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일기2008. 12. 25. 12:14


조용한 크리스마스 아침입니다.
어제 받은 지인의 문자메세지처럼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아픈 사람, 죄많은 사람 모두를 위해 오신 예수님'의 생일날,
새댁네도 아침 일찍 작은 촛불 하나 밝혔습니다.
크리스마스는 새댁과 신랑의 결혼기념일이거든요-^^




+음.. 초가 하나~ 똑순이의 탄생비밀(?)이 공개되는 순간이네요~ 아흠... 부끄럽네요..^^;;;;


얼마전엔 새댁과 신랑의 서른한살 생일도 있었습니다.(얼른 딴얘기.. 12월은 기념일이 무지 많습니다~~ㅎ)

올해 생일은 똑순이와 함께 맞는 첫 생일입니다.
서른해를 꽉 채워 살고나니.. 
제짝을 찾아 결혼을 하고 저희를 닮은 아이 하나를 낳았네요. 
무엇 하나 크게 이룬것 없는 새댁의 평범한 서른해 인생에 아이는 제일 뿌듯하고 감사한 성취인 것 같습니다.

생일날 아침, 그녀석을 앞에 앉혀놓고 신랑이 끓여준(무려 2시간이나 걸린.. 완전 정성스러운!^^) 미역국을 먹으니
기억나진 않지만 세상을 첨 만난 30년전 그날 다음으로 가장 뿌듯한 생일 같았습니다. ^^



  
부엌에서 신랑이 미역국 끓인다고 부산한데 전화가 한통 오더니 꽃바구니 하나가 배달돼 왔습니다.
신랑이 보냈냐구요? 아니요~~^.^
새댁의 블로그를 자주 봐주신다는 신랑의 지인께서 
똑순이 키우며 낑낑 앙앙대는 새댁 힘내라고 보내주신 거예요.
아... 어찌나 감사한지..
화사하게 핀 꽃송이들을 바라보니 한겨울이 아니라 어느 화창한 5월의 꽃밭에 서있는듯 황홀했습니다.





꽃들 사이에 손으로 쓴 따뜻한 편지가 들어있었습니다.

"똑순이 낳고.. 똑순이가 주는 기쁨만큼 아마 같은 깊이로
욱이씨 마음 한 구석 내놓을 수 없는 깊이의 무언가(?) 있으리라 짐작해봐요.(내가 그랬으니까..)
... 꽃보고 힘내요. 앞으로 똑순이가 주는 기쁨이 더 커질꺼예요."

편지의 마지막 구절은 "화분으로 보낼까.. 고민하다가 기분 화~~~악 피시라고 꽃바구니 보냅니다"입니다.
꽃을 보내주신 선배님도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신데
역시... 여자 마음은 여자가, 엄마 마음은 엄마가 아시나봐요~^^
덕분에 새댁 기분이 정말 화~~~~악 피어서
그 꽃이 다 시든 뒤에도 마음에는 밝은 꽃물이 오래오래 남았답니다.
뒤늦게 블로그로 감사인사 드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엄마가 되고 맞은 첫 생일, 아직은 부족하기만한 초보엄마지만..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그럴 것 같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새로운 사랑을 느낍니다.
세상에 이런 감정이 있구나.. 처음 경험해보는 사랑입니다.
고통과 환희, 절망과 기쁨이 교차하는 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다보면
여지껏 보지못했던 참 아름다운 그림 하나 내 인생에 그리게 되겠구나.. 생각해봅니다.

*

삼일 뒤 신랑 생일(새댁은 동갑인 신랑보다 무려 '사흘'이나 먼저 태어났다는 사실~! "누나라고 불러~~~줘.."^^;)에는
새댁이 비밀리에 '약밥 케익'을 준비했습니다.
앗. 그런데 그만 초를 깜빡 했군요..(빵집에 가서 얻어오려했는데ㅠㅠ) 똑순이 백일떡에 올렸던 초가 있어 그걸로 대신했습니다.
세 식구가 같이 불어 촛불끄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아빠가 되고 맞는 첫 생일.. 신랑은 기분이 어땠을까요?




+ 여러 요리 블로거님들의 레시피를 참고하야.. 첨 도전해본 새댁의 '전기밥솥 약밥'은 무척 달달하고 맛있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ㅎ(회사분들과 나눠드시라고 신랑 도시락으로도 싸보냈어요~) 조만간 따로 약밥 포스팅을 함 할까봅니다..^^


새댁과 신랑, 고맙게도 여러분께 생일 선물을 받았는데..
역시 똑순이와 함께 맞는 첫 생일이다 보니
우리 두사람 선물 + 똑순이 선물이 많았습니다. 짜식~ 경사났습니다^^ (똑순이 덕분에 저희가 경사난것 같기도...)





선물받은 책들을 보니 마음이 든든하고 읽기도 전부터 배가 부릅니다.^^
이 겨울, 가까이 벗삼으면 되겠습니다.

아, 새댁과 신랑이 서로에게 선물한 이 책들도 있습니다.
함께 읽고픈 책들로 골랐습니다. 좋은 책 같이 읽을 수 있는 친구여서 더 좋은 우리 신랑입니다.

*

두 생일 즈음에 멀리 사는 친구가 생일축하해줄겸 새댁 응원도 해줄겸
모처럼의 휴일을 통째로 내서 신랑과 아이와 함께 새댁네에 놀러왔습니다.
넘 반갑고 고마웠는데 오고가는 길이 멀어 더 오래 앉아 놀다가지 못해 마음 짠합니다.
똑순이 입히라고 자기 아이입던 예쁜 옷도 여러벌 싸들고 온 그 친구가 준 선물은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라는 제목의 그림책입니다.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 있는 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

친구가 돌아간뒤 이 노래가 반복되는 얇은 그림책 한권을 금세 다 읽고
새댁, 참 많이 울었답니다. 
똑순이는 그런 엄마를 의아하게 바라보며 엄마앞에서 뒹굴뒹굴 놀았지요.

그 날 밤에는 눈이 왔습니다. 
어릴때도 제 생일에는 눈오는 날이 많았습니다.
강원도, 푹푹 빠지는 눈속을 걸어다니며 친구들과 함께 놀던 어린 시절의 생일날도 떠오르고
엄마가 끓여주시던 미역국, 찰밥도 생각납니다.
철들고 난 이후로 엄마 아빠가 제일 보고싶었던 생일이었습니다.





*
 
아.. 결혼기념일인 오늘은 어떻게 보내야할까요?
신랑은 분위기있고 맛있는 집에서 점심을 먹자며 며칠전부터 알아보고 들떠했으나
날이 날인지라(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인파로 인해ㅠ) 예약이 벌써벌써~ 다 찼다네요.
새댁네 알뜰살뜰 살림아끼라고 여러분이 도와주십니다.^^

하여.. 새댁은 이제 나가 소박한 동네식당에서 밥먹고.. 저녁엔 신랑이랑 서로 발이나 씻겨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년동안 내곁을, 우리곁을 든든히 지켜줘서 정말 고맙다고.. 당신을 만나 참 행복하다고.. 
앞으로도 서로 많이 아껴주고 사랑하며 살자고.





