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새댁 책2016. 6. 10. 11:16
아들과 연인 1 - 10점
D.H. 로렌스 지음, 정상준 옮김/민음사

 

 

 

 

이야기가 될만하지 않은 삶이 있을까.

누구의 삶, 어떤 성장 과정, 어떤 경험도 이야기가 될 만하다. 될 수 있고, 그러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야기를 주의깊게 들어보고, 그 경험 전체를 조금 떨어뜨려놓고 바라보면서 '아 이 삶에는 이런 면이 있구나' 생각하고 '나의 삶'을 그에 비춰 돌아볼 때 삶은 뜻밖의 위로를 얻기도 하고, 비통한 공감, 작은 깨달음도 얻을 수 있다. 

이야기가 잘 정돈된 글로 쓰여진다면 더 수월하게, 두고두고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겠다.

 

1910년대에 쓰여진 로렌스의 소설 <아들과 연인>을 한달 동안 즐겁게 읽었다.

읽는 동안에는 긴 이야기 속에서 조금 헤메는 듯이 고통스럽기도 했는데, 장편 소설, 고전소설들의 힘과 매력은 책을 마무리할 즈음에 비약적으로 커지는 것 같다. 중간중간 함께 책모임하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게 특별히 깊이 와닿는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책을 덮으면서는 긴 여행을 마치는 기분으로 내 감상의 갈피를 잡고 글쓰기도 조금은 수월해졌다.

 

<아들과 연인>의 영어 제목은 <Sons and Lovers>로 주인공 모렐 부인의 아들들(윌리엄, 폴, 아서)과 그들의 연인들을 뜻한다. 아들들이 성장하며 만나는 연인들과 그들 사이의 이야기가 소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에는 어머니인 모렐 부인과 그 아들들이 맺는 깊은 정신적 관계, 성장기의 인생 전체를 통해 공유하게된 삶의 가치, 태도, 서로에 대한 깊은 의존과 애정, 그로인해 생겨난 질곡과 상처에 대한 이야기가 자리잡고 있다.

 

가족간에는 어느 정도의 정신적 유대가 가능할까.

인간에게 있어 자기가 태어나 자란 가족, 가정은 어떤 의미에서든 '알'과 같다.

포근하고 따뜻한, 완벽하게 보호받는 곳으로서의 '알'이기도 하고, 언젠가는 깨고 나가 세상속에서 내 발로 서야하는 '알'이기도 하다.  

 

완벽하게 따뜻한 알도, 완벽하게 엉망인 알도 세상에는 존재할 것이다.

행복뿐이거나 고통뿐인 삶도 존재하고, 순간순간 섞이기도 하고, 삶의 어느 기간은 주로 행복이, 어느 기간은 불행이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 

'모렐 가'처럼 엄마가 '행복'을, 아빠가 '고통'을 주로 담당할 수 도 있다.

'엄마' 곁에서 절대적인 안정과 행복을 느끼고, '아빠'가 등장하는 순간 불안과 불편함을 느낄 수 있고, 반대일 수도 있다. 형제들 안에서, 혹은 부모 전체와 아이들 사이에 긴장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

 

이 모든 성장과정이 성인 이후의 삶을 떠받치는 바닥이 된다. 그 때문에 흔들리기도 하고, 자기 모델이나 기준으로 삼아 애써 추구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배우자의 상을 부모에게서 찾는다면..  자신의 부모를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도 아빠같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 '아내가 우리 엄마 같았으면..'하고 바랄 수 있고, 반대의 경우라면 '나는 엄마처럼 되지 말아야지', '나는 아빠같은 사람이랑 결혼하지 말아야지' 할 수도 있다.

스스로 자신의 가정(의 한부분)이 이상적이라 느끼고, 너무나 깊이 의존하며 성장한 사람이 오히려 성인 이후의 삶과 관계에서 독립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아들과 연인>의 주인공 폴은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것이 나에게 유사한 면에서는 슬픈 공감을 일으키고, 달랐던 부분에서는 위안을 주기도 했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폴이 겪는 정신적 공황을 읽으며 나는 유교문화에서 존재했던 '시묘살이'를 떠올렸다.

부모가 돌아가신 후 3년동안 자식이 부모의 무덤 근처에 움집을 짓고 살며 부모를 모시던 의례.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했을까.. 생각해보면 그만한 슬픔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감당이 되지 않는 정신적 충격이 존재했기 때문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시공을 초월해 20세기 초반, 영국에서 살았던 로렌스(폴)에게도 어머니의 죽음은 정신적으로 깊이 의존했던, 깊게 결합되어있었던 존재가 사라지는, 자기 존재의 기반이, 자기가 속해있었고 성장해왔던 한 세계가 붕괴하는 것, 바닥이 무너지고 추락하는 것과 같은 상태를 느끼게 했을 것이다. 그 충격이 작가에게 이 소설을 쓰게 하고, 소설에 폴의 이야기로 담겨있다고 나는 느꼈다.

 

어쩌면 인간에게 자기가 태어나고 속해있었던 존재와 세계가 '죽음'을 통해 사라지는 것은 오래오래, 두고두고 깊은 상처와 공포, 슬픔을 주는 사건이었을 것이다. 로렌스로 부터 불과 100년이 지났지만, 오늘날 가족의 유대는 많이 느슨해졌다. 자극을 주는 매체가 너무 많고, 사회에는 즐거움과 관심거리가 넘쳐나므로 우리는 자신이 맺고 있는 인간적인 관계들에 대해서는 그 극진함과 집중도가 많이 약해졌다.

부모가 돌아가셨다고 시묘살이는 하는 문화는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해도 슬픔과 충격의 정도가 갑자기 약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자신의 마음이 겪는 일에 우리가 더 무심해질 수 있을 뿐이다. 현대인의 삶의 여러 요소가 그런 망각, 외면, 회피를 돕는다.

그러나 조금 더 인간적 본질을 생각해보고 싶다면, 우리는 기쁨만큼이나 슬픔에도 응당한 시간을, 정신적 에너지를 허용해야 하지 않을까..

 

붕괴 이후의 세계. 폴의 이후 삶.

궁금하고 불안하며 연민이 인다.

폴의 삶이 이야기되어서 고맙다.

읽고, 내가 생각해볼 수 있어서 고마웠다.

 

어떤 길을 걸어갈지는 그도, 나도 아직 모른다.

다만 살아갈 뿐. 때때로 아프게 추억하며.

 

 

 

 

 

 

 

 

Posted by 연신내새댁
책/새댁 책2016. 4. 29. 10:26
인간의 굴레에서 1 - 10점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민음사


<인간의 굴레에서> (서머싯 몸, 민음사)를 읽었다. 
'냇물아 흘러흘러' 북까페에서 열리는 '인문학 읽고쓰기' 모임에서 함께 읽었는데, 모임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두꺼운 책을 한달이라는 시간 안에 꾸준히, 꼼꼼히 읽지 못했을 것이다. 

