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여러분~! ^0^)
하고싶은 얘기가 참 많았다.
사는 일, 살았던 일, 생각나는 사람들.. 오늘 있었던 마음 부글부글해지던 일들과 반짝!하고 마음안에 행복의 불이 켜지는 것같던 순간들.
밤이 되면 서둘러 저녁밥차려 먹고 졸린 아이들 재우고 나와 그 얘기들을 길게길게 풀어놓고 싶었는데..
7개월에 접어든 연호는 윗니 3개가 거의 동시에 새로 나느라고 낮이나 밤이나 뭘 빨고물고뜯느라 한껏 예민해서 고단한 밤잠이 살풋 깰때마다 옆에 엄마가 없으면 바로 '앙~!'하고 울며 엄마를 찾았다.
어느새 만43개월을 꽉 채운 '다섯살' 김연수는 요즘 아빠의 퇴근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가 아빠가 오면 조금이라도 더 같이 놀려고 애쓰는 통에 연수까지 다 재워야 컴퓨터앞에 앉을 수 있는 엄마의 애를 태웠다.
이 와중에 내가 주로 사진을 저장하고 글을 쓰는 서재 컴퓨터가 무슨 병에 걸렸는지 버벅거려 잠깐 컴앞에 앉아보는 그 황금같은 시간을 날려버리기 일쑤였고,
결정적으로 아이들 잠들고나면 그때부터 거실 소파에 누워 노트북을 배위에 올려놓고 자러갈 떄까지 꼼짝도 않으시는 김준철씨가 노트북을 빌려주지 않은 결과!
한달 가까이 블로그 글을 쓰지 못하고 살았다.
('75살과 105살' 글은 낮에 연수가 만화영화볼 때, 잠든 연호를 등에 업고 급히 쓴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더라...
강릉에서 돌아왔고, 셋이 동그마니 집안에서 종일을 보내다 고향가족들이 그리워서 울었고, 크리스마스가 지나갔고, 연수가 감기와 장염을 앓았고, 그 사이 새해가 왔고, 작은 눈이 여러차례 왔었다.
남편이 부비동염이라는 축농증때문에 생긴 두통으로 고생하다 병원 약을 먹고 거의 나아가고 있는 중이고,
그 진단을 알기전에 연말 송년회들에서 과음하고 새벽에 들어와서는 머리가 아프다며 주말에도 거의 잠만 자는 일로 내가 속이 상해 한껏 미워했고..
연수를 유치원에 보내기로 결정하고 보내고픈 유치원에 연수연호와 함께 다녀오기도 했다. 연수도 맘에 들어하고 나도 참 좋아서 꼭 가고싶다.. 했는데 알고보니 선생님이 한분 더 충원될 때까지 기다려야하는 상황이었다. 입학신청 시기가 진즉 있었는데 그때는 별생각이 없어서 놓치고 지나갔고, 전화했을때 '지금 와서 상담하시면 된다'는 말을 나는 바로 신청해서 3월부터 갈 수있다는 얘기로 알아들었었다. 대기자 명단만 올려놓고 터덜터덜 오래 걸어서 택시정류장을 찾아오는데 날은 추웠고 연수가 실망했을까봐 걱정했었다.
새해를 맞으며 가족들이 다들 아프니 새해 소망이 단촐해졌다.
건강한것.. 모두 건강한것.
모두 건강해서 마음껏 투정부리고, 웃고, 지지고볶으며 살 수 있는 것.
2011년의 마지막 날쯤에 남편이 내게 물었다. '올해 기억나는 일 세가지만 꼽으라면 당신은 뭘 꼽을래?'
'음... 연호 낳은거. 연호낳기 전에 연수랑 신나게 놀러다닌거.. 연호낳고나서 셋이 맨날 뒹굴뒹굴 논 거..^^;'
대답하고나서 나도, 남편도 많이 웃었다.
정말 기억나는 일이 딱 그 일들이었다.
내 매일의 일상이었으며 내게 제일 즐겁고 짠하고 뭉클했던 시간들.
남편이 참석한 동문회모임에서 돌아가며 그 얘길 한 모양이었다.
남편은 '둘째 태어난 것, 직장 옮긴 것, 나꼼수들은 것'을 말했다했다.
2011년의 큰 일 세가지를 꼽으라면 나도 조금 다르게 꼽을 것 같다.
'연호를 낳은 것. 생활의 터전을 옮긴 것.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살림님, 고래님같은 너무 좋은 인연들을 만난 것.'
블로그의 예전 글을 뒤적여 찾아보니 2011년을 시작하며 내가 가졌던 새해소망은 두 가지였다.
'평화가 태어나기 전까지 반년은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의 어느 시절보다 '평화'로운 시절이 되기를..
평화가 태어난 후의 반년은 그 때까지의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진정 '평화'로운 시절이 되기를'
이토록 어렵고 이토록 두루뭉실한 새해소망을 품었었네, 내가...
지난 1년동안 내 마음이 늘 평화로운 것은 아니었다. 크고작은 고민과 갈등으로 복닥복닥 씨끄러울 때가 더 많았다.
그러나 평화란 것이 갈등이 전혀 없는 상황만 말하는건 아닐 것도 같다.
갈등도 있지만, 어렵사리 한 매듭을 풀고 서로 마음 다독이고 안아주며 삶의 고비들을 구비구비 넘어가는 것..
어쩌면 그 과정 전체가 평화인지도 모른다.
2011년의 새해소망대로 2011년의 내 삶은 연호의 출산을 기점으로 크게 두 시기로 나뉘었고, 돌아보면 그 두 시기 모두 참 즐겁고 행복했다.