쓰고보니 살짝 민망한 포스팅이 되었네요.^^;
사랑과 용서가 넘쳐야할 성탄절이니.. 여러 이웃분의 양해를 구합니다. ㅎ

날은 춥고.. 세상과 지갑도 춥습니다만.. 마음만은 모두 따뜻한 연말보내시길 빕니다. 
똑순이와 새댁은 잠시 눈많이 오는 새댁의 고향에 다녀온답니다.
새해에 반가운 얼굴로 다시 뵐께요~!^^ 







Posted by 연신내새댁
신혼일기2008. 12. 18. 16:34

졸려하는 똑순이업고 둥가둥가 하는 짬짬이 블로그를 보는 새댁,
살풋 잠든 녀석을 업고 허리를 구부려 소파에 놓인 노트북을 켭니다.
앗.
저도 토댁님처럼 뒷골이 으스스~~ 하게 땡기더라니... 난데없는 릴레이 바통을, 것도 한꺼번에 두 개를 받았네요. 
'2009년 새해 각자의 각오, 계획, 목표를 담은 사자성어를 뽑아 공유해 보자'는 릴레인데  
미탄님토마토새댁님~ 제가 사랑하는 왕언냐들께서..
어린 새댁을 '강하게' 키우시려는 깊은 뜻인줄은 알았으나..
똑순이를 업은 등에 식은땀이 삐질 솟습니다. 

이게 어제밤 일어난 사건이고요,,
새댁의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똑순이를 업고 왔다갔다하며... 젖을 주며... 아침에 일어나 카레를 끓이면서도... 내내 머리속은 요 숙제로 무거웠지요.
그러나ㅡ
생각해보면 참 고마운 일입니다.
똑순이 기저귀와 이유식에 파묻혀 콩인지 팥인지, 연말인지 새해인지..
도통 날가고 해가는 것을 모르고 살았는데 
때아닌 숙제 덕분에 2009년 새해에는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야할까.. 곰곰히 생각해보는 즐거움을 누렸으니까요.
역시.. 블로거 이웃님들 덕분에 사람답게(?) 삽니다.
^^
  
생각끝에.. 선택한 새해 새댁의 사자성어는 '우보천리(牛步千里)'와 '천하무인(天下無人)'입니다.
.. 왜 두 개냐구요?
'두 분께 바톤을 받았으니...'는 비겁한 변명이고요~^^
도무지 하나를 선택하기가 넘 어려운 거예요~~
부족함 많은 새댁이, 생각해보면 마음에 담고 살아야할 사자성어들이 어디 한 둘 이겠습니까~~
이 말도 참 맞고, 저 말도 그리하면 참 좋겠고... 그래도 고심하다 두 개로 압축했는데..
'아고 더는 못 줄이겄다, 그냥 둘 다 하(고 고만 생각하)자'고 철푸덕 내려놨습니다.


우보천리(牛步千里), 소 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새댁은 끈기가 많이 부족합니다.
하고 싶어 시작만 하고 끝내지 못하는 일이 많습니다.(돌뎅이같은 큰 숙제도 있어요ㅠ)
신나게 시작해놓고 오래 지속하지 못하기도하고요..  
다부지게 맘먹고, 질큰하게 엉덩이 붙이고..
'천천히 가더라도 꼭 간다'는 생각으로 새해에는 한걸음, 한걸음 소처럼 우직하게 걸어가 보겠습니다.
육아도 그런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울고싶은 순간도 많겠고, 정신 못차리게 힘든 순간도 많겠지요. 묵묵히.. 씩씩하게 엄마의 길을 잘 걸어가 보렵니다.
단단하면서도 여유있는 마음으로 울 애기와 함께 자라는 새해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우리 똑순이도 새해에는 기기도 하고, 걷기도 하고, 말도 하고.. 어린 녀석이 배울 것이 많습니다. 
많이 힘들겠지요? 쉽게 되는 것은 없으니까요..  
그런 녀석을 조급해하지 말고, 느긋하게 지켜볼 수 있기를-
이제 막 인생길에 발을 뗀 우리 똑순이가 힘내서 찬찬히 잘 성장하기를-
그리고 새댁과 신랑은 크느라 낑낑 끙끙 힘 많이 쓸 아이 곁을 든든하게, 참을성있게 지켜줄 수 있길 빕니다. 
(사실.. 새해 소망을 네글자로 말하라면 주저없이 '무병무탈'을 꼽을텐데요~^^ 똑순아, 무럭무럭 건강하게만 자라다오~~~~ㅎ)




+ 서화의 출처는 신영복선생님의 글과 그림이 모여있는 '더불어숲(http://www.shinyoungbok.pe.kr/)' 입니다. 
상업적 목적이 아니면 글과 그림을 자유롭게 가져가셔도 된다하여 관리자께 메일 한통 드리고 담아왔습니다. ^^

 
천천히 걸으면 하늘도 보고 풀꽃도 보고.. 길동무들과 다정히 손도 잡을 수 있습니다. 
차타고 쌩~ 지나가는 것보다훨씬 아름다운 길이지요..
저도 천천히 걸으며 제게 온 힘들고도 아름다운 인생의 이 순간을 최대한 음미하고 싶습니다.
(손잡는 얘길 하니 생각났는데.. 새댁이 젤 좋아하는게 신랑이랑 손잡고 천천히 걷는 거랍니다~ㅎㅎ 
아직 신혼인 새댁과 신랑도 더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고 보듬어줘야할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여기도 '우보천리'가 필요하겠군요..^^)  

천천히 걷는다는 것은 참 힘이 센 행위이기도 합니다. 
"1미터도 안되는 걸음으로 아침부터 걸었더니 산을 세 개 넘었어요. 걷는 것이 무서운 거예요" 라는 어느 산악인의 인터뷰처럼
걷기는 힘이 셉니다.
2009년은 마침 소띠해네요(앗싸~!^^;;)
뚜벅뚜벅 소걸음으로, 열심히 걸어가보겠습니다.


천하무인(天下無人), 이 세상에 남(타인)은 없다 
신영복 선생님의 서화집에서 보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사자성어입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보니 
'내 가족', '내 아이', '내 가정'.. 이렇게 '내' 자가 붙는 것이 많아지면서
자꾸 내 것에만 관심을 쏟고있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나, 내 것이라는 것들도 더 큰 우리들 속에 있으며
큰 우리들중 누군가가 아프고 힘들면 결국 우리 모두가 함께 아파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자꾸만 '내 것'이라는 작은 울타리안에만 갖히려는 저를 돌아보며 
큰 목소리는 못내지만, 아무 행동도 못하지만... 마음만이라도 세상과 이웃을 향해 열어놓으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 
똑순이가 커서 살아갈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하고 아름답기를 바라는 엄마의 소망을 담아서요..



+ 이 서화도 역시 '더불어숲'에서 가져왔는데요.. 아쉽게도 '천하무인' 붓글씨는 아직 없네요. 그 내용은 저리 아름다운 글과 그림으로 담겨있습니다.


*

 
새해를 준비하며 사자성어들을 생각하고, 이렇게 제 마음에 담고살 두 개를 고르고 나니
쌀독을 그득 채운 것마냥 든든합니다. 
2009년에도 블로그 이웃분들과 함께
정도 나누고, 삶도 나누고, 마음도 나누며... 모쪼록 모두들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똑순이네도 모두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이르지만..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아 참참!!! 바통을 넘겨드려야지요~~~

첨 릴레이를 시작한 격물치지님으로부터 시작해 read&lead님을 거쳐 토마토새댁님이 받으셨던 바통,
또 inuit님, buckshot님, 쉐아르 님을 거쳐 미탄님께로 왔던 바통을 제가 받았더랬습니다.(헥헥~~ 계보가 깁니다..^0^;;;)  
음.. 이 바통을 요리와 살림의 달인, 아이들과 삶에 대한 따뜻한 얘기를 들려주시는 '부지깽이' 님께 넘겨봅니다.
받아주실꺼죠~~~?
(아, 이 맛에 '릴레이 숙제'를 하나봅니다. ㅎㅎㅎ 후련합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신혼일기2008. 12. 7. 20:54






눈이 많이 온다고 신랑이 회사에서 전화를 했을때
새댁은 막 똑순이에게 젖을 주려던 참이었습니다.