오랫만에 읽는 고전문학은 재미있었다. 한동안 고전문학, 장편소설을 읽지 못했던 터라 처음에는 글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번역문체, 대화, 인물과 감정에 대한 섬세한 묘사... 하지만 무엇보다 긴장되었던 것은 인간의 성장을 다루는 소설이 당연하게도 물고들어오는 '나'에 대한 생각이었다. 나의 유년시절, 나의 청년기, 나의 탐색, 나의 열정, 나의 중산계급적 기질, 나의 실수, 나의 타협, 나의 곤란.. 읽는 것은 '필립 케어리'라는 청년의 성장 이야기인데 드는 생각은 나에 대한 것이어서 자주 뜨끔하고 당황스러웠다. 그럼에도 머리 속에 떠오르는, 마음을 휘젓고 다니는 많은 감정들과 생각들이 활자로 인쇄된 것을 읽는 것은 분명 큰 쾌감이었다. 때로는 어리석고, 때로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인간사의 구석구석을 풍부하게 이야기해주는 소설의 힘이 좋았다.

 

서른 살이 되기 전까지의 삶을 이렇게 한 편의 이야기로 정리해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더 나이가 들면, 좀 덜 부끄러움을 타게 되면,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할 수있는 때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야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는 글로 쓸 수 있을까. 

무슨 기록이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럴만큼 의미있는 삶이었어서가 아니라 <인간의 굴레에서>와 같이 '누구의 삶이나 아름다운 무늬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고, 자신이 삶으로 만들어온 양탄자의 큰 그림 전체를 조금 떨어져서, 천천히 응시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고통스럽지만 삶의 큰 행운일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힘이 내게 있을까.

 

서머싯 몸의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서 읽는 동안 마음 아프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했다. 

의학도로, 의사로 지내며 만난 많은 아픈(보통) 사람들, 그들이 처한 어려운 형편과 사회 상황에 대해 찬찬히 묘사하는 대목들이 인상적이었다. 

예술적으로나 지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특출하고 뛰어난 수준의 인간이 아니라 그 자신 중간계급, 중산층이고 평범한 인간의 행복에 더 마음이 끌리는 사람(필립)의 시각에서 주변을, 혹은 자신보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함께 어울리며, 저마다의 고통으로 힘겨운 인간 모두를 '그래도 괜찮다'고 격려하고 싶은 마음, 다같이 생의 굴레 안에서 힘겹게 노력하는 '인간' 임을 인정해주고 싶은 것이 작가의 마음은 아니었을까.


서머싯 몸이 새롭게 등장하는 '사회주의'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산업혁명 이후 확립된 자본주의 사회의 비참은 적나라하게 이야기하지만 그 해답은 각자가 삶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사는 것' 이상을 내어놓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여주는 인간에 대한 애정, 고통과 비참에 대한 연민 같은 것이 보통 대중의 정서로 남아있어 영국이 신자유주의 시대에도 무상의료에 가까운 '국가의료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을 수 있는 작은 배경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젊음은 끝나고 낭만은 접힌다. 

'인생은 다른 곳에 있을 것'이라는 막연하고 강렬한 기대감은 '내 삶은 여기, 이 사람 곁에서'라는 현실적인 선택 아래, 그리고 그것이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라는 쓰디쓴 깨달음 속에 접어진다.

이제 우리에겐 무엇이 남았을까. 생존이, 가장의 책임이, 어린 자식들을 안전하게 지켜내기위해 눈을 부릅떠야하는 현실이 남았다. '진정 원하는 것'을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어렵다는 것을 나날이 절감하게 된다. 하지만 꿈꾼다. 낭만이, 아름다움이 지금 여기에서 찾고, 살려지고, 지켜지면 좋겠다고. 삶은 그럴 수 있다.  


1900년대 초반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미세먼지, 방사능 같은 2000년대의 우리를 덮쳐오는 큰 문제들을 자주 생각했다.  

쳇바퀴를 멈출 방법은 찾지못한채 빠르게 굴러가는 쳇바퀴속에 몸을 담그고 저마다 당면한 오늘의 문제들에 골몰해 있는 2000년대의 우리들은 세계대전의 포화 앞으로 향해가던 1900년대의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도 같다. 

대중은 바람에 부유하는 물결같은 존재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은 것에 힘입어, 문득 하게도 되었다.  


밀드레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어쩌면 필립에게 '어머니' 아니었을까. 잃어버린, 사라진 그리운 존재. 아름답고 창백한 존재.

그와 전혀 다른, 건강하고 든든한, 소박하고 실제적인 여성과 가정을 꾸리는 결말은 어쩌면 잃어버린 세계에 작별을 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도, 정신적 허기를 현실에서 극복하더라도, 가끔씩 망상처럼 뜨끔하게 상실의 고통, 불완전하게 남아있는 추운 유년(청년)의 결핍이 되살아날 수 있을 것 같다.    


선함, 아름다움. 

서머셋 몸이 '필립'을 통해 보여준 '인생의 의미'에 대한 탐구는 이 두 가지 가치를 몸의 감각으로, 정신의 감동으로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그것이 살아갈 힘을 준다. 나도 동의한다. 물음을 가지면 답을 찾을 수 있는 것도 같다. 나는 어떤 물음을 가지고 살고 있을까? 내 질문은 뭘까? 궁금하다. 다음 책이 기다려지기도 하고, <인간의 굴레에서>의 여운을 더 오래, 조금 더 깊게 음미하고 싶기도 하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책/똑순이 책2016. 3. 8. 09:37

상상마루 작은도서관에서 봄부터 '그림책읽기와 놀이활동'이라는 프로그램을 새롭게 진행해요. 

마을 어린이 친구들 누구나 참가할 수 있고,

마을 엄마들이 그림책을 읽어주고 함께 재미있게 그림도 그리고 몸도 움직이며 노는 시간입니다. ^^




첫책은 <곤충기차를 타요> (웃는돌고래 출판사) 예요. 

우리 도서관이 문화체육부가 주관하는 세종도서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신간 교양도서를 200권 정도 지원받았어요. (와~~!!^^) 
그 중 한권인 '곤충기차를 타요'를 어린이들과 함께 보고 우리 도서관에도 곤충기차를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우리 가까이 살고있는 곤충, 우리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곤충. 
하지만 숲이 자꾸 사라져 이사를 가야하는 곤충들ㅠㅠ 
그 곤충들이 기차를 타는데요, 비슷한 종류끼리 한칸에 타고있어요. 




아이들은 종알종알 저마다 만나본 곤충 이야기를 하느라 한쪽 넘기기거 쉽지 않아요. ^^;;

즐겁게 책을 읽고, 책에 큼지막하게 그려져있는 곤충들을 따라그려놓은 종이에 예쁘게 색칠을 해봅니다. 

제법 긴 곤충 이름도 불러보고, 책을 보며 색깔도 알아보고요. 





