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 2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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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 퇴근하고 돌아온 신랑의 신발 옆에 제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해놓고 사진을 한장 찍어보았습니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았다고, 얼마나 고단하냐고..
새로운 내일이 찾아올 때까지 포근하게 서로 다독여주며 이 밤도 오손도손 잘 쉬어주자고...
신발들이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지인들의 결혼소식이 많이 들리는 요즘입니다.
결혼.. 참 좋은 것 같아요. ^^
서로 아껴주고 마음껏 안아주고 보듬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참 고맙고 좋은 일입니다.
그리고 누구나 그렇겠지만 마음안에, 그리고 실제 삶에
한 사람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의 자리를 마련하게 되면
그만큼 스스로 변화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 내가 이럴 수도 있네?'하고 자신에게도 놀라게되는 날들.

며칠전에 정호승 시인의 시집을 읽다가 어울리는 사진을 찍어 한번 올려두고 싶었던 시가 있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맨 마지막 구절에 박수를 보냅니다. ^^;
참, 이 봄- 결혼을 결심하거나 또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께도 마음에서 우러나는 축하와 격려를 보냅니다! ^^



결혼에 대하여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 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깍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깍아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콧등에 땀을 흘리며 고추장을 보리밥에 맛있게 비벼먹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하지 않고 치울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나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고단한 별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가슴의 단추를 열어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은 전깃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책갈피 속에 노란 은행잎 한 장쯤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오면 땅의 벌레 소리에 귀기울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깊으면 가끔은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속삭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이 필요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며
결혼도 때로는 외로운 것이다

- 정호승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중에서.  
Posted by 연신내새댁
밥상2008. 3. 19. 20:51

오랫만에 요리 블로그를 쓰네요~^^
새댁은 요즘도 매일매일 한두가지씩 도시락 반찬요리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조리대옆 밥솥트레이에는 '좌절금지' 사진도 출력해 붙여놓고 말이죠~
그래도 가끔은 '좌절'하지만, 꿋꿋하게 조금씩 조금씩 요리를 연마하고 있답니다. 아... 30년뒤엔 엄마들같은 일류요리사가 될 수 있을거예요!

오늘 올리려는 요리의 주메뉴는 '소스'입니다. ^^
탕수육을 시키면 한그릇 푸짐하게 따라오는 바로 그 '탕수소스'죠.
이걸 만들기위해 '감자가루(녹말가루)'도 특별히 장만했습니다.(감자가루는 조금큰 슈퍼에 가면 있어요~^^;)

탕수소스로 새댁은 이런저런 튀김이나 구이, 볶음에 응용하는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올릴 두 요리는 다행히 '성공작'이었는데요- 실패한 것들은 후에 다시 도전해보고 올리겠습니당^^

자, 먼저 탕수소스를 만들어 볼까요~ 은근 간단합니다.^^

<탕수소스>

* 재료: 설탕(12), 식초(6), 진간장(2), 녹말가루(3), 당근, 양파, 청경채, 파인애플 그외 넣고싶은 과일, 야채 등등

* 이렇게 만들었어요~    

1. 설탕(12)에 같은 양의 물을 붓고 식초, 진간장을 넣은후 잘 섞어 놓습니다. 중요한 것은 '비례'입니다. 저는 양을 좀더 넉넉하게 하고 싶어서 물과 설탕을 같은 비율로 좀더 많이 넣었어요. 식초와 간장도 덩달아 조금씩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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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작은 그릇에 녹말가루(3) 역시 같은 양의 물을 부어 잘 섞어 녹말물을 만들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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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각종 야채를 다듬어 놓습니다. 야채는 붉은색, 푸른색, 흰색, 노란색 등이 골고루 섞이면 더 예쁩니다^^
저는 집에 푸른 야채가 양상추밖에 없어 그걸 넣었는데 너무 퍼져버려 그닥 예쁘지 않았어요. 좀더 단단한 푸른 야채를 쓰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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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번 탕수소스국물을 끓이다가 양파, 당근, 양상추(푸른 채소) 순으로 넣어 익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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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자, 이제 마지막으로 '녹말물'을 부어줄 차례입니다. 녹말물을 넣으면 순간 부글 끓어오르면서 국물이 걸쭉해집니다. 잘 저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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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여 '탕수소스'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러면 이제 소스를 붓거나 찍어먹을 뭔가가 있어야겠지요^^
새댁은 닭가슴살구이와 명태살튀김을 해보았습니다.