아침에 아주 작은 눈발 두어개 날리는걸보고도
"눈이다~ 눈이다~~!!" 하며 강아지처럼 폴짝폴짝 뛰는 새댁을 보고 '네가 아기냐'고 놀리더니..
눈다운 눈을 보면 얼마나 좋아할까 싶었겠지요.

"눈이 엄청 많이 와~"라는 신랑의 말에 가슴이 쿵쿵 뛰었으나
아쉽게도 똑순이가 넘 졸려하는지라 베란다에 나가 보지 못하고 
그대로 소파에 앉아 젖을 물렸습니다. 
김이 서려 뿌연 베란다 창문으로 하늘하늘 떨어지는 눈송이들의 그림자가 보였습니다. 

'첫눈이 오는구나..
(혹시 첫눈이 아닌가요? 새댁은 올 겨울들어 첨으로 눈다운 눈을 보는 것이라 그냥 '첫눈'이라 부르겠습니다. ^^) 
올해는 똑순이에게 젖을 주며 첫눈을 보네...
내일 아침엔 눈덮힌 마을을 보겠네... 예쁘겠다..'

여기까지는 '첫눈오는 날'다운 참으로 바람직한 감성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어서 드는 생각들.

'길 미끄럽겠다...
신랑 집에 올때 조심해야겠네...
이제 차가 생기면 눈오는 날은 걱정이 더 많아지겠구나...
그나저나 차는 어떻게 사지...?
할부를 해야하나.. 저축통장을 깨는게 낫나.....'
ㅜㅜ


'시인이여 눈위에 기침을 하자'던 김수영 시인의 결기도
'눈이 오는 날/ 가난하였으므로 아버지는 행복하였다'던 정호승 시인의 애잔함을 떠올리는 것도 
생활의 크고작은 고민들 뒤로 훌쩍 밀려나 버렸다는 사실이 
못내 서운하였습니다. 

"야야~~ 밖에 봐라~~ 첫눈온다~~!!" 
신촌 껍데기집 골목에서 눈오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리던 밤,
알싸한 그 밤의 공기가 생각하면 지금도 코끝에 느껴질 듯 한데-
어느새 이렇게 멀리 온 걸까요..

눈오는 밤엔 모름지기 허물없는 친구들과 삼삼오오 둘러앉아
김이 허옇게 오르는 뜨끈한 오뎅탕을 앞에 두고 
다정히 술잔을 기울여야하는 법인데...
새댁, 다시 그 어둑한 주점 탁자에 앉을 수 있을까요?
똑순이가 크면..? ^^

오늘같은 밤은
주말 저녁에도 출근해 일하고 있는 신랑이 동료들과 따뜻한 오뎅탕에 술한잔 기울이고 와도 봐줘야겠다..
그게 살림과 육아에 묻혀 결기도, 애잔함도 잊어가고 있는듯한 요즘의 새댁이
마지막으로 남겨두어야할 낭만이 아닐까.. 문득 생각했네요.

엄마의 첫눈 타령엔 아랑곳않고
천사같은 아이는 코 잠들었습니다.
눈오는 밤이 깊어갑니다.
잠든 아이의 머리를 쓸어주며 창밖으로 소리없이 날리는 눈발을 바라보는 고즈넉한 이 맛도 참 좋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신혼일기2008. 10. 17. 14:51


엊그제 저녁, 잠투정이 한창인 똑순이를 재우려고 이리저리 안고 다니며 진땀을 빼고 있는데
신랑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큰일났어~~~!"
당황한듯한, 그러나 밝은 신랑 목소리에 순간, 얼마전 떨어졌던 아파트 청약(신혼부부특별공급으로 신청했는데 경쟁률이 무려 64:1이었어요ㅠ 내집있는 하늘아래서 살고파요ㅜㅜ)에 후보라도 된게 아닐까.. 싶었죠.^^;

새댁의 뜬금없는 상상만큼이나 뜬금없던 신랑의 말은-
요앞에 쓴 글(아 유 프렌디?)가 다음 블로그 메인에 올라갔다는 것이었어요.
'포토 베스트'에 떠서 그날 방문자가 무려 1200명이 넘었다는 것입니다. 회사의 다른분이 보시고 신랑한테 얘길해준 모양이예요!!^^
신랑도 깜짝 놀라 제게 전화로 알려준 것이었습니다.
새댁, 잠들려다 깨서 앙앙대는 똑순이때문에 바로 컴을 보지 못하고, 신랑에게 그 화면 캡쳐해달라 부탁만 하고 전화를 끊었답니다.

 




바로 요 화면이지요.^^
나중에 똑순이 재워놓고 블로그에 와보니 조회수가 1600을 넘은것 있죠..
블로그 열고 첨 있는 일이라 당황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하고.. 암튼 기분 넘 좋았습니다.^^
퇴근한 신랑이랑 둘이 "가문의 영광이다~~~" 이럼서 무지 기뻐했네요~~ 

그런데...  흑.ㅜㅜ
뒤늦긴했지만 본문에 소개한 보건복지부의 '친구같은 아빠' 블로그이벤트를 링크걸어 놓으려고
싸이트를 찾아 들어갔더니(제 블로그에 이 이벤트를 광고하는 댓글이 달린 적이 있었거든요~)
글쎄.. 친구같은 아빠가 '프레디'가 아니라 '프렌디'였지 뭡니까!!!


                                                                             http://friendy.mw.go.kr


으........... 
넘의 나라 말(의 조합어)이.. 한번 본 제 기억속에는 ㄴ받침이 빠진채로 저장되어 있었던 모양입니다~~~ㅜ
이 일을 어쩌나요.
본의아닌 실수였지만.. 제 블로그를 보신 많은 분들께 잘못된 정보를 드린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음 블로그메인 편집자께서 붙인 제목에도 역시 '프레디'로 쓰여있군요.ㅠㅠ
뒤늦게 제 블로그는 수정했는데.. 이미 보신 분들께 죄송한 것은 어찌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블로그를 더 책임있게 써야겠다.. 깊이 느낀 사건이었습니다. 
누구에게 상처를 준건 아니었지만.. 뭔가를 얘기할때는 꼭 제대로 알아보고 써야겠다.. 다짐했어요.
저때문에 잘못 아신 어느 분이 주변에 얘기하시다("프렌디야", "아냐~ 프레디야. 내가 봤어! 내기할래?" 이러시면 어쩌나ㅠ) 망신당하지 않을까... 새댁, 심히 걱정하고 반성하였답니다.ㅠ






아무튼 이 포스트의 여파로 그날 새댁의 블로그에는 최초로 하루 2100명의 방문자가 찾아주셨습니다. 
기쁘고 놀라워 요 위처럼 캡쳐해놓았습니다.^^;;

다음 메인에 뜬 '아기업은 아빠' 사진을 보고 '재밌겠다' 생각하여 클릭한 많은 사람들중  
몇 분이라도 잠시 '아빠의 육아 참여'에 대해 생각해보셨다면 참 기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추천해주신 20분이 참 고맙습니다. 적극적인 공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젤로 고마운 분들은 댓글을 써주신 여덟분이죠~!^^
그중 네 분은 평소에도 제 블로그에 종종 놀러오시던 이웃들이고 네 분은 첨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인데..
블로그란 곳이 좋은 이웃들, 따뜻한 이웃들을 사귈 수 있는 곳이어서 너무 좋습니다.