아이들과 함께 곤충 그림을 그리면서 '아 참 예쁘구나.. 참 오밀조밀 정교하게 생겼구나' 생각했어요. 
곤충도 참 예쁘고 귀한 생명이구나.. 하는 생각을 우리 꼬마들도 했을지 모르겠어요. 그렇게까지 생각하진 못했더라도 곤충이 조금더 가까운 친구로 느껴지긴 했을거예요. 
아이들이 함부로 곤충을 죽이지않았으면 좋겠어요. ㅜㅜ 그건 어른들이 더 조심해야할 일이지만요. 




'곤충기차야~ 우리 마을로 와! 우리 동네 고덕천에는 풀밭도 많단다~~!'
아이들과 함께 소리쳤답니다. ^^








Posted by 연신내새댁

이제 꼬박꼬박 책 잘 읽지요~~ㅎㅎㅎ

그래도 자꾸 '일거리' 만들어내는 누구누구땜에 또 한번 공연 준비하느라 바빠지셨지만.. (죄송합니다ㅠ)

1월에 함께 읽은 책들 올려봅니다~. 

 

 

엄마 반 나도 반 추석 반보기 - 10점
임정자 글, 홍선주 그림/웅진주니어

 

새해 첫 모임부터 눈물을, 눈물을 쏟게한 문제의 그 책~~!

보드게임때문에 도서관 들렀다가 저희 모임에 처음 끼어앉으셨던 민찬맘이 깜짝 놀라셨을 것 같아요... 아니, 이 사람들 왜 이렇게 울어? 하고요~~ㅎㅎㅎ

저희 원래 그런 분위기 아니고요... 앞서 후기들이나 책들 보시면 아실 수 있는데.. 저희 정말 안 그러는데...ㅠㅠ

다들 우느라 말을 이을 수가 없었던 책.

예쁘고 귀여운 그림에, 글도 어린아이 시선에서 곱게 씌어있는데 아구... 어찌나 다들 눈물이 흐르던지..

 

 

 

아들과 함께 걷는 길 - 10점
이순원 지음, 한수임 그림/실천문학사

 

 

 

'반보기' 눈물의 여파 때문에

읽는 분도 울먹, 듣는 분들도 훌쩍, 모두 호흡 조절이 쉽지 않았던 책~~ (미안해요, '아들과 함께 걷는 길'ㅜㅜ)

 

어린 아들에게 들려주는 아빠의 삶에 대한 이야기.. 저도 같이 들어보고 싶어요.

윤정님은 특별히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을 뽑아 읽어주셨지요.

그림책모임을 통해 우리도 참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사귀고 있지요.

친구란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우리 어린 아이들도 소중한 친구들을 사귀어가는 요즘

깊이 음미해봐야할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정신없이 그냥 지나갔는데.. 윤정님, 저 책 좀 빌려주세요~~~!ㅜㅜ)

 

 

 

그림으로 만나는 우리 동시 - 10점
김상욱 엮음, 이승미 기획/길벗어린이

 

 

 

우리 동시가 태어난지 100년이 되던 해에, 그 시간 속에서 길어낸 고운 동시들과

시마다 어울리는 아름다운 그림을 함께 담아 들려주는 책.  

'기다려지는 봄'과 '울 엄마' 두 편을 함께 읽었는데요, 다른 시들도 조용한 밤에, 혹은 아이들 시끌벅적한 한낮에 잠시 짬이 생기면

펼쳐서 읽어보시면 참 좋을 것 같은 책이예요. 따뜻하고 담백한 감동 속으로 잠시 조용히 빠져드실 수 있을 거예요.

 

 

+

 

겨울동안 우리 상상마루 작은도서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살림 육아사랑방> 중 한 강좌를 우리 그림책모임에서 맡게 되면서

1월의 두번째 모임은 강좌 내용을 의논하느라 바빴지요..

실은 우리들의 근황과 또 아주 예전의 이야기들을 나누느라라 시간가는줄 몰랐지요.

웃고, 그랬구나.. 알아가고, 함께 아쉬워하고, 잘 될꺼라 응원해주면서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미언니가 요즘 알게된 좋은 새책들을 읽어주셨어요.

 

 

커다란 구름이 - 10점
이해진 글.그림/반달

 

도시 옥상에서 하늘과 구름과 햇살과 비를 만나는 꼬마 아이의 풍경이 꼭 우리 동네같던 그림책. 길~~~쭉한 구름만큼 긴~~~ 책. 나도 그릴 수 있겠다 싶지만 아무나 그릴 수는 없는 이야기. ^^ 

 

 

까불지 마! - 10점
강무홍 글, 조원희 그림/논장

 

 

ㅎㅎㅎ  귀여워라~~~

잘 움츠러드는 아이 옆에는 잘 윽박지르는 고릴라 엄마가 있다는 무시무시한... 현실?!!! ㅠㅠㅠㅠ

 

 

대추 한 알 - 10점
장석주 글, 유리 그림/이야기꽃

 

 

저 대추 한알이 저절로 붉어질리는 없다

여덟줄의 동시와 한 권의 그림책.

벼농사 짓는 들판을 지나가는 사계절.

 

 

우리, 2월 다정히 잘 보내고.. 따뜻한 새 봄에 병아리들처럼 노랗게 삐약삐약 또 함께 걸어요.

^^

 

 

 

 

 

 

 

Posted by 연신내새댁

가을 내내 바빴던 엄마 그림책 모임이 겨울을 맞으면서 한숨 돌리고 다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ㅎㅎㅎ

우린 '그림책 모임'인데...

 

가을에는 그림책을 만들었지요. '나의 그림책'도 만들고, 마을 아이들과 마을 그림도 그리고..

그림책 <떼루떼루>를 대본으로 종이인형극 '떼루떼루' 공연도 작은도서관에서 하고요~

우린, '멋진' 그림책 모임 엄마들이니까요. ^^

 

그렇게 조금은 바쁘고, 많이 뭉클했던 엄마를 위한 그림책모임의 2015년 '서울시 부모커뮤니티사업'은

낙엽날리는 가을, 상상마루 작은도서관과 서울시청별관(부모커뮤니티사업 발표회)에서 '나의 그림책' 전시를 끝으로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아, 부커 쫑파티로 첫눈오는 날 '강마을 다람쥐'로 설레는 나들이도 다녀왔었지요~~^^

엄마그림책 모임이 있어 참 고맙고 즐거운 한해였습니다.  

 

+

 

12월에는 두번의 그림책 모임이 있었어요.

늦었지만 우리가 함께 본 그림책과 이야기들을 모아놓고 싶어서 이렇게 후기를 남겨봅니다.

 

에밀리 - 10점
마이클 베다드 글, 바바라 쿠니 그림, 김명수 옮김/비룡소

 

2015년이 한결맘께는 '바바라 쿠니'라는 인생의 작가를 만난 해가 되지 않을까요~ (무럭무럭 예쁜 새싹이와 함께요~~~! ^0^)

더불어 그림책모임의 우리들에게도 한결맘이 소개해주는 '바바라 쿠니'의 여러 그림책들을 만날 수 있어 참 고마운 한 해였습니다.

역사적인 인물을, 성장의 과정이나 인생의 중요한 한 대목 같은 것을 참 서정적이면서도 인상적으로 잘 그려내는 바바라 쿠니.

