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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4.09 나무 친구
  2. 2018.04.06 올해 처음 본 살구꽃
  3. 2018.03.16 연호 여덟살 4
  4. 2018.03.15 노래기씨의 마실
  5. 2018.03.14 연수와 둘이 외식
  6. 2018.03.14 아이들 방 구상
  7. 2018.03.11 파도 2
  8. 2018.03.09 한라산
  9. 2018.03.07 겨울 친구들
  10. 2018.02.08 나무의 노래


(연호가 엊그제 진외가 증조할머니 생신선물로 드린 나무그림)


며칠전 저녁을 먹다가 연호가 말했다.

“엄마, 내가 오늘 학교갈 때
분수대 옆 소나무한테 ‘소나무야 안녕!’하고 인사했더니
소나무 가지가 바람에 흔들려서
나한테 ‘안녕~!’하는 것처럼 보였어.
그런데 소나무는 초록색 잎이 복슬복슬하게 나있잖아.
그래서 내가 ‘너는 복슬복슬한 잎으로 우리를 항상 따뜻하게 감싸주는구나’하고 말했더니
소나무가 ‘고마워~’하고 나한테 말하더라~”

정서라는 것은 대물림되는걸까.
나에게도 어린시절 이야기를 나누던 나무 친구, 바위 친구가 있었다.
고향 도시 어디서나 멀리 보이는 산맥의 능선에게도 나는 이야기를 하곤했다.
지금도 고향에 가면 인사하고 마음속 이야기를 한다.
^^

재작년에 이사와 연수가 혼자 아침에 학교에 갈때
나는 그전날 오후에 같이 쫓아다니며 놀았던 잠자리들이 연수의 등교길 친구가 되어주기를 빌었던 적이 있었다.

형보다 늦게 집을 나서는 1학년 꼬꼬마 연호에게는 소나무가 등교길의 친구인 모양이다.

“연호야, 엄마도 어릴때 나무 친구랑 얘기 많이 했었어~”하니
‘“나무가 뭐라고 그랬어?” 묻는다.
“응.. 나무가 잘 지내라고 하더라..^^”

연호야. 오늘도 나무 친구랑 얘기했니?
꽃샘추위 잘 견디고 아이들도 나무들도 새봄 잘 지냈음 좋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4. 6. 10:08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8. 3. 16. 11:53




연호가 여덟살이 되었다. 

새봄에 연호는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많이 컸다. 

서울 동쪽에 와서 낳은 아기인데 어느새 여덟살 소년으로 훌쩍 자랐다. 

첫째와는 또 다른 감회로 둘째의 여덟살이 크게 느껴진다.






1월부터는 집앞에 있는 피아노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저녁을 일찍 먹고 7시쯤 학원에 갈 때도 있는데 

어느 눈내리는 날, 손을 꼭 잡고 걸으며 연호가 말했다. 

"엄마, 눈 밟는 소리는 왜 이렇게 듣기가 좋지?"

뽀드득 뽀드득. 그래.. 눈 밟는 소리는 참 예쁘지. 참 듣기 좋지..^^


어느 날 연호가 또 말하길

"엄마, 표를 안 사도 탈 수 있는 기차가 있다. 뭔지 알아?"

"글쎄.. 그런 기차가 있어?"

"응! 꿈나라 열차~. 신기하지? 꿈나라가는 열차는 돈내고 표를 안사도 탈 수 있어~~^^"


어린 아들의 손을 꼭 잡고 학원에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는 길. 

나는 예전에 우리 엄마아빠도 나의 손을 잡고 어디로 가실 때, 늦은 시간 여고 앞으로 차를 가지고 마중을 나오실 때 

이런 마음이셨을까.. 생각해보았다. 

어린 아들의 작고 따뜻한 손을 꼭 잡고

폭신한 눈을 밟으며, 그 소리를 함께 들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오래오래 기억해두고 싶은 시간이었다. 






​​일곱살때 연호는 한창 까불까불 개구진 장난이 심한 장난꾸러기였는데 

여덟살이 된 요즘은 조금(아주 쪼금^^) 의젓해진 것도 같고 

엄마한테 종알종알 하는 얘기의 주제도 다양해졌다. 


어느 날은 나에게 아빠와 어떻게 만났는지 묻고, 왜 결혼하기로 했는지도 묻고 

어떻게 결혼할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지도 물어서 

꽤 한참 진지하게 외모와 성격과 호감과 사랑, 결심과 약속과 책임에 대해서 밤늦은 시간에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었다. 


