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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밤, 철분제를 먹고 한참 토하고 설사한 날이 있었다.
임산부 빈혈을 예방하기 위해 먹어야하는 철분제는
꼭 첫 날에는 복통과 구토를 일으킨다.
처음 먹을때도 그랬는데, 한 통을 다 먹고 종류를 바꿔 새 약을 먹기 시작한 첫 날도 그랬던 것이다.
밤새 끙끙거리는 내 옆에서 안절부절하다 잠이 든 신랑이
아침에 쌀죽을 끓여 주었다.
김치 한쪽에 따뜻한 쌀죽 한 숟가락씩-
꼭꼭 씹어서 먹어주니 밤새 불안과 복통에 시달렸던 몸과 마음이
봄눈녹듯 스르륵 풀어지는 것 같았다.
오늘 문득 그 쌀죽 사진을 다시 보니
말갛고 뜨겁던 온기가 다시 느껴지는 듯 하다.
저녁먹고 앉아 펼쳐보다 울컥했던 정호승씨의 시 한편도 같이 올린다.
*
그리운 목소리
나무를 껴안고 가만히
귀 대어보면
나무 속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행주치마 입은 채로 어느 날
어스름이 짙게 깔린 골목까지 나와
호승아 밥 먹으러 오너라 하고 소리치던
그리운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 정호승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