이 그림책 <에밀리>의 에밀리는 누구일까요~?

저는 맨 마지막에 시를 읽고서야 '아..!' 했답니다.

그리고 너무 감사했어요. 그녀를 그림책으로도 만날 수 있게 된 행운에 대해서요.

 

 

지상에서 천국을 찾지 못한 사람은

하늘에서도 천국을 찾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어디로 이사 가든

천사들이 우리 옆집을 빌릴 테니까.

                               - 에밀리 디킨슨

 

 

 

엄마 말 안 들으면 흰긴수염고래 데려온다! - 10점
맥 바네트 글, 애덤 렉스 그림, 장미란 옮김/다산기획

 

 

집 밖에 '고래'가 와있다는 상상, 그 고래를 데리고 학교에 다녀오고,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고, 밥도 챙겨주고, 입속 청소도 해주는 상상.

그 상상의 거대함 만큼이나.. 철부지 소년을 키우는 엄마의 부글거리고 쓰린 마음의 절박함(고래를 데려오고야마는!!!)이 느껴지는 책. ㅎㅎ

우리도 모두 저 고래 입속에 방을 차리고 싶을 만큼 괴로운 성장의 한 복판을 함께 지나가고 있는 엄마들, 아들들...

모두 모두 힘내자고요~~~^^  (아님, 우리도 단체로 고래를 주문하든가!)  

 

 

 

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 - 10점
아드리앵 파를랑주 글.그림, 박선주 옮김/정글짐북스

 

 

 

단순한 그림, 겁많은 사자, 모두 같이 두근두근 마음 졸이며 숨어있는 와중에도 재미있는 작은 일들이 꼬물꼬물 벌어지는 작은 방.

숨은 그림 찾듯 아이들이 재미있게 좋아하며 볼 것 같은 그림책이었어요. (그래도 저는 이 책이 왜 '큰 상' 받은 건지 사실 잘 모르겠더라는~~ㅠㅠ)  

엄마그림책모임에 새롭고, 좋은 그림책들을 늘 꾸준히 소개해주시는 우리의 큰언니, 영미언니 감사해요~~~!

언니 덕분에 저의 그림책 보는 눈이 좀 더 뜨이게되길요, 부디~~!!! ^^ 

 

 

+

 

장갑 - 10점
에우게니 M.라초프 글 그림, 김중철 옮김/다산기획

 

 

 

12월의 두번째 모임은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두고 열렸지요.

작은도서관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맛있는 간식들을 오손도손 나눠먹으며 재미있는 그림책을 읽는 행복~~^^

우리가 이 맛에 그림책모임 하지요~~ㅎㅎ

 

경미님이 소개해준 '장갑'은 다정하고 따뜻한 동물들의 '한집살이'가 예쁘고 재미있는 그림책이었어요.

꾸역꾸역 끼어앉기.. 우리 꼬마들 이거 참 좋아하지요. 저도 이웃엄마님들과 따뜻한 도서관에 엉덩이 붙이고 둘러앉을 때가 제일 좋아요.

 

 

 

마음 깊이 어루만짐, 후스르흐 - 10점
김성희 글 그림/한솔수북

 

 

도서관의 제일 좋은 점은..?

^^ 뭔 뜬금없는 질문을~~~;;  

당연한 듯 하지만.. 가끔씩 도서관 서가를 훑어보다가 우연히 모르던 좋은 책을 만나게 되면 '아 도서관이 있어 참 좋구나.. 고맙구나..' 생각하게 되요.

세상엔 좋은 책도 참 많고, 널리 소개되지 않은 책들 속에도, 평범해보이는 전집의 무수한 책들 속에도

내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따뜻한 울림을 남겨주는 그런 책을 만나게 될 때가 있지요.  

엄마 노릇이 힘들게 느껴질 때, 두려움이 밀려올 때.. '그것도 당연한 감정이지..' 생각할 수 있고,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손길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던 책이었어요. 

 

 

 

누구랑 가? - 10점
백미숙 글, 서현 그림/리틀씨앤톡

 

 

초등학생을 둔 부모라면 누구나 격하게 공감할 법한 그림책~~~! ㅎㅎㅎ

혹은 초등학생 자신도~~??

요즘 우리나라의 젊은 작가들 그림책은 참 재미있어요.

작아보이는 소재 하나로, 때로는 깊은 감정이나 현실을 담기도 하고, 우스우면서도 찡한 구석을 만들기도 하고..

나는 여전히 좀 글밥많고, 그림도 한장 꽉 차고, 진지한(?) 옛날 그림책들을 더 좋아하는 구닥다리 아줌마 독자지만

우리 꼬마들이 너무 좋아하는 그림책 '커졌다!'의 작가이기도 한

서현 작가의 '누구랑 가?'에는 엄지 척! 안 할 수 없어요. ^^

 

 

 

아빠, 나한테 물어봐 - 10점
이수지 그림.옮김, 버나드 와버 글/비룡소

 

 

 

이수지 그림은 역시나 예쁘고, 조잘조잘 끝도 없이 얘기하는 예닐곱살 딸래미의 귀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그래도 저는 왠지 조마조마했다는...^^;;

혹시라도 슬픈 결말이 기다리고 있으면 어떡하나.. 하고. ㅎㅎ 

그러나 역시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이니까! 따뜻한 결말에 감사드립니다~~~~ (전날 읽은 추리소설 때문에 생긴 기우였어요..ㅠㅠ)

 

 

오랫만에 진득하니 책을 읽고 이야기나누는 겨울이 좋아요.

엄마들께 소개하고픈 책을 찾는 설레임도 좋고요, 다른 엄마들이 읽어주는 그림책 듣는 즐거움은 말할 것도 없지요.

함께 해주시는 모두들 감사합니다..^^ 

무탈하게 한 해 모두 함께 잘 건너온 것이 제일로 고마운 날들입니다. 고맙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1. 엄마가 어렸을 때의 세계


엄마가 한참 아침 집안일들을 끝내고나서 그동안 만화보며 뒹굴거리던 연호연제를 불러 간식을 챙겨 주었다. 


엄마: 에고.. 엄마가 일이 너무 많아서 놀아줄 수가 없네. 미안...

연호: 엄마, 나는 엄마가 어렸을 때의 세계로 돌아가보면 좋겠어.

엄마: 왜?

연호: 그럼 엄마도 다시 아이가 되어서 같이 놀 수 있잖아~

엄마: 아... 정말 그렇겠네.. 그럼 참 좋겠다. 어렸을때 엄마는 하루종일 계속 계속 재밌게 놀기만 했거든..^^ 엄마랑 같이 놀면 너희도 참 좋을거야..


정말 할 수 만 있다면 내 고향집 그 흙마당으로, 나무도 많고 꽃도 많고 다정한 어른들과 햇살과 숨을 곳, 놀 거리가 무궁무진하게 많았던 그 집, 그리고 종일 같이 놀 수 있던 어린 '욱'이 있는 곳으로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싶었다. 


