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동네.세상2018. 9. 29. 23:16



우리 단지 안에 작은 축구장이 있다.
손바닥만한 크기에 바로옆에 아기들 놀이터가 붙어있지만
초등1,2학년 정도의 어린 아이들은 자주 어울려
축구도 하고 야구도 하고 공가지고 할수 있는 것은 다 하며 논다.

2년 전에 모두 같이 이사온 아이들.
낯설고 서먹한 동네와 친구들, 어른들 사이에서
조금씩 조금씩 어울려 놀다보니 이제는 제법 아는 얼굴도 많아졌고
많이들 모여 잘 논다.

큰 아이들은 운동기구가 있는 배드민턴장 쪽에서 발야구도 하고 피구도 하느라
가끔 오후 늦게 떠들썩할 때도 있다.

학원을 많이 가고, 스마트폰을 많이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짬짬히 용케 틈을 내어 뛰어논다.
놀고 있는 아이들이 있으면 곁을 맴돌다가 끼어서 논다.
숨이 차게 이어달리기도 해보고, 자전거 경주도 한다.

아파트 단지들 입구에 작은 상가가 있고
작은 소아과병원과 약국, 학원들, 슈퍼, 부동산들, 떡볶이 가게가 있는데
가끔 아이들끼리만 온 것을 본다.
집에서 멀지 않고, 늘 동네 어른들이 오가는 곳이니 아이들끼리만 보내도 조금은 안심인 곳들.
떡볶이집에 앉아 간식을 사먹는 남매도 있고 친구들끼리도 곧잘 있다.

소아과 병원에도 혼자 카드를 들고 오는 초중등 아이들이 가끔 있다.
혼자 와서 진료를 보고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가서 약을 지어간다.
연수 학교 친구 아이도 혼자 왔길래 나와 같이 얘기하며 조제약을 기다렸다.
그 엄마도 동네에서 뵌 적이 있는데 아마 직장을 다니시는 모양이다.
많이 아픈건 아니지만 그래도 낮에 병원다녀와 약을 지어놓으면 안심이 될 것 같은 부모님 마음이 이해된다.

더운 날 같이 더워하고 추운 날 같이 추워하며
함께 크는 마을 아이들.
놀기 좋은 가을이 왔지만 아침저녁 쌀쌀해진 날씨에 기침하는 아이들이 많다.
우리 꼬마들도 콜록, 쿨쩍.
다들 많이 아프지말고 잘 나아서
친구들과 건강하게 잘 뛰어놀았으면 좋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이웃.동네.세상2015. 9. 1. 00:40

 

^^

지난 5월에 '학교도서관네트워크'라는 단체가 주관한 <도서관 이용경험 공모전> 이 있었어요.

관장님이 까페 자유게시판을 통해 알려주시고, '좀 써봐요~~'하고 옆구리 쿡쿡 찌르셔서 제가 우리 작은도서관 '상상마루' 이야기를 담아 보냈답니다.

입상하면 선물로 책을 주는 공모였거든요. ㅎㅎ

작은도서관에 책 좀 늘려보자~~는 취지로, 마감 마지막날, 마감시간 임박해서야 부랴부랴 써서 냈는데... 다행히 입상을 했어요. 휴우~~^^;;; (나눔상, 10권~! 더 많은 책을 받고싶었지만 제 실력은 여기까지..ㅠㅠ) 


작지만 따뜻했던 시상식&도서관 이야기마당이 7월에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있어서 잠시 다녀왔었고요,

따끈따끈한 책 10권이 8월에 제게 와서 이제 작은도서관에 기증해요.  

작은도서관 덕분에 제가 참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데, 이번 일도 무척 고맙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작은도서관을 사랑하고 아끼시는 여러분들께서 함께 애써주신 날들의 기록도 담겨있기에

부끄럽지만 도서관 까페에 공유해요.

처음 원고낼 때는 사진없이 줄글로만 냈는데요, 까페글에는 그때그때 제가 찍어두었던 사진도 같이 올려봅니다.

작은도서관 개관1년 기념 사진나무 꾸밀때 뽑아붙였던 사진들이기도해요.

다시 보니 또 웃음나네요.

앞으로는 또 어떤 고운 추억들이, 아이들과 형아누나, 엄마아빠,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하는 행복한 시간이

작은도서관에서 펼쳐질까요.. 기대하게 됩니다. ^^ 


상상마루 작은도서관을 사랑하고, 함께 가꿔주시는 모든 분들, 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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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는 도서관 _ 마을 아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작은도서관 





 

 

저희 집 앞마당에 도서관이 있습니다. 

4층인 저희집에서 내려다보면 제가 좋아하는 이웃 아기엄마가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가는게 보여요. 

오늘은 그 엄마가 도서관의 문을 여는 자원봉사 선생님이예요. 

조금 있다 다시 내다보면 자전거 몇대와 유모차들이 도서관 문앞에 옹기종기 서있는게 보이지요. 

바람이 많이 불거나 추운 날은 도서관 자원봉사하러 나올 다른 엄마들 걱정이 됩니다. 엄마따라 도서관에 와있을 그 댁 아이들도요.


아파트 안에 '문고'로 자리만 잡혀있던 빈공간이 새롭게 단장을 하고 '작은도서관'으로 문을 연지 어느새 1년 남짓 되었습니다.

처음 아파트에 입주할 때부터 우리 동 바로 앞마당에 '문고' 자리가 있어서 참 좋았어요. 

어린 아기들을 키우고 있으면 먼 거리의 도서관에 가기가 쉽지 않은데, 작지만 '문고'가 있으면 아이들과 답답할 때 나들이삼아 마당에 나가 그림책 함께 읽다올 수 있겠구나.. 기대했지요. 

그런데 입주한지 3년이 되도록 '문고'는 열리지 않고 감감무소식이었어요. 

오며 가며 '왜 안 열까..'아쉬워만 했는데.. 드디어 만3년이 되던 봄! 문고가 'SH 작은도서관'으로 문을 열거라는 공고를 보고 얼마나 기뻤던지요. '희망도서신청'을 받으니 작성해서 관리사무소에 제출해달라는 공지를 보고 얼른 두 장을 뽑아와 집에와서 신나게 적었습니다. 

마을 도서관에 꼭 있었으면 하는 책, 아이들과 함께 보고 싶은 책.. 어린 아기 키우는 엄마들이 다 그렇듯이 아이들 재워놓고 졸린 밤에 눈을 비비며, 마감 날짜 임박해서야(오늘 이 글도 그렇습니다ㅠㅠ) 겨우 써내면서도 입가에 웃음이 났어요. 가슴이 뛰었고요. 

 

 









아직은 쌀쌀하던 3월에 드디어 공사를 끝내고 작은도서관이 문을 열었어요. 

공사할 때도 신기해하며 아이들과 기웃거렸는데, 말끔히 다 정돈된 작은도서관에 들어가니 왜그리 좋던지요. 

6개월동안 위탁운영을 맡고계시다는 친절한 관장님도 뵙고, 새로 도착한 책꾸러미들이 높다랗게 쌓여있는 것을 보니 배가 부른 기분이었습니다. 

도서관이 신발을 벗고 들어와 바닥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있는게 참 좋았습니다. 막 첫돌이 된 막내가 마음껏 기어다닐 수 있었으니까요. ^^

제가 큰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동안 막내는 넓은 작은도서관 안을 요리조리 신나게 기어다녔습니다. 