연수와 함께 마음껏 걷고 웃고 텃밭에 씨를 뿌리고 블로그친구들과 광화문으로 세곡동으로 쏘다녔던 그 봄의 평화와 행복.
'아 정말로 귀한 생명을 내가 낳았구나'하고 절절이 느끼며 연호를 온몸으로 안고, 보드라운 그 살을 만져보던 가을날의 평화와 행복. 비록 긴 힘든 시간속에 찾아오는 짧은 행복의 순간들이라해도 언제든 돌아보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벅찬 감동을 기억하고 있으니 내 꿈은 그것으로 충분히 이뤄진 것이다.
2012년에는 좀 작은 계획들을 세워보고 싶다.
올해에는...
우선 '운전연습'을 하고싶다. 그래서 내년쯤에는 내가 운전해서 연수 유치원도 데려다주고 아이들 태우고 친구들도 찾아가고, 숲이나 호수, 공원으로 가고 싶다.
밤에 아이들 재우고나면 10분씩이라도 요가나 체조를 해야겠다.
서른다섯살이 되서 그런가...(여기저기서 가소로워하시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지만.. 흠흠. ㅎㅎ) 요즘 들어 부쩍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프다. 어깨, 팔, 다리, 허리.. 저녁이 되면 정말 몸이 안아픈데가 없다. 지금 10kg, 앞으로 더 쑥쑥 자랄 연호를 업고 안고 지내는 시간도 여전히 많고, 집안일도 많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안된다. 조금씩이라도 운동을 해서 내 몸을 살펴야겠다.
가족 모두와 '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
아이들 모두 엄마를 저 혼자 온통 차지하고 마음껏 응석부리는 시간이 꼭 필요한 것 같다. 연수에게도, 연호에게도. 엄마는 그런 사람이니까. 저만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니까.. 종일 셋이 같이 붙어있다보니 어떨때는 연수에게, 어떨 때는 연호에게 미안해진다. 주말에 아빠가 있을때 번갈아 한명씩 보는 식으로, 내가 연수를 데리고 놀러나가거나, 아빠가 연수를 데리고 놀러나가거나 해서 연수 연호가 각각 엄마와 둘이서만 눈맞추고 얘기하고 손잡고 안고 노는 시간을 가져야지.. 물론 그건 아이들에게 아빠랑 단 둘이 노는 시간도 될 것이다.
김준철씨와도 '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 사실 밤에 아이들 재우다 내가 애들과 같이 잠들어버릴 떄도 많고, 다행히 깨서 나온다해도 그날 지낸 얘기를 잠깐 하고 나서는 나는 나대로 모처럼 블로그도 쓰고 책도 보고 남편은 남편대로 인터넷보고 하느라 같이 뭘하며 노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늘 두 아이들과 함께 복작복작 밥먹고 집치우고 같이 노는 와중에 아이들 얘기와 이런저런 집안일 얘기를 나누는게 다였다. 올해에는 남편과 일주일에 하루쯤은 애들 재우고 집에서나마 같이 영화도 보고, 요가 같은 운동도 하나 같이 하고, 뭔가 '프로그램(?)'을 짜서 같이 놀고 싶다.^^ 옛날 데이트하던 시절처럼 약속을 정해서 놀기. 그런거 좋지 않을까? ㅎㅎ
그리고 일기를 쓰고싶다.
지금도 블로그를 쓰고 있지만 더 편하게, 짧더라도 성실하게 매일 조금씩 쓰고 싶다.
아이들과 지내며 떠오르는 생각들, 연수와 나눈 대화 같은 것을 메모하는 습관도 키우고 싶다.
솔직한 글쓰기. 마음 깊이 꿍쳐둔 생각과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풀어내고 싶다.
블로그 이웃인 미탄님께서 작년에 출간한 새책의 제목인 '나는 쓰는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을 나도 믿는다.
이렇게 써놓았으니..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나와 준철씨는 서른다섯살을 살고, 연수는 다섯살, 연호는 두살의 날들을 살게되는 올해.
연호가 걸음마를 시작할 것이고, '엄마'하고 부르며 나를 향해 팔을 벌리고 걸어오는 날도 있을 것이다. 돌잔치도 하겠지..
연수는 유치원에 갈지도 모르고 또 엄마와 그대로 집에서 지낼지도 모른다. 수영을 배울 수도 있고, 축구공도 전보다 제법 잘 찰 것이고, 따뜻한 봄부터 가을까지 엄마, 동생과 함께 여기저기 공원과 온데 숲을 누비고 다닐 것이다.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 소박하고 담백한 사람이 되었으면.. 살림도 그렇게 하게 되었으면.
2011년에는 두 아이들 덕분에 더 많이 참고 더 많이 웃고 더 여유롭고 더 견딜 수 있게 되었다.
살림님, 고래님을 만나고 그분들 블로그의 글을 읽으면서, 그리고 역시 두분 덕분에 계간지 '민들레'와 '녹색평론'을 읽게 되어 아이들도 세상도 더 깊고 따뜻하게 바라보고 품어줄 수 있게 되었다.
고맙고 또 고맙다.
언제나 제일로 든든하고, 또 가끔은 제일로 밉기도했던 남편도 고맙고
친정어른들과 형제들, 시어른들과 형제들.. 보살펴주고 힘이 되어준 분들도 정말 감사하다.
2012년도 잘 살자.
서른 다섯살의 욱. 두 아이의 엄마 욱.
화이팅이다.
(저, 다섯살 됐습니다! 뿌듯뿌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