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동네.세상2008. 3. 6. 14:42

봄볕이 무척 따뜻해보였던 어제,
새댁은 아장아장.. 실은 뒤뚱뒤뚱 걸어서
연신내역근처에 있는 '아름다운 가게' 연신내점에 다녀왔습니다. ^^
바람이 여전히 차갑긴 했지만, 그래도 어딘가모르게 살짝 부드러워진 것 같았어요.

연신내역 2번 출구에서 나온 방향으로 조금 걸어가다보면 왼쪽으로 연서시장이 길게 펼쳐집니다.
시장 골목을 걸어가는 것은 언제나 설레는 일입니다.
호떡, 찐빵, 도너츠같은 군것질거리들이 제일 먼저 새댁의 눈을 사로잡지요. ^^
오뎅꼬치의 유혹을 가까스로 비켜나 골목으로 좀더 들어가면
봄나물들이며, 각종 채소와 반찬들, 과일(싱싱한 딸기가 가격이 많이 떨어졌더군요~ 와~^^)들, 생선과 조개들이
좌판마다 싱싱하게 쌓여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았는데.. 장사가 잘 되는지는 알 수 없었어요.
새댁은 집까지 무겁게 들고가기가 무서워 지갑을 잘 열지 않았지만
시장 분들 얼굴이 그닥 밝지만은 않은 것이 다른 사람들 지갑도 이런저런 이유로 햇빛을 잘 못보나 봅니다.

연서시장을 다 빠져나오면 작은 상가건물들이 나타나는데
그중 한 곳에 '아름다운 가게'가 있습니다.
시민들이 기증한 헌 물건을 잘 손질해서 판매하는 곳인 '아름다운 가게'는
수익금 전액을 우리 사회의 약자와 지구촌 곳곳의 여성, 어린이들의 자립을 돕는 기금으로 사용하는
비영리 시민단체입니다.

아름다운 가게의 예쁜 로고와 간판도 눈에 잘 띄는 편이고, 이번 토요일에 열릴 '연신내점 개관 2돌잔치' 현수막도 시장이 끝나는 큰길가에 붙어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았어요.

가게에 들어서니... 우와 의외로 사람이 많았어요!
자원활동가인 분들도 여러분 계셨고, 물건을 사러오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새댁이 가게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동안
평일 오후인데도 아주머니, 아저씨,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엄마와 아가씨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제일 많은 것은 역시 옷,
그 다음은 신발과 가방, 책, 접시.컵 등의 소소한 그릇 종류가 많았구요
다른 물품은 아직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옷들이 정말 예쁜게 많았어요! 가격은 또 어찌나 싼지~!! ^^
눈이 휘둥그레진 새댁, 열심히 이쪽저쪽을 오고가며 결국 옷을 세 벌이나 고르고 말았습니다.
원래는 더 많이 골랐는데.. 제가 다 입을 순 없고 누구에게 선물할까.. 궁리하다가 결국 내려놓고 말았습니다. ㅠ

헌 옷들이 주로 많지만, 의류회사 차원에서 기부한 새옷들도 많았습니다.
'랄프 로렌'이라는 유명 의류브랜드의 기부품도 따로 한쪽에 있었는데 음.. 3천원, 5천원 하는 다른 예쁜 옷들을 보다가
아름다운 가게에서는 나름 '고가품'인 3~4만원대의 그옷들을 보니 선뜻 손이 잘 안가더군요. ^^
원래 가격은 십여만원을 호가할 그 옷들이 아름다운 가게의 수수한 옷걸이에 걸려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아름다운 가게는 '나눔과 순환'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이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너무 많이 생산하면서 끊임없는 소비에 중독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최소한의 것도 부족해 고통받는 우리 시대..
서로 가진 것을 조금씩 나누고, 가치있는 것들이 함부로 버려지지 않도록 순환시켜
모두의 생명을 살려나가겠다는 그 가치가 참 마음에 듭니다.
자기것을 쪼개 기부하고, 또 그렇게 기부된 물건을 구매해서 유용하게 쓰면서 그 기금이 사회 곳곳에 조금의 희망이라도 나눠줄 것을 생각하며 기뻐하고...
단순해보이는 재활용이 이렇게 아름다운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해준
아름다운 가게의 아이디어와 열정에 감사를 보냅니다.

새댁도 뭔가 기부할만한게 없을까.. 가게로 출발하기전에 집안을 구석구석 봤는데
무거운 것들 빼고 가볍게 들고갈만한 것을 찾지못해(새댁이 워낙 뭘 잘 쌓아두는 성격이라 그렇기도 합니다만 ^^;;) 
빈손으로 가게에 들어선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돌아오는 손은 묵직했습니다.
3500원짜리 니트티셔츠와 원피스, 5500원짜리 가디건 한벌이 오늘 새댁의 소득입니다. ^^

기증받은 헌 물품들을 정리하고, 수선하고, 판매하는 모든 일들이
연녹색 앞치마를 입은 평범한 우리 이웃 아주머니, 아저씨들의 자원봉사로 이루어지고 있는 아름다운 가게-.
자연의 봄과 함께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사회에도
연녹색 희망의 봄이 더 넓고 튼튼하게 뿌리내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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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