그때만큼 아름다운 공간은 아니지만 지금도 그렇게 같이 놀면 되는데..ㅎㅎ 

엄마가 집안일을 조금 미루고..ㅠㅠ



2. 엄마는 왜


목욕하고 나온 연호의 머리를 드라이로 말려주고 보송한 새옷을 입히는데 연호가 물었다. 


연호: 엄마, 엄마는 왜 한번도 울지를 않아?

엄마: 응? 뭐라고?

연호: 왜 울지를 않냐고.. 우리는 많이 우는데.


어떻게 이런 질문을 할까.. 놀랐다. 


엄마: 응.. 엄마도 울 때도 있어. 

연호: 언제?

엄마: 책을 읽다가 아주 슬픈 내용이 나왔다던지 할때...^^


머리를 감는게 싫어서 울 때도 있고, 넘어진게 아파서 울 떄도 있고, 형이나 동생이 때린게 속상해서 울 때도 있는데

저희들은 그렇게 많이 우는데 엄마는 생각해보니 우는걸 한번도 본 적이 없어서 

연호 마음에는 그게 궁금하고 걱정스러웠나보다. 


엄마도 운단다, 연호야.. 많이 울어. 엄마가 속상해서 너희들한테 막 화낼 때 속으로는 막 우는 것 같은 기분이야.. 이 말을 하진 않았는데 

만약에 했다면 연호는 아마 다음에 내가 화를 내면 '엄마, 마음 속으로 울었어?' 하고 물어볼 녀석이다.

 






다섯살 연호.


때로는 세살 동생 연제처럼 엄마 품에 안겨있고 싶어하고 

때로는 여덟살 형아 연수처럼 의젓하고 다 큰 것처럼 굴지만 


우리집 어느 누구보다 속 깊고 다정한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엄마를 깜짝 놀라게하고, 감동받게 하고, 걱정하게 한다.


연호야, 건강하게 잘 자라렴.

고맙고, 사랑한다..



(연호가 엄마 얘기 했던 것들을 모아본 이 글 제목을 '연호에게 엄마는'이라고 할까 하다가 

암만 생각해도 '엄마에게 연호가' 너무 고마운 아이여서 '엄마에게 연호는'이라고 붙였다.

엄마에게 연호는... :)

Posted by 연신내새댁
하루2015. 9. 6. 22:11

낮은 산, 키 큰 소나무, 산 위쪽 사슴들이 살던 우리, 눈오던 설날 아침 사랑방 바깥 마루에서 올려다본 하늘, 뒤산의 키큰 소나무 위로 떨어내져리던 하얀 눈송이, 

대나무숲 

유아원으로 잠시 쓰였던 마을회관이 있던 뒷마을로 넘어가는 고개길, 각시풀을 땋아 무수히 만들어놓았던 머리채,

 

꿀벌통이 놓여있던 밭 가, 오빠가 귀지를 파준다는 엄마를 피해 뛰어 도망가던 앞 밭 


언니가 머리에 대야를 쓰고 밤송이를 줍던 뒷마당 수도가, 때로 고기를 삶는 김이 펄펄 피어오르던 뒷마당 가마솥,

기도날 밤 팥시루떡을 먹고싶어 졸린 눈을 비비며 잠을 참던 부엌, 두부를 만들기위해 할머니와 엄마가 큰 베보자기의 양끝을 꼭 잡고 쥐어짜시던 모습, 겨울밤에 먹던 고추가루를 띄운 시원한 동태무국, 얼음이 사르르 떠있는 식혜, 할머니가 직접 반죽하고 꾸덕하게 말렸다가 기름에 튀기고 조청을 바르고 쌀튀밥을 붙여 만드시던 과즐(한과), 흙바닥이었다가 시멘트바닥으로 바뀌었던 기와집 부엌, 그 부엌에서 엄마가 해주셨던 계란후라이를 삼남매가 나눠먹을 때의 맛있는 기억. 


앵두나무가 있던 뒤뜰, 장독대, 부엌 문 밖 땅속에 묻어두던 알밤, 


대학생이던 작은고모와 큰 언니가 함께 써서 고운 로션냄새와 예쁜 이불, 인형들이 있었던 건넌방, 

할머니의 옛날 얘기를 재미나게 들으며 잠을 청했던 사랑방, 

아빠와 엄마와 계시던 작은 안방, 하얀 머리에 항상 곱게 비녀를 지르고 한복을 입고 지내셨던 증조할머니와 내가 함께 썼던 제일 큰 방, 부엌과 통하는 작은 문이 있던 큰 방의 이불 장롱 위에서 혼자 누워 삐져있었던 저녁, 

어느 밝은 오후 낮잠에서 깬 내가 큰방 문을 열어보니 마루에서 누군가와 전화를 하며 울고있던 젊은 엄마.



큰 마당 가득 멍석을 깔아놓고 감 껍질깍는 기계를 가져다놓고 동그랗게 감을 깍아 끝을 뾰족하게 다듬은 싸리나무 가지에 꽂아 곶감을 만들던 날,     


매실주를 담근 큰 항아리가 있던 광, 매실주 항아리속에 손을 넣어 시큼한 매실을 꺼내먹는게 좋아서 자꾸만 살짝 광에 갔던 일. 


아빠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다 넘어져 다리를 다쳤던 기억. 집으로 올라오는 길. 지단이꽃(황매화)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길. 


나의 첫번째 집, 큰 집, 전쟁 때는 인민군도 지휘본부로 쓰고, 국군도 지휘본부로 썼다는, 마을에서 잘 보이는 작은 언덕위의 아름다운 기와집. 

지금은 고속도로에 묻혀버린, 사라진 나의 첫번째 집. 

그 집 안방에서, 초겨울 아침 동이 막 틀무렵에 태어났던 작은 여자아기. 그 집의 마지막 아기였던 내가 걸음마를 걷고, 뛰고, 놀고, 그 품에서 잠들며 자라다가 9살이 되었을 때 헐려진 집. 

아름다운 그 집. 



젊은 아버지가 오토바이를 타고, 황소를 먹이고, 사슴을 키우셨던 집. 

우리 가족의 첫번째 자동차였던 갈색 트럭이 처음으로 들어왔던 집. 펌프가 있던 수도가 위쪽으로 처음으로 차고가 지어졌던 집. 


벌통에서 꿀을 따는 날이면 놀러왔던 친구들이 벌에 쏘여 울다가도 달콤한 꿀집을 입에 받아넣고 오물오물 먹으며 눈물을 훔쳤던 집. 

물에 빠진 꿀벌을 구해주려고 꽃잎에 태우려다 벌에 쏘였던 기억,


건너방에서 방학숙제를 끝내지 못해 낑낑대다가 마루에 아빠와 앉아 '방학숙제는 다 했니?'하는 아빠의 물음에 '네'하고 대답하는 언니와 오빠 목소리를 들으며 부러워하던 기억. 


겨울날 부엌에서 데운 물로 햇빛 따뜻한 뜨락에 대야를 놓고 김이 오르는 물을 부어 머리를 감던 기억. 


