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는 식물이 많이 산다.
아주 오래전부터 나와 함께 살아온 식물도 있고
작년에 새로 우리집에 온 식물도 있다.
‘반려’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짝이 되는 벗’ 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반려자, 반려인이라는 사람을 칭하는 말이 있지만 요즘은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이 더 익숙하다.
장난감이라는 의미의 ‘완’자가 들어있는 ‘애완’보다는 같이 살아가는 친구라는 의미의 ‘반려’라는 말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까닭이다.
식물은 어떨까.
식물들은 굉장히 독립적이다.
내가 물을 주고 분갈이를 해주기도 하지만 거의 스스로 살아간다.
햇볕을 받고 숨을 쉬며 자란다.
말을 주고받는 법은 없지만 언제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문득 시선이 머문 나에게 빛나는 초록 잎으로, 고운 꽃으로 뭉클한 위로와 상쾌한 인사를 건네준다.
함께 살아가는 친구.
나에게는 안방 베란다와 거실 한켠, 아이들 방과 화장실에서 자라고 있는 이 식물들이 좋은 반려 친구들인 셈이다.
언젠가부터 안방 베란다를 가득 채운 이 식물들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어수선하고 정신없긴 하지만 나름의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식물들.
나에게는 모두 소중하고 예쁜 친구들이다.
바쁜 육아와 살림의 시간 사이에 잠깐 짬을 내서
이 베란다에 서서 호스로 물을 뿌려주면서
나는 구석구석 숨어있는 식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잘 자라고 있나 살피고
혹시 그새 시든 아이는 없는지, 새로 싹튼 식물은 없는지 찾아본다.
이렇게 초록 식물들과 눈을 맞추고 숨을 크게 들이쉬며 식물들의 냄새를 맡는 시간에 나는 참 큰 위로를 받곤 했다.
잠시 시골 친정집 마당에 선 것처럼..
나만의 작은 정원에 머무는 시간.
식물을 키우며 살아온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스물대여섯살, 혼자 자취할 때부터 식물을 키운 것이 생각나니 이십년 가까이 되었네.
식물들 이야기를 이제부터 하나씩 해보려고 한다.
사실 그렇게 전문적으로 식물을 잘 알지도, 키우지도 못하는 사람인지라
식물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식물과 함께 해온 내 이야기, 나와, 우리 가족과 함께 지내온 식물 이야기 정도 될 것 같다. ^^
나에게 소중한 존재들- 친구들 이야기.
하다보면 더 좋은 생각도 들고, 더 잘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