연호는 '예전에는' 긴 생머리인 사람이 좋았으나 '지금은' 생각이 바뀌어서 파마머리를 한 사람이 좋다고 한다. 

자기는 결혼하면 제주도에서 살 테니, 자기 아이가 태어날 때는 엄마가 제주도에 와서 아기낳는 것을 지켜봐달라고 부탁했다. 

제주도의 마당있는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며 예쁜 부인과 아기랑 사는 것이 여덟살 연호가 그리고 있는 '어른이 된 미래'의 풍경이다. 

예쁜 풍경이네..^^ 







밤이면 세 녀석중에 보통 가장 늦게 잠드는 연호와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다가 문득

'아 지금 이 녀석은 자기 인생을 한창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은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 기간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아주 빛나는, 아름다운 인생의 한 시절이다. 

생각해보면 내 어린 시절도 그랬다. 

어쩌면 그 날들이 가장 분명하게 나를 알아가고, 내 꿈을 생각하고, 매일 진지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매순간 어떻게 놀까, 친구들과 무얼 할까, 궁리하고 생각하며 에너지에 가득 차서 즐겁게 지냈던 시간이었다. 

다양한 경험과 매체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저 나름의 생각을 키우며 사는 시절이다. 

아직 어려서 부모가 보살피고, 학교에 가서 배우며 자라는 시절이지만 

이미 그 안에 너무 멋지고 당당한 한 '사람'이 있다. 


학교 끝나고 놀이터에서 유치원때 친구들과 만나 놀면서 

"이건 비밀인데..."하고 친구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저희들끼리 속닥거리는 아이들을 보며 

인생이 저기 성장하고 있구나.. 생각한다. 


내 꼬마 인생 친구의 건투를 빈다. 

사랑한다, 우리 연호. 

^^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3. 15. 14:24



작년부터 쓰던 노트를 거의 다 썼다.

뒤적거리다보니 이런 그림도 있네. 


여름 끝무렵부터 초가을까지 아파트 마당에는 노래기가 많이 나온다. 

다리가 많이 달린 까맣고 긴 곤충인데 조금 징그럽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신기해하고, 나도 아이들키우면서부터는 해마다 그맘때면 어김없이 만나는 곤충인지라 반가워한다. 

몇 걸음마다 한 마리씩, 많이도 보이는 노래기. 짧고 많은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여 어디로 가나..

내가 물었더니 연제가 대답하기를

"친구집에 놀러가는거 아냐?" 


^^ 그럴지도 모르지~

노래기씨가 룰루랄라 친구집을 찾아가 현관문을 누른다. 

띵동~!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3. 14. 11:52



가끔 연수랑 둘이 밥먹고 놀때가 있다.
동생들은 유치원에 가고 연수만 방학이라 집에 있을때나
일요일에 둘이 우쿨렐레 수업듣고 밥먹고 오기도 한다.
핸드폰보는 열한살.
오늘은 3월인데 낮엔 덥다고 티셔츠안에 반팔입고 학교갔다. 방과후 배드민턴 수업땐 반팔만 입으려고..
사소한 멋에 엄청 신경쓴다. 씻기는 싫어하면서...^^;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3. 14. 11:45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3. 11. 21:04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3. 9. 10:22


Posted by 연신내새댁
하루2018. 3. 7. 12:03


올해는 겨울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었다.
많이 추웠고 집밖에 나가지못한 날들도 있었다.

그래도 바람이 좀 덜하고 햇볕이 쨍한 날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옆 냇가에 가서 잠깐씩 바람을 쑀다.

망월천. ‘달을 바라보는 마을’ 망월동에 사는 지금 우리집 옆 냇물 이름이다.
강일동에 살때는 고덕천 바로 옆에 살았으니
우리 꼬마들은 어린 시절을 냇가 옆에서 첨벙거리고 뛰어다니며 크는 셈이다.










망월천에는 새들이 많이 산다.

요가가는 길에 하얀 백로 한마리가 훨훨 날아서 키큰 소나무 위에 앉는 모습을 보는데 아름다워서 눈물이 났다.

새가 어쩌면 이렇게 위로가 될까.
‘온기가 있는 생명은 모두 의지가 되는 법이야’ 하는 대사를 며칠전 영화에서 듣고 뭉클했는데
지난 겨울동안 망월천의 새들은 나에게 크게 의지가 되는 고마운 친구들이었다.
추운 계절을 함께 견디고 있다는 것, 꽁꽁 언 얼음과 땅 위에서 깃털을 움츠리면서도 묵묵히 담담하게 살아간다는 것.
새들을 한참씩 바라보게 되는 이유였다.

