 잘 하시고요.. 감기 얼른 나아, 엄마..!

      2012.01.12 01:43 신고 [ ADDR : EDIT/ DEL ]
  4. 진짜 벌써 2아이의 엄마군요!
    첫번째 사진은 정말 연수를 꼭 닮았네요~
    그리고 벌써 연수가 5살이라니.. 시간은 정말 빨리도 가네요. 물론 언니 입장에서는 500만년이 흘렀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저도 올해는 아이를 가져볼까 생각중인데 쉽게 잘 될지 걱정이에요. 일단 맘에 부담이 생기면 될일도 안될텐데.. 벌써부터 부담을 가지게 되네요. 편한 마음으로 일부터 질러야하는데 그게 잘 안되요 ^^
    연호가 좀 더 크면 은정&기동식구와 함께 놀러가요! 얼마전에 은정언니네 집에 놀러갔는데 언니네 집이랑 같이 놀러가자는 얘기가 나와서 들떠있었죠!
    따뜻한 봄이 오면 꼭 나들이 합시다~

    2012.01.11 21:50 [ ADDR : EDIT/ DEL : REPLY ]
    • ㅎㅎㅎ 500만년 맞아요. 그래도 시간이 참 빠른 것 같기도 하고요. 슝~하고 500만년을 단번에 건너뛰는 타임머신을 탄 것 같달까..

      쭌과 성훈형을 닮은 아이라니.. 참 예쁘겠다. ^^
      잘 찾아올테니 넘 걱정말고요. 쭌의 아기를 만난다니.. 내가 다 기대되네요. 아이키우는 일이 힘들다힘들다해도 나와 꼭 닮은 작은 존재가 내 곁에 서서 함께 자라는 것을 생각하면 흐뭇해 웃음부터 나지요. 쭌은 좋은 엄마가 될꺼예요. 성훈형도!

      아.. 봄이 정말 얼른 왔으면 좋겠어요. 봄에 꼭 다같이 만나 나들이가요~~!

      2012.01.12 01:48 신고 [ ADDR : EDIT/ DEL ]

신혼일기2011.09.24 00:05








지난 일요일 아침, 텃밭에 다녀왔다. 
아파트 건물들이 늘 시야를 가로막는데 익숙해져 있다가 
하늘이 막힘없이 탁 트여있고, 멀리 산자락들이 달려가는 풍경을 눈에 가득 담을 수 있는 곳에 나오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집에서 차로 10분만 달리면 이렇게 너른 평지가 펼쳐져있는데
답답한 아파트 단지안에만 갇혀지내는 삶이 안타까웠다.  

연호낳고 여름내 못와본 텃밭에는 어느새 가을이 가득 펼쳐져있었다.
우리 텃밭은 이모님께서 살뜰하게 가꾸신 덕분에 배추며 열무같은 가을작물들이 씩씩하게 자라고 있었다.
이모님은 무덥고 비많던 지난 여름, 연수를 데리고 가끔 텃밭을 돌아보셨다.
연수는 가지 두어개, 고추 여남은개, 파 한웅큼을 담은 비닐봉지를 들고 돌아와서는 
"엄마, 우리 밭에서 딴 거야!"하고 자랑스럽게 내밀곤 했다. 
비료도, 약도 뿌리지않는 우리 밭에서 자란 작고 못생긴 그 열매들을 보면서 나는 참 뭉클했었다.
초여름 어린 모종을 심던 날도 생각났고, 영성농법이라고 박수쳐주고 돌아다녔던 만삭의 내 모습도 떠올랐다. 
작은 수확이나마 텃밭좋아하는 조카며느리가 기뻐할 걸 생각하시고 챙겨보내주시는 이모님의 다정한 마음도 느껴졌었다. 



 





어느새 가을이 성큼 온 들판에는 작디작은 국화과의 꽃이 넝쿨을 이루고 피어있었다.
나는 그저 쳐다보고 '아 예쁘다'하는데 이모님은 자분자분하게 꺽어서 저렇게 예쁜 꽃다발을 만들어주셨다. 
연수와 나는 오래오래 그 꽃을 보면서 지냈다. 작은 컵에 꽂아서 식탁위에 올려두고 밥먹을때마다 쳐다보았다. 

작은 꽃한다발로 이렇게 가을이 풍성해지는구나... 알았다.
나도 아이에게 이렇게 예쁜 들꽃 다발을 만들어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싶다.










등에 업힌 연호에게도 들꽃향기를 맡게해주고 싶었다.
연호야, 예쁘지... 꽃이란다. 예쁜 들꽃..










일요일 텃밭 나들이는 늘 오전 9시쯤 시작된다. 
이 날도 집에 돌아오니 열시 반. 
일요일은 아이스크림 먹는 날! 연수가 일주일동안 손꼽아 기다리던 바로 그 날. ^^
고대하던 '콘'(꼭 정문앞 슈퍼에서 사야한다. 생협 아이스크림보다 훨씬 맛있단다ㅠ)을 하나 들고 연수는 한껏 행복해했다.
주말이면 연수와 둘도없는 짝꿍이 되어 놀이터로, 도서관으로 신나게 돌아다니는 아빠도 콘 하나 먹고 으쌰으쌰!










일요일 아침 텃밭의 행복. 아이스크림의 행복. 
네살 연수가 기억할 순 없더라도 행복한 그 기운만큼은 연수 마음안에 마르지않는 우물로 남아있다가 
나이든 어느날 고단할때 찰랑찰랑 차있는 그 물을 마시고 기운차릴 수 있었으면..











텃밭에서 솎아온 여린 배추잎으로 된장국을 끓여먹었다.
마음이 푸근해졌다. 
밭이 있다. 작은 밭이.
도시의 뿌리뽑힌 삶이지만 작은 조개발 하나만큼, 꼭 그만큼은 땅을 딛고 살고있는 기분이다.
작은 발바닥으로 전해져오는 땅의 기운, 땅의 온기를 받으며 몸과 마음 모두 큰 위로를 받는다.
 
올 가을, 연수연호와 더 자주 밭에 나가봐야겠다. 
가래여울의 하늘만 보고와도 남는 장사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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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도시의 텃밭. 엄청나게 운치있는걸요.
    우리는 도시는 도시인데..온통 주변이 논밭인지라..뭐 굳이 우리까지 안해도 되지 않겠어? -0-;;
    이러고 한달에 두어번, 어머니가 고생고생하시며 정성껏 키워놓으신 온갖 먹거리를 싹 쓸어오기 일수에요.

    연호 엄청 많이 컸네요. 아마도.. 이번주가 연호 백일이죠?
    우리 채민이가 2주 남았으니 말이에요.
    연수랑 연수아버님께서는 점점 얼굴이 좋아지시고..ㅎㅎ 언니도 많이 붓기도 내려앉고 좋아진거 같아요.

    벌써 날씨가 엄청 쌀쌀해요.
    (아 글쎄 오늘 밤엔 솜이불을 꺼내 덮어줬다니까요. 애들을..ㅎㅎ)
    두 아이도, 그리고 두분도 모두 감기조심하면서 환절기 잘 보내셔요~

    2011.09.24 01:06 [ ADDR : EDIT/ DEL : REPLY ]
    • 주위가 온통 논밭인 곳에서 자라는 아이들, 농사지으시는 할아버지할머니곁에 자주 찾아갈 수 있는 아이들. 수민이와 채민이는 참 복받은 아이들이네요~.
      작은 씨앗이 땅에 떨어져서 싹이 나고 자라고 열매맺고.. 그 열매를 우리가 먹게되는 과정을 직접 지켜보는것은 어떤 교육보다 큰 가르침과 감동을 아이들에게 주리라고 생각해요.
      가까이 찾아갈 수 있는 밭이 조그맣게나마 있어서 참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조금 더 넓으면 조금 더 숨도 크게 쉬고, 아이들도 더 맘껏 뒹굴어볼 수있어 좋겠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4평짜리 작은 밭만해도 고맙고 좋아요. ㅎㅎ

      두 아이가 생일이 가까워 서로 생각해줄 수 있으니 고맙고 더 좋네요. 연호 백일 잘 했고요.. 그 여파로(?) 한며칠 내가 분주했던터라 답글을 이리 늦게 다네요. ^^;;
      명이씨네도 모두 감기조심하고요, 아참 저는 붓기는 내린듯하나 살은 전혀 안빠졌지 뭐예요 허험..;;;;

      2011.09.28 00:21 신고 [ ADDR : EDIT/ DEL ]
  2. pipi

    들꽃향 맡는 욱님과 어린 두아들의 모습이 참 이쁘네요.. ^^ 가을향기가 여기까지 날아오는것 같아요 ^^

    2011.09.26 11:39 [ ADDR : EDIT/ DEL : REPLY ]
    • 잘 계시지요, 피피님. 제가 요즘 찾아가보지도 못하고.. 아쉬운 마음만 가득하네요.
      가을향기가.. 전하진다니 기뻐요. 요즘 커피를 안마시는대신 가끔 허브차를 마시는데 거기 떠있는 꽃송이들이 꼭 저 들꽃같이 생겼답니다. 꽃차... 한잔 건네드리고싶은 날들이예요.
      아가와 피피님 모두 건강하세요.

      2011.09.28 00:24 신고 [ ADDR : EDIT/ DEL ]
  3. 미오기

    어머나 어느새 두아이가 저리 컸을까요?
    저는 만사 귀찮아서 집안일을 신랑에게 모두 미루고 베짱이 모드예요 ㅎㅎ
    감기 조심하시고, 역시 꽃보다 아이예요 이힛

    2011.09.26 15:39 [ ADDR : EDIT/ DEL : REPLY ]
    • 아이들 자라는것하고 곡식자라는 것 하고 계절바뀌는 거하고.. 참 신기하지.
      어느새 바람불면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더라. 연수는 그게 재밌어서 깔깔거리면서 떨어지는 낙엽 잡아보려 뛰어다닌다.
      연호는 웃음꾸러기. 눈만 맞추면 웃는 백일쟁이.
      엄마는 하루하루 몸이 삭아가는게 느껴지지만.. 정말 아이들은 꽃보다 예쁘게 크지.
      집안일은 다심하신 신랑님께 맡겨두고 당신님은 몸과 마음이나 건강하게 잘 다독이라구.. 찬바람날때 탈나지 않게. ^^

      2011.09.28 00:28 신고 [ ADDR : EDIT/ DEL ]
  4. 살림하는사람

    정말이지 작은 텃밭 가져보는 것이 제 소원인데요, 부모님께서 돌보시는 텃밭말고 제가 심고 기르고 수확할 제 텃밭말이지요. 아! 언제쯤 갖게 될까요. 부럽고 부럽습니다.

    그나저나, 들꽃이 참 예쁘고, 아이들은 더 예쁘고, 그 모습을 함께하는 욱님과 남편분도 참 예뻐요. 아이스크림 입에 묻힌 연수, 생협 아이스크림보다 더 맛있다는 이야기 ㅎㅎㅎ 한살림 춘장으로 집에서 해 준 짜장보다 택배(?)아저씨가 갖다준 짜장면이 더 맛있다던 희범이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ㅋㅋㅋ 맛을 알아보는데는 기똥찬 우리 아이들입니다. ㅎㅎ

    2011.09.27 00:45 [ ADDR : EDIT/ DEL : REPLY ]
    • ㅎㅎ 갑자기 짜장면이 먹고싶어졌어요.
      대학시절에는 밤늦게까지 학생회실에서 일하다가 친구들과 쟁반짜장 많이 배달시켜 먹었는데요.. 아 갑자기 먹고싶네요.
      오늘 참 오랫만에 밤에 깨어있어요.
      요며칠 넘 고단해서 연수 재우면서 같이 잠들어버려 조용히 밤에 블로그보는 제 유일한 취미생활도 못했지요..

      저도 제대로 밭을 꾸려보려면 몇년은 더 있어야할 것 같아요.
      지금은 이모님이 꾸려주시는 밭을 아이들데리고 구경만 다니지요. ^^;

      들꽃이 참 예쁘지요. 그냥 무심히 보고지나치지 않고 어린 손주에게 예쁜 꽃다발을 만들어주시는 이모님보고 제가 이번에 크게 감동받았어요. 아, 이분은 정서와 경험의 깊이가 다르다.. 싶었지요. 이모님 따라다니며 부지런히 배워야겠어요..

      참, 제가 요즘 목이 칼칼하다싶을때 언니가 주신 허브차를 마시고있어요. 마실때마다 고마운 마음.. 귤피차는 시댁에 들고갔다가 깜빡 놔두고왔어요. 그래서 뭐마시지..하고 찾다가 허브차를 발견했지요. 요즘 우리집 차는 언니가 모두 책임져주시는듯해 혼자 웃었어요. 따뜻한 언니 마음이 피곤한 저를 다독여주는 것 같습니다.

      2011.09.28 00:44 신고 [ ADDR : EDIT/ DEL ]

신혼일기2011.09.17 01:49








화요일 저녁7시에 상주에서 출발해 10시에 서울집에 도착했다.
잠든 두 아이를 한 사람이 하나씩 껴안고 집으로 올라왔다.
방에 들어가 아이들을 재우고 나와보니 남편이 주차장을 오가며 올려놓은 짐들이 부엌에 가득했다.
그중에 이 상자를 보고 나는 그만 깔깔 웃고 말았다.
젖먹이와 어린 아이를 데리고 치른 명절의 고단함, 밤늦은 귀경길의 피로가 날아가는 것 같았다. 

청상할머니가 챙겨주신 고추, 큰 호박, 집에서 키우신 콩나물만 봐도 웃음이 나는데 
자른 수박조각까지 집에두면 먹을 사람 없다고, 아이들 잘 먹으니 가져가라고 부득부득 넣어보내셨을 할머니 모습이 떠올랐다.
상주시댁을 떠나기전에 청상외가에는 남편 혼자 다녀왔기때문에 나는 이 짐을 못 봤었다. 
시외할머니인 청상할머니는 큰 물김치 한통과 추석 전날 연수까지 아빠와 할아버지를 따라가서 같이 캤던 고구마 한박스, 들기름 한병까지 챙겨보내 주셨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셨으리라.. 
당신 손으로 키워낸 여러명의 손주손녀들중에 비록 외손주이긴하지만 첫 손주며느리이자 하나뿐인 손주며느리에게 우리 시어머니가 챙겨주시는 것에 조금이라도 더 보태서 챙겨주고 싶으셨을 것이다.
더구나 이번에는 증손주의 백일을 같이 보내려고 마음먹고 내려왔다가 그러지못하고 올라가게 된 손부와 증손주가 안쓰럽기도 하셔서 부득부득 더 뭔가를 챙겨주셨을지도.

우리 시어머니는 청상외할머니의 큰 딸이다.
위로 오빠가 둘인데 제일 큰오빠는 아주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다. 혼자 남은 큰외숙모님이 딸 셋을 키워서 위로 둘을 시집보냈고 막내시누는 올가을에 결혼을 앞두고있다. 두 딸은 모두 아이를 둘씩낳고 열심히 잘 산다. 돌아가신 큰외삼촌은 인물도 참 좋으시고 아주 똑똑하셔서 동네에서 다들 칭찬하는 재목이셨다는데 안양에 있는 가죽회사에 취직해 일하시다 과로로 일찍 돌아가셨다고 한다. 마음에 제일 큰 기둥이었을 큰아들을 일찍 잃은 청상외할머니의 마음이 어떠셨을지는 짐작하기도 어렵다.
둘째아들인 평택외삼촌은 언제뵈도 다정하고 참 좋은 분인데 외숙모께서 여호와의 증인이란 종교를 갖고 계셔서 명절이나 제사같은 집안행사에 일절 참가하지 않으신다. 외삼촌은 아들 둘에 딸 하나를 두셨는데 그중 큰 아들은 어머니와 같은 종교를 가지고있어 병역을 거부해 대신 감옥살이를 했다. 작년 설인가에 그 사촌을 처음 보았는데 뽀얀 피부에 맑고 여린 인상이었다. 그댁 시누도 역시 조금은 핏기없는 하얀 얼굴에 고요하고 어딘가 서늘한 느낌이었어서 아마 내가 한번도 못뵌 외숙모님이 그런 분인가 짐작해보았다.
그리고 셋쨰가 우리 시어머니, 그 아래가 서울이모님, 그 아래는 구미이모님, 그리고 막내가 서울에 계시는 외삼촌이다.
서울이모님은 일찍부터 동대문에서 이모부님과 함께 가죽옷장사를 해오셨고 구미이모님은 아이들키워놓고 지금은 큰 마트에서 점원으로 일하신다. 서울외삼촌은 6남매중 유일하게 대학을 나왔는데 그 첫등록금을 돌아가신 큰외삼촌이 직장다니실때 내주셨다. 본인이 돈이 없이 대학을 못간것이 큰 한이었던 큰외삼촌이 막내외삼촌만큼은 꼭 대학에 보내주겠다고 안양집으로 불러 데리고 살면서 대학 등록금도 내주셨던 것. 그러던 중에 큰외삼촌이 갑자기 돌아가셨고 막내외삼촌은 어렵게 대학을 마치고 다행히 좋은 회사에 취직을 하실 수 있었다. 회사는 순조롭게 성장했고 막내외삼촌은 회사의 중역이 되셨다. 막내외삼촌은 돌아가신 큰외삼촌의 딸들, 특히 그 딸들이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아 돌잔치같은 대소사를 치를때는 자신이 그네들의 친정아버지 대신이라고 생각하고 친정아버지가 살아계셨으면 해주셨을만큼, 아니 그 이상의 재정적 후원을 하는 것으로 큰외삼촌께 받은 대학등록금의 오래된 정을 되갚고 계신다. 종교적인 이유로 제사를 모시지않는 둘째 외숙모를 대신해 막내외숙모께서 제사도 모시고 든든하게 집안살림을 꾸리고 계셔서 청상외할머니께 참 다행한 일이지만, 다른 자식들의 형편은 그리 좋지않은터라 청상외할머니는 그것이 또 마음이 많이 쓰이실 터이다. 






(이번 명절에는 사진을 찍지못했다. 이 사진들은 지난 3월 청상할머니 생신때 시댁식구들과 단양에 놀러갔을떄 연수삼촌이 찍어준 것이다.)



우리 시어머니는 식당일을 하신다.
올해 연세가 쉰일곱. 아주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저녁6시부터 새벽2시까지 곱창불판을 닦고 서빙을 보고 아르바이트생들을 지휘해가며 장사잘되는 곱창집의 2층홀 전체를 책임지고 일을 하시는 것은 작은 어머니의 몸에 무리하고 고된 일이다.
남편이 어릴때 시아버지는 오토바이가게를 하셨다. 새오토바이도 팔고 오토바이 수리도 하는 '현대오토바이'란 간판이 걸린 작은 가게앞에서 어린 삼남매를 나란히 세워놓고 찍은 사진을 나도 보았다.
가게는 잘 되었고 어머니는 살림을 하며 아이들을 키우셨다. 우리 어머니는 요리를 참 잘하시는데 아마 그때 남편과 시동생들은 참 즐거웠을 것이다. 아버지가 뚝딱뚝딱 오토바이 고치는 모습도 구경하고,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들께 귀여움도 받으며 다정한 어머니가 해주시는 맛있는 밥을 먹으며 작은 집이지만 깔깔거리며 함께 뒹굴었겠지.. 휴일이면 아버지의 오토바이에 삼남매와 젊은 엄마까지 모두 같이 타고 시원한 바람에 옷자락을 나부끼며 공원이나 절로 나들이를 갔을 것이다. 남편의 어린시절 사진에는 그런 모습이 가득하다.

남편이 고등학생이었을 때, 시아버님은 큰 교통사고를 당하셨다. 술을 드신채로 오토바이를 타다가 그만 사고가 난 것이다.
시아버님은 오래 입원을 하셨고 오토바이가게도 접으시게 되었다. 그때 다치셔서 지금은 한쪽 다리를 살짝 저신다.
생계가 막막해진 어머니는 잠시 식당을 여셨다가 잘 되지않아 이내 접으셨다한다. 
그 뒤로 한동안이 우리 시댁이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마침 그떄 시골집에 혼자 사시던 시할머님이 치매에 걸리셔서 시내에 있는 작은 아파트인 우리 시댁에 모셔와 시어머니가 시할머니 수발까지 드셔야해서 시어머니에게는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정말로 힘든 몇년이 흘러갔다.
그때 어머니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던 것은 일찍 철든 딸, 바로 우리 시누였을 것이다.
남편과 시동생이 대학생이었던 시절, 시누는 여상을 나와 일찍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시누이는 적은 월급을 쪼개 알뜰하게 저축하고 자기 생활을 꾸리는 한편으로 어려운 엄마에게 돈을 부쳐주었다. 
학생운동한다고 대학을 6년씩이나 다니는 오빠에게도 용돈을 보내주고 결혼한 후에는 한동안 같은 지역의 대학에 다니던 친정동생을 자기집에서 거두기까지했던 시누. 언제보아도 속깊고 현명하고 다정한 시누..







