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갑자기 추워졌다.
가을 처음 맞는 사람처럼 우왕좌왕한다.
애들 긴팔옷을 어디 뒀더라...
부쩍 쌀쌀해진 공기 속에
어린시절 가을운동회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른 아침, 긴팔 긴바지 체육복을 입고 운동장에 나가보면
이슬젖은 땅 위로 하얗게 그어진 줄, 펄럭이는 만국기.
점심 나절쯤엔 엄마와 친척 숙모들, 동네 아줌마들이 모두 오셔서 집집이 돗자리를 깔고 함께 둘러앉아먹던 점심밥.
찰밥과 사이다, 삶은 밤과 계란이 있던
맛있고 푸르고 높고 어느새 따뜻해져있던 가을 한낮.
그리워라.
우리 아이들도 그런 운동회를 하면 좋겠다.
(그림 그리다가 생각난건데 그때 우리 체육복은 위아래가 온통 하얀 츄리닝이었다. 거기에 하얀 실내화..--;; 도대체 엄마들은 빨래를 어떻게 하라고ㅠㅠ 세탁기도 잘 없었고 우린 흙땅에서 맨날 뒹굴고 놀았는데.. 아고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