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크리스마스 아침입니다.
어제 받은 지인의 문자메세지처럼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아픈 사람, 죄많은 사람 모두를 위해 오신 예수님'의 생일날,
새댁네도 아침 일찍 작은 촛불 하나 밝혔습니다.
크리스마스는 새댁과 신랑의 결혼기념일이거든요-^^
+음.. 초가 하나~ 똑순이의 탄생비밀(?)이 공개되는 순간이네요~ 아흠... 부끄럽네요..^^;;;;
얼마전엔 새댁과 신랑의 서른한살 생일도 있었습니다.(얼른 딴얘기.. 12월은 기념일이 무지 많습니다~~ㅎ)
올해 생일은 똑순이와 함께 맞는 첫 생일입니다.
서른해를 꽉 채워 살고나니..
제짝을 찾아 결혼을 하고 저희를 닮은 아이 하나를 낳았네요.
무엇 하나 크게 이룬것 없는 새댁의 평범한 서른해 인생에 아이는 제일 뿌듯하고 감사한 성취인 것 같습니다.
생일날 아침, 그녀석을 앞에 앉혀놓고 신랑이 끓여준(무려 2시간이나 걸린.. 완전 정성스러운!^^) 미역국을 먹으니
기억나진 않지만 세상을 첨 만난 30년전 그날 다음으로 가장 뿌듯한 생일 같았습니다. ^^
부엌에서 신랑이 미역국 끓인다고 부산한데 전화가 한통 오더니 꽃바구니 하나가 배달돼 왔습니다.
신랑이 보냈냐구요? 아니요~~^.^
새댁의 블로그를 자주 봐주신다는 신랑의 지인께서
똑순이 키우며 낑낑 앙앙대는 새댁 힘내라고 보내주신 거예요.
아... 어찌나 감사한지..
화사하게 핀 꽃송이들을 바라보니 한겨울이 아니라 어느 화창한 5월의 꽃밭에 서있는듯 황홀했습니다.
꽃들 사이에 손으로 쓴 따뜻한 편지가 들어있었습니다.
"똑순이 낳고.. 똑순이가 주는 기쁨만큼 아마 같은 깊이로
욱이씨 마음 한 구석 내놓을 수 없는 깊이의 무언가(?) 있으리라 짐작해봐요.(내가 그랬으니까..)
... 꽃보고 힘내요. 앞으로 똑순이가 주는 기쁨이 더 커질꺼예요."
편지의 마지막 구절은 "화분으로 보낼까.. 고민하다가 기분 화~~~악 피시라고 꽃바구니 보냅니다"입니다.
꽃을 보내주신 선배님도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신데
역시... 여자 마음은 여자가, 엄마 마음은 엄마가 아시나봐요~^^
덕분에 새댁 기분이 정말 화~~~~악 피어서
그 꽃이 다 시든 뒤에도 마음에는 밝은 꽃물이 오래오래 남았답니다.
뒤늦게 블로그로 감사인사 드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엄마가 되고 맞은 첫 생일, 아직은 부족하기만한 초보엄마지만..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그럴 것 같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새로운 사랑을 느낍니다.
세상에 이런 감정이 있구나.. 처음 경험해보는 사랑입니다.
고통과 환희, 절망과 기쁨이 교차하는 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다보면
여지껏 보지못했던 참 아름다운 그림 하나 내 인생에 그리게 되겠구나.. 생각해봅니다.
*
삼일 뒤 신랑 생일(새댁은 동갑인 신랑보다 무려 '사흘'이나 먼저 태어났다는 사실~! "누나라고 불러~~~줘.."^^;)에는
새댁이 비밀리에 '약밥 케익'을 준비했습니다.
앗. 그런데 그만 초를 깜빡 했군요..(빵집에 가서 얻어오려했는데ㅠㅠ) 똑순이 백일떡에 올렸던 초가 있어 그걸로 대신했습니다.
세 식구가 같이 불어 촛불끄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아빠가 되고 맞는 첫 생일.. 신랑은 기분이 어땠을까요?
+ 여러 요리 블로거님들의 레시피를 참고하야.. 첨 도전해본 새댁의 '전기밥솥 약밥'은 무척 달달하고 맛있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ㅎ(회사분들과 나눠드시라고 신랑 도시락으로도 싸보냈어요~) 조만간 따로 약밥 포스팅을 함 할까봅니다..^^
새댁과 신랑, 고맙게도 여러분께 생일 선물을 받았는데..
역시 똑순이와 함께 맞는 첫 생일이다 보니
우리 두사람 선물 + 똑순이 선물이 많았습니다. 짜식~ 경사났습니다^^ (똑순이 덕분에 저희가 경사난것 같기도...)
선물받은 책들을 보니 마음이 든든하고 읽기도 전부터 배가 부릅니다.^^
이 겨울, 가까이 벗삼으면 되겠습니다.
아, 새댁과 신랑이 서로에게 선물한 이 책들도 있습니다.
함께 읽고픈 책들로 골랐습니다. 좋은 책 같이 읽을 수 있는 친구여서 더 좋은 우리 신랑입니다.
*
두 생일 즈음에 멀리 사는 친구가 생일축하해줄겸 새댁 응원도 해줄겸
모처럼의 휴일을 통째로 내서 신랑과 아이와 함께 새댁네에 놀러왔습니다.
넘 반갑고 고마웠는데 오고가는 길이 멀어 더 오래 앉아 놀다가지 못해 마음 짠합니다.
똑순이 입히라고 자기 아이입던 예쁜 옷도 여러벌 싸들고 온 그 친구가 준 선물은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라는 제목의 그림책입니다.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 있는 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
친구가 돌아간뒤 이 노래가 반복되는 얇은 그림책 한권을 금세 다 읽고
새댁, 참 많이 울었답니다.
똑순이는 그런 엄마를 의아하게 바라보며 엄마앞에서 뒹굴뒹굴 놀았지요.
그 날 밤에는 눈이 왔습니다.
어릴때도 제 생일에는 눈오는 날이 많았습니다.
강원도, 푹푹 빠지는 눈속을 걸어다니며 친구들과 함께 놀던 어린 시절의 생일날도 떠오르고
엄마가 끓여주시던 미역국, 찰밥도 생각납니다.
철들고 난 이후로 엄마 아빠가 제일 보고싶었던 생일이었습니다.
*
아.. 결혼기념일인 오늘은 어떻게 보내야할까요?
신랑은 분위기있고 맛있는 집에서 점심을 먹자며 며칠전부터 알아보고 들떠했으나
날이 날인지라(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인파로 인해ㅠ) 예약이 벌써벌써~ 다 찼다네요.
새댁네 알뜰살뜰 살림아끼라고 여러분이 도와주십니다.^^
하여.. 새댁은 이제 나가 소박한 동네식당에서 밥먹고.. 저녁엔 신랑이랑 서로 발이나 씻겨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년동안 내곁을, 우리곁을 든든히 지켜줘서 정말 고맙다고.. 당신을 만나 참 행복하다고..
앞으로도 서로 많이 아껴주고 사랑하며 살자고.
쓰고보니 살짝 민망한 포스팅이 되었네요.^^;
사랑과 용서가 넘쳐야할 성탄절이니.. 여러 이웃분의 양해를 구합니다. ㅎ
날은 춥고.. 세상과 지갑도 춥습니다만.. 마음만은 모두 따뜻한 연말보내시길 빕니다.
똑순이와 새댁은 잠시 눈많이 오는 새댁의 고향에 다녀온답니다.
새해에 반가운 얼굴로 다시 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