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한살림.농업2020. 8. 21. 15:29



우리 아파트 안에 작은 텃밭이 있다.
매해 이른 봄에 분양을 하는데 동별로 1~2 가구 정도가 추첨을 통해 선정된다.
경쟁률이 아주 높은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 많은 가정에서 신청을 하고, 해마다 알차게 농사를 지으신다.
관리사무소와 경로당, 작은도서관, 탁구장 등이 함께 있는 ‘커뮤니티 센터’ 옆에 아담하게 조성되어 있는 아파트 텃밭은 스무개 남짓되는 작은 구좌들로 나누어져있고 각 구좌마다 ‘토끼네 텃밭’처럼 각 텃밭의 이름이 적힌 예쁜 팻말이 하나씩 꽂혀있다.

상추, 토마토, 고추, 깨, 가지, 오이, 감자, 고구마 등 다양한 작물들이 봄과 여름동안 쑥쑥 자랐다.
직접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오며가며 눈으로 구경하는 즐거움이 컸고, 동네 이웃들이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어느날은 꼬마 아이들을 데리고 텃밭에 옹기종기 모여 얘기하고 물주는 풍경을 보는 것도 정겨웠다.

전부터 우리 옆 라인에 사는 이웃 언니가 “우리 텃밭에서 상추 좀 따다 먹어~” 하시더니, 얼마전에는 아침에 자전거타고 지나가는 나를 불러 오이를 두 개 따주었다.




상추도 따가라는걸 상추는 사놓은게 있어서 괜찮다고 하고, 언니가 텃밭에 풀뽑는 것을 옆에 서서 좀 구경했다. 토마토 밑으로 바질을 키우니까 바질 향 덕분에 토마토에 벌레가 덜 생긴 것 같다고 좋아하셨다.

이 아파트로 이사온 첫 해에, 그 때는 내가 시이모님과 강일동에서 텃밭을 하던 마지막 해였던 것 같은데 올망졸망한 무를 한가득 푸대에 수확했었다.
그 때 둘째랑 같은 유치원에 다니고있었던 언니네에게 무를 몇개 나눠드렸다. 아침에 아이들이 유치원 버스탈때 푸대째 들고나가서 같이 타던 서너명 되는 아이들 엄마들과 다같이 몇개씩 나눴다.

그 해 이후로 나는 텃밭농사를 접었는데 그 때 “아! 나도 텃밭 농사 짓고싶은데!”했던 언니는 그 다음 해부터 하남시에서 분양하는 도시농장 텃밭을 신청해 여러해 지어오셨다고 한다. 올해는 아파트 텃밭이 당첨되어 가까이서 일하니까 좋다고 말하며 웃는 언니네 밭을 보니 깔끔하고 튼실한 것이 도시농부의 내공이 착실히 쌓이신 것 같아 부러웠다.

사실 그전에 강일동에서 텃밭을 할 때 농사는 이모님이 다 지으시고 나는 아이들데리고 구경삼아 따라다닌 얼치기 농사꾼이었던 터라 텃밭농사를 잘 모른다. 부지런히, 열심히 일하지도 않았고.. 상상마루 작은도서관 친구들과 자연놀이동아리를 만들어 공동체 텃밭 농사를 지을때도 농사일은 영미언니가 다 맡아하시고 나랑 다른 엄마들은 그저 조금씩 일손이나 거들면서 지냈던 터라 이사온 후로 나 혼자 농사를 짓는 것은 생각도 안 했다.

근데 요즘에는 다시 텃밭 농사를 지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에는 나도 아파트 텃밭을 신청해봐야지.
아이들도 아파트 텃밭을 볼때마다 “엄마, 우리도 이거 하자”고 졸랐는데 내가 엄두가 안나서 신청을 못했었다.
이제 세 녀석도 제법 컸으니 텃밭에 물 주고 풀 뽑고 하는 일도 좀 거들겠지?
아파트 텃밭이 안되면 미사리 쪽에 있다는 하남시 텃밭이라도 신청해보자.





여름 한 복판에 있을때 강릉에서 엄마아빠가 옥수수를 한 박스 보내주셨다. 사촌동생 올케네 친정에서 농사지으신 옥수수라고. ^^ 멀리 우리집까지 친정집 밭에서 자란 감자랑 대파까지 함께 넣어져서 고맙게 잘 도착했다.





그래서 우리집에 옥수수 공장이 펼쳐졌다.
아이들은 옥수수 1개당 100원씩 일당(?)을 받기로 하고 옥수수 껍질을 열심히 깠다ㅜㅜ




옥수수를 한 솥 삶아 몇개는 식혀서 냉동하고, 몇개는 이웃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우리도 실컷 많이 먹었다.
입맛없는 여름에 옥수수 같은 간식을 먹으면 배도, 마음도 따뜻하고 든든해진다.






자기가 먹을 음식을 자기 손으로 농사지을 수 있다는 것은 훌륭하고 소중한 일이다.
먹지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농부들은 세상 모든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고마운 분들이다.
마트에서 쉽게 농작물을 사고, 또 그렇게 많이 산 것들을 다 못먹고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면서 살다보면
농작물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그것을 키우는 수고가 얼마나 고맙고 큰 것인지 잘 모르게 된다.

농작물을 직접 키워보고, 다양한 작물을 골고루 먹어보면서 아이들이 채소와 친해지고 감사한 마음으로 잘 먹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지금은 부모님들이 보내주시는 먹거리들, 한살림에서 오는 채소들을 아이들과 함께 다듬고 손질해 버리는 것 없이 잘 거두어 먹는 것이 우선 목표.






코로나와 기후위기 관련된 글들을 읽다보면 식량위기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기후 위기가 불러온 기상 이변들로, 올여름에 우리 나라도 이미 많은 농가가 심한 비피해를 입은 것처럼 먹거리 생산에도 큰 어려움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게다가 우리 나라처럼 식량 자급률이 23%(쌀을 제외하면 23%, 그나마 자급을 하고있는 주식인 쌀을 포함해도 46.7%로 50프로가 채 되지 않는다) 밖에 안되고, 식량에 대한 해외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코로나같은 국제적 위기 속에 무역거래가 위축되고 기후위기로 식량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식재료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도시에 텃밭이 많아지고, 조금씩 자기 손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농업을 국가적으로 중요한 산업으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농사를 짓고, 농촌에서 잘 살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날을 꿈꾸며...
우선은 세 끼 집에서 밥먹는 이 날들을 무사히, 밥 잘 지어먹으며 버텨내자.




Posted by 연신내새댁
생명/한살림.농업2020. 6. 30. 20:52


고향 부모님들이 감자를 캐서 보내주셨다.
감자가 오면 하지가 지났다는 것이다.
곧 장마가 시작된다는 것이고, 순하게 비가 잘 지나가기를 빌면서 어둑한 집에서 고소한 기름냄새를 풍기며 감자전을 부쳐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4월 봄에 심어서 6월 하지 무렵에 캐는 고향집 감자가 익는 동안 앞산에서는 멧비둘기가 ‘구구우~ 구구’ 하고 여러번 울었을 것이고, 친정집 밭 옆에 있는 고속도로로는 차들이 씽씽 달렸을 것이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오고가는 차들도 좀 적었으려나.. 고향집 밭 흙기운이 아직도 느껴지는 것 같은 감자를 만져보며 물어본다.





감자가 오면 아이들이 바쁘다.
큰 감자 사이사이에 섞인 작은 감자들을 찾아내 따로 양푼에 담는다.
호미에 찍힌 상처가 있거나 빨리 먹어야할 것 같은 감자들도 따로 담아서 오늘 감자전을 하기로 한다.
두고 먹을 감자들은 젖은 박스에서 빼내서 검은 자루에 담아둔다. 연호와 연제가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잘 분류하고 잘 담았다.




연수는 오늘 먹을 감자를 씻어서 깍는 담당.
너무 잘하면 담에 강릉갔을때 외할머니가 자꾸 시킬 것같아서 안된다며 일부러 천천히 한다.




형이 필러로 깍아준 감자를 엄마가 칼로 쪼개주면 연호와 연제가 녹즙기로 간다.
그러면 건더기와 물이 따로 분리되서 나온다. 따로따로 큰 그릇에 모아준다. 감자 간 물 밑에는 뽀얗고 말캉말캉한 녹말이 잔뜩 고여있다. 윗물을 따라서 다른 그릇에 부어두고 처음 만졌을때는 딱딱하지만 손가락에 조금만 힘을 주면 말캉하게 떠올려지는 하얀 녹말은 감자 건더기쪽에 합쳐준다. 쫄깃한 감자전이 되도록..
올해로 감자갈기 경력이 최소 5년 정도 되는 연호는 이 과정을 잘 한다. 연제도 가르쳐가며...^^




이 과정을 위해 신문지 깔고 녹즙기 갖다놓고 조립하며 세팅하고, 뒷마무리하고, 중간중간 아이들 장난치는거 말리고, 자기만 많이 못 갈았다며 삐지는 막내 달래는 등의 수발드는 것이 내 역할이다.
한바탕 소동끝에 감자가 다 갈아지면 건더기 모은 것에 녹말과 물을 적당히 잘 섞고, 소금도 넣고, 야채가 있으면 좀 잘라 넣어서 감자전 반죽을 만들고 부친다.




식구가 여럿이니까 후라이팬을 두개 정도 놓고 부친다. 감자전을 이렇게 대대적으로 해먹는 것은 내가 강릉 사람이고, 아이들이 많고, 밖에는 장마비가 오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멀리 살고 아이들 많은 막내딸을 위해 가장 큰 박스를 갖다놓고, 자꾸만 감자를 더 채우고 채워가며 자주 보지 못하는 딸 생각을 하셨을 부모님을 나도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위 속에 고향집 밭에 앉아 감자를 캐고, 리어카에 싣고오셔서 차고 뒤에 깔아놓은 돗자리위에 감자를 쏟아 널어놓고 말린뒤에, 박스에 차곡차곡 넣고 신문지로 덮고, 박스를 닫은 후에 테이프를 단단히 붙여서 동네 택배 사무실까지 싣고가서 택배용지에 주소를 단단히 써서 붙여 보낼 때까지.. 다리가 아픈 아버지와 어깨가 아팠던 엄마의 손길과 발걸음을 따라가며 나는 아이들과 감자를 씻고 갈고 부쳐서 먹는다.




