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꼬박꼬박 책 잘 읽지요~~ㅎㅎㅎ

그래도 자꾸 '일거리' 만들어내는 누구누구땜에 또 한번 공연 준비하느라 바빠지셨지만.. (죄송합니다ㅠ)

1월에 함께 읽은 책들 올려봅니다~. 

 

 

엄마 반 나도 반 추석 반보기 - 10점
임정자 글, 홍선주 그림/웅진주니어

 

새해 첫 모임부터 눈물을, 눈물을 쏟게한 문제의 그 책~~!

보드게임때문에 도서관 들렀다가 저희 모임에 처음 끼어앉으셨던 민찬맘이 깜짝 놀라셨을 것 같아요... 아니, 이 사람들 왜 이렇게 울어? 하고요~~ㅎㅎㅎ

저희 원래 그런 분위기 아니고요... 앞서 후기들이나 책들 보시면 아실 수 있는데.. 저희 정말 안 그러는데...ㅠㅠ

다들 우느라 말을 이을 수가 없었던 책.

예쁘고 귀여운 그림에, 글도 어린아이 시선에서 곱게 씌어있는데 아구... 어찌나 다들 눈물이 흐르던지..

 

 

 

아들과 함께 걷는 길 - 10점
이순원 지음, 한수임 그림/실천문학사

 

 

 

'반보기' 눈물의 여파 때문에

읽는 분도 울먹, 듣는 분들도 훌쩍, 모두 호흡 조절이 쉽지 않았던 책~~ (미안해요, '아들과 함께 걷는 길'ㅜㅜ)

 

어린 아들에게 들려주는 아빠의 삶에 대한 이야기.. 저도 같이 들어보고 싶어요.

윤정님은 특별히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을 뽑아 읽어주셨지요.

그림책모임을 통해 우리도 참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사귀고 있지요.

친구란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우리 어린 아이들도 소중한 친구들을 사귀어가는 요즘

깊이 음미해봐야할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정신없이 그냥 지나갔는데.. 윤정님, 저 책 좀 빌려주세요~~~!ㅜㅜ)

 

 

 

그림으로 만나는 우리 동시 - 10점
김상욱 엮음, 이승미 기획/길벗어린이

 

 

 

우리 동시가 태어난지 100년이 되던 해에, 그 시간 속에서 길어낸 고운 동시들과

시마다 어울리는 아름다운 그림을 함께 담아 들려주는 책.  

'기다려지는 봄'과 '울 엄마' 두 편을 함께 읽었는데요, 다른 시들도 조용한 밤에, 혹은 아이들 시끌벅적한 한낮에 잠시 짬이 생기면

펼쳐서 읽어보시면 참 좋을 것 같은 책이예요. 따뜻하고 담백한 감동 속으로 잠시 조용히 빠져드실 수 있을 거예요.

 

 

+

 

겨울동안 우리 상상마루 작은도서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살림 육아사랑방> 중 한 강좌를 우리 그림책모임에서 맡게 되면서

1월의 두번째 모임은 강좌 내용을 의논하느라 바빴지요..

실은 우리들의 근황과 또 아주 예전의 이야기들을 나누느라라 시간가는줄 몰랐지요.

웃고, 그랬구나.. 알아가고, 함께 아쉬워하고, 잘 될꺼라 응원해주면서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미언니가 요즘 알게된 좋은 새책들을 읽어주셨어요.

 

 

커다란 구름이 - 10점
이해진 글.그림/반달

 

도시 옥상에서 하늘과 구름과 햇살과 비를 만나는 꼬마 아이의 풍경이 꼭 우리 동네같던 그림책. 길~~~쭉한 구름만큼 긴~~~ 책. 나도 그릴 수 있겠다 싶지만 아무나 그릴 수는 없는 이야기. ^^ 

 

 

까불지 마! - 10점
강무홍 글, 조원희 그림/논장

 

 

ㅎㅎㅎ  귀여워라~~~

잘 움츠러드는 아이 옆에는 잘 윽박지르는 고릴라 엄마가 있다는 무시무시한... 현실?!!! ㅠㅠㅠㅠ

 

 

대추 한 알 - 10점
장석주 글, 유리 그림/이야기꽃

 

 

저 대추 한알이 저절로 붉어질리는 없다

여덟줄의 동시와 한 권의 그림책.

벼농사 짓는 들판을 지나가는 사계절.

 

 

우리, 2월 다정히 잘 보내고.. 따뜻한 새 봄에 병아리들처럼 노랗게 삐약삐약 또 함께 걸어요.

^^

 

 

 

 

 

 

 

Posted by 연신내새댁

가을 내내 바빴던 엄마 그림책 모임이 겨울을 맞으면서 한숨 돌리고 다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ㅎㅎㅎ

우린 '그림책 모임'인데...

 

가을에는 그림책을 만들었지요. '나의 그림책'도 만들고, 마을 아이들과 마을 그림도 그리고..

그림책 <떼루떼루>를 대본으로 종이인형극 '떼루떼루' 공연도 작은도서관에서 하고요~

우린, '멋진' 그림책 모임 엄마들이니까요. ^^

 

그렇게 조금은 바쁘고, 많이 뭉클했던 엄마를 위한 그림책모임의 2015년 '서울시 부모커뮤니티사업'은

낙엽날리는 가을, 상상마루 작은도서관과 서울시청별관(부모커뮤니티사업 발표회)에서 '나의 그림책' 전시를 끝으로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아, 부커 쫑파티로 첫눈오는 날 '강마을 다람쥐'로 설레는 나들이도 다녀왔었지요~~^^

엄마그림책 모임이 있어 참 고맙고 즐거운 한해였습니다.  

 

+

 

12월에는 두번의 그림책 모임이 있었어요.

늦었지만 우리가 함께 본 그림책과 이야기들을 모아놓고 싶어서 이렇게 후기를 남겨봅니다.

 

에밀리 - 10점
마이클 베다드 글, 바바라 쿠니 그림, 김명수 옮김/비룡소

 

2015년이 한결맘께는 '바바라 쿠니'라는 인생의 작가를 만난 해가 되지 않을까요~ (무럭무럭 예쁜 새싹이와 함께요~~~! ^0^)

더불어 그림책모임의 우리들에게도 한결맘이 소개해주는 '바바라 쿠니'의 여러 그림책들을 만날 수 있어 참 고마운 한 해였습니다.