시아버님은 오토바이가게를 접으신 후로 친척조카가 하는 작은 건설업체에 취직해 건설노가다를 해오셨다. 주로 시골별장같은 단독주택이나 황토집을 짓는데 아버님은 워낙 어떤 기계도 잘 다루시고 손놀림이 좋으셔서 일감은 늘 많으신 것 같다. 아버님 연세가 올해 예순. 조금만 더 있으면 집짓는 일이 힘에 부치실 것이다.
우리 아버님 성함이 김자 영자 구자, '김영구'이신데 젊은 시절 동네에서 별명이 '영구박사'였단다. 어떤 기계든, 어떤 일감이든 척척 잘 고치고 해내셔서 그랬다는데 어린시절 또 동네에서 참 알아주는 신동(?)이었던 남편도 꿈이 '박사'였다. '박사'란 굉장히 많이 알고 똑똑한 사람이니까 자기는 커서 꼭 박사가 되겠다고 말해서 열심히 사는, 그러나 가난한 젊은 부부였던 시부모님의 삶에 큰 희망이고 기쁨이었던 큰아들.   

큰아들은 오래 치매를 앓으셨던 할머니가 돌아가셨을때 그 빈소에 내려가지 못했다.
대신 경찰서 형사들이 장례식장 주변에서 3일을 함께 보냈다.  
시아버지는 그때 얘기를 종종 하신다. 원래 말수가 별로 없으신 분인데 그 얘기는 워낙 마음에 맺히셔서 그런지 명절에 친척들이 모여있다 남편이 단과대 학생회장이 되어서 수배되었을때 이야기가 나오면 할머니 장례식 얘기를 빼놓지않고 하신다. 
막내외삼촌과 어머니도 남편을 데리러 학교에 오셨을때의 이야기를 하신다.
이번 명절에 그 얘기가 나오지 않은 것은 아마도 연호가 태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 연호의 등장으로 할머니할아버지가 온통 갓난아이에게 마음을 뺏기셨고, 연수와 시누의 두 아이들까지 이제는 넷이나 되는 손주들을 돌보고 그 재롱에 웃고 말썽에 야단치고 하다보니 명절 연휴가 휘리릭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에 어머니는 내게 명절쇠고 며칠더 시댁에 있다가 주말에 연호 백일상을 같이 차려서 하고 올라가면 어떻겠냐고 하셨다. 나는 바로 '좋아요, 어머니. 감사합니다'했다. 그래서 시댁에서 일주일 지낼 요령으로 연호 기저귀며 아이들 옷같은 짐을 넉넉히 싸서 내려갔다. 연수 때는 백일에 시부모님과 시누 가족이 모두 서울 우리집으로 오셔서 같이 백일을 치뤘었다. 그때는 우리가 차가 없어서 어린 아기를 데리고 내려갈 방법이 없기도 했고 연수가 첫손주라 어른들이 꼭 오셔야겠다고 어렵게 일을 빼고 시간을 내서 찾아오셨었다.
연호때는 그냥 우리 가족끼리 서울에서 밥한끼 정성껏 지어서 먹자고 처음에 어머니랑 얘기했었는데 막상 백일이 가까워오니까 정많은 어머니께서는 둘째손주의 백일상도 직접 차려주고 싶으셔서 내게 내려와서 같이 지내자고 하신 것이었다.

시댁에 내려가 지내는 것이 내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내게는 편하다. 시어머님이 먹을 것을 다 챙겨주시고 낮에는 연수를 데리고 놀이터에도 틈나는대로 나가주실 것이니 나는 어린 연호만 돌보면 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어머님이 너무 힘드시다는 것..
어머니는 저녁6시에 출근해 새벽2시에 퇴근하시는데 씻고 이것저것 정리하고나면 새벽3시쯤 잠이 드신다.
아버님은 새벽6시반에 일어나 출근을 하신다. 보통때는 아버님은 거실에서, 어머님은 안방에서 주무시고 새벽에 아버님은 어머니를 깨우지않고 혼자 조용히 밥을 차려드시고 나가신다. 그러면 어머니는 조금 늦은 아침까지 잠을 주무시고나서 일어나 아침겸 점심을 드시는 생활이다. 그런데 우리가 내려가면 어머니는 우리에게 안방을 내주신다.
작은방이 하나 더 있지만 요즘은 일본지진으로 워킹홀리데이를 중단하고 돌아온 시동생이 잠시 다녔던 직장도 문을 닫는 바람에 다시 상주집에서 지내고있는터라 어머니는 천상 거실에서 주무셔야한다. 그러면 새벽에 아버님이 출근할때 잠을 깨시게되고, 또 연이어 아침일찍 일어나는 연수와 연호도 깨서 할머니를 찾을터이니 어머님이 제대로 쉬실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어머님 성격에 손주들 돌보느라 평소에 너무 고생한다고 생각하는 며느리를 며칠이라도 맛있는것 해서 먹여주고, 손주들하고 많이 놀아주려고 하실게 분명한데 그러면 낮에도 제대로 쉬지 못해 저녁일하는 어머니에게 너무 무리한 며칠이 될 것이었다.

마침 어머님은 이번 명절 내내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셨다.
갑상선이 안좋아 몇년째 약을 드시고계신 어머니는 피로가 많이 몰려오면 두통도 심해지시는 듯하다.
명절이란 것이 오랫만에 모인 가족들에게는 참 반갑고, 맛있는 음식에 거나에게 술잔 기울이며 취할 수도 있고, 아이들 재롱보며 즐거워할 수있는 시간이지만
대식구의 식사를 계속 차리고, 설겆이와 청소와 빨래를 해내야하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고된 노동의 시간이기도 하다.  
명절 전날과 명절날 딱 이틀만 식당일을 쉬실 수 있었던 어머니. 그러나 그 이틀동안 식당에서 일할때보다 더 힘들게 제사음식을 장만하고, 가족들을 먹이고, 좁은 집에서 어린아이들의 칭얼거림에 밤잠을 설치셔야했던 어머니는 연휴 마지막날, 너무 힘들어서 안되겠다며 미안하지만 그냥 서울로 울라가는게 어떻겠냐고 하셨다.
나는 그러겠다고 했다. 미안해하시지 말라고, 괜찮다고, 어머니가 너무 힘드신데 제가 일을 덜어드리지못해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연휴 마지막 날, 어머니는 우리가 떠나는 모습을 보지못하고 식당으로 나가시면서 우리가 먹을 저녁밥을 다 차려주고 가셨다. 
설겆이는 힘드니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시고...

어머니가 볶아주신 불고기 반찬을 해서 우리 가족은 모두 든든하게 저녁밥을 먹었다.
어머니는 그 시간, 식당에서 반찬없는 저녁밥으로 식사를 하셨을 것이다.
나는 설겆이를 했다.
내가 조금더 단단한 사람이어서, 어머니께 부담을 드리지않고 내 손으로 밥을 지어 시부모님께 차려드리고 내 아이들도 먹일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았을껄... 그러면 어머니께서 우리가 시댁에서 지내는 것을 조금은 덜 걱정하셨을지도 모르는데..
내년 설에는 연호도 좀더 컸을 것이고, 나도 좀더 능숙한 주부가 되어서 어머니께서 내 밥 차려줄 걱정은 안하시게 하면서 시댁에서 지내다 와야겠다... 그런 생각도 했다.

상주를 떠나며 어머니께 문자를 썼다. '어머니 저희 인제 출발했어요 명절쇠시느라 고생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잘계셔요 어머니'
금방 답장이 왔다. '내가 많이 미안하구나 형편상어쩔수가 없구나 내체력도따라주지못해 보내니 마음이너무아프구나 조심해서가고 도착하면전화하렴 미안하다'

'마음이 아프다'는 말이 쿵하고 내 마음에도 아프게 와서 부딪혔다.
집에서 우리에게 챙겨주실 전이며 과일보따리를 싸시면서도 어머니는 내게 '이렇게 보내놓고나면 또 마음이 그렇게 아파'라고 말씀하셨었다. 어머니.. 고된 일로 손가락끝이 모두 뭉툭하게 닳은 어머니가 더 해주지못해 마음이 아프시다고 한다. 어머니를 그렇게 마음아프시게했다는 사실에 나도 마음이 아팠다.

다시 문자를 썼다. 
'어머니 힘드신데 저희가 더 보탬이 돼드리지못해 제가 더 죄송해요 건강조심하시고요 연호연수 모두 이번에 할머니할아버지 사랑을 많이받아서 더 잘 클것같아요 감사해요 어머니'하고 빨간 하트를 하나 붙였다. 

다음날 전화할때 어머니는 '괜히 보냈다 싶어 하루종일 마음이 안좋았다. 고단해도 며칠만 참으면 되는데.. 미안해서 어쩌나'하고 말씀하시는데 그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울음이 살짝 섞인것 같았다.

연호낳고 2주동안 어머니가 우리집에 와서 산후조리를 해주고 내려가실때, 엘리베이터앞에서 배웅하면서 나는 울었다.
감사해서, 그 다정한 정이, 우리를 위해 쏟아주신 수고가 감사하고 그리워서 펑펑 울었었다.
연수를 낳았을때도 어머니는 산후조리를 해주러 오셨었다가 삼일만인가, 연수 황달떄문에 조리원에 입원을 하게 되어서 일찍 내려가셨었다. 그때 병원에서 어머니와 헤어질때도 눈물이 났었는데 그때는 연수도 걱정되고 나도 왠지 무섭고 첫아이를 낳은후의 두려움에 어머니와 헤어지는 것이 서글픈 마음이 컸었다.
연호낳고 2주동안 함께 지낸 것이 시어머니와 내가 가장 오랜 시간 함께 지내본 것이었다.
그 기간동안 힘든 것보다는 고마운 것이 훨씬 많았고, 불편한 것보다 정겹고 든든한 마음이 훨씬 컸다.
우리 어머님이 워낙 며느리에게 잘해주려 하시는 분이기도 하고, 둘째아이라 그런지 내마음이 훨씬 여유롭기도 해서 어머님하시는 젖모자라지 않을까, 분유 좀 먹이지 하는 걱정같은 것도 신경곤두세우지않고 들을 수 있었다. 연수를 보살피는데는 철없는 연수가 할머니께 버릇없이 굴고 할머니 싫다 어쩐다해도 할머니만큼 든든하고 살가운 분이 없었다. 
그 2주가 지난후 나는 어머니를 지난3년보다 더 많이 좋아하게 되었다. 
어머니는 연호 웃는 얼굴이 눈에 선하다고 하셨다. 
지난 명절동안 두통으로 힘들어하시면서도 연호를 볼 때만큼은 정말로 환하게, 아픈 것도 모두 잊은듯 웃으시던 어머니 모습이 나도 눈에 선하게 떠올랐다.










명절이 끝나고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연호에게 젖을 먹이며 연수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시간으로.

서울집에 도착해, 신생아파트단지의 삭막한 콘크리트벽들 사이로 들어서며 문득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가붙이도, 다정한 친지 하나 없는 이곳에서 내가 왜 살고있지.. 하는 생각. 
가족들속에, 복도에만 나오면 상주를 둘러싸고있는 아름다운 산의 능선들과 하늘과 연호가 배속에 있었던 지난 설에는 정말 잘생긴 매 두마리가 멋지게 하늘을 나는 모습도 오랫동안 볼 수 있었던 상주시댁을 떠나온 직후라
서울, 그것도 이제 막 둥지를 튼 썰렁한 신축 아파트 단지가 참 쓸쓸하고 차갑게 느껴졌다.
 










아이들과 다시 지지고볶는 일상으로 돌아오니 서울집에 대해 느꼈던 이질감, 소외감같은 것은 빠르게 잊혀졌다.
더운 밥 해먹고, 아이들 키우고, 남편은 출근하고, 나는 살림하는 집. 그러면서 우리가 사는 곳이지, 이 집은.
이웃들과 만나 담소도 하고 명절에 생긴 먹거리들도 서로 나누고.. 연수듣는 문화체육관 수업도 다녀오고 하다보니 주말이다.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온 것처럼 어머니도 일상으로 잘 돌아가셨기를..
오래 마음아파하시지말고, 잘 쉬시고.. 고단한 생활속에서도 작은 행복들을 느끼시기를.

명절 생각을 하다보니 시댁 이야기가 하고싶었다.
아직도 할 이야기가 많은데, 글이 너무 기니까.. 다음에 또 해야겠다.
시댁의 여러 식구들과 그 삶과 사연을 통해 나는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연이 있는지, 얼마나 아픈 이야기가 많은지를 배우고 느끼고 있다. 
그 이야기들이 때로는 내게 힘이 되기도하고, 때로는 마음을 아프게, 근심하게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내 마음이 더 커지고 깊어지기를 부디 바라고 있다.

나는 우리 시댁식구들이 좋다.
어쩌면 버거울수도 있지만 지금 내 작은 그릇안에 그 분들이 담아주시는 따뜻한 사랑이 고맙고 좋다.
속깊은 시누이와 꿈많은 시동생도 좋다.
사는 것이 너무 고단하다보니 서로에게 짜증내거나 퉁명스러울 때가 많은 시부모님의 모습이 안쓰럽기도하고 애잔하기도하다. 약주 좋아하시는 시아버님, 화도 잘내고 웃기도 잘 하시는 시어머님도 좋다. 

연수와 연호가 할아버지할머니를 더많이 이해하고 좋아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서 이 글을 보고 할머니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와 많은 이모삼촌할머니할아버지들의 사연을 조금은 더 알고, 애정과 이해를 키울 수 있기를 바래본다.  









(요즘 할머니가 제일 보고싶으실 연호 얼굴을 한장 더 올린다. 사진으로나마 아이들 잘 크는 모습 많이 보여드려야지..)


 


Posted by 연신내새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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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살림하는사람

    연수엄마의 따뜻한 마음, 그리고 시댁식구들의 가장 아프고 아름다운 마음에 가 닿을 수 있는 연수엄마의 현명함에 제 마음이 다 포근해지고 또 한동안 저를 고달프게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내 안에서 시작된 것임을 알게 되어 오늘도 참 고맙다 인사를 전합니다. 계속 외부와 갈등을 향해 치닫는 내 마음과 꽤 오랜시간 고군분투했었어요. 그게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결이 안되어서 그게 또 참 고단했고요. 그런데 연수엄마의 이 글이 제 마음을 푸는 열쇠가 되었어요. 연수엄마와 저의 상황이 어쩌면 정반대이지만 그렇다고 결혼으로 맺어진 식구를 품어가는 과정이 누구는 쉽고 누구는 어렵다고 말할 수 없겠지요. 다 똑같겠지요. 사람이란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 자기의 짐을 지고 사는 것인데 상대가 넉넉하게 지내 철이 없다고, 헛된 꿈을 꾸었다하여 미워하고 마음으로 가족을 품지 못하는 제가 얼마나 옹졸한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고마워요. 다시 제 자리를 품을 수 있도록 시작할 수 있게 해 줘서.^^

    2011.09.18 23:24 [ ADDR : EDIT/ DEL : REPLY ]
    • 삶의 원칙, 가치관.. 흔들리기쉽고 어쩌면 유혹하는 것들이 너무 많은 세상에서 마음의 지표를 단단히 지키며 살고싶은 언니의 바램을 잘 알아요. 그렇기에 더 받아들이기 쉽지않은 일일것이고요.
      저는 어쩌면 정반대의 상황이라.. 제가 더 쉬울지도 모르겠어요..
      뭐라 쉽게 말할 수 없는 일. 또 그만큼 짧은 시간안에 마음을 딱 정리하기도 어려운 일이아닐까.. 싶어요.
      가족에게서 제일 큰건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오랜 시간을 같이 지낸다는 것, 오래 지켜보고 많은 사건들을 같이 겪었다는 것. 그것이 밉기도 하고, 야속한 것도 많고, 나와 안맞는 부분, 내가 생각하기에 문제가 많다해도 '가족'이라는 이름의 사람들을 못내 뭉클하게 여기고 애틋해하게 만들어주는 것 아닐까... 시어머니께 '사랑해요'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언제일까.. 생각하다가 시간이 많이 흐르면 그런 날도 오지않을까. 싶었거든요.
      언니는 언제나 언니의 자리를 넉넉하게 품는 분이지요. 참 쉽지않은 그 자리를, 큰 노력으로 품고 또 품는 언니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다음주에... 뵈요. ^^

      2011.09.23 22:42 신고 [ ADDR : EDIT/ DEL ]
  2. 잘 다녀왔군요 언니.
    안그래도 돌아왔을까 궁금해서 간만에 RSS를 들어왔더니 글이 마침 올라와서 반가웠어요. ㅎㅎ
    저는 이래저래 정말 뭔가에 홀려 정신이 없어 글도 못올리고 이러고 살고 있답니다. ㅠ

    언니네 시어머니, 시외할머니 이야기에 괜히 나도 같이 뭉클해요.
    우리 맘 좋으신 시어머니는 아직 시할머니도 모시고 계시는데 힘드실텐데도 저한테 그 어느 무거운 짐 하나 주시지 않는 좋은 분이시지요. 허리한번 펴보지 못하고 매일 하실일이 산더미신데도 말이에요.
    그래도 전 가서 맨날 화장실이 불편하고 젖먹일 공간이 마땅치않아 불편하다고 두세시간만에 후딱 오기 바빠요. ㅠ
    대신 자주자주 한달에 두세번씩 아이들 크는거 보여드리러 열심히 가지만요.
    가면 있는대로 폐만 끼치고 살림 반쯤 들어서 먹거리 챙겨오는 철없는 자식들이랍니다.

    언니네 상자 사진을 보면서 왠지 우리 시댁에서 챙겨주시는 상자 한아름같아서 빙그레 웃고 말았어요.
    이번주에는 어머니께 꼭 가야지. (요맘때는 알밤과 단감이 나오기 시작해요. ㅎㅎ)

    연호도 요즘 옹알이 이쁘게 하죠? 우리 채민이도 옹알이와 미소로 보는 사람을 살살 녹여요.
    나날이 늘어가는 떼와 장난, 그리고 애교와 개인기로 하루에도 열두번씩 웃게 만드는 수민이와도 꽤나 바쁘고요.
    연수는 얼마나 의젓해졌을지, 연호는 얼마나 귀여울지 궁금하고 보고 싶고 기대되요. ^^

    2011.09.19 00:37 [ ADDR : EDIT/ DEL : REPLY ]
    • 연수, 연호 이야기 많이 밀려있는데... 나도 뭣에 홀렸는지 이번 한주는 정말 정신이 없었지뭐예요.
      밤마다 연수 재우면서 같이 잠들어버려서 기저귀빨래며 집안일도 늘 밀리고, 낮에는 또 애기들과 투닥투닥 웃고울며 지내고 밤엔 또 쓰러져 자기바빴어요..ㅠㅠ 명이씨도 비슷했으려나요?

      엄마가 되고나서야 엄마들의 노동이 얼마나 극심한 것이었는지 조금씩 알아가게되요. 나는 조그만 우리집 살림 하나만 하는데도 이렇게 힘들고 고단한데 여러 식구에, 농사일까지 하시는 시골의 어머님들은 정말 허리 한번 펴시기가 어렵겠지요.. 생각하면 우리 어머니들이 헤쳐오신 시간이 아득해요.

      명이씨가 아이들데리고 찾아오는 것이 어른들께는 참 반갑고 좋으실 거예요. 가까운 곳에서 자주 찾아뵙는것만큼 좋은게 있겠어요. 먹거리도 고맙게 받아서 잘 챙겨먹으니 이쁠거고요.
      수민이, 채민이 이 가을에도 이쁘게 잘 크길.. 알밤같이 토실토실 여물고, 순하게 잘 먹고 잘 자길.. 명이씨, 건강해요.

      (아, 돈까스 넘 맛있게 잘 먹고있어요. ㅎㅎ 전보다 많이 주문해서 냉장고에 재워놓으니 쳐다만봐도 배가 불러요~~~ㅎ)

      2011.09.23 22:51 신고 [ ADDR : EDIT/ DEL ]
  3. 토토

    아.. 마음이 짜르르해지는 이야기들이에요. 눈물이 살짝 났다가.. 또 어느새 미소가 지어지는..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느 집인들 기막힌 사연 한 자락 없을까만은.. 연수 아버님네의 지난 이야기들 읽으면서 많은 생각들 하게 됩니다. 그래요.. 이렇게 우리 모두.. 행복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한 시간들을 쌓으며 세대를 거듭하며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아이들은 또 자라나구요.. 힘겨운 시간을 힘겹지만은 않게 헤쳐 오신.. 어머님과 아버님, 할머님을 비롯한 시댁 어른들께 감히 박수 보내 드리고 싶어요. 그 어른들의 그 마음을 이렇게 살뜰히 읽어 내는 연수 엄마에게도요!

    2011.09.20 12:51 [ ADDR : EDIT/ DEL : REPLY ]
    • 음... 부끄러워요. 살뜰히 읽어내고있나.. 제가 받아들이고싶은 것, 보고싶은 것만 보고있는건 아닐까... 걱정되기도 하고요...
      정말 사연없는 집이 없지요.. 저는 우리 시댁이야기를 알게되면서 예전에는 내가 참 이런 일들을 몰랐구나.. 하고 새삼 느꼈어요. 내가 참 안온한 환경에서 살아왔구나.. 싶었고요.
      저녁에 차를 타고가다가 집집마다 불이 켜지는 것을 보면 '저 집에는 또 무슨 사연이 있을까.. 어떤 저녁풍경이 펼쳐질까' 생각해보게 돼요.

      언니, 잘 계셔요. 오늘 하루만큼 또 우리 삶의 이야기도 더 쓰여졌겠지요. 민하와 언니의 행복한 날들을 응원할께요.

      2011.09.23 23:06 신고 [ ADDR : EDIT/ DEL ]
  4. 이 글보고 "나는 시댁에 대해서 이렇게 호기심을 가져본 적이 있나?" 생각해 봤어요. 미워하는 맘보다 더 심한 게 무관심이라잖아요. 저는 그랬던 것 같아요.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데, 아예 그 길조차 열어두고 있지 않았던 듯 해요.
    언니 고마워요. ^^ 다른 생각을 하게 해줘서...