작은 감자들로는 알감자 조림을 했다.
두고먹을 수 있는 반찬이지만 냉장고에 넣었다 꺼내니 감자가 너무 쫀득해졌다. 만들어서 바로 먹었을때가 제일 포슬포슬하고 맛있었다.
땅은 정말 신기하다. 땅에서 온 먹거리들을 맛있게 먹을때면 늘 그런 생각이 든다. 어떻게 이런 먹거리들이 만들어질까.




감자가 도착한 날 저녁밥은 감자전으로 대신했다.
알감자조림에 밥도 조금씩은 먹고, 감자전을 배부르게 먹고 수박도 먹었다.
내년에는 아이들과 함께 감자를 심고, 감자를 캐보기도 했으면 좋겠다.
고생스런 일이기도 하지만 땅이 우리에게 이렇게 귀한 것을 준다는 것을 직접 보고 느끼고, 또 농작물을 키울 수 있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먹는 것은 가족들의 짭짤한 손맛,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사랑, 땀, 감자의 생명력, 택배기사님들의 수고, 지구의 온기, 고향의 바람과 비, 태양.. 그 모든 것.


 

Posted by 연신내새댁
생명/한살림.농업2014. 11. 12. 23:28















해가 살짝 기울던 파장 무렵에 한마당을 찾았습니다. 
아이들 손에 이끌려 '쌀'님과 함께 풍물에 맞춰 춤도 추고, 마지막 파전 한장도 사서 꿀떡꿀떡 잘 먹는 아이들 입에 넣어주면서도
제가 눈으로 계속 찾았던 곳은 바로 '팔당 제철꾸러미' 부스였답니다. 

그전주에 양평 질울고래실 농촌체험마을로 우연히 이웃들과 가족캠프를 갔다가 
바로 요기 계신 '살림꾼 삼촌'님을 만나뵜거든요! ^^
제가 <생산지에서 온 편지>에 늘 써있던 성함을 기억하고 여쭤봤더니 정말로 그 분이 그 분이시지 뭐예요..!
꼭 진즉부터 알던 분 만난 것처럼 정말 너무너무 반가웠답니다...^^
25일 한마당에서 꼭 뵙자던 말씀에 '네~!'하고 왔던지라 토요일마다 하는 도서관 자원봉사 일이 끝나자마자 늦었지만 부리나케 달려간 것이었어요. (행사장 입구에 놓인 '나무수레 씽씽이'를 보고 아이들도, 저도 넘 반가웠습니다 ㅎㅎ)

생산자분들의 얼굴을 뵙고 나니 꾸러미에 담겨오는 작물들을 보는 마음이 왠지 더 애틋합니다. 
얼마나 애쓰셨을까.. 정말 감사히, 정성껏 먹게됩니다.

이날 한살림 가을겆이 한마당을 잠시 보면서 '참 좋구나..'하면서도 
이렇게 좋은 풍물가락이 마을마다, 우리 농촌의 마을마다 울려퍼지면 참 좋을텐데... 싶어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11월 1일에 열리는 '설레임보따리 함께 푸는 날'은 아마도 그런 날이 될테지요. 
초등학교 운동장에 생산자분들과 함께 모여 어깨춤도 추고, 감사인사도 드리고 하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올해에는 함께 못 하지만, 내년에는 조금 더 큰 아이들과 함께 좀더 자주 얼굴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살림 가을겆이 한마당 날, 거의 마지막으로 들렀을 저에게 고구마 한봉지와 함께 쥐어주셨던 감자 세 알의 따뜻한 기운..
저는 그 시간에 떨이로 팔던 멀리 홍합부스에 다시 뛰어가서 홍합 좀 많이 사서 팔당 생산자분들께 저도 좀 선물로 드리고 오지 못한 것이 오랫동안 마음에 걸렸답니다.ㅠㅠ

올한해.. 궂은 날씨, 어려운 농업현실 속에서 한결같이 맛있는 꾸러미 꾸려주시느라 너무너무 애쓰신 팔당 생산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다가오는 겨울에도 모두 건강하세요.. 내년에 또 반갑게 뵙겠습니다. ^^




(이 글은 한살림서울 제철농산물꾸러미 까페 http://cafe.naver.com/hansalimseoulcsa 에 썼던 글인데 이번에 꾸러미 소식지에도 조금 중략된채로 실려서 내 블로그에도 기록삼아 올려놓는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생명/한살림.농업2014. 10. 23. 21:27




농사를 왜 지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무슨 그런 우둔한 질문을 하느냐고, 
우리가 무엇을 먹고 사는데 
그것들이 다 어떻게 해서 생겨나는 것들인데 
당연히 농사를 지어야지, 
안그러면 무엇을 먹고살 것이냐고..

누군가 이렇게 바른 말씀을 하시면 '네, 그렇죠'하고 대답하고 싶지만
현실은 자꾸 반대로 돌아가는 듯하다.

마트에 가면 신선한 채소와 과일, 곡식과 고기가 차고넘친다.
싸게, 잘 생긴 농산물을 구입해 먹을수만 있다면 
누가 그 농작물을 키우는지, 어디서 온 것인지, 그 분은 어떻게 사시는지 
크게 관심갖지 않고 그저 맛있게 냠냠짭짭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수입개방 시대에 우리 농촌은, 농민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 
농민이 농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처해 있다는 것.
나라가 나서서 식량안보, 식량주권 같은 것은 생각도 않고 농업을 죽이고 있다는 것.
농사짓던 땅들이 메워지고 그 위에 상가와 아파트와 공장과 유흥업소가 세워지는 것을 '발전'이고 '성장'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이런 시대에, 이런 나라에서 
농사를 짓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궁금해졌다는 말이다.








아이들과 종종 인형극을 보러가는 '암사어린이극장'의 정원은 살뜰하게 가꾸시는 먹거리들이 가득한 텃밭이다.
지난 달에 갔더니 마당의 아치형 터널 안에 호박이 주렁주렁 열려있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것같은 신기한 기분을 느끼며 걸어들어가는데 호박은 꼭 등같기도 하고, 풍선같기도 했다.
그림책 '뒤집힌 호랑이'(김용철, 보리출판사)에서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소금장수가 호랑이 뱃속 구경을 하며 뒤룽뒤룽 매달린 창자와 염통을 볼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극장에서는 아이들 구경하라고 아이스박스 논에 벼까지 심어놓으셨다.

토란, 배추, 깨... 이 모든 푸성귀들을 극장에서는 또 알뜰히 거두어 드신다.

오전 공연이 끝나고 오후 공연히 시작되기 전에 배우들과 스텝들이 모두 모여 함께 점심을 먹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외곽 지역에 오랫동안 터를 잡고 어린이공연만 해오신 작은 극단의 열명 남짓한 식구들이 먹을 반찬거리들을 이 정원 텃밭에서 부지런히 키우고 계신 것이다.











사먹는 것보다는 부식비가 훨씬 절약될 것이기에 '있는 땅에서 키워먹으면 맛도 좋고 여러모로 훨씬 좋지 뭐' 하고 간단히 생각하고 말기에는 
키우고 거두는 수고와 노동이 작지 않기에 궁금해지기도 했다. 어떤 마음이실까.. 이 농사를 짓는 마음은.
극단의 대표로 보이는 분이 늘 밀짚모자를 쓰고 부지런히 텃밭을 돌보고 계신데 채소마다 지지대를 세우고, 풍성하게 열매맺고 또 거둔것을 말리기까지 하시는 솜씨도 보통은 아니신 것 같다.









묘적사에 갔을 때도 해우소 옆에 작지도 크지도 않은 텃밭이 있기에 눈이 갔다.
가지, 고추, 상추같은 채소들이 착실히 자라고 있었다.
스님들이, 어느 보살님이 가꾸셔서 절 공양에 쓰시는구나.. 싶었는데 역시 어떤 마음이실까.. 궁금했다. 
굳이 내 손으로 짓지 않아도 되기는 할텐데
그 시간에 수도를 더 하시고, 불자들과 행사를 더 하셔서 시주를 더 많이 받아서 절 재정을 윤택하게 할 수도 있을텐데 농사를 짓는다.
그것은 어떤 이유일까..










여름 끝무렵에 우리 텃밭에서는 봄에 그저 씨만 뿌려두었던 당근을 수확했다. 
상추모종 사러갔던 모종가게에서 아이들이 당근 그림을 보고는 사자고 하도 졸라서 한봉지 사고는 '이게 되겠냐' 싶은 마음으로 그저 씨만 술술 뿌려두었던 것인데
가뭄속에 파리하게 어린 싹이 나고 조금씩 자라더니 비 몇번 맞고는 줄기가 쑥 자랐다.
신기해서 뽑아보니 진짜로 당근이 나왔다!









강일동으로 이사온 후부터 3년정도 텃밭 농사를 시이모님과 함께 짓고 있다.
10년 넘게 서울에서 텃밭농사를 지어오신 이모님과 이모부님이 살뜰하게 키우고 거두어주시는 텃밭을 
우리는 그저 구경다니며 얻어먹기만 실컷 잘 얻어먹는다는게 맞는 얘기다.
이모님은 직접 키운 채소를 바로 수확해 드시는 것이 얼마나 맛있는지, 어디 가서도 이런 채소는 못 구한다는 말씀과 
약 안치고 키우니 얼마나 좋냐고 자주 말씀하신다.
시골에서 자란 어린 시절부터 늘 보고 해온 일이라 농사도 잘 지으시고, 건강에 관심도 많으시고, 또 무엇보다 부지런하시니 도시농업을 하실 수 있는것 같다. (이모님과 이모부님이 지으신 올해 우리 텃밭은 암사동 도시텃밭에 있는 200여팀중에 '우수텃밭'으로도 선정되었다! ^^)

어느날 내가 연수에게 "연수야, 할아버지 하시는 것 잘 보고 잘 배워~"하고 말했더니 이모님이 "그거 배워서 뭐하게~?"하시면서 웃었다. 
"저희집 텃밭농사 연수가 책임지고 지어야죠~"하고 말하며 나도 웃었지만 
이 시대에 농사일을 배운다는 것이, 어린 아이에게 권하고 격려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대다수인 시대가 된 것이 
씁쓸하고 마음 아팠다. 








