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2020. 8. 29. 11:13

 

동네에 야채가게가 새로 생겼다. 
우리집에서 제일 가까운 상가쪽 모퉁이 자리다. 
아직 비어있는 가게들이 많은 신도시의 신축건물들 사이에 드물게 새로 문을 여는 가게들.

코로나 시대에 문을 닫는 가게도 정말 많은데 새로 가게를 차리시기가 얼마나 조심스러웠을까..

그 마음이 짐작이 되어서 내가 들를만한 가게면 꼭 한두번은 가본다. 

그전에도 그랬지만 코로나 시대가 되고서는 더욱 큰 마트를 잘 안가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이용하고 있는 한살림 생협에서 식재료 대부분과 어지간한 생필품은 모두 구입할 수 있고, 온라인주문을 하면 집으로 배송을 해주시기 때문에 밖에서 장볼 일이 거의 없다. 한살림에 없는 군것질거리들이나 생선, 육류 종류들이 좀 필요할 때 가끔씩 마트를 다녀오곤 했다. 

그런데 이번 여름 긴 장마와 집중호우 피해들을 겪으면서 한살림 채소 수급에도 어려움이 커졌다. 

한살림 생산지 농가들도 호우 피해를 많이 입으셨고, 또 코로나시대로 온라인 주문량이 많다보니 온라인 장보기에서는 내가 고른 야채들이 품절일 때가 많았다.

또 시중의 야채 수급에 어려움이 생겨서 야채값이 폭등하거나 할때 한살림은 연초에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결정한 가격으로 가격이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시중보다 상대적으로 야채값이 싸다. 그래서 한살림 야채 소비가 평소보다 많아진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세상이 위험한 때문이니 공급되는 것들만이라도 받아서 감사하게 먹어야지.. 

가지, 감자, 고구마, 오이, 당근, 양파, 마늘 같이 우리 집에서 많이 먹는 야채는 다행히 한살림에서 잘 받았다. 

 그런데 호박과 대파, 쌈채소들은 품절이라 못받았다.  과일들도 아이들과 좀 더 먹고싶고 해서 동네에 새로 생긴 야채가게에 갔다. 

 

키가 크고 털털한 인상에 목소리도 걸걸하신 주인 아주머니는 대파 한 단 달라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개업하신 직후쯤에도 아이들과 운동다녀오다가 한번 들러서 야채랑 과일 몇가지를 샀었는데 그 때 아주머니는 나와 아이들을 보며 "아고~ 아들이 셋이여? 너네 엄마 고생많겠다. 엄마 말씀 잘 들어야된다~! 나도 아들 둘 키우느라 진짜 힘들었는데.. 애기엄마 대단하네" 하고 걸걸한 목소리로 한바탕 이야기를 하셨었다. 찌개에 넣어먹으라며 풋고추를 한 주먹 비닐봉지에 더 넣어주시며 "또 와요~!"하셨었다. 

마스크를 꽁꽁 쓰고 다니고 벌써 한두주 전의 일이니 아주머니가 나를 기억하실 리는 없지만 나는 '또 오기'로 한 약속을 나름 지켜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가게에 들어섰다. 

냉장고에 든 야채를 보니 길쭉이 애호박 하나에 3500원이란 가격표가 붙어있었다. 

아이고.. 

그 옆에 동그란 애호박이 있어 "이건 얼마예요?" 하고 물으니 아주머니 대답.

"2000원이야"

"이건 좀 낫네요"

"응. 그래야지. 뭐 하나라도 싼게 있어야지~" 

우리는 같이 웃었다. 그래.. 뭐 하나라도 싼게 있어야지. 그래야 선뜻 손이 가고, 집에 식탁에 반찬 한가지라도 좀 넉넉하게 올리지.. 

아주머니의 목소리는 웃고 있었지만 걸걸하게 쉰 목소리에는 눈물같은 땀기운이 묻어나는 것 같았다. 

 

손님이 도대체 얼마나 왔을까. 

이 가게 문을 열고난 후에.. 코로나로 안그래도 길에 지나다니는 사람은 없고, 야채값은 비싸고, 날은 뜨겁고, 과일은 자꾸 시들어가고... 

아주머니는 포도를 사고싶어하는 나에게 "밖에 놔두니까 포도가 너무 빨리 말라. 이게 상한건 아니고 마른건데 그래도 씻으면 먹을만하고, 잼같은거 만들어 먹어도 좋을 것 같아 버리지 않고 놔뒀어. 5000원에 다 줄테니까 가져 갈라우?" 

하고 물으셨다. 빨간 광주리 두 개에 가득 담긴 포도가 6송이는 넘어 보였다. 좀 오래돼 보이기는 했지만 우리집 애들은 포도를 좋아하니까 씻어주면 하루이틀 안에 다 먹을 것 같았다. 

버릴 수 없는 마음.. 알 수 있다. 살림하는 나도 그렇다. 잘 못 버린다. 먹을 수 있는건데... 그래서 5천원에 포도 두 바구니를 샀다. 아주머니는 박스에 있는 괜찮은 포도 한송이도 얼른 더 넣어주셨다. 

바나나와 오이도 사고 둥근 애호박도 넉넉하게 두 개 사서 검은 봉지를 자전거 양쪽에 주렁주렁 매달고 돌아왔다. 

 

 



애호박은 볶아서 반찬도 하기 좋고, 된장찌개나 국에 넣어 먹어도 좋고, 볶음밥이나 카레에도 넣어 먹어서 쓰임새가 많다. 

한살림 애호박은 이번 주에도 품절이다. 

다음 주에는 아주머니네 야채가게에 다시 호박을 사러 가야겠구나... 

