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에 모처럼 여유로운 마음으로 동네 산책을 나섰다.
아이들이 친한 친구집에 가서 하루 자면서 놀고오기로 해서 집에 어른사람 둘뿐이었던 것이다.
옆에서 놀아달라조르고, 밥차려줘야하는 아이들이 없으니
아무 일이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발걸음이 절로 가벼웠다.
우리집 옆에는 호수공원이 있다.
아이들과 자주 놀러가서 새들도 보고, 인라인스케이트도 타고 가끔 그림도 그리는 곳이다.
어제는 그 공원부터 가지않고 며칠전부터 생각해둔 숲을 찾아갔다.
집에서 좀 더 거리가 멀리 떨어진 곳인데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니 작지만 나무가 빽빽한 숲이 있었다.
숲이 귀한 신도시인지라 그 정도만 해도 지나치며 눈길이 절로 갔었다.
얼마전 ‘아 걸어서 갈 수 있는 숲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불현듯 차타고 지나다니며 본 그 숲이 생각났고 좀 멀지만 어른 걸음이면 운동삼아 걸어가볼만 하겠다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마침 한가했던 어제 아침에 마스크를 끼고, 운동화를 신고서 숲을 향해 집을 나섰다.
어린아이들을 키우다보면 혼자서 길을 걷는 것이 얼마나 상쾌하고 홀가분한지 새삼 느낄 때가 많다.
안고 업고, 유모차를 밀고 킥보드를 끌어주며 몇년을 지내다보니
아무도 내게 매달리지않고 내 한 몸, 내 발로 가볍게 걸어 옮기는 그 감각이 너무나 자유롭게 느껴지는 것이다.
힘든 일터를 오고가느라 종종걸음을 옮기는 시간이라면 혼자라도 힘들 것이고, 몸이 아프면 내 힘으로 걸어야하는 것이 무척이나 서럽겠지만.. 고맙게도 지금은 운동삼아 산책나선 길. 이렇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시간이다.
숲에 도착해 무사히 입구를 찾고 작은 숲을 한바퀴 빙 두르게 되어있는 산책로를 걸으며 청설모를 두 마리나 만났다.
동그랗게 허리 쯤에 산책로를 감고있는 숲 앞에는 올 봄에 문을 여는 ‘청소년수련관’이 공사를 거의 끝내고 서있었다.
옆으로도 체육시설과 놀이터가 같이 있는 공원이 있어 아이들과 봄에 여기와서 숲에도 가고, 수련관 프로그램도 듣고 하면 참 좋겠구나.. 생각했다.
주위를 더 둘러보다보니 우리집앞 호수공원으로 이어지는 망월천 산책로가 보였다.
이 길을 걸어서 집으로 가야겠다.. 하고 천천히 산책로를 걸었다. 겨울 냇물에서 헤엄치는 오리들과 하얀 백로가 나에게 ‘친구 안녕?’하고 인사를 해주는 것 같았다. 안녕, 얘들아!
좁은 냇물인 망월천은 모래밭이 넓은 곳을 지나며 잠시 폭이 넓어지기도 했다가 다시 좁아져서 졸졸졸 빠른 물소리를 낸다.
그렇게 한참을 흘러서 우리집 옆까지 오면 꽤 널찍한 호수를 이룬다.
가마우지들과 해오라기, 오리들이 많이 사는 호수가에서 잠깐 구경하며 쉬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지도로 거리를 계산해보니 왕복 거의 3km 정도 되는 거리를 걸은 셈이었다. 와!
천천히 걷다가 동네 구경하다가 하느라 시간은 1시간이 좀 넘게 지났다.
어제 다녀오고 참 좋아서 오늘 아침에도 산책을 다녀왔다. 조금씩 길을 달리하면서 작은 풍경이 달라지는 것도 구경하고 이런저런 생각도 편안히 할 수 있어 좋았다. 숲 사진은 못 찍었네.. 가능하면 매일 아침 산책을 하고싶다.
친정아버지는 매일 새벽 5시면 아침 운동을 하신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늘 1시간 남짓 동네길을 걸어서 다녀오셨는데 요근래에는 무릎이 아프셔서 많이 걷기가 어려우시다고 한다. 잘 나으셔서 봄에는 다시 운동하실수 있으시길..
친정오빠도 새벽에 늘 걷고.. 나도 새벽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침에 아이들 밥차려주기 전에 산책을 하면 좋겠다.
숲을 찾았으니.. 호수도 곁에 있으니..
아침에 나갔을 때는 흐리기만 했는데 지금은 눈이 펑펑 온다.
숲의 나무들도 하얗게 눈 옷을 입겠네..
내가 찾아가지 않을 때에도 언제나 늘 거기 있어주었던 숲과 호수야.. 고마워.
아름다운 것들은 찾아가야, 찾아내야 볼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늘 우리 곁에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