  




 



그렇게 처음 인사한 작은도서관이 1년을 맞는 동안 저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작은도서관'은 우리 가족, 마을 친구들의 소중한 일부로 자리잡았습니다. 

저는 도서관 자원봉사를 시작했고, 위탁운영이 끝난후 주민자치로 도서관을 꾸려가기로 하면서 만들어진 '도서관 운영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작은도서관에서 '엄마를 위한 그림책 모임'이라는 엄마들의 소모임도 재미있게 하고 있고요. ^^

아이들은 '동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자연놀이'라는 소모임을 하고 있었는데 날이 추운 겨울 동안에는 이 모임도 작은도서관에 따뜻한 둥지를 틀고 지냈습니다. 


지금 저희 작은도서관은 마을 엄마아빠 15분과 청소년 자원봉사자 언니오빠들의 참여로 월-토, 3시간씩 문을 열고 있어요. 

우클렐레, 보드게임 등의 소모임과 '책과 함께하는 유아미술', '초등 주산암산', '종이접기' 등의 강좌도 열리고요. 

소모임과 강좌의 선생님들도 대부분 같은 아파트에 살고있는 이웃들이고, 수업듣는 아이들도 우리 마을 아이들이라 

작은도서관은 마을 어른 여럿이 마을 아이들 여럿을 서로서로 함께 돌보는 소중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책읽기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 처음 만났던 초등학교 도서관은 제게 참 멋진 곳이었습니다. 

시골의 작은 초등학교였지만 도서관이 있었고, 햇살이 밝게 비치던 도서관 넓은 책상과 집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두꺼운 표지의 재미있는 책들을 넘기다보면 가슴이 뛰곤 했어요. 

6학년즈음에 도서부 활동을 하면서 제 인생에서 도서 대출/반납 업무가 시작되었습니다. ^^ 책 뒤표지 안쪽에 붙어있던 대출카드를 꺼내 손으로 이름을 적고, ㄱㄴㄷ 순으로 정리해두는 일을 하며 도서관을 지키던 때가 지금도 기억납니다. 

대학을 다닐때도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요. 서가를 돌며 반납된 책들을 꽂고, 야간에는 사서 선생님 대신 대출반납데스크에서 일했어요. 

그리고 지금도 일주일에 두어시간은 작은도서관 사무실 책상에 앉아있습니다. 아마 할머니가 되어도 어느 날에는 도서관 데스크에 앉아있지 않을까.. 싶어요. ^^

 

대학을 다닐때 저는 도서관이 대학 가까이 살고있는 마을 주민들에게 열린 공간이 되었으면.. 하고 바랬습니다. 

참 많은 책들이 있으니까요. 저녁에도 문을 열고요. 퇴근후에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대학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고 대출해 갈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대학이 보유하고 누리고 있는 좋은 것들을 지역과, 시민들과 나눌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주말에 대학의 큰 강당들에서 좋은 시민강좌들이 열리는 상상도 했었습니다. 

정치, 역사, 경제, 노동.. 

평소 일하느라 바빠 공부할 시간이 없었던 엄마아빠들이 일요일에 모여 이런 강의를 듣는 동안 

아이들을 위해 따로 큰 강당에서 재미있는 만화영화를 보여준다거나, 운동장에서 놀이프로그램을 해도 좋을텐데.. 그런 꿈을 꿨습니다.
시민에게 열린,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대학 캠퍼스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요.    

 

지금 저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평범한 전업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어린 아기들을 키우면서 제가 보고싶은 책들은 끝까지 읽지도 못하고 쌓아두기 일쑤고 

아이들 그림책만 몇십번씩 재미있게 읽고 또 읽으며 지내는 나날이지만 

20대에 꾸었던 그 꿈이 요즘은 자주 다시 생각납니다. 

 

우리 마을에 열린, 손바닥만한, 그렇지만 정말 많은 이웃 아이들과 엄마들의 웃음, 꿈, 눈물, 행복을 품을 수 있는 

작은도서관 덕분입니다. 

마을의 작은도서관은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신발벗고 들어와 책도 읽고, 물도 마시고, 친구들도 만나는 곳입니다.

엄마들은 자원봉사를 하며 이웃을 위해 내 시간을 기꺼이 내주는 수고로운 행복을 일구고, 

소모임을 하면서 서로 마음열고 친구가 되기도해요. 

엄마들의 그림책소모임이 서울시 부모커뮤니티사업에 선정되어 좋은 부모교육강좌들이나 그림책 강좌도 열고 있습니다.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도 하고, 마을밥상을 열어 이웃들이 둘러앉아 왁자하게 이야기꽃피우는 마을공간 역할도 하고 있고요.




 

 



 

 



더 많은 이웃들이, 책 한권 마음 편히 읽고, 천천히 생각할 삶의 여유가 거의 없는 팍팍한 우리들의 이웃들이

그래도 슬리퍼 신고 편하게 문열고 들어와 커피도 한잔 나누고, 이야기도 나누고, 좋은 책 한권 가슴에 안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그런 작은도서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하고 고마운 이웃들 덕분에 마을 안에서, 작은도서관을 오가며 이렇게 기분좋은 꿈을 꾸고 있습니다. 

 








-끝-

Posted by 연신내새댁




지금은 늦은 장마와 태풍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지만 그전까지 한동안 정말 불볕더위가 이어졌었지요.

텃밭에 나가 잠시 물을 주는 것만으로도 '타죽을뻔'했던 날들 말입니다.  

이 후기는 그런 7월 중순까지의 '땅아! 고마워~ 자연놀이 텃밭'농사 이야기입니다.

저는 자연놀이 땜빵후기 담당 수호제맘예요~~^.^




뜨거운 여름볕과 오래된 가뭄 속에서도 텃밭의 고마운 작물들은 무럭무럭 자라주었습니다.

무성한 넝쿨 사이사이 노란 호박꽃을 보며 기대에 부풀게 했던 준혁이네 단호박이 드디어 탐스럽게 열매를 맺었고요,

저것이 과연 잘 될까..?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던 시우진네 메론도 여봐란듯이 꽃을 피우더니 동그란 메론 열매가 짠! 나타났습니다.


제일로 마르고 거친 땅에서(ㅠㅠ) 언제 봐도 마른 몸으로 헥헥 거리며 고생하던(아.. 갑자기 그밭 주인이 생각나 감정이입될라구하네.. 웰케 슬퍼ㅜㅜ) 소원이네 토마토도 긴 고생끝에 주렁주렁 굵은 열매를 맺어주었고요. ^^;; 










계절이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는 동안 자연놀이 아이들도 쑥 자랐습니다.

처음 초등학생이 되어 긴장되어있던 여덟살들은 어느새 능글능글 학생티가 조금은 나는채로 여름방학을 맞았습니다.

늘 엄마에게 업혀있던 한돌 막내 범준이는 아장아장 걸음마로 이제 혼자 작은도서관 문턱을 넘어 걸어들어오고요.


아이들도 열매들처럼 느린듯하다가도 어느날보면 쑥~~ 자라있어요.  

하루하루 빛나는 성장의 날들입니다.











그럼 우리 엄마들은...? ^^


엄마들은 그 날이 그 날인 것도 같고, 되려 애들 키우며 살림하느라 하루하루 늙어가는 것 같지만..ㅠㅠㅠㅠ

제가 보기엔 우리 엄마들이야말로 가장 빛나는 성장을 하고있는 것 같아요.