농사를 왜 짓는가. 
자식들 먹이고 가르치고, 부모님 봉양하고, 저축도 하고, 놀러도 좀 다닐 수 있을만큼 돈을 벌기위해서 농사를 짓는다면
이제 그런 것은 더이상 농사로 가능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고, 날로 그렇게 되어간다.
도시에서 작은 텃밭을 가꾸어 제철의 싱싱하고 맛있는 반찬거리를 얻는 정도, 
아이들이 채소가 이렇게 자라는구나.. 신기하게 바라보고 배울 수 있는 정도,
그리고 어른인 우리가 자연 가까이에서 땀흘리며 생명을 키우며 작은 보람과 명상과 기쁨을 얻는 정도...
그런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오락거리, 소일거리, 여흥, 구도의 도구말고
농업이 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농업이 생업이 될 수 있는가?
묻고 싶은 것이다.

올해 채소값이 참 한결같이 쌌던 것 같다.
조금 값이 오를만하면 그 품목을 금세 수입해오니까 결국은 어떤 농산물도 싼 값을 유지하게 된다. 
그러면 소비자에게는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산자는 버티지 못한다.
값이 폭락하는 농산물에 대해서는 정부도, 시장도 무대책이다. 
채소를 밭째 버리고 수확하지 않고, 자르고 파헤쳐 또 다른 채소를 심어본들 어짜피 생산단가에 미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다가 결국 농민들은 두손 두발 다 드는 것이다. 
그 논밭을 메워 집짓겠다는 사람에게 파는 것이 제일 나은 수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많이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내년부터 쌀시장을 전면개방하겠다고 이 정부는 당당히 선포를 했다. 
고율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쌀산업 포기'에 다름아닌 '쌀시장 전면개방'을 선언하고 나선 나라한테 과연 국제기구가 잘도 '아구 무서워라'하고 고율의 관세에 동의해주겠다 싶다. 
쌀이 지키고 있던 이 나라 농업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지는 것이다.
 







아버지는 평생 쌀농사를 지어오셨다. 

어린시절에는 학교에서 나온 가구조사지의 아버지 직업란에 '회사원'같은 좀 폼나는 것 대신 '농업'이라고 쓰는 것이 조금 부끄러울 때도 있었지만

철든 뒤에는 내가 농민의 딸이라는 것, 아버지가 농부라는 사실이 참 자랑스럽고 좋았다. 


할 수 있다면 나는 내 아이들중에 누군가가 농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자연을 사랑하고, 계절과 생명의 순환과 이치를 알고, 부지런하고, 새벽에 풀숲에 내린 이슬을 밟으며 벼를 살펴보고, 밭을 가꿀 수 있는 농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니, 아이들에게만 바랄 것이 아니라 내가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다. 

내 손으로 내 먹을 것을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런 나도 지금은 도시의 6평짜리 작디작은 텃밭 하나도 겨우 구경만 할 뿐이다.


농민은 점점 줄고 있다.

우리 땅에서 재배되는 농산물의 품목도 아마 많이 줄었을 것이다.

우리 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3%, 그나마도 쌀 자급률이 80% 대를 지켜주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수치다. 

쌀시장 전면개방으로 많은 소농들이 쌀농사마저 포기한다면 우리나라는 스스로 부식은 물론 주식조차도 자급을 못하는 

그야말로 식량 예속국이 될 것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먹는 전체 농산물중에 쌀을 제외한 채소, 과일, 고기 등의 식량은 단 3.7%만이 우리 땅에서 우리 농민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 

그마저도 이제 포기 일로에 서있는 것이다.

농업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보호하지 않고, 그깟 쌀쯤, 그깟 식량쯤 핸드폰 팔아, 자동차 팔아 사다먹으면 되지. 라고 생각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누가 농사를 지을 수가 있을까. 

누가 남을까. 



유기농업에 평생을 바치며 한살림 생산자공동체를 꾸려온 농민분들이 계시고, 

오늘도 도시의 소비자들에게 직거래로 매주 '꾸러미'를 보내주시며 자립하려는 귀농, 소농 생산자분들이 전국에 계시고

아이들을 키우고, 부모님을 봉양하며 정말로 묵묵히 귀한 농토와 농업을 지키고계신 농민분들이 정말로 많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농사를 왜 짓는가' 외람되게 묻고 싶었던 것은

이제 더이상 농사로는 먹고살 수가 없는데, 죽어라 죽어라 하는데 어떻게 농사를 지을 수 있겠는가, 살아라 살아라 해도 어렵고힘들고 중요한 일이 농사인데 

이런 떄에도 농사를 버리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면, 그 분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지 

내가 꼭 들어봐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93년 우루과이라운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세계화 협상의 고비들마다 쌀수입 개방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농민분들의 지난한 투쟁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제 농민분들은 그만한 힘이 없으실 것 같다.

올해 7월 농림부장관이 달랑 기자회견 한번 열어 '쌀시장 개방 방침'을 발표했을 때 

농민단체에서는 세종시 정부청사 앞에서 상여를 메고 상복을 입고 장례를 치르며 쌀을 뿌렸지만 

그 시잔은 우리 아버지가 받아보시는 농민신문의 1면에만 나왔을뿐 어느 TV방송에도 나오지 않았다.

그때 마침 순천 야산에서 발견된 유병언씨의 사체 소식과 그 아들의 체포 과정만 요란하게 방송에 넘쳐났을 뿐이다.

나는 고향집에서 아버지와 함께 TV를 보고 있었는데 '세월호 사건 100일'이기도 했던 시점이라 특별법 제정이나 100일 지나도록 지지부진한 진상규명, 실종자 수색 등에 대한 여론을 덮기위해 유병언 일가에 대한 언론보도가 집중되는 것 같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렸었다.

서울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그때 같이 덮어졌던 정말로 중요한 또 한가지는 바로 '쌀시장 개방'이었다는 것을 아버지께 말씀드리지 못했구나... 혼자 후회했었다.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 열렸던 도하협상장 옆에서 쌀시장개방을 반대하는 한국농민 이경해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죽는 나라라, 

배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들과 무고한 시민들이 300명씩 떼죽음을 당하고, 

공연을 관람하다가 또 죽고 하는 나라라 이제는 우리 모두가 죽음을 그만 옷처럼 입고 다니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한 명의 죽음은 안그래도 숨쉬기 힘든 사람에게 그저 작은 짓눌림 하나 더 얹는 정도 같이 느껴지지만

2002년의 그 분 생각이 나는 요즘 문득문득 다시 나곤했다. 

그 자라에 내 선배 한분도 함께 있었는데.. 그 충격과 상처를 어떻게 안고 살아갈까. 자신이 보는 자리에서 누군가가 목숨을 내놓는 장면과 그렇게라도 지키고 싶어했던 가치들이 또다시 종잇장처럼 버려지는 현실속에서 그는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들에 답을 찾아가야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생명/한살림.농업2014. 6. 17. 01:11







냇가 옆 언덕으로 망초꽃이 지천이다.

하얀 꽃무리가 뭉실뭉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언덕 위를 걷노라면 지상에 서있는 일이 꿈처럼 느껴진다.



세월호 사고 이후 두 달이 지났다.

어디선가 그런 글을 읽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태인 강제수용소. 
다음 날이면 가스실로 끌려가 처형될 상황이라 그 저녁,  
남자 수용소에는 깊은 절망과 공포 속에 불안한 정적만이 감돌았단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있던 여자 수용소에서는 다시 입을 일이 없을 옷이지만 엄마들이 부지런히 아이들의 더러워진 옷을 빨아 널고, 우는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웃으며 보통 때와 다름없는 저녁 일상이 꾸려졌다는.

 
그게 엄마구나.. 싶었다.
내일 세상이 끝난다고 해도 
오늘 눈 앞의 아이를 보며 웃는 사람. 
배고픈 아이 입에 밥을 넣어주고, 코묻은 옷을 벗겨 빨아주고, 따뜻한 품에 안고 토닥여주는 사람.


아이가 있으면 엄마는 그럴 수 있다.
변함없는 일상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힘으로 아이의 마지막 시간을 따뜻하게, 행복하게 지켜줄 수 있다. 
내 아이가 곁에 있으면.

그러나 그 아이를 잃은 엄마는 어떻게 해야할까.













매실 철이다.

고향집에 갔다가 아이들에게 매실 따는 추억을 선물해주고 싶으셨던 외할아버지 덕분에 온가족이 달라붙어 외갓집 밭 옆에 서 있는 큰 매화나무를 털었다.

엄마는 서울 우리집에 가서 매실액을 담궈보라며 매실 3kg와 설탕 3kg를 싸주셨다. 


부엌 베란다에 있던 현미 항아리를 비우고 씻어 매실을 담갔다. 

세 녀석이 모두 달라붙어 설탕을 찍어먹고, 익지도 않은 매실을 깨물어 먹으며 난리 북새통이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생전 처음으로 매실을 담아 보았다. 

석 달 동안 기다리며 자주 잘 저어주어야 한다.













5월부터 한살림서울에서 진행하는 제철농산물꾸러미인 '설레임 보따리'가 일주일에 한 번씩 배송되었다.

우리집에서 멀지 않은 팔당 지역의 농부님들이 키우신 오이, 상추, 느타리, 유정란, 딸기, 양상추, 아욱, 애호박, 청국장 같은 먹거리들이 하얀 종이에 곱게 싸인채로 

집으로 쑥 들어올 때의 느낌이 참 묘하다.


반갑고, 궁금하고, 걱정된다.


요리를 많이 하게 되었다. 

설레임보따리가 오는 화요일 오전은 마침 명선아주머니가 청소를 도와주러 와계신 날이라 내가 부엌일을 낮에 맘놓고 하는 날이기도 하다.

야채를 되도록 빨리 요리해 먹고 싶어서 이것저것 손에 잡히는 데로 끓이고, 데치고, 볶고, 씻어서 국, 나물, 볶음, 샐러드.. 되는데로 만든다. 


그래도 특히 많이 오는 것들은 밤일거리가 된다.

생전처음 오이지도 담그고, 오이소박이도 만들어보고, 열무김치도 담가보았다.


주부 7년차이지만 여전히 초보 살림꾼인 나로서는 

'설레임 보따리' 신청 자체가 큰 도전이고, 숙제다.

붙들고 끙끙거리며 봄, 여름, 가을 보내다보면 나의 채소요리 실력도 조금은 나아지겠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설레임 보따리에는 팔당지역 농부님들이 돌아가면서 쓰시는 편지가 한 장씩 들어있다.

세월호 사고 후 모두의 마음이 허방을 짚고 있을 때 온 편지에는 

'농사짓는 우리들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제정신인 것이 아무것도 없는지 날씨도 제정신이 아닙니다...' 하는 구절이 있었는데 

모두 같은 아픔이구나.. 싶어 마음이 찡했다.