아들 둘을 키우느라 고생하셨던 아주머니가 신도시에 새롭게 차린 번듯한 자기 가게가 오래오래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마스크를 쓰고라도 가끔 안부를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누고, '뭐 하나라도 싼게 있어야지~' 같은 웃픈 이야기에 함께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비가 또 온다. 
뜨거워진 지구에서 쉽지 않겠지만 부디 곱게 잘 지나가다오..ㅜㅜ 

 

 

 

 

Posted by 연신내새댁
밥상2019. 9. 4. 12:02




만들기 참 간단한데 참 맛있다. ^^
어릴때 부터 많이 먹었는데 대학 시절 이후로는 잘 못 먹어봤다.
누가 만들어주질 않아서..ㅜㅜ

대학시절에는 언니가 이 반찬을 만들어 주었었다.
우리가 반포와 이대앞에서 함께 자취를 할 때
언니는 가끔 엄마처럼 부엌에 서서 뚝딱뚝딱 두부조림을 만들어 주었다.
또 양상추 샐러드랑 계란 후라이.
그렇게 하면 냉장고 안에 있는 엄마가 보내준 밑반찬들과 함께 해서
우리의 훌륭한 집밥 한상이 차려지곤 했다.

이 간단하지만 깊은 맛이 나는 반찬을
나는 애들 키우며 왜 못 해먹었을까?
고춧가루를 무서워해서 그랬겠지..ㅠ
진간장에 고춧가루, 마늘 찧은 것, 참기름 이면 떙인 양념.
우리는 양파깔고 구수하고 짭조롬한 국물도 좀 넉넉히 해서 끓여먹는걸 좋아한다.

강릉 언니가 차려준 밥을 나는 대학 몇 년동안 잘 먹었다.
고마운 언니..
다음에 언니를 만나면 우리가 가끔 잘 사먹었던 신촌 설렁탕처럼 뜨끈하고 맛있는 밥을 내가 사드려야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밥상2019. 9. 1. 19:42




엄마는 오이를 무칠때 콩나물을 같이 넣곤 하신다.
친정집에 가면 가끔 이 반찬을 먹는데 어떻게 만드는 건지 궁금했다.
집에 와서 혼자 궁리해보건데 콩나물을 먼저 살짝 삶아서 오이랑 같이 무치신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콩나물국 끓일때 콩나물을 넣고 삶다가 한 젓가락 덜어내서
미리 소금에 절였다 헹궈 물기를 짠 오이랑 같이 섞어서 무쳐보았다.
고추장 좀 넣고 고춧가루도 넣고 들기름, 마늘 찧은 것, 매실액, 진간장도 조금 넣고 조물조물~

엄마의 손맛이 담긴 콩나물오이무침의 걸쭉한 맛은 안 나지만
그럭저럭 새콤달콤 맛있다.
자꾸 하다보면 좀 나아지겠지...^^



Posted by 연신내새댁
밥상2019. 8. 31. 14:27




기억속의 가자미조림은 더 빨간 색인데~
아직은 고춧가루 넣기를 무서워해서.. 내가 만든 반찬들은 색깔이 영 하얗다. ^^

강릉은 바다가 있어서 해산물이 풍성한 고장이다.
어릴때부터 많이 먹었던 여러 물고기들과 해조류들을 먹으면 고향 생각이 나고 입맛도 나서 밥 한그릇 뚝딱 하게 된다.

냉동실에 있던 작은 가자미로 만들어본 가자미 조림은 기억속의 짭쪼롬한 맛은 아니었지만
그런데로 삼삼하니 먹을만 했다.

고추장과 된장을 좀 섞고, 맛술과 설탕, 고춧가루를 넣고 마늘 넣어서 양념장을 만들었다.
무랑 감자를 넣어서 같이 조렸는데 감자가 훨씬 맛있었다.
그래도 무에서 우러난 국물이 맛있어서 국물 떠먹으며 밥 많이 먹었다.

가자미도 조림으로 먹긴 하지만 엄마가 기름에 바삭촉촉하게 구워주신게 제일 맛있는데
내가 구워서는 그 맛이 안난다.
친정집 생선구이는 엄마가 부엌도 아니고, 바깥에서 무려 가스버너에 구워다주시는데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

우리 갈때만 구워주시지 말고, 힘드시더라도
엄마랑 아빠 두분도 생선 맛있게 많이 구워드세요...^^




















Posted by 연신내새댁
밥상2019. 8. 28. 20:17




어릴때 많이 먹었던 반찬인데
기억을 더듬어 한번 만들어보았다.

감자와 계란, 고춧가루를 넣어서 만든다.
기억속의 이 반찬은 고춧가루가 더 많이 들어가고, 계란도 더 몽글몽글하게 익는데
내가 만드니까 좀 푸석푸석하고 훨씬 하얗게 되었다. ^^

맛은 그래도 조금 비슷하다.

어릴때는 엄마가 주로 만들어주셨던 반찬인데,
내가 나이가 좀 들었을 때,
언제였더라..
대학생? 이십대 후반? 정도였을 때
할머니가 한번 만들어주신 적이 있었다.

할머니 연세가 칠순쯤 되셨을때..
아마 모처럼(한 10년에 한번 정도? ㅎㅎ) 엄마가 어디 여행을 가셔서
할머니가 내 밥을 차려주셨던 것 같다.

할머니는 연세가 드신 후에는 거의 부엌출입을 안 하셨고
엄마가 전적으로 요리와 집안일을 도맡아 하셨기 때문에
할머니가 반찬을 만드시는 모습은 낯설고 좀 귀여우셨던 것 같다.

그때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반찬이 이 감자계란볶음.
내가 “어! 할머니도 이거 할 줄 알아? 엄마가 많이 만들어줬는데~” 했더니
“엄마한테 내가 가르쳐준거야~” 하고 대답하셨었다. ^^

결혼하고 아이들키우며 가끔 이 반찬이 생각났었다.
해먹고 싶었는데 아이들이 고춧가루를 잘 못먹어서 여지껏 못 해봤었다.
이제는 아이들도 아주 매운 반찬아니면 고춧가루가 좀 있어도 잘 먹는다.

들기름두르고 감자를 볶다가
물넣고 고춧가루넣고 소금 좀 넣고
계란 풀어서 넣고 마늘 찧은것 좀 넣고...^^

할머니가 그때 이렇게 알려주신 것 같은데 잘 기억한 건지 모르겠다.