하루하루.. 초보농부에서 베테랑농부로~~!!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빈 밭을 쳐다보며 '저기다 뭘 심어야하나' 막막해하던 봄과는 달리

'이걸 심을까? 저걸 심을까?, 어떤건 언제 심어 어떻게 키워야한다더라~~'며 기대하는 눈빛으로 밭을 째려보는 것이

와~~~~! 멋있는 농부들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0^








무더운 여름, 아이들과 씨름하며 엄마들이 참 고단합니다.

펄펄한 꼬마녀석들은 끝도없이 집을 어지르고, 싸우고, 울고, '엄마, 놀아줘~~' 조르며 매달리고,

하루 삼시세끼 어김없이 돌아오는 밥때에 뜨거운 불 앞에서 밥짓고 차려서 먹이고 치우고... 하다보면

땀은 잔뜩 나고, 마음은 헝클어지고.. 머리가 띵~ 어지러워기 일쑤지요.ㅠㅠ


휴우~~~~~



하루아침에, 단박에 좋아지진 않을꺼예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어느날 '어 날이 좀 선선해졌네' 하고 느낄 때 가을이 조금 가까이 와있듯이

힘에 부치고 어려운 날들이 오래오래 계속되던 어느날

'어 좀 나아졌네' 생각이 드는 그런 날이 오겠지요.


그렇게 기대하며ㅠㅠ

이 뜨거운 날을 그래도 건강 잃지 않고, 지지고볶고 싸우더라도, 아픈 녀석없이 나도 크게 아픈데없이

그래도 잘 견뎌내고 있는 것이 고맙다... 생각하며 우리 잘 지내자요.

함께 텃밭 얘기 두런두런 나누고, 뜨거운 볕속에 잠깐씩 밭에 다녀오고, 같이 커피도 마시고 아이들 어울려 노는 것도 지켜보면서.



멀리서 손흗들며 걸어오는 친구만 봐도 웃음이 나고 갑자기 마음이 신이 나요.

어른인 우리도 그러니 아이들이 친구 좋아하는 마음이 이해가 되요.

오늘 하루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이들땜에 열받았던 일, 폭탄맞은 방구석, 허술한 끼니 고백.. 웃고 수다떨고 시원한 물 한모금 나눠먹고나면 

왠지 기운나요.


이웃이 있으니까 여름도 훠~~~얼씬 살 만해요~~~^^








십시일반 힘모아 이루어낸 눈물의 10도~~~!!! 크허허~~~ㅜ.ㅜ


척 보니 우리는... 중하위권..-.-;;

ㅎㅎㅎ '하위권의 고수'란 청소년소설이 있던데.. 우리도 하위권에선 나름 고수라 주장해봅니다. 끙~~--+

땅아! 고마워~ 자연놀이 텃밭, 화이팅~!! ^^





Posted by 연신내새댁

텃밭에 가면~~ 당근도 바로 뽑아 먹고!

 

텃밭에 가면~~ 염소 밥도 주고!

 

텃밭에 가면~~ 도시락도 먹고~~!^^

 

또.. '텃밭에 가면' 게임을 하면 끝도 없이 말을 이어갈 수있을 것 같아요. 텃밭에 가면 그야말로 할일도 많고, 놀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지요. ^^

 

6월에는 지금까지 메르스 여파로 다같이 텃밭에는 1번 밖에 못다녀왔네요.ㅠㅠ 그래도 소소히, 한두집씩 아이들데리고 꾸준히 밭에 다녀오셨지요. 밭이 있어, 가까이에 아이들데리고 훌쩍 다녀오며 큰숨 한번 쉬고올수있는 푸른 밭이 있어 얼마나 고맙던지요... 마음 무거운 요즘이지만 밭에 다녀오고, 싱싱히 자라는 텃밭 작물들과 건강한 아이들보며 함께 해주시는 이웃분들께 새삼 고마워지곤해요. 

 

재밌는 후기담당 우리 유이담이맘께서 6/4 텃밭갈때 함께 못가셨던 관계로(그래도 사진에는 나오신다는 응??) 제가 뒤늦게 땜빵후기를 씁니다 ㅎㅎㅎ 오랫만이예요~~ 

 

 

 

 

유이밭과 수호제밭에 집중적으로 뿌렸던 당근싹이 우후죽순으로 돋아서 드디어 당근 수확을 시작했습니다 ㅋㅋ 

너무 많아 솎아주려고 뽑은것인데요 아이들 손가락만한 당근이 쑥쑥 나와서 모두 놀랐어요~~ 그리고 바로 시식! 

씻어서 먹으니 아삭아삭 달달해요~~~!

아이들이 서로 먹겠다고~~~!!!^^ 당근은 '땅아 고마워! 자연놀이텃밭'의 공식 효자 작물로 판명됐어요~~

 

 

 

덥고 가문 날에 자라느라 애쓰는 작물들에게 '한살림 다용도미생물액'도 뿌려주었습니다. 얘들아, 힘내라~~~ 초보농부 아줌마들 손에서 잘 커줘서 고맙다!!ㅠㅠ 

 

 

 


 

텃밭나들이에 빠질수없는 간식~~!^^ 

이 날은 주먹밥을 싸와 이른 저녁을 텃밭에서 함께 먹었답니다. 여러집의 다양한 주먹밥을 바로 따온 상추에 싸먹는 맛이 꿀맛~~! 아이들은 과자 한봉지에 더 열광하지만.. 너희들도 자라서 어른이 되면 텃밭에서 동네 엄마, 친구들과 함께 먹던 상추쌈맛이 그리운 날이 있을 것이다 요녀석들아~~~^^

 


 

저는 어딜가도 먹고 놀 궁리부터 하는 사람이지만(ㅠㅠ) 

어딜가도 일부터 제대로 짱짱하게 하시는 멋진 분~~! 우리 텃밭의 가장 배테랑농부 영미언니. 목장갑에 손수건, 긴팔남방.. 역시 포스가 다르죠~? ㅎㅎ 

 



여기 또한분의 초보농부 유이담이맘~~~! 뜨거운 낮에 밭에 올때는 긴팔옷을 꼭 가져와야하지만.. 구런걸 알리없는 우리~ㅋㅋ 

목정갑대신 비닐장갑을 끼고(준비성은 철저함!ㅎㅎ) 마음 아프다고 차마 손대지 못하던 당근을 솎아줍니다. ㅋ

그래도 그녀는 무려 당근 200포기를 기르는 부농~~~! ㅎㅎㅎ

 

 

 

 

 

 

 

세상은 난리지만 텃밭은 고요히 제 할일을 충실히 하며 자라고 있습니다. 

이번주에는 놀랍고 신기한 한결이네 오이를 수확할 듯해요. 

자연놀이텃밭의 소원이네 작은 빈땅에 새로 둥지를 튼 '단아네' 가족 환영해요~~^^

  

무더운 여름, 비가 적절히 와서 겨울부터 시작된 가뭄이 끝나기를, 메르스도 잘 이겨내고 모두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갈수있기를, 아픈 모든 사람들이 건강히 가족품으로 돌아갈수있기를... 빌어봅니다. 

