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일기2008. 4. 28. 11:10

결혼 후 처음으로 새댁이 친정으로 '장기휴가'를 왔습니다. ^^

신혼여행 다녀온 후 인사드리러 와서 하룻밤 자고,
또 설에 세배드리러와서 하룻밤 자고 간 것까지 하면
결혼 후 세 번째 친정나들이인 셈이지만
특별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쉬러' 친정에 와서 며칠간 지내는 것은 처음입니다.

집에 오니 얼마나 좋은지요-^^
제일 좋은 것은 '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집밥'을 마음껏 먹을 수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음.. 실은 '오늘은 뭐 해먹어야하지?'란 고민을 안해도 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매일의 식단을 생각하고, 장을 보고, 요리하는 일이.. 힘든지는 잘 몰랐는데
막상 안해도 된다 생각하니 마음이 어찌나 가볍고 즐거운지요~~^^;;
역시 '살림' 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시골에 있는 새댁의 친정집 근처에는
논과 밭, 작은 언덕도 많아 산책하기도 좋고, 공기도 좋습니다.
서울집도 산 근처에 있어 나무는 많이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지방에 내려오니 한결 공기가 맑고 마음도 푸근해집니다.
하여 새댁과 아가는 무척 한가롭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모처럼의 휴식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네요...

사실 서울에서 그렇게 힘든 일이 많았던 것도 아닌데
왜그리 몸과 마음이 순간순간 지치곤 했던지요..
아기가 자라다보니 위도 눌리고, 장도 눌려서 소화불량이나 변비 기운도 좀더 생기고
몸무게가 늘어 허리며 엉덩이, 팔 다리가 자주 뻐근하게 아파오는 등
몸 이곳저곳 불편한 데가 많아지다보니 덩달아 마음도 복닦복닥 좁아지는 것 같더라구요.
 
새댁이 다니는 산모체조교실의 엄마들중에도 보면
임신 후기로 갈수록 '우울'해져서 힘들다는 분도 있었고,
몸이 무겁고 불편해지다보니 '태교'가 안되더라는 얘기도 하시더라구요.
7~8개월 쯤 아기는 청력이 다 발달해서 음악이나 엄마 아빠 목소리를 많이 들려주며 태교해주면 좋을 때인데
정작 엄마는 몸과 마음이 힘들어져서 초기나 중기보다 태교하기가 더 힘들어진다는 거지요.
그러고보니 새댁도 예전에는 열심히 읽어주던 동화책을 요즘은 별로 읽은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분들은 이것저것 살림 배우랴, 시부모님 일 도우랴.. 제대로 힘들다 내색도 못하니
몸과 마음이 더 지치기 쉬운 것 같기도 했구요,
또 새댁처럼 신랑은 출근하고 집에서 하루를 혼자 보내야하는 사람들은 심심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해서 지치고..
이래저래 임부들의 하루는 힘이 듭니다.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도 상황은 비슷하지요.
하루종일 집안에서 아이와 씨름하다보면 얼마나 지치고 힘들겠어요.
식구들이 많으면 좀더 수월하겠지만 서울의 엄마들, 대부분 아이랑 둘이 하루종일 집에서 씨름하잖아요.
친정이 가까워도 '산후 우울증'때문에 힘들었다는 어떤 분 얘기도 들었어요.
꼭 옆에 누가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냐 없냐를 떠나서
자신의 꿈이나 미래, 삶에 대한 고민도 들고, 아이 양육에 대한 책임감, 부담감 등등이 뒤섞여서 힘들겠지요....