신식 화장실 높은 옥상에서 뛰는걸 좋아했던 나. 다칠까 걱정되셔서 하지마라 야단치시던 엄마, 그래도 또 뛰던 기억..


내 눈에는 지금도 다 선한데, 그 풍경, 그 집, 벽에 걸린 멍석들, 앞밭, 뜨락,   

돌아갈 수도, 다시 볼 수도 없네..


  

Posted by 연신내새댁
이웃.동네.세상2015. 9. 1. 00:40

 

^^

지난 5월에 '학교도서관네트워크'라는 단체가 주관한 <도서관 이용경험 공모전> 이 있었어요.

관장님이 까페 자유게시판을 통해 알려주시고, '좀 써봐요~~'하고 옆구리 쿡쿡 찌르셔서 제가 우리 작은도서관 '상상마루' 이야기를 담아 보냈답니다.

입상하면 선물로 책을 주는 공모였거든요. ㅎㅎ

작은도서관에 책 좀 늘려보자~~는 취지로, 마감 마지막날, 마감시간 임박해서야 부랴부랴 써서 냈는데... 다행히 입상을 했어요. 휴우~~^^;;; (나눔상, 10권~! 더 많은 책을 받고싶었지만 제 실력은 여기까지..ㅠㅠ) 


작지만 따뜻했던 시상식&도서관 이야기마당이 7월에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있어서 잠시 다녀왔었고요,

따끈따끈한 책 10권이 8월에 제게 와서 이제 작은도서관에 기증해요.  

작은도서관 덕분에 제가 참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데, 이번 일도 무척 고맙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작은도서관을 사랑하고 아끼시는 여러분들께서 함께 애써주신 날들의 기록도 담겨있기에

부끄럽지만 도서관 까페에 공유해요.

처음 원고낼 때는 사진없이 줄글로만 냈는데요, 까페글에는 그때그때 제가 찍어두었던 사진도 같이 올려봅니다.

작은도서관 개관1년 기념 사진나무 꾸밀때 뽑아붙였던 사진들이기도해요.

다시 보니 또 웃음나네요.

앞으로는 또 어떤 고운 추억들이, 아이들과 형아누나, 엄마아빠,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하는 행복한 시간이

작은도서관에서 펼쳐질까요.. 기대하게 됩니다. ^^ 


상상마루 작은도서관을 사랑하고, 함께 가꿔주시는 모든 분들, 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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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는 도서관 _ 마을 아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작은도서관 





 

 

저희 집 앞마당에 도서관이 있습니다. 

4층인 저희집에서 내려다보면 제가 좋아하는 이웃 아기엄마가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가는게 보여요. 

오늘은 그 엄마가 도서관의 문을 여는 자원봉사 선생님이예요. 

조금 있다 다시 내다보면 자전거 몇대와 유모차들이 도서관 문앞에 옹기종기 서있는게 보이지요. 

바람이 많이 불거나 추운 날은 도서관 자원봉사하러 나올 다른 엄마들 걱정이 됩니다. 엄마따라 도서관에 와있을 그 댁 아이들도요.


아파트 안에 '문고'로 자리만 잡혀있던 빈공간이 새롭게 단장을 하고 '작은도서관'으로 문을 연지 어느새 1년 남짓 되었습니다.

처음 아파트에 입주할 때부터 우리 동 바로 앞마당에 '문고' 자리가 있어서 참 좋았어요. 

어린 아기들을 키우고 있으면 먼 거리의 도서관에 가기가 쉽지 않은데, 작지만 '문고'가 있으면 아이들과 답답할 때 나들이삼아 마당에 나가 그림책 함께 읽다올 수 있겠구나.. 기대했지요. 

그런데 입주한지 3년이 되도록 '문고'는 열리지 않고 감감무소식이었어요. 

오며 가며 '왜 안 열까..'아쉬워만 했는데.. 드디어 만3년이 되던 봄! 문고가 'SH 작은도서관'으로 문을 열거라는 공고를 보고 얼마나 기뻤던지요. '희망도서신청'을 받으니 작성해서 관리사무소에 제출해달라는 공지를 보고 얼른 두 장을 뽑아와 집에와서 신나게 적었습니다. 

마을 도서관에 꼭 있었으면 하는 책, 아이들과 함께 보고 싶은 책.. 어린 아기 키우는 엄마들이 다 그렇듯이 아이들 재워놓고 졸린 밤에 눈을 비비며, 마감 날짜 임박해서야(오늘 이 글도 그렇습니다ㅠㅠ) 겨우 써내면서도 입가에 웃음이 났어요. 가슴이 뛰었고요. 

 

 









아직은 쌀쌀하던 3월에 드디어 공사를 끝내고 작은도서관이 문을 열었어요. 

공사할 때도 신기해하며 아이들과 기웃거렸는데, 말끔히 다 정돈된 작은도서관에 들어가니 왜그리 좋던지요. 

6개월동안 위탁운영을 맡고계시다는 친절한 관장님도 뵙고, 새로 도착한 책꾸러미들이 높다랗게 쌓여있는 것을 보니 배가 부른 기분이었습니다. 

도서관이 신발을 벗고 들어와 바닥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있는게 참 좋았습니다. 막 첫돌이 된 막내가 마음껏 기어다닐 수 있었으니까요. ^^

제가 큰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동안 막내는 넓은 작은도서관 안을 요리조리 신나게 기어다녔습니다. 





  




 



그렇게 처음 인사한 작은도서관이 1년을 맞는 동안 저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작은도서관'은 우리 가족, 마을 친구들의 소중한 일부로 자리잡았습니다. 

저는 도서관 자원봉사를 시작했고, 위탁운영이 끝난후 주민자치로 도서관을 꾸려가기로 하면서 만들어진 '도서관 운영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작은도서관에서 '엄마를 위한 그림책 모임'이라는 엄마들의 소모임도 재미있게 하고 있고요. ^^

아이들은 '동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자연놀이'라는 소모임을 하고 있었는데 날이 추운 겨울 동안에는 이 모임도 작은도서관에 따뜻한 둥지를 틀고 지냈습니다. 


지금 저희 작은도서관은 마을 엄마아빠 15분과 청소년 자원봉사자 언니오빠들의 참여로 월-토, 3시간씩 문을 열고 있어요. 

우클렐레, 보드게임 등의 소모임과 '책과 함께하는 유아미술', '초등 주산암산', '종이접기' 등의 강좌도 열리고요. 

소모임과 강좌의 선생님들도 대부분 같은 아파트에 살고있는 이웃들이고, 수업듣는 아이들도 우리 마을 아이들이라 

작은도서관은 마을 어른 여럿이 마을 아이들 여럿을 서로서로 함께 돌보는 소중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책읽기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 처음 만났던 초등학교 도서관은 제게 참 멋진 곳이었습니다. 

시골의 작은 초등학교였지만 도서관이 있었고, 햇살이 밝게 비치던 도서관 넓은 책상과 집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두꺼운 표지의 재미있는 책들을 넘기다보면 가슴이 뛰곤 했어요. 