    2011.09.21 23:1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고래님이 그렇게 생각했다니.. 내가 더 고마워요.

      우리 시외할머님은 뵙고있으면 왠지 오래오래 마주 앉아서 이분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싶다.. 싶어지는 그런 분이예요.
      씩씩하시고 사려깊으신 할머니.. 음. 아마 고래님이 만난다면 또 팬이 되고싶을수도~~^^
      연로하시고 일을 너무 많이 하셔서 다리가 많이 아프셔서 마음 아파요.

      이야기는 이렇게 하지만 나는 사실 시댁과 워낙 멀리 떨어져 있으니 자주 뵙지 못해요. 고래님처럼 가까이 있어 자주 만나는 것이 어쩌면 더 알게모르게 많은걸 알아가고 마음으로 의지하게 되는 일일지도...

      2011.09.23 23:24 신고 [ ADDR : EDIT/ DEL ]

신혼일기2011.05.17 00:27









2주만에 다시 찾은 우리 텃밭.
멀리서부터 밭이 뭔가 달라져있다는걸 알 수있었다. 와... 이 기대감~!
연수야, 상추가 많이 자랐네~~! ^^










이모할머니께서 연수에게 상추따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와. 저 탐스러운 상추들~!









연수가 처음으로 수확해본 상추. ^^
엄마아빠는 신혼초에, 그러니까 연수가 태어나던 그 봄에 아파트 베란다에 작은 스티로폴 상자텃밭을 마련해서 상추와 방울토마토를 심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연한 연두빛 상추잎들을 몇번 따서 쌈싸먹던 기억이 새롭다.
그게 엄마아빠의 첫 농작물 수확이라면 수확인데.. 연수의 첫 수확은 음. 때깔부터 아주 다른.. 정말 씩씩하고 풍성한 상추 수확이다.










이모할머니와 연수가 함께 씨를 뿌렸던 쑥갓도 어느새 싹이 돋아 예쁘게 자라있었다.
참 신기하다.. 고 작고 마른 씨앗들에서 이렇게 푸르고 싱싱한 잎들이 피어오르다니...
이모할머니 얼굴도 무척 즐거워보이신다.










ㅎㅎ
중요부위를 가려주지도 못하고.. 미안하다, 연수야. ^^;;;
그래도 네가 거름뿌린 그 땅에서 토마토랑 가지랑 고추랑... 모두모두 잘 자라줄거야. 

옛부터 오줌똥은 참 귀한 거름이라 오줌은 급하면 할수없이 남의 밭에도 싸지만 똥은 꼭 참았다가 자기 집 뒷간에 와서 싸라고 어른들이 이르셨다는데 앞으로 연수도 텃밭갈때는 미리 집에서 싸지말고 참았다 밭에 싸도록 일러야겠다. ㅎㅎ

 









60포기 상추의 첫 수확이 얼마나 푸짐했는지 커다란 마트비닐봉지 세 개가 가득 찼다.
일주일만 지나면 또 쑥 자라있을 것이라 해서 옆으로 벌어진 제법 큰 잎들은 거의 다 땄다.
따기전과 딴 후의 부피 차이가 저리도 크다.

참 고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작은 모종을 사다 심은 것 뿐인데, 나머지는 모두 하늘이 햇빛과 비를 주고 땅이 양분을 주었고
그리고 상추 제안의 힘으로 저렇게 자라주었다.
자연은 이렇게 거저 주다시피 고마운 식량을 사람들에게 주고 있구나... 정말 고마워해야겠구나...
이 자연을 함부로 대해서는 절대 안되겠고, 작은 수고라도 더하는데 정성을 다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깊이 했다.











주말농장 수돗가 근처에 있는 이 나무는 열매를 보고서야 앵두나무인 것을 알았다.
처음 왔을때 하얗고 작은 꽃이 정말 많이 달려있었는데 오늘은 꽃진 자리마다 초록색 앵두 열매가 얼마나 오밀조밀하게 달려있던지... 
고향집 뒷동산에는 큰 앵두나무가 있어서 나는 자라는동안 해마다 그 열매 따먹는 즐거움이 참 컸다. 
연수에게는 앵두열매 따먹는 즐거움을 알려줄 길이 없어 안타까웠는데 이제 주말농장에 오면 그 기쁨을 누리게해줄 수 있겠구나 싶어 무척 기뻤다.
6월이 오면 앵두가 익겠지.. 엄마는 평화보느라 혹시 못 오더라도 연수는 아빠와 함께 와서 상추도 따고, 앵두도 따서 집에서 기다리는 엄마에게 가져다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 










주말농장에서 연수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바로 이 공동농기구창고. 
연수에겐 보물창고나 다름없는 이 곳에서 이런저런 연장들을 구경하고, 차례로 꺼내서 흙을 파헤쳐보는 일은 해도해도 질리지않는 연수의 놀이다.  











어른들이 새 모종을 심고, 물을 주느라 바쁜 동안 연수는 농기구창고앞에 쭈그리고 앉아 갈퀴질에 여념이 없었다.










저도 나름대로 무엇을 심고, 또 그걸 캐내는 일에 흠뻑 빠져있다.











토마토 모종에 노란 꽃이 피었다.
토마토꽃을 보니 성주에 계신 토마토새댁님 생각이 나서 얼른 사진 한장 찍었다.
언니~, 저도 토마토를 심었어요! ^^
겨우 모종 5개 심어놓고 '아~ 나도 인제 토마토 농사를 짓는다!' 하고 으쓱거리는 철부지새댁. ^^
그래도 비료를 좀 써야되지 않을까... 넌지시 이야기하시는 이모님께 화학비료 안쓰고 잘 키워보자고, 제가 아는 분께 천연거름만드는 법을 배워오겠노라고 말씀드려 놓았기 때문에 얼른 토댁언냐 블로그에 가서 효소발효시켜 만드는 천연영양제(?) 비법을 배워와야한다. 언니, SOS~~!!!
  











주말이나 되야 다시 비가 온다기에 상추랑 여러 모종들에게 최대한 넉넉하게 물을 뿌려주고 왔다.
힘쓰는 일은 이모님과 신랑이 도맡아 해주시고... 새댁은 역시나 박수만 열심히 치면서 '모두 너무 고맙다, 앞으로도 잘 자라다오~' 하고 마음으로 이야기나누며 '영성농법'만 실천하고 왔다. ^^;;;











돌아오는 길, 텃밭 옆에 있는 여러 농장의 비닐하우스들 중에는 저리 예쁜 들꽃들만 한가득 키우고 있는 곳도 있었다 
연수를 세워놓고, 이모할머니께서 'V'를 가르쳐주셨다.  
아이 웃음이 꽃만큼 환하다.











앗~!!! 그런데 이게 왠 일~~~!
차에 타려고 하는 순간, 우리집 몫으로 꾸린 상추봉지 안에 들어와앉은 달팽이 한마리를 보았다.
"앗, 달팽이다!"
내 말을 듣고 쪼르르 달려온 연수는 달팽이를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다.
아... 어쩌지.. 제 살던 곳에 두고가야하나... 우리집에 데리고 갈까?
연수는 집에 데려가자고, 연수가 밥도 주고 물도 주고 잘 보살피겠다고 하고.. 나도 연수에게 달팽이를 가까이서 보여주고싶은 마음에 갈등하면서도 그대로 데리고왔다. 











집에 와서 작은 유리그릇 안에 상추잎과 함께 넣어주고 물을 좀 뿌려주었다.
연수는 자주자주 달팽이집 안을 들여다보며 '엄마, 달팽이가 어디 갔지? 달팽이 왜 안 움직여?"하고 물으며 궁금해했다.
달팽이는 아주 천천히 움직여서 유리병에도 붙었다가, 상추잎 위에 올라가기도 하며 갑자기 바뀐 환경에 어리둥절해하는 분위기다.
나는 저 녀석을 원래 살던 곳에 돌려보내야하지 않을까... 내내 갈등하면서도
연수가 달팽이가 집에 있어서 너무 좋다고 얘기하며 틈만 나면 들여다보고 살아있는 무언가에 마음쓰고, 보살펴주고싶어 하는 모습이 좋아서 못이기는척 그냥 두고 있다.
신랑도 퇴근해서는 달팽이집을 들여다보고 '연수야, 달팽이가 상추 먹었네! 상추잎에 구멍이 났어~'하고 불러서 둘이 또 들여다보고 얘기하는 모습도 반갑고 예쁘다.
새식구가 있다는 것, 생명이 하나 더 같이 산다는 것은 이렇게 사람들에게 뭉클하고 고마운 일이다.
달팽이에게는 갑자기 천지개벽해서 낯설고 답답한 곳에 끌려와있는 무서운 날들일까봐 미안하기 그지없는데 말이다. 
우선은 달팽이집에 흙을 좀 넣어주고.. 그리고 다음 주말에 텃밭갈때 다시 데려가서 풀어줘야지... 싶은데 연수와 잘 얘기를 해봐야겠다. 
 











어제 아침에 수확한 상추를 흙도 안 털어내고 봉지째로 냉장고에 넣어두고 점심에는 결혼식에 다녀왔다.
블로그로 우리 텃밭 이야기도 늘 같이 해왔던 신랑의 친구들께 '우리 오늘 상추 수확했어요~ 우리집 가서 삼겹살구워먹어요!' 했더니 두 가족이 즐겁게 놀러와주었다.
연수친구 가원이네와 쭌이모네와 함께 뚝딱뚝딱 삼겹살에 그야말로 상추만 놓고 저녁밥을 먹었는데 갓 따온 상추는 정말 싱싱하고 맛있었다.
다른 반찬이 너무 없어 미안하였지만 상추만큼은 여섯명이 먹고도 반절쯤 남을만큼 푸짐했다.
먼길 흔쾌히 와서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준 친구들, 모두 고마워요~!^^ (상추 많이 먹어준 것도 감사감사~ㅎㅎ)
 









상추 사진 좀 찍어달라했더니 육식을 사랑하는 연수아부지.. 고기에 초점을 맞춰버리셨네~^^;;

상추는 다음 주말에도(비가 많이 오면 어렵겠지만) 수확할 예정이다. 
다음주엔 토마토에 버팀목도 세워주고, 부추랑 쪽파랑 호박도 조금씩 심기로 했다. 
네 평 텃밭인데 심을 수 있는 것도, 먹을 수 있는 것도 얼마나 많은지... 땅은 정말 보물창고. 
생각하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집에 놀러오세요~!
다른건 없어도 갓딴 맛있는 상추쌈과 상추 겉절이 푸짐하게 차려서 밥 한그릇 같이 뚝딱 먹어요~! ^^








Posted by 연신내새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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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 많은 상추를 다 어찌 먹으려구...ㅋㅋ
    이제는 연수가 사진찍을때 V도 하고 진짜 많이 컷네요~
    제법 형아 티가 납니다~ ^^

    2011.05.17 01: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ㅎㅎㅎ 정말 많아요~~! 쪼그만 상추모종 60포기 심으면서도 감이 없어서 '저걸로 누구입에 풀칠할까?' 싶었는데 와~~ 자라고나니 정말 대단헀어요. ^0^
      근처에 시이모님과 시외삼촌댁이 계셔서 저희집까지 세집이 나누어도 얼마나 많은지.. 저희집 것은 친구들불러 먹었는데도 아직 절반이나 남았어요. 솜씨좋은 이웃께 부탁해서 내일 겉저리해 같이 먹으려고요~^^

      4평텃밭보면서 물한동이님, 토댁님, 저희 친정부모님.. 농사짓는분들 생각 많이 합니다. 모두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한 분들... 힘내세요, 물한동이님~! 정말 감사합니다~~!

      연수는 제가 봐도 깜짝깜짝 놀랄만큼 많이 컸어요. 어느새 엄마곁을 든든히 지켜주는 형아가 되었어요.. 아. 아이들도, 농작물도 자라는 것은 모두 어쩜 이리 신기한지요. ^^

      2011.05.17 20:16 신고 [ ADDR : EDIT/ DEL ]
    • 그래도 남으면 상추로 된장국 끓여 먹어요~
      울 어머님은 상추로 된장국을 끓이시는데 생각보다 괜찮더라구요. ^^

      2011.05.26 22:17 신고 [ ADDR : EDIT/ DEL ]
    • 헛~! 상추로 국도 끓여먹는군요~!!^^ 그럼 '전'도 부쳐먹을 수있으려나요? 상추전이라... 음.
      오늘도 텃밭가서 상추수확 거하게 했습니다.
      작은 텃밭에서 너무 많이 얻는것같아 땅한테 좀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예요.
      서울은 날이 무척 뜨거워졌어요. 문경도 그러려나요?
      물한동이님댁 작물들 모두 무럭무럭 잘 자라길.. 물한동이님도 건강하시고요! ^^

      2011.05.30 00:08 신고 [ ADDR : EDIT/ DEL ]
  2. 살림하는사람

    와우~ 삼겹살 먹고 싶네요. 연수아버님께서 초점 맞춰주신 삼겹살에 고기 자주 먹지 말아야지 생각했던 건 하얗게 밀려가버리고 음..희범이 깨면 나가서 삼겹살 사와서 상추쌈 해먹어야겠다 마음 먹네요.ㅎㅎㅎ

    연수 오줌싸는 모습이 참 씩씩해보여서 한참 웃으며 봤어요. ㅎㅎㅎ 요즘 우리 집에서 오줌가리는 희범이 오줌 받아서 집 구석구석 마당에다가 할아버지께서 갖다 쏟아주고 계시지요. ㅎㅎ 아, 그런 이야기가 있군요. 똥은 꼭 참고 있다가 집 뒷간에 눠야한다고. 요즘 도서관에서 '똥똥 귀한 똥'을 빌려서 읽고 있는데요, 저도 배우는 것이 많답니다. 이렇게 귀한 똥오줌이 세상에 가장 더러운 것으로 여겨져 처치곤란하다고 여기게 된 세상이 참 많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요. 만삭의 젊은 엄마가 밭에서 상추 들고 찍은 모습이 어쩌면 예쁜지 그 모습도 한참 봤습니다.^^

    다음엔 놀러가서 연수네 텃밭에 놀러가요. 더 더워지기 전에 연수엄마 평화 낳기 전에 가려면 마음이 급하네요. ^^

    2011.05.17 12:37 [ ADDR : EDIT/ DEL : REPLY ]
    • ㅎㅎㅎ 삼겹살 맛있게 드셨어요? 저도 다른 육식은 그닥 생각나는 일이 없는데 이상하게 '삼겹살'은 가끔 너무 먹고싶을 때가 있더라고요. 일정한 간격으로 한번씩 목에 그 미끈덩거리는 기름을 넘겨줘야될 것 같은..^^;;;

      똥을 거름으로 귀하게 대하던 시절에는 인간도 그리 자연에 해를 덜 끼치고 살았던 존재같은데 요즘은 하는 족족 해되는 것이 어찌나 많은지.. 존재 자체가 슬픔이구나 싶기도해요.ㅜㅜ

      다음주에 놀러오셔서 같이 텃밭에 가요~ 주말에 상추를 따지말고 조금 남겨놨다가 같이 따면 좋겠다~^^ 한강 구경도 하고요!
      만삭의 젊은 엄마는 오늘도 열심히 걸었습니다.
      많이 걸어야 진통도 덜하고 순산한다하셔서 텃밭으로 놀이터로 뒷산으로 꾀부리지말고 열심히 다녀야겠어요. 같이 갈 이웃들이 있으니 더 좋아요~^^ 낼뵈요!

      2011.05.17 20:25 신고 [ ADDR : EDIT/ DEL ]
  3. 토토

    엄허나.. 연수 도련님 쉬야하는 사진에 자꾸만 눈길이 가니 이를 어째요.^^
    얼마 전에 티비에서.. 도시 농업이 활성화된다는 얘기가 나왔는데요.. 강동구 텃밭도 잠깐 보여 주더라구요. 거기가 바로 새댁님네 텃밭일라나 하면서 봤어요. 강동구 말고도 여러 구에서 구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기도 하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텃밭을 일구고 공동체를 만들어 가기도 하구요.
    많은 사람들이 텃밭에 관심을 가지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역시나 사람들의 마음은 이렇게도 비슷한 거구나.. 농작물을 키우는 일이 이렇게도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구나.. 싶었어요. 이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사람 중심 생각이겠지만요.

    암튼.. 무럭무럭 자라나는 상추들을 보니 제 마음도 괜히 뿌듯해집니다.
    새댁님 배 속에선.. 평화 군이 또 무럭무럭 자라고 있겠구요.
    모든 것이 행복하고 평화롭게 성장해 가는 봄날이에요. 하하.

    2011.05.18 14:54 [ ADDR : EDIT/ DEL : REPLY ]
    • 헤헤. 아가들 쉬야하는 사진은 정말 귀엽지요? ^^;; 커서는 '엄마 왜 그랬어!'하고 거센 항의를 받지않을까.. 슬며시 걱정도 됩니다만.. 인권존중보다 그저 예쁘다는 생각에 사진찍어놓고 흐뭇해하는 부족한 엄마 1인이네요. ^^;;

      예전에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이라는 책을 보고 '와.. 도시농업을 이렇게하는 곳도 있구나'하면서 무척 부러워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우리도 조금씩 도시에서도 농사짓는 삶, 자급하는 삶에 관심을 기울이고 행정차원의 지원도 이루어지는 것이 기쁘고 고마워요.
      '흙살림'이란 곳에서는 집안에서 할 수있는 '유기농 상자텃밭'보급운동도 하시는것 같던데 그것도 많이 확산되어서 생명을 키우면서 그 경이로움과 자연에 대한 고마움같은 것을 좀더 많이 느낄 수있으면 인간도 조금은 덜 인간중심적이어질 수있지 않을까... 기대도 해봅니다.

      좋은 봄날이예요, 방사능은 퍼지지만 우리들은 그래도 사랑하고, 보듬고.. 어린 것들을 키워가지요.
      다음주에 토토님 수, 목쯤 시간 어떠셔요?
      저희집에서 함께 모여 점심도 먹고 텃밭에도 같이 나들이가요~~!^^

      2011.05.18 21:45 신고 [ ADDR : EDIT/ DEL ]
  4. 정말 맛나게 먹었습니다~
    담엔 수확할때 같이 가요!
    직접 수확을 거들어드리지요~
    상추가 아주 실하고 풍성하던데요?
    완전 부럽습니다~

    2011.05.18 16:45 [ ADDR : EDIT/ DEL : REPLY ]
    • 좋아요! 상추도 거두고, 곧 이어서 방울토마토, 가지 등등 수확은 많지요. 거들어줘야할 정도로 일이 많은건 아니지만 같이 해보는 재미지요, 뭐~!^^

      쭌도 우선 집안에서 야채를 좀 길러봐요~. '흙살림'이란 곳에서 집에서 키울수있는 상자텃밭을 나눠준다(판다?)던데 집에 볕잘드는 곳이 있으면 그도 한번 해보면 즐거울듯~~! 나도 제대로 찾아본건 아니라서 좀 그렇지만... 뜻이 있는곳에 길이 있다하니.. 화이팅! ^^

      2011.05.18 21:48 신고 [ ADDR : EDIT/ DEL ]
  5. pipi

    읽으며 여러가지 추억과 기억이 떠오르네요.
    제가 결혼하고 처음 분가해서 살던 집은 주방작은창문을 통해 옆집 옥상 텃밭이 보였었어요.
    아침 7시면 지긋한 연세의 부부가 파자마 바람으로올라와서 상추도 솎아내고 방울토마토도 따고 수도호스를 끓어올려 물도 주고요. 주방일하면서 쳐다보며 부럽다. 저 상추 얼마나 싱싱할까. 했었는데
    어느날 우리집 문을 누가 똑똑 두드려서 '누구세요?' 하니 '옆집인데요' 저는 경계하는 투로 '옆집에서 왜요?'
    했더니 '아...저..상추를 좀 가져왔어요..' 하는거에요. 문을 다 열지도 않았는데 열린문틈으로 방금 딴 상추가 한가득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밀어넣으시며...창문으로 매일쳐다보는것이 먹고싶어 하는것 같아서 가져왔다시며 ㅎㅎㅎ 얼마나 민망하며 감사하던지..그담날부터 아저씨가 보이면 주방창문을에 얼굴을 대고 '안녕하세요 하고 엄청 크게 인사했던 기억이 있어요 ㅎㅎ
    참 저는 살림님 블로그에서 건너온 임은영 이에요 ^^:

    2011.05.19 13:19 [ ADDR : EDIT/ DEL : REPLY ]
    • 아! 임은영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찾아와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찾아가고픈데 주소를 좀 알려주셔요~ 살림님께 제가 살짝 여쭤봐도되고요. ^^

      ㅎㅎ '매일 쳐다보는 것이 먹고싶어 하는것 같아서' 가져다주시는 옆집분들의 맘이 넘 예쁘고 좋네요. 저도 그렇게 이웃들과 넉넉하게 나눠먹을 수있는 사람이 되고파요.
      자연은 참 얼마나 넉넉하게 우리에게 주는지.. 겨우 네 평농사 지으면서도 마음은 꼭 몇천평 농사짓는 사람마냥 푸근하고 고맙기 그지없답니다. ^^;;

      자주 뵈어요~. 좋은 인연이 또 좋은 인연으로 이어져서 보물찾기하듯 행복한 요즘입니다.