제정신이 아닌 세상을 살지만 나부터 정신 차리고 잘못 해오던 일들 바로잡을 수 있도록 공부하고 실천해야겠다.. 생각하며 세 끼 밥 꼭꼭 씹어먹고, 아이들도 먹이고, 이웃과도 나눠먹는다.














지난 주에는 앵두가 왔다.

어린 시절 장독대가 많이 있던 뒷마당에 앵두나무가 있었다. 
지금 부모님 사시는 양옥집으로 이사온 뒤에도 차고 뒤쪽 산등성이에 앵두나무가 있어서 해마다 봄이면 앵두를 먹었다. 

요즘은 달달한 간식이 하도 많으니 아이들에겐 앵두 맛이 새큼하고 밍밍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세 녀석 다 예쁘다고 좋아하더니 조금밖에 안 먹고 가지고 놀기만 해서 내가 다 주워먹었다. 
그래도 나는 어린 시절에 먹던 싱그런 앵두 맛이 떠올라 맛있게 먹었다.


앵두 철이 지나고 나면 오디가 익는다.
학교 끝나고 돌아오는 오후면 가방을 멘 채로 집 앞 뽕나무 밑으로 달려가 달착지근한 맛에 빠져들던 어린 내 입과 손바닥을 시커멓게 물들이던 오디.
오디 끝나면 살구가 익는다.
살구 끝나면 햇옥수수가 나오고, 마루에 앉아 뜨끈하고 말랑한 찐옥수수를 먹고, 또 밭에서 금방 캔 햇감자를 쪄먹으며 여름이 갔다.


그런 '철'을 우리는 어느새 많이도 잊어버렸다. 
연수가 꽃피는 유치원을 잠시 다녔던 봄에 학교 마당에 앵두나무와 살구나무, 뽕나무가 있는 것이 나는 얼마나 좋던지..


'철'을 잃어버려서, 자연과 삶에 존재하는 무수한 철들과 흐름과 고비와 순환들을 잊고 살아서, 그런 것을 모르고 무심해서 우리는 어른이 되었는데도 철이 들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방선거 후, 마음이 많이 안 좋았다. 

선거 며칠전, 블로그 포스팅도 한 것처럼 '박원순 서울'과 '조희연 교육감'을 절실히 바라고 소망했는데 
그 소망이 현실이 되었는데도 이상하게 많이 기쁘지가 않았다.

우리는 살아서 좋은 정치인도 뽑고, 변화도 기대하고, 희망을 만들어가자 얘기하고 있지만
잃은 아이들, 지키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두번의 선거가 아닌, 우리 사회, 우리 삶 전반의 근본적인 변화가..

내 삶에서부터, 작지만 내게는 힘들었던, 내가 외면하고 방치해왔던 변화, 성장, 실천들을 해나가야겠다는 결심도 다시 했다.




제철 채소들로 부지런히 밥상을 차리는 것부터

부엌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쓴다는 전기밥솥을 치우고 압력밥솥으로 밥을 하는 일,

녹색평론을 꼼꼼히 읽는 일,

이웃 엄마들과 책모임을 하는 일,

아이들과 도서관 책을 빌려읽고 장난감을 나누는 일,

소비를 줄이는 일,

자연에 좀 더 가까이, 깊이 안기는 일,

가족과 이웃과 세상과 더 정성껏 소통하고 지극히 섬기는 일,  

겸손해지는 일까지. 




 
세월호 사고로 우리 모두는 깊은 트라우마를 입었다.

소소한 일상을 기록해두는 블로그 글도 쓰기가 어렵다. 

아이를 잃고 철도, 계절도, 평범하던 일상도 모두 잃어버린 사람들..

그들을 생각하면 평온한 내 일상, 내 아이들과 누리는 계절과 생활 이야기를 적는 것조차 죄스럽고 미안해진다.

하지만 이 작은 글은 또 내게는 중요한 삶의 일부.

같이 계속 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그저 내 생활 이야기 기껏 하다가 '세월호 가족들은 어떡하나..'하는 생각이 불쑥 들면 '너무 마음 아프다'고 병렬해서 적는 수준이지만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쓸 수는 없고, 써서도 안된다는 생각이 드니 이렇게라도 적을 수 밖에 없다. 

슬픔을 녹여서 사죄하는 마음으로, 책임을 지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반성하고 변화하고 성장하는 내 삶의 이야기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끝나지 않은 아픔을 마음에 품고 그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의 힘을 키워야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생명/한살림.농업2011. 6. 27. 19:07






한살림 블로그 활동단이 되고나서 한달에 한번씩 한살림 물품꾸러미를 선물받았다.
4, 5, 6월 세 달동안 활동하기로 한 것인데 6월에는 절반은 출산을 기다리느라, 나머지 절반은 출산후 내 몸과 어린 아기 보살피느라 블로그를 쓸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어김없이 한살림 물품은 도착했고, 한달에 세 편의 포스팅을 하는 것이 우리의 약속인지라
더 늦기전에 선물받은 물품들 소개라도 간단히 해야겠다.  







한살림에서는 주식과 잡곡, 과일 야채같은 식재료 외에도 여러가지 가공식품과 생활용품도 판매하고 있다. 
세제와 비누류, 화장품, 천기저귀와 면생리대 등 생활용품의 종류도 참 다양하다.

'옹달샘 클렌징 워터'는 얼굴 화장을 지워주는 액체 세안제다.
화장솜에 묻혀서 닦아내면 메이크업도 깨끗이 닦아지고 피부에 수분도 많이 공급해 준단다.
그리고 나서 비누로 얼굴을 한번 더 씻어내면 저녁 세안 끝~! 이겠다.

나는 화장은 커녕 썬크림도 거의 안바르는 좀 심한 쌩얼아줌마인지라 이 세안제를 받고도 쓸 일이 없었는데
아이낳고 산후조리를 해주러 오신 시어머니께 드렸더니 좋아하셨다.
우리집에 오실때면 늘 화장 안하는 며느리 때문에 따로 '클렌징' 제품들을 싸가지고 오셔야했는데
이번에는 한살림 덕분에 '클렌징 워터'와 '화장지움 비누'를 구비해놓고 어머니를 기다릴 수 있었다. ^^

'자연의 벗'이라는 이 제조사에서는 유아용 크림과 비누, 세안제, 스킨, 로션, 팩, 파우더 등 다양한 화장품을 만드는데
인체에 유해한 '탈크'성분은 일체 넣지 않는다고 한다.
성분표기를 읽어보면 정말 신기하게도 화학성분같은 이름은 거의 눈에 띄지않고, 
당근, 수세미, 창포, 모란뿌리, 감초, 왕귤 등 여러가지 자연물에서 추출한 성분들이 주를 이룬다.
 
밤늦게까지 식당에서 일하시느라 늘 고단하신 우리 어머니..
못난 며느리와는 다르게 화장도 참 곱게 잘 하시는 우리 어머니의 피부를 옹달샘이 더 촉촉하게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6월 꾸러미에는 여름철에 요긴한 생활용품들이 많이 들어있었다. 

올해는 장마다운 장마가 찾아온 덕분에 온 집안이 며칠째 눅눅하다.
젖먹이 아가가 있는 집이라 하루에도 몇번씩 세탁기가 고생하며 돌아가고, 빨래는 더 널 곳이 없어 식탁의자에도 기저귀들이 널려있다. 어렵사리 말린 빨래들에서도 습기 냄새가 나는 것 같다.
흠... 이럴때 정말 필요한 물건, 옷장 탈취제와 섬유 탈취제. (우리집 사정을 알고 보내주신것 같다..^^;)

옷장이나 차안에 넣어두면 좀벌레, 곰팡이, 집먼지진드기 걱정 끌~! 이라는 옷장 탈취제는 발효알코올과 식물추출물(계피, 측백, 제충국)으로만 만들어져 아이들 옷장에도 안심하고 쓸 수 있다.  
한 팩에 6개가 들어있는데 가격은 2900원.

섬유탈취제는 회식하고 들어온 아빠의 양복에 슥슥~ 뿌려주면... '이이제이'(한자는 시간관계상 생략.ㅎㅎ) 전략인지... 
옷에 묻어온 술냄새보다 더 진한 알콜 냄새가 음식냄새와 담배냄새 등을 싹~~ 덮어버린다. ^^;;
역시나 화학약품이 많이 섞여있는 시중제품보다 안심하고 쓸 수 있어 좋다.

세안제 '자연그대로'는 내가 한살림 조합원이 된뒤로 4년째 떨어지지 않게 재어놓고 쓰는 생활용품중 하나인데
고맙게도 선물꾸러미에 들어있어 '이게 왠 떡이냐' 했다. 
처녀시절 피부때문에 눈물도, 돈도 많이 흘렸던 나인지라 세안제나 스킨로션은 정말 신중하게 고른다. 
'자연그대로'를 알기 전에는 프랑스 온천수로 만들었다는 겁나 비싼 수입제품을 울며겨자먹기로 쓸 수 밖에 없었는데
(다른 것들은 쓰는 족족 얼굴이 벌겋게 변하면서 여드름이 마구 심해졌으므로ㅠㅠ)
'자연그대로'는 그보다 훨씬 더 순해서 알게된 뒤로는 이것만 쓰고 있다.

한살림의 생활용품들은 유명한 브랜드 화장품이나 세제들처럼 화려하게 광고를 할 수도 없고, 
또 실제 써보면 시중제품들처럼 얼굴과 머리결이 번쩍번쩍 윤이 나거나 보들보들해지지는 않는다. 
거품도 좀 왕창왕창 나주고해야 머리감을 맛, 설겆이할 맛이 나겠지만
그 거품들은 물을 오염시키고, 물을 깨끗하게 해주는 미생물들이 살 수 없게 하는 계면활성제같은 약품을 써야 가능하다.
그런 화학성분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우리 몸도, 자연도 함께 살려가자는 한살림의 생각이 담긴 
생활용품들을 쓰면서 몸도, 마음도 함께 좀더 담백해지면 어떨까...
불편하고 수수하지만 마음만큼은 더 개운하게, 가볍게... 그렇게. ^^



+



장마라 온통 세상이 눅눅하지만 순하게 잠든 아이의 코에서 살짝 살짝 뿜어져나오는 어린 숨결은 참 보송보송해요.
그 숨결.. 이웃님들께 전해드리고 싶네요. 
보고싶은 이웃님들 모두 건강히 이 장마 잘 살아내시길.  
얼음 동동띄운 시원하고 맛있는 아이스커피도 제 몫까지 한잔 더 맛있게 드셔주시고요. ^^ 






'아이스커피라구? 그건 어떤 맛일까...'  