이렇게.. 새댁과 신랑네의 '가문의 영광' 사건은 끝나나 싶었는데...
앗. mepay님 블로그에 갔다가 블로그와 포털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글을 만났습니다.
여러분과도 공유하고 싶고(혹시 벌써 다 보셨나요?), 한명의 블로거(아 이 이름 쓰는데, 왠지 부끄러워요..^^;;)로서 저도 관심이 많이 가는 글이기에 소개합니다.
마침.. 첨(이자 마지막 아닐까요ㅎㅎ)으로 메인 함 타봤다고 끝까지 자랑해가면서~~~ 푸헐~ 이상 배탈났다 나은 새댁이었습니당~^^;;

네이버 블로그 정책 이건 너무 심했어!

 
앗. 이런 글도 있습니다.
miriya님의 "네이버 블로그정책, 더 뜯어볼까?"

****  읽으면서.. 저는 네이버키친이 그닥 맘에 안들었습니다. 블로그는 꼭 집같거든요.. '누구누구댁'이라고 친근하게 부를 수 있는..
 그 사람의 향기가 (물론 보여주는 모습만 보게됩니다만.. 그래도 안보여주는 부분도 '향기'로는 맡아지는것 같거든요..) 온전하게 묻어있는..
그 이웃집에 마실가듯이 블로그를 찾아가는게 좋습니다. 새댁과 신랑, 똑순이네집에 놀러와주시는게 좋고요.^^
검색이나 블로그마당을 통해 사람들과 블로그, 블로그와 블로그를 동네길처럼 연결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포털의 테두리안에 두고, 포털의 소스제공자에 머물게하는건 음....싫네요ㅠ


 

Posted by 연신내새댁
신혼일기2008. 5. 16. 16:35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향에서 택배가 왔다.
스티로폴 박스 안에 층층히 들어앉은, 꽁꽁 잘도 싸매놓은 봉지봉지를 하나씩 열때마다
달랑무김치, 얼린 나물, 얼린 떡, 마른반찬이 자꾸자꾸 튀어나온다.
보물상자가 따로 없다.

며칠전에 울 엄마 전화로 말씀하시길-
"달랑무김치(총각김치를 우리동네에서 이렇게 부른다^^;) 안 먹고싶나? 김장김치만 먹으면 맛이 없을긴데... 아 낳고나면 이가 상해서 달랑무김치 같은건 한동안 못먹는데이~ 내가 맛있게 담가서 보내줄테니 낳기 전에 많이 먹어래이~"
하시더니 정말로 많이도 보내셨다.

김치냉장고 통에 넣고보니 큰통으로 반통도 훨씬 넘는다. 손도 크시지.. 우리 엄마.
이제 출산이 한달도 채 안남았는데 매일매일 달랑무김치만 먹어도 하루에 몇개 못먹는데... 언제 다먹나.
공시랑거리며 김치통에 옮겨담는데 문득 알싸한 김치양념 냄새가 엄마 냄새 같아서 코끝이 찡해졌다.
언제나 맨손으로 그 매운 양념 다 버무리며 대식구 입에 넣어줄 김치를 산더미같이 담그곤 하시던 엄마.
발갛게 양념물이 밴 투박하고 작은 엄마의 그 손 덕분에
오늘까지 우리 형제들, 우리 가족들 행복하게 밥숟갈 부지런히 입안에 떠넣으며 건강하게 살아올 수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산이 가까워오니 엄마 생각이 많이 난다.
살아오는 내내 엄마 도움 안받고 지냈던 순간이 없지만, 요즘처럼 엄마에게 많이 의지하고 의논하며 지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고보면 잘난 딸, 대학다니고 일 한다고 바빴던 20대에는 엄마랑 뭔갈 공유한 적이 거의 없었다.
요즘 어떻게 사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제대로 얘기한 적도 거의 없고, 엄마의 삶에 관심을 가진 적은 더욱 없었던 것 같다.
중고등학교때라고 크게 달랐을까..

그런데 엄마는 늘 내게 뭔가를 더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셨다.
참 이상하지.. 자식들은 부모와 자신의 삶을 공유하는데 그토록 인색한데
부모님들은 어쩜 그렇게 끊임없이 나눠주고 보듬고 살펴주시는지. 자신의 온 삶을 통털어서.

나도 이제 곧 그 불가사의한 '엄마'의 세계에 진입하게 된다.
준비가 잘 되어있어서가 아니라 눈앞에 상황이 펼쳐졌기 때문에
나도 엄마처럼 어떻게든 내 아이를 먹이고 보살피고, 최선을 다해 키워낼 것이다.
그리고 나도 엄마처럼 자그마하게 늙어가겠지.
내가 아주 늙은 뒤에도 우리 엄마가 계속 나보다 좀더 늙은채로 살아계셔서
나중에는 내가 엄마에게 "이 더 약해지기 전에 달랑무김치 많이 드셔~"하면서 김치도 담궈드리고
둘이 같이 어디 여행도 가고 재밌는 영화 구경도 다니면서
그렇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 어버이날 즈음에 신랑의 동료분들이 집들이선물로 꽃다발을 사다주셨었는데 가만보니 거기 카네이션이 들어있었다.
예비엄마, 처음으로 카네이션을 받아본 것이다.
멀리 고향의 엄마아빠께는 전화밖에 못드렸는데.. 이 꽃, 마음으로나마 고향 부모님께 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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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신내새댁
신혼일기2008. 5. 7. 21:11
아. 오늘은 정말로 이상한 날이었습니다.
오늘자 신문의 '띠별 운세'란을 펼쳐보면
'낯선 사람들에게 시달려 마음상하기 쉬우므로 조심해야할 수'라고 분명히 나와있을 것만 같은 그런 날입니다.
 
사건은 점심시간이 가까워진 11시반쯤, 새댁이 얼마전 지방에서 구입한 '회음부방석'을 '수유쿠션'으로 바꾸려고
연신내역에 있는 아가용품점을 향해 뒤뚱뒤뚱 조심조심 출발하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회음부방석이 새언니에게 있는줄 모르고 샀다가, 새언니께 빌려쓰게 되면서 마침 필요했던 수유쿠션으로 바꾸게 됐지요!)