      2011.05.19 22:57 신고 [ ADDR : EDIT/ DEL ]
  6. 살림하는사람

    ^^ 은영님의 블로그는 http://www.cyworld.com/jinzzapipi 이고요.
    고성오님의 블로그는 http://blog.naver.com/winddie75 랍니다.
    두루두루 즐거운 시간 되시길~

    2011.05.20 13:16 [ ADDR : EDIT/ DEL : REPLY ]
    • 감사합니다~!^^
      블로그에서 좋은 이웃을 한분 더 만날 때마다 말할수없이 든든해요. '아, 갈 곳이 한 곳 더 생겼다!'싶어 반갑고요. ^^ 살림님덕분에 요즘 아주 행복합니다.

      2011.05.21 01:57 신고 [ ADDR : EDIT/ DEL ]

신혼일기2011.05.01 22:17









밤새에 꽃나무가
얼마만큼 자랐나?

아기가 아장아장
꽃밭으로 가보네.

밤새에 병아리가
얼마만큼 자랐나?

아기가 갸웃갸웃
닭의 어리 엿보네.

밤새에 우리 아기
얼마만큼 자랐나?

해님이 우리 마당
밝게 비춰 보시네.


- 윤석중 동시 '얼마만큼 자랐나' 전문.











텃밭에 상추심고 일주일 뒤였던 지난 24일.
세 식구가 오전에 주말농장에 다녀왔다. 

상추가 많이 컸을까, 쑥갓 씨앗은 싹을 틔웠을까... 도란도란 얘기하며 가는 길이 즐거웠다.
가보니 상추들은 아주 조금 큰 것도 같았고(?^^;), 쑥갓 씨앗은 잠자고 있는지 소식이 감감했다. 
그래도 그게 밖에 있는 우리가 보기에 잠잠한 것이지 땅 속에서는 지금 부단히 땅을 뚫고 여린 새싹을 내보내려고 씨앗이 온 힘을 기울이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상추도 고만고만 해보이지만 새로운 땅에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짧은 일주일 사이에 잎사귀도 전보다는 넓혀놓았으니 대단하고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었다. 

   









이 날은 작물을 더 심으려고 간 것은 아니고 그저 궁금해서 보러 간 길이라 딱히 할일은 없어 그저 상추들 얼굴보며 웃고만 있었다. 
그래도 연수는 아쉬운지 농기구창고에서 삽을 꺼내달라더니 저렇게 몇번 밭을 다지고 두드렸다.
나는 영성농법을 실천하느라 박수를 힘차게 여러번 치면서 '잘 커라, 고맙다' 얘기하고 왔다. ^^











밭일 대신 이 날은 우리 텃밭 바로 건너편에 있는 한강을 만나러 가보기로 했다. 
주말농장이 있는 이 마을에는 '가래여울'이란 예쁜 이름이 붙어있는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 근방 강가에 가래나무가 많고, 예전에 올림픽대로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지금 강동대교 근처가 물살이 아주 센 여울목이었어서 '가래여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고 적혀 있었다.

갈대와 잡풀이 무성한 언덕위로 자전거들이 달리는 것이 보였다.
차들은 다닐 수 없게 철문이 닫혀있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녀 길이 만들어진 곳으로 들어와 올라서니 자전거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자전거도로를 건너면 만나는 강변으로 내려가는 길. 
큰 강을 본 연수. 조금은 얼떨떨하다.  










내려가보자~!
햇빛은 좋고, 강은 푸르다. 더구나 여기는 시멘트 싹 발라진 인공 제방이 아니라 흙과 물이 그대로 만나는 자연의 강. 
갑작스레 펼쳐진 강 풍경에 나도 놀라고, 마음이 시원해졌다. 
 










연수, 뛰어간다.











강물이 잘그락, 잘그락.. 자갈을 흔들고 있었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강물 자락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게 얼마만인지.
작년 여름 여행 이후로 강가에는 처음 서보는 것 같다.
이사오고 미사리 조정경기장을 두어번 가긴했지만 그곳도 아무래도 인공의 물인지라 이토록 여린 강의 느낌은 받지 못했다. 
강이, 한강이.. 이렇게 가까이에서 말을 걸고 있었구나.. 
 










연수는 조금 무서운지 아빠에게 손을 잡자고 해서는 강물 아주 가까이 가서 돌멩이를 몇번 던져보았다.
 










하늘과 구름도 참 예쁜 날이었다.











아빠, 좀 더 놀자~!
연수야.. 그만 가야해...











마음 같아서는 이 그림같은 강가에 오래도록 자리펴고 앉아 강물과 하늘을 쳐다보다 오고싶었지만...
우리가 여기를 빨리 떠날 수밖에 없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번째는 바로 이 사진 한가운데, 갈대밭 입구에 서있는 작은 팻말 때문이다.
팻말에는 작은 사진과 함께 이런 글귀가 써있었다.
"뱀조심"

헉!!! 뱀이라니!!!! -.-;;;;;
정말이야? 정말? 아~~~ 뱀이라니~~~~!!!

뱀은 내가 제일로 무서워하는 생물.
인공의 공원과 제방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여기부터는 한강의 생태계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무척 고마우면서도
아... 뱀이라니... 생각만해도 소름이 오싹 돋아 나는 그만 '어서 가자, 어서 가자'하며 아이를 채근해 풀밭을 떠나고 말았다.
강가에서 사진 몇장을 찍은 것도 실은 엄청난 용기를 낸 것이다.










결국 우리는 그림같은 강가를 떠나와 자전거도로로 올라가는 삭막한 이 시멘트 길위에서
그나마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가방에 싸온 간식을 먹었다...ㅠㅠ
 
그리고 두번째 이유인, 이날 오후에 우리집에 오시기로한 손님들을 맞으러 얼른 집으로 돌아왔다.


+


일주일이 지나고 이 글을 쓰는 지금, 문득 궁금해진다.
한강의 뱀들.. 잘 있을까?
들쥐도 잡아먹고, 개구리도 잡아먹으면서 그 녀석들은 오늘 하루 잘 살았을까.
황사는 이리 심하고, 올봄은 날도 춥고... 방사능비까지 내리는 이런 힘든 세상에 그 녀석들도 얼마나 살기가 고단할까..

한강이 살아있는 강이었을 때는
강변의 모래들이 자정작용을 해줘서 물도 깨끗하고 
수심이 얕아 여름에는 해수욕하는 인파도 참 많았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가래여울'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보니 예전에는 여기에 나루터가 있어서
멀리 강원도 정선에서부터 나무파는 사람들이 굵은 나무기둥을 묶어만든 뗏목을 타고 내려와 가래여울을 지나 마포로 갔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래.. 사람들이 강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던 그 날들에는 외려 뱀있는 강가에 내려가는 일도 지금보다는 덜 무서웠겠지.
뱀들도 사람 많은 곳에는 나오질 않았겠지..
한강을 온통 시멘트로 발라버린후 살곳잃은 뱀들은 개체수도 많이 줄었을테고, 그나마 남은 녀석들이 여기, 가래여울부터 두물머리로 이어지는 그나마 남은 야생의 강가와 풀밭에 어렵사리 모여살고 있겠지.
<헤이세이 너구리 대전쟁>의 너구리들처럼 사람에게 쫓겨 평화롭게 살던 숲을 잃고 헤메고 또 헤메다 겨우 살아남았겠지...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이 녀석들을 야속해할 것도 아니고 되려 미안해해야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래도 무섭고 아쉬운건 어쩔수가 없네..ㅜㅜ
봄에는 연수를 데리고, 가을에는 평화까지 데리고 텃밭에 나와 푸성귀를 따고 이곳 강가에서 오래 바람을 쐬고 싶었던 내 꿈이
뜻밖의 뱀소식으로 주춤하게 된 것이..

자연은 좋지만 뱀은 포용할 수 없는 나의 편협한 자연관을 반성하며
예전에 보았던 최성각 작가의 산문집 <달려라 냇물아>를 다시 들춰보았다.
환경단체 '풀꽃세상'과 '풀꽃평화연구소'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작가에게도 뱀에 대한 공포가 있다는 이야기가 기억나서였다.

"뱀에 대한 공포는 학습된 것인지 본능적인 것인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지 않았던 저로서야 뱀에 대한 공포가 학습되었을 리 없는 노릇이었습니다만, 뱀은 징그럽고 미끈거리고 독이 있다는 것마저 알았을 때에는 공포스러운 어떤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도리가 없었습니다....(중략)..  하지만 "어떤 못된 뱀도 나쁜 사람보다는 착하다"는 말을 우연히 만난 이래, 제게 뱀은 더이상 무서움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뱀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 모르지만, 사십 중반이 넘자 사람에 대해서는 조금 알 것 같기 때문입니다. 생물학자들은 거기에 뱀이 사람을 더 두려워한다는 말까지 덧붙이고 있어서 그 말에 대한 제 공감은 깊어지기만 합니다." (최성각, <달려라 냇물아> 134~145쪽, 녹색평론사)

흑. 아직 내가 삼십대중반이기 때문일까... 철없는 나는 아직 사람보다 뱀이 무섭다. ㅜㅜ  
하지만 이 분도 다른 글에서는 이렇게도 썼다.
 
"사람을 만나면 뱀이 더 놀란다는 말도 있고, 그 말에 십분 공감도 하지만 안 만나면 사실 더 좋은 생물이 바로 뱀이다. 뱀이 보이는 순간 그 일대의 공기 밀도가 달라진다...(중략)..  뱀 이야기를 카페에 올렸더니만, 정선에 사는 시 쓰는 한 선배가 "거위를 키우면 뱀이 안 나타난다"고 조언했다. 본시 나는 귀가 엷은데다 그 선배가 직접 거위를 키우고 계신 분이라 그 말을 듣는 순간, 믿었다. 선배는 뱀이 종소리를 싫어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거위를 구하는 일보다 종을 구하는 일이 더 쉬워서 나는 일단 철물점에서 작은 종을 얼른 구했고, 있던 풍경도 그 이음새를 다시 살핀 뒤 밤에 마당에라도 나갈라치면 소학교의 소사아저씨처럼 때 없이 흔들어대곤 했다. 그러면서도 "거위를 구해야지, 거위와 함께 살아야지". 다짐하기 시작했다." (같은책, 16쪽)


다음에 가래여울 한강가에 갈 때는 필히 종을 들고가야겠다.
그리고 행여 여러해후에 내가 꿈꾸는대로 마당있는 시골집에서 살게된다면.... 꼭 거위를 키우리라. 
 
이번 주말에는 비도 많이 오고, 황사도 심하다해서 텃밭에 다녀오지 못했다.
우리 상추들은 잘 있나... 그 여린 잎들이 이 비와 바람을 잘 견뎌내고 있을까.
이웃밭들에 있던 마찬가지로 어린 고추, 토마토, 로메인 같은 채소들도 궁금하고 걱정된다.
조그마한 우리집 울안을 넘어.. 관심가는 생명들이 이 봄, 더 생겼다. 감사한 일이다. 
어서 날이 좋아져서 텃밭에 나가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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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살림하는사람

    윤석중님의 시가 참 좋네요.^^ 외워서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어요.(저란 사람이 시 외우는 것을 좀 어려워하는 사람인데 한 번 해봐야겠어요. ㅎㅎ)

    ㅎㅎㅎㅎㅎ 저번에도 한참 웃었는데 그 '영성농법' 말이 참 좋고 의미도 좋은데 그 농법을 실천하고 계실 욱님을 생각하면 자꾸만 웃음이 난단 말이죠.ㅋㅋㅋㅋ 아마 작물들도 잘 자라리라 생각됩니다.

    한강에 대한 이야기를 저도 전에 들었어요. 그 때 마음이 그렇게 쓰라리더라고요. 그렇게 좋은 곳이었는데, 나는 못 보았구나 싶어서요. 지금 다른 많은 강들에 내지고 있는 상처들을 생각하면 더 아프지요.

    "어떤 못된 뱀도 나쁜 사람보다는 착하다" 같은 사람으로서 뜨끔합니다. 제가 도시인으로 살면서 지구에 쌓아놓는 온갖 쓰레기들을 생각하면 저도 '나쁜 사람'이지 싶어서요. 적어도 그런면에서 뱀은 저보다 착하네요. 그나저나 최성각님의 '거위를 구해야지. 거위와 함께 살아야지'하는 모습이 욱님의 영성농법의 실천만큼이나 마음 훈훈하면서 절로 미소지어집니다.^^

    2011.05.02 14:02 [ ADDR : EDIT/ DEL : REPLY ]
    • 아이키우며 다시 읽어보니.. 동시들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짧은데 여운이 참 긴 시들, 예쁘고 여린 아이들마음을 보듬어주는 고운 말들.. 좋은 동시집을 많이 찾아서 연수와 함께 보고 싶어요.
      (저 시는 그림책으로 나와있어서 저도 알게됐지요^^)

      영성농법, 이 것이.. 막상 하려고하면 상당히 멋쩍지만요.. 그래도 웃으며 합니다.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다고.. 상추들도 저를 보며 웃어주지않을까요? ^^;; (그래, 할줄 아는 것도 없는 너.. 그래도 자주 와서 얼굴보여주고 박수라도 쳐주니 좋다~ 하면서요.ㅎㅎ)
      아직은 이웃들 눈치를 좀 보는데요, 사실 더 진지하게 마음을 다해서 격려를 보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얍얍!

      한강이야기를 생각해보니 살림님께 빌린 '녹색평론' 이번호에서 본 것 같아요. 한강에서 해수욕하기.. 참 해보고싶은 풍경이지요? 언젠가는 한강도, 4대강도.. 다 뜯어내고 자연의 품으로 돌려주는 날이 오겠지요..꼭.

      최성각님은 그래서 시골집에 풀꽃세상연구소를 차린뒤 정말 거위 두마리('맞다'와 '무답이')를 키우셨는데요, 두 마리의 의젓하고 아름다운 거위들 이야기를 보다보니 저도 꼭 한번 키워보고 싶더라구요.
      연수는 요즘 '연수는 고양이 키우고 싶다..'고 늘상 이야기하는데, 어서 마당있는 집을 구해서 모두모두 한번 같이 살아보고 싶어요. (뱀은 빼고요..ㅠ.ㅠ, 뱀아, 미안..)

      2011.05.02 23:48 신고 [ ADDR : EDIT/ DEL ]
  2. 오! 금새 자라는군요~
    정말 뿌듯한 마음이 듬뿍 들겠어요.
    상추.. 나도 주말농장 하고싶은데.. 마음만 굴뚝..
    나중에 걷어들일땐 저도 같이 가고 싶네요..

    2011.05.12 12:59 [ ADDR : EDIT/ DEL : REPLY ]
    • 마음이 굴뚝...이면 언젠가는 꼭 하게 될거예요. ^^
      낼모레 보러갈까하는데.. 먹을만하면 바로 연락할테니 와서 같이 거두고, 삼겹살파뤼 하자고요~~!

      2011.05.13 23:16 신고 [ ADDR : EDIT/ DEL ]

신혼일기2011.04.23 00:30



2월 어느날, 회사에서 지급받아 쓰던 맥북을 반납하게된 신랑이 내 기색을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맥북을 사야겠어!"

잠시 생각한후 내가 대답했다.

"응. 그럼 나는 밭을 사줘."
 
2월 중순께 남편은 꿈에 그리던 '맥북 에어'를 품에 안았고,
행여 흠질세라 조심조심 열어서는 나를 위해 강일동 근처에 있는 주말농장을 검색해주었다.










3월초에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공고가 붙었다.
강일동 동사무소에서 주말농장을 분양한다는 소식이었다. 한강가에 있는 '가래여울'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마을의 텃밭이었다. 신청일 아침 8시부터 동사무소에서 선착순 140세대 분양.

평소 우리에게는 너무도 이른 시간인 7시 30분에 연수를 유모차에 태우고 동사무소로 향했다.
동사무소에 도착하니 7시 45분. 음~ 이정도면 양호하겠지~? ^^ 어디로 가면되나... 궁금해하면서 동사무소로 들어선 순간, 
와. 동사무소 안은 할아버지 할머니들로 북적북적했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직원분을 찾아 주말농장 신청하러 왔다고 하니 신청서를 한장 준다. 
신청서 윗머리엔 빨간 볼펜으로 177번이라고 써있었다. 백..칠십...칠??

새벽 동이 트기 전부터 줄을 선 176명의 어른들이 이미 동사무소를 다녀가셨던 것이다. 
나는 '꼭 안된다는 생각은 마시라'는 담당직원분의 말을 들으며 예비자 37번으로 접수를 해놓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 이제 우리 밭이 생겨?" 하고 묻는 연수에게 뭐라 대답도 못하고 쓰린 가슴만 부여잡은채....ㅜ.ㅜ

돌아와서 아직 출근중인 신랑에게 전화로 상황을 보고했더니 신랑은 '허허'하고 웃고 말았다.
그래... 사실 나같은 젊은 새댁보다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께 텃밭이 훨씬 더 필요하다. 소일거리도 되고, 소소하게 살림에도 보탬이 되실 것이고.. 무엇보다 그분들이 나보다 채소들을 훨씬 정성껏 잘 키우시지 않겠나... 생각하니 그나마 좀 위로가 되었다.
그래그래, 잘 된 일이야.. 상황을 알았으니 내년에는 더 부지런히 신청해보자.

이렇게 마음을 정리하고 주말농장 일은 곧 잊혀졌다. 
다른 밭을 더 알아볼까도 싶었지만, 소망하던 맥북을 손에 넣은 뒤로는 나의 밭에 나날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던 신랑의 영향으로 나도 거의 '올해는 안되겠다..'고 체념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주 금요일 아침, 동사무소에서 문자가 왔다. 
앞서 신청한 분들 중 몇분이 포기하셔서 대기자인 나에게까지 기회가 온 것이다. 만세~!!!!!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텃밭이 생겼다!!  ^------------------^ 
 










아빠와 연수가 토요일에 동사무소에 가서 4만원(텃밭 4평을 4월부터 11월까지 빌리는 비용)을 내고 자리추첨을 했다. 
우리 자리는 16번, 텃밭 입구에서 가까운 좋은 자리라고 했다.
비록 짧은 기간동안 빌려짓는 것이지만 처음으로 생긴 내 밭, 마음이 뭉클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일요일 아침, 잠실에 사시는 시이모님이 우리집으로 오셔서 함께 텃밭에 갔다. 
6월에 아이를 낳는 내가 기어코 올해 텃밭농사를 해보겠다고 나설 때는 마음 한구석 든든하게 믿는데가 있었기 때문인데, 그 믿는 구석이 바로 시이모님이셨다.
잠실에서 오래 사신 시이모님은 송파구청에서 분양하는 주말농장을 신청해 10년 가까이 텃밭농사를 지어오셨다. 
연수를 가졌을 때 나는 시이모님네 텃밭에 가서 그 자리에서 바로딴 싱싱한 상추에 구운 삼겹살을 싸먹으며 행복한 오후를 보낸 적이 있었다. '아. 서울에 살면서도 이렇게 농사를 지을 수 있구나..!' 그때부터 나는 작은 텃밭농사를 짓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이모님이 오랫동안 텃밭농사를 지어온 땅이 보금자리주택 부지로 결정되면서 그 해를 마지막으로 이모님도 2년동안 텃밭농사를 짓지 못하고 계셨다. 새로운 주말농장을 신청해서 가보셨는데 주변 땅이 너무 오염되어있고, 텃밭안에도 쓰레기가 많아 도저히 지을 엄두가 안나셨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내심 나는 우리가 텃밭을 분양받게 되면 이모님께 도와달라고 부탁해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모님은 한달음에 달려오셨다. 
청상외할머니의 둘째딸, 우리 시어머니의 바로 아래동생인 시이모님은 풍채만 뵈도 여장부의 기운의 느껴지는 분이다.
대학새내기 시절에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을 본 뒤로 나는 풍채좋은, 그러니까 키도 크고 몸집도 큰 여성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그 분들의 씩씩한 기운을 대하면 나도 기운이 나고 존경심도 든다. 
어릴 때부터 힘든 농사일과 집안일을 척척 거들어온 둘째이모님은 일솜씨와 살림솜씨가 모두 대단하시다. 가끔 명절이나 제사, 시댁 가족여행같은 큰일이 있으면 미리 장을 보고, 대식구의 음식을 준비하는 모든 일을 진두지휘하신다. 
이모부님과 함께 동대문상가에서 가죽옷장사를 오랫동안 해오셨는데 역시나 이모님 정도의 씩씩한 기운이 아니었으면 헤쳐나오기 어려운 힘든 일이고,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나는 혼자 짐작해보곤 한다. 
 
시골에서 자라신 이모님은 땅을 보면 안그래도 씩씩한 분이 더 활기를 띠신다.
나도 그렇다. 흙을 밟으면 기분이 좋고, 흙위에서 자라는 무엇을 보면 참으로 이쁘고 반갑다.
이모님의 지휘하에 우리는 우리몫의 퇴비를 밭에 뿌리고, 근처 농장에서 파는 상추모종을 사다 심었다.
올봄들어 햇빛이 제일로 쨍쨍한 것 같은 날이었다.
















이모님이 호미와 손장갑을 챙겨오시고, 나는 그저 집에 있던 모종삽 하나만 달랑달랑 들고 왔는데 (^^;;;)
와서보니 동사무소에서 장만한 공동 농기구들이 창고에 잔뜩 보관되어 있었다.
괭이와 갈퀴, 물뿌리개를 들고와 밭을 갈고 이랑을 만들었다. 연수는 이것저것 만져보고, 흙도 파헤쳐보며 무척 좋아했다.






