 

그럼 저는 오랫만에 쓰는 땜빵 후기를 마치고 휘리릭~~ 유이맘의 복귀를 기다릴께요~~!^^

 

Posted by 연신내새댁


어린 시절을 기억할때 자주 떠오르는 장면중 하나가 밭에서 놀다가 바라본 고향마을 풍경이다.
지금 친정집이 있는 그 자리가 내가 아주 어릴때는 완만하게 경사진 큰 밭이었는데
거기 적갈색 부드러운 흙에 쪼그리고 앉아서 놀다가 주위를 둘러보는게 대여섯살 무렵의 내게는 참 좋았던 모양이다. 
파란 하늘도 좋고, 건너보이는 땀봉의 키큰 소나무, 밭 뒷산의 나무들, 소꿉놀이 단골장소였던 길건너 옥계집 담장 밑에는 황매화 노란 꽃이 울타리처럼 무성했다. 석류나무도 있었고...

강일동으로 이사온 후에는 늘 텃밭농사를 지었다. 이모님이 지으시고 나는 젖먹이들을 안고 따라다니기만 한 것이지만 밭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러다 올해는 동네에서 자연놀이 함께 하는 이웃엄마들과 아이들데리고 같이 텃밭농사를 지어보기로했다.

강동구 공동체텃밭은 주민 5인 이상이 모임을 이뤄 신청하면 모임별로 5-6구좌를 분양해주는데, 무료인 대신 수확물의 70%를 기부해야한다. 우리가 기부한 채소는 강동구내 친환경농산물 판매매장인 '싱싱드림'에서 판매되고 그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분들을 돕게 되는 구조. ^^

아이들과 함께 농작물을 키워보는 것만해도 좋은 배움인데 어려운 이웃분들도 도울 수 있으니 정말 좋겠다.. 싶어 이웃엄마들과 마음을 모은 것이었다. 우린 1주일에 한번씩 자연놀이도 해야(?)하는데 텃밭에 가면 흙과 곤충과 풀나무가 천지니 자연놀이 프로그램도 따로 안짜도 되는 그야말로 1석 3조~~!! ㅎㅎㅎ

땅이 좋고 풍경도 좋아 인기가 많은 공동체텃밭인데 어린 애기엄마들이 모여서 해보겠다는 마음이 기특했던지 다행히 선정이 되었다.
그리하여 3월부터 우리의 공동체텃밭 농사가 시작되었다.





8가족이 함께 짓는 6구좌 텃밭은 넓다.
공동으로 짓는 밭 2구좌에는 감자를 심었고, 가족별 밭에는 각자 심고싶은 씨앗들과 모종을 자유롭게 심었다. 땅을 고르고 비료도 뿌리고 심으며 몇주가 흘렀다. 아이들은 잘 놀고, 벌에 쏘이기고 하고, 옆집 텃밭의 새싹 밟아서 혼도 나지만 밭에 가고싶다고 자주 말한다. 밭도 아이들을 기다린다. 야트막한 수영산안에 포근하고 아늑하게 안겨있는 공동체텃밭에 들어서면 땅이 우리를 반겨주는 것만 같다. 
아이들은 새싹도 반가워하지만 보고싶어 하는게 또 있다.

 

바로 이 분들!

흰염소 가족, 검은 염소 가족, 토끼 가족이 텃밭 저 위, 산밑집에 살고 있다. 아이들이 뜯어주는 싱싱한 풀을 "맛있음메~~"하고 오물오물 받아먹고 겅중 뛰어오른다. "킁!" 하고 콧김이라도 내뿜으면 애들은 깜짝 놀랐다가 깔깔깔~!!^^

아이들과 동물들이 참 잘 어울리는구나.. 하는 생각을 이번에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개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과는 또 다르게, 염소와 토끼에게 풀을 주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왜 예전에, 농경과 목축이 중요한 일이던 시절에 아이들에게 소나 양의 풀을 먹이게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이들은 생명을 보살피는 일을 좋아하고, 또 특유의 부드러움과 생명력으로 동물들을 사랑하고 함께 어울린다. 아이들이 정말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염소들이 풀을 잘 먹으니까 아이들은 힘든 줄도 모르고 열심히 풀을 뜯어먹였다. 염소집 근처에는 마침 부드럽고 여린 풀이 무성해서 아이들 손으로도 죽죽 잘 뜯어 먹일 수 있었다. 넓은 풀밭에 너희들도 나올 수 있다면 좋겠지.. 우리 꼬마들도 한나절 너희들을 데리고 들에 가 풀을 먹이며 놀 수 있으면 좋겠지. 나는 혼자 꿈을 꾸었다.

 

 




엊그제 아빠가 출근한 일요일에도 아이들이 하양이(아기염소)가 보고싶다고해서 밭에 다녀왔다. 공동체 텃밭은 집앞에서 버스 3정거장 거리다. 이제는 연제도 잘 걷고 버스도 잘 타서 유모차없이도 잘 다닌다. 된장국, 김, 김치에 밥만 싸서 밭으로 갔다.

아이들이 하염없이 염소에게 풀을 뜯어먹이는 동안 나는 염소우리 위쪽에 있는 원두막에 앉아 도시양봉팀이 키우는 벌통도 쳐다보다가 하늘도 보다가 했다.
이 곳은 어쩌면 이렇게 내 어린시절의 집과 뒷산 같을까.. 누가 나를 위해 준비해준 위로의 공간에 와있는 것처럼 나는 텃밭 원두막에 앉을 때마다 목이 살짝 메인다.

 




텃논에는 올챙이가 정말 많았다. 요즘 늘 장화를 신고다니는 연수는 올챙이 한마리를 손바닥 물웅덩이에 담아와 내게 보여주고는 쏜살같이 다시 논으로 뛰어갔다. 고향의 아빠도 지금 논물을 채우고 계시겠지... 밝은 햇살 아래서 고향 들판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아이들은 없는 찬에도 밥을 잘 먹고, 나도 성오언니네에서 받아온 고들빼기 김치해서 밥한그릇 잘 먹고 돌아왔다.

 

 

 

 


공동체텃밭에는 다같이 가도 좋고, 우리끼리 가도 좋다. 뒷산 한바퀴 산책해도 좋고, 그냥 가만히 밭에 새싹난 것만 보고와도 좋다. 우리보다 앞서 다녀간 누군가가 6개밭에 모두 물을 주고 갔구나.. 물기가 남은 흙을 보며 가만히 짐작하고 고마워할수있어 좋다.

농사를 잘 지을줄 모르는 내가 그저 밭을 좋아하고, 아이들과 자연 가까이 지내고싶어서 덥썩 벌인 일인데 잘될까.. 걱정될 때도 있다. 그래도 몇년 밭에 따라다녔다고 나를 믿는 다른 엄마들도 있는데 잘 안크면 어쩌지? 소복이 난 이런저런 새싹들은 언제, 어떻게 속아줘야하나? 이모님 밭에 따라갈 때 더 단단히 봐둬야지.. 이번에 강릉가면 아빠엄마한테 과외 많이 받고 와야지.. 속으로 다짐하고 있다. ^^





 
 

농사는 고단하고 힘든 일이다.

어린 아이들 키우는 엄마들의 일상도 힘든 순간이 많다.