역사적인 인물을, 성장의 과정이나 인생의 중요한 한 대목 같은 것을 참 서정적이면서도 인상적으로 잘 그려내는 바바라 쿠니.

이 그림책 <에밀리>의 에밀리는 누구일까요~?

저는 맨 마지막에 시를 읽고서야 '아..!' 했답니다.

그리고 너무 감사했어요. 그녀를 그림책으로도 만날 수 있게 된 행운에 대해서요.

 

 

지상에서 천국을 찾지 못한 사람은

하늘에서도 천국을 찾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어디로 이사 가든

천사들이 우리 옆집을 빌릴 테니까.

                               - 에밀리 디킨슨

 

 

 

엄마 말 안 들으면 흰긴수염고래 데려온다! - 10점
맥 바네트 글, 애덤 렉스 그림, 장미란 옮김/다산기획

 

 

집 밖에 '고래'가 와있다는 상상, 그 고래를 데리고 학교에 다녀오고,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고, 밥도 챙겨주고, 입속 청소도 해주는 상상.

그 상상의 거대함 만큼이나.. 철부지 소년을 키우는 엄마의 부글거리고 쓰린 마음의 절박함(고래를 데려오고야마는!!!)이 느껴지는 책. ㅎㅎ

우리도 모두 저 고래 입속에 방을 차리고 싶을 만큼 괴로운 성장의 한 복판을 함께 지나가고 있는 엄마들, 아들들...

모두 모두 힘내자고요~~~^^  (아님, 우리도 단체로 고래를 주문하든가!)  

 

 

 

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 - 10점
아드리앵 파를랑주 글.그림, 박선주 옮김/정글짐북스

 

 

 

단순한 그림, 겁많은 사자, 모두 같이 두근두근 마음 졸이며 숨어있는 와중에도 재미있는 작은 일들이 꼬물꼬물 벌어지는 작은 방.

숨은 그림 찾듯 아이들이 재미있게 좋아하며 볼 것 같은 그림책이었어요. (그래도 저는 이 책이 왜 '큰 상' 받은 건지 사실 잘 모르겠더라는~~ㅠㅠ)  

엄마그림책모임에 새롭고, 좋은 그림책들을 늘 꾸준히 소개해주시는 우리의 큰언니, 영미언니 감사해요~~~!

언니 덕분에 저의 그림책 보는 눈이 좀 더 뜨이게되길요, 부디~~!!! ^^ 

 

 

+

 

장갑 - 10점
에우게니 M.라초프 글 그림, 김중철 옮김/다산기획

 

 

 

12월의 두번째 모임은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두고 열렸지요.

작은도서관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맛있는 간식들을 오손도손 나눠먹으며 재미있는 그림책을 읽는 행복~~^^

우리가 이 맛에 그림책모임 하지요~~ㅎㅎ

 

경미님이 소개해준 '장갑'은 다정하고 따뜻한 동물들의 '한집살이'가 예쁘고 재미있는 그림책이었어요.

꾸역꾸역 끼어앉기.. 우리 꼬마들 이거 참 좋아하지요. 저도 이웃엄마님들과 따뜻한 도서관에 엉덩이 붙이고 둘러앉을 때가 제일 좋아요.

 

 

 

마음 깊이 어루만짐, 후스르흐 - 10점
김성희 글 그림/한솔수북

 

 

도서관의 제일 좋은 점은..?

^^ 뭔 뜬금없는 질문을~~~;;  

당연한 듯 하지만.. 가끔씩 도서관 서가를 훑어보다가 우연히 모르던 좋은 책을 만나게 되면 '아 도서관이 있어 참 좋구나.. 고맙구나..' 생각하게 되요.

세상엔 좋은 책도 참 많고, 널리 소개되지 않은 책들 속에도, 평범해보이는 전집의 무수한 책들 속에도

내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따뜻한 울림을 남겨주는 그런 책을 만나게 될 때가 있지요.  

엄마 노릇이 힘들게 느껴질 때, 두려움이 밀려올 때.. '그것도 당연한 감정이지..' 생각할 수 있고,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손길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던 책이었어요. 

 

 

 

누구랑 가? - 10점
백미숙 글, 서현 그림/리틀씨앤톡

 

 

초등학생을 둔 부모라면 누구나 격하게 공감할 법한 그림책~~~! ㅎㅎㅎ

혹은 초등학생 자신도~~??

요즘 우리나라의 젊은 작가들 그림책은 참 재미있어요.

작아보이는 소재 하나로, 때로는 깊은 감정이나 현실을 담기도 하고, 우스우면서도 찡한 구석을 만들기도 하고..

나는 여전히 좀 글밥많고, 그림도 한장 꽉 차고, 진지한(?) 옛날 그림책들을 더 좋아하는 구닥다리 아줌마 독자지만

우리 꼬마들이 너무 좋아하는 그림책 '커졌다!'의 작가이기도 한

서현 작가의 '누구랑 가?'에는 엄지 척! 안 할 수 없어요. ^^

 

 

 

아빠, 나한테 물어봐 - 10점
이수지 그림.옮김, 버나드 와버 글/비룡소

 

 

 

이수지 그림은 역시나 예쁘고, 조잘조잘 끝도 없이 얘기하는 예닐곱살 딸래미의 귀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그래도 저는 왠지 조마조마했다는...^^;;

혹시라도 슬픈 결말이 기다리고 있으면 어떡하나.. 하고. ㅎㅎ 

그러나 역시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이니까! 따뜻한 결말에 감사드립니다~~~~ (전날 읽은 추리소설 때문에 생긴 기우였어요..ㅠㅠ)

 

 

오랫만에 진득하니 책을 읽고 이야기나누는 겨울이 좋아요.

엄마들께 소개하고픈 책을 찾는 설레임도 좋고요, 다른 엄마들이 읽어주는 그림책 듣는 즐거움은 말할 것도 없지요.

함께 해주시는 모두들 감사합니다..^^ 

무탈하게 한 해 모두 함께 잘 건너온 것이 제일로 고마운 날들입니다. 고맙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7월 9일, 아침 하늘이 참 멋있는 날이었습니다. 