그리움을 안고 먹는다.
연제가 맛있다며 잘 먹는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밥상2012. 5. 9. 23:08





우리집 올해 텃밭은 강일동 707번지에 마련했다.

강일동 707번지에는 V대장이 살고, 뒹굴깨물이가 살고, 엄마가 살고 아빠가 산다.


작년처럼 동사무소에서 분양하는 주말농장 텃밭을 신청하려고 탁상달력에 크게 동그라미 쳐놓고 메모까지 해놓고 그전날 밤에도 퇴근한 아빠랑 내일 아침에 꼭 일찍 일어나서 신청하러 가자고 얘기까지 구구절절 해놓고 잤는데

다음날 아침이 밝자 후다닥 아침 챙겨먹고 아빠 출근하고 연수 유치원 다녀오고 점심먹고 오후 어느맘때쯤 퍼뜩 '오늘~?!!!'하고 기억이 났다. ㅠㅠ


동사무소 텃밭이 그렇게 허망하게 날아간 뒤 쓰린 속을 부여잡고 올해 농사의 활로를 모색하던 중 퍼뜩 떠오른 생각이 

'베란다 텃밭'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이사올 때 거실 베란다에 수도꼭지와 샤워기가 달려있는 것을 보고 '아 여긴 화분들 키우라는 거구나~'하고 감탄했는데

그때부터 내심 거기에 텃밭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었다.

엎어진 김에 동전 줍는 마음으로 해보고싶었던 베란다 텃밭이라도 가꾸면서 꿈같은 '가래여울 텃밭의 추억'을 되씹기로 했다.










그리하여 당장 '흙살림' 홈페이지(http://www.heuk.or.kr/)를 찾아갔다. 

한살림에서 판매하는 '화분용 퇴비'를 만든 곳으로만 알고 있다가 

작년에 '6.2데이' 행사장에 가서 보니 유기농업을 지원하기 위해 배양토부터 미생물과 자연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병충해방제, 영양제도 만들고 토종씨앗과 모종들도 판매하고 계신 것을 보고 '아 참 좋다' 했었다. 

홈페이지를 찾아가보니 친환경농업에 대한 교육과 유기농산물의 직거래판매, 도시농업 확대를 위한 노력까지 20여년 동안 건강한 농업과 땅을 살리기 위해 애써온 존경스러운 운동단체이자 연구소이자 사회적 기업인 '흙살림'을 만날 수 있었다.









새싹채소도 전부터 한번 키워보고 싶었는데 마침 흙살림에서 귀엽기도 한 '새싹채소 재배키트'를 판매하고 있었다.

적무, 보리, 배추 등 씨앗 세 종류와 재배키트 묶음가격은 4500원. ^^

물 붓고 씨앗 뿌려주니 끝! 간단도 하네~! 

우리집 공식 농부 V대장이 직접 했다.












새싹채소와 함께 도착한 베란다텃밭 장비들! 두둥~~~~!! ^^ 

손 큰 연수엄마가 배양토 4포대와 그 흙을 담아 채소를 기를 그로우백 4개를 일시에 주문했다. ㅎㅎ

도시의 작은 아파트인 우리집으로 거름냄새도 살짝쿵 나는 커다란 흙포대들이 큰 택배상자에 담겨서 들어오는데 

웃음이 나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했다.

도시에서는 이렇게 해야 '흙'을 가질 수 있구나... 

흙에서 자란 것 먹지 않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도 

흙이랑 가까이 사는 길은 큰 맘먹고, 여러 손 빌려가며 애를 써야 가능한 일이구나.











흙살림 택배가 오자 제일로 신난 것은 V대장 연수.

어린 시절부터 '흙사랑'이 남다르셨던 이 분은 마침내 집안에 자기만의 흙놀이터까지 갖추시게 된 것이다.

게다가 물도 있고! 이 어찌 기쁘지 않을소냐~~! ^^;










우리집 차기농부 뒹굴깨물이도 신나긴 마찬가지~^^

거실베란다를 차지하고있던 아이들 자전거와 유모차 등등을 현관 밖으로 빼고 선반의 오래된 짐들도 대거 정리해서

이 베란다에는 화분들과 물에 젖어도 괜찮을 법한 물품들만 남겨놓았다.


그래놓고 엄마와 형아가 요 베란다를 뻔질나게 드나드니 어린 연호도 당연히 함께 기어나와 

흙포대에 기어올라가도 보고, 화분의 싹들도 잡아당겨보고(ㅠ) 하며 신기해했다.


농부의 딸인 나는 베란다에 쌓아놓은 흙포대만 봐도 배가 부를만큼 기분이 좋아서

정말로 꽤 오랫동안 쳐다보고만 있었다. ㅎㅎ

막상 애 둘 데리고 저 포대를 뜯어 텃밭을 차릴 엄두가 어찌 그리 안 나던지....;;











그러는 사이에도 새싹채소는 무럭무럭 자랐다.

강일동 707번지 주민 4인은 모두 새싹 처음보는 서울촌놈 티를 팍팍 내가며 볼때마다 신기해했다.










예쁘다..










참 예쁘다.











새싹채소 수확한 날.










연수가 직접 장식(?)한 새싹채소비빔밥. ㅜ

보기는 참 그렇지만... 맛은 상큼쌉쓰름한 것이 입맛 돋궈준다. 음~ 

또 먹고 싶은데 새싹채소 키트는 한번 밖에 못 키우는 것이라 아쉽다.. 집에서 채소를 더 키워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밥 잘먹고 힘내서... 드디어 텃밭을 만들었다.

저 초록색 비닐백의 이름은 '그로우백 작은텃밭'. 

튼튼하고 깊고, 작은 물빠짐 구멍이 옆면에 네개쯤 뚫려있다. 

그 구멍을 별도의 돌 같은 걸로 막지 않아도 흙이 새지않고 물은 잘 빠져서 참 좋다.

작은 공간에서도 채소를 키워볼 수 있도록 고안된 아이디어 상품! 가격은 3300원! ^^ 

이래뵈도 상자텃밭용 유기배양토 15L 한포대가 남김없이 싹~ 들어간다.