'이 분이 우리 엄마? 음... 무섭게 생겼다...'
평화가, 그런 생각 하는 것 같아요. ^^;;;




Posted by 연신내새댁
생명/한살림.농업2011. 6. 1. 01:06



좁쌀 한 알에도 우주가 담겨 있단다 - 10점
김선미 글, 원혜영 그림/우리교육




한살림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4년동안 건강한 식재료들을 고맙게 받아먹으면서
문득문득 한살림에 대해, 그리고 생협이란 것에 대해 좀 더 알고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한살림이 표방하고 있는 가치들이나 그간의 역사에 대해 좀더 알게되면 매주 받아먹는 음식들도 더 고맙게 음미하며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마음뿐.. 어린 아이 데리고 하루 세끼 밥챙겨먹기만도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마음의 여유가 쉬이 생기질 않았다. 
그러다 덜컥 한살림블로그활동단을 신청해서 하게 되고보니 오래 미뤄두었던 숙제를 하듯
한살림에 대해 좀더 알고싶었던 마음을 채우는 것을 이 기회에 조금이라도 시작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집어든 책이 바로 이 <진짜 살림꾼 장일순 - 좁쌀 한 알에도 우주가 담겨 있단다> (우리교육, 2008)다.
 
한살림의 가치관을 알고싶다면 <한살림 선언 다시 읽기>같은 책을 봐야할 것 같았지만... 
'선언'은 왠지 너무 어렵고 딱딱할 것 같다는 선입견과 함께  
그동안 가끔 한살림 소식지나 인터넷 장보기의 '도서'란을 살필 때 늘 눈에 띄던 이름.. 장일순 선생이 어떤 분인지 궁금하기도 했기에 
한살림의 초창기 운동가.. 정도로만 막연하게 알고있던 이분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은 둘러서 한살림에 다가가보기로 했다.

이 책은 좋은 어린이책을 만들어온 출판사인 '우리교육'에서 기획, 출판한 '우리인물이야기'라는 시리즈의 스무번째 책이다.
어린이 독자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기 때문에 내용도 쉽고, 글씨도 크고, 판화로 그려진 삽화도 참 예쁘다.
그래서... 네살배기와 지지고볶으며 보내는 알콩달콩한 하루중에, 잠시 짬이 날때... 쉬듯이 펼쳐서 읽기에 참 좋았다. ^^;;; 

책이 쉽다고 안에 담긴 내용을 마음에 오롯이 담는 것까지 쉬운 것은 아니다. 

장일순 선생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청년기에 거친 일제식민지와 해방, 한국전쟁 이야기.. 그리고 원주에서 대성학교를 세우고 사회대중당 후보로 국회의원에 출마했다 낙선한 후 평화통일을 이야기한 죄로 감옥생활을 했던 이야기, 그 뒤 천주교 지학순 주교와 함께 원주에서 펼친 반독재민주화운동 이야기, 가난한 이들이 십시일반해 서로 돕는 '신용협동조합', 노동자농민이 함께 서로의 생활을 책임지는 '생활협동조합'을 원주에 뿌리내리게한 이야기, 그리고 그것을 전국으로 확대한 '한살림 농산'의 이야기 등.... 
곡절많은 한국 현대사 속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사는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묵묵히 고통을 견디고 희망을 일구어온 한 실천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마음이 숙연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여러분이 하는 한살림은 서로가 서로를 하느님처럼 모시자는 운동이에요. 몸에 좋은 것만 사 먹자는 게 아니에요. 
그걸 기른 농부들을 하느님처럼 모시자는 거죠. 여러분을 잘 먹여 주는 분들이잖아요. 여러분은 또 농부들이 먹고살 수 있게 해 주니까 그분들의 하느님이 되는 거죠."(
159쪽)
 
장일순, 책에서는 '조한알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노선생님이 한살림 조합원들에게 한 강연의 한 대목이다.


'일순은 주부들에게 밥 짓고 빨래하고 아이 돌보는 일만 살림인 것은 아니라고 했어. 온 천지의 생명을 제대로 살리는 게 진짜 큰 살림이라고 가르쳐 주었어.' (158쪽)

'진짜 살림이 무엇인가? 가난한 사람만 살리는 게 아니고 또 우리 나라 사람만 살리는 것도 아니다. 온 인류가 함께 사는 길이어야 한다. 나아가 사람만 사는 게 아니라 풀과 나무, 벌레와 땅과 바다, 온 우주가 함께 살아가는 길이어야 한다.'(164쪽)

'맞아. 작은 조 알갱이 속에도 우주가 들어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 그 이름을 썼어. 이제 내 얘기는 그만 듣고 나가 놀렴. 대신 밥을 먹을 때말이야, 밥알 하나 키우는 데도 바람과 비, 햇빛, 땅, 농부, 그리고 부모님의 땀까지, 온 우주가 힘을 모았다는 사실만 잊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그 밥이 바로 하느님이거든." (177쪽)


책을 읽고나니 아직 제 입에 들어가는 밥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기 어려운 네살배기 우리 아기에게도
앞으로 천천히 어떤 이야기들을 해주어야할지 알 것 같았다.

일주일에 한번씩 한살림 아저씨가 가져다주시는 맛있는 먹거리들을 기다리고, 한살림 과일은 슬쩍만 씻어 먹어도 되고 껍질째 먹어도 되지만 약을 쳐서 키운 다른 과일들은 그렇게 먹을 수 없다는 것은 어느새 알게된 네살배기 아기.
하지만 그 아가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약을 친 채소냐, 아니냐가 아니라
자연과 농민과 부모님이 함께 땀흘려서 만든 이 먹거리들이 얼마나 귀하고 고마운 것인지.. 그래서 맛있게 잘 먹고 튼튼히 자라달라는 엄마의 마음을, 자연의 깊은 사랑을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게 해주는 것이리라.

얼마전 <민들레>에 실린 신순화(블로거 평온님)님의 글에도 바로 이 이야기가 찬찬히 적혀 있었다.
유기농은 제품이 아니라 가치관이라는 것, 값비싼 유기농물품으로 내 아이의 건강만 지키려고 하는데 그치지 말고
아이가 자연과 생명의 귀중함, 인간이 그 속에서 함께 살리고 살아가는 일의 중요함을 조금씩이라도 배우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 유기농의 가치를 우리 삶에서 실현하는 것이라는 얘기에 깊이 공감했다.

책 이야기를 하다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좁쌀 한 알에도 우주가 담겨 있단다>는 한살림의 조합원이 되신 어른들께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물론 집에 잘 놔두었다가 아이가 크면 함께 읽고 얘기하면 더 좋을 것 같고. 
어릴때부터 친숙한 '한살림'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안 후에 먹는 한살림 먹거리의 맛은 그 전과 또 다를테니!
^^  






땅땅이의 친환경 요리교실 - 10점
이상희 지음, 김해진 그림, 채송미 요리/북센스





 이 책은 '한살림 블로그 활동단'이 되고나서 한살림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책이다. ^^
이 책 외에도 한달에 한 번씩 귀한 한살림 물품을 선물로 받았는데, 그 물품들에 대해 소개하는 것에 넘 게을러서 죄송한 마음이다. 내 나름대로 한살림 이야기를 한 달에 3편씩 쓴다는 약속은 그럭저럭 이행하고 있지만, 정작 받은 물품들(대게 '이용촉진물품'이나 이 계절에 적절한 계절상품이라 시의적절하게 소개해야하는데...--;;) 소개를 못해서 마음에 짐이 된다. 얼른 해야지...

무튼무튼... 원래 하려던 책 얘기로 돌아가서~~~
<땅땅이의 친환경 요리교실>은 한마디로 정말 '땅땅'하다. ^^

내용이 아주 꽉 차 있고, 탄탄하다.
초등학교 방과후 교실에서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본 친환경 요리 24가지의 레시피는 단순하지만(그래도 내가 엄두내기 어려운 것들이 훨씬 많았다.. 아, 겁쟁이 새댁ㅠㅠ)
한 가지 요리를 만들때마다 같이 얘기하는 주제는 정말 만만치 않다.

제철음식, 지구 온난화, 정크푸드, 설탕, 식품첨가물, 유전자조작식품, 농약과 화학비료 문제, 성장호르몬과 항생제까지...
이 정도 주제를 초등학생이 소화한다면... 음. 왠만한 살림꾼 아줌마아저씨보다 훠~~~얼씬 훌륭한 식품영양과 안전에 대한 지식과 생태적 감수성을 갖추게 될 것이다. ^^

초등학생 이상의 아이가 함께 읽고, 요리도 함께 만들어볼 수있도록 기획한 책이지만  
어른인 내가 읽어도 배울게 참 많고, 반성도 많이 하게되는 책이었다.
(오늘도 연수에게 시중과자를 넘 많이 먹였다..ㅠㅠ 그보다 건강한 간식거리를 직접 만들어주는데 게으렀던 것을 더 반성해야겠지만..;;;;) 

고구마군만두, 팥말이 찐빵, 새우버거, 닭떡꼬치 등 책에 실린 24가지 요리가 모두 아이들이 너무너무 좋아할만한 것들이란 점에서 손닿기 좋은데 꽂아놓고 두고 두고 펼쳐보며 한가지씩 만들어먹으면 참 좋을 것 같다. 