연신내역앞 큰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런! 웅*씽크빅 아줌마가 새댁을 발견했습니다.
"어머~ 곧 출산하시나부다. 집에 '한글그림판' 있어요? 여기 주소 하나 적어주면 내가 좋은 소식지도 보내드리고 그림판도 다른 것까지 두개 드릴께~~"
"엄마랑 아가랑 EQ 검사도 바로 받을 수 있구요, 우리 지점은 저기 신*은행 건물 바로 옆인데, 어딘지 알아요?"
어찌고 저찌고.... 아주머니의 이야기는 끝이 없습니다.
새댁의 손에는 어느새 아주머니가 준 팜플렛이 하나 들려있습니다.
신호는 왜이리 긴지.. 슬쩍 보니 검은 아이새도를 진하게 바르신 중년의 아주머니의 인상은 몹시 피곤해 보입니다.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구두.. 사람많은 큰길에서 계속 이렇게 오고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판촉을 하시려면 다리도 퉁퉁 붓고 목과 발도 몹시 아프실 것입니다.
새댁의 마음이 약해지려는 찰나.. 신호가 바뀝니다.
쉽게 물러설 기색이 아닌 아주머니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새댁을 따라오며 계속 말을 거십니다.
새댁은 저는 물론이고, 태어난지 얼마안된 아가에게까지 무슨 검사같은걸 시켜가며 공부시킬 맘이 조금도 없고,
주소를 적어드릴 마음은 더욱 없는데 아. 울상이 된 새댁,
"팜플렛 보고 제가 필요하면 연락드리겠다"고 거듭 말하며 겨우 아주머니와 헤어질 수 있었습니다.
 
무사히 방석을 쿠션으로 바꾸고 돌아오는 새댁에게 횡단보도에서 또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어머- 그 쿠션 얼마주고 사셨어요?" "네?"
평소 이 큰길에서 새댁에게 낯선 사람이 말을 거는 일은 길을 물어볼때를 빼고는 전혀 없었는데
오늘은 영 예사롭지 않습니다.
과일이나 뭔가를 파는 아주머니인듯 한데 자신도 마침 쿠션을 살 생각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당황한 새댁 "아, 네~ 얼마줬어요. 할인 안받고.." 대답합니다.
계속되는 질문 "안에는 솜이래요?" "아마 그럴껄요.. 잘은 모르겠지만..."(그제야 새댁, 그걸 안물어봤다는 생각에 아차! 합니다)
아주머니는 계속 물을 태세인데 신호등이 바뀝니다. 미안한 표정을 살짝 짓고 새댁은 총총 자리를 떴습니다.

사실 이때까지 오늘의 운세에 대해 전혀 감이 없었던 새댁,
길모퉁이 빵집에 들러 좋아하는 쵸코도넛을 하나 사 흡족하게 한입 베어물고 집을 향해 열심히 걸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왠 아줌마가 새댁 앞을 턱 막아서더니 다짜고짜 새댁을 잡아끄는 것이었습니다.
설명보다 잡아끄는데 훨씬 열중한 아줌마의 단편적인 얘기는
"미방영된 CF에 대한 소비자 평가 설문을 해달라", "20대 주부찾기가 너무 어렵다", "3분이면 된다" 등등이었습니다.
완력으로 밀어부치는 아줌마에게 새댁도 거의 필사적으로 저항해보았습니다.
"아.. 제가 몸이 좀 무거워서요..", "죄송한데, 집에 빨리 가야해서요", "저 20대 아니예요" 등등..
그러나 몸이 조심스러워 힘을 거의 못쓰는 새댁이 아줌마의 완력을 당해낼 수가 없더군요.
결국 아줌마에게 끌려들어가 동네 호프집을 빌려놓고 하고 있던 조미료광고 평가설문을 하고 말았습니다.
3분은 무슨... CF도 두 번이나 보고, 꽤 한참동안 여러개의 문항에 답을 해야했어요.
속으로 화가 부글부글 났지요.
'아니, 무슨 사람을 납치하듯이 이렇게 끌고 오는게 어디있나, 내가 힘만 있었어도.. 아. 짜증나!!!!'
그런데 가만보니 이 아줌마, 그 설문조사하는 아줌마집단중에서 대장입니다.
영 속도도 안나고, 사람들도 못 끌고 들어오는 다른 아줌마들땜에 짜증난 표정입니다.
어쩐지... 힘이 장사더라니까... 얼굴을 보니 '설문의 선수'라고 이마에 써있습니다.
40대 초반? 중반? 싫다는 사람들 억지로 끌고오는 이런 일을 해야하는 아줌마의 억센 팔뚝과 화장 진한 얼굴에서
'생활의 고난'속에 단련된 사람의 '포스'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굳은 얼굴로 일어나는 새댁에게 아줌마가 사은품(?)인듯한 '물티슈'통을 건네며 한마디 합니다.
"에그... 몸이 많이 무겁겠는데, 짐도 많고... 미안해요."

제대로 화 한번 못내고 끌려가서 설문하고 온 것이 못내 속상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더 힘들고 멀기만 했습니다.
겨우겨우 집에 돌아와 전화로 신랑에게 이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고 위로를 좀 받은뒤.. 늦은 점심을 챙겨 먹었는데요...
갑자기 '띵똥!'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누구세요?"
"네~ 포천에 있는 절에서 왔는데요~ 이 댁에 좋은 복 들게 시주 좀 하시라구요"
아. 이 얘기는 전에도 들어본 적이 있는 얘깁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뵙기가 좀 어려운데요..."
피곤한 새댁, 정말로 좀 누워야할 것 같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오늘의 아주머니들은 정말 어쩜 다들 그렇게 끈질기신지!
"예... 시주란게 정성이라 천원, 이천원도 좋구요 어려운게 아닙니다.. 그럼 잠시 물 한잔만 주십시요. 여기저기 시주받으러 다녔더니 목도 아프고 힘드네요."
아.... 결국 새댁이 또 지고 말았습니다.
새댁 결국 체념하고 도넛 사먹고 받은 거스름돈으로 받은 천원짜리를 찾아들고, 물한잔을 따라 문을 엽니다.
이 아주머니도 검은색으로 위아래 아이라인을 진하게 그리고 계십니다.
물한잔을 먼저 드신 아주머니,
시주삼아 낸 새댁의 천원짜리가 부끄럽게 봉투를 꺼낸다, 봉투밖에 새댁의 생년월일을 적는다 한참 분주하십니다.
그러더니 결국 새댁 현관에 쪼그리고 앉아서 봉투를 작성하시고, 새댁의 고향까지 묻습니다.
"강원도 강릉"이라고 대답했는데 아주머니는 "강능"이라고 잘못 적습니다.  
그래도 의연한 아주머니, 도와주는 조상님이 계시니 제사 한번 올리시라.. 이 시주에 '배춧잎'이 한장 있으면 더 좋겠지만 그건 다음에 또 내시고... 미륵보살님이 앞으로 이 댁에 좋은 복만 들어오시게 보살펴주실 것이고... 올해가 쥐의 해라 이제 큰병이 돌텐데 그런 액을 막아주려고 우리들이 이렇게 다닌다... 등등
얘기가 끝이 없습니다.
결국 새댁이 "제가 지금 많이 피곤해서 말씀을 들을 수가 없다"고 몇차례 얘기하고 나서야
주섬주섬 핸드백을 챙겨 일어나십니다.
핸드폰 번호까지 봉투에 쓰시려고 묻는 것을 그건 알려드릴 수 없다고 새댁이 딱 자르니 못내 섭섭해 하시더니
안 떨어지는 발걸음을 겨우 옮겨 현관밖으로 나가시다
"배를 보니 아가가 아들인 것도 같고.. 어째, 많이 힘들어요? 아들은 많이 힘들고, 딸은 엄마가 하나도 안 힘들다는데.. 나도 자식 낳아봐서 알지. 딸 가졌을땐 하나도 안 힘들더라구..." 하십니다.
오늘 아주머니가 하신 말씀중에 제일로 진짜같은 말입니다.