사실 이모님이 어려우시다고 하면 나는 나 혼자서라도 텃밭 농사를 지어볼 생각이었다.
워낙 도회지분인 우리 신랑은 손에 흙도 안묻히고 자라셔서 농사일에 도움이 될거라고는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어린 시절에 내가 우리 부모님의 일을 어깨너머로 보고, 물주전자 들고 따라다니는 길에 슬쩍 본 것들을 해보고 싶었다. 
상추 좀 심고, 방울토마토도 좀 심고.. 가을에는 배추랑 무 심고, 고구마도 여력되면 심어보고...^^
블로그 이웃인 토마토새댁 언냐와 맑은물한동이님께 조언도 구하고 4평밖에 안되는 작디작은 땅이지만 나도 뭔가 내 입에 들어갈 것을 내 손으로 키워본다고 으쓱해서 자랑도 하면서 그렇게 지어보고 싶었다.
6월에 평화낳고나면 한동안 바깥출입도 못할텐데 그 푸성귀들을 어떻게 돌볼꺼냐고 신랑이 걱정하면 나는 언젠가 한실림에서 발간하는 잡지인 '살림'에서 보았던 '영성농법' 이야기를 했다. 

아래는 <살림>지(2010년 가을호)에 실렸던 지리산생태영성학교의 교장 이병철 선생님 인터뷰의 한 대목이다.

"영성농법이라고 뭐 별 거 없어요. 만날 때마다 잘 자라라 힘내라 응원해주고 박수 쳐주면 식물이 알아듣고 잘 자라요."  
하지만 자칫 영성농법이 격려에 그치지 않고 제대로 안 자라면 곤란하다는 마음이 끼어들면 '협박농법'이 된다면서 개구장이처럼 웃는다....(중략) 다음날 아침 그는 텃밭에서 토마토를 따고, 논에 가서 박수를 세 번 힘차게 치면서 "힘내라! 잘 자라라!"라며 벼들에게 축복을 내리고 있었다. 신기한 것은 선생이 자주 들여다보고 인사하는 앞 논의 벼는 이삭이 실하고 포기가 튼실한데, 조금 소홀했다는 윗논은 안쓰러운 만큼 부실해보였다. 

나는 이 글을 읽고 속으로 '옳거니!'했다. 바로 내가 찾던(내가 할 수있는^^:;) 농법이 여기있구나~!
나는 걱정하는 남편에게 '내가 연수데리고 자주 밭에 가서 박수쳐주고 올테니 걱정말라'고, 일단 밭이나 사달라고 얘기하곤 했다. 신랑은 못말린다는 표정으로 '(텃밭)이웃들이 신고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

이런저런 사정은 다 맘에 걸리지만 그래도 나는 텃밭농사가 참 짓고 싶었다.
연수랑 어디 마음껏 파고 뒤지고 두드릴 수 있는 땅 한뙈기, 요만한 흙밭 하나가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았다.
놀이터 마져도 푹신푹신한 바닥재로 싹 발라버려 마음붙일 모래땅 하나 찾기힘든 아파트의 메마른 삶에서
우리가 마음붙이고 밟아볼 작은 흙밭이 하나만 있었으면... 오래오래 바랬다.  
그 바램이 이뤄져서 너무 행복하다. 고맙다.















주말농장 안에는 주인이 심어놓았다는 과실수들이 군데군데 서있었다. 그 나무들이 밭들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경계도 되어주고, 가방걸이도 되어준다. 여름에 잎이 무성해지면 그늘도 만들어 주겠다. 참 좋다. 

























연수는 제 손으로 상추 모종에 흙도 덮고, 물도 주었다.
더운날 힘들었을텐데도 끝까지 저도 하겠노라고 물주전자들고 낑낑거렸다. 연수도 농사일이 좋은가보다.
힘은 들어도, 푸른 하늘 아래 흙냄새 맡으며 오가는 일이 어린 아들 마음에도 드는 것 같아서 기쁘고 흐뭇했다.






















이모할머니와 연수는 쑥갓씨앗도 뿌렸다.
텃밭에서 돌아온 뒤 연수는 "엄마, 싹이 났을까? 싹이 나면 어떻게 해?"하고 가끔 물었다.
우리가 다녀온 뒤 화요일에도 한번 비가 왔고, 오늘도 또 비가 촉촉하게 많이 왔으니
쑥갓 씨앗들이 이제는 싹을 틔웠으려나.. 상추들은 그새 많이 자랐으려나.. 궁금하고 보고싶다.
연수야, 우리 곧 보러가자. ^^











까도남 연수아빠는 4평 농사를 시작하고 무척 감개무량해했다.
"야~ 요만큼 심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몇천평씩 농사는 어떻게 짓냐~~"하고 너스레를 떨더니
나중에는 "상추 60포기 심어놓으니 마음이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네~!"하면서 좋아했다. ^*^

웹개발 일을 하셨던 연수아부지 말씀하시길, 요즘 개발자들중에 귀농한 사람이 많아서 '와이파이' 터지는 밭이 그렇게 많대~~ 하더니..
여보, 우리도 텃밭농사 몇년 지은 뒤에는 '와이파이 터지는 밭'딸린 집을 장만해서 본격 시골생활을 해볼까나. 어때? ㅎㅎ



















텃밭 가에 핀 매화나무 꽃이 정말 화사했다.
따로 봄꽃구경을 가지 않아도 밭둑가 꽃그늘에 앉아보는 마음이 황송했다. 봄이구나.. 이렇게 예쁜 봄이 내 곁에 있구나.





















집에서 싸온 물과 토마토는 새참. 
 
아버지는 '벼는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었다.
자주 걸음하고, 자주 눈길주고, 조금씩 보살피는 손길... 
가래여울은 우리집 앞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10분 정도만 가면 되는 마을버스 종점마을이다. 
연수와 손잡고 마을버스를 자주 타야겠다. 
다음에는 가래여울 텃밭에서 한강으로 걸어나갈 수 있는 길도 찾아봐야지..

우리집에 손님을 초대해서 함께 가고 싶은 곳이 한군데 더 늘었다. 
우리 텃밭에서 상추 따가실 분, 함께 어린아이들 손목잡고 한강 나들이 가고픈 분들.. 
이 봄이 가기 전에 우리집에 어서 놀러오셔요~.
^^
 
   

Posted by 연신내새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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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 축하~!
    밭을 샀다고 하길래, 정말 큰 맘먹고 진짜 '전욱'소유의 밭을 산 줄 알고 깜놀했다우 ㅋ
    연수도 키우고 평화도 키우고, 그리고 땅에서 자라는 생명도 키우고
    그야말로 자네는 진정 농부구만~ ^^ 자식농사도 식물농사도 잘 할거라 믿는다!!!

    상추뜯어먹고 싶다. 야금야금~ 생각만 해도 침이 흐르는 걸... ^^

    2011.04.23 00:48 [ ADDR : EDIT/ DEL : REPLY ]
    • ㅎㅎㅎ 울 친정엄마 서울오셨을때 이 밭을 구경가자고 했더니 엄마 말씀 "내가 밭을 적게 봤냐? 그리고 진짜 네 밭도 아니고 빌려짓는 밭을 무슨 구경씩이나~~" ㅋㅋ
      그래도 나는 뿌듯하기만 했다오. 뭐.. 언젠가는 내 소유의 밭을 갖게되어도 좋겠지. 그래도 빌려짓든 어쨌든 내가 심어서, 내가 거둬먹는 곳이니 고맙고 좋다.

      상추먹으러 와~~!! 농장 끝에 바베큐시설도 있긴하더라. 삼겹살구워서 쌈싸먹으면 딱 좋을텐데~ㅎㅎ

      자식농사, 식물농사.. 휴. 모두 정말 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11.04.23 01:00 신고 [ ADDR : EDIT/ DEL ]
  2. 항상 호시탐탐 노리던 주말농장! 정말 제가 망설였던 것들만 쏙쏙 먼저 해주시는 욱선배님이네요.(둘째아이, 한살림 블로거단, 한살림 마을 모임, 이번에는 텃밭까지!!!!!!) ㅎㅎㅎ
    같이 모였을 때 텃밭도 가보고 싶네요~~^^

    2011.04.23 13: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제가 한살 많아 모두 1년씩 먼저인게 아닐까요? ^^;;
      내년에 제가 평화 똥기저귀 빨고 있을때 고래님이 신나게 블로그활동단도 하시고, 주말농장도 다녀오시는 소식을 블로그로 보게 될것같은데요~ㅎㅎㅎ

      놀러오시면 같이 농장(정말 손바닥만한 밭뙈기지만ㅋㅋ)도 가보고, 거기서 걸어서 바로 한강구경을 갈 수있더라고요. 아이들과 같이 가 간식먹고 오면 좋겠다 싶었는데... 아고, 바로 통하는 한강 갈대밭에 왠 '뱀조심' 팻말이 있어 식겁했다는거 아니겠습니까. 자연은 좋은데, 뱀은 무서워..ㅠㅠ
      제가 연락처도 살림님께 입수(!)했으니 연락드릴께요. 곧 뵈요~~!^^

      2011.04.25 15:07 신고 [ ADDR : EDIT/ DEL ]
  3. 살림하는사람

    와우~! 축하드립니다! ^^ '난 밭을 사줘!'라는 전욱님의 통큰 요구가 말만으로도 아주 시원합니다.ㅎㅎㅎ '안토니아스 라인'을 저도 대학때 영화 교양수업때 봤는데요, 아직도 인상이 깊게 남아있어요. 영화 제목만으로도 아주 반가운 이 마음, 괜히 설레는데요. ^^ '봄바람 단단히 난 아줌마' 멋집니다. 그것도 제대로! ㅎㅎㅎ 딸기생산지도 잘 다녀오시고요, 마음껏 즐겁게 누리세요. 다른 날은 없는 것처럼 살아야겠다 요즘 다시 생각해봅니다. 다음에 갔을 땐 상추 따 먹을 수 있겠어요. (침 질질 흘립니다.ㅎㅎㅎ) 상추가 많으면 제가 무쳐드리지요~^_^

    사진 속 햇살이 여기까지 봄내음 물씬 나게 합니다. 전욱님의 모습에서도 연수의 웃음에서도 연수아버님의 미소도 모두모두 봄햇살이고 봄꽃이네요.^^

    2011.04.24 12:05 [ ADDR : EDIT/ DEL : REPLY ]
    • 얼리어답터인 남편이 늘 신종디지털기기들을 열망하는데 반해, 아날로그인간인 저는 늘 밭이나 마당, 책같은 오래된 것들을 열명해요. 그래서 남편이 '맥북'을 사야겠다고 했을때 저는 바로 제가 늘 갖고파하던 '밭'을 얘기했던 것이지요. ㅎㅎ
      사실 늘 조그만 텃밭 하나, 더도 덜도말고 우선 제 손으로 뚝딱뚝딱 해볼수있는 딱 손바닥만한 밭을 원한다는걸 남편도 알고 있으니 아주 '통 큰' 요구라고 보긴 어려웠답니다. 또 모르지요.. 나중에는 정말로 통크게 아주, 아주아주 큰~ 밭을 사달라고 할지도요. ㅋㅋㅋ

      상추는 어제 가보니 정말 손톱만큼 자랐고요(그래도 무사한것만도 다행이라고 아주 좋아하고, 손뼉 열심히 쳐주고 왔습니다) 넉넉히 거둬서 나눠먹고, 살림님께 겉저리까지 무쳐달라고 하려면 몇주는 더 기다려야할 것같아요.
      그전에는 그저 눈요기나 하고, 한강 나들이나 우리 같이 해요. ㅎㅎ (단, 뱀을 조심해야한답니다!!! ㅜㅜ)
      살림님이 해주신다는 칼국수에 저야말로 침 잔뜩 고여있습니다. 얼른 뵈어요~~~^^
      원래는 보리고개도 있고 넘기힘들다는 계절인데 저에게는 이 봄이 참 풍성하고 푸지고 든든하네요, 살림님과 고마운 이웃님들 덕분에요.

      2011.04.25 15:57 신고 [ ADDR : EDIT/ DEL ]
  4. 토토

    맥북을 사야겠어. 그럼 나는 밭을 사 줘. 라는 반전과 스릴 넘치는 두 분의 대화에 그만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우하하. 암튼 간에 정말 대단하십니다. 완전 게으르고 도무지 재주도 없다 보니.. 집에서 화분 하나도 못 키워 남푠한테 쯧쯧 소리 듣는 저 같은 사람은 발뒤꿈치도 따라갈 수 없지 뭡니까.
    지금 사는 집에 처음 이사 왔던 3년 전.. 옆집에다가 이사떡을 드렸더니 그 답례로 텃밭에서 키우셨다며 흙 잔뜩 묻은 푸성귀를 한 보따리 안겨 주셔서 그 어떤 선물보다 푸근하고 좋았던 기억이 떠올라요. 그때도 남푠한테 우리도 한번 해 볼까 했다가.. 예의 그 쯧쯧 세례를 받았던 기억이.. 음냐..

    밭에서 신나게 돌아다니는 연수 모습이 너무나 싱그럽습니다. 아.. 참으로 좋지 뭡니까.

    그나저나 연수 아부님은 까도남이셨군요. ㅋㅋ 아래아래 글 보니 상주 분이신 거 같은데.. 저희 남푠 고향도 경북이라 괜히 친근하게 느껴졌거든요. 울 남편 고향은 문경인데요.. 문경이 아무래도 상주보단 좀 시골이죠? 민하 아부진 살짝 까칠한 구석은 있어도 도시스러운 것과는 완전 멀다지요. 헤헤.

    2011.04.26 12:24 [ ADDR : EDIT/ DEL : REPLY ]
    • ㅎㅎㅎ 이번 일에 고무되어 제가 그랬지요.
      "담에 당신이 또 뭔가 사겠다고 하면, 나는 '마당'을 사달라고 해야쥐~~^^"
      저희 신랑 왈, "당분간 아무것도 못사겠네, 아무것도 못사겠어~~~--;"

      결혼하고 살림살면서 제가 꿈꾸는 것은 생명있고 작고 꼬물거리는 것들을 키우는 일, 햇볕을 마음껏 받는 일, 좋은 책들을 천천히 읽는 일... 그런 것들이 됐어요. 예전부터 그런 꿈이 있었던 것은 아닌데.. 살다보니 자꾸 그렇게되네요. 왜 그럴까.. 궁금하기도 해요. 아마 오래된 유전자같은게 아닐까? 시골에서 자랐던 유년이 핏줄이 떙기듯이(?) 그저 자꾸 그렇게 살게하는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텃밭은 그저 '질러'놓긴했는데 사실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그저 좋아라~하며 이모님 따라다니는 정도라 거창하게 써놓은게 살짝 부끄럽네요. ㅎㅎ

      민하아부님이 문경분이시군요~! 괜시리 반가운 이 마음.^^ 경상도 남자와 결혼했다는 동병상련의 감정이 먼저 밀려왔지만.. 흠. 토토님 글을 보니 민하아부님은 훨씬 다정다감하시고 정겨운 분인듯해요.^^;; (경상도라해도 다 같은건 아니지요ㅠㅠ)

      무튼 언니, 얼른 저희집에 놀러오셔요~. 따뜻한 날잡아 애기들델꼬 같이 한강나들이도 가게요! 제가 곧 연락드리겠습니당~^^

      2011.04.26 23:43 신고 [ ADDR : EDIT/ DEL ]
  5. 와~~ 텃밭이 생겼네요~! 나도 주말농장 해보고 싶었는데.. 여력이 없을것 같아서.. 주춤.
    나중에 수확할때 함 따라나설래요!! 그때 상추 좀 나눠주세요~

    2011.04.27 11:10 [ ADDR : EDIT/ DEL : REPLY ]
    • 좋지요~!^^ 내가 출산하기 전에, 그러니 5월말쯤에는 상추도 제법 컸을테니 그때 또 놀러와요. 상추따서 삼겹살 같이 구워먹어요.^^
      저도 결혼하면서부터 텃밭이나 주말농장을 해보고싶었는데 엄두도 잘 안나고, 찾기도 쉽지 않아서 여직 생각만하고 있었답니다. 쭌도 해보고싶은 것들 나중에라도 꼭 해보게되길~!!

      2011.04.27 23:33 신고 [ ADDR : EDIT/ DEL ]
  6. 발랄

    언니 와이파이터지는 밭에서 빵~ 터졌음돠~~ ㅋㅋㅋ
    철 오빠는 필히 와이파이 터지는 밭이 있어야겠어염 ㅋㅋㅋ
    어서어서 농작물 많이 수확하세욤 ^^

    2011.04.28 15:09 [ ADDR : EDIT/ DEL : REPLY ]
    • ㅋㅋ 맞아요~ 철은 잠시 일하는 척 좀 하다가, 사진 몇장 찍고.. 그러고는 나무 그늘에 앉아 맥북펼치고 있어야 살맛나는 사람이지요. ㅎㅎ
      그래도 내가 하고싶다는건 첨엔 좀 말리다가도 나중에는 다 알아봐주고, 차 운전하면서 데려다주고 자기도 좋아해주니 그것만도 감사해야지요.
      얼른 놀러와요~~! 상추 잘 키워놓을께요. ^^

      2011.04.29 22:45 신고 [ ADDR : EDIT/ DEL ]

신혼일기2011.03.17 01:01










볕이 좋은 일요일 오후. 아빠가 집에 있으니 연수가 좀처럼 낮잠잘 생각을 않는다.
모처럼 독서하는 아빠 옆에서 놀아달라고 낑낑낑.. 낮잠재우기를 포기하고 세 식구가 함께 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천천히 동네 산책을 하자.










아파트 단지 건너편에는 오래된 주택가가 있다.
그 한가운데에(주택가로 보면 끄트머리지만 새로 생긴 우리 아파트 단지까지 아울러서보면 동네 한가운데쯤 된다) 성당과 놀이터와 경로당이 도란도란 어깨를 붙이고 들어서있다.

처음 이 동네를 둘러볼 때부터 나는 이 공원이 마음에 들었다.
오래된 성당에 이웃해있는 풍경도 좋았지만, 큰 형아들이 많이 나와 놀고 있는 것이 참 좋았다.
고등학생쯤 되어보이는 키 큰 동네형아들이 올망졸망한 꼬마동생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려 축구도 하고, 그네도 밀어주는 모습이 왠지 든든했다.
공부에 쫓기고, 그도 아니면 게임방 출입과 저들만의 문화에 바쁠법한 큰 형아들이 어린 동생들과 몸을 부대끼며 놀고 있는 모습이 낯설기도 했지만, 동네 아이들이 모두 어울려놀던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그리 낯선 것만도 아니었다. 
때로는 부러 동생의 약한 힘에 끌려다니는척도 해주고, 떄로는 의젓하게 한 수 가르쳐주기도 하면서 같이 어울리는 모습은 아직 이 동네에 놀이문화가, 아이들의 건강한 공동체가 살아있다고 말해주는 것같았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형과 언니를 보고 배운다. 
고작 네살인 연수도 제가 아직 못하는 어려운 동작(?)들을 거침없이 해내는 형아들을 볼때면 그 눈빛이 한없이 초롱초롱하고 진지하다. 
그러니 놀이터에서는 형아들이 선생님이다. 큰 형아들께서 큰 선생님 노릇을 잘 해주기를 빌 뿐이다. 그래서 내 아이도 함께 어울려 놀면서 함께 자라는 귀중한 가르침을 얻을 수 있기를...  
   










따신 오후. 낮은 그네에 눕다시피한채 제 힘만으로 그네를 밀어올리려고 애쓴다. 어느새 또 한가지 새로 시작하는 아이.











미끄럼틀을 빠져나오고 나니 정전기 덕분에 머리카락이 솔잎같이 뻗었다. ^.^  











할머니 기다리며 유모차도 해바라기한다.
어느 날은 세 대가 나란히 서있기도 했는데... 오늘은 친구 한분이 덜 오셔서 궁금하시겠다. 
어린 손주가 쓰다가 할머니께 물려드리는 딱 하나밖에 없는 물건 아닐까. 유모차. ^^; 












경로당 지나면 바로 고덕성당으로 들어갈 수 있는 쪽문이 있다. 
연수는 언제나 성모상 앞을 지나..











성당과 마주보고 있는 '성보나 유치원' 놀이터로 직행한다. ^^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왠지 성당유치원은 아이를 보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수녀님들이 따뜻하게 보살펴줄 것만 같고, 다른 곳보다 좀덜 상업적일 것도 같고....
글쎄. 연수가 유치원갈 나이가 되면 한번 진지하게 알아봐야겠지..











참 열심히도 오른다. 매달리고, 기어올라가고... 여자아이들도 그러는지 궁금하다.
그저 작은 놀이기구 하나만 있어도 제 힘을 온통 다 쏟아부어가며 참 열심히 논다.
제가 제일 좋아하고, 제일 하고싶은 '놀이'에 대한 성실함, 집중력, 호기심, 열정...
아이가 노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른인 내가 오히려 배워야겠다.. 싶어질 때가 많다. 











잠시 쉬나? 실은.. 저 나무판을 미끄럼틀처럼 타고 내려가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 궁리하는 중.