바른 먹을거리, 제대로 만든 음식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들을 저자 스스로 '다소 지나치다 싶을만큼 얘기했다'고 할만큼 비중있게 다루고있는만큼
그저 쉬운 요리책이라기보다는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 교재로
그리고 골치아픈(?) 이야기끝에 주어지는 달콤한 보상으로 책에 나온 맛있는 요리들을 행복하게 나눠먹는 그런 시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





+


마지막으로 요즘 한살림에서 알라딘과 함께 '건강한 먹을거리 도서'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어 그 소식을 알리고 마무리해야겠다. 
나도 가서 살펴보니 읽어보고 싶은(사실 알게되면 먹는게 너무 무서워질 것 같기도한--;;) 책들이 참 많았다. 
좋은 요리책도 많은데, 다행히도 그중 몇권은 벌써 우리집에 있다. 
그러니... 책을 보고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되는데... 게으른 연수엄마, 인제 갓난쟁이도 곧 낳게되니 제대로 밥상 차릴 일은 더 어려워만 지겠다.ㅠㅠ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110512_hansalim


위의 주소를 클릭하시면 알라딘 기획전 페이지로 바로 간답니다~~^^
아참, 한살림 홈페이지에서 먼저 로그인하고 배너를 통해 알라딘으로 가면...  한살림 조합원께 드리는 3% 할인혜택도 있다하니 참고하셔요. ^^

한가지 더~~!
처음에 소개한 <좁쌀 한 알에도 우주가 담겨 있단다>는 한살림 인터넷 장보기 사이트에서 '도서'란을 클릭해 들어가시면 볼 수 있어요. <한살림 선언>과 다른 여러 책들도 있고요.
한살림 매장에서도 구입할 수 있고, 인터넷 장보기에서도 구입 가능하답니다. 
음... 우리동네 도서관에 비치되어 더 많은 이웃들과 함께 볼 수 있도록 '신청'해 주시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당~.
이상 '한살림의 책' 이야기, 끝~!! ^^   

  




Posted by 연신내새댁
생명/한살림.농업2011. 5. 31. 00:26




(포스터를 조금 크게 보시려면 여기로~~) http://blog.naver.com/savethetable/20129477253




며칠전 연수와 우리 동네 한살림매장에 장보러갔다가 이 포스터를 보았다.
'6.2데이'라는 이름도 재밌고, 무엇보다 정동 덕수궁 돌담길을 아이와 함께 걸으며 맛있는 것들을 두루두루 먹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눈이 번쩍! 띄였다. ^^

여기저기에 곧 출산이 임박한 만삭임부라고 누누히 떠들고 다니면서도
나는 이런 일만 보면 가슴이 콩콩 뛴다.
펄펄한 네살배기 사내아이를 데리고, 빨리 걷기도 어려울만큼 부른 배를 하고 지하철을 타고 떠나는 마실이 쉬울리 없다. 
엄두내기도 어렵지만, 막상 나서보면 길에서 만들어지는 돌발상황들도 만만치 않다. 

엊그제 한살림 매장 다녀올 때는 연수가 길가에 감상용으로 만들어놓은 수로에 풍덩 뛰어들어 아랫도리를 온통 적시고 노는 바람에
나오라해도 듣지않고 물속에서 정신없이 노는 녀석을 기다렸다가 버스다니는 큰 길가에 서서 바지 갈아입히느라 애를 먹었다.
이렇게 크고작은 사건들과 실갱이로 가득찬 험난한 여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임을 잘 알지만...
그래도 한번 가볼까~? ^^;;;;


+


의사선생님이 하루 최소 3시간씩은 걸으시라 한후에
주말과 오늘까지 공원으로 텃밭으로, 우리 동네 보건소와 어린이도서관으로
그리고 매일 한바퀴씩 순례를 해줘야하는 아파트단지내 놀이터들까지 힘닿는데로 열심히 걷고 있다. 
덕분에 밤이 되면 온몸이 뻐근하고 가끔 코피도 불쑥불쑥 터질만큼 고단하지만... 
평화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이 하루하루는 더없이 설레고 평화롭다.

올해를 시작하며 '평화가 태어나기 전까지의 반년은 지금껏 내가 살아온 어떤 날들보다 평화롭기를..'하고 새해소망을 적은 적이 있었다. 
바램대로 되었다..

우리 네살배기는 요즘 엄마와 얼굴이 빨갛게 타도록 햇빛을 쬐고 많이 뛰어다닌 탓에 낮잠이든, 밤잠이든 누우면 바로 곯아떨어진다. 요즘이 연수를 낳고 키워온 3년중에 가장 평화로운 날들인건 확실하다.
때때로 울고 떼쓰고, 개구진 장난과 말썽은 날로 심해지지만... 그래도 어느때보다 '든든한 짝꿍'임을 절감하며 둘이 같이 놀고, 자고 투닥거리며 오늘 하루도 보냈다.
새해소망의 절반이 이루어졌으니, 남은 절반도 이루어지겠지..^^ 꼭 이루어지길! 

 



Posted by 연신내새댁
생명/한살림.농업2011. 5. 24. 01:17









일요일 아침은 분주하다.
'농민의 아들' 연수는 해가 뜨는 6시면 일어나 온집안을 뛰어다니고
배부른 엄마는 누워서 연수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고있다가 7시쯤 일어나 밥을 차리고
주말 아침.. 달콤한 늦잠이 아쉬운 아빠는 이 모든 소리들에도 불구하고 9시에 이모님이 전화를 하실때까지 잔다. 

이모님은 일요일아침 9시면 어김없이 상일동역에 도착하셔서 마을버스를 타고 텃밭으로 가신다. 
그맘때쯤 오실줄 알고 미리 밥먹고 집치우고 가방챙기고 있었던 엄마와 연수는 부랴부랴 아빠를 깨워 차를 타고 텃밭으로 따라간다. 그래도 우리는 9시 반이 넘어서, 그야말로 해가 중천에 뜬 뒤에 밭에 도착한다. 
 









한주만에 보는 텃밭풍경은 얼마나 또 달라졌는지!
온통 초록빛이 가득한 밭머리에 서면 마음이 벅차다. 우리밭은 손바닥만하지만 꼭 그만한 이웃집 밭들에 모두 잘 자라준 푸성귀들은 보기만해도 흐뭇하고, 밭을 둘러싸고 있는 키큰 나무들과 밭가운데 듬성히 서있는 과실수들의 푸른잎이 싱그럽다.










일을 시작하기전에 일주일동안 우리집에서 고생한 달팽이를 텃밭가 꽃그늘 아래 놓아주었다.
연수는 '달팽이야 안녕!'하더니 오늘의 관심사인 텃밭으로 쌩 뛰어가버렸다.
오랫만에 쬔 햇빛이 어색한지 긴 더듬이를 이리저리 뻗어보고, 몸도 늘였다줄였다하며 깜빡거리는 달팽이를 엄마 혼자 남아서 오래 지켜보았다.
고맙다, 고맙다... 힘들었을텐데 잘 견디고 살아주어서 고맙다... 고향에서 맘도 몸도 푸근히 잘 살아라..











상추들은 일주일만에 또 엄청나게 자라있었다.
어제 내린 빗물이 마르지 않은채로 달려있었고, 땅은 검고 푹신했다.










씨앗에서 자란 쑥갓도 어느새 무성하게 자라있어서 이모할머니는 이날 쑥갓들을 다 따시고, 그 자리에 다른 것을 또 심으셨다. 연수는 할머니 옆에서 상추따는 법을 조금 배우는 듯하더니... 그에는 큰 관심이 없는지 제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쪼르르 뛰어가버렸다. 











네살무렵의 남자아이에게 제일 관심있는 것은 아무래도 삽인 모양이다.
쪼그리고 앉아 푸성귀를 거두는 일은 역시 여자들의 몫인지..
이 날 우리집 두 남자는 제법 부지런히 밭가를 오가며 힘쓰는 일을 함께 했다.  











지난주 토마토, 가지, 고추에 이어 오늘 새로 심은 것은 쪽파.
이모님이 쪽파 한단을 사오셔서 한뿌리씩 고랑에 가지런히 눕혀놓으셨다.
그리고 흙으로 덮어주셨는데 신기하게 이렇게만 해두면 파는 저절로 뿌리를 내리고 몸을 세운다고 한다.  












아빠는 고추, 가지, 토마토 모종에 버팀목을 세워주었다.
잔가지를 쳐내고 다듬은 긴 나뭇가지를 큰 돌을 구해 깊이 박아주었다.











이 나무가지는 우리 아파트단지 미화원아저씨들께서 가지치기하신 뒤에 버리려고 가지런히 묶어두셨던 것이다. 
버팀목감을 찾던 새댁이 관리사무소에 가서 '한단만 가져가도 될까요?'하고 물어본 뒤에 허락을 얻어 구해두었다. ^^
(뭐 주워오는데는 하여튼 도사라며 신랑은 혀를 끌끌 찼지만... 새로 사는 것보다 이리 재활용하니 얼마나 좋소~~!ㅎㅎ)
신랑 퇴근하기를 기다려 늦은 밤에 세식구가 아파트 화단에 나가 낑낑거리며 굵은 나무단을 들고와 차 트렁크에 실어두었는데
연수도 새댁도 그 야심한 밤외출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러나... 아빠는 힘들다. ^^;;;;
재미있어하는 마누라와 아들을 위해 야심한 퇴근길에 나뭇단을 들고 옮기는 것도, 주말 아침에 늦잠도 못자고 밭에 끌려나와 힘쓰는 일은 도맡아 해야하는 것도.. 고단한 직장인, 서른넷의 젊은 아빠에게는 힘든 일이다.  











'밭 좋아하는 마누라 만나 당신 참 고생많다'고 위로라도 한마디 하면 '그렇지 뭐~' 하고 웃고마는 착한 신랑. 
고마워요.

 









연수도 엄마닮아 밭을 참 좋아한다.
이모할머니 언제 오시나.. 하면서 밭에 갈 시간을 기다리고, 밭에 내려주면 신나서 소리지르며 뛰어간다.
그냥 흙도 막 파보고, 아빠가 버팀목 꽂을때 두드릴 돌을 구한다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좋아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질이나 성정이 여럿있겠지만 나는 무엇보다 연수가 행복을 제 주변에서 잘 찾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밭에서 자라는 작은 채소들, 흙의 감촉.. 푸른 나무 같은 것을 보면서 행복해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아이가 커서 '라디오 수리공'이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좋아하는 노래 한자락, 사람들의 사연 하나에 행복을 느낄 수있는 그런 감수성이 있다면.. 적어도 세상을 불행하게 살 것 같지는 않았다.
행복한 농부, 행복한 라디오수리공, 행복한 커피볶는 사람.. 무엇이 되었든, 소박하고 작은 행복들을 삶에서 키우고 느낄 줄아는 그런 사람으로 살렴... 행복하게 말이야.