결국 시주 아주머니까지 만나고 나서 새댁은 완전히 지쳐 버렸습니다.
몸도 지쳤지만, 왠지 스스로가 바보같단 생각에 화가 나서 마음이 더 지쳐 버렸어요.
저녁까지도 그 마음은 회복이 안되고 있다가 저녁밥을 차려먹는데 문득 오늘 만났던 아줌마들은 어떤 저녁을 맞고 계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으로는 돌아들 가셨나.. 따뜻한 저녁밥상은 누가 차려주었나.. 아니면 자신이 아이들과 가족들을 위해 밥상을 차리셨을까. 아니면 아직도 추운 길위에 계실까...
누군들 악다구니 쓰고, 발품팔고, 남들한테 싫은 소리, 싫은 인상 받아가며 아둥바둥 살고 싶을까.
학습지 판촉, 설문조사, 시주(?)받기... 억지로 웃으며 자기를 피하는 사람들을 끝까지 쫓아가서 주소 하나라도, 설문지 한 장이라도, 봉투 하나라도 더 받으려고 애써야하는 아줌마들.
너무 말을 많이 해서 입에서 단내라도 날 것같은, 몹시 피곤해보이던 아주머니들.
생각하니 마음이 짠합니다..
오늘 내 의사도 분명히 못 밝히고, 엄한 돈과 시간만 빼앗긴 새댁도 영 바보스럽고
막무가내 아주머니들도 잘못 하신게 있지만..  
어찌보면 그 아줌마들도 다 새댁처럼 아이 낳고, 키우며 힘든 세상과 생활을 어떻게든 헤쳐나가다 보니
남도 괴롭히고, 더러 거짓말도 하게된 가엾은 여성들이란 생각도 듭니다.  

그러고보니 내일은 어버이날입니다.
오늘 새댁을 당황하게 했던 막무가내 아줌마들이 내일은 모두 자신의 아이들에게 작은 카네이션 꽃이라도 한 송이씩 받아들고
꽃처럼 붉고 화사한 웃음을 지을 수 있게 되길 빕니다.  
바보같은 새댁도 내일은 우리 아가에게 더 좋은 '어머니'가 될 수 있도록 마음 차분한 하루를 보내야겠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신혼일기2008. 4. 28. 11:10

결혼 후 처음으로 새댁이 친정으로 '장기휴가'를 왔습니다. ^^

신혼여행 다녀온 후 인사드리러 와서 하룻밤 자고,
또 설에 세배드리러와서 하룻밤 자고 간 것까지 하면
결혼 후 세 번째 친정나들이인 셈이지만
특별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쉬러' 친정에 와서 며칠간 지내는 것은 처음입니다.

집에 오니 얼마나 좋은지요-^^
제일 좋은 것은 '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집밥'을 마음껏 먹을 수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음.. 실은 '오늘은 뭐 해먹어야하지?'란 고민을 안해도 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매일의 식단을 생각하고, 장을 보고, 요리하는 일이.. 힘든지는 잘 몰랐는데
막상 안해도 된다 생각하니 마음이 어찌나 가볍고 즐거운지요~~^^;;
역시 '살림' 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시골에 있는 새댁의 친정집 근처에는
논과 밭, 작은 언덕도 많아 산책하기도 좋고, 공기도 좋습니다.
서울집도 산 근처에 있어 나무는 많이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지방에 내려오니 한결 공기가 맑고 마음도 푸근해집니다.
하여 새댁과 아가는 무척 한가롭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모처럼의 휴식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네요...

사실 서울에서 그렇게 힘든 일이 많았던 것도 아닌데
왜그리 몸과 마음이 순간순간 지치곤 했던지요..
아기가 자라다보니 위도 눌리고, 장도 눌려서 소화불량이나 변비 기운도 좀더 생기고
몸무게가 늘어 허리며 엉덩이, 팔 다리가 자주 뻐근하게 아파오는 등
몸 이곳저곳 불편한 데가 많아지다보니 덩달아 마음도 복닦복닥 좁아지는 것 같더라구요.
 
새댁이 다니는 산모체조교실의 엄마들중에도 보면
임신 후기로 갈수록 '우울'해져서 힘들다는 분도 있었고,
몸이 무겁고 불편해지다보니 '태교'가 안되더라는 얘기도 하시더라구요.
7~8개월 쯤 아기는 청력이 다 발달해서 음악이나 엄마 아빠 목소리를 많이 들려주며 태교해주면 좋을 때인데
정작 엄마는 몸과 마음이 힘들어져서 초기나 중기보다 태교하기가 더 힘들어진다는 거지요.
그러고보니 새댁도 예전에는 열심히 읽어주던 동화책을 요즘은 별로 읽은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분들은 이것저것 살림 배우랴, 시부모님 일 도우랴.. 제대로 힘들다 내색도 못하니
몸과 마음이 더 지치기 쉬운 것 같기도 했구요,
또 새댁처럼 신랑은 출근하고 집에서 하루를 혼자 보내야하는 사람들은 심심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해서 지치고..
이래저래 임부들의 하루는 힘이 듭니다.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도 상황은 비슷하지요.
하루종일 집안에서 아이와 씨름하다보면 얼마나 지치고 힘들겠어요.
식구들이 많으면 좀더 수월하겠지만 서울의 엄마들, 대부분 아이랑 둘이 하루종일 집에서 씨름하잖아요.
친정이 가까워도 '산후 우울증'때문에 힘들었다는 어떤 분 얘기도 들었어요.
꼭 옆에 누가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냐 없냐를 떠나서
자신의 꿈이나 미래, 삶에 대한 고민도 들고, 아이 양육에 대한 책임감, 부담감 등등이 뒤섞여서 힘들겠지요....

이럴때 제일 힘이 되어줄 수 있는건 뭐니뭐니해도 신랑일 것입니다.
아이 양육과 함께 각자의 미래, 꿈,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같이 의논하고 서로 지원해줄 수 있어야할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고민을 같이 나눌만한 친구들이나 또래 엄마들이 가까이 있으면 정말 좋겠지요...
새댁은 아직 동네에서는 그런 친구들을 사귀지 못했어요.
예전에 친구들과 '결혼하면 우리 한 건물에 너는 치킨집, 나는 만화가게, 누구는 떡볶이집 하면서 모여 살자' 했던 말이
새삼 사무친다니까요~ 정말 그렇게 살수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

.... 초보 엄마인 새댁은 이래저래 몸과 마음이 힘겹다 싶던 참에 친정에 '휴가'를 올 수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엄마아빠할머니 옆에서 응석도 부리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으면서 모처럼의 '휴가'를 잘 보내고
씩씩하게 서울, 제 자리로 다시 돌아가야겠습니다.
출산할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잘 해서요.
서울에서 우리가 없는 며칠을 신랑은 어떻게 보낼지 궁금합니다. 다시 총각시절로 돌아간듯 즐거울까요? 흠흠^^


* 얼마전, 친구가 임신했을때 읽고 공감했던 글 한편을 보내주었습니다. 아~~~ 새댁도 정말 공감됩니다.ㅠ

아기 낳기 전엔 몰랐던게 너무 많았다.
시장에, 백화점에, 마트에 아기 안고서 나온 엄마들을 보면서
애도 있는데 힘들게 왜 굳이 유모차니 아기띠니 하고
밖으로 아기를 데리고 나왔을까 생각했었다.
편하게 집에 있으면 될텐데...