이럴때 제일 힘이 되어줄 수 있는건 뭐니뭐니해도 신랑일 것입니다.
아이 양육과 함께 각자의 미래, 꿈,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같이 의논하고 서로 지원해줄 수 있어야할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고민을 같이 나눌만한 친구들이나 또래 엄마들이 가까이 있으면 정말 좋겠지요...
새댁은 아직 동네에서는 그런 친구들을 사귀지 못했어요.
예전에 친구들과 '결혼하면 우리 한 건물에 너는 치킨집, 나는 만화가게, 누구는 떡볶이집 하면서 모여 살자' 했던 말이
새삼 사무친다니까요~ 정말 그렇게 살수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

.... 초보 엄마인 새댁은 이래저래 몸과 마음이 힘겹다 싶던 참에 친정에 '휴가'를 올 수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엄마아빠할머니 옆에서 응석도 부리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으면서 모처럼의 '휴가'를 잘 보내고
씩씩하게 서울, 제 자리로 다시 돌아가야겠습니다.
출산할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잘 해서요.
서울에서 우리가 없는 며칠을 신랑은 어떻게 보낼지 궁금합니다. 다시 총각시절로 돌아간듯 즐거울까요? 흠흠^^


* 얼마전, 친구가 임신했을때 읽고 공감했던 글 한편을 보내주었습니다. 아~~~ 새댁도 정말 공감됩니다.ㅠ

아기 낳기 전엔 몰랐던게 너무 많았다.
시장에, 백화점에, 마트에 아기 안고서 나온 엄마들을 보면서
애도 있는데 힘들게 왜 굳이 유모차니 아기띠니 하고
밖으로 아기를 데리고 나왔을까 생각했었다.
편하게 집에 있으면 될텐데...

애도 있는데 그냥 집에서 밥해먹고 말지...
지금..아기를 낳아보니 그 심정을 알겠다.

아기 엄마들이 어떤 심정으로 아기를 업고 메고 마트라도 나오는지..
그것이 그들에게 그나마 누릴수 있는 외출의 기회이고
기분전환의 방법이란걸 이제야 알겠다.

아기를 무릎에 앉혀놓고 힘들게 힘들게 밥을 먹으며
아기가 좀 큰 경우엔 아기한테도 맨밥 한숟갈이라도 떠먹이며
남들 보기엔 불편해보이고 정신없어 보이면서도 굳이 외식을 하는건,

신랑 있는 주말에 그렇게라도 해서 기분전환이라도 해야
다시 한주일을 아가랑 혼자서 치닥거리며 버틸 힘이 나기때문이란걸
이제야 알았다.

출산후에 불어난 살을 빼기는 해야겠는데
마땅히 아기 맡길 곳도 없어서
그냥 무겁지만 아기를 들쳐업고 또는 안고서
시장이나 마트라도 돌아다니는걸로
그나마 운동이라도 좀 해보자고 나서는거라는걸 이제 알았다.

외출할때 왜 유모차를 안태우고 업고 안고 다닐까 했는데
그건 아기가 죽어라 유모차를 안타려고 울고불고 해서라는걸 알았다.

책에 있는대로 신경써서 아기를 먹이고 키우지 않고
그냥 대충 먹이기도하고 대강 키우기도 하는게
아기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책대로 해보려 노력 하다하다 안되서

이젠 엄마도 너무 지쳐서 어쩔수 없이
그냥 국에 밥 찍어서 먹이기도하고
과자도 가끔 쥐어주는거라는걸 이제야 알았다.

아기 엄마들이 화장기도 없이 머리는 하나같이 다 뒤로 질끈 묵고
옷에는 가끔 밥풀도 붙어있고 팔꿈치에 보풀이 일어나 있기도 한것이
그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미처 그런것까지 신경쓸만한 체력과 정신적 여유가 부족해서라는걸
아기 낳고 키우는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어떤 날엔 너무 힘들고 괴로와서 도망치고 싶어도
엄마만 바라보고 착착 달라붙는 아기,
엄마를 보고 정말 주변이 환해지도록 밝게 웃어주는 아기를 보면서
다시한번 맘을 다잡고
나는 오늘도 머리 뒤로 질끈 메고
과일물과 밥풀로 범벅이 된 티셔츠 바람으로
아기 뒤를 쫓아다니며 밥먹이고 안고 업고 재운다.

책대로 안되면 어떠냐...
그저 아프지않고 건강하게 자라 주는것만도 고맙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