<탕수소스 닭가슴살구이>

* 재료: 닭가슴살 2조각, 와인(2), 소금, 후추가루 조금씩

*이렇게 만들었어요~

1. 닭가슴살을 와인에 잠시 재워둡니다.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려 밑간도 해놓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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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노릇노릇하게 후라이팬에 잘 구운 다음, 탕수소스를 뿌리면 새댁표 '탕수소스 닭가슴살구이' 완성~!^^ 힛. 너무 간단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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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빵을 찍어먹어도 새콤달콤 맛있습니다. (소스 하나로 너무 다 해결하는듯...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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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수소스 명태살튀김>

*재료: 명태살 2줌(명태살이나 대구살은 생선가게에서 '전'할거라고 얘기하면 잘라주시기도 하구요, 마트에서는 생선가스용으로 냉동한 것을 팔기도 합니다) , 튀김가루(3), 튀김가루물

*이렇게 만들었어요~

1. 촉촉한 명태살에 튀김가루를 앞뒤로 잘 묻혀 놓습니다. 남은 튀김가루는 물과 1:1로 섞어서 '튀김가루물'을 만들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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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튀김가루물에 명태살을 한번 더 담가서 튀김옷을 완전하게 입힌 후, 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구워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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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서 속살까지 익힌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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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도시락반찬 그릇에 담고 탕수소스를 뿌려주면 '탕수소스 명태살튀김'도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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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탕수소스의 활용도는 무궁무진 합니다. 버섯을 구워 찍어먹어도 맛있구요, 만두튀김에 뿌려먹어도 좋지요~
아. 탕수육도 물론 좋겠지요? (끓는 기름에 튀길 엄두가 안나 새댁은 정작 '탕수육'은 아직 못해봤어요-^^;;)

예전에 만들었던 도시락반찬들 사진을 올리다보니 문득 요즘 신랑의 도시락반찬에 너무 '풀'만 무성한 듯하여 약간 반성이 됩니다.. 곧 맛있는 고기반찬을 시도해볼께요.
울 신랑을 비롯해 봄이라 왠지 몸이 나른하고, 피곤한 모든 분들... 힘내십시요!!
새댁도 의욕을 좀더 내봐야겠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2008. 3. 18.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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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밤, 철분제를 먹고 한참 토하고 설사한 날이 있었다.
임산부 빈혈을 예방하기 위해 먹어야하는 철분제는
꼭 첫 날에는 복통과 구토를 일으킨다.
처음 먹을때도 그랬는데, 한 통을 다 먹고 종류를 바꿔 새 약을 먹기 시작한 첫 날도 그랬던 것이다.

밤새 끙끙거리는 내 옆에서 안절부절하다 잠이 든 신랑이
아침에 쌀죽을 끓여 주었다.
김치 한쪽에 따뜻한 쌀죽 한 숟가락씩-
꼭꼭 씹어서 먹어주니 밤새 불안과 복통에 시달렸던 몸과 마음이
봄눈녹듯 스르륵 풀어지는 것 같았다.

오늘 문득 그 쌀죽 사진을 다시 보니
말갛고 뜨겁던 온기가 다시 느껴지는 듯 하다.

저녁먹고 앉아 펼쳐보다 울컥했던 정호승씨의 시 한편도 같이 올린다.

*


그리운 목소리


나무를 껴안고 가만히
귀 대어보면
나무 속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행주치마 입은 채로 어느 날
어스름이 짙게 깔린 골목까지 나와
호승아 밥 먹으러 오너라 하고 소리치던
그리운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 정호승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중에서.


Posted by 연신내새댁
신혼일기2008. 3. 13. 09:33
어제는 오랫만에 봄밤 외출을 다녀왔다.

종종 좋은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만나게 되면 늦도록 밖에 머무는 일이 있지만
그래도 거의 매일 밤이나 새벽에 귀가하던 어떤 시절들에 비해보면
정말 가뭄에 콩나듯 밤외출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또 한가지, 요즘 밤외출에는 꼭 든든한 동행이 한 명 붙는다는 특징이 있다.
이 동행이 없으면 실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 멀고
혼자 걷다보면 쉽게 기진맥진해져서 밤외출할 엄두가 도통 안난다.
^^

어제는 오랫만에 신랑과 그의 좋은 벗들과 유명한 미술전을 보고
꽤 유명한 듯한 '마늘소스 통닭'도 맛있게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미술전의 감상은 따로 쓰기로 하고..
어제 외출의 여독으로 아직 몸이 노곤한 오늘 아침에는 어젯밤 마주쳤던 풍경들에 대한 단상만 쓰려한다.