그렇지만 밭에 와있을때 우리는 힘든 중에도 잠시 어떤 넉넉함과 고요함, 평화로움을 느낀다. 아주 짧은 찰나일지라도 '아' 하고 잠시 날선 마음을 내려놓고, 어깨에 힘을 빼고, 흙처럼 부드러워지는 순간이 있다.
공동체텃밭에서 위로를 얻는 것이 나만은 아니어서,
함께 하는 엄마들 아이들 모두 땅과 친구와 생명들 안에서 마음 한자락 따뜻하게 적시고 위로받으며 
같이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고맙고 좋다.

봄이 깊어가고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봄이 왔다.

새봄.. 내가 느끼기엔 아직도 바람이 찬데, 아이들은 겨울잠바를 벗어놓고 뛰어논다.

볼이 빨개지도록, 숨이 헉헉 차도록 아파트 마당을 달린다. 놀이터로, 작은도서관으로, 냇가로...

저런 녀석들이 겨울 내내 뛰지 못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

실내에만 꽁꽁 갇혀 지내느라고 고생 많았다...

 

'동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자연놀이'는 작년 여름부터 우리 이웃의 몇집이 함께 모여서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냇가에, 화단에 풀어놓고 흙도 주무르고 곤충도 잡아보며 함께 노는 모임인데

날이 추워진 뒤에는 아파트 안에 있는 '작은도서관'으로 들어가 매주 한번씩 만나 놀았다.

같이 하고싶은 이웃들, 마침 그 시간에 도서관에 와있었던 친구들은 누구라도 끼어서 같이 만들고 놀았다.

크게 멋진 것을 만들진 못했어도 아이들은 즐거워했고, 엄마들도 무언가 우리 힘으로, 큰 돈 들이지 않고, 어떻게든 한시간 재밌게 어울려 보낼 수 있어 즐겁고 좋았다.

그렇게, 그럭저럭, 겨우겨우.. 겨울이 잘 갔다. 아이들이 모두 잘 자랐으니 고마운 일이다.

 

새봄에 우리는 함께 '텃밭농사'를 지어보기로 했다. ^^

강동구에서 마침 '공동체 텃밭'을 무료로 분양해준다기에 우리 모임 이름으로 신청해서 예쁜 산 밑 땅에 작은 텃밭 하나를 배정받았다.

동네 아이들, 엄마들과 마실가듯 일주일에 한번씩 다닐 텃밭농사, 산나들이... 기대된다.

 

하지만 이 봄. 아픈 사람들이 많다. 독감도 있고, 크고작은 환절기 감기들.. 그리고 어느새 일년이 돌아오는 세월호.

아픈 사람들 마음결에 와닿는 봄의 춥고도 따순 바람은 어떨까.. 나도 마음으로 같이 맞는다.

 

요즘 서울시도 그렇고, 자치구별로도 '마을공동체 사업'들이 많이 제안서 내는 시기다.

나도 '엄마그림책 모임'에서 함께 준비하고 있는데, 혹시 아이들과 함께 자연놀이 함께 하시고픈 엄마, 아빠들이 계시다면 작은 참고라도 되실까 싶어

지난 겨울 프로그램 올려본다. (근데 주로 가을, 겨울 것이라 큰 쓸모가 없을 것도ㅠㅠ)

 

 

곁에 있는 고운 아이들, 내 아이와 함께 자라는 우리 마을 아이들, 넓고 큰 인연의 끈으로 맺어져있을 모든 아이들이

봄에 더 많이 뛰어놀고, 웃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더불어 어른들도.

따신 마음 잃지 않고싶은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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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자연놀이 (겨울 프로그램)

 

회차

날짜

주제

놀이

준비물

1

11.6 (5-6)

겨울철 집안에서도 느낄 수있는 생명

고구마 물화분 만들기

고구마 순, 작은컵이나 병, 이름적어 붙일 라벨지, 싸인펜

2

11.13

낙엽과 놀기

낙엽으로 만드는 여러가지 얼굴 (동물, 사람)

예쁜 낙엽, 나뭇가지, 스케치북, 목공풀

3

11.20

벌레야 놀자 1

귀뚜라미 키우기

-귀뚜라미 잡기(142), 귀뚜라미 집 만들기(147)

페트병, 미끼(썩은 과일이나 생선)

곤충집, 뚜껑있는 플라스틱통에 송곳으로 구멍뚫기,

4

11.27

벌레야 놀자 2

벌레 그림 그리기

벌레 종이접기(매미, 메뚜기-145)

나무젓가락 잠자리 만들기

(144)

나무젓가락, 색종이, 가위, , 색연필, 싸인펜

5

12.4 (4-5)

열매야 놀자 1

아직도 남아있는 가을열매 모아보기 (163)

산수유, 주목, 쥐똥나무, 질경이, 갈대.. 아파트 단지안에 있는 열매들을 담을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통.

6

12.11

열매야 놀자 2

열매 보물상자, 열매텃밭 만들기 (169)

보물상자-스케치북 종이

텃밭- 작은 비닐화분,

7

12.18

열매야 놀자3

열매로 만드는 작은 동물들,

열매 소꿉놀이 (175)

고슴도치-솔방울, 쥐똥나무열매

다람쥐-도토리,이쑤시개,강아지풀

여우-, 물오리나무 솔방울,이쑤시개, 단풍나무 씨앗

(공통-목공풀)

소꿉놀이용 그릇들(나무,)

8

1.8

새야 놀자 1

새집 만들기 (193)

나무 틀 구입, 목공본드

9

1.15

새야 놀자 2

새모이 만들기 (192)

땅콩, 과일조각, , 바늘

가느다란 나뭇가지

10

1.22

새야 놀자 3

깃털모자 만들기 (187)

평소에 주워서 깨끗이 씻어말린 새 깃털(^^), 골판지,

11

1.29

새야 놀자 4

겨울철새- 움직이는 오리 만들기(232)

두꺼운 종이, 싸인펜, 색연필, 가위,

12

2.5

봄 기다리기 1

겨울나무 싹틔우기 (206)

유리병, 전지가위

13

2.12

봄 기다리기 2

나무껍질 무늬 탁본뜨기(210)

헝겊, , , 물감, 얇은 종이

 

 

* 참고- <사계절 생태놀이> 붉나무 지음, (길벗어린이, 고래가 그랬어 펴냄)

* 고덕리엔파크 1단지 작은도서관 상상마루목요일 상설프로그램(?) 같이 놀아요~^

Posted by 연신내새댁
이웃.동네.세상2014. 12. 22. 01:45

쓰고싶은 블로그 글은 많은데.. 사진들만 정리해두고 쓰지 못한 포스팅도 많은데...

이런저런 일들로 바빠 쓰지 못했다. 

생각할 것들도 있었지만, 움직일 일들이 우선 많아서 아이들데리고 종종거리며 작은도서관과 아파트 마당을 오고가다 보면

밤에는 고단해 아이들과 함께 곯아떨어지기 일쑤였다. 


그러는 사이에 12월도 어느새 21일이 지나 오늘은 벌써 동지다.

한해가 저물어가네..

올한해 많은 시간을 보냈던 우리 아파트 작은도서관 까페에 썼던 글 하나를 소식삼아 우선 퍼온다. 

작은도서관 이야기, 올 한해 돌아보는 글... 조만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쓸 수 있겠지...? 꼭 쓸테야.....!!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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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꼬마들이 설레어하며 기다리는 크리스마스가 멀지 않았습니다. ^^
작은도서관에도 친구들의 소원을 적은 손바닥트리가 빼곡히 채워지고, 양말로 만든 산타할아버지 인형이 웃고 있답니다.  










