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일기2008. 3. 11. 21:51

길을 나서면 녹은 땅을 박차고 나온 새싹들과 나무에 움트는 새순들도 만나고
학교에서는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도 만나고...
사랑을 고백하는 무슨무슨 데이들도 많은 봄은 아무래도 만남의 계절입니다만,
새댁은 요즘 오래된 습관 하나와 헤어질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 습관은 바로 '산만함'입니다.
이 녀석은 '우유부단'과 함께 새댁 성격의 2대 특질중 하나로서
지난 30여년간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며 새댁의 삶 한귀퉁이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었던 녀석입니다.

이것저것 여러가지 일을 벌려놓고 동시에 진행하기는 기본이요,
그러다 그중 그닥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시간과 관심을 쏟아 한나절을 후닥 날리기 일수입니다.
책도 이 책 조금, 저 책 조금 섞어서 보고,
이 생각하다 불쑥 저 생각이 나면 또 그걸하고.. 그러다 다시 다른 생각과 일에 사로잡힙니다.

생활의 다른 어느 것보다 글을 쓰는데서 이 산만함이 진가를 발휘합니다.
주제와 크게 상관없는 작은 것에 집중하여, 관련된 자료들을 한참이나 찾고 읽고 정리해서 본래 글속에 끼워 넣습니다.
그러기를 여러차례 반복한 후..
완성된 글은 무거운 곁가지들을 감당하지 못해 쓰러지기 일보직전인 갸날픈 나무 한그루 같이 되어버립니다.
 
축 늘어진 곁가지들을 쳐내고, 뿌리부터 잎새까지 단단하게 잘 자란 나무같은 글.
주제가 선명하고, 근거와 자료들이 알맞게 제시된
집중과 균형이 잘 잡혀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은데요-
휴..
그러려면 산만함이란 녀석과 이제는 진짜로 이별을 해야합니다.

산만함과 이별하기 위한 첫번째 과제는 '느긋해지기' 입니다.
사실 산만함은 이상한 '조급함'과 커플로 찾아오곤 합니다.
뭔가 약간 마음이 불안할때, 조급하거나 초조할 때
불현듯 '이걸 해볼까? 저걸 해볼까?' 하는 충동이 찾아와 행동으로 옮겨지곤 하거든요.
음... 실은 이 글도 역시 이런 불안함의 산물이긴 합니다.

저녁먹고 책상앞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내일이면 벌써 수요일...
어정어정하다보면 어느새 이번 한주도 훌쩍 다 지나가 버리게 생겼더라구요.
해야할 일들은 정해져있고 받아놓은 날도 정해져 있는데
이번주도 큰 진전을 보지 못할듯해 마음은 급해지고..
그러다 오늘 하루도 참 산만하게 보냈구나.. 하는데 생각이 미치자
이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좀 불어넣어 주어야겠습니다.
잘 할 수 있을거야. 조금씩 천천히 가면 돼.
조금씩은 흔들리더라도 중심 잃지 말고 한발한발 집중해서 걸어가면 돼..

산만함과 이별하기 위한 두번째 단계로 새댁은 시간표를 짰습니다.
우선은 무엇을 하기로 한 시간에는 딱 그것에만 집중할 생각입니다.
다른 것이 하고싶거나, 생각이 나도.. 잠시 후로 미루고.. 우선은 정해놓은 그 일에 충실하려고 노력해보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생활에 중심이 조금은 더 잡히겠지요?

음.. 그리고 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산만함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알려주세요~!! ^^

형체도 없는 마음 하나 다스리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그러고보면 세상에 쉬운 일이 참 하나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이나 세상의 변화는 그렇게 쉽게 소망하면서도
정작 내 마음 하나, 내 삶의 자세 하나 변화시키는 것은 어려워합니다.

그러나 부단한 계절과 자연의 운동은 변화와 성장의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새봄, 새댁도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조금 더 힘을 내보겠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