6학년즈음에 도서부 활동을 하면서 제 인생에서 도서 대출/반납 업무가 시작되었습니다. ^^ 책 뒤표지 안쪽에 붙어있던 대출카드를 꺼내 손으로 이름을 적고, ㄱㄴㄷ 순으로 정리해두는 일을 하며 도서관을 지키던 때가 지금도 기억납니다. 

대학을 다닐때도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요. 서가를 돌며 반납된 책들을 꽂고, 야간에는 사서 선생님 대신 대출반납데스크에서 일했어요. 

그리고 지금도 일주일에 두어시간은 작은도서관 사무실 책상에 앉아있습니다. 아마 할머니가 되어도 어느 날에는 도서관 데스크에 앉아있지 않을까.. 싶어요. ^^

 

대학을 다닐때 저는 도서관이 대학 가까이 살고있는 마을 주민들에게 열린 공간이 되었으면.. 하고 바랬습니다. 

참 많은 책들이 있으니까요. 저녁에도 문을 열고요. 퇴근후에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대학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고 대출해 갈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대학이 보유하고 누리고 있는 좋은 것들을 지역과, 시민들과 나눌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주말에 대학의 큰 강당들에서 좋은 시민강좌들이 열리는 상상도 했었습니다. 

정치, 역사, 경제, 노동.. 

평소 일하느라 바빠 공부할 시간이 없었던 엄마아빠들이 일요일에 모여 이런 강의를 듣는 동안 

아이들을 위해 따로 큰 강당에서 재미있는 만화영화를 보여준다거나, 운동장에서 놀이프로그램을 해도 좋을텐데.. 그런 꿈을 꿨습니다.
시민에게 열린,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대학 캠퍼스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요.    

 

지금 저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평범한 전업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어린 아기들을 키우면서 제가 보고싶은 책들은 끝까지 읽지도 못하고 쌓아두기 일쑤고 

아이들 그림책만 몇십번씩 재미있게 읽고 또 읽으며 지내는 나날이지만 

20대에 꾸었던 그 꿈이 요즘은 자주 다시 생각납니다. 

 

우리 마을에 열린, 손바닥만한, 그렇지만 정말 많은 이웃 아이들과 엄마들의 웃음, 꿈, 눈물, 행복을 품을 수 있는 

작은도서관 덕분입니다. 

마을의 작은도서관은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신발벗고 들어와 책도 읽고, 물도 마시고, 친구들도 만나는 곳입니다.

엄마들은 자원봉사를 하며 이웃을 위해 내 시간을 기꺼이 내주는 수고로운 행복을 일구고, 

소모임을 하면서 서로 마음열고 친구가 되기도해요. 

엄마들의 그림책소모임이 서울시 부모커뮤니티사업에 선정되어 좋은 부모교육강좌들이나 그림책 강좌도 열고 있습니다.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도 하고, 마을밥상을 열어 이웃들이 둘러앉아 왁자하게 이야기꽃피우는 마을공간 역할도 하고 있고요.




 

 



 

 



더 많은 이웃들이, 책 한권 마음 편히 읽고, 천천히 생각할 삶의 여유가 거의 없는 팍팍한 우리들의 이웃들이

그래도 슬리퍼 신고 편하게 문열고 들어와 커피도 한잔 나누고, 이야기도 나누고, 좋은 책 한권 가슴에 안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그런 작은도서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하고 고마운 이웃들 덕분에 마을 안에서, 작은도서관을 오가며 이렇게 기분좋은 꿈을 꾸고 있습니다. 

 








-끝-

Posted by 연신내새댁




지금은 늦은 장마와 태풍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지만 그전까지 한동안 정말 불볕더위가 이어졌었지요.

텃밭에 나가 잠시 물을 주는 것만으로도 '타죽을뻔'했던 날들 말입니다.  

이 후기는 그런 7월 중순까지의 '땅아! 고마워~ 자연놀이 텃밭'농사 이야기입니다.

저는 자연놀이 땜빵후기 담당 수호제맘예요~~^.^




뜨거운 여름볕과 오래된 가뭄 속에서도 텃밭의 고마운 작물들은 무럭무럭 자라주었습니다.

무성한 넝쿨 사이사이 노란 호박꽃을 보며 기대에 부풀게 했던 준혁이네 단호박이 드디어 탐스럽게 열매를 맺었고요,

저것이 과연 잘 될까..?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던 시우진네 메론도 여봐란듯이 꽃을 피우더니 동그란 메론 열매가 짠! 나타났습니다.


제일로 마르고 거친 땅에서(ㅠㅠ) 언제 봐도 마른 몸으로 헥헥 거리며 고생하던(아.. 갑자기 그밭 주인이 생각나 감정이입될라구하네.. 웰케 슬퍼ㅜㅜ) 소원이네 토마토도 긴 고생끝에 주렁주렁 굵은 열매를 맺어주었고요. ^^;; 










계절이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는 동안 자연놀이 아이들도 쑥 자랐습니다.

처음 초등학생이 되어 긴장되어있던 여덟살들은 어느새 능글능글 학생티가 조금은 나는채로 여름방학을 맞았습니다.

늘 엄마에게 업혀있던 한돌 막내 범준이는 아장아장 걸음마로 이제 혼자 작은도서관 문턱을 넘어 걸어들어오고요.


아이들도 열매들처럼 느린듯하다가도 어느날보면 쑥~~ 자라있어요.  

하루하루 빛나는 성장의 날들입니다.











그럼 우리 엄마들은...? ^^


엄마들은 그 날이 그 날인 것도 같고, 되려 애들 키우며 살림하느라 하루하루 늙어가는 것 같지만..ㅠㅠㅠㅠ

제가 보기엔 우리 엄마들이야말로 가장 빛나는 성장을 하고있는 것 같아요.

하루하루.. 초보농부에서 베테랑농부로~~!!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빈 밭을 쳐다보며 '저기다 뭘 심어야하나' 막막해하던 봄과는 달리

'이걸 심을까? 저걸 심을까?, 어떤건 언제 심어 어떻게 키워야한다더라~~'며 기대하는 눈빛으로 밭을 째려보는 것이

와~~~~! 멋있는 농부들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0^








무더운 여름, 아이들과 씨름하며 엄마들이 참 고단합니다.

펄펄한 꼬마녀석들은 끝도없이 집을 어지르고, 싸우고, 울고, '엄마, 놀아줘~~' 조르며 매달리고,

하루 삼시세끼 어김없이 돌아오는 밥때에 뜨거운 불 앞에서 밥짓고 차려서 먹이고 치우고... 하다보면

땀은 잔뜩 나고, 마음은 헝클어지고.. 머리가 띵~ 어지러워기 일쑤지요.ㅠㅠ


휴우~~~~~



하루아침에, 단박에 좋아지진 않을꺼예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어느날 '어 날이 좀 선선해졌네' 하고 느낄 때 가을이 조금 가까이 와있듯이

힘에 부치고 어려운 날들이 오래오래 계속되던 어느날

'어 좀 나아졌네' 생각이 드는 그런 날이 오겠지요.