15일부터 작은도서관 멀티미디어실에서 '상상마루 크리스마스 도서전'이 열리고 있어요. ^^
작지만 우리 도서관의 소중한 첫 도서전이네요~~ㅎㅎ

도서관과 각 가정에 있는 크리스마스 그림책들을 모아서 전시해 보았어요.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그림책들이 많답니다. 
다양한 이야기들, 작가들의 아름다운 그림.. 
아이들 데리고 찾아오셔서 한번 천천히 읽어보셔요. 
아이와 함께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거예요. ^^
(초등학생들이 읽으면 좋을만한 책도 많답니다! 자녀들께 권해주세요~~)









혹시 지금이라도 함께 보고싶은 크리스마스 책이 있으시면 잠시 도서관에 빌려주세요~^^
'비치용 도서' 라벨을 붙여 12월 동안 전시하고 돌려드릴께요. 
도서관 데스크로 문의해주시면 된답니다~,









이번 도서전은 '엄마를 위한 그림책 모임'에서 준비해주셨어요. 
도서전의 일환으로 '세월호 머그컵'도 함께 판매하고 있답니다. 
모두들 행복한 날일수록 아픈 사람, 약한 사람들을 생각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세월호를 기억하는 여주시민모임'에서 제작한 이 머그컵은 세월호사건을 함께 아파하는 작가분들의 그림이 들어있습니다.
1개 3,000원이고요, 수익금은 '여주시민모임'을 통해 세월호희생자 가족분들께 전해진답니다. 

작은도서관에 들리시면 따뜻한 머그컵도 하나 장만하셔서 
추운 겨울, 따뜻한 차 한잔 드실때 마음아픈 분들께 소중한 위로도 함께 건네주시길 부탁드려요..


상상마루를 찾는 이웃분들 모두.. 가족과 함께 행복한 성탄절과 겨울 보내시길 빕니다. ^^



Posted by 연신내새댁





일주일에 한번씩, '동네친구들과 함께 하는 자연놀이'라는 모임을 하고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세 집 엄마들이 함께 모여 아이들 데리고 아파트 안팎의 자연에서 작은 놀거리를 찾아 재미있게 노는 것이다.  
여름이 시작되던 7월쯤부터 어떨때는 두 집, 어떨 때는 동네 꼬마들 잔뜩 다같이 모여 놀기도 하며 꾸준히 지내오고 있다. 









다행히 우리집은 아파트 바로 옆에 작은 냇가가 있고 산책로가 있어 아이들이 냇물 옆을 오고가며 놀 수 있다.
산이 좀 먼 것이 아쉽지만 아쉬운데로 아파트 안에 있는 자투리 흙땅이라도 눈밝은 아이들은 잘도 찾아내 놀고, 
작은 곤충들이며 꽃, 열매, 나뭇가지, 돌들은 많지는 않아도 예쁘게 여기고,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두어시간 참 재미나게 고맙게 누릴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땅을 바라보고, 작은 생명들을 바라보는 엄마들이 
한 아파트에서 오래 지내다보니 눈에 들어왔다.
혼자 내 아이들만 데리고 자연속에서 놀아도 재미있지만 친구들과 함께 노는 시간도 소중하고 행복할 것 같았다. 










아이들은 어디서도 잘 논다. 

놀이기구들이 잘 갖춰진 폴리우레탄 바닥 놀이터에서 놀 때도 재밌게 놀고

이렇게 냇물과 풀밭을 첨벙거리고 뛰어다니며 놀 때도 잘 논다. 

어디서든 아이들은 씩씩하게 잘 놀며 클 수 있으면 되는 것 같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자연이 주는 고마운 선물들을 느끼며 시간을 보낼 때가 참 행복하다.

산책을 하고, 흙을 만지고,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함께 신기해하고, 무언가를 만들고 거기에 한동안 흠뻑 빠져보는 순간이 참 좋다.

나와 비슷한 엄마 친구들을 만나서 참 좋다. 

아이들을 보며 같이 웃을 수 있고, 잘 노는 아이들 곁에서 우리는 사는 얘기를 두런두런 나누다가

함꼐 해질 무렵 서로 이웃해있는 집으로 걸어돌아올 수 있어서 좋다. 










지난 여름에 이 친구들과 함께 한 일은 
잠자리 잡기(잡았다 놓아주기), 진흙 소꿉놀이, 아카시아 잎으로 가위바위보하고 줄기로 파마하기, 냇물 물고기 잡기, 비탈흙에 계곡만들고 댐만들기(?) 같은 놀이들이었다. ^^
잠자리 잡을 때는 엄마들이 더 펄쩍펄쩍 뛰면서 땀 깨나 흘리기도 했다. 










지렁이를 좋아하는 멋진 꼬마 여자아이인 유이담이 자매와 
곤충이라면 안 좋아하는 것이 없고 또 안 키워본 것도 없는 시우우진 형제, 
그리고 무척 용감한 척 하지만 실은 거미를 무서워하는 연수와 쥐며느리를 좋아하는 연호, 돌멩이를 사랑하는 연제가 함께 냇가를 오고가며 여름이 지나갔다.










기차가 지나가면 아이들은 '아빠데리러 가나보다. 기차야 잘 다녀와~! 기차야 안녕!'하고 손을 흔드는 외곽 동네.

여기가 우리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유년의 고향으로 기억되겠지.

살다보면 슬픈 일이 많을 것이다. 

자라는 일이 힘든 시간도 많을 것이다.

유년의 풍경은, 어린 날의 추억은 그런 날들에 조용한 위로가 된다. 

이제 그것을 알겠다. 

어떤 구체적인 사건들보다, 어린 날의 내가 매일 걸었던 길가에 서있던 나무, 논밭과 하늘, 멀리보이던 학교 풍경, 소꿉놀이하던 뜨락, 마당, 집 안팍의 여러 풍경들이 

그 아스라하고 고운 그림같은 장면들이 그냥 힘이 된다.

내 아이들에게는 지금 이렇게 친구와 같이 놀고, 엄마와 함께 산책하고 걷던 길들이 그런 마음속의 풍경이 될지도 모른다.


가을에는 어떤 놀이를 함께 할까.. 

아무리 슬퍼도 엄마는 밥을 하는 것처럼 

아무리 세상이 무시무시해도 아이들은 뛰어놀 것이다.

우리에게 그럴 시간이 아직 허락되어지는 것에 감사하면서 가을에도 고맙게, 함께 잘 놀아야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이웃.동네.세상2014. 6. 3. 00:22





잔인한 시간은 천천히 흘러
오월이 가고 유월이 왔다.


5월 16일에는 아기엄마들의 도보침묵시위인 '엄마라서 말할 수 있다'에 다녀왔다.
세월호 사고 이후 서울 곳곳과 전국 각지에서 열렸던 이 이름의 집회는 
작게는 열명 남짓의 엄마들과 아기들부터
많게는 사백명에 이르는 엄마와 아기들이 모여 
집에서 준비한 작은 피켓을 들고 
오고가는 시민들과 푸른 나뭇잎들을 쳐다보며 조용히, 천천히 걷는 자리였다.  
걷다가 눈물이 흐르면 닦고
아기가 칭얼대면 토닥이고 더워하면 물을 먹이고 부채질을 해주며 걸었다. 
평화롭고, 숙연하고, 아픈 시간이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분들이 시작한 서명운동을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개인들이 함께 진행하고 있다. 

