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이 '달님'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동네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딸을 나는 '작은 달님'이라고 부르는데 올해 아홉살이 되었다.
엄마랑 딸이 모두 책도 좋아하고, 노래도 좋아하고, 뛰어놀기도 좋아하는 예쁜 모녀다.
작년에 '작은 달님' 은교가 여덟살이었을 때 동시를 한편 지었다고 달님이 내게 보여주었었다.
'나무의 노래'라는 고운 제목의 동시였는데 참 좋았다.
그 전날 엄마랑 같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 책을 읽었다는데 그 여운이 많이 남았는지
이 귀엽고 진지한 꼬마 시인이 시를 한편 쓴 것이었다.
나는 은교의 동시를 읽고 그림을 한편 그렸다.
내 연습장에 네임펜과 색연필로 슥슥..^^
대단한 그림은 아니지만 나로서는 시가 준 느낌을 살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충만한 마음이 되어 참 좋았었다.
작년 여름 정도에 그린 것 같다.
나무의 노래
이은교(서울 강명초등학교 1학년) 지음
1. 얘~야 이리로 놀러오렴
시원한 바람과 달콤한 열매를 너한테 다 줄께
내가 있는 곳은 높은 산이란다
높은~ 산에는 나의 친구들과 가족들과 친척 있지
2. 얘~야 나한테 안겨보렴
내 품은 너의 온도와 맞을꺼다
나와 껴안아보자 안아보자 내 품은 따뜻하다
너와 안아보면 내~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 있겠지
3. 얘~야 이리로 와보렴 너의 마지막 인사다
나는 풀이 없어지고 너에게 시원한 바람을 이젠 못 주겠구나
이젠 진짜로 안녕
나의 눈에는 눈물이 핑 도는구나 안~녕
은교의 시를 읽고 나는 높은 산위에 있는 아주 크고 아름다운 나무 생각을 했다.
바람에 풍성한 가지와 나뭇잎을 흔들며 자유롭게 노래하는 큰 나무.
평화롭고 굳센 나무.
그림을 그리고 나니 나도 그런 나무처럼 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작은달님 동시와 그림을 언제 한번 블로그에 올려야지.. 생각만 하다가 늦게사 이제야 올려놓는다.
할머니가 떠나시고 나는 가끔 이 그림을 보며 할머니 생각을 했다.
할머니의 삶도 큰 나무처럼 우리들을 모두 품어주고, 달콤한 열매를 먹여주시고, 그안에서 쉬고 놀게 해준 삶이었다.
나이가 많이 드신 뒤에는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셔서 바퀴달린 작은 보조기구에 의지해서 천천히 걸어 마을 회관에 다녀오시며 지내셨다. 그래도 예쁜 웃음을 잃지않으셨던 할머니.
할머니는 높은 산의 고운 나무같은 아름다운 인상으로 내게 늘 남아있을 것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처럼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어른들이 그렇듯이...
작은 달님. 고마워요.
작은 달님의 시가 이모에게 많은 기쁨과 위로를 주었어요.
새 봄에는 따뜻한 햇볕 받으며 우리 또 함께 노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