땅이 깊어서 토마토나 고추같은 뿌리 깊이 내리는 작물도 키울 수 있단다.











엄마의 텃밭인 것 같지만 실상은 연수의 텃밭이다.

아니, 우리집 베란다 텃밭이니 우리 가족 모두의 텃밭이고, 우리집에 놀러온 이들도 함께 물주고 바라보고 열매를 함께 먹을 수 있는 모두의 텃밭이다. ^^

동네 꽃집에 가보니 토마토 모종만 팔고 있었다.

노란 토마토 꽃도 보고, 올망졸망 방울토마토도 따먹을 수 있겠구나... 

손바닥만한 모종 세포기 심어놓고 엄마는 벌써 배부르다. ㅎㅎㅎ 

물받는 연수 뒷태가 듬직하다. 













'토마토야, 무럭무럭 잘 커라~'

얘기하면서 준다.  











텃밭 차리느라 든 비용에 비해보자면(흙이 비싸다..ㅠ) 여기서 얻는 수확은 값으로 환산했을 때 정말 미미할 것이다.

하지만 연수가 제 손으로 토마토를 키워보며 느끼는 마음의 풍요는 값을 매길 수 없을만큼 귀한 것이라고 믿는다.

살아있는 흙, 살아있는 작물.. 자라고 열매 맺고 스러지는 모든 과정을 

온전히 지켜보고 돌보면서 설레임과 고마움, 아쉬움을 함께 느끼며 

아이들도 나도 나무처럼, 풀처럼 천천히 자랐으면 좋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밥상2012. 4. 10. 23:04


미각이 뛰어난 사람과 가까이 지내면 좋은 일이 많다.

뭐가 먹고싶다고 하면 '그건 어디가 잘한데'하면서 꼼꼼히 찾아낸 맛집으로 데려가주기도 하고 

직접 요리한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주는 고마운 경우도 왕왕 있으며

무엇보다 먹거리와 음식을 대하는 태도가 아주 정중하고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함께 있으면 내 마음도 좋다.


우리 남편이 그런 사람이다. (안 그렇게 생겼는데...ㅎㅎ)

절대음감 대신 절대미각을 타고났다. 

내 입에는 다 맛있는 고기들을 어떤 것은 맛있고, 어떤 것은 별로인지 세심하게 집어내고

국물요리며 각종 양념 맛들도 나름 날카롭게 평가한다. 


아기 시절부터 맛이 없었던지 분유는 거부하고 모유만 먹으려해서 

'그 좋은' 분유를 먹이지 못해 애가 쪼그맣고 약했다며 안타까워하시는 시어무님의 말씀으로 짐작컨데

이 사람의 대장금 입맛은 갓난아기 시절부터 발휘되었나보다.  








남편은 아주 가끔 요리를 하는데 주로 자기가 좋아하는 스테이크, 스파게티, 라면 같은 것을 

엄청 공들여서 재료 장만하고 밑손질해서 요리법 여러번 검색한 뒤에 (라면도!ㅋ)

무슨 '식객'에 나오는 요리사처럼 팬에 불꽃을 휙휙 일으켜가면서 만든다.

가끔 성공하고 가끔 실패하는데 실패하면 '버렸네, 버렸어~~'하면서 엄청 안타까워한다. 

(진짜 버리는건 당근 아니고, 우리는 모두 맛있게 먹는데 혼자서 높은 '완성도'에 이르지 못했다며 속상해하는 것이다. ㅋ~)



몇 년전에 이 분이 처음으로 토마토스파게티를 만들었던 날이 있었다. 

어린 똑순이를 보러 블로그이웃이었던 미페이님과 명이님이 연신내 우리집에 놀러왔던 날이다.

자기가 손님상을 준비하겠다고 의욕에 차서 달려들었던 남편은 바작바작 국물이 다 졸아버린 스파게티 소스에 허연 면을 비벼 내놓으며 몹시 민망해했다. 

그때 미페이님이 '서울와서 며칠동안 먹은 음식중에 유일하게 먹을만한 음식'이라며 맛있다고 말해주지 않았다면 남편은 아마 너무도 상심했을 것이다. 









내 기억으로 그 토마토스파게티 소스는 남편이 오징어랑 바지락 삶은 육수에 토마토페이스트를 넣고 이런저런 야채들도 넣고 집에 있던 월계수잎까지 넣어서 무척 야심차게 만든 것이었다. 

비록 다 졸아버리기는 하였지만 미페이님은 아마도 그 소스에 깃든 재료의 맛을 찾아냈을 것이다. 

그래서 초라한 모양새에 상관없이 '맛있다'고 말해준 것이 아니었을까..


우리가 광주 미페이님네에 놀러갔을 때 한밤중에 수다떨다 출출해진 아낙들을 위해 미페이님이 뚝딱뚝딱 만들어주었던 잔치국수의 맛도 잊을 수 없다. 

멸치 새우 다시마 버섯 등으로 맛을 낸 진한 육수에 잘 삶긴 소면.. 


아.. 참 다시 돌아봐도 행복하다.

맛있는 음식을 정성껏 만들어서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차려주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가까이 있어서 참 고맙다.  



미페이님과 명이님이 운영하는 '실버스푼'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여러 음식들을 미리 맛보고 평을 해주기로 했는데 

게을러서 인제사 한꺼번에 정리해본다.

그냥 전화로 얘기해도 되지만 맛있게 먹은 사진도 보여주고 싶고, 내 블로그에 소개도 하고싶어서 뒤늦게 포스팅한다.








실버스푼에서 판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고맙게 잘 먹은 '불태산 전통 손두부'.

전남 장성의 한 마을에서 직접 키운 콩으로 할머님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매일매일 만드신다는 손두부다.

이 두부를 사러 전라도 여기저기서 많이들 오신다는데 한번 먹어본 후로는 이 두부만 사먹게 되었다는 명이님이 광주에서 장성까지 달려가서 산 뒤에 서울 우리집까지 보내주셨다.


나는 무슨 광주에 친정동생이라도 둔 언니마냥  

깊은밤 서울 우리집에 도착한 두부를 열어보고 한참을 뭉클해서 말없이 쳐다보고 앉아있었다.