풍경1.
시청역 11번 출구 근처 골목의 밤풍경.
밤 11시쯤 되었는데도 거리는 술집으로 향하는 직장인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11시면.. 새댁은 이제 잘 준비를 슬슬 하는 시간이고,
신랑은 언제 오나.. 졸린 눈을 비비며 시계를 쳐다보는 시간이다.
아마 그들의 가족들도 그렇게 졸린 눈을 비비며 가장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루종일 일거리와 사람에 치일대로 치여
일그러진 얼굴과 피곤한 어깨를 한 그들은
업무의 연장이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가벼운 한잔이든
이 봄밤, 술 한잔을 마저 마시지 않을수 없는 상황인 듯 했다.
비틀비틀.. 취한 봄밤이 우리 가장들의 고단한 어깨위에 네온사인 불빛과 함께 내려앉는 풍경.

풍경2.
12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 버스 안에서 거리를 구경하는데
술집들말고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일련의 가게들이 눈에 들어왔다.
빵집들이다.
다른 가게들은 다 셔터를 내리고 돌아갔는데 유난히 환한 빵집들의 불빛이 눈을 끌었다.
이것참.. 장발장도 아닌데, 나라도 그 빵집 앞을 그냥 지나치진 못할 것 같은 기분.
밤늦게 귀가하는 취한 아버지, 피곤한 어머니, 삼촌이모들, 아들딸들이
무거운 피로를 떨쳐내고  저 빵처럼 가벼운 희망이라도 한봉지씩 사들고
잠든 아이들과 가족들에게로 돌아가는 것일까.
'빵집 알바들.. 엄청 힘들겠다... 야간 수당들은 받나...? 못 받겠지..? 받아야할텐데..'
길게 늘어선 빵집 행렬을 보니 궁금한 것들도 꼬리를 물고 길어졌다.

풍경3.
다행히.. 우리 동네 학원가의 창문들은 어두웠다.
내 학창시절은 밤10시 야자를 마치면 독서실 봉고차에 몸을 싣고 독서실로 가
다시 새벽 1시, 2시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가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봉고차에서 내려 독서실의 약간 어두운듯 환한 창문들(개인 책상에서 나오는 스탠드 불빛만 창문에 어리므로)을
올려다보던 순간의 작은 절망감.
학원들은 그래도 밤 12시까지 불이 켜져있진 않구나.. 안도스러웠다.
그런데 하룻밤 사이에 세상이 바뀌어서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서울시의회에서 서울 학원들의 24시간 영업을 허용하는 조례개정안을 상임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모양이었다.
본회의 통과도 일사천리일 것 같단다.
다음에 밤외출을 하고 돌아올때는 학원들이 많은 우리집 앞거리는
12시에도 불야성을 이루고 있게 될까..
그 시간까지도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학원 책상앞에 붙들려 앉아있는 모습을 봐야할까.
아이들은 피곤에 절어 통조림속의 참치들같이 퍽퍽해지고
어른들은 그 학원비를 벌기 위해 몸과 생의 모든 윤기들을 다 쥐어짜이게 될 것이다.
...

화려하고 밝은 도시의 밤.
그러나 잠들어야할때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삶이
그 시간에도 흔들리며 가는 사람들로 가득찬 버스와 지하철 안에 흘렀다.
       
오랫만의 밤외출-
몸은 노곤하였으나 공기는 사람들 입김처럼 따뜻했다.
힘든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고, 또 하루를 살고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별 것 아닌 내 위로라도 보내고 싶은 날이다.
 
... 아무쪼록 올해의 봄밤은
사랑하는 이에게 긴 편지를 쓰거나
또 하루 늙어진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손으로 쓸어주거나
새로운 세상과 꿈을 위해 불밝히고 모색하고 실천하는 데 쓰였으면 좋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신혼일기2008. 3. 11. 21:51

길을 나서면 녹은 땅을 박차고 나온 새싹들과 나무에 움트는 새순들도 만나고
학교에서는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도 만나고...
사랑을 고백하는 무슨무슨 데이들도 많은 봄은 아무래도 만남의 계절입니다만,
새댁은 요즘 오래된 습관 하나와 헤어질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 습관은 바로 '산만함'입니다.
이 녀석은 '우유부단'과 함께 새댁 성격의 2대 특질중 하나로서
지난 30여년간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며 새댁의 삶 한귀퉁이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었던 녀석입니다.

이것저것 여러가지 일을 벌려놓고 동시에 진행하기는 기본이요,
그러다 그중 그닥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시간과 관심을 쏟아 한나절을 후닥 날리기 일수입니다.
책도 이 책 조금, 저 책 조금 섞어서 보고,
이 생각하다 불쑥 저 생각이 나면 또 그걸하고.. 그러다 다시 다른 생각과 일에 사로잡힙니다.

생활의 다른 어느 것보다 글을 쓰는데서 이 산만함이 진가를 발휘합니다.
주제와 크게 상관없는 작은 것에 집중하여, 관련된 자료들을 한참이나 찾고 읽고 정리해서 본래 글속에 끼워 넣습니다.
그러기를 여러차례 반복한 후..
완성된 글은 무거운 곁가지들을 감당하지 못해 쓰러지기 일보직전인 갸날픈 나무 한그루 같이 되어버립니다.
 