애도 있는데 그냥 집에서 밥해먹고 말지...
지금..아기를 낳아보니 그 심정을 알겠다.

아기 엄마들이 어떤 심정으로 아기를 업고 메고 마트라도 나오는지..
그것이 그들에게 그나마 누릴수 있는 외출의 기회이고
기분전환의 방법이란걸 이제야 알겠다.

아기를 무릎에 앉혀놓고 힘들게 힘들게 밥을 먹으며
아기가 좀 큰 경우엔 아기한테도 맨밥 한숟갈이라도 떠먹이며
남들 보기엔 불편해보이고 정신없어 보이면서도 굳이 외식을 하는건,

신랑 있는 주말에 그렇게라도 해서 기분전환이라도 해야
다시 한주일을 아가랑 혼자서 치닥거리며 버틸 힘이 나기때문이란걸
이제야 알았다.

출산후에 불어난 살을 빼기는 해야겠는데
마땅히 아기 맡길 곳도 없어서
그냥 무겁지만 아기를 들쳐업고 또는 안고서
시장이나 마트라도 돌아다니는걸로
그나마 운동이라도 좀 해보자고 나서는거라는걸 이제 알았다.

외출할때 왜 유모차를 안태우고 업고 안고 다닐까 했는데
그건 아기가 죽어라 유모차를 안타려고 울고불고 해서라는걸 알았다.

책에 있는대로 신경써서 아기를 먹이고 키우지 않고
그냥 대충 먹이기도하고 대강 키우기도 하는게
아기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책대로 해보려 노력 하다하다 안되서

이젠 엄마도 너무 지쳐서 어쩔수 없이
그냥 국에 밥 찍어서 먹이기도하고
과자도 가끔 쥐어주는거라는걸 이제야 알았다.

아기 엄마들이 화장기도 없이 머리는 하나같이 다 뒤로 질끈 묵고
옷에는 가끔 밥풀도 붙어있고 팔꿈치에 보풀이 일어나 있기도 한것이
그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미처 그런것까지 신경쓸만한 체력과 정신적 여유가 부족해서라는걸
아기 낳고 키우는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어떤 날엔 너무 힘들고 괴로와서 도망치고 싶어도
엄마만 바라보고 착착 달라붙는 아기,
엄마를 보고 정말 주변이 환해지도록 밝게 웃어주는 아기를 보면서
다시한번 맘을 다잡고
나는 오늘도 머리 뒤로 질끈 메고
과일물과 밥풀로 범벅이 된 티셔츠 바람으로
아기 뒤를 쫓아다니며 밥먹이고 안고 업고 재운다.

책대로 안되면 어떠냐...
그저 아프지않고 건강하게 자라 주는것만도 고맙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신혼일기2008. 4. 22. 11:39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오전입니다.
우산을 쓰고 골목길을 걸어내려오는 행인의 모습이 예쁩니다.

신문을 펼쳐보니 오늘은 '지구의 날' 이라는군요.
위기를 맞고 있는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발벗고 나선 괴짜 발명가 딕과 젬의 '엽기 발명품'들을 소개하는
케이블TV 다큐시리즈가 신문에 소개돼 있었는데요,
재미있게도 '소똥가스 발전소'란 것이 있습니다.
디젤 연료로 움직이는 농기구의 연료를 천연 에너지인 '유채씨 기름'으로 대체하기 위해
딕&젬은 기름 압착기를 돌릴 발전소를 영국의 한 농촌에 만들었데요.  
발전소를 돌릴 연료는 소 200마리의 분뇨였구요. '소똥 가스'로 전기를 만들다니!
땅과 물의 정화력을 초과하는 동물 분뇨도 주요한 환경오염원인데
이 분뇨가 청정 대체에너지로 변신했습니다.. 멋지죠? ^^

'태양으로 가는 수상택시'는 이탈리아 베니스에 있습니다. 모터보트의 연료를 태양 에너지로 대체한 것이죠.
물의 도시 베니스는 지구 온난화의 결과 날로 높아지는 해수면때문에 곧 물속에 잠길 위기에 처해있다는데..
화산폭발이나 지각 변동같은 자연의 불가항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공업화와 환경오염때문에 도시와 문명들이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태양과 바람, 물을 이용한 발전소나 태양전지 등을 만드는 실험도 소개된다네요.
꼭 필요한 실험들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더 기발한 발명을 많이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새댁이 가입한 생협에서는 '지구를 식히는 아이디어'도 공모하고 있더라구요.
그런 아이디어들이 실생활에 어서어서 도입되기를 바랍니다.
정부나 기업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하려해야겠지요.

그전까지... 우선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대체에너지(?) 이용사례'도 있습니다.
인간의 땀과 에너지라는 자체 동력만으로 가는 운송수단, 자전거를 타는 거지요. ^^
누군가는 자전거야말로 근대의 산물이라고,
자전거 바퀴가 빨리, 편하게 구를 수 있도록 도로를 포장하기 시작한 것이
지구가 아스팔트로 뒤덮이게 된 시초라고도 말합니다만...

현재로서는 기름도 쓰지 않고, 공해도 배출하지 않고, 하늘과 바람과 길가의 꽃들, 지나가는 사람들을 느끼며
먼거리를 빨리 갈 수 있는 멋진 운송수단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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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은 요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땀에 흠뻑 젖어 퇴근한 저녁,
"아~ 역시 사람은 운동을 해줘야 해!" 라며 마냥 뿌듯하고 신나해 합니다.
(새댁은 이런저런 우여곡절끝에 결국 1달밖에 못 썼던 6개월짜리 헬쓰클럽 커플회원권을 굳이 상기시키진 않았습니다..^^;)

몇차례의 실험끝에 신랑이 찾아낸 최적의 출퇴근 코스(연신내에서 홍대앞까지)는~
집에서 응암역까지는 인도로 가고, 거기서부터 불광천을 따라 한강까지 가서 망원지구 길을 통해 홍대로 나가는 길입니다.
시간은 넉넉잡고 40~50분 정도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때와 동일합니다.

새댁은 신촌에서 살때 서강대교를 건너 여의도(3.5km)로 1년쯤 자전거 출퇴근을 하기도 했고,
신촌에서 한강-안양천-목감천을 따라 성공회대까지 30Km 노선도 몇번 도전해보았었답니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자전거의 그 짜릿한 맛(!)을 알지요.
하지만 지금은 자전거를 탈 수 없으니 신랑의 자출기를 들으며 아쉬운대로 대리만족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이 자전거를 더 안전하게, 쉽게, 많이 탈 수 있는 도시로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좀더 즐겁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아름다운 도시가 될 텐데요..

비가 온다 하니
신랑은 오늘 저녁에는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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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들은 날씨가 화창하던 4월 어느 날, 신랑의 자전거 출근을 기념해 찍은 것입니다.
아파트 주차장 모퉁이를 쌩하고 돌아가는 신랑의 자전거, 새댁도 마음으로는 함께 타고 갑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신혼일기2008. 4. 20. 15:10


농촌에서 나고 자란 새댁,
서울에 와서도 늘 텃밭을 가꾸며 살고 싶었습니다.
 