'엄마를 위한 그림책 모임'에서 진행하는 2015 서울시 부모커뮤니티사업 <그림책으로 철학하기> 4강에 함께 하기 위해

'아름다운' 엄마들이 속속 작은도서관으로 모여들었습니다. 


ㅎㅎ 이 날의 주제는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기'였거든요~. 


'그림책으로 철학하기'가 횟수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강좌 시간을 기다리는 마음이 설렙니다.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게 될까..?' 기대하면서 도서관을 들어서는 엄마들의 얼굴이 참 예쁘다고 저는 생각했어요. 





미스 럼피우스 - 10점
바버러 쿠니 글, 그림 | 우미경 옮김/시공주니어



.... 할아버지 이야기가 끝나면 앨리스는 "나도 어른이 되면 아주 먼 곳에 가 볼 거예요. 할머니가 되면 바닷가에 와서 살 거고요." 했대요.

할아버지는 "그래, 아주 좋은 생각이다, 얘야. 그런데 네가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있구나" 했어요. 

앨리스는 "그게 뭔데요?" 하고 물었지요. 

할아버지는 "세상을 좀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지" 했어요. (책 9쪽 중에서)



이 날 김주희 쌤께서 읽어주신 책은 <미스 럼피우스> 예요.

그림책도 너무 맛깔나게 잘 읽어주시고, 우리들의 토론도 진지하게, 때론 유쾌하게 잘 이끌어주시는 김주희 쌤의 은근하고 깊은 매력에

저만 자꾸 끌리고 있는건 아니죠~? ㅎㅎㅎ (벌써 마지막 시간만 남겨두고 있다니 너무 아쉬워요ㅠㅠㅠ)






참가자들은 모두 여느 때처럼 자기 안에서 질문을 한가지씩 퍼올렸습니다. 

'그림책으로 철학하기'에서 제일 어렵지만 제일 재밌는 순간이기도 하지요. 

다양한 질문들이 한사람 한사람에게서 모아져 나오는 동안 우리는 우리가 지나쳐온 그림책속으로 다시 되돌아가게 되고,

그림책에 반응하는 우리들의 마음 속으로도 들어가 그중 제일 먼저 찾은 한가지 실마리를 붙잡으며 함께 이야기나눌 준비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들이 내놓은 여러 질문들을 모아서 '아름답게 만드는 일'의 의미가 무엇일까?를 같이 생각해보기로 하고 

'아름다움'이란 말에 대해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어떤 것을 보면 '아름답다'고 느낄까요? 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아름다운 하늘, 풍경과 같은 빛, 모양, 웃는 얼굴, 좋은 감정이 들게 하는 어떤 것들.. 

부당한 것에 맞설 수 있는 소신, 저항, 희생, 양심, 인간의 존엄함을 보여주는 어떤 것, 인간적이라고 느껴지는 장면들...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졌어요.


인간 모두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 감동을 주는 행동, 선행.. 등의 이야기를 통해 

아름다움은 '자신만이 아닌 타인을 생각하는 것'이란 정의에 생각이 모아졌지요.


또, 아름다움이란 어떤 것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대상이 나에게 주는 메세지를 듣고 읽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것, 

대상을 향해 열려있지 않으면 그 존재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다는 이야기도 함께 나누었어요.     


어떻게 하면 열려있을 수 있을까?

세상을 향해, 우리 주위의 소중한 것들을 향해, 어떻게 하면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고 

아름다움을 찾고, 느끼고, 우리 자신도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요?


왜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 필요했을까요? 

앨리스에게, 할아버지에게 그리고 우리들에게도요. 

그리고 그 일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나누며 답을 찾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멋지고 감동적인 과정인지

매번 '그림책으로 철학하기'를 할 때마다 느낍니다. 

내 생각이 막힐 때, 다른 분의 이야기로 머리속이 환해지기도 하고

함께 고개 끄덕이고, 자기 이야기를 하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질 때 

곁에서 함께 마음 먹먹해지기도 하면서 말이예요. 



'아름답고 싶어하는 것', '의미있게 살고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며 

'인간에게는 자신을 실현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인본주의심리학 이야기도 선생님께서 잠깐 해주셨지요.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무엇보다 그 경험에 대해 '생각'하는 것, 성찰하고 의미를 찾는 속에서만 

우리는 아름다움을 찾고 실현하며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그림책으로 철학하기'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모두 후기에 옮기지 못해 아쉽고 죄송해요. 

기록에 한계가 있기도 하지만 그 순간 우리가 느꼈던 소중한 감정들을 이렇게 글속에 온전히,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어찌보면 보이지않는 우리들의 마음이 한뼘 더 자라는 것일 수도 있고, 

그 한뼘만큼 우리가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오늘 하루가, 

마을에서 이웃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생활이, 

우리 자신의 삶이 

조금 더 아름답고, 행복한 것으로 변화해가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강이 끝난 후에는 그림책엄마님들이 정성껏 준비해주신 연잎밥과 샌드위치를 맛있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크고 넓은 연잎위에 놓인 약밥을 보니 왠지 귀한 대접을 받는 것처럼 마음이 행복해졌습니다.   



이 좋은 시간을 더 많은 이웃 엄마님들과 함께 나누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도 해요. 

7월 23일(목) 오전 10시 30분에 있는 마지막 5강에서는 좀더 많은 분들과 재밌게 이야기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상상마루 엄마님들~ 김주희 쌤의 '그림책으로 철학하기'의 매력에 풍덩~~! 빠져보세요~~~ 

올여름을 시원~~~하게 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얻으실 거예요~~! ^^






Posted by 연신내새댁


우리 순이 어디 가니 - 10점
윤구병 글, 이태수 그림/보리












첫아이 돌선물로 이 책을 받았다. 

그림책이라고는 보드북 두어권밖에 없었던 때라 어린 아기보다 내가 더 설레어하면서 책장을 펼쳤던 기억이 난다.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한장씩 책장을 넘기며 읽어주다가 그만 목이 콱 메어왔다. 

목소리가 이상해지고, 눈물을 자꾸 훔치고, 그러다가 우는 자신이 멋쩍어서 또 헤헤 웃는 엄마를 우리 꼬마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려나..?  