상추는 정말 넉넉하게 제 것을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나도 그걸 이웃들과 나눠먹어야할텐데... 어서어서 우리집에 오셔서 상추들 좀 먹어주세요~! ^^











네 평 농사라도 농사는 농사라 어찌하면 작물들이 실하게,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을까...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난주에 이모님이 비료 얘기를 하신 것도 있어서 내 나름대로 한주동안 이것저것 찾아보았다.
토마토를 실하게 키우려면 칼슘을 보강해주는 것이 좋은데, 토마토새댁님이 농민마이스터대학에서 배운 내용을 포스팅해놓으신걸 보니 '먹고 남은 동물뼈를 현미식초에 담가 한달정도 푹 숙성시켜 밭에 뿌려주면 묵직하고 실한 토마토가 달린다'는 내용이 있었다('현미식초에 뼈를 담그며 나는 궁금하여라').
마침 집에 사골곳고 남은 뼈가 있어 만들어볼까 했더니 옆에서 신랑이 말렸다. 
"우리 토마토 다섯 포기 삼었잖아..." 그렇지. 더도 덜도 아니고 딱 다섯포기 심었지..^^ 
그래도 나는 아쉬웠지만 배부른 아내가 일벌리는게 안쓰러운 신랑의 만류를 받아들여 현미식초는 사지 않았다. 

대신....  그래도 토양을 살려주고, 생육에 힘도 불어넣어주고 싶은 마음에 찾아낸 것이 있었으니....
바로 한살림에서 나오는 '흙살림 다용도 미생물'!! ^---------------^










'다용도 미생물'은 국내토착의 유산균, 효모, 광합성 미생물을 고밀도로 배양한 친환경 미생물 제제로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양분 흡수를 도와준다고 한다. 오염된 물이나 하천에서 수질 정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광합성세균도 들어었다.
쌀뜨물에 넣어 발효액을 만들어 싱크대, 하수구, 화장실 청도 등에 쓰면 잡균의 서식도 막고, 찌든 때도 깨끗하게 잘 지워진다.
세척효과도 뛰어나 이 미생물(효소)은 한살림이 만드는 '섬유유연제'같은 제품에도 들어있다.

쌀뜨물 발효액을 만들지 않고 밭에 바로 뿌릴떄는 원액을 100~200배의 물에 희석하여 쓰면 된다.
큰 물뿌리개에 물을 가득 받고, 한 뚜껑 정도 부어주면 배율이 맞다.
 









아빠가 큰 물뿌리개로 두 통 가득 물을 담아서 '다용도 미생물'을 섞어 밭에 뿌려주었다.
나는 곁에서 이 미생물들이 잘 숨쉬고, 잘 살아서 우리 밭의 흙을 더 건강하게, 생생하게 살아있게 해주기를 빌었다.

일본 원전사고 후 방사능 오염에 대한 걱정이 날로 커진다.
방사능물질이 섞인 비를 맞고 자라는 농작물을 먹지 않고 살 수있는 사람은 없고,
그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어 우리가 마시는 강물이 되고, 그 물을 먹은 동물들의 젖과 고기를 또 사람들이 먹으니 최종소비자인 사람의 몸에 축적되는 방사능의 양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한번 몸안에 들어온 방사능물질은 배출되거나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래오래 사람들의 몸안에서 세포변형과 여러 질환들을 일으킨다 하니 이 땅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로서 가끔은 몸서리치게 무서워지곤 한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한다.
내 입에 밥을 넣어 아이에게 줄 젖을 만들어야하고, 큰 아이의 입에 밥숟갈을 넣어주어야한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던가.
그러니 비록 오염된 땅일지라도 우리는 계속 땅을 갈고 씨를 뿌려 농사를 지어야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오늘 하루 내가 사는 것이, 밥을 먹는 것이 모두 숙연하고 절절한 생명활동이란 생각이 든다.

내 작은 텃밭에 미생물을 뿌리며 비록 오염된 땅일지라도 우리의 푸성귀들이, 우리의 아이들이 
그래도 푸르게 씩씩하게 자라주기를, 이 생물들과 땅의 기운을 받아 조금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있기를 빌었다.  











할머니가 연수 손에 무씨를 담아주셨다.











할머니의 손에서 아이의 손으로 전해지는 씨앗.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말할 수없이 뭉클해지던 마음..












씨앗을 뿌리는 손이 참 아름답다. 귀해 보인다.
사람이 손으로 할 수있는 정말 아름다운 일중에 하나가 씨앗을 뿌리고 생명을 키우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는 일이 아이라는 생명을 낳고 키우는 일이라 고맙다.











연수도 작은 손으로 열심히 씨앗을 뿌렸다.
씨앗에는 묘한 매력이 있어서 그것은 참 작은데 눈을 떼지 못하게 하고
그 안에 숨어있을 큰 힘에 끌려 나도 모르게 그만 겸손히 머리숙이게 한다.  

이번에 받은 한살림 소식지에 보니 예전에 한 TV프로에서 아이들이 나와 어떤 단어를 설명하고 어른들이 맞추는 게임에서 
아이가 '씨앗'을 이렇게 설명했다한다.
"이건 작지만 들어있을건 다 들어있어요!"
^^
정말 그렇다. 작고 마르고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이 안에는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
크게, 푸르게, 실하게 자라날 잎과 꽃과 열매가 모두 들어있는 것이다. 

씨앗은 땅을 만나야 제 꿈을 온전히 다 펼칠 수 있다.
그저 집안의 마른 방바닥에서 씨앗을 굴려볼 때랑 흙위에 씨앗을 올려놓을 때의 기분은 확실히 다르다.
씨앗이 꿈을 꾸는게 느껴지고, 숨을 쉬고 바야흐로 어떤 거대한 출발선에 서있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땅위에 뿌려진 씨앗은 정말 아름답다.

땅과 씨앗. 
5월의 푸른 대지위에서 그런 생각들을 해볼 수있다는 것만으로, 아이가 흙과 씨앗을 함께 만지고, 그 둘을 만나게 해주는 큰 일을 제가 하고있다는걸 지금은 그 의미를 잘 모르더라도 어떤 경외감같은 것은 분명히 느끼면서 해보는 것만으로도 참 고맙고 기적같은 일이란 생각에 마음이 뭉클했다.
서울에서 살림을 차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늘 꿈은 꿔왔지만 정말로 이렇게 내손으로 텃밭농사를 지어보는 날이 올거라고는 사실 생각하지 못했었다.
내년에도 우리가 텃밭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부디 그리되기를... 내년에는 어린 평화도 밭머리에 앉아놀게 하고, 제법 더 큰 연수와 씨를 뿌리고 기뻐할 수 있기를.. 그래서 이런 기적이 살아있는 동안 오래 우리 곁에, 내 삶에 허락되었으면 좋겠다고 밭머리에 서서 한참 생각하다 돌아왔다.
 











++ 다용도 미생물은 여러 곳에서 판매한다.
한살림에서는 '흙살림'이라고 유기농업을 지원하기 위해 땅의 살리는 방법을 연구, 보급하는 활동을 하는 곳에서 제조한 미생물을 판매하고 있다. (흙살림 홈페이지를 링크해두었어요. 찾아가면 '장보기'란이 있는데 거기에 집에서 쉽게 채소를 기를 수있는 '그로우백'을 판매하고 있어요. 텃밭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집안에 작은 텃밭을 만들 수 있는 예쁜 그로우백도 한번 살펴보시길~!^^) 
가격은 1L에 4,900원. 우리같은 소규모 텃밭에서는 두고두고 오래 쓸 수있는 많은 양이다.    
한살림 인터넷 장보기 사이트에서 '생활용품' 코너로 들어가면 찾을 수 있다.
(한살림 장보기 사이트 바로가기)










Posted by 연신내새댁
생명/한살림.농업2011. 5. 18. 22:54









4월에 첫번째 마을모임을 성황리(^^!)에 마쳤던 강일동 햇살모임의 5월 모임이 12일에 있었다.
역시나 우리집에서 걸어서 갈 수있는 가까운 단지의 조합원님댁으로 부지런히 고고씽~~! ^^

도착하니.. 와~~~! 이렇게 멋진 다과상이 마을모임 조합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
입이 함지박만해진 연수와 엄마, 인사를 마치자마자 포크부터 잡고 본다.









보리카스테라와 참외는 동부지부에서 지원하셨고, 지난달 모임후 신규조합원으로 가입하신 집주인 조순숙님께서 수박과 함께 멋진 '쌀케잌'을 준비해놓으셔서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와!  









한살림 멥쌀가루(유기농멥쌀 100%, 건식, 500g에 가격은 3300원이다)와 우유 180ml를 섞고, 거기에 집에 있는 각종 호두와 팥앙금, 해바라기씨 등의 견과류를 넣어 뚜껑있는 압력 후라이팬에서 '그냥' 굽기만 했다는 쌀케잌은 정말 쫀득쫀득하고 달콤하고 맛있었다.










와와~~!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지고, 다음 모임에서는 이거 만드는 법을 배우자는 얘기부터, 이렇게 멋지게 다과상을 차리면 다음 모임하는 집에서는 부담스러워서 어쩌냐~ 하는 웃음섞인 찬사가 쏟아졌다.
무튼 조순숙님 브라보~다. 아이들 간식으로, 손님상 특식으로 참 멋졌다. ^^  

한살림 멥쌀가루가 궁금해서 '한살림 인터넷 장보기'에서 찾아보니 이용후기란에 쌀가루로 증편, 백설기 등을 만드는 방법도 조합원들끼리 서로 묻고 알려주고 있었다.   
세상에는 정말 멋진 아줌마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특히 '집에서 떡만드는 아줌마'들은 정말 존경스럽다.
아..... 나는 언제쯤........--;;; 











10여명의 조합원분들이 차례차례 모이고, 반가운 인사와 함께 모임이 시작되었다.
동부지부 활동가인 황선화님이 준비해오신 안건지를 함께 읽는 동안 아이들은 엄마들 뒤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잘 놀았다. 
문득.. 엄마들이 이렇게 모여 뭔가 같이 나눠먹고, 얘기도 나누고, 글도 함께 읽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궁금해졌다. 
글읽는 엄마 모습, 회의(?)하는 엄마 모습.. 함께 웃는 이웃 아줌마들의 환한 얼굴. 
햇살모임이 엄마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내는, 그래서 엄마의 낮시간 모임에 늘 함께 따라다니는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그럴거라는 생각에 새삼 이 시간과 사람들이 참 고마웠다.  