종교를 믿진 않지만 나는 절도 좋아하고, 성당도 좋아한다.
일상에서 자주 '기도하는 마음'을 갖고 싶고, 집 가까이에 이렇게 잠시 찾아와 기도하고 갈 수있는 조용한 장소, 비일상적인 공간이 있는 것이 참 고맙다.
이 곳으로 이사와서 고마운 것이 정말 많다.
놀이터, 성당, 작은 산, 시장이 두루두루 어우러져있는 이 마을을 걸어다니며 나는 어떤 뜻깊은 곳을 '순례'하는 마음이 되곤 한다. 번잡하지 않게, 따뜻하게 어우려져 살아가는 사람들과 공간이 모두 고맙다.
 
 









어느 조용한 날, 살며시 강당 문을 열었다가 나는 깜짝 놀랐다.
스테인드 글라스 안으로 비쳐들어오는 햇빛이 참 아름다웠다. 이 세상 것이 아닌 것처럼 예쁘다.. 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은 연수와 둘이 소강당의 유리창에 손을 가져다대고 우리의 손가락까지 물들이는 색유리의 빛깔을 바라보기도 했다.










종교를 갖고있진 않지만 아이와 함께 절이나 성당을 자주 찾고싶은 것은 이런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고싶기 때문이다.
이 공간에 담긴 고요한 정적과 천천히 흐르는 시간, 절박하게 기도하는 사람들의 떨리는 어깨.. 같은 것들에 대해서도 언젠가는 이해하고 마음에 담을 수 있겠지.  
















잠시 엄마를 따라 색유리 빛깔을 보는가싶더니 이내 아이는 쌩하고 뛰어나간다.
햇빛과 놀이터가 불렀나보다.












나는 그를 잘 모른다.
다만 많은 이들의 마음에 위로와 감동을 주었던 큰 스승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생을 걸고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하려고했던 그의 노력과 사랑이
오랜 시간 이땅에서도 핍박받는 사람들과 늘 함께 하려고했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신부님이나 수녀님들의 실천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4대강사업과 최근의 구제역사태 등에 대해 생명존중, 자연만물과의 공생의 관점에서 문제제기하고 실천하는 천주교의 움직임이 반갑고 고마울 뿐이다.  
우리 가족이 살아가고있는 이 곳, 동네성당에서는 어떤 소식이 들리나, 어떤 활동을 하나.. 지켜보고 함께 할 수 있어도 참 좋겠다.











성당 옆, 야트막한 동산은 길게 구릉구릉 이어져있다.
고덕시장, 상일동 역, 조금 더 가면 고덕역까지.. 작은 산은 때로 찻길에 낮은 쪽 몸을 내주면서도 계속 이어지는 것 같다.
산책로라고 부르는게 더 적합할 완만한 등산로도 계속 이어진다. 마을 곳곳에서 연신 올라오고, 내려가는 길들은 중간중간 운동기구들이 모여있는 쉼터에서 모였다가 다시 다음 쉼터로 이어졌다. 
천천히, 아이들과 함께 이 산을 따라 걸어다녀볼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작은 산이라도 철마다 얼마나 아름다울까. 
 










나뭇가지 찾았다. 가족 모두의 손에 쓸만한 나뭇가지를 하나씩 쥐어줘야 마음이 놓이는 연수.












오래된 주공아파트가 내려다보인다.
한참 걷고 운동기구를 오르내리며 논 아빠와 연수가 배가 고프단다.
그럼 시장에 갈까.. 사람이 사는 마을의 백미, 구수한 순대국냄새와 잔치국수집 아주머니의 신비한 손맛이 있는 시장으로..!












왼편으로는 상가건물이, 오른편으로는 작은 컨테이너박스들이 쭉 이어진 고덕시장.
멀리에 '강일 1,2지구 입주를 축하합니다'라는 플랭카드가 걸려있다. 
오랜 시간 대단지 아파트 신축공사의 소음과 먼지에 시달리셨을 분들. 
그래도 새로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면 재래시장과 인근 상권이 활성화될거라 기대하며 더러 희망도 갖고, 각출해 모둔 상가연합회 예산으로 새 이웃들보라고 플랭카드도 큼지막하게 걸어주셨을 것이다.
어느날, 이 골목의 작은 정육점에 들어가 첫 집들이에 쓸 갈비와 수육고기를 샀던 내게 '2지구에 이사왔냐, 못보던 얼굴이라 그런것 같더라. 집들이하는가보다'하시며 환하게 웃어주시던 아주머니처럼.













잔치국수 한그릇 먹고 흐막하게 돌아오는 길.
꽃집앞에 나와있는 노란 수선화 화분에 눈이 갔다. 값을 치르고 화분을 받아드니 연수가 제가 꼭 들고 가야한단다. 
집까지 조심조심 소중히도 안고왔다.
 



+



노란 수선화 화분 하나가 며칠째 온집을 환하게 해준다.
일상은 이렇게 잔잔하고 고마운 일 투성인데 그 고마움을 미처 생각 못하고 지나갈 때가 많다. 
오늘은 살아가는 일이 문득 눈물겨워지는 순간이 있었다.
 
연수 삼촌이 일본에서 돌아왔다.
작년 7월에 오랫동안 바라던 워킹홀리데이비자를 받아 일본에 가서 일을 하고있던 시동생이다.
지진 소식을 처음 들었을때 연수와 나는 우리가 곧잘 찾아보던 지구본에서 다시 '삼촌이 있는 일본'이 어디인가 찾아보고 삼촌이 괜찮아야할텐데.. 걱정했다.
전화는 불통이었지만 다행히 카카오통으로 연수아빠와는 연락이 잘 되어 무사히 잘 있고, 시동생이 있는 동네는 지진피해가 거의 없어 평온하다는 소식을 듣고 온 가족이 안도했었다.

그 뒤로 TV 안 보고, 이사오면서 그나마보던 일간지도 끊고 주간지와 월간지만 받아보는 나는 일본지진소식을 상세히는 모르고 있었다. 
너무 마음아픈 일도 많고, 영상도 충격적이어서 당신은 안보는게 오히려 나을거라는 남편의 말을 듣고 그 고통을 가만히 짐작만 해보았을 뿐이다. 

아마도 원전 사고가 제일 큰 두려움을 몰고오는 듯했다. 
별일없이 잘 있다던 시동생도 일찍 귀국하겠다 했고, 노심초사하던 가족들 모두 그 결정을 반겼다. 
시동생은 오늘 김포공항으로 잘 들어왔다. 

일본으로 가기전에 시동생은 일년정도 우리집에서 함께 살았다. 
그래서 연수는 지금도 우리 식구는 '아빠 엄마 연수 삼촌' 넷이라고 말한다.
당연히 우리집으로 올줄알고 나는 어제부터 공부방에 쌓여있던 짐을 다른 방으로 옮기고 삼촌 이부자리를 가져다놓았다.
저녁 5시반에 공항에 도착한다니 저녁은 집에서 함께 먹겠구나 생각하고 갈비찜을 하고 냉이된장국을 끓였다.

그런데 저녁쯤 시이모님께 전화가 왔다.
시동생을 이모님댁에서 묵게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왜 그러시나.. 나는 그저 배부른 내가 밥차리기 힘들까봐 그러시는가 싶어 괜찮다고, 저희집에 오셔야죠 했다.  
그런데 이모님의 걱정은 방사능 유출이었다. 연수도 어리고, 배속의 아기도 있는 형집으로 가지말고 어른들만 계신 이모님댁에 와서 씻고, 빨래도 좀 하고 며칠 묵고갔으면 한다는 말씀을 듣고 나는 어안이 좀 벙벙했다. 설마 무슨 일이 있으랴, 어른들이 지레 걱정이 많이 되셔서 그러는구나.. 싶었지만 새삼 그 정도인가.. 싶어 덜컥 겁도 났다. 
남편에게 전화를 했더니 안그래도 아침에 통화할때 시동생이 별일없겠지만 언론에서도 워낙 얘기하고 해서 자기도 조심스럽다면서 집으로 바로 안가고 어디 모텔같은 곳에 숙소를 잡아 하루이틀 씻고 빨래라도 좀 맡기고 들어가겠다 해서 '뭘 그러냐, 괜찮겠지. 집으로 오라'는 얘길 했노라고 했다. 도착하면 다시 통화하기로했으니 다시 얘기해보겠노라 했다.

머리속이 좀 어지러웠다. 
한국에 돌아왔지만 선뜻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시동생이 안쓰러웠다.  
별일없겠지... 하지만 스스로도, 다른 이들로부터도 불안한 시선을 받아야하는 것이 힘들지 않을까.
행여나 그때 그곳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또다른 주홍글씨처럼 낙인이라도 받게되는건 아니겠지.. 시부모님이 이 일을 아시면 얼마나 걱정하실까.. 잘 알지못하는 상황이 걱정만 커지게 하고 있었다.

시동생은 짐을 찾는데만도 시간이 오래걸려 8시쯤 되어서야 공항을 빠져나왔고 오늘은 이모님댁으로 가겠다고 연락해왔다.
그 사이에 연수와 나는 먼저 냉이된장국에 밥을 말아 저녁을 먹었고 낮잠을 안잔 연수는 일찍 저녁잠이 들었다.  
손도 안댄 갈비찜 냄비를 시원한 베란다에 내놓으며 마음이 쓸쓸해져왔다. 

나는 그리 살갑고 편안한 형수는 아니다. 
함께 사는 동안에도 잘 해준것보다는 그저 내 마음하나 불편하게 갖지 않으려고 나름의 애만 열심히 쓰며 살았다. 
어제오늘 돌아오는 시동생 맞을 준비를 하면서도 다행스러운 마음, 반가운 마음보다 같이 지내는 동안 밥 잘 해줄 걱정과 불편해하지 말아야지.. 하고 내 맘 다잡을 생각이 앞서서 허둥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서울에 와서도 편히 집에 돌아오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짠했다. 
살아가는 일이 때로 이렇게 눈물겹구나...
큰 일을 혼자 겪으며 무섭기도 하고, 가족들 곁으로 얼마나 돌아오고 싶었을까. 그런 사람을 더 반갑게 따뜻하게 맞아줘야하는데.. 그 마음을 못 먹고 있었던 내가 부끄러웠다. 
 
연수 잠든후 인터넷을 찾아보니 원전사고는 현재까지는 일반인에게까지 방사능 피해를 걱정할 수준은 아닌 것 같았다.
다만 앞으로 아주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그때에 일본사람들이 겪을 피해와 고통은 엄청난 수준일거란 내용을 보고 가슴이 서늘해졌다.  주변지역 모두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2차대전 당시의 원폭피해만으로도 일본인과 재일조선인 모두 공히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던가...
원폭피해 2세, 3세의 고통은 또 얼마나 깊었던가.. 그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되는데..

원자력 에너지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한번의 사고만으로도 이렇게 큰 위험과 고통, 공포가 따르는 원자력 대신 지속가능한 대체에너지 개발이 정말로 절실하다.  

부디 더 큰 사고가 없기를.. 원전도, 지진 피해도 무사히 잘 복구되기를..
 
오늘 문득문득 "삼촌 언제 와? 삼촌 어디 있어? 숨바꼭질하나~? 문 뒤에 숨었나~?"하며 놀던 연수.
경상도 남자답게 "연수 안녕! 많이 컸네~"하고 나면 쓱 자기 방에 들어가버릴 무뚝뚝한 삼촌이 보고싶다.
연수가 내내 기다리던 우리 삼촌은 하루이틀 늦어지겠지만 곧 볼 수 있을 것이다. 잘 돌아와줘서 정말 고맙다.
그곳이 나고자란 고향인 사람들, 거기서 직장을 다니고, 가정을 꾸려 아이를 낳고 키우던 엄마아빠들... 그곳이 떠날수없는 삶의 터전인 낯모르는 이들의 안녕을 비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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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수가 쌩~ 하니 달려가는 성당 사진 참 좋아요.
    '나는 똑딱이 포토그래퍼다'라는 블로거가 사진에 입문한지 3년 만에 책을 냈더라구요.
    더우기 똑딱이로!
    사진은 좋아하면서 기계치인 내게 또 하나 불이 켜지는 순간이었지요.

    2011.03.17 10:18 [ ADDR : EDIT/ DEL : REPLY ]
    • 아...미탄님...저 여기서 만나게 되는군요. 저 오래 전 티스토리에서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며 잠시 인연을 나누었던 '미완성모험가'라는 필명을 썼던 사람입니다. 아이를 잃고 저혼자 몰래몰래 썼던 글에 따뜻한 말씀으로 응원을 해주셨던 인연을 제가 마음 깊이 잊지 않고 있었는데...여기서 뵙게 되다니요. 저 아이를 잘 낳아서 이제 28개월 씩씩한 남자아이로 잘 키우고 있습니다. 저는 티스토리에서 블로그 둥지를 싸이월드로 옮겨갔습니다. 이제 꼬박 1년쯤 썼네요. 미탄님과 인연을 이어가다가 아이 갖고 입덧하면서 인터넷 모두를 접고 한 2년 블로그도 못하다가 이제 겨우 1년 블로그를 다시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아, 전욱님, 저 살림하는사람입니다. ㅎㅎㅎ 티스토리에서 미탄님을 오래전 인연으로 만나뵈었는데 그걸 다시 검색해 본다고 티스토리에 접속했다가 필명마저 티스토리 필명으로 되어버렸네요. 예전에 제가 '미완성모험가'였거든요. 아이 잃은 후 아이 낳기 전에요. ^^;

      2011.03.17 12:37 신고 [ ADDR : EDIT/ DEL ]
    • 아. 신기하다... 이렇게 또 인연을 확인하고, 이어가게되네요...
      댓글을 보니, 미완성모험가님이 티스토리블로그를 접을 즈음이 제가 연수낳고 블로그에 육아일기를 올리면서 미탄님을 알게되었던 딱 그즈음이네요... 그 시점도 신기하게 생각됩니다.
      미완성모험가님이 요즘 쓰고계신 싸이월드 블로그(살림하는 사람)는 제 블로그 오른편에 링크되어있어요. 참 좋다, 참 고맙다.. 하면서 제가 요즘 자주 읽고 얘기나누고 있었는데 미탄님과 진즉부터 알고있던 인연이라하니 더 반갑고 감사하네요. 마치 오래전부터 세 사람이 어떤 작은 운명의 끈같은걸로 이어져있었던 것같은 느낌이예요. 봄은. 그런 운명같은걸 확인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인 것 같고요. ^^

      잘 찍지는 못해도 저도 사진이 참 좋습니다.
      그 순간, 내게 와닿은 그 느낌들이 소중해서 좋아서 찍습니다.
      언젠가 수십년간 살아온 마을이 수몰지구로 지정되어서 삶터를 떠나게된 할머니들께 '똑딱이'카메라를 들려드리고, 마을에서 찍고싶은 것들을 무엇이든 찍어보시라 권했던 사진프로젝트 생각이 났어요. 그 사진들을 모아서 사진전도 열었다 했지요. 듣는 순간, 보고싶다.. 생각했었어요.
      사진을 기술적으로, 구성적으로 잘 찍는 것도 분명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어떤 대상을 찍는냐, 그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건네고 싶은지, 그리고 보는 사람들이 어떤 느낌과 저만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할지.. 그런 것들이 제게는 더 중요하게 생각되어요.
      미탄님의 핸드폰 사진도 저는 참 좋아요. ^^

      2011.03.17 23:34 신고 [ ADDR : EDIT/ DEL ]
  2. 아!! 여기서 사랑하는 분들을 보게되니 맘이 화~~~해집니다.^^
    미탄언냐도 연수맘도,!!

    뒤로 보이는 평화도 잘 지내는것 같네요.ㅎㅇ
    이사하신 동네가 너무좋네요.
    언제 초대해 주세욤..셋 달고 갑니당..ㅋㅋ

    셋다 성당부설유치원을 다녔는데 전 수녀님들이 아침마다
    유치원으로 달여오는 아이들을 하나하나 꼭 안아주시며 축복해주시던 모습이
    너무 좋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네요..^^

    건강조심하세요!!

    2011.03.20 10: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언니가 놀러와주시면 저흰 넘 좋지요!^^
      명이님네에 함께 놀러갔던 날이 기억나요. 야밤에 나섰던 서점나들이랑, 남자들끼리 스타하러보내고 수다떨던 밤이랑.. 아침 호숫가 산책... 너무 좋았지요.
      그저 조용한 주택가 동네지만 저희 동네도 함께 산책하고 차타고 조금 멀리 한강 구경도 가고하면 참 좋겠어요.
      삼남매와 언니, 명이님 모두 초대하고픈 맘이 굴뚝같은데 조만간 날을 잡아보아요!
      평화 태어나면 갓난쟁이 얼굴보러 한번 오실래요? ^^
      (성당유치원보며 저도 정으니 생각했었답니다. 참 좋아보였어요..)

      2011.03.20 22:15 신고 [ ADDR : EDIT/ DEL ]
  3. 토토

    동네가 참 좋아요. 신축 아파트 단지인데도 옛 동네들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이라니요! 거기다 야트막한 뒷산까지.. 완전 부럽!!
    저희 집은 산기슭에 자리한 아파트라 뒷산이 있는 것까진 좋은데.. 대신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에요.+_+ 저희 동 바로 옆에는 초등학교가 있어서.. 대단지의 수많은 아이들이 모두 그 학교에 다니는데요.. 어느 날 문득 생각하니.. 우리 아이가 저 초등학교에 가면 얼마나 재미가 없을까 싶더라구요. 학교와 집을 오가는 길에 그 흔한 떡볶이 집도 없고 오락실도 없고 만화방도 없거든요. 일탈의 유혹이 그야말로 원천봉쇄된 곳! 기껏해야 비슷하게 생긴 다른 동의 친구 집에 가서 놀거나 놀이터에서.. 아니면 차들 오가는 주차장에서 축구하면서 놀게 되겠죠. 아파트라는 이해하기 힘든 주거환경이 만들어 낸 기현상인 것 같아요.
    에고.. 아들내미의 윤택한 초딩 생활을 위해 이사 갈 곳을 지금부터라도 찾아봐야 하나 싶어요.ㅋㅋ

    2011.03.22 01:32 [ ADDR : EDIT/ DEL : REPLY ]
    • 저희 단지는 천변이자 기차길옆이자 고속도로 옆에 있던 그야말로 '자투리땅'에 지어진 단지예요. ㅎㅎ
      그래서 냇물과 차들이 다니는 그 길들을 한쪽 켠으로 하고, 다른 한쪽 길건너에 오래된 주택가와 동산이 있어요. 한번 건너가기가 쉽진않지만 또 안건너가면 너무 좁은 단지안에만 갇혀있게되니 주택가로 가서 사람사는 느낌도 얻고, 산기운도 받아오곤 합니다.
      강릉 고향집은 오죽헌 바로 근처거든요. 그래서 제 초등학교시절 등하교길이 딱 그랬어요. 시골 산길과 논둑길 지나면 바로 학교. ^^
      촌이라 떡복이집도, 만화방도 없고.. 그저 학교앞 문방구에서 팔던 50원짜리 하드와 쥐포, 아폴로가 제일 맛난 군것질거리였지요. 그래도 해질때까지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논둑길, 산모퉁이걸어오며 친구들과 온갖 놀이에 바빴던 그 시절이 생각하면 그리워요.
      민하가 뒷산놀이에 능숙(?)해지면 좋을텐데요. ㅎㅎ
      저도 실은 4년뒤쯤 되는 연수의 초등학교를 생각하면서 살짝 고민도 해봅니다. 대단지안의 학교는 정말 큰 것 같더라구요. 작은 학교가 왠지 정이 더갈것같아요..^^

      2011.03.23 00:17 신고 [ ADDR : EDIT/ DEL ]
  4. 언니! 명진이네 가는거 4월 2일날 토요일날 가는걸로 결정됐어요!
    몇시에 모여서 출발하는진 아직 결정안됐으니까 결정나면 알려드릴께요~
    연수랑 준철이형이랑 같이 가는거죠? 잼나겠다~
    그날 저녁에 바베큐파티도 하기로 했어요!
    이참에 연수랑 좀 친해져야지~ 연수가 날 맘에 들어하는거 같아요. ㅍㅎㅎㅎㅎ

    2011.03.23 10:46 [ ADDR : EDIT/ DEL : REPLY ]
    • 와와~~! 좋아요!!^^
      오랫만에 청년회분들과 함께 여행이네요~.
      보고팠던 순영씨와 솔이 볼 생각에 벌써부터 신나요!
      (바베큐도 기대만발...ㅎㅎ)

      연수는 원체 '까도남'이지만... 실은 자기랑 잘 놀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옆에 딱붙어서 졸졸 잘도 따라다닌답니다. 연수랑 쭌이 친해졌음 좋겠다~~ㅋㅋ

      2011.03.23 14:53 신고 [ ADDR : EDIT/ DEL ]
  5. 아이 사진이 너무 이뻐요 ~ 퍼가도 될까요?

    2014.02.01 17: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벌써 3년전 글이네요.. 댓글 덕분에 저도 다시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개구장이 큰녀석이 요렇게 앳된 아기 얼굴을 하고있었구나.. 하고요. ^^
      퍼가셔도 되고요~ 출처만 밝혀주세요.

      2014.02.03 23:11 신고 [ ADDR : EDIT/ DEL ]

신혼일기2011.03.03 22:50








나는 팥시루떡을 제일 좋아한다.
어린 시절 집에서 시루째 쪄내던 팥시루떡은 얼마나 맛있었던지.
내가 자란 강원도 시골 마을에서는 매년 깊은 겨울 어느 날인가에 지내는 '기도'라는 제사날이 있었다.
그 날은 저녁 내내 엄마와 어른들은 팥시루떡을 찌고 준비를 하시다가 밤12시쯤 되면 아이들까지 모두 깨워 집안 곳곳과 외양간 같은 곳을 돌며 복을 빌고, 그 떡을 나누어 먹었다.  
김이 펄펄 오르는 갓찐 시루떡을 뜨거운 동태국물이나 시원한 동치미국물과 같이 먹던 한겨울밤의 즐거움이 아직도 생생하다. 