안산에 살고있는 친구가 이 서명을 함께 받을 수 있는 친구는 연락달라고 단체카톡을 보냈기에 '나도 해보겠다'말했더니 서명용지를 보내주었다. 
3년 동안 아이키우며 살아온 아파트.
놀이터에서 자주 얼굴보고 이야기하며 지내온 아기엄마들에게 서명을 부탁했더니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신중하게 한글자 한글자 이름과 연락처를 써주었다. 
늘 '누구엄마'라고 아이 이름만 알아왔던 엄마들의 이름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다들 이름이 예뻤다. 
'내 이름 너무 평범하지? 나랑 이름 같은 사람 엄청 많잖아..'하며 웃던 연수친구 엄마는 엊그제 셋째를 자연출산으로 잘 낳았다고 다른 아기엄마가 오늘 반갑게 알려주었다. 


 








우리동네 한살림 매장에서 열렸던 마을모임에 직접 가지는 못하고 이웃의 조합원분과 활동가 분께 부탁드렸더니 걱정말라며 흔쾌히 나를 대신해 그날 모임에 왔던 스무명 정도의 서명을 받아주셨다. 
그 종이를 받으러 한살림 매장에 갔더니 매장 출입문 옆에 세월호 관련 서명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장을 보러오는 아기 엄마들, 아빠들, 할머님들이 꼭꼭 눌러쓰신 이름들이 눈물 같고 땀 같았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구립도서관에서 열린 '그림책 모임'에 갔었다.
한살림 마을모임을 하며 가까워진 엄마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동네 소모임인데 가까운 이웃분이 진행하고 계셔서 간간히 소식만 듣다가 이번에 처음 연호연제 데리고 가보았다. 

환경 그림책인 '엄마가 미안해'라는 책을 소개하고 한장씩 넘기며 천천히 읽어주셨다.
환경 파괴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무책임한 개발 때문에 새끼들을 잃은 쇠제비갈매기 엄마의 이야기가 꼭 세월호 사고로 아이들을 잃은 우리들의 얘기 같았다. 
깊은 회색 바탕에 검은색 선들로 이루어진 그림은 슬프면서도 담담한 힘이 있었다.
아픔을 절실하게 표현하는 그림책의 존재가 아픈 한켠 고마웠다.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 사회가 달라지려면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물질보다는 생명을, 돈보다는 사람을 중시하는 사회로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는 이야기에 깊이 공감한다.

브레이크없는 자동차처럼 폭주해온 물질만능주의, 개발주의, 신자유주의에 속수무책 등떠밀리고, 은근슬쩍 묻어가던 삶의 자리를 돌아보고
나부터 조용히, 조금씩 변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마음먹는다.
'아니'라고 얘기하고, '같이 살자'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웃과 손잡고 작은 변화들을 우리 삶에서부터 만들어야겠다고.












우리 동네에 혁신초등학교가 있다. 
며칠전 학부모 공개수업에 다녀온 아랫집 엄마 이야기를 들었다.
책상걸상을 모두 교실 뒤로 밀어놓고 바닥에 둥글게 앉은 아이들은 80분 수업동안 모두 내내 종알종알 숫자 이야기를 선생님과 재미있게 나누며 친구들과 모둠도 만들었다가 다시 모두 모여 웃고 눈을 빛내며 수업에 참여하더란다.
시험이 없는 초등학교에 1학년 새내기 아이를 보내며 정말 마음이 놓인다고, 참 좋다는 엄마 얘기를 들으며 나도 참 좋았다. 

이 혁신초에 아이를 보낼 수 있는 관할지역은 우리 아파트 단지를 포함한 3개의 아파트단지인데 이들은 국민임대 세대와 서울시 장기전세와 같은 공공임대 비율이 전체의 60~70% 정도로 높다. 
가구소득이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이하 정도로 높지 않고 장애인, 다자녀, 조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다세대 가구 등 다양한 사회적 배려 대상자들이 많이 모여 살고있다는 말이다.    

평범한 이웃들이 모여사는 우리 동네에 혁신초등학교, 혁신중학교가 있어 정말 좋다. 
아이들이 경쟁보다는 협력을, 약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동네에서, 학교에서 배울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어른들부터 그렇게 어울려 지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일반분양인 30%의 세대는 서울의 제일 끝자락이긴 하지만 지하철이 편리하고 멋진 '혁신초'가 있는 관계로 도심과 크게 다르지않은 높은 집값을 부담하며 이곳을 찾아온 이웃들.. 함께 아이들 키우고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는 모두 소중한 이웃이다.

내가 만나 얘기를 나눠본 이웃엄마들은 모두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교육감으로 혁신학교를 지키고 더많이 확산시키겠다는 진보교육감 후보를 지지했다. 
조희연 선생님, 조희연 후보가 꼭 당선되었으면 좋겠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 내 마음도 긴장된다.

나는 스물여덟살에 성공회대 일반대학원에서 늦깍이 대학원생으로 석사 공부를 했다.
2년 동안 즐겁게 다니다가 부끄럽게도 논문은 못 쓰고 수료만 한채로 결혼하고 아이낳으면서 살림에 매진(?)하게 됐지만 
성공회대에서 지냈던 시간은 늘 너무 아련하고 행복하게 공부했던 기억으로 남아있어서
언제든 돌아가고 싶다고 꿈꾸고 설레어하곤 한다.

성공회대에는 시대와 사회의 아픔을 모른척 하지 않는 청춘을 살았고, 오늘을 사는 선생님들이 계셨다.
치열하게 공부하고, 치열하게 운동하고, 따뜻하게 소통하고, 평등하게 학생들 사이에 함께 '공부하는 사람'으로 존재하시는 선생님들.
권위적이지 않으나 따르고 싶고 배우고싶은 존경의 마음이 드는 귀한 선생님들이 계신, 작지만 큰 대학이었다.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조희연 선생님과 경기도 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이재정 선생님이 모두 성공회대 선생님들이시다.
나는 이 분들의 출마 소식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무엇이 이 분들을 움직이게 했을까.

절박한 마음.
그것이 아니었을까.
누구나 부담스럽고, 모른척 피하고 있어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고, 지금까지 해온 역할만 하셔도 무난히 지낼 수 있지만
누군가는 해야하고, 최일선에서 길을 열고 가야한다고 생각하셨을 것 같았다.

종북좌파 운운하는 비이성적 마녀사냥을, 보수세력 전체로부터 무지막지한 물리적, 심리적 공격과 상처를 본인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받게 될줄 알지만
다른 누구아닌 내가 그 화살을 받으며 헤치고 우리 사회를, 교육을 사람을 존중하는 교육으로,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교육으로 바꿔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선생님 세대의 몫이 있다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성공회대에서 공부할때 내가 뵜던 조희연 선생님은 40대 후배 학자들로부터 무척 존경받는 분이셨다.
따뜻하고 유머도 많으셨지만 꼼꼼하고 냉철하셨다. 폭넓게 생각하고 행동하셨고 실천력이 대단하셔서 함께 일하는 후배나 제자들을 늘 바쁘게 하셨다. 그런 면에서 박원순 시장과 비슷한 리더쉽인 것도 같다. 

  











박원순 시장 재임기간 동안 서울에는 작지만 소중한 변화들이 아주 많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파트 단지에 빈 채로 이름만 존재했던 '문고'가 '작은 도서관'으로 만들어져서 너무 멋지게 개장했다.