그렇게 기대하며ㅠㅠ

이 뜨거운 날을 그래도 건강 잃지 않고, 지지고볶고 싸우더라도, 아픈 녀석없이 나도 크게 아픈데없이

그래도 잘 견뎌내고 있는 것이 고맙다... 생각하며 우리 잘 지내자요.

함께 텃밭 얘기 두런두런 나누고, 뜨거운 볕속에 잠깐씩 밭에 다녀오고, 같이 커피도 마시고 아이들 어울려 노는 것도 지켜보면서.



멀리서 손흗들며 걸어오는 친구만 봐도 웃음이 나고 갑자기 마음이 신이 나요.

어른인 우리도 그러니 아이들이 친구 좋아하는 마음이 이해가 되요.

오늘 하루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이들땜에 열받았던 일, 폭탄맞은 방구석, 허술한 끼니 고백.. 웃고 수다떨고 시원한 물 한모금 나눠먹고나면 

왠지 기운나요.


이웃이 있으니까 여름도 훠~~~얼씬 살 만해요~~~^^








십시일반 힘모아 이루어낸 눈물의 10도~~~!!! 크허허~~~ㅜ.ㅜ


척 보니 우리는... 중하위권..-.-;;

ㅎㅎㅎ '하위권의 고수'란 청소년소설이 있던데.. 우리도 하위권에선 나름 고수라 주장해봅니다. 끙~~--+

땅아! 고마워~ 자연놀이 텃밭, 화이팅~!! ^^





Posted by 연신내새댁



7월 9일, 아침 하늘이 참 멋있는 날이었습니다. 


'엄마를 위한 그림책 모임'에서 진행하는 2015 서울시 부모커뮤니티사업 <그림책으로 철학하기> 4강에 함께 하기 위해

'아름다운' 엄마들이 속속 작은도서관으로 모여들었습니다. 


ㅎㅎ 이 날의 주제는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기'였거든요~. 


'그림책으로 철학하기'가 횟수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강좌 시간을 기다리는 마음이 설렙니다.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게 될까..?' 기대하면서 도서관을 들어서는 엄마들의 얼굴이 참 예쁘다고 저는 생각했어요. 





미스 럼피우스 - 10점
바버러 쿠니 글, 그림 | 우미경 옮김/시공주니어



.... 할아버지 이야기가 끝나면 앨리스는 "나도 어른이 되면 아주 먼 곳에 가 볼 거예요. 할머니가 되면 바닷가에 와서 살 거고요." 했대요.

할아버지는 "그래, 아주 좋은 생각이다, 얘야. 그런데 네가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있구나" 했어요. 

앨리스는 "그게 뭔데요?" 하고 물었지요. 

할아버지는 "세상을 좀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지" 했어요. (책 9쪽 중에서)



이 날 김주희 쌤께서 읽어주신 책은 <미스 럼피우스> 예요.

그림책도 너무 맛깔나게 잘 읽어주시고, 우리들의 토론도 진지하게, 때론 유쾌하게 잘 이끌어주시는 김주희 쌤의 은근하고 깊은 매력에

저만 자꾸 끌리고 있는건 아니죠~? ㅎㅎㅎ (벌써 마지막 시간만 남겨두고 있다니 너무 아쉬워요ㅠㅠㅠ)






참가자들은 모두 여느 때처럼 자기 안에서 질문을 한가지씩 퍼올렸습니다. 

'그림책으로 철학하기'에서 제일 어렵지만 제일 재밌는 순간이기도 하지요. 

다양한 질문들이 한사람 한사람에게서 모아져 나오는 동안 우리는 우리가 지나쳐온 그림책속으로 다시 되돌아가게 되고,

그림책에 반응하는 우리들의 마음 속으로도 들어가 그중 제일 먼저 찾은 한가지 실마리를 붙잡으며 함께 이야기나눌 준비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들이 내놓은 여러 질문들을 모아서 '아름답게 만드는 일'의 의미가 무엇일까?를 같이 생각해보기로 하고 

'아름다움'이란 말에 대해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어떤 것을 보면 '아름답다'고 느낄까요? 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아름다운 하늘, 풍경과 같은 빛, 모양, 웃는 얼굴, 좋은 감정이 들게 하는 어떤 것들.. 

부당한 것에 맞설 수 있는 소신, 저항, 희생, 양심, 인간의 존엄함을 보여주는 어떤 것, 인간적이라고 느껴지는 장면들...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졌어요.


인간 모두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 감동을 주는 행동, 선행.. 등의 이야기를 통해 

아름다움은 '자신만이 아닌 타인을 생각하는 것'이란 정의에 생각이 모아졌지요.


또, 아름다움이란 어떤 것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대상이 나에게 주는 메세지를 듣고 읽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것, 

대상을 향해 열려있지 않으면 그 존재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다는 이야기도 함께 나누었어요.     


어떻게 하면 열려있을 수 있을까?

세상을 향해, 우리 주위의 소중한 것들을 향해, 어떻게 하면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고 

아름다움을 찾고, 느끼고, 우리 자신도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요?


왜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 필요했을까요? 

앨리스에게, 할아버지에게 그리고 우리들에게도요. 

그리고 그 일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나누며 답을 찾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멋지고 감동적인 과정인지

매번 '그림책으로 철학하기'를 할 때마다 느낍니다. 

내 생각이 막힐 때, 다른 분의 이야기로 머리속이 환해지기도 하고

함께 고개 끄덕이고, 자기 이야기를 하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질 때 

곁에서 함께 마음 먹먹해지기도 하면서 말이예요. 



'아름답고 싶어하는 것', '의미있게 살고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며 

'인간에게는 자신을 실현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인본주의심리학 이야기도 선생님께서 잠깐 해주셨지요.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무엇보다 그 경험에 대해 '생각'하는 것, 성찰하고 의미를 찾는 속에서만 

우리는 아름다움을 찾고 실현하며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그림책으로 철학하기'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모두 후기에 옮기지 못해 아쉽고 죄송해요. 

기록에 한계가 있기도 하지만 그 순간 우리가 느꼈던 소중한 감정들을 이렇게 글속에 온전히,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어찌보면 보이지않는 우리들의 마음이 한뼘 더 자라는 것일 수도 있고, 

그 한뼘만큼 우리가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오늘 하루가, 

마을에서 이웃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생활이, 

우리 자신의 삶이 

조금 더 아름답고, 행복한 것으로 변화해가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강이 끝난 후에는 그림책엄마님들이 정성껏 준비해주신 연잎밥과 샌드위치를 맛있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크고 넓은 연잎위에 놓인 약밥을 보니 왠지 귀한 대접을 받는 것처럼 마음이 행복해졌습니다.   



이 좋은 시간을 더 많은 이웃 엄마님들과 함께 나누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도 해요. 

7월 23일(목) 오전 10시 30분에 있는 마지막 5강에서는 좀더 많은 분들과 재밌게 이야기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상상마루 엄마님들~ 김주희 쌤의 '그림책으로 철학하기'의 매력에 풍덩~~! 빠져보세요~~~ 

올여름을 시원~~~하게 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얻으실 거예요~~! ^^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