책 내용은 전혀 슬픈 내용이 아니다. ^^

어린 여자아이 순이가 엄마를 따라 밭에서 일하시는 할아버지 아버지께 새참을 갖다드리러 가는 길에 

들쥐, 청개구리, 딱따구리 들을 만나는 것이다, '우리 순이 어디 가니?' 하고 묻는.

봄날 들판의 풍경이 너무나 따뜻하고 밝은 색감으로 그려져있고, 머리에 새참 광주리를 이고 멀리 걸어가시는 엄마의 뒷모습, 양은주전자를 들고 팔랑팔랑 따라가는 순이의 모습이 아련하고 고운 그림책이다. 


문제는 할머니.

그림책 표지에 그려진 할머니를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 증조할머니랑 똑같이 생기셨다!

하얀 머리를 하나로 묶어 비녀로 쪽진 모습, 얼굴 모양.. 우리 증조할머니를 보고 그렸나? 싶을 만큼 똑같이 생긴 책속의 할머니를 보고 시작부터 나는 콧날이 시큰해져 버렸던 것이다.

어린시절에 나는 증조할머니 짝꿍이었다. 언니는 할머니 짝꿍, 오빠는 할아버지 짝꿍.. 함께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으며 자랐던 어린시절이었다. 나는 증조할머니와 한 방을 썼다. 귀가 잘 안들리는 할머니를 위해 큰소리로 다른 식구들 말을 전해주는 통역사 노릇도 하고, 할머니가 살짝 챙겨주시는 사탕과 과자를 오물오물 받아먹으며 놀았다. 증조할머니는 내가 열네살때, 아흔여섯의 나이로 돌아가셨다. 자그마한 몸, 주름진 얼굴, 하얀 머리.. 말수가 거의 없으셨던, 하얀 치마저고리를 늘 입고계셨던, 나를 좋아해주셨던 다정하고 고운 증조할머니.


그림책이 주는 감동과 기쁨이 참 크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며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림 한장으로 단박에 나를 유년시절로, 증조할머니와 함께 했던 추억속으로 데려가 주었던 책.

이 책에는 젊은 시절의 우리 엄마, 아빠의 모습도 들어있고, 새참이고 가는 엄마 뒤로 주전자를 들고 따라갔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도 들어있다. 

아마 그 시절의 나도 순이처럼 들판의 많은 자연들이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나는 그 소리를 듣는다. 다정한 목소리들, 잘있니, 욱아, 우리는 잘 있어, 손흔들듯 흔들리는 나뭇잎, 풀잎들, 먼 산 풍경에서 늘 듣는다.  





세월호 이야기 - 10점
한뼘작가들 지음/별숲



<내 인생의 그림책>이란 주제로 '엄마를 위한 그림책' 모임 엄마들과 함께 글을 쓰기로 하고,

무슨 책을 고를까.. 고민하다가 이 책을 보았다. 

그림책에도 숨결이 있다면 이 책의 숨결은 거칠다. 뜨거운 울음이 목구멍에 차있어서 '흑흑'하고 금방 터져나올 것 같은 그런 글과 그림의 모음집이다.

많은 사람들이 울었고, 지금도 울고있다. 오래도록 고통스럽게 남을 큰 아픔과 슬픔을 그림책 작가들이 어떻게 같이 지고 나가려고 하는지.. 애쓰는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기억'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충 잊고 지나가자 하다가는 다시 반복될지 모르는 무서운 사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 명 한 명.. 그 삶의 이야기가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다. 

슈퍼집 착한 아들, 음악 좋아하는 아이, 구두 좋아하던 딸, 아들 만나러가던 엄마, 엄마아빠동생과 함께 이사가던 일곱살 어린 아이... 


한번 쭉 읽고나니 힘이 탁 풀려서 '내가 이 그림책을 다시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책꽂이에 꽂힌 다른 그림책들처럼 이 책도 이따금 한번씩, 그냥 뽑아서 다시 읽어보려고 한다. 꼭 그러고 싶다. 

아이들이 자라면 함께 읽기도 할 것이다. 작은 내가, 우리가 기억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을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오래도록 슬플 사람, 아픈 사람을 마음으로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내가, 우리가 되고싶기 떄문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카테고리를 어디로 설정해야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엄마를 위한 그림책'으로 정했다. 

'엄마를 위한 그림책'모임 덕분에 알게된 책들이 여럿 있기도 하고, 

아이들과 넘 재밌게 깔깔거리며 보고 있어서 '아이들책'으로 분류해야할 것 같기도 하고.. 조금 갈등하다가 전자로 결정. 

요즘은 그림책이 아이들과 같이 보는 책이기도 하지만 내게도 워낙 중요한 책이 되었다. ^^




돌시계가 쿵! - 10점
이민희 글.그림/비룡소



'이민희'라는 작가가 참 궁금해지고, 이 분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어보고 싶게 만든 책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해시계'에 대해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ㅠㅠ

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여러번 암기(?)하고 지나간 것 같기는 한데 그 원리는 사실 제대로 몰랐던 것이다. 

학교를 어떻게 다닌건지.. 그렇게해도 시험을 잘 볼 수 있었다는게 우리 교육의 문제인건지..ㅜㅜ

무튼, 원숭이는 대단하다. ^^

그리고 '나만의 하루를 되찾겠어!'라고 당당히 선언하는 초원의 동물들은 멋지다. ㅎㅎㅎ 

연수연호가 너무 좋아하고, 아빠도 읽어주고는 '야~, 이 책 정말 재밌네!'했던 요즘 우리집 인기 그림책!

 





삐딱이를 찾아라 - 10점
김태호 글, 정현진 그림/비룡소





이것도 참 재밌는 그림책이다. 

집나간 집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달까~~ㅎㅎㅎ

자신을 자꾸 찌그러뜨리고 망가지게 만드는 가족들이 싫어져서 '우지끈 뚝딱!'하고 발을 뽑아 성큼성큼 집을 나가버리는 집 '삐딱이'. 