전임 오세훈 시장 시절에 만들어졌던 길 건너 대규모 SH공사 공공임대아파트의 '문고'와는 정말로 발상이, 접근이 다르다.

SH공사에서 도서관 사업에 예산을 적극 지원하고, 공공도서관 운영에 대한 철학과 경험이 있는 협동조합 형태의 '사회적 기업'에 초기 운영을 위탁해 작은 도서관이 안정적으로 주민들 속에 자리잡도록 하는 운영방식도 참 좋다.

덕분에 우리 아파트 작은 도서관은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엄마들, 학교 끝난후 친구들과 함께 혹은 혼자 와서 책도 보고 쉬기도 하는 초등학생들, 일반 주민들 모두에게 무척 설레고 좋은 공간이 되었다. 

엄마들은 도서관 제일 안쪽에 있는 모임 공간에서 작은 책모임들을 만들기 시작했고,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좋은 무료 철학, 심리치유 강좌들도 열리고 있다. 중고등학생, 일반 주민들이 참여하는 '책읽어주기 자원봉사'도 제안되어 기대된다.

  

시대적 변화도 있겠으나 그 시대적 변화를 끌어낸 주역 중의 한 사람이 박원순 시장임을 생각할 때 정말로 '박원순 서울'에 살고 있어 고맙고 좋다. 

할 수 있는 한 오래 서울에서 박원순 시장과 같은 멋진 시장님의 활약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들의 그림책 모임이나 아이들 숲놀이 모임을 만들어서 같이 놀면서 재미있게 아이들 키우면 참 좋겠다 싶은 마음으로 어떻게 시작하면 될까.. 고민하던 차에

오고가며 자주 얼굴보고 호감가던 이웃의 아기엄마에게 '무슨 일 하세요?'하고 슬쩍 한번 물었는데 

알고보니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마을공동체 상담가 과정'을 이제 막 이수한 '마을공동체 전문가'였다는 멋진 반전~!

박원순 서울이 아니면 어디서 경험해 보겠는가. ^^


그런데 정몽준 후보는 관훈토론회에서 "마을공동체 그게 뭐하는 겁니까? 제가 알아보니까.. 서총련 조국통일위원회 사무처장 이런거 하던 사람도 있던데... 제가 당선되면 마을공동체 그런건 안하겠습니다." 하는 말을 듣고 나는 정말 아연실색했다. 

작지만 따뜻한 풀뿌리 공동체의 형성과 성장이 얼마나 그 동네에 발붙이고 정붙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소중하고 절실한데..!

거대한 도시, 파편화되고 고립된 개인, 개별가정이 아니라 동네가, 이웃어른들과 친구들이, 세상이 따뜻하고 안전하고 서로 지켜주고 보듬어주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자라는 아이들에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월이 왔다.

아픔은 끝나지 않을 것이고, 우리들은 계속 각자의 자리에서 그리고 또 함께 모여 목소리를 내고 위로하고 안아주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를 위한 긴 여정에 6월 4일이 뜻깊은 한 지점이 되어주길 빈다.

그리고 우리는 또 계속 걸어가야할 것이다. 곱디고운 우리 아이들의 손을 잡고.








Posted by 연신내새댁
이웃.동네.세상2014. 5. 13. 22:24








지난 주말 안산에 다녀왔다.

안산.
우리 모두에게 오래도록 아픈 이름으로 남을 그 도시에.


친구들의 죽음을 잊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려고 모인 교복입은 청소년들을 보았다.
화랑유원지 안을 삼삼오오 모여 걸으며 흩어진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로 가야하는지 묻는 그들의 음색은 조금 긴장된 듯 했고 얼굴은 굳어있었다.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 걷다가 뛰다가 놀다가 하는 아기들과 함께 먼 길을 걸었다.
가는 대나무살 위에 붙은 하얀 종이나비의 날개가 너무 여려보여 서러웠다.

눈시울이 빨개진 아주머니들과 검은 조끼를 입고 어깨를 떨어뜨리고 있는 아저씨들 사이에 앉아 김밥을 먹었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광장에서는 진혼굿과 합창 공연이 있었다.
마침내 밤이 오고 
촛불이 따뜻하고도 무겁게 광장을 밝혔을 때  
깜짝 놀랄만큼 큰 소리의 절규가 들렸다. 
그런 목소리는 처음 들어보았다.
그렇게 애끓는 슬픔과 깊은 절망이 담긴, 분노가 폭풍처럼 터져나오는 목소리는.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의 이야기. 
허리를 꺽으며 내장을 꺼내놓듯 소리를 내지르던 그 몸짓. 













그래서 나는 잊지 않기로 한다.

그들은 이제 좀 슬슬 잊혀지기를 바라겠지만 
다시 좀 조용해지기를 바라겠지만
나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자식을 잃고 울부짖는 부모들과 마음을 함께 하기로.
특검을 요구하고, 
청문회도 요구하고
나쁘고 무능한 정치권력도 규탄하고 바꾸고 
다음 세대를 지키지 않기로 마음먹은 것처럼 막 살고, 대충 살고, 
사람 따위, 목숨 따위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돈, 돈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이 사회의 흐름에
등 떠밀리듯 휩쓸려가지 않기로.
편하고, 재미있는 것만 쫓으며 안락하게 방관하지 않기로.

 











단원고등학교 교문 옆에는 돌아오지 못한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보내는 
과자, 음료수, 꽃, 성모상, 편지, 인형들이 빼곡히 놓여있었고, 
현수막 거치대에는 큰 글씨로 'It's not your fault(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쓴 현수막 한 장이 걸려있었다. 
'못다 이룬 꿈 천국에서' 란 작은 글씨를 보고 이것이 누구에게 하는 이야기인지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 
죽은 아이도, 살아남은 아이도.

하지만 어른들에게는 잘못이 있다.
이 사회의 모든 어른에게는.
죽은 아이들이 태어나던 해에 이미 스무살이었던 나에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한 연설은 6월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이 있고 한 달 남짓 되던 때였다.
거기 그런 말이 있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

지금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악은 단순히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정치권력 하나 정도가 아닌 것 같다.
도덕 불감증, 물신주의, 인간성 상실 같은 어마어마하고 먼 이야기들이 
우리 눈 앞에 너무 적나라하게 맨얼굴을 들이밀어서 
지금 우리들은 이렇게 두렵고 무기력해지는 것 같다.

개인의 이익, 개인의 생존을 위해 경쟁은 불가피하다는 변명 하에 
남을 밟고 올라서고, 이기고, 빼앗고, 승자는 모든 것을 누리고 제 몫을 최대한 챙기고 
패자의 고통에는 눈 감고, 모른척하는 것을 정당화해온 결과가 
타인들의 안전보다는 내 돈을
타인들의 목숨보다는 내 권력을 
타인들의 고통보다는 내 쾌락을 
훨씬, 아니 절대적으로 추구하게 만든 것이 아닌가.
사회 정의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는 식으로 작은 부정부터 큰 부정까지 모두 눈감고 그렇게 축적한 부와 그렇게 거머쥔 권력을 부러워했던 것은 아닌가.



아픈 봄에,
봄같지 않은 봄에
묻고 생각하며 함께 걷는다.
자유롭지 않은, 부끄러운 질문들을 붙잡고 걷는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