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581건

  1. 2017.08.30 갑자기 가을
  2. 2017.08.29 아이들 4
  3. 2017.08.25 서울 풍경
  4. 2017.08.23 제주도 여행 그림 #6 7
  5. 2017.08.20 제주도 그림 여행 #5 6
  6. 2017.08.20 제주도 그림 여행 #4
  7. 2017.08.19 제주도 여행 그림 #3
  8. 2017.08.18 제주도 여행 그림 #2
  9. 2017.08.18 제주도 여행 그림 #1
  10. 2017.08.01 매미
하루2017. 8. 30. 12:27

날이 갑자기 추워졌다.
가을 처음 맞는 사람처럼 우왕좌왕한다.
애들 긴팔옷을 어디 뒀더라...



부쩍 쌀쌀해진 공기 속에
어린시절 가을운동회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른 아침, 긴팔 긴바지 체육복을 입고 운동장에 나가보면
이슬젖은 땅 위로 하얗게 그어진 줄, 펄럭이는 만국기.
점심 나절쯤엔 엄마와 친척 숙모들, 동네 아줌마들이 모두 오셔서 집집이 돗자리를 깔고 함께 둘러앉아먹던 점심밥.
찰밥과 사이다, 삶은 밤과 계란이 있던
맛있고 푸르고 높고 어느새 따뜻해져있던 가을 한낮.

그리워라.
우리 아이들도 그런 운동회를 하면 좋겠다.





(그림 그리다가 생각난건데 그때 우리 체육복은 위아래가 온통 하얀 츄리닝이었다. 거기에 하얀 실내화..--;; 도대체 엄마들은 빨래를 어떻게 하라고ㅠㅠ 세탁기도 잘 없었고 우린 흙땅에서 맨날 뒹굴고 놀았는데.. 아고ㅜㅜ)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7. 8. 29. 14:57



인형들은 이부자리 곱게 펴서 가지런히 재워주고
저희들은 뒹굴뒹굴 엉켜서 잔다.
인형들아.. 오늘도 고생 많았다. ^^





비염 때문에 콧물이 심해진 연호가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졸라서 오늘은 연제랑 둘 다 집에서 쉬었다.

인젠 제법 커서 집에서 놀아도 엄마를 쫓아다니거나 귀찮게 하지않고
저희들끼리 꿍짝꿍짝 온갖 놀이를 하면서 잘 논다.

엄마 몰래 안방 문을 꼭 닫고 뭔가 재미나게 낄낄거리길래 뭘 하나 했더니
장롱 문을 다 열어놓고 이불들을 끄집어내서
구름같이 펼쳐놓고
장난감들의 놀이동산을 만들었단다.

이만하면 정리하기 아주 힘든 일거리(?)는 아니고
어린시절에 형제가 재미나게 잘 노는 추억이 얼마나 소중하냐.. 생각하며 암말 안하고 있다가
그래도 엄마가 뭐라고 좀 해야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일부러 목소리 톤을 조금 높여
"이 녀석들~~ 이불을 이렇게 끄집어내면 어떡해!" 해줬다.

아.. 역시 난 좋은 엄마야!
너희들 이렇게 맘넓은 엄마한테서 자란걸 고마워해야해~~
혼자 자아도취에 빠져서
인제 이 풍경을 좀 그려볼까 하고 연습장을 들고와 앉으니
아이들이 보드마카를 들고와서 저희들도 내 옆에서 그림을 그려보겠다고 하다가
결국 저희들 팔다리를 시커멓게 칠하고
이불에 까지 점을 찍으려고 하기에
"안 돼! 안돼에~~!!!"
소리를 마구 질러 혼을 내고 화장실에 가서 팔다리를 씻게 했다. 휴....
역시 끝까지 우아하기는 어려운 육아의 길. ㅡㅡ;

언제 크냐, 꼬마들아.
^^

Posted by 연신내새댁
하루2017. 8. 25. 16:42



'서울이 아주 장엄한 구름과 하늘 아래 있는 날.
서울도 그저 하늘 아래에 있는 작은 도시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둔촌동을 지나는 3413 버스 안에서'

하늘을 보는게 좋다.
어디있든 하늘을 보면 이 땅은 작다는 것, 넓은 하늘 아래, 더 멀리 우주 아래
우리는 아주 작은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는게 느껴져서 좋다.
그리고 구름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도 걷고 비둘기들도 걷는다.
좋다.
누구는 걷는데 누구는 날아서 도밍치랴.
같이 걷자.
볕 좋은 늦여름 거리.