집이 어떻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에게 '사람만 괴롭냐, 집도 괴롭거등~!!'하고 말해주는 것 같은, 

'에고, 우리집, 고마워~ 고마워~~'하고 엉덩이라도 토닥거려주고 싶게 만드는 책. ^^ 

떠나보는 것은 사람에게도 참 필요하지만 집에게도 역시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과, 

중요한 것은 돌아오는 것, 그러나 그전과 똑같지 않은 나, 그리고 이미 떠나기전과는 달라진 상황과 관계속으로 

다시 으랏차차 풍덩 뛰어드는 것이란 생각을 해보았다.







까만 코다 - 10점
이루리 글, 엠마누엘레 베르토시 그림/북극곰





<삐딱이를 찾아라>와 <까만 코다>는 주간지 '시사인'의 추석 별책부록으로 나왔던 '행복한 그림책 읽기'란 소책자를 통해 알게된 책들이었다. 

한국작가의 글에 외국작가의 그림이 어우러진 <까만 코다>.

따뜻한 이야기, 아름다운 그림에 덧붙여 우리말의 묘미(?) 같은 것도 느낄 수 있어서 연수연호가 깔깔거리며 '어, 엄마의 까만 콧구멍이다!' 하며 놀았던 책. ^^

커다랗고 풍성한 하얀털의 북극곰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그림책이고, 

모든 것을 떠나 지금 이순간 아이들을 꼭 안아주어야겠다고 마음먹게 하는 책이다. 




감기 걸린 날 - 10점
김동수 글 그림/보림



오리털 잠바를 입는 것에 대해 어느새 의문도, 죄책감도 없는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아이들은 물을 수 있고, 또 미안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읽고, 나도 다시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발그스레해졌다. 

'나는 참 따뜻한데 오리들은 춥지 않을까..' 

이 마음은 얼마나 중요한가.. 세상을 살면서 정말로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하나 있다면.. 바로 이 마음.





여우 나무 - 10점
브리타 테켄트럽 글.그림, 김서정 엮음/봄봄




얼마전 '엄마를 위한 그림책 모임'에서 소개받은 책.

죽음이란, 사랑했던 한 존재를 떠나보내는 일이란 무릇 이래야하는데... 싶었다.

세월호.. 군대에서의 죽음, 환풍기사고와 가수 신해철씨까지.. 

안타까운 죽음들이 너무 많은 우리 사회라

제대로 떠나보낼 수도, 온전히 추억하고 회고할 최소한의 권리조차 빼앗긴채로

우선 싸우고, 그러면서 추억하고, 분노하고, 또 슬퍼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더 또렷이 대비되어 다가왔다.


그렇다해도

소중했던 그 한 명, 한 명의 존재들은 숲의 여우처럼 아름답고 큰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로

사랑했던 이들, 추억하는 모든 이들의 삶속에 튼튼하게 자라나 풍성한 그늘을 드리우기를... 빌고 또 믿는다.





날아라, 꼬마 지빠귀야 - 10점
볼프 에를브루흐 글.그림, 김경연 옮김/웅진주니어



엄마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 전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 아이와 함께 어린시절부터 한번 더 인생을 살아보는 일...

글쎄. 뭐라 정의하기 어렵지만 아이는 엄마를 그전과는 참 다른 존재로 만든다. 

엄마 스스로의 노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변화이기도 하지만 엄마들은 대부분 노력하고, 알게모르게 많이 달라진다. 

사람이 쉽게 변하냐, 갑자기 뭐가 그리 달라지겠어.. 본래 성격이야 예전부터 만들어진거고, 아무리 엄마가 됐다해도 '난 나야!' 하고 싶기도 하고, 그 말이 맞는 측면도 있지만

분.명.히 달라진 것도 있다. 

매일 자고나면 어제와는 다른 내가 되어있다는 깨달음까지야 아니더라도, 

아이라는 새롭고 커다란 존재가 삶에 들어온 후 그 존재와 함께 살아가면서 어떻게 나라는 존재에도 변화가 없겠는가. 

그 변화가 뜻밖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삶이 준비한 깜짝선물 아닐까. ^^


내가 처음 엄마가 되고서 느꼈던 경이로움과 환희.. 같은 것을 이 책은 뭉클하게 다시 되살려주었다. 

내가 웃으면 마주보고 벙실 웃어주던 아기 연수의 얼굴이 갑자기 떠올라 울고싶은 기분이 되기도 했다.

엉덩이가 크고 펑퍼짐한 마이어 부인이 나뭇가지에 앉아있던 장면과 이어지는 두어장의 그림은 오래오래 머리속에 남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무화과 - 10점
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 그림, 이지유 옮김/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며칠전에 엄마그림책모임에서 마련한 '그림책으로 철학하기'라는 강좌가 있었다. 

동덕여대 유아교육과에서 같은 제목의 강의를 하고 계신 선생님과 함꼐 두어시간동안 이 그림책을 소재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참 재미있었다. 

한권의 그림책을 함께 읽고, 떠오르는 질문들을 자유롭게 모으고, 그중 하나의 질문을 선정해 다같이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보는 집단토론수업인데

그림책 한권을 아주 깊이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 자기 삶에서 중요한 고민과 어려움에 대한 답까지 꼭 연결해서 고민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신선하기도 하고, 충격적이기도 하고.. 무튼 참가한 모든 엄마들이 마음에 큰 울림을 얻었던 강의였다. 


'철학'이라는 것이 언뜻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실은 우리 삶의 문제들, 세상속의 한 존재로 살아가면서 직면하게 되는 어려움과 힘겨움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을 '함께' 함으로써 더 집중하고, 풍성하게 생각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그림책도 그런 생각과 토론에 참 좋은 재료이구나.. 토론의 방법(규칙 혹은 장치)을 달리하는 것은 생각을 진전시키는데서 이런 효과를 거두는구나.. 여러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어 좋았는데, 요 얘기와 별개로... 


이 그림책도 참 재밌다. ㅎㅎㅎ     





어머니의 감자 밭 - 10점
애니타 로벨 글.그림, 장은수 옮김/비룡소




작은도서관에서 우연히 눈에 띄어 읽어본 그림책. 

자발적 고립.. 은둔이라 해야하나, 대안, 희망같은 것을 마지막까지 지키고있다가 다시 세상에 나눠줄 수 있는 노아의 방주같은

'어머니의 감자 밭'.