축 늘어진 곁가지들을 쳐내고, 뿌리부터 잎새까지 단단하게 잘 자란 나무같은 글.
주제가 선명하고, 근거와 자료들이 알맞게 제시된
집중과 균형이 잘 잡혀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은데요-
휴..
그러려면 산만함이란 녀석과 이제는 진짜로 이별을 해야합니다.

산만함과 이별하기 위한 첫번째 과제는 '느긋해지기' 입니다.
사실 산만함은 이상한 '조급함'과 커플로 찾아오곤 합니다.
뭔가 약간 마음이 불안할때, 조급하거나 초조할 때
불현듯 '이걸 해볼까? 저걸 해볼까?' 하는 충동이 찾아와 행동으로 옮겨지곤 하거든요.
음... 실은 이 글도 역시 이런 불안함의 산물이긴 합니다.

저녁먹고 책상앞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내일이면 벌써 수요일...
어정어정하다보면 어느새 이번 한주도 훌쩍 다 지나가 버리게 생겼더라구요.
해야할 일들은 정해져있고 받아놓은 날도 정해져 있는데
이번주도 큰 진전을 보지 못할듯해 마음은 급해지고..
그러다 오늘 하루도 참 산만하게 보냈구나.. 하는데 생각이 미치자
이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좀 불어넣어 주어야겠습니다.
잘 할 수 있을거야. 조금씩 천천히 가면 돼.
조금씩은 흔들리더라도 중심 잃지 말고 한발한발 집중해서 걸어가면 돼..

산만함과 이별하기 위한 두번째 단계로 새댁은 시간표를 짰습니다.
우선은 무엇을 하기로 한 시간에는 딱 그것에만 집중할 생각입니다.
다른 것이 하고싶거나, 생각이 나도.. 잠시 후로 미루고.. 우선은 정해놓은 그 일에 충실하려고 노력해보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생활에 중심이 조금은 더 잡히겠지요?

음.. 그리고 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산만함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알려주세요~!! ^^

형체도 없는 마음 하나 다스리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그러고보면 세상에 쉬운 일이 참 하나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이나 세상의 변화는 그렇게 쉽게 소망하면서도
정작 내 마음 하나, 내 삶의 자세 하나 변화시키는 것은 어려워합니다.

그러나 부단한 계절과 자연의 운동은 변화와 성장의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새봄, 새댁도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조금 더 힘을 내보겠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이웃.동네.세상2008. 3. 6. 14:42

봄볕이 무척 따뜻해보였던 어제,
새댁은 아장아장.. 실은 뒤뚱뒤뚱 걸어서
연신내역근처에 있는 '아름다운 가게' 연신내점에 다녀왔습니다. ^^
바람이 여전히 차갑긴 했지만, 그래도 어딘가모르게 살짝 부드러워진 것 같았어요.

연신내역 2번 출구에서 나온 방향으로 조금 걸어가다보면 왼쪽으로 연서시장이 길게 펼쳐집니다.
시장 골목을 걸어가는 것은 언제나 설레는 일입니다.
호떡, 찐빵, 도너츠같은 군것질거리들이 제일 먼저 새댁의 눈을 사로잡지요. ^^
오뎅꼬치의 유혹을 가까스로 비켜나 골목으로 좀더 들어가면
봄나물들이며, 각종 채소와 반찬들, 과일(싱싱한 딸기가 가격이 많이 떨어졌더군요~ 와~^^)들, 생선과 조개들이
좌판마다 싱싱하게 쌓여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았는데.. 장사가 잘 되는지는 알 수 없었어요.
새댁은 집까지 무겁게 들고가기가 무서워 지갑을 잘 열지 않았지만
시장 분들 얼굴이 그닥 밝지만은 않은 것이 다른 사람들 지갑도 이런저런 이유로 햇빛을 잘 못보나 봅니다.

연서시장을 다 빠져나오면 작은 상가건물들이 나타나는데
그중 한 곳에 '아름다운 가게'가 있습니다.
시민들이 기증한 헌 물건을 잘 손질해서 판매하는 곳인 '아름다운 가게'는
수익금 전액을 우리 사회의 약자와 지구촌 곳곳의 여성, 어린이들의 자립을 돕는 기금으로 사용하는
비영리 시민단체입니다.

아름다운 가게의 예쁜 로고와 간판도 눈에 잘 띄는 편이고, 이번 토요일에 열릴 '연신내점 개관 2돌잔치' 현수막도 시장이 끝나는 큰길가에 붙어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았어요.