- 아이들 데리러 유치원가는 길'


나와 가까이서 도망치지않고 유유히 같이 걷는 비둘기들이 예뻤다.




연제가 냉동실 문을 열어 제 인형이 잘 있는지 살폈다.

"연제야, 곰돌이가 춥지 않을까? 왜 냉동실에 넣어놨어?"

물었더니 돌아온 답.

"곰돌이는 북극곰이잖아~~"

ㅎㅎㅎㅎ

그랬구나~~ 그래서 걔가 거기 있는게 좋겠구나.

엄마는 짐작도 못했네ㅠㅠ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7. 8. 23. 10:33



'9시 20분.
봄이 이제 일어났을까?
제주에서 보낸 일주일이 나에게 꿈같았던 것처럼
오늘 아침 일어난 봄이도 우리가 없는 도미토리실을 보며
우리랑 놀았던 일이 꿈같진 않을까?
한번 꼭 안아주고 올껄..
어제 밤에 졸린 봄이에게 그저 "잘 있어, 봄아. 우리 또 놀러올께"하고 말만 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2017, 8, 13 티웨이 비행기'






돌아오는 아침
비행기안에서 두 장의 그림을 그렸다.
봄이와 알렉스를 그리고 있는 나에게
옆에 앉은 연제가 바다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다.

보지않고도 달물 바다가 슥슥 그려지게 살짝 손에 익었다는 것이
뿌듯하고 신기했다.
잘 그리진 못하더라도
좋아하는 풍경을 손이 기억해서 그릴수 있다는 것.

우리와 함께 놀았던 모든 사람들이 등장하는 바다.
스노클링하는 연수와 파도타는 연호, 신나게 노는 아빠, 연제,
의자에 앉아 쉬는 엄마,
모래놀이하는 봄이와 멸치 주워주는 유준이.
유니콘타고 노는 깨봉삼촌과
연제와 바다에서 놀면서 친해진 다섯살 친구들 서준이와 채미, 우리 아이들과 3일 동안 함께 넘 재밌게 놀아주셨던 채미엄마.
언덕위 달물에 있는 광호삼촌, 수지이모, 원이, 알렉스^^

이 모두가 등장하는 한 장의 그림을 아이들은 두고두고 펼쳐보며 한 사람 한 사람 찾아가며
추억을 되짚어보곤 한다.
보잘 것 없는 그림이라도 우리에게 소중했던 여행의 기억을 담고있어서, 되살려주어서 참 좋다.

여행을 다녀오고나니 여름이 거의 끝난 것 같았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여행후에
우리는 한뼘씩 자란 마음으로
서로를 보듬고 일상을 살아간다.

고맙다.
모두 참 고맙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7. 8. 20. 23:43



달물에서 바다로 가는 골목길에 작은 카페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책다방'이라는 이름이 붙은
예쁜, 너무 예쁜 제주 전통집이 있었다.
​며칠을 지나가며 입맛만 다시다가
떠나기 이틀전인가에 잠시 점심거리 사러나온 길에 들렀다.





작은 서가가 있고 편하게 앉아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책다방.
한쪽에는 판매하는 책들이 진열된 작은 책장, 엽서들, 악세서리들이 있었다.
눈에 딱 띄인 책, 요즘 내게 딱 맞는 책 <그림 여행을 권함>(김한민, 민음사)을 샀다.
어쩜.. 이런 책이, 이 곳에, 이렇게 딱 있을까? ^^





그 책의 첫 부분을 읽는데 자기 '아바타'를 하나 그려보라고, 내 그림 속에 등장할 내 모습을 하나 정해보라는 말에
부끄럽지만 재미있어서 내 모습을 하나 그려보았다.
월정리에서 입고 다닌 원피스 차림으로,
실제보다는 통통해졌으면 하는 바램을 담은 동그란 얼굴을 한
마흔살 귀여운 아줌마에게
나는 '린'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




린을 그리고 나니
그 전까지는 어려웠던(?) 내가 등장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연제랑 바다에서 춤을 추었다.

