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우리 동네에는 아직까지 눈이 거의 오지 않았다.
강원도나 다른 지역은 눈 소식도 있고, 제설작업이 힘든 곳도 있다던데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는 눈다운 눈이 한번도 안 온것 같다. 벌써 1월도 끝나가고 2월인데..
기후가 변하고 날씨가 달라지는 것이 한해한해 더 피부로 느껴진다.
이러다 또 춥고 눈많은 겨울이 찾아올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기온이 올라가고
우리가 살고있는 지역의 계절이 예전과는 점점 달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온난화.. 멈출 수 있을까.
지구의 시간을, 아니 사람들의 시간을 지킬 수 있을까.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논다.
방학이고, 날이 따뜻하니 동네 남자 아이들은 우리집에서 바로 내려다보이는 작은 축구장에 모여 낮이면 늘 떠들썩하게 축구를 한다.
우리집 아이들도 끼여서 놀다가 집에 와서 밥먹고 또 나가서 뛰어논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온 나라가 두려움과 긴장을 안고 있지만 아이들은 타고난 생명력으로 뛰고 웃고 어울린다.
부디 더 퍼지지말고, 아픈 분들도 잘 나았으면..
설 전에, 그러니까 19일 일요일 오전에 눈이 살짝 왔었다.
1시간 남짓되는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올겨울들어 처음보는 함박눈이 잠시 펑펑 내렸다.
아파트 단지 안이 금새 하얀 눈나라가 되는 것을
아이들과 함께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눈은 아쉽게도 금방 그치고 잠시후 해도 나는 바람에 다 녹아버렸지만
짧은 한나절 눈세상이 된 아파트 단지에 정말 많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나와
모처럼의 눈을 반가워 했었다.
그 날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많이 나와서 눈을 반가워하는 모습이었다.
아이처럼 공을 들여 예쁘게 눈사람을 만들던 어느 아빠의 모습과
반갑고 좋으면서도 아쉽고, 걱정되는듯한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의 복잡한 표정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어디 멀리 눈썰매장이나 스키장을 가도 좋겠지만
내 집 앞에서, 우리 동네에서
모든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주어지는 선물같은 눈을
신비롭게 바라보고, 그 속에서 맘껏 놀 수 있는 겨울날이 아이들에게 허락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