가게에 들어서니... 우와 의외로 사람이 많았어요!
자원활동가인 분들도 여러분 계셨고, 물건을 사러오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새댁이 가게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동안
평일 오후인데도 아주머니, 아저씨,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엄마와 아가씨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제일 많은 것은 역시 옷,
그 다음은 신발과 가방, 책, 접시.컵 등의 소소한 그릇 종류가 많았구요
다른 물품은 아직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옷들이 정말 예쁜게 많았어요! 가격은 또 어찌나 싼지~!! ^^
눈이 휘둥그레진 새댁, 열심히 이쪽저쪽을 오고가며 결국 옷을 세 벌이나 고르고 말았습니다.
원래는 더 많이 골랐는데.. 제가 다 입을 순 없고 누구에게 선물할까.. 궁리하다가 결국 내려놓고 말았습니다. ㅠ

헌 옷들이 주로 많지만, 의류회사 차원에서 기부한 새옷들도 많았습니다.
'랄프 로렌'이라는 유명 의류브랜드의 기부품도 따로 한쪽에 있었는데 음.. 3천원, 5천원 하는 다른 예쁜 옷들을 보다가
아름다운 가게에서는 나름 '고가품'인 3~4만원대의 그옷들을 보니 선뜻 손이 잘 안가더군요. ^^
원래 가격은 십여만원을 호가할 그 옷들이 아름다운 가게의 수수한 옷걸이에 걸려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아름다운 가게는 '나눔과 순환'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이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너무 많이 생산하면서 끊임없는 소비에 중독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최소한의 것도 부족해 고통받는 우리 시대..
서로 가진 것을 조금씩 나누고, 가치있는 것들이 함부로 버려지지 않도록 순환시켜
모두의 생명을 살려나가겠다는 그 가치가 참 마음에 듭니다.
자기것을 쪼개 기부하고, 또 그렇게 기부된 물건을 구매해서 유용하게 쓰면서 그 기금이 사회 곳곳에 조금의 희망이라도 나눠줄 것을 생각하며 기뻐하고...
단순해보이는 재활용이 이렇게 아름다운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해준
아름다운 가게의 아이디어와 열정에 감사를 보냅니다.

새댁도 뭔가 기부할만한게 없을까.. 가게로 출발하기전에 집안을 구석구석 봤는데
무거운 것들 빼고 가볍게 들고갈만한 것을 찾지못해(새댁이 워낙 뭘 잘 쌓아두는 성격이라 그렇기도 합니다만 ^^;;) 
빈손으로 가게에 들어선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돌아오는 손은 묵직했습니다.
3500원짜리 니트티셔츠와 원피스, 5500원짜리 가디건 한벌이 오늘 새댁의 소득입니다. ^^

기증받은 헌 물품들을 정리하고, 수선하고, 판매하는 모든 일들이
연녹색 앞치마를 입은 평범한 우리 이웃 아주머니, 아저씨들의 자원봉사로 이루어지고 있는 아름다운 가게-.
자연의 봄과 함께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사회에도
연녹색 희망의 봄이 더 넓고 튼튼하게 뿌리내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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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신내새댁
밥상2008. 3. 5. 18:06

경칩! 개구리들이 폴짝 깨어난다는 오늘-
새댁이 뒤늦게 올리는 요리는 '냉이무침'입니다.

봄내음 물씬 나는 냉이를 재료로 된장국도 끓여먹고 하다가... 얼마전에 남은 냉이로 무침을 만들어 신랑과 양푼에 슥슥 비벼먹었었답니다.

* 재료: 냉이 한 줌(더 많으면 좋았을껄..ㅠ), 고추장(1.5), 식초(0.5), 참기름(0.5), 깨소금(0.5), 다진 마늘(0.5), 물엿(1). 소금 약간.

* 이렇게 만들었어요~

사실 넘 간단해서 올리기가 부끄러운데... 기왕 시작했으니-^^;;
 