작년에 서울생활 10년만에 처음으로 자취집과 연구소 마당에 상추와 방울토마토 모종을 심어보았는데
의외로 모종들은 삭막한 서울 하늘 아래서도 잘 자라주었습니다.
다섯개씩, 열개씩 소소히 열리는 방울토마토 따먹는 재미가 정말 쏠쏠했답니다. ^^

새댁이 신혼살림을 차리고 맞은 첫 봄-
신혼집 베란다에 제대로된 제 텃밭을 만들었습니다~!


1. 먼저~ 준비물!
- 스티로폴 박스 : 새댁은 지방에 계신 시어머님과 친정어머님들이 반찬싸보내주신 스티로폴박스를 화분으로 재활용하였습니다. 대신 바닥에 송곳으로 물빠질 구멍을 4~5개쯤 뚫어줍니다.
- 모종 : 상추와 치커리 모종은 4개 1000원주고 동네 꽃집에서 샀어요~^^. 방울토마토 모종도 2개 500원.
- 모종삽(1000원)은 작년에 사놓은 것이 있었고, 유기농 퇴비(2000원)도 주문해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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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제 박스에 흙을 채워야합니다.
수위아저씨께 아파트 화단의 낙엽쌓인 곳에 흙을 퍼가도 좋다는 허락을 맞고, 서방님을 동원해 열심히 땅을 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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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나 도시출신이라 이런거 잘 못하는데..." 영 어색한 포즈의 서방님, 모종삽을 들고 난감해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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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새댁 투입~! ㅎㅎ 사실 이건 연출사진입니다.
큰 박스는 서방님이 다 퍼담고, 새댁은 마지막에 작은 딸기박스 하나만 채웠답니다.^^ 시골서 자란 새댁, 오랫만에 흙냄새를 맡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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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우리 똑순이도 흙냄새를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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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해둔 스티로폴박스에 흙을 채웁니다.
작은 텃밭, 모종이 6개밖에 안되는데도 흙이 많이 필요합니다. 흙이 충분해야 뿌리를 깊이 내리고, 모종이 크게 자랄 수 있으니까요. 작년에 보니 토마토는 정말 키가 크게 자라더라구요~.
덕분에 서방님은 두 번이나 흙을 퍼날라야했습니다.
새댁이 넘 좋아하는 일인지라 모처럼의 휴일 아침잠도 반납한채 텃밭조성에 동원된 신랑~ 고마워요! ^^


3. 다음 단계는 모종을 옮겨심는 단계입니다.
뿌리가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하고, 뿌리 전체가 흙에 잘 담기도록 구멍도 충분히 파고... 심은 뒤에는 퇴비를 화분 위에 뿌려주고, 물을 흠뻑 줍니다.
물이 한번은 밖으로 새어나올만큼 충분히 줘야 모종이 흙속에 자리를 잘 잡을 수 있습니다.
텃밭만드는 김에 작은 베고니아 꽃화분들도 분갈이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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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드디어 텃밭 완성~!
약 1시간여의 공사끝에 욱&철&똑순의 작은 텃밭이 완성되었습니다.
키크게 자랄 토마토 옆에 상추를 하나씩 사이좋게 심고, 치커리들은 따로 작은 스티로폴박스에 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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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무럭무럭 잘 자라주렴~!
우리 똑순이 태어나는 여름에는 맛있는 토마토도 많이 주고,
상추랑 치커리랑 똑순이랑 모두모두 같이 건강하게 자라자~^^


* 한낮 동네에 봄이 완연합니다. 우리집 뜨락에도 조용한 봄이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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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신내새댁
신혼일기2008. 3. 27. 18:22
오늘 오후에는 햇님이 구름에 가려졌다 다시 나타났다를 반복했습니다.
새댁은 서재에서 책을 읽다가 봄햇살이 한동안 따뜻하게 내리쬐는 타이밍에 베란다로 나가 해바라기를 했지요.

그런데 어디서 색다른 노래가락이 들려왔습니다.
어딘고.. 하고 동네를 훑어보니 고등학교로 올라가는 우리동네에서는 나름 큰길인 골목으로
'평화통일가정당'의 유세차량이 지나가고 있었어요.
"평화통일! 평화통일! 평화통일가정다아앙~~~~"
신기한 당명 만큼이나 신기한 노래가락이 한낮의 고요한 동네를 흔들어놓고 있었습니다.
요즘 중학교는 일찍 끝나는지 오후3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교복입은 아이들이 두서넛씩 짝을 지어 골목길을 걷거나 햇빛 비치는 길가에 서서
입간판을 세운 트럭이 노래가락을 뿌리며 지나가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4월 9일에 있을 18대 총선의 선거운동이 시작된 것입니다.
조금 지나니 연신내역쪽의 진짜 큰 길가에서 어느 후보가 유세를 하는지 웅웅 거리는 마이크 연설소리도 들려왔습니다.
새댁이 사는 지역구는 문국현 씨와 이재오 씨의 대결로 여론의 주목받고 있는 바로 그 동네입니다.
음~~ 새댁의 한표는 늘 중요했지만, 이번에도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

4월. 4년에 한번씩 열리는 총선은 해마다 4월에 열립니다.
1996, 2000, 2004년.. 총선에 대해서는 이것저것 따라붙는 기억이 많습니다.
집권당의 대선자금비리와 등록금 인상을 규탄하는 집회에 참가했던 학교선배가 총선을 앞둔 정권과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졌던 96년..
내일도 대학생들의 등록금인상반대집회가 도심에서 열리는 모양인데
'경찰기동대', '체포전담조' 등 무서운 단어들이 함께 실린 신문기사를 보며 그만 12년전 봄이 떠올라 섬찟했습니다.  

제가 참가했던 첫번째 총선이었던 2000년 총선은 낙천낙선운동이 신선한 충격을 주었었구요,
2004년 총선에선 처음으로 도입된 '비례대표 정당명부제'에 힘입어
진보정당이 10명의 의원을 배출하며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하는 감동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정당 이름이 쭉 나와있던 길다란 투표용지에 투표하는 연습을 해보던 기억이 새롭네요.

어느새 2008년.
저마다 가지고 있는 더 많은 더 깊은 '선거의 추억'들.. 많이 생각나시죠?
나이를 한살한살 먹어가고, 결혼을 하고, 태어날 아이와 함께 살아갈 내일을 생각하면 할수록
9시 뉴스와 신문을 보며 분통을 터트리는 일이 늘어납니다.
뉴스에서 나오는 정치, 경제, 사회.. 기사 한꼭지 한꼭지가 내 삶의 살갗에 와서 그대로 착착 감기는 기분입니다.
정말 잘 뽑아야겠고, 정말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대학시절과는 정말 또다른 감각으로 절감하게 됩니다.

4월.. 생각나는 사람이 또 있습니다.
봄이 아니어도 지난 한 해 살아오는동안 때때로 떠올라서 마음 한 끝이 먹먹하게 아파오곤 했습니다.
서울시내 곳곳을 택시로 누비며
민주노동당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혹은 참여연대에서 나온 유인물과 서명용지를 손님들께 건네던 그 분.
그 분 계신 모란공원에도 이제 봄꽃이 필텐데...
지난 1년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다시 봄, 어떤 모습으로 그 분앞에 서야할지.. 생각하면 막막합니다.

갈짓자로 어지럽게 내딛은 발자욱은 없었는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옷매무새 가다듬고 신발끈도 조이고.. 더 열심히, 정말로 제대로 살아가겠다고.. 마음먹는것밖에
이 봄에 할 수 있는게 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봄이 더 깊으면.. 그분 다시 뵈러갈 용기를 낼 수 있도록요.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