린, 행복하길..!




(책다방은 사실 이렇게 예쁜 집인데 내 그림으로는 미처 그리지 못했다. 미안해요~^^;;)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7. 8. 20. 22:50




바다 그림을 그려보는데 왜 이렇게 어려운지ㅠㅠ

연제가 생일선물로 받은 12색 색연필과
내 실력으로
에메랄드빛 월정리 바다를 그리겠다는 건
너무 큰 욕심이었지만..

그래도 바다 참 좋았다. ^^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았다.
머리를 편히 기댈수 있는 큰 캠핑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다가 낮잠 한숨 잘 수 있는 것도 참 좋았다.

아이들은 몇 날 몇일, 바다에서 지치지도 않고 잘 놀았다.
아빠와 수영하고 파도타기하고
아빠가 의자에서 쉴때는 저희들끼리 모래놀이하고
물이 빠진 바닷가 검은 바위 사이로 돌아다니며 달랑게, 소라게, 고동들을 찾았다.

일주일 동안 비오는 하루를 빼고
매일 가서 만났던 바다야
잘 있니?
우리는 여기 서울에서 또 평범한 하루하루를 잘 보내..
그래도 보고싶다.
이렇게 쓰고 있으니 다시 또 그립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7. 8. 19. 22:47



비오는 아침.
달물 2층 휴게실이 공간 '고요'로 바뀌어있었다.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들의 전시회 도록을 읽었다.
사진집 <윤미네 집>도 보고싶었던 책인데 '고요'에 예쁘게 놓여있어서 반가웠다.
다음에 가면 보고 와야지..



빨래가 비에 젖는게 마음 쓰이길래
방에 내려와 노트에 그림을 그렸다.

내가 그림을 종종 그리니까 아이들도 내 노트와 볼펜을 가져가 그림을 그린다.
아이들이 제주에서 그린 그림들~~



연제가 그린 무지개 사람.



연호의 꽃잎(?) 아이




연수가 작은달식당의 그림을 따라그린 얼굴.




연호가 그린 여자 사람. 봄이일까? 엄마일까? 스쟈 이모? ^^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7. 8. 18. 23:36



제주도의 아침은 참 선선했다.
월정리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달물 마당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지나가는 아침.
아이들은 아직 자고
제비들은 분주히 날고
나는 아무 할일없이 달물 마당의 나무 의자에 한참씩 앉아있곤 했다.

광호가 조식을 준비하러 나오고
원이가 깨서 우는 소리가 들리고
봄이가 우리 도미토리실로 다다다다 뛰어 놀러가고
빨래줄에 빨래가 ​참하게 걸려있고.

서울에서는 거의 못봤던 제비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그림을 그려볼까.


'제주에는 제비가 많기도 하지.

이른 아침, 달물 평상에서 바라본 제주 제비들의 비행.'


'이 아침, 그림을 그리는 동안
하늘은 구름이 많아졌다가 없어졌다가 하며
참 자주도, 빨리도 변했다.
그런 하늘을 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자니
문득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 내 마음이 자주 변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늘도 그렇잖아.'





사람 그리기는 어렵다ㅠㅠ
한 명도 어렵고, 여러명은 폭망..;;




'풍력발전기가 많은 월정리.
연호와 아침 산책을 하다가 말했다.
"연호야, 저 쪽에도 풍력발전기가 많다"
"응. 난 매일 아침마다 일어나면 풍력발전기한테 '안녕~'해~."
오늘이 두번째 아침. ^^ '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7. 8. 18. 22:51

얼마전부터 그림을 조금씩 그려보고 있다.
볼펜과 색연필로
내 작은 재생지노트에 잠깐씩.
재미있어서-^^
그림은 참 어설프지만 그림그리는 시간은 참 좋다.