마침 그때 나는 처음으로 차 사고를 낸 뒤에 문득 사는 일이 모두 다 두렵고 무서운 마음이 들어서 기운이 쭉 빠져있었다. 

명이님이 보내준 두부를 보며 나는 고개 숙이고 둘러앉아 또르륵 또르륵 콩을 고르고 가마솥 앞에 서서 펄펄 끓는 두부물을 휘젖는 할머님들의 모습을 그려보고 

또 차를 타고 멀리 가서 두부를 사와 택배 박스에 넣고 우리집으로 보내주는 명이님 모습을 그려보며 정말로 큰 위로를 받았다.

힘든 일 없는 사람이 있겠냐고, 떄로 사는 일이 무섭기도 하고 그런거라고.. 그래도 다들 또 일어나 콩밭에도 가고 두부도 만들고 하면서 살아간다고.. 할머니들이 내게 조근조근 얘기해주시는 것 같았다.   


늦게 퇴근한 남편을 기다렸다가 뚝딱뚝딱 두부김치를 만들어 먹었다.

약간 투박한 듯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진하게 나는 손두부. 

청상 증조할머니가 가마솥에 끓여서 만들어주시곤 하는 그 두부 맛을 아는 우리 부부는 마주 앉아 고개를 끄덕이며 그 고마운 두부 한모를 천천히, 배부르게 먹었다. 


전라도에서 지원하는 '마을기업 1호'가 됐다는 이 불태산 전통두부를 혹시 실버스푼에서 판매할 수 있는걸까?

그럼 정말 좋을텐데..









돈까스는 실버스푼의 대표상품이라 먹어보지 않아도 그 훌륭함을 짐작할 수 있다. 

예상대로 '안심까스' 맛있었다.

카레맛이 살짝 나고, 고기가 얇아서 아이들이 먹기에 좋았다. 식빵으로 만든 튀김옷의 바삭함도 참 좋다.


(참! 지금 실버스푼 돈까스 판매기간이다. 딱 3일간~! ㅎㅎ 드시고픈 분들은 어서어서 가보시라~~!  www.sspoon.kr)


그러나 이 멋진 안심까스를 제치고 박스를 열자마자 우리의 눈을 화~~악 사로잡은 것은 바로바로 '생새우까스'!!! ^^









새우 좋아하는 엄마와 연수는 아빠 퇴근을 기다리지 못하고 일단 뜯었다.

'연수야... 반만 먹자. 알았지?' 

'응!!'









엄청 통통하다...ㅠㅠ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우리끼리만 먹다니... 친정엄마아부지도 생각나고, 명절마다 새우튀김 하느라 고생하시는 시어무니도 생각나고... 

무튼 이거 판매되면 내가 꼭 여러 팩사서 시댁이랑 친정에 들고갈꺼다.









처음에는 기름양이 넘 적어서 굽는 수준이었는데 살짝 좀 덜 익은 감이 있어서

두번째는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튀겼다. 보글보글...! 꼴깍. 보기만 해도 침넘어간다...^^;









음~~ 맛있겠다~

실버스푼 이모삼촌 덕분에 늘 맛있는 음식 잘 먹고 있는 김연수. 감사합니다, 꾸벅!









어디 먹어볼까, 냠냠~~~~









아. 맛있어.. 벌써 꼬리네.. 아쉬워라.ㅠㅠ

너무 맛있어서 연수 혼자 몇 개나 먹었어요. 

새우 언제 파는 거예요? 얼른 알려주삼....! ^^









주인장이 발품팔아 찾아낸 질좋은 생고기로 만드는 실버스푼의 소세지와 햄들.









요녀석은 소고기로 만든 햄. 









맛있다. '진짜 햄'을 먹어본 기분. 

고기가 맛있어야 햄도 맛있다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전분이 섞인 시중 햄보다 훨씬 쫄깃하다. 퍼석하지 않은건 참 좋은데 약간 단단해서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좋아할만한 맛이다. 


배송중에 상하는걸 막기위해 '아질산나트륨'이라는 첨가물을 안 쓸 수는 없어서 최소한으로만 썼다고.

그래서 냉장실에서는 최대한 빨리, 가급적 3일 이내에 먹어야하는 햄이다.

냉장보관 기간이 20일씩 되는 다른 햄이나 아무리 캔에 들어있다지만 유통기한이 2, 3년씩 되는 가공식품들에는 도대체 뭐가 들어 있는걸까...ㅠ 










밥 한끼 잘 먹고나면 아이들도, 나도 마음 푸근하다. 

차릴 때는 정신없었더라도 다같이 둘러앉아 숟가락에 반찬 얻어주며 한그릇씩 배부르게 먹고나면 

새삼 마음이 느긋해지면서 웃음이 난다. 오늘 하루도 잘 살아냈구나... 싶고 모두에게 고마워진다.


정성어린 밥상에 대한 고마움, 맛있는 음식이 주는 감동...

아이들도 나도 마음깊이 간직하고 늘 서로에게 선물하면서 살고싶다. 

그리고 우리에게 늘 그런 것들을 전해주는 실버스푼 주인장 이모삼촌, 고마워요.      






Posted by 연신내새댁
밥상2011. 11. 28. 23:32




 


비오는 토요일, 낮12시가 돼도 남편은 안 일어난다.
시계를 쳐다보다가 마음을 정했다.
"우리 먼저 먹자.. 아빠건 남겨놓고."

언제까지 자는지 한번 놔둬볼 참이었다. 
비도 오고 마침 맛있는 국수도 생겼고 밤새워 술마신 사람에게도 뜨끈한 국물 먹이면 좋을 것 같아 
점심메뉴는 국수로 정했는데 남편은 점심때까지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두 아이와 아침 일찍부터 복닥거린 나는 배가 딱 고팠다. 
부엌쪽으로 막 일어나 가려는데 안방에서 부시시한 얼굴로 남편이 걸어나왔다.
"몇 시나 됐어? 뭐야, 벌써 12시가 넘었네...?"
 