연수가 1학년때 학교에서 배운 <겨울 물오리>라는 동요가 참 좋다.
나랑 동생들도 집에서 배워서 오리들을 볼 때마다 같이 불러본다.

“얼음어는 강물이 춥지도 않니
동동동 떠다니는 물오리들아
얼음장 위에서도 맨발로 노는
아장아장 물오리 귀여운 새야
나도 이제 찬바람 무섭지않다
오리들아 이 강에서 같이 살자”

이원수 선생님의 동시인 노랫말이 곱고도 굳세다.

끝날 것 같지않던 겨울도 이제는 슬그머니 새봄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물러났다.
겨울 철새인 청둥오리들은 떠났지만 망월천에는 텃새인 흰뺨검둥오리들과 왜가리들이 자리를 지키고 봄을 시작하고 있다.

봄에는 아이들과 더 자주 냇가에 가야지..
긴겨울 함께 나준 모든 친구들 고마워요.
봄 힘내서 모두 잘 자라요.



Posted by 연신내새댁
2018. 2. 8. 07:54

우리 아이들이 '달님'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동네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딸을 나는 '작은 달님'이라고 부르는데 올해 아홉살이 되었다. 

엄마랑 딸이 모두 책도 좋아하고, 노래도 좋아하고, 뛰어놀기도 좋아하는 예쁜 모녀다. 


작년에 '작은 달님' 은교가 여덟살이었을 때 동시를 한편 지었다고 달님이 내게 보여주었었다. 

'나무의 노래'라는 고운 제목의 동시였는데 참 좋았다. 

그 전날 엄마랑 같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 책을 읽었다는데 그 여운이 많이 남았는지 

이 귀엽고 진지한 꼬마 시인이 시를 한편 쓴 것이었다. 


나는 은교의 동시를 읽고 그림을 한편 그렸다. 

내 연습장에 네임펜과 색연필로 슥슥..^^

대단한 그림은 아니지만 나로서는 시가 준 느낌을 살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충만한 마음이 되어 참 좋았었다.

작년 여름 정도에 그린 것 같다. 









나무의 노래 


                                                                       이은교(서울 강명초등학교 1학년) 지음




1. 얘~야 이리로 놀러오렴 

   시원한 바람과 달콤한 열매를 너한테 다 줄께

   내가 있는 곳은 높은 산이란다

  높은~ 산에는 나의 친구들과 가족들과 친척 있지


2. 얘~야 나한테 안겨보렴

  내 품은 너의 온도와 맞을꺼다

  나와 껴안아보자 안아보자 내 품은 따뜻하다

  너와 안아보면 내~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 있겠지


3. 얘~야 이리로 와보렴 너의 마지막 인사다

  나는 풀이 없어지고 너에게 시원한 바람을 이젠 못 주겠구나

  이젠 진짜로 안녕

  나의 눈에는 눈물이 핑 도는구나 안~녕








은교의 시를 읽고 나는 높은 산위에 있는 아주 크고 아름다운 나무 생각을 했다. 

바람에 풍성한 가지와 나뭇잎을 흔들며 자유롭게 노래하는 큰 나무.

평화롭고 굳센 나무.

그림을 그리고 나니 나도 그런 나무처럼 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작은달님 동시와 그림을 언제 한번 블로그에 올려야지.. 생각만 하다가 늦게사 이제야 올려놓는다. 

할머니가 떠나시고 나는 가끔 이 그림을 보며 할머니 생각을 했다. 

할머니의 삶도 큰 나무처럼 우리들을 모두 품어주고, 달콤한 열매를 먹여주시고, 그안에서 쉬고 놀게 해준 삶이었다. 

나이가 많이 드신 뒤에는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셔서 바퀴달린 작은 보조기구에 의지해서 천천히 걸어 마을 회관에 다녀오시며 지내셨다. 그래도 예쁜 웃음을 잃지않으셨던 할머니. 

할머니는 높은 산의 고운 나무같은 아름다운 인상으로 내게 늘 남아있을 것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처럼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어른들이 그렇듯이...


작은 달님. 고마워요. 

작은 달님의 시가 이모에게 많은 기쁨과 위로를 주었어요.  

새 봄에는 따뜻한 햇볕 받으며 우리 또 함께 노래해요.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