아이들 방학과 남편의 여름 휴가를 맞아
다섯 식구가 함께 떠난 제주도 여행.

친구 광호와 수지, 봄이가 있는 월정리 '달에 물들다'에 일주일 동안 머물면서 매일 바다에 가서 놀았다.

차도 안 빌리고, 아무데도 가지않고
바다와 달물만 오가고,
나 혼자 점심식사 배달하러 월정리 식당들을 오가다 예쁜 가게가 있으면 들어가보고
아이들과는 월정리 마을 안쪽을 잠깐씩 산책하고
광호삼촌 차타고 장보러 김녕 마트와 그앞 초등학교 운동장에 한번씩 놀러갔다온게 다다.

달물에 앉아서, 바닷가에 앉아서 나는 짬짬히 그림을 그렸다.
아이들은 아빠랑 봄이랑 잘 놀고 밥도 안하는 나는 시간이 많았다.

작은 노트를 깜빡하고 바다에 나온 날은
없는게없는 바닷가 편의점에 가서 연습장과 볼펜을 한자루 샀다.

아이들도, 나도, 준철도
자주 달물을, 월정리 바다를 그리워한다.
쉽게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그림속에서, 폴라로이드 사진을 통해 되짚어 가곤한다.



두근두근 출발!^^





오랫만에 탄 비행기는 살짝 무섭기도 했지만 아름다웠다.
하늘위에서 바라보는 구름, 일몰.
그림 그리려고 꺼내놨던 노트에 그림은 미처 못그리고 메모만.

'비행기 안에서 일몰을 봤다.
구름 속으로 내려가는 빨갛고 작은 해.
구름 아래에는 바다가 있고 작은 섬들이 있었다.
이런 풍경을 본 적이 있던가.
해 주위로 물드는 여러가지 색들.
어린 왕자가 자기 별에서 해지는 풍경을 의자를 조금씩 옮기며 볼때의 일몰이 이랬을까.
우주에서 해는 어떻게 졌을까.
쌩 떽쥐베리의 상상력은 지구의 일몰 풍경을
우주의 아주 작은 혹성 위에서 의자를 놓고 앉아있는 어린 소년에게로 가져갔다. '

하늘 위에서 본 해질때의 색감은 슬프면서도 고운 차분하고 아련한 색들이었다.
오래 기억하고 싶은데 사진을 제대로 못찍었다ㅜㅜ
그리기에는 내 실력이..ㅠㅠ




저녁 비행기를 탄 덕분에 밤10시에야 들어간 달물 우리방.
2층 침대 2개가 있는 도미토리실.
매트 하나를 바닥에 더 까니 다섯 식구에게 딱 맞았던.
아이들도, 나도 2층 침대의 자기 방(?)을 하나씩 차지하고는 더없이 행복했다.
하루 신나게 놀고 돌아오면
조용히 편히 누워 쉴 수 있었던 우리들의 침대. 작은 그 방, 참 그립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하루2017. 8. 1. 16:30



여름 하루 중에는 아침이 제일 시원한 것 같다.
어제 비가 오고 오늘은 날이 화창하고
바람도 시원했다.

아이들과 아파트 놀이터들을 돌며 자전거도 타고 그네도 타고
잠자리도 잡다가
땅에 떨어진 매미를 주웠다.

꼼짝안해서 죽은 줄 알았는데
정자 마루에 올려놓고 그림을 다 그리고나니 다리를 조금씩 움직였다.

밤새 울고 지쳐 나무에서 떨어져있었던걸까.

매미릏 이렇게 가까이에서 자세히 본건 처음인것 같다.
매미야 기운차리렴.
7년이나 땅속에서 애벌레와 번데기로 지내다가
올여름 처음 땅위로 올라왔을 매미.

일곱살 연호가 자기 친구라고 좋아했고
연제는 매미 형아라고 불렀다.
정자에서 바라보이는 나무 밑에 데려다줬는데
기운차리고 올라갈지 모르겠다.

여름이 깊어간다.
방학도 한복판이다.
어제 저녁에는 쓰르르 하는 풀발레 소리를 아이들과 창문에서 귀기울여 들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