1. 잘 손질한 냉이를 끓는 물에 넣어 삶습니다. 익었는지 알아보려면 뿌리를 살짝 뜯어 먹어봅니다.. 말랑말랑하면 잘 익은 것이죠~ 삶을때 소금을 좀 넣으면 냉이에 짭잘한 간이 살짝 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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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삶은 냉이를 체에 받쳐 건진 다음, 찬물에 헹궈서 시원하게 만든뒤 양푼에 담습니다.
그 뒤에는... 위에 적힌 양념들을 몽땅 넣어 조물락조물락 잘 무칩니다.
한번 맛을 보고 뭔가 좀 이상하다 싶으면 양념을 조금씩 추가합니다... 저는 주로 고추가루와 물엿을 좀 더 넣습니다^^;;  물엿은 무침요리할때 단맛을 내기위해 쓰는데요, 바로 먹을 것이면 물엿을, 좀 보관하면서 먹을 것이면 설탕을 넣는게 좋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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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완성된 냉이무침을 한켠으로 모아두고 밥, 계란후라이, 기타 더 넣고싶은 것..(청국장 건더기랄지.. 열무김치라든지.. 아무거나!)을 다 넣고, 참기름 한방울 떨군뒤 숟가락을 꽂아서 내놓는 것으로 봄맞이 양푼비빔밥 완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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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느새 출출한 걸보니 저녁시간이 다 되었네요. 시장에 나가보니 달래, 쑥, 돗나물 같은 봄나물들이 할머니들의 좌판위에 어느새 예쁘게 등장했더군요... 조만간 달래무침도 한번 도전해봐야겠습니다.
음~ 모두 맛있는 저녁식사 하시고, 새봄 감기 걸리지않게 조심하세요! ^^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3. 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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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오늘은 바람도 시원하고 햇살도 따뜻하여 정말 새봄이 시작된 듯 하였습니다.

"'줄탁동시'
병아리가 울음소리를 내면 어미닭이 껍질을 깨트립니다. 생명의 시작은 동시에, 그리고 함께입니다."

신영복 선생님 서화달력 3월의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보았습니다. 병아리 그림보니 정말 3월 같습니다.

새댁은 오늘 처음으로 산모체조교실에 다녀왔습니다.
아이들은 새학교에 입학을 하거나 학기를 시작하는 3월 3일,
새댁도 설레는 마음으로 산모체조교실에 입학한 것입니다. ^^

초, 중, 고교가 다 모여있는 저희 동네는 방학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술렁이고 있었습니다.
문구점, 분식집, 학원들도 오전부터 문을 활짝 열고 있었고
길은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아이들부터 귀걸이를 예쁘게 한 초등학교 여자애들까지
아이들로 꽉 차 그렇게 북적대는 동네 길은 이사오고 처음 보았습니다.
친구와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사이좋게 컵볶이(떡볶이를 종이컵에 담아 파는 것^^)를 하나씩 들고 걸어가는 아이들,
문방구 오락기계앞에 벌써 자리잡은 녀석들.
요즘 초등학생들의 패션은 저런 것이구나.. 실감도 하고 중고등학생들 교복 구경도 하면서
새댁, 괜히 덩달아 들떠 버렸습니다.

산모체조교실에 도착하니.. ㅇ.ㅁ
산부인과 갈때도 느끼는 것이지만.. '동병상련'이랄까.. 세상에 나말고도 임신한 여자들이 많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다른 일상의 공간과는 달리 '임산부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지라 약간 낮선 세계에 온듯한 기분도 느낍니다. ^^;;

1시간 30분 정도 이런저런 스트레칭과 요가 동작이 결합된 체조를 하고
첫 날인만큼 빙 둘러앉아 병원에서 준비해준 쥬스와 과자를 먹으며 체조샘과 수강생들이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기본 소개 내용은 서로의 이름과 나이, 그리고 '임신 주수와 출산예정일'입니다.
신기하지요? ^^  
처음에는 저도 누군가 임산부임을 알아보거나 알게 돼서 '몇 주예요?'라고 물어오면 적잖이 당황하였으나
이제는 꽤 익숙해졌습니다 .

우리 체조반에는 7월에 애기 낳는 엄마부터 이제 곧 3월말에 애기를 낳을 엄마까지,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의 엄마들이 모여있습니다.
대부분 첫 아기인 것 같았고, 주수가 비슷한 사람들도 있어 이런저런 궁금증이나 얘기들을 첫날인데도 여러가지 주고받았습니다. 앞으로는 더 많이 얘기하게 되겠지요.

혹자는 육아의 최대 적은 '아기들의 또래엄마 집단'이라고도 합니다.
다른 집 아이와 우리집 아이의 발달정도를 비교하게 되고, 누가 비싸고 좋은 육아용품을 쓰는걸보면 괜히 우리 애기한테도 그런 비싼걸 사줘야할 것 같아 한숨나고.. 그런다나요. ^^;;
정말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우선은 새댁은 배속의 아가와 24시간을 함께 보내는, 일생일대의 대사건을 체험하고 있는
'동료'들을 만나니 든든하고 반가운 마음이 앞섭니다.
   