전쟁, 우리 아들(딸)들을 유혹하는 세상의 많은 폭력적인 제도와 문화들.. 그럼에도 우리가 지켜야할 가치들..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고 

내가 참 좋아하는 언니들과 그 아이들 생각도 많이 하게 했던 책이어서 마지막에 올려본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말씀이 조금 어눌하셨다. 
평소 선생님의 옛이야기 글을 보면 어쩜 이렇게 이야기를 맛깔나게, 리듬도 딱딱 맞게, 구수하면서도 생기넘치게 쿵덕쿵덕 잘 흘러가게 쓰시는지 감탄하게 되곤 해서
말씀도 꼭 글처럼 그렇게 달변으로 하시지 않을까.. 했던 내 예상과는 다르게 
선생님은 천천히, 조근조근.. 그리고 조금은 어눌하게 말씀하셨다. 

말수도 그리 많다고 할 수 없어서 천천히 뜸들이듯 한가지씩 해주시는 얘기들을 듣다 보니 
보통의 강좌와는 다르게 듣는 사람에게 생각할 시간을, 마음의 여유를 주는 차분한 힘이 있었다.  

이렇게 쓰고 보니까 선생님도 꼭 옛이야기의 주인공 같으시네..^^

오늘 선생님이 객관식 문제를 하나 내셨다. 

"다음중 우리 옛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을 찾아보세요...

1) 지지리 가난한데 마음은 착한 나뭇꾼 총각
2) 나이 마흔이 넘도록 장가를 못간 노총각
3) 콩과 보리도 구분 못할만큼 어수룩한 아이
4) 똑똑하고 영리하고 잘생기고 지혜롭고 무예도 뛰어나고 암튼 뭐든지 다 잘하는 엄청 부잣집의 외동아들... "

엄마들은 모두 웃으며 외쳤다. 
"4번이요~!" 

객관식 문제에서는 보통 제일 긴 게 답이지요..^^ 하시면서 선생님은 또 물으셨다. 
"4번같은 사람을 세글자로 뭐라고 할까요?"
역시 엄마들이 번개처럼 이구동성으로 외친 대답, 
"엄친아(엄마친구아들 의 줄임말)요~!!" 

웃으면서도 마음으로는 웃을수가 없었던게 어른들이 얼마나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는지 확~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튼, 서정오 선생님도 그런 옛이야기의 주인공들처럼 
조금은 어눌한 말투의, 결코 달변이라 할 수 없는 그런 말투를 가진 백발의 할아버지 선생님이신데 
대구경북지역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오래 재직하시던 때부터 우리 옛이야기를 발굴해서 너무도 재미있고 신기한 이야기가 가득한 '옛이야기 보따리' 등의 좋은 책들로 많이 묶어내셨고, 지금은 옛이야기 전업작가로 글을 쓰고 계신 '이야기꾼'이라는 반전의 묘미를 직접 몸으로 보여주시는 분이셨다. ^^


강의 내용이 참 좋기도 했거니와 오늘 꼭 함께 듣고싶어하셨는데 어제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못오셨던 고여사 언니를 비롯한 내 블로그 이웃들, 그리고 우리동네 그림책모임 엄마들과도 나누고 싶어 강의 내용을 기억나는대로 써보려고 한다. 
연호연제 봐가며 띄엄띄엄 들은 것이라 좀 빼먹는 것도 있겠지만 기억을 더듬어 써보면서 나도 다시 한번 마음에 잘 새겨보려고 한다. 큰 따옴표 안에 써넣는 것이 선생님 강연내용이다. 





깔깔 옛이야기 - 10점
서정오 지음, 서선미 그림/보리




선생님은 우선 어린 아이치고 옛이야기, 옛날 얘기 좋아하지 않는 아이는 없다는 말씀부터 시작하셨다. 

"그런데 간혹 옛이야기 싫어한다는, 안 좋아하는 아이도 있다는 얘길 듣습니다. 그건 작가가 글을 잘못 써서 그렇다고 저는 말합니다. 옛이야기에서 지나치게 교훈을 강조하려고 하면 재미가 없어집니다. 교장선생님이 조회시간에 옛날 얘기하시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옛이야기는 아이들을 대상화하지 않습니다. 어른들, 부모들은 아이를 이해한다, 아이들 편에 서려고 한다고 말하면서도 쉽게 생활과 대화에서 아이들을 대상화합니다. 대상으로 바라보고 자꾸 가르치려고 합니다. 아이들은 그런 대상이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느껴질 때 아이들은 그것을 멀리합니다. 좋은 옛이야기, 좋은 책은 아이들이 깔깔 재미있어하고, 그 속에 그냥 편안히 푹 빠질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옛이야기 보따리 - 10점
서정오 지음/보리





"옛이야기의 주인공은 흔히 어딘가 좀 부족한 데가 있는 사람, 몹시 가난한 사람, 부모없는 아이, 힘없는 할아버지 할머니, 바보.. 이런 사람들입니다. 너무 잘나고, 너무 부유하고, 태어날 때부터 남다른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주인공인 이야기가 아닌 것입니다. 그리고 이 주인공들이 보통 길고긴 어려움을 참고 견디다가 복을 얻게 되거나, 아니면 아주 고생하다 우연히 어떤 행운을 만나서 결국에는 모두 '잘먹고 잘 살았대~'로 끝나게 되는 것이 옛이야기입니다.

옛이야기가 주고 싶은 메세지가 저는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우리들도 행복해질 수 있다. 어딘가 좀 못나고, 기본으로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이 뜻밖의 행운도 생기고, 또 착한 마음으로 온정을 베풀었다 복도 받는다는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저도 모르게 따뜻한 격려와 용기를 얻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위인전을 많이 읽고, 그 사람들을 본받으라고,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서 그 사람들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어른들은 많이 얘기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동쪽 하늘에 오색 무지개가 떴던 그런 사람들처럼 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몇백년에 한명 날까말까한 그런 위인과 나를 견주면서 아이들은 넘을 수 없는 벽앞에 좌절감을 느끼거나 거리감을 느낍니다.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랴, 경쟁에서 이겨야한다는 것만이 강조되면 아이들은 지치고, 기대만큼 잘 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좌절하게 됩니다. 
균형이 중요합니다. 어느 한쪽만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우리 옛이야기에는 열심히 일하라는 내용이 없습니다. 오히려 우연히 얻은 행운으로 가난과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내용은 아주 많습니다.  
'소가 된 게으름뱅이' 이야기가 있기는 합니다만 이것은 아주 예외적이고, 또 제가 이번에 연구하다보니 그 이야기가 1967년 교과서에 실리기 전까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전승되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래서 곧 개정판을 낼 제 책에서도 그 얘기는 빼려고 합니다. 전승의 기록이 없는, 그러니까 67년 교과서에 싣기위해 새롭게 창작된 이야기라고 볼 수 있기 떄문입니다.  

