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마가 어렸을 때의 세계
엄마가 한참 아침 집안일들을 끝내고나서 그동안 만화보며 뒹굴거리던 연호연제를 불러 간식을 챙겨 주었다.
엄마: 에고.. 엄마가 일이 너무 많아서 놀아줄 수가 없네. 미안...
연호: 엄마, 나는 엄마가 어렸을 때의 세계로 돌아가보면 좋겠어.
엄마: 왜?
연호: 그럼 엄마도 다시 아이가 되어서 같이 놀 수 있잖아~
엄마: 아... 정말 그렇겠네.. 그럼 참 좋겠다. 어렸을때 엄마는 하루종일 계속 계속 재밌게 놀기만 했거든..^^ 엄마랑 같이 놀면 너희도 참 좋을거야..
정말 할 수 만 있다면 내 고향집 그 흙마당으로, 나무도 많고 꽃도 많고 다정한 어른들과 햇살과 숨을 곳, 놀 거리가 무궁무진하게 많았던 그 집, 그리고 종일 같이 놀 수 있던 어린 '욱'이 있는 곳으로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싶었다.
그때만큼 아름다운 공간은 아니지만 지금도 그렇게 같이 놀면 되는데..ㅎㅎ
엄마가 집안일을 조금 미루고..ㅠㅠ
2. 엄마는 왜
목욕하고 나온 연호의 머리를 드라이로 말려주고 보송한 새옷을 입히는데 연호가 물었다.
연호: 엄마, 엄마는 왜 한번도 울지를 않아?
엄마: 응? 뭐라고?
연호: 왜 울지를 않냐고.. 우리는 많이 우는데.
어떻게 이런 질문을 할까.. 놀랐다.
엄마: 응.. 엄마도 울 때도 있어.
연호: 언제?
엄마: 책을 읽다가 아주 슬픈 내용이 나왔다던지 할때...^^
머리를 감는게 싫어서 울 때도 있고, 넘어진게 아파서 울 떄도 있고, 형이나 동생이 때린게 속상해서 울 때도 있는데
저희들은 그렇게 많이 우는데 엄마는 생각해보니 우는걸 한번도 본 적이 없어서
연호 마음에는 그게 궁금하고 걱정스러웠나보다.
엄마도 운단다, 연호야.. 많이 울어. 엄마가 속상해서 너희들한테 막 화낼 때 속으로는 막 우는 것 같은 기분이야.. 이 말을 하진 않았는데
만약에 했다면 연호는 아마 다음에 내가 화를 내면 '엄마, 마음 속으로 울었어?' 하고 물어볼 녀석이다.
다섯살 연호.
때로는 세살 동생 연제처럼 엄마 품에 안겨있고 싶어하고
때로는 여덟살 형아 연수처럼 의젓하고 다 큰 것처럼 굴지만
우리집 어느 누구보다 속 깊고 다정한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엄마를 깜짝 놀라게하고, 감동받게 하고, 걱정하게 한다.
연호야, 건강하게 잘 자라렴.
고맙고, 사랑한다..
(연호가 엄마 얘기 했던 것들을 모아본 이 글 제목을 '연호에게 엄마는'이라고 할까 하다가
암만 생각해도 '엄마에게 연호가' 너무 고마운 아이여서 '엄마에게 연호는'이라고 붙였다.
엄마에게 연호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