어제오늘 황사가 심하다하여 집나설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오늘은 황사기가 거의 없었습니다.
인간들의 탐욕과 무분별한 개발로 날로 황폐해지는 지구와 심각해지는 환경재앙을 생각하면
이런 세상에 작은 새생명을 하나 낳아놓기가 겁이 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믿어봐야겠지요. 사람들이 조금씩 달라지고, 세상도 조금씩 나아질 수도 있을 거라구요.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몸 여기저기를 늘려놓고 움직이고 하였더니
음.. 새댁은 오늘 삭신이 쑤십니다.
봄이 오는 진통이라고 생각하고 내일도 열심히 운동해서 몸을 풀어줘야겠습니다.
새봄에는 세상 모든 아가와 엄마들이 새싹들처럼 건강하게 쑥쑥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 참, 엊그제 예쁜 아가 선물을 받았어요! 입학선물 받은 아이같이 기쁩니다.
좋은 선물 보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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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신내새댁
이웃.동네.세상2008. 2. 27. 11:49

어제 저녁에는 TV로 생중계된 뉴욕필하모닉의 동평양대극장 공연을 지켜보았다.
명색이 북한 관련 논문을 쓰는 대학원생인데 안보면 되랴 하는 생각도 있었고
요즘 잘 모르는 클래식이지만 라디오 주파수를 클래식 FM에 맞춰놓고 지내기도 하는터라
뉴욕필의 연주를 한 번 들어보고 싶기도 했다.

음악은 참 아름다웠다.
연주자들의 실력이 대단하구나 싶기도 했고, 나같은 클래식 문외한이 들어도 아름다울만한
편안하고 고운 곡들로 선곡되어 있어 듣기 좋았다.
북, 미 양국의 국가,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3막 서곡, 드보르작의 교향곡 '신세계로부터', 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이 본곡으로 연주되었고,
관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 중 파란도르, 번슈타인의 '캔디드 서곡', 이북 작곡가 최성환이 편곡한 관현악곡 '아리랑'이 앙코르로 연주되었다.
 
피날레 곡이었던 최성환의 '아리랑'을 뉴욕필하모닉의 연주로 들어본 것.. 이 한곡만으로도
2시간여의 공연을 본 의의는 충분했던 것 같다.
'아리랑'은 세계의 어떤 음악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조선반도에서 나고 자란 내 정서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의 연주무대에 올려져도 조금도 손색없이 고운 선율과 거기 담긴 애수어린 향취는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에 잇닿을 수 있는 힘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음악 외의 다른 것들에 더 눈이 가는 것은 전공상(?)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우선 약간 수선스럽다싶게 살짝 흥분한 MBC 중계방송 아나운서들이 눈길을 끌었다.
역사적인 공연, 평화의 선율, 양국간 선린과 우호... 평소 듣기 힘든 이채로운 단어들이 동평양대극장 로비에 선
남, 여 아나운서를 통해 쏟아져나왔다.
그런데 뭐랄까, '역사적인 공연'이라며 살짝 흥분해있는 와중에 정말로 '역사적인 공연'의 의의랄까.. 그런 공연현장을 중계하는 사람으로서 준비했어야할 마음가짐은 좀 부족해보여 안타까웠다.
두 아나운서는 공연이 끝난후 공연을 본 평양 시민 한 분의 소감을 듣겠다며 노란 한복을 곱게 입은 여성 한명을 인터뷰했다.
그런데 그 분의 소개를 들어보니 '만수대예술창작단'의 작곡가 선생이었다. "준비된 인터뷰이"인 셈이다.
'그렇지. 전문가 아닌 사람을 남쪽 TV 화면에 내보낼리 있나' 살짝 웃음이 나왔다. 
북측의 애교 또는 문화방송에 대한 대접이라고 생각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 분과 아나운서들간에 서로 하고싶은 얘기의 핀트가 살짝쿵 안 맞았다.
남자 아나운서는 2002년에 동평양대극장에서 있었던 남측가수 윤도현, 이미자 씨의 공연 사회를 본 자신을 기억하시는지 물으며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했다.
이때 역시 준비된 인터뷰이, 작곡가 선생은
"네~ 저도 그때 객석에 앉아서 본 선생을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되는 날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이것이 다 '6.15'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선생이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나가는데 크게 기여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대답했다.
사실 큰 내용없이 웃겨보려고 했던 아나운서는 살짝 머쓱해져서 "네~ 저도 통일아나운서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라고 답하며 마무리지었다.

이 작곡가 선생이 '준비한 멘트'를 전후 대화속에 어떻게든 잘 끌어들여 살려가는 동안
두 아나운서의 표정은 그야말로 '에고~ 또 나왔다.. 썰렁한 공식멘트'라는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었다.
난처한 웃음과 함께 조금은 지겨워하는 표정.
나는 그게 맘에 걸렸다.
물론 생방송 중계 현장에서 행여나 도를 넘는 돌발멘트로 '방송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난처하고 걱정되었을 아나운서들의 심정이 짐작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그런 긴장감보다는 의례성 멘트라고 생각하고 건성으로 듣고 넘기려는 인상이 더 강해보였다.
'역사적인 공연'이라고 자신들도 그렇게 들떠서 한참 말해놓고,
왜 평양 시민이 나름의 '역사적 인식'을 얘기하는 것은 '으레성 멘트'로만 취급하려 하는가.
 