국수삶을 물을 가스렌지에 올렸다.
아이들과 아침먹으면서 미리 끓여두었던 멸치다시국물 냄비에도 불을 켰다.  
화르르...
불꽃이 일고 조금 있으니 물이 부글부글 끓는다.

문득 '사는 일이 뭘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울 때 뜨거운 국수 한그릇 내어놓는 일.
일주일 내내 기다리던 아빠가 드디어 일어난 것이 너무너무 반가운 연수가 아빠 등에 매달리고
미안하니까 괜시리 어제 술자리에서 사람들과 나눈 얘기를 궁금하지도 않은 나에게 큰 소리로 얘기하던 남편이
별대꾸없는 내 대신 아빠랑 눈맞추며 웃는 연호를 향해 고맙다는듯 벙글 웃는 한낮.
속상하고 서러운 마음이 국수거품처럼 화르르 끓어오르는 곳에 찬물 한바가지를 붓는다.
그리고 궁금했다.
뜨거운 국수 한 젓갈을 후후 불어 입에 넣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제 안의 여러 감정들을 다시 목구멍 속으로 삼켜 넣었을까.
시장통 국수집에 앉아 하얗게 김이 오르는 국수 한그릇을 들이키는 사람들.. 거기에는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깃들어있을까.










얼마전에 실버스푼에서 '태양에 말린 황룡시장표 국수'를 보내주셨다.
밤늦게 도착한 택배박스를 열자 푸른빛이 한가득 쏟아졌다.
'하늘과 계란'농장에서 키운 노지 브로콜리 네 개, 실버스푼 주인장의 아버님께서 지리산 골짜기에서 손수 키우신 커다랗고 커다란 양배추 한통..
아이들은 다 잠들고, 남편은 아직 퇴근하지않은 늦은 밤.
나는 현관에 앉아 그 푸르고 생기어린 것들을 쳐다보며 크게 소리내어 웃고 말았다.
시골에 친척이 살면 이런 기분일까.
남도의 땅기운과 바람기운을 잔뜩 받고 자란 먹거리들에 둘러싸여 나는 코끝이 찡할만큼 행복해졌다.

박스 제일 아래, 비닐포장까지 든든하게 여러겹 싼 그 속에 꼼꼼하게 풀을 붙인 빳빳한 종이봉투에 담긴 국수가 있었다.
이번엔 남도의 태양이구나.
잘 마른 굵은 국수가닥에서는 햇빛 냄새가 나는 듯했다.









함께 온 홍보물에서 제일 내 눈을 끈 것은 밀가루가 뽀얗게 앉은 하얀 팔뚝과 그 아래 붉은 손.
40년간 국수를 만들어온 손. 저 팔뚝에 감겼던 국수타래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손으로 직접 반죽을 하고, 기계에서 길게 뽑아져 나오는 국수가닥들을 직접 걸고 자르고 햇빛과 바람에 말려 포장하는 일까지 모두 사람의 손으로 해내는 재래시장의 국수.
멀리 전남 장성 황룡시장에서만 만드는 이 국수를 서울 강일동 끝자락의 내 집 부엌에 서서 편히 받아 끓여볼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맙고 신기하기만 하다.









끓이면서 익었나 보려고 한 가닥 건져먹어보았다.

맛있다...!

한가닥 또 건져먹고 또 건져먹었다.
국수 삶으면서 다 익기도 전에 이렇게 많이 건져먹어보긴 처음이다.
짭쪼롬하고 쫄깃한 맛.
이런게 손맛이구나... 싶다.









다 삶아진 면을 찬물에 헹궈서 그릇에 담고 생면 좋아하는 연수를 불러 한가닥 먹여주었다.

'엄마, 맛있어!'

맛있는거 알아보는데는 연수만한 녀석이 없다.

'그전에 먹던 국수보다 이게 더 맛있어!'

^^
그래. 엄마도 같은 생각이야.
연수는 국물을 넣지 않은 찬 면부터 한접시 뚝딱 해치웠다.









황룡시장표 국수 포장지에는 밀가루의 원산지 표시가 되어있다. '호주산, 미국산'
아쉬웠다.
이렇게 맛있는 국수가 우리밀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수입밀보다 우리밀이 더 맛있고 건강에 좋다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제 자급률 1%에 도달한 우리밀. 수입밀보다 훨씬 비싼 우리밀로 재료를 바꿀 수 있는 여력이
안그래도 어려운 재래시장 국수공장에 과연 있을까..
말하면서도 조심스럽다. 하지만 전국에서 찾는 맛, 남도에서 국수 좀 먹는다는 사람들만 찾는다는 황룡시장 국수가
우리밀국수로 변화한다면 황룡시장 국수에게도, 우리밀 농업에도 서로를 살리는 정말 좋은 일이 되지 않을까.


쫄깃쫄깃 부드러운 황룡시장표 국수가 한 봉지 남았다.
이번 주말에 강릉내려갈 때 들고가서 국수 좋아하시는 친정엄마아부지께 한그릇 끓여드려야지.


+ 옛날방식. 태양건조 황룡시장표 국수를 구입하고 싶은 분들은 '010-9697-5420'으로 연락하시면 된다.
실버스푼에서도 가끔 판매하는데 회원들께는 그때그때 문자로 알린다.
(황룡시장 국수 '3일간' 팝니다..하고. 연락왔을때 바로 사는게좋다, 3일은 금방 가므로 어물쩡하다가는 놓치고말리~^^;)
 


 

 







 ++ 명이 이모와 미페이 삼촌께


양배추 잎사귀가 정말 컸어요. 연수가 '우산이다~!'하면서 집안에서 쓰고 뛰어다녔지요.
겉잎 두 세장을 떼고보니 속잎에 고치 하나가 매달려있었어요.
어느 나비 애벌레의 고치일 것 같았지요.
연수불러 구경시켜주고, 더이상 잎을 뜯지 못하고 겉잎 다시 덮어 한동안 부엌 베란다에 놔두었습니다.
연수는 매일 한번씩 고치가 어찌됐나 보자고 했지요.
'엄마, 오늘쯤엔 나비가 됐을 것 같은데?' 하면서요.