왜 우리 옛이야기에는 열심히 일하라는 내용이 없을까요?
옛이야기는 누가 만들었을까요.. 
긴 낮시간 동안 열심히 논에서, 밭에서 고되게 일하고 돌아온 아버지들, 어머니들이 저녁에 삼삼오오 동네 사랑방에 둘러앉아 새끼를 꼬고 남은 일을 해가며 쉬는 중에 재미나게 서로 들려주고 왁자하게 웃으며 나누던 얘기들이 바로 옛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거기서 열심히 일하자는 얘기를 하겠습니까.. 부자들 놀려주는 이야기, 우연히 복을 얻은 착한 총각 이야기, 못된 사람은벌받고 착한 사람은 복받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던 것입니다. 

'소가 된 게으름뱅이'가 창작되기 전에 '소가 된 사람'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어떤 사람이 고갯길을 가다가 여우가 주는 떡을 받아먹고 소가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여우는 그 사람을 장에 팔아 돈을 벌려고 그런 짓을 꾸민 것입니다. 그래서 그 사람은 소가 되어 팔려가 고생고생 하다가 무를 먹고 겨우 다시 사람이 됩니다. 그런 다음에 못된 여우에게 복수를 하려고 다시 모른척하고 여우를 만나 떡을 조금 먹는척만 했답니다. 이 사람이 소가 안되니까 여우가 이상해서 떡이 잘못됐나 하고 제가 먹어보았다가 그만 소가 돼서 이 사람이 그 소를 장에 팔아 복수한다는 얘기입니다. 

이솝우화에서 유명한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열심히 일한 개미를 칭송하는 내용으로 지금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만, 본래는 개미를 들판의 먹을 것을 독차지해버리는 욕심쟁이 부자로 묘사하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그랬던 것이 그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관에 따라 권장하고 싶은 내용만 남겨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양 옛이야기에도 보면 그림형제의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별노력없이, 우연히 행운을 얻는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 1 - 10점
이우정 그림, 서정오 글/현암사





"옛이야기는 환상적입니다. 참 말도 안됩니다. 하지만 아무도 거기에 대해 문제삼지 않습니다. 옛이야기만의 특권이고, 매력입니다. 어른들은 이미 합리적인 생각이나 행동방식이 습관처럼 되어있어서 하려고해도 잘 되지 않습니다만, 아이들의 사고는 자유롭습니다. 상상력의 한계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그래서 옛이야기를 좋아하고, 그 세계에 푹 빠질 수 있습니다. 

옛이야기 읽어주시면서 자꾸 생활사 수업을 하려고 하지 마세요. 아이가 모를 것 같은 옛날 물건이나 직업 등이 나오더라도 아이가 묻지 않는 이상 설명하지 말고 그냥 넘어가세요. 아이가 물어보면 그 때는 대답하시되 답이 하나인 것은 (보통 낱말의 뜻같은 것) 분명히 알려주시고, 부모님이 생각하시기에 답이 여러개일 것 같은 것은 (보통 '어떻게 사람이 죽었다 살아날 수가 있어? 도깨비가 정말 있어? 같은..) 질문에는 '그러게', '글쎄' 처럼 대답을 얼버무리고 지나가세요. 어른들은 몸에 밴 합리성 때문에 자꾸 옛이야기를 하시면서 논리적으로 보완하려고 하거나, 시대상황에 대한 해설내지 설명을 붙이려고 하는데 그러지 마세요. 

엄마아빠는 고단한데 아이들은 밤에 자꾸 옛날 얘기해달라고 조르면 참 피곤하시죠.. 어른이 옛이야기 해주기를 즐기기 위해서는 우선 불친절하셔야 합니다. 너무 친절하게 다 대답하고, 자세히 설명해주려고 하지 마세요. '글쎄, 나도 잘 모르겠네, 그러게 참 이상하다' 정도로 대답하고 마세요. 또 무책임하셔야 합니다. 졸려서 자기도 모르게 여러가지 얘기가 섞이기도 하고, 이상하게 없던 얘기를 지어내고 계실 때도 있죠? 그럴때는.. 그냥 끌고 가시면 됩니다. 모른척 하고 그냥 하던데로 마무리하세요. 아이가 '그거 다른 얘기 아냐?'하고 물으면 '이런 얘기도 있어'하시면 됩니다. 원래 그렇습니다. 옛이야기는 하는 사람, 쓰는 사람에 따라 다 조금씩 달라지는 '각편'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새롭게 '각편'을 쓰고 계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하지만 너무 고단해서 그마저도 어려우실 때는 그냥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하셔도 됩니다. "그래서.. 잘 먹고 잘 살았대" 하시는 거죠. (ㅎㅎㅎ) 그래도 괜찮습니다. 

옛이야기의 환상적인 성격에 대해 제가 또 생각한 것이 어쩌면 현실과의 균형 같은 것일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서구에서도 보면 판타지 소설이라는 장르가 제일 성행하고 지금도 훌륭한 작품이 많이 나오는 곳이 영국이예요. '해리포터'도 그렇죠. 영국은 산업혁명이 처음으로 일어난 곳이잖아요. 합리성, 기계적 사고에 대한 극단적인 추구 속에서 부족해지는 것에 대한 요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도 그렇습니다."





깜박깜박 도깨비 - 10점
권문희 글.그림/사계절

(이 책은 서정오 선생님 책은 아니고.. 요즘 우리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옛이야기 그림책이라 소개삼아 올려둡니다. 읽다보면 코끝이 찡해지는~ 넘 재밌는 옛이야기 그림책~~!!^^) 





마지막으로 질문을 받았는데 두 질문 다 내 평소 고민과도 닿아있어 반가웠다. 