연신내 이 집에 신혼살림을 차리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팥시루떡을 맞추는 일이었다.
큰 신혼가구들이 들어오는 날, 동네떡집에 맞춰놨던 떡을 받아 이웃집들과 경로당, 관리사무소에 돌리던 새댁은 
신혼집을 떠나는 날 아침, 다시 팥시루떡 한 말을 맞췄다.

자그마한 내 장독대 위에 따뜻한 떡 한 접시를 올려놓고 그동안 우리를 잘 보살펴줘서 너무나 고마웠다고.. 이 집의 모든 기운들께 작별인사를 하는 것으로
내가 '서울 횡단'이라고 이름붙인 이사 프로젝트(?)의 날은 시작되었다.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결혼하고 처음 해보는 이사인데 비까지 내리니 걱정은 더 많아졌지만 비구름에 싸여 흐릿해진 북한산을 보니 산도 나처럼 이별을 서운해하는 것 같아 왠지 마음이 포근해졌다. 쨍하게 맑은 날 이별했으면 더 섭섭했을까.
 
서울의 서북쪽 끝인 연신내에서 남동쪽 끄트머리(?)인 강동구 강일동으로의 이사. 
지도를 보면 가로로 길쭉한 서울을 한강을 따라 동서로 비스듬하게 횡단하는 셈이다. 
연신내집에서는 작은 앞산 하나만 돌아가면 고양시였는데, 강일동에서는 단지 바로 옆 큰 도로를 따라 10분만 걸어가면 경기도 하남시니 우리는 늘 서울의 가장 끄트머리에 아슬아슬, 달랑달랑 붙어사는 셈이다. 
서울에 꼭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집을 구하고보면 늘 서울시의 금 안에 겨우 들어와 있다. 다음에는 길을 건너 한결 여유롭고 한적한 경기도땅에서 살아볼 수 있을까나. 무튼 수도시민의 꼬리표는 이번에도 달게 됐다.    











학기초라 자취방에 학생들을 받느라 바쁜 친정엄마가 그래도 몸무거운 막내딸의 이사를 도와주신다고 전날 서울에 올라와주셨다.
이 집에 이사온 첫날에도 나는 신혼가구들을 받으며 엄마와 함께 잤는데, 마지막 밤에도 엄마와 함께 잤다. 
이사올때, 갈때를 제외하고 지난 3년동안 엄마가 우리집에 와서 주무셨던 것은 연수를 낳고 산후조리를 했던 1주일뿐이지만
그래도 이 집에는 엄마의 기운이 따뜻하게 깃들어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는 나이들어 부쩍 쇠약해지셨지만 엄마의 기운, 엄마 냄새, 엄마 목소리, 엄마가 곁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큰일을 치르는 마음이 더없이 든든하다. 그러니 당신은 나의 어머니, 나는 언제나 당신의 품에서 자라난 아이.  
오늘은 연수가 엄마 품에서 그 기운을 흠뻑 받고 있다.











팥시루떡을 맞출거라 했더니 "그거 참 잘 했다"하시고는 반말은 적을 것 같으니 아예 한말 맞춰서 넉넉하게 돌리고, 남겨놓고 먹으라 하시던 엄마. 기어코 떡값은 또 본인이 내셨다. 
덕분에 정말 넉넉하게 이웃들께 떡 잘 돌리고, 연수랑 나도 잘 먹고있다. 
시골서 자라 떡 좋아하고, 떡 돌리는 건 더 좋아하는 나는 동네에 단골떡집을 정해두고 이사떡, 연수 백일떡, 돌떡을 다 거기서 맞췄다. 오고가며 이 떡 저 떡 사먹기도 많이해서 친해졌던 단골떡집 아줌마 아저씨와도 인제 이별이다.











이사짐센터 분들이 짐을 싸는 동안 나와 연수는 사는 동안 늘 의지가 되고 고마웠던 이웃들께 떡을 돌렸다.
정들자 이별이라고, 섭섭해서 어쩌나.. 하시며 연수에게 기어코 만원짜리 한장을 쥐어주시던 이웃 할머니와 애기엄마들.
떡이라도 건네며 굳이 인사하지 않았으면 겨우내 자주 못보다가 말도 없이 훌쩍 가버렸다고 서운해하셨을텐데 이렇게라도 인사하고 떠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싶었다.  
 










이별의 의미를 아직은 잘 모를 것 같은 연수.
제가 태어나서 줄곧 자란 이 집말고 다른 집에서 살게 된다는 것, 아파트 놀이터에서 늘 같이 놀던 그 친구들을 이제는 만나기 어렵다는 것.. 그런 것들을 채 다 실감하지는 못해도 뭔가 적지않은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은 느끼는 듯 했다. 
33개월 연수에게 '정든 곳을 떠난다'는 것이 어떤 의미로 남을까.. 궁금해진다. 











이사 한참 전부터 어른들이 이런저런 준비를 하며 이사얘기를 많이 하자 연수도 덩달아 이사 얘기를 많이 했다. 
특히 제가 어릴때부터 쌍둥이네서 빌려 가지고 잘 놀던 작은 미끄럼틀을 돌려주고 가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는 
나머지 제 물건들, 놀이감과 책, 책장들은 모두 가지고 가는 것인지 무척 궁금해했다. 
그러다가 문득 "엄마, 그럼 연수는? 연수도 가지고 가?"하고 물었다. 
"그럼~. 연수는 당연히 가야지!"했더니 엄마가 놀라는 것이 재미있어서 씩~ 웃으며 "왜?"하고 물었다.
"연수는 엄마아빠의 제일 큰 보물이니까!"
 
그 뒤로 집안의 물건들을 가리키며 '이것도 가져가? 저것도 가져가?' 하고 쭉~ 물은 뒤에 마지막으로 '그럼 연수는?'하는 질문을 하루에도 몇번씩 엄마, 아빠에게 물었다.
"당연히 가야지!"하면 깔깔 웃고, '왜?'하고 물어서 "연수는 우리집에서 제일 귀한 존재니까", "연수가 안가면 큰일이지. 연수는 제일 먼저 챙겨서 가야지." 같은 여러가지 대답들이 나올 때까지 묻고 또 물으며 재미있어 했다.

우리집 보물 연수야, 새 집에 가서도 그렇게 깔깔 웃으며 재미나게 살자.











익숙한 공간인데도 이렇게 이사짐싸는 모습을 찍어놓고보니 문득 낯설다. 정말 떠나는구나.. 싶고, 새삼 참 작은 집이었구나 싶기도 하다. 












짐싸고 내리는 동안 있을 데가 마땅치않았던 우리를 건우엄마가 불렀다.
비가 안왔으면 연수랑 할머니랑 놀이터에서 놀기라도 했을텐데 주룩주룩 쏟아지는 비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좁은 차안에서만 몇시간을 보내자면 연수가 많이 힘들었을텐데 다행히 널찍한 건우네서 재미있게 놀면서 기다릴 수 있었다.
나이든 엄마도 비맞으며 고생하지 않게 되어서 참 고마웠다. 떠나는 날까지 이웃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옆동 10층인 건우네 창문으로 15층 우리집에서 내려오는 사다리차 짐받이가 보였다.
공동주택에 살다보니 이사 구경을 심심치않게 할 수 있어서, 연수는 어디서 사다리차 소리만 들리면 '엄마 구경가자~' 졸랐었는데 오늘은 그 이사를 우리집이 한다. 신기하다.















드디어 이사짐을 다 실었다는 연락을 받고 내려가 살펴보았다.
5톤 큰 트럭과 2.5톤 작은 트럭을 가득 채운 짐들.
세식구 사는데 무슨 짐이 이리 많은가.. 싶기도 하고, 또 저 차 두 대로 내 삶의 모든 공간이 순간 이동이 되는구나.. 싶어 갑자기 삶이 단출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이 정도 평수치고는 짐이 많은 편이라는 이사짐센터 분들의 얘기를 들으며 뭐든지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내 습성을 다시 반성했다. 더 가볍고 단촐하게 살아야하는데...











추운 날에도, 더운 날에도 참 부지런히도 드나들었던 102동 현관.
바로 앞 경비실의 작은 창문을 열고 '연수 나왔구나~!' 반겨주시던 아저씨들.
정들었던 공간들을 사진 한장으로라도 남겨본다. 그곳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의 기억도 함께. 














짐이 다 빠진 집을 둘러보려니 그만 눈물이 났다.
정말 안녕이구나. 잘 있어, 우리집.. 우리의 첫집.











우리가 이사오기 직전에 살았던 주인네에는 초등학생 큰 딸과 유치원생 아들, 그리고 갓 태어난 늦둥이 셋째 아들이 있었다.
이 집은 지금 주인부부가 처음으로 장만한 '내 집'이었고, 또 늦게 막내아이도 얻은 집이라 왠지 좋은 기운이 많이 서려있는 것 같아서 나도 늘 마음이 좋았다.
이 집에서 우리 부부도 첫 아이를 낳고, 둘째 아이도 얻었으니 좋은 기운을 조금은 더 보태고 가는 것 같아 기쁘다.
다음에 살러오시는 분께도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 고마운 집이 되기를..
(실은 살림을 깨끗이 잘 못하는 내가 사는동안 예뻤던 이 집이 너무 지저분해진 것 같아서 뒤에 오시는 분들한테 많이 미안했다ㅠㅠ)

주인집 큰 딸이 써놓은 것 같던 '우리집' 글씨와 웃는 얼굴그림이 내게는 늘 애틋했어서 사진으로 찍어보았다.










'안녕~'











떠날 무렵 연신내의 빗줄기는 조금 약해져 있었다.
검은 구름이 북한산을 떠나는게 보였다.
복도에서 보이는 전망만큼은 서울에서 제일 좋을 거라는 자부심이 들게 해줬던 산, 어린시절 강릉 고향집에서 늘 바라보던 대관령과 태백산맥의 능선을 연상케했던 산, 그래서 연고도 없는 연신내에 둥지를 틀게된 제일로 큰 이유가 되어주었던 산. 
안녕, 안녕. 고마웠던 산. 그리울거야..


강변북로를 지나 한강의 남쪽으로 건넜을 때는 빗줄기가 어마어마하게 굵어졌다.
이사짐도 걱정이었고, 그보다는 이사오시는 분이 생각보다 늦게 도착해서(그쪽도 멀리서 비오는날 오자니 참 모두모두 힘든 이사날이었다) 잔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채 떠나온 것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처음 해보는 이사이고, 둘 다 금전관계에는 태평하기 그지없는 우리 부부인지라 미리미리 알아보고 대비하지 못했던 것이
우리뿐만 아니라, 이사를 도와주러 오신 친정엄마와 시이모님의 마음까지 불안하고 무겁게 만들었다.
비구름이 우리 마음에까지 잔뜩 끼어있던 그 서울횡단의 길에 연수가 차안에서 내내 곤히 잘 자준 것이 제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돌이켜생각해보니 그 장대같은 빗줄기를 뚫고 새집에 사람도, 짐도 모두 무사히 도착한 것도 정말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었다.











새집 싱크대와 하수구들에 엄마는 미리 챙겨두었던 굵은 소금을 뿌리셨다.
생각해보니 내가 고향집을 떠나와 서울에서 살았던 모든 집들의 싱크대에 엄마는 이사 첫날, 이렇게 소금을 뿌려주셨었다.











잠실에 사시는 시이모님께서도 조카네의 이사를 도와주기위해 달려와주셨다. 
정신없이 대충 먹기 마련인 이사날 점심에 제대로된 밥 한끼 먹여주시려고 따뜻한 찰밥과 콩나물국, 맛있는 반찬들까지 넉넉하게 준비해오셨다. 
참 고맙다.. 고맙고 고마운 분들 덕분에 오늘도 내 목과 아이들 목에 더운밥 넘겨주며 살고 있다. 
    










비가 와서 밖에 나갈수가 없었던 연수는 이사짐을 푸는 내내 거실에 먼저 제자리를 잡은 소파에 앉아 외할머니와 책도 읽고, 이 방 저 방 뛰어다니며 놀았다.  











오후에는 오빠가 엄마를 고속버스터미널에도 모셔다드릴겸 동생 이사에도 와볼겸 가족과 함께 새집으로 찾아왔다.
큰조카는 연수와 함께 채 다 풀리지도 않은 이사짐 속에서 장난감들을 찾아내 재밌게도 놀았다.











아이들은 어수선한 상황이 더 재미있는지 이것저것 놀이감들을 작은 공집안에 다 집어넣고 한바탕 신나게 놀았다.
어디서든 잘 노는 아이들이 고맙다.
아빠는 잔금을 받기위해 멀리 연신내까지 비속에 다시 한번 서울을 횡단하러 떠나고,
엄마는 이사짐 놓을 곳들을 여기저기 알려드리느라 바쁜 와중에
외할머니와 외사촌누나가 연수를 데리고 잘 놀아준 것이 참 다행이었다.
시이모님은 몸무거운 조카며느리를 대신해 집 구석구석에 걸레질을 다 해주시고, 가구들까지 깨끗하게 닦아주고 가셨다.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이사는 모두 끝났다.
비가 많이 와서 짐을 올릴때는 사다리차를 쓰지 않고 엘리베이터로 짐을 모두 나르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덕분에 이사짐센터 분들도 고생을 참 많이 하셨다. 늦은 시간까지 열심히 일해주시면서도 연수에게 웃으며 얘기도 걸어주시고, 마무리까지 참 깔끔하게 잘 해주셨다.

이사를 도와주러 오셨던 분들이 모두 돌아가시고, 짐도 어지간히 정리된 뒤에 세식구가 식탁에 둘러앉아 늦은 저녁을 먹었다.
새 집에서 세식구가 함께 먹는 첫 식사..

무거운 짐 하나 옮기지 않고, 방바닥에 걸레질도 한번 안하며
그저 사진찍고 내 몸 하나 건사하기 분주했던 하루였는데도 '서울횡단'을 마치고난 밤에는 참으로 고단했다.
새집에서의 첫밤은 그래서 오래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피곤한 연수는 초저녁부터 곯아떨어졌지만 아빠엄마는 얼떨떨하기도하고, 힘들고 우여곡절 많았던 하루가 무사히 끝난 것을 다행스러워하며 밤늦도록 새집에 불을 밝혀놓고 있었다.











새집에서 처음 맞은 아침 풍경.
4층 우리집의 거실창에서는 키큰 소나무와 화단이 잘 보인다.
멀리 주택가와 낮은 동산의 능선도 아련하게 보인다.

어제 내린 비로 세상은 아직도 온통 젖어있었다. 
"연수야, 비가 와서 땅이 다 젖었어" 했더니 "그럼 땅이 목욕하는건데?" 한다.
그렇구나.. 땅이 목욕했네. 깨끗하고 예쁜 얼굴로 새봄을 맞으려고 땅도 시원하게 목욕했나보다.
새롭게 시작하는 우리도 묵은 삶의 먼지랑 때를 씻어내느라 그렇게 굵은 빗줄기를 맞으며 이사를 했나보다.











이사후 삼사일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후딱 지나갔다.
이사 당일에는 정신이 없어서 여기저기 아무곳에나 받아두었던 짐들을 다시 정리해넣고, 그러면서 새삼 이제 필요없다 싶은 물건들을 버리기도 하고,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하려고 따로 모으고보니 그 양이 얼마나 많은지 깜짝 놀랐다.
이사 덕분에 살림이 조금은 가뿐해질 것 같다.

큰짐들은 얼추 다 자리를 잡았지만 작은 짐들은 아직도 풀고 정리할 것이 산더미다.
쉬엄쉬엄 한다고 하는데도 몸도 피곤하고, 마음도 아직은 어수선하다.
연수도 "여기가 이제 우리집이야? 왜?"하고 자주 묻는다.
특별한 이유를 달지 않아도 그저 '여기는 우리집'하고 마음이 푹 놓이는 날이 올때까지는
연수도 나도 더 적응하고, 익숙해지고 정을 붙여야하겠지.. 












햇살이 좋다.
새집에서는 전보다 햇빛이 오래 든다. 거실과 안방에 모두 한낮부터 해질때까지 환하게 빛이 들어온다.
서울횡단의 긴 길을 견디느라 고생한 화분들도 어제에야 모두 거실에 내놓고 물도 주고, 햇빛도 마음껏 받게 해주었다.
연수는 분무기가 좋아서 어제부터 줄곧 손에서 놓지 않는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새로운 터전에서의 삶.
33개월 연수도, 서른네살 엄마아빠도, 7개월에 접어든 평화도 함께 시작한다.
함께 걷고, 함께 웃고, 함께 잠드는 네 식구의 날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행복한 성장의 날들이 되기를. 
집에서도 동네에서도 좋은 기운을 듬뿍 얻고 나눌 수 있기를...

이 봄, 새롭게 시작하는 모두들- 화이팅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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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사 무사히 마치셨군요~~ +_+
    저희하고 반대로 횡단을 하셔서 가신.. ㅎㅎㅎㅎㅎ
    앞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추억들을 그 집에서 만드시길요~

    2011.03.04 09: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네~ 덕분에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꼬미님도 서울횡단을 해서 오신거였군요. ^^;
      효~ 넓고넓은 서울. 늘 그 안에서만 복닥거리며 살다보니 서울 한번 가로지르는 것도 참 큰일같이 느껴져요.
      좀 더 넓은 세상 보고, 생각하며 살아야할텐데 말이예요.
      꼬미님도 새 동네, 새집에서 행복한 날들 만드시길 빌어요~!

      2011.03.05 22:49 신고 [ ADDR : EDIT/ DEL ]
  2. 살림하는사람

    어이쿠, 고생하셨습니다. 시부모님 그늘에서 살고 있는 저로서는 더군다나 30년 넘게 한 집에 살고 있는 남편으로서는 참으로 멀게 느껴지는 이사네요. 긴 글과 사진에서 살아왔던 시간들과 공간에 고마워하시는 마음과 새로운 공간에서 펼쳐질 새로운 나날을 기원하시는 마음이 참 따뜻합니다. 연수에게도 무언가 새로운 의미로 남을만한 지난 며칠이었겠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집에서 펼쳐질 행복한 이야기들과도 함께하겠습니다. ^^

    2011.03.04 22:53 [ ADDR : EDIT/ DEL : REPLY ]
    • 살림님 글 어디에선가 '서울에 마지막으로 남은 마을에 살고있는지도 모르겠다'는 글귀를 보고 뭉클했었지요. '마을'에 살고계신 것, 흙과 조상 대대로 뭍혀온 산과 농사짓는 이웃들이 살고있는 마을이 부럽고 애틋해요.

      블로그를 하다보니 자꾸 내 삶을 기록으로 남기는데 집착 아닌 집착을 하게되요. 이것도 꼭 써놔야할 것 같고, 이 사진도 꼭 한장 남겨놓고 싶고...
      그런 것들이 때로는 마음에 짐처럼 얹혀서 '아고, 얼른 써야하는데..' 종종거리게도 됩니다.
      자꾸 글도 길어지고, 사진도 많아지는 것이 그래서 어쩔때는 스스로 못마땅해요. 좀 가볍게 줄이고, 덜고 사는게 제게는 여러모로 숙제이지 싶습니다.

      새집이라 그런가.. 우리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이집의 기운은 만들어진다는 생각도 들어요.
      연수랑 저랑 아빠랑 평화랑... 예쁜 생각, 예쁜 행동 많이 하면서 살고싶습니다. ^^

      2011.03.05 22:54 신고 [ ADDR : EDIT/ DEL ]
  3. 아윤맘

    오늘 희진씨랑 연수네 이사 잘했나 궁금해했는데 무사히 갔다니 다행~ 평화 연수 복 더 많이 받고 건강하거라~~

    2011.03.04 23:45 [ ADDR : EDIT/ DEL : REPLY ]
    • 희진언니랑 언니랑 둘이 알콩달콩 수다떠는 모습이 막 떠오르네... 저도 같이 있고싶어요.
      이사는 좌충우돌.. 어찌어찌 잘 마쳤는데 집은 정말 엄청 어지러워요. 나 사는 것이 늘 이런가싶어요~^^;;
      퐁듀.. 해드릴테니 얼른 오세요.

      2011.03.05 22:57 신고 [ ADDR : EDIT/ DEL ]
  4. 지은

    이사 잘 했구나.
    새 집에도 즐겁고 행복한 기억 소복소복 쌓이기를.
    숨 돌리면 새 주소도 귀뜸해주고!
    건강하렴~

    2011.03.05 00:57 [ ADDR : EDIT/ DEL : REPLY ]
    • 응. 지은, 고마와.
      사는 일이 좀 단촐해지면 좋겠어 생각은 늘 그리하면서도 살다보니 애도 늘고, 살림도 늘고.. 한번 움직이는 일이 쉽지 않아지고.. 그런 것 같다.
      오랜 시간 멀리 떨어져서 공부하며 살아온 너의 삶은 어쩐지 몸은 더 가볍고, 정신은 더 응축되고 묵직할 것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드네.
      건강하게 잘 지내렴. 미니홈피에 곧 들를께~!