남쪽의 반공교육은 북쪽 사람들이 하는 모든 말은 '앵무새들 같이 외워서(혹은 세뇌되어서) 말하는 것'이라고
우리에게 오히려 '세뇌' 시켜 버렸다.
사실 누구라도 방송사 마이크가 불쑥 다가오면 굉장히 '상투적인 대답'을 하게 된다.
뉴스를 자세히 보라.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답은 우리의 예측을 빗나가지 않는다.
남쪽 사람들도 그럴진데 북쪽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북쪽 사람들의 '상투성'은 그들의 발언이 남쪽 사람들이 보기에 어색할만치 정치적이거나 역사적인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평소에 토론하고, 대중앞에서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어 그럴 것이다.
그런데 우리와 다른 모습이라 낯설 수는 있어도, 그런 모습을 쉽게 폄하해서는 안될 것이다.
더 진지하게 듣고, 그 속에 담긴 정신에 공감할 수 있다면 함께 나누고 대화하려하는 남쪽 사람들의 자세를 보고 싶다.
   
공연을 보는 동안 화면에 비친 북쪽 사람들의 표정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것 같았다.
지휘자의 손짓에 따라 일제히 치솟았다 떨어지는 바이올린 활들은 어느 순간 날카로운 칼이나 힘찬 창을 연상시켰다.
60년이 넘게 지속되었던 무력 대결이 이제는 종식될 수 있을까.
몇 번의 전쟁위기와 일상적인 공포속에 치열하게 대립하던 두 나라가 이제는 칼을 내려놓고 서로를 인정할 수 있을까?
바이올린 활들의 힘찬 움직임을 지켜보며
'저 활이 언제고 다시 칼로 변하지나 않을까..?'
북쪽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그런 궁금함과 기대, 불안함이 교차하고 있었을 것 같다.
어쩌면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보다는 뉴욕 필하모닉 단원들의 표정이나 지휘자 로린 마젤의 말 한마디에 더 귀를 쫑긋 세우고
자신들의 불안함을 가셔줄 수 있는 따뜻한 우호의 기운을 찾아보려 애썼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도 약간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공연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역사적인' 공연은 그렇게 끝났다.
뉴욕필 단원들은 어제 평양음악대학을 방문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음악교실을 열었다고 한다.
오늘은 로린 마젤의 지휘하에 조선국립교향악단과 실내악 협연도 한다고 한다.
바이올린의 아름다운 활이 다시는 칼로 바뀌는 날이 없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남북의 연주자들도 함께 윤이상의 교향곡이나 세계인이 사랑하는 오페라곡들, 민족의 정취가 담긴 아름다운 선율들을 함께 연주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새댁은 우리 똑순이랑 신랑이랑 손잡고 그런 공연을 보는 아름다운 밤을 꿈꾸고 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밥상2008. 2. 26. 19:33
마른 오징어채는 멸치볶음과 함께 도시락반찬계의 지존 자리를 지키는 전통의 강자지요~^^
매콤한 맛, 달콤한 맛... 고소한 깨가 뿌려진 오징어반찬은 인기있는 메뉴였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울엄마가 해주시던 매운 오징어채보다
친구가 싸오던 물엿바른 노란 오징어채를 좋아했지요~^^
 
옛날 생각을 하며 오늘 만들어본 메뉴는 '마른 오징어채'입니다.

'마른 오징어'는 시어머니께서 공수해주신 도시락재료 입니다.
여기저기서 얻어먹는 덕분에 신혼살림은 풍족하여 새댁은 흐뭇합니다 ^______________^  
만드는 법은 시어머님이 일러주신 것입니다

* 재료: 마른 오징어채 한 줌, 양파 1개, 고추장(1), 참기름(0.5), 물엿(1), 식초(0.5), 깨(1)

*이렇게 만들었어요~

1. 마른 오징어채를 볼에 담고, 양파 1개를 채썰어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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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기에 고추장 한 숟갈과 물엿 한 숟갈을 넣고, 손으로 쓱쓱 잘 비벼줍니다.
양파에서 물이 나오기 때문에 마른 오징어채가 촉촉한 느낌을 유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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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지막으로, 깨 한숟갈을 뿌리고 참기름, 식초를 조금 넣어 잘 버무려주면 고소한 향기를 풍기는 새콤달콤한 오징어채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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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간단하지요? 저도 만들어보고 깜짝 놀랐답니다~
그런데 오징어와 함께 양파가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아주 좋았습니다.

10분만에 '시어머니표 마른 오징어채' 완성!! 신랑은 내일 점심시간에 중학교 시절로 돌아가겠네요~^^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