연호 이유식 국물내려고 양배추 잎을 조금 더 뜯었습니다.
고치붙은 잎사귀는 다른 겉잎들과 함께 잘 포개서 따로 종이상자에 담아 베란다에 두었고요.
어찌해야할지 고민이랍니다. 어떻게든 고치가 나비로 커서 날아가도록 해주고 싶은데 말예요.
공기나쁜 서울에서 제 고향 지리산을 그리워할게 안쓰럽기도 하지만
우리집까지 온 생명인데 슥 버리게 잘 안되더라구요.
연수가 매일 잘 들여다보고 있으니 연수랑 의논해서 좋은 방법을 찾아봐야겠어요.

브로콜리도 너무 맛있었어요.
다른 야채들이랑 같이 들기름넣고 살짝 볶아서 야채볶음 한것도 잘 먹고, 케챱넣고 만든 브로콜리햄케찹볶음밥도 연수가 참 잘 먹었어요. 고소하기도 하고 부드럽게 씹히는 것이 일반 브로콜리하고는 다른 노지 브로콜리만의 생생한 맛인 듯해 좋은 먹거리 맛보게 해준 두 분께 고마운 마음이 그득했답니다. 하늘과 계란 농장은 무엇이든 참 건강하게 키워내시는군요. 양배추랑 같이 연호 이유식에도 잘 넣어 먹일께요. 

고마워요.
앞에도 썼듯이 늦은 밤. 하루의 고단함을 잊을만큼 신나게 웃었어요.
꺼내도 꺼내도 자꾸 나오는 푸른 것들 앞에서 시들어가던 마음도 일순간 푸르게 살아나는 것 같았어요.
고마워요.


Posted by 연신내새댁
밥상2011. 11. 22. 22:17








'실버스푼'(http://sspoon.kr)이라는 온라인 식품쇼핑몰이 있다.

독이 든 음식에 넣으면 색깔이 변한다는 은수저처럼 
우리 아이들 밥상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 안전한 먹거리를 올려주겠다는 마음으로 
젊은 두 부부가 쿵짝쿵짝 열심히 운영하는 쇼핑몰이다.

나로 말하자면, 이 부부가 전국을 뒤지며 발품팔아 찾아낸 맛좋고 마음좋은 먹거리들을 함께 맛보고 
이 부부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기로 한 '평가단'이다.
이런 평가단이 나말고도 몇분 더 계신 것으로 아는데 아마도 그 분들은 맛이나 먹거리 안전성 전반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을 갖추신 분들일게 틀림없다.
나는 순전히 개인적인 친분으로 평가단이 되었다. ㅎㅎ

부부가 결혼하기 전부터, 아니 블로그에서 처음 만나 알콩달콩 연애감정을 키워가던 시절부터 
멋모르고 두 사람 모두와 친하게 지낸 블로그이웃이었던 덕분이다.
어느날 '똑순이 보고싶다'며 그 중 한명이 우리집에 놀러오기로 했었는데
다른 한명이 깜짝게스트로 함께 온 것을 보고서도 그저 놀라고 반가워하기만 했을뿐 둘의 연애는 상상하지도 못할만큼 눈치없는 이웃이기도 했다. ^^

내 첫 블로그 이웃이었던 두 사람이 결혼해 한가정을 꾸리고 어느새 두 아이의 엄마아빠가 되었다.
'실버스푼'이라는 듬직하고 고마운 먹거리 쇼핑몰이 대박나길 기원한다.
특별한 감식안은 없지만 적어도 유해식품에 대해서는 신통하리만치 바로바로 반응하는 '불량 몸'을 갖고 있으니
그 장점이라도 살려 이 집 음식평가를 해봐야겠다. 
앞으로 가끔 올라올 새댁의 실버스푼 음식평가를 기대해주세욤! ^^









첫번째 먹거리는 쉬운 말로 '소세지'.
음.. 포장지에 써있는 제품명은 '버섯불고기맛 부어스트'다. ^^

'무발색제 무전분 무유해색소'란 문구가 눈에 띈다.
먹어보면 알 수 있다. 
내 몸은 시중 햄, 소세지, 라면 등에 아주 신통하게 반응한다.  
유해한 식품첨가물이 들어있는 이들 음식을 먹으면 속이 울렁거리고 배가 싸르르 아프고 얼굴에 빨간 뾰루지가 올록볼록 올라온다.ㅠㅠ
너무 먹고싶어서 어쩌다 먹은 뒤에는 속이 안좋아 늘 후회한다.
그래서 유기농 친환경 먹거리를 찾아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나의 아픔이자 고마움이다.









소세지를 쪄보았다. 
뜨거운 김으로 십분정도 쪘더니 겉면의 비닐이 살짝 벗겨져있다.
맛은... 음~~ 좋다. 
버섯향이 강하다. 평소에 먹던 한살림 소세지보다 양념소스맛이 좀 진하다. 나는 살짝 담백한 맛이 더 좋은데...










연수는 아주 좋아했다. (젓가락에 끼워서 꼭 저렇게 꼬치로 먹어야한다;;)
다 먹고 나자 '버섯맛 소세지는 또 없냐?'고 종종 물어본다. 
짭조롬해서 밥반찬으로 좋고 그냥 간식용으로도 좋겠다.