      2011.03.05 23:01 신고 [ ADDR : EDIT/ DEL ]
  5. 아유~ 맨 마지막 사진은 정말 말썽꾸러기 그 자체이구만~!
    언니 집들이 할거에요~~?? ㅋㅋ

    2011.03.07 17:54 [ ADDR : EDIT/ DEL : REPLY ]
    • ㅎㅎ 진정한 말썽꾸러기의 세계로 하루하루 진입하고 있지요.
      집들이할까요? 거창하게 집들이라 부르긴 어렵더라도, 발랄도 몸 좀 나아지고하면 승윤씨랑 쭌이랑 모두모두 같이 한번 놀러오세요! 근처에 바람도 쐬러가고, 맛있는것도 같이 먹고요~~!^^

      2011.03.08 22:44 신고 [ ADDR : EDIT/ DEL ]
  6. 발랄

    언니 이사햇다는 말만 전해듣고~ 이전 연신내 집보다 더 밝아진거 같아요~ 새집이라 그런가? 좋다~ ^^
    암튼 이래저래 이사한번 하면 정리할것도 많고 적응할것도 많더라구요~~
    찬찬히 적응되면 봐요 ^^
    저두 이제 조금씩 살만해지네요~~ 휴~ 넘 힘들었던 기간이 끝나가려나봐요 ^^

    2011.03.08 10:58 [ ADDR : EDIT/ DEL : REPLY ]
    • 휴~ 정말 정리가 쉽지 않아요.
      새집은 햇볕이 더 잘들고 깨끗해서 참 좋은데, 연수랑 내가 매일매일 어질르기 바쁘니 깔끔한 맛은 벌써부터 거의 없네요. ^^;;
      입덧 좀 덜해져간다니 다행이예요. 휴.. 얼마나 힘들었을꼬.ㅠㅠ
      움직일만해지면 놀러와요~ 먹고싶은 것도 얘기해주고요~(내가 만들지못하면 맛집이라도 알아놓을테니~~^^)

      2011.03.08 22:48 신고 [ ADDR : EDIT/ DEL ]
  7. 병우맘

    난 왜 욱이 글 읽으며 코끝이 찡해져올까...
    아마도 욱이엄마의 따뜻한 얼굴도 연수의 밝은 미소도 주변에서 도와주는 여러사람들이.......

    2011.03.09 09:56 [ ADDR : EDIT/ DEL : REPLY ]
    • 늘 마음써주는 분들 덕분에 오늘 하루도 우리가 잘 살고있구나 싶어요.. 병우맘 보고싶다. 얼른 놀러오세요~!^^

      2011.03.09 16:17 신고 [ ADDR : EDIT/ DEL ]

신혼일기2011.02.24 00:58








날이 참 포근하다.
이제는 봄이 온 걸까.

겨우내 들었던 습관대로 온종일 집안에만 있다가
저녁 무렵, '안되겠다 잠깐이라도 바깥공기 좀 쐬자'하고 연수를 업고 복도에 나와 별도 찾고 달도 찾고
저기 복도끝 엘리베이터까지 어슬렁어슬렁 다녀와도 발가락이 하나도 시렵지 않다.
맨발에 슬리퍼만 달랑 신었을 뿐인데.

날로 따셔지는 봄햇살이 잠들었던 몸과 정신을 살살 흔들어 깨우는 것 같은 이즈음에 우리는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결혼해 신혼살림을 차려 꼬박 3년을 살아온 집.
이 집을 떠난다는 것이 아직은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이 집말고 다른 집이 우리 집이 된다니.. 아무래도 이상하다.

이 집에 신혼가구들을 들여놓고 처음 살림을 시작했던 겨울날이 생각난다.
남편의 점심 도시락을 처음으로 싸보고, 초여름에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고, 블로그를 시작했던 날들.
연수를 낳고 첫 날들을 함께 보내며 땀도, 눈물도 참 많이 흘렸던 집. 
그 때 내가 하루중 가장 많이 보았던 풍경은 바로 이 둥근 베란다 창으로 바라보이는 앞산 풍경이었다.  











소파에 앉아 젖을 먹이고, 잠든 아이를 깰까봐 내려놓지도 못하고 그대로 수유쿠션 위에 뉘어놓은채 책도 보고, 블로그도 보고, 베란다 창문으로 비쳐드는 오후 햇살을 바라보던 때.
예상치 못했던 고립과 고독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지만, 이 작은 집안은 온통 자라나는 아이의 경이로움과 처음으로 부모가 된 사람들의 고달픈 행복과 웃음으로 참 풍요로웠다.

여름, 가을, 겨울, 봄... 계절이 한바퀴를 돌고 나서야 나는 걷기 시작한 아이를 데리고 비로소 집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복도를 지나 계단을 지나 아파트 놀이터까지... 우리의 세계는 참으로 조금씩 넓어졌었다.











앞산인 봉산은 작년 여름, 연수가 두돌이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처음 올라가 보았다.
아주 낮은 산둘레 길만 걷고 오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연수에게는 처음으로 가본 산이고,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푸른 나무숲은 육아에 지친 엄마에게 다른 세상에 와있는것 같은 청량한 기쁨을 주곤 했다. 

굽이굽이 이어져있는 좁은 동네길도 연수와 함께 참 많이 걸어다녔다.
모험처럼, 여행처럼 낯선 골목을 기웃거려보다가 동네 슈퍼앞에 쭈그리고 앉아 우유 한잔으로 목을 축이던 날들. 
젖끊을 무렵, 칭얼거리는 연수를 재워보려고 유모차에 태워 하염없이 돌아다녔던 골목도 나중에 생각하면 얼마나 그리울까.  











15층 우리집 베란다에 붙어서서 연수는 저 아래 놀이터에 누가 있나 살펴보기를 좋아했다.
때로 반가운 친구들이나 이웃 아줌마들의 모습이 보일때면 "엄마, 준태랑 아줌마랑 나왔어! 우리도 나가자!"를 외치기도 하고,
눈이 오는 날에는 눈을, 비가 오는 날에는 비를.. 나와 함께 서서 한참동안 신기하게 바라보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닌 것 같다. 
아이가 자라면 자랄수록 어떤 보이지 않는 기운이 아이와 나를 보살펴주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된다.
도시의 작은 집에서 꾸려가는 단촐한 살림이지만 그래도 베란다에 작은 장독대를 마련하고
아이의 생일날이나 새해가 시작되는 날에는 장독대위에 물한그릇 떠놓고 이 집에 깃든 어떤 기운들을 향해 고맙다고, 앞으로도 잘 보살펴달라고 빌곤 했다.

우리가 아플때면 가족같이 걱정해주고 기꺼이 보살펴주었던 이웃들도 잊지 못할 것이다. 
뜨거운 한여름의 긴 낮을 살아내느라 고생했다고, 선선해질 해거름이면 아파트 마당에 모두 모여 아이들 노는 모습 지켜보며 함께 웃고 위로했던 이웃들... 그 사람들 덕분에 얼마나 사람사는 것 같은 날들이었던가.  
멀리 연신내까지 나와 연수를 보러 와주었던 친구들과 선배들.. 생각하면 이 집에는 그이들의 기운도 늘 남아있었다.
신혼살림을 차리며 시작한 블로그를 통해 연수가 자라는 모습을 늘 지켜봐주고 나를 격려해주었던 블로그 이웃들은 참 신기하고 고마운 인연들이다. 블로그 이웃들은 이사를 가도 계속 이어지는 인연이라 더 고맙고 든든하다.

이 집을 떠나며 우리가 받았던 그 모든 사랑과 보살핌에 깊이, 깊이 감사드리는 마음을 갖게 된다.
3년동안 첫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게 해주었던 집, 둘째 아이를 갖게 해준 집. 부모와 부부라는 길에 처음 들어서 헤메고 고전하는 날들이었어도 남편과 내가 서로 아끼고 보듬으며 살아갈 수 있게 해주었던 집.
정말 고맙다...











"이 집이 무척 그리울꺼야... 그지?"
며칠전 연수가 잠들고 난 뒤 소파에 앉아 가만히 집을 둘러보던 남편이 말했다.
그저 짧게 "응.. 정말..."하고 대답하고 말았지만 나는 눈물이 핑 돌 것 같았다.

신혼 첫집이라 유난히 정이 많이 들었던 집과 헤어질 생각을 하면 마음이 짠하지만
엄혹하기 그지없는 전세대란의 시절에 참으로 운좋게도 서울시에서 공급하는 장기전세아파트에 입주하게 되어 하는 이사니 기쁘고 고마운 마음이다.  
내집이 아니니 언젠가는 떠나야했을 신혼집을 적절한 시점에, 고마운 마음만 안고 떠날 수 있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준 것도 그동안 우리 가족을 따뜻이 보살펴준 이 집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려니.. 생각하니 더 고맙고 애틋하다.    

주인에게 이만저만해서 나가게 되었다 얘기하고 얼마 안있어 새로 전세들어올 사람과 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날,
나는 거실과 부엌 구석구석 걸레질을 하며 마음으로 이 집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고마웠어.. 정말 고마웠어. 잊지 못할거야, 우리의 첫집. 연수의 첫집.










지난 주말에는 이사할 집에 가서 거실과 방안 곳곳에 양파를 두고 왔다.
그리하면 새가구 냄새가 좀 덜해진다고 아가씨가 일러주어서 입주청소를 하기전에 한번 둘러보기도 할겸 겸사겸사 다녀왔다.
새 집은 4층이고, 또 앞뒤 동이 가까운 편이라 집에서 멀리 내다볼 수있는 풍경이 없다.
아는 이웃 하나 없는 낯선 동네에 적응할 일이나 새집증후군 같은 것이 걱정되기도 하고,
새롭게 만날 인연들과 풍경들을 상상하면 설레기도 한다.
오후 햇살이 집안을 따뜻이 비쳐주는 것은 여기와 같다. 이 집에서 나는 둘째 아이를 낳고, 두 아이를 키우게 되겠구나..
잘 부탁한다.. 새 집. 잘 부탁해요, 모두들..










연수는 단지 안에 새로 만들어져있는 놀이터가 무척 좋다고 했다. 
"연수야, 새 놀이터가 마음에 들어?"하고 물었더니 "응! 좋아~! 마음에 들어!!"하면서 키를 잡고 돌릴 수 있는 큰 배모양의 놀이기구를 떠날 줄 모른다. 
아파트 단지에서 큰길 하나만 건너면 오래된 주택가와 작은 컨테이너박스들을 죽 이어붙인 긴 시장골목이 펼쳐지는데 거기서 아주 맛있는 잔치국수집을 발견했다.
봄이 온다해도 아직은 바람이 찬 오후, 뜨거운 국수 국물을 훌훌 마시며 낯선 동네에서 마음 붙일 작은 터전을 그렇게 하나둘 마련하고 돌아왔다.











이사는 일요일이다.
포장이사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집을 치우고 짐정리도 해야할텐데 임신 7개월로 접어든 엄마는 아직 아무 것도 손대지 못했다.
연수와 그저 따뜻한 볕을 쬐며 봄기운만 느끼고 있다.
내일부터는 조금씩 짐도 싸고, 겨우내 복도에 세워놓아서 먼지가 새까맣게 앉은 연수 장난감 자동차와 자전거들도 좀 씻어야지.
새집은 계단식 아파트라 이렇게 마음편히 물 써가며 장난감 청소를 할 수있는 복도가 없다.
이사가면 비오고 눈오는 날에도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고, 한낮이든 한밤중이든 칭얼거리는 아이 업고 한없이 오고가며 재울 수 있었던 이 복도가, 특히 아름다운 북한산과 별이 총총한 밤하늘이 다 내것 같았던 이 복도가 제일로 아쉽고 그리울 것같다.











어느 눈내린 날.
"연수야, 앞산에 하얗게 눈이 내렸네~" 했더니 연수가 "엄마, 북한산은?" 하고 물어서 "어, 그래, 가보자!"하고 현관문 열고 나와 찍었던 사진. 
그러고보니 북한산은 연수가 제일 처음 배운 산이름이네.
그 웅장하고 아름다운 능선으로 지친 마음에 늘 지표가 되어주었던 든든한 산.  
"연신내 우리집. 갈현동 현대아파트 102동 1509호" 이제야 막 연수가 집주소를 외우게 되었는데 이사라는 것이 안타깝다며 남편과 둘이 웃다가 언제고 잊지못할 주소란 생각에 마음 한켠 먹먹해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연신내에서의 마지막 날들이 가고 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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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강동으로 이사를 가신다길래 혹시.. 했었는데.. ^^
    저희도 때마침 장기전세로 은평으로 왔거든요..
    그쪽은 경쟁율도 높았다던데.. 이사 축하드려요..
    한~참을 정들었던 곳을 떠나는 일은 정말 마음 아프지만요.. ^^

    2011.02.25 09:1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 꼬미님도 시프트로 오셨던거군요~! 신기하다~^^ (주변에서 모두 '시프트된 사람 처음봤다' 했는데 저도 저희말고 처음봅니다. ^^;;) 꼬미님도 축하드려요.
      왠지 우리가 동네를 서로 맞바꾼 느낌.. 연신내 소식이 궁금하면 꼬미님께 물어봐야겠어요.
      새 곳에서 봄을 맞는 기분이 새로워요..^^

      2011.02.28 15:47 신고 [ ADDR : EDIT/ DEL ]
  2. 살림하는사람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시며 사셨던 집을 떠나시며 그 집에 모든 기운들에게 '고마웠다'고 이사하시며 걸레질하셨다는 부분에서 왠지 모르게 저도 울컥했습니다. 강동구면 세곡동 쪽과 더 가까워지네요. ^^ 그냥 가깝게 오시는 것이 어쩐지 참 반갑습니다. 연수와 뱃속의 아이와 함께 이사 잘 하세요. 고생하세요.^^

    2011.02.25 12:38 [ ADDR : EDIT/ DEL : REPLY ]
    • 방바닥을 천천히 걸레질해서 닦을때는 진공청소기를 윙~ 하고 돌릴때랑은 분명히 다른 감정의 흐름이 생기는 것 같아요.
      천천히 내가 사는 곳, 내 가족의 삶이 꾸려지는 곳의 구석구석을 깨끗이 닦으면서
      새롭게 고마워하고, 내일의 평화도 빌고..
      아직 새집에서는 걸레질을 해보지 못했어요. 몸 무겁다고 친정엄마랑 시이모님이 오셔서 청소도 다 해주신터라.. 곧 제 손으로 청소하게되면 이 집의 기운들께 인사하는 마음이 들 것 같아요. ^^
      저도 살림님있는 세곡동과 가까워지는구나.. 생각하면서 왔네요. 따뜻한 날에는 한번 얼굴도 볼 수있음 좋겠어요.

      2011.02.28 15:50 신고 [ ADDR : EDIT/ DEL ]
  3. 맹자

    이사 잘 하세요.
    정리는 한꺼번에 하려고 욕심내면 몸살납니다.
    두고 두고 천천히 하는게 좋습니다

    2011.02.25 13:03 [ ADDR : EDIT/ DEL : REPLY ]
    • 예. 감사합니다.
      정말 한번에는 못하겠어요. 천천히, 무슨 매듭풀듯이 꼬리를물고 이어져있는 이사짐들을 한가지씩 제자리로 보내봐야겠습니다.

      2011.02.28 15:51 신고 [ ADDR : EDIT/ DEL ]
  4. 연수가 카메라 앞에서 정말 자연스럽네요!
    엄마의 카메라 세례가 아이에게 '주목'과 '자기표현'에 익숙하게 해 줄 것 같아요.
    좋은 일입니다.

    비오는 일요일, 포장이사라고 해도 많이 분주했지요?
    이제 새 집에서 펼쳐질 '두 아이 이야기' 기대할게요.^^

    2011.02.28 21:28 [ ADDR : EDIT/ DEL : REPLY ]
    • 네~^^ 요즘은 제법 포즈도 잡으려고 합니다.
      제가 '연수야, 여기 좀 봐라~'하면 '엄마, 사진 찍어? 앞모습? 뒷모습?'하면서 이리저리 움직이곤합니다. ㅎㅎ
      왠지 약간 연출사진이 되는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아이인지라 이내 사진은 잊고 제 할일에 몰두해서 아직은 자연스런 모습이 담기는 것 같아요.

      휴.. '두 아이 이야기' 저는 인제 슬슬 무서워집니다. ^^;;

      2011.03.03 00:26 신고 [ ADDR : EDIT/ DEL ]
  5. 아윤맘

    잘 갔어? 글보니 눈물나네 ㅎㅎ 3월이다 가족 모두 따듯한 보금자리에서 새봄을 맞이하길^^

    2011.03.01 10:22 [ ADDR : EDIT/ DEL : REPLY ]
    • 응. 언니, 잘 왔어요..
      오늘 연수에게 '연수야, 갈현동 친구들 생각난다. 모두 잘 있겠지?'물었더니 '이 집에 친구들 놀러 안와?'하고 묻더라구요.
      갈현동 시절의 고맙고 그리운 친구들... 아윤이와 정민이, 언니들 모두 보고싶어요.
      날 따뜻해지고, 언니 몸 좀 더 든든해지면 꼭 놀러오세요~!

      2011.03.03 00:28 신고 [ ADDR : EDIT/ DEL ]
  6. 맹자

    이사 잘하셨습니까?
    새댁님 글을 보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공짜로 읽어 미안하기도하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건강하세요.

    2011.03.01 20:54 [ ADDR : EDIT/ DEL : REPLY ]
    • 네.. 이웃분들이 걱정해주신 덕분에 무사히 이사 잘 했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 제가 더 고맙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두런두런 이야기나눌 수 있는 이웃들께 참 많이 힘을 얻는답니다. 맹자님도 건강하세요~^^

      2011.03.03 00:31 신고 [ ADDR : EDIT/ DEL ]
  7. 토토

    결혼 후 4년을 살았던 저희 옛 집은.. 답답하기 그지없는 주택가의.. 정 가는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집이었어요. 얼른 이사가고 싶다 노래 부르며 4년을 버텼었지요. 그런데 이제 와 돌이켜보면 그 시절이 또 그렇게 애틋하고 짠하고 그리울 수가 없어요. 공간에 대한 기억은.. 그 공간 자체만이 아니라.. 그곳을 들고 나던 모든 숨결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나저나 살림 님과는 언제 또 그렇게 친해지셨남요?^^
    안 그래도 두 분이 참 비슷하고 잘 맞으실 거라고 저 혼자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말이죠.ㅎㅎ
    강동구와 세곡동은 저희 집에서 참으로 멀긴 합니다만.. 전 멀리멀리 돌아댕기는 거 무지 좋아합니다요.ㅋㅋ

    2011.03.03 03:02 [ ADDR : EDIT/ DEL : REPLY ]
    • 공간에 대한 애정도 사람에 대한 애정도 비슷한것 같아요.
      한없이 애틋하기도 하다가, 또 징글징글 지겹기도 하다가.. 한숨과 웃음이 범벅이 되어서 흘러가는 우리의 삶, 나 자신에 대한 애정이 공간에 대한 애정으로 표현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저도 참 떠나고싶다 노래를 불렀던 신촌의 작은 자취방을 끝끝내 떠나지못하고 5년을 넘게 살다가 결혼을 했는데요, 지금 그 골목에 다시 가서 서면 멍할 것 같아요. 그 시절의 내가 또 거기 어디쯤을 종종거리고 다니고 있을 것만 같아요.

      살림님과 친해진 것은 토토님 덕분이라고 할 수있어요.
      평온님과 오소희님 블로그를 보다가 댓글에 종종 등장하는 '살림하는 사람'이란 아이디가 기억에 남았었어요.
      그래도 막상 찾아가볼 엄두는 못내고 있었는데, 토토님 블로그에서 또 이분 댓글을 보고는 '아 한번 가봐야겠다' 마음먹게 된 것이거든요. 그러니 토토님 덕분~~^^*
      따뜻한 새봄쯤에 우리 셋이 한번 만날까요?
      그나저나 토토님은 어디 사실까요? 서울이 참 넓긴 넓습니다만.. 접속의 그 대사마따나 "만나야할 사람은 꼭 만나게된다"니, 우리도 그런 사람들이라면 만날수있지 않을까요. ㅎㅎ

      2011.03.03 23:54 신고 [ ADDR : EDIT/ DEL ]
  8. 신나

    아 댓글남기는 방법이 있는걸 이제 알았네!
    그러나 난 이미 방명록에...ㅠ
    여튼 강동구로 갔구려. 아고 극과극이네.
    거기 올림픽공원이랑 soma가 있어서 참 좋지. 몽촌토성도 있고, 암사동도 좋았는데. 그런데서 가까운 곳인가?

    2011.03.03 09:50 [ ADDR : EDIT/ DEL : REPLY ]
    • 신나. 참 오랫만이다..!
      정말 동면이라도 했던게야, 상욱이형 결혼식에서도 못보고 그랬구먼..
      논문은 잘 썼어? 잘 해냈으리라.. 믿어. ^^

      응. 이사한 동네는 암사동에서 아주 가까운 편이더라.
      나는 이 동네가 워낙 낯설어서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른다만 한강도 가깝고, 또 주변에 하우스가 많은걸보니 농사짓는 땅도 많은것 같아 좋아.
      언제든 놀러와~! 나는 6월초에 출산이니 그전에 오면 더 좋고, 그후에 오면 둘째도 만날 수있지. ^^
      건강하고, 새로운 생활도 잘 펼쳐가렴. 참, 방명록보니 이사도 준비해야하는 모양인데 좋아하던 합정동 떠나는건 아쉽겠다. 가까운 곳으로 잘 자리잡길!

      2011.03.04 00:00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