연수와 현준이는 똑같은 네살, 개월수도 거의 비슷한 친구다.
지난번 마을모임에서 처음 만났을때는 서로 투닥거리기도 하고 낯설어했는데 이번에는 둘 다 조금더 편안하게 지냈다.
아이들에게는 익숙해진다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다.
낯선 곳, 낯선 사람들을 보면 불편함이나 두려움을 느끼고, 낯선 친구들에게는 예민하다못해 공격적이 되기도 하는 연수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특히 많이 한다.
도시에서 아이를 키우자면 안정적인 이웃들과의 교류, 안심할 수있는 마을공동체 같은 것이 참 절실하고 중요하다는걸 점점 절감하게 된다. 











어른들은 단 한번 만났을 뿐인데도 다시 보니 왜 이렇게 반갑냐며 오랜 친구들처럼 재미있는 얘기들을 깔깔거리며 나누고 활짝활짝 웃었다.
엄마들이 웃는걸 보면 나는 왜이리 좋은지..^^











아는 큰 언니, 작은 언니들 같은 마을모임 조합원들.

동부지부의 많은 분과모임과 소모임 소식들, 마을별 햇살모임 소식, 그리고 5월의 한살림 이용촉진물품인 참외와 오미자쥬스 이야기까지 들은 다음, 이번달에 나누는 이야기로 '에코 밥상을 실천하려면 이것부터 바꿔라'라는 주제의 제법 긴 글을 함께 돌아가며 읽었다.
한살림 마을모임을 하며 새삼 느끼는 것인데, '안건지'라는 것이 참 별것 아닌것 같아도 모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큰 학습&교양자료가 되는 것 같다. A4 2쪽 분량의 긴 글을 함께 읽고, 그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어지간한 세미나에서 발제문을 읽고 토론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한살림 마을모임들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하게 되느냐에 따라 조합원 개개인은 물론 한살림 전체의 질적인 성장에도 참 큰 영향을 미치겠구나... 싶고, 새삼 풀뿌리조직 차원에서의 편안하지만 깊이있는 토론, 공통의 지향이나 가치를 공유하는 일의 중요함 같은 것을 생각해보았다. 
서울 조합원만 14만, 전국적으로는 30만명에 가까운 조합원이 있는 큰조직인 한살림의 조직내 민주주의와 건강한 생협으로의 지속적인 발전을 두고 여러가지 우려와 권고가 있다는 이야기를 지난호 녹색평론에서 읽었었는데
마을모임을 보면서 새삼 우리안에 있는 가능성과 희망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마을모임은 편안하고 살갑고 부담없고 정겨운.. 그 여린 새싹같은 느낌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이야기거리를 얼추 마친 다음 오늘 함께 해보자고 했던 '썬스프레이 만들기'를 진행했다.






(사진순서는 1-2-3
                 4-5-6 입니다)







한살림  썬스프레이에는(썬크림도 마찬가지지만) 인공계면활성제, 인공향, 인공색소, 인공방부제가 들어가지 않는다.
들어가는 물질은 이름은 좀 어렵지만, 가지수로 보면 참 몇가지 안되는 단순한 구성이다.

+ 들어가는 것들
수상층: 알로에워터100. 정제수50
유상층: 호호바1.5, 블랙쎄써미1.5, 썬업솔버1.5,유화왁스2
첨가물질 1: 글리세린1, 히아루론산1, 이산화티탄리퀴드3(자외선 차단효과 SPF25~30), 나트로딕스0.5
첨가물질 2: 에센셜오일 라벤더 4방울

++ 만드는 방법

1. 수상층을 먼저 계량해서 핫플레이트에 올려둔다. (50~60도)
2. 유상층을 차례대로 계량해 핫플레이트에 올리고(50~60도), 유화제가 반쯤 녹으면 잔열에 녹을 수 있도록 내려둔다.(너무 고온으로 올라가면 안됨)
3, 수상층을 유상층에 부어 핸드블렌더로 믹스한다.(미지근한 상태까지)
4. 나머지 첨가물을 다 넣은 다음 핸드블렌더로 다시 잠깐 돌려주고, 아로마를 넣고 주걱으로 잘 믹스해준다.(수작업을 오래 할 수록 더 좋아요)



오늘 모임에서 만드는 법을 보여주기위해 지부사무실에서 두번이나 미리 연습을 해보셨다는 황선화 활동가님.
차분하고 진지하게 만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몇번 안뵈었지만 참 푸근하고 따뜻한 인상을 전해주는 활동가신데 중학생 아들을 둔 엄마시기도 하다. 알고보니 작년에 가족들은 두고 혼자 6개월간 중남미 베낭여행을 다녀오시기도 한 멋진 분이었다! 
언니, 저도 중남미 가고싶은데요~~!! 다음에는 남미여행 이야기를 꼭 들어봐야겠다. ^*^












다 만들어진 썬스프레이를 뿌려보니 산뜻하고 시원한 느낌! 향기도 은은하고 참 좋다.
외출준비 다하고 나서서 '아, 썬크림!'하고 뒤늦게 바르느라 바쁠때가 많은데 가방에서 꺼내 아이 얼굴에 쒸익~ 뿌려주면 좋겠다. 잘 흔들어서 뿌려주면 손으로 살짝만 두드려주면 될만큼 얇고 고르게 뿌려진다.
 
지금 찾아보니 '썬프레이'는 아직 한살림에서 판매하지 않는다. 아쉽지만 썬크림으로 만족해야할 듯 하고, 썬스프레이는 아마도 마을모임 차원에서 이렇게 만들 수 있을 정도이니 곧 출시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요즘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중에 아토피없는 아이들 찾기가 어렵다는 말도 있고,
어른들도 한가지쯤 피부알레르기나 트러블 없는 사람이 드문 것 같다.
이날 모인 조합원분들 중에도 햇빛을 많이 받으면 살이 금세 부풀고 가려워진다는 분부터
아토피로 오래 고생했는데 아이들도 어른들도 햇볕을 많이 쬐니 오히려 아토피가 한결 덜해져서 썬크림만 바르고 얼굴과 몸에는 최대한 햇볕을 많이 쬐어주려고 한다는 분도 계셨다.











썬스프레이가 만들어지는 동안 황선화님이 미리 만들어오신 썬스프레이를 발라보며 조합원들이 직접 평가해보기도 했다.
감촉과 향기가 좋아 마음에 든다는 의견이 많았고, 피부가 예민하다고 자부하는 분들도 이상반응이 없어 안심하고 쓸 수 있겠다는 자체진단이 그 자리에서 바로 내려지기도 했다. ㅎㅎ










사실 새댁도 처녀적에 심한 여드름으로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몸을 산성에서 알칼리성으로 바꾸기위해 토마토랑 삶은 감자링 물만 먹는 부분단식도 해보고, 
피부과에서 독한 약품을 잔뜩 쓰고 먹으며 여드름 치료를 받기도 했다. 
20대의 끝무렵이었던 그 시절, 한창 여드름이 심할때는 지하철을 타기가 겁날 정도였다. 
전철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내 얼굴을 한번씩 더 쳐다보는 것, 특히 아주머니들의 딱해하는 눈빛, 혹시 '어쩌다 그렇게 심해졌냐?'하고 물어보기라도 할까봐 사람들 많은 곳은 되도록 피하고 싶을 정도였다. 

제일로 극심하던 시절은 결국 독한 피부과 약(복용후 6개월정도는 임신도 하면 안되는)을 쓰면서 지나갔지만
좀 덜해진 뒤에도 화장품을 고를 때나 음식을 먹을 때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 
조금만 화장품 냄새가 강한 제품을 쓰면 얼굴이 전체적으로 빨갛게 변했고, 인스턴트 식품을 먹으면 바로 여드름이 뾰족하게 돋아올랐다. 
결혼하면서부터 먹거리와 함께 세안제와 스킨로션도 생협 제품을 쓰고있는데 다행히 여드름이 처녀적보다 훨씬 좋아졌다.  
  










이웃분들 덕분에 새롭게 배우고 알게되는 것이 참 많다.
이번에 썬스프레이를 만들면서 화장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는데 시중 유아동 로션제품에 들어있는 화학물질과 방부제 같은 것들이 아이들의 피부건강뿐만 아니라 호르몬 계통에도 영향을 미쳐서 '성조숙증'을 유발하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발라줄 로션과 썬크림 같은 제품도 참 신중하게 골라야겠다.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이 들어있지 않은, 천연재료로 만든 로션제품들을 찾아쓰거나.. 그마저도 적게 써야겠다 싶었다.

한살림의 비누들이나 로션 제품들을 특히 안심하고 쓸 수있는 것은
그것들이 물에서 잘 분해되어 물과 땅을 오염시키지 않는만큼 사람의 몸도 덜 오염시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연에 해로운 것은 사람에게도 해로울 것이다. 사람도 자연이니까... 
아무리 향기가 좋고, 머리결을 부드럽게 해주고, 얼굴을 반짝거리게 해준다한들 그것이 몸속을, 그리고 물과 땅을 오염시키는 것이라면 멀리하는 것이 우리 모두를 건강하게 살려주는 길이 아닐까. 

이런 이야기들을 주고받는 동안 문득  이 험한 시절에 자연도 살리고 사람도 살리는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은 생협과... 바로 이런 이야기들을 서로 알려주고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이웃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바탕 이야기를 풍성하게 나누고 돌아오는 길, 연수는 새로운 놀이터에서 한참을 잘 놀았다.
이제 한살림 햇살모임에 가면 어떤 일들이 있을 것인지 연수도 제법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형아누나들의 재미있는 장난감과 책도 많이 읽고, 그리고 새로운 동네 놀이터에서 놀 수도 있다. 
연수도 '햇살모임'을 좋아할 것 같다. ^^

어른들도 너무 좋아서 5월에는 한번 더 모이기로 했다.
해보고 싶은 것, 같이 가보고싶은 곳이 많아서이다.
5월 24일에는 이소무라님 댁에서 '김치 담그기'를 해보기로 했고, 6월 초에는 동부지부의 환경분과 분들과 함께 텃밭에 놀러가기로 했다. 와~ 바쁘고도 즐겁다! ^^

새댁은 예정일이 6월 10일인 관계로 잘하면 둘 다 갈 수도 있고, 잘하면 또 둘다 못갈 수도 있다. ㅎㅎ  
평화가 일찍 태어나면... 다음달 햇살모임은 못가겠지만 그만큼 햇살모임에 다시 나가는 날도 빨라지는 거겠지...하고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래야겠다.
햇살모임은 바로 우리 동네에서, 언제나 햇살같은 온기를 담고 따뜻하게 열리고 있을테니까 말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