실버스푼의 먹거리들은 아무때나 살 수가 없다.
항생제쓰지않고, 좁은 축사안에 가둬두는 것이 아니라 넓은 마당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제 속도대로 천천히 즐겁게 자란 돼지를 한마리 잡는다.
그러면 실버스푼에 가입한 회원들에게 문자가 온다. 
'돈까스 팝니다' 
보통 3일쯤 판다. 얼른 사이트에 접속해서 신청하지 않으면 못 산다.ㅠ

그리고 이제는 이런 문자도 올 것이다. '소세지 팝니다'
돈까스만들고 남는 돼지고기로 유해한 식품첨가물들은 일절 빼고 
정직하고 맛있게 만든 소세지를 이제 냉동실에 재워놓고 먹을 수 있겠다.
(이 소세지가 만들어지기까지 주인장이 발품판 사연도 쇼핑몰 블로그에서 읽어볼 수 있다)

대량생산으로는 절대 맛도, 안전성도 지키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값싸고 맛좋은' 대량생산 대신 값은 좀 비싸더라도 '맛좋고 안전한' 소량생산을 택한 실버스푼.
실버스푼의 노력이 꿋꿋하게 좋은 식품을 만들어내려고 애쓰는 생산자들께 안정적인 판로도 마련해드리고,
우리 소비자들에게도 믿고 먹을수있는 든든한 식품창구가 돼 줄 거라 믿는다. 화이팅, 화이팅! ^^ 









주홍빛 도는 소세지는 '파프리카부라스트부어스트'. 
청량고추가 들어있어 맵다. 맵다. 내 입맛에는 좀 많이 맵다. 
어른들 술안주 용으로 좋을 것 같다. 처음에는 넘 매워 잘 못먹겠더니 두번째 먹을때는 익숙해져서 밥반찬으로 꿀떡꿀떡 잘 먹었다. 

이 소세지들을 먹고는 내 속이 괜찮은걸보니 역시 안전한가보다.
'원재료 및 함량'을 읽어보면... 짧다. ^^; 시중 소세지와 비교해보면 빠져있는 어려가지 유해식품첨가물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요건, 오늘 소세지 평가 포스팅에서 살짝 빗겨나가지만... '실버스푼'의 대표메뉴 중 하나인 '통치즈 돈까스'.
이거 정말 맛있어서 판다는 문자오면 얼른 가서 주문해 냉동실에 재어놓고 먹는 귀한 먹거리다.
가끔 연수 반찬 만들기 어려울 때, 손님 오셨을 때 간편하게 내놓으면 인기만점! ^^
한 번 먹어본 사람은 잊을 수 없는 그 맛~. 
실버스푼 돈까스를 알게된 후로 우린 외식으로 돈까스는 안 먹는다. 집에서 구워먹는게 훨 맛있으므로! ㅎㅎ


이 포스팅을 하기 전에 한미FTA가 통과되었다는 소식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잘못된 협정.. 되돌리기위해 어렵고 긴 과정을 거쳐야하겠지..
그 사이에 우리 농업과 농민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겠고, 소비자들도 위험에 처하긴 마찬가지다.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생협에도, 또 좋은 우리 먹거리를 살리고 지키려고 애쓰는 실버스푼 같은 이웃들이 있으니까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추운 날들.. 뜨끈한 밥 든든히 챙겨먹고.. 또 힘내서 살아야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밥상2011. 6. 6. 01:03








며칠전 정말 맛있는 선물을 받았다.
전남 영광에 위치한 '유레카목장'에서 만드는 플레인요구르트.
명이이모가 연수 생일선물로 보내준 것이다.

내가 오래전부터 맛있는 유정란을 사먹고있는 '하늘과 계란' 농장에서 이 요구르트를 새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늘과 계란' 농장 블로그에 '이용후기'를 올리는 김에 내 블로그를 통해 이웃들께도 소개하고 싶었다.  

유레카목장은 독일에서 치즈만드는 법을 배운 후 영광으로 귀농한 주인장께서 직접 젖소를 키워 그 젖으로 요구르트와 치즈를 생산하고 있다 한다. 원유 94.5%에 정백당 4.5%, 유산균이 원료의 전부인 이 플레인요구르트는 참 순하고 맛있다.
유레카목장은 무항생제축산물인증과 함께 전남 지역에서는 최초로 사육단계에서부터 HACCP(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인증을 받았다니 유제품을 먹을때 늘 걱정하게 되는 항생제, 성장촉진제 같은 약품과 향미증진제 같은 식품첨가물 문제에서 안심할 수 있어 참 반가웠다.
수입분유를 원료로 한 요구르트도 많은 상황이라 안전하게 생산된 국산원유 함량이 이 정도로 높은 제품은 생협에서 판매하는 플레인요구르트를 제외하고는 거의 볼 수 없던 것이다.









시중 요구르트에 비해 덜 달아 좀 심심할 수 있으니 꿀을 조금 넣어먹으면 아주 좋다는 안내가 있었지만..
시중 요구르트를 정말 이따금밖에 먹지 못하는 연수는 이정도의 달달함만으로도 너무 행복해했다. ㅎㅎㅎ  

너무 달지 않아 어른들 입맛에도 잘 맞고, 시중 플레인요구르트보다 더 부드러워
바쁜 아침에 시리얼이나 견과류를 넣어 한컵 든든하게 먹기에도 참 좋았다. 
 
다만, 소량의 설탕이라해도 정제된 백설탕보다는 가능하다면 유기농설탕을 써주시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레카 요구르트 최고~!' ^^


500ml들이 플레인요구르트 세 병을 작은 아이스박스에 넣어 배송해주시는데 가격은 14,500원(택배비 포함)이다.
병당 5천원꼴로 조금 비싸다 싶기도 하지만 
시중 플레인요구르트 세트(85g*4개)가 340g에 2500원 정도인 것을 생각해보면 품질이나 양을 생각할때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다 싶다.
500ml 한병으로 시중 작은 떠먹는요구르트 컵 6~7잔은 거뜬히 나올 양이다.
   
전남 영광에 있는 '하늘과 계란' 농장은 연수가 첫돌지나고 처음 남도여행을 갔을때 들려봤던 곳이다. 
넓은 앞마당, 뒷마당.. 때로는 뒷산으로 산책하며 자라던 닭들도 생각나고, 풀뜯던 염소들도 생각난다.
'하늘과 계란' 농장의 블로그(http://www.eggsky.co.kr/)를 방문하시면 유정란과 백숙용토종닭, 그리고 이 유레카요구르트를 구입하실 수도 있고
연수와 동갑내기인 막둥이 태원이까지 삼남매와 함께 살아가는 농부님의 농장 이야기도 읽어볼 수 있다.
 
맛있는 선물, 감사히 잘 먹고 
연수도 엄마도 평화도 아빠도.. 모두 힘내는 6월이다. 
^^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