첫번째는 '옛이야기 중에 보면 첫째는 욕심많고 부자고 둘째는 착하고 가난한 경우가 많다.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 왠지 첫째가 속상해할까봐 마음이 쓰입니다'는 질문.
선생님은 "우리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이야기속에서 약자의 입장에 스스로를 동일시하게 됩니다. 약자가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큰아이들도 자기보다 큰 형(강자)에게 빼앗기기도 하고, 괴롭힘을 당하기도 하는 동생(약자)의 입장에 서서 속상해도 하다가, 나중에 복을 받고 자기 잘못을 뉘우치는 형을 다시 받아주기도 하는 그 입장에서 같이 기뻐하며 이야기를 듣습니다."하는 말씀에 '아, 그렇겠구나..' 싶었다.    

두번째는 '옛이야기 그림책중에 보면 그림이 지나치게 잔인하거나, 이야기에는 표현되지 않는 것(피 라든지)까지 그리는 경우가 있다. 그런 책도 괜찮을까요?' 하는 질문이었다. 
선생님은 "잔인한 이야기와 잔인한 그림은 좀 다릅니다. 어른의 입장에서보면 너무 잔인하다 싶은 내용들이 옛이야기에 꽤 많습니다. 호랑이가 엄마를 잡아먹는다던지, 서양 옛이야기 중에도 늑대의 배를 갈라 그 속에 돌을 채워넣는다던지 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 자체로 아이들에게 끔찍하다는 생각을 들게 하지는 않습니다.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상상의 일종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것을 그림으로 표현하게 되면 또 다릅니다. 이야기 속에서는 늑대가 아무리 배를 갈라도 늑대는 멀쩡합니다. 멀쩡해야합니다. 통증을 느끼거나 피가 묘사되지 않습니다. 우리 옛이야기 '해님달님'에서도 어떤 각편에서는 호랑이가 엄마 팔을 떼 먹고, 그 다음 고개에서는 다리를 떼먹고 합니다. 그래도 엄마가 아파서 운다던가, 피가 난다던가 하는 얘기가 없기때문에 엄마는 그냥 멀쩡(?)하게 또 다음 고개로, 얼른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들에게도 가려고 그냥 부지런히 가기 때문에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도 그냥 그 모습 그대로 마음 졸이며 상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그림이 지나치게 잔인하게 표현된 옛이야기 그림책은 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맞추셔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예민해서 무서움을 많이 타거나, 끔찍해하거나 두려워한다면 굳이 들려주고 읽어주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이런 말씀들을 그야말로 두런두런 하시고 나는 구립 강일도서관 유아실의 맨 뒤쪽 자리에 앉아 
사탕먹으며 한참 잘 놀다가 졸려하는 연제 젖물려 재워가며
제가 좋아하는 그림책 찾아와 읽어달라 조르는 연호에게 소근소근 들릴락말락한 소리로 그림책 읽어주며 한쪽 귀로는 열심히 선생님 강의를 들었다. 
강일도서관의 독서동아리로 등록되어있기도 한 '한살림 강일동 그림책읽기모임'에서 마련한 이번 서정오 선생님 강좌에는 50영 가까운 엄마들이 오셨다. 어린 손주들 데리고 오신 할머님들도 여러분 계셨다.  
작은 유아실이 가득 차게 모여앉은 엄마들의 따뜻하고 진지한 기운이 참 반가우면서도 의아했다. 
우리 엄마들이 옛이야기에 원래 이렇게 관심이 많았을까? 서정오 선생님은 워낙 우리 옛이야기를 많이, 재미있게 소개해주신 대표적인 옛이야기 작가시라 많이들 알고계셔서 그런가?
하지만.. 역시나 선생님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모두 힘든 것이다. 아이들을 키우는 일이,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일이 고단한 것이다. 
현실이 힘든만큼 환상과 상상력과 판타지 세계의 위로가 필요하다. 아이들에게도, 우리 엄마들에게도. 
엄마들은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지금 이 시대의 고단한 아이들에게 엄마들은 옛이야기라는 작지만 포근한 이불을 하나 덮어주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다독다독.. 괜찮아.. 너도(우리도) 행복해질 수 있어.. 하고 얘기해줄 수 있는 그런 마법같은 선물을 말이다.  













이야기 속에서 만이라도 한없이 자유로운 아이들.
이것도 되어보고 저것도 되어보고, 아무 제약없이, 불가능도 없이 신나게 날아다니며 제게 찾아온 생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아이들이 되기를.
놀이도 아이들에게는 그런 공간이 된다.
만화도 어쩌면 그런 시간이 될 것이다. 마법같은 판타지에 빠지는 시간. 
갑자기 매일 '만화보고 싶다~' 조르는 우리 꼬마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엄마에게 '책 읽어줘~~'하고 조르며 쫓아다녀서 함께 책을 펼치고 앉는 시간도 그런 시간일 터이고..









서정오 선생님을 정말 좋아한다는 
열두살 형준이형아를 위해 대신 선생님 책에 싸인을 받아놓았다. 

"옛이야기 한마당 행복 한아름"

글귀가 따뜻했다. 


즐거운 시간은 그 자체로 삶에 힘이 된다. 
어린 시절에 옛날 이야기 듣던 시간이 그랬다. 
한옥집 사랑방에 누워 할머니 팔베게를 하고 포근한 이불 속에서 듣던 옛날 얘기들은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할머니는 정말 재밌게, 구수하게 얘기를 잘 하셔서 나는 '바보신랑 장가간 날 식혜대신 똥 먹은 이야기' 같은 것을 정말 깔깔 웃어가며 들었다. 배꼽을 잡고 떼굴떼굴 구를만큼 재미있었다.  
그런 밤에는 달빛도 얼마나 환했던지..
이야기 속에 나오는 보름달이 환한 밤에 감나무에 올라앉아 감터진 것을 먹고는 '에구, 똥이 달기도 하다' 하던 그 바보 신랑과 꼭 같은 달빛을 내가 받고 있었던 것처럼 기억된다. 
신나게 얘기해주시던 할머니 목소리도 생생하고, 어린 시절 고향집 마당의 밤풍경도 생생하다. 차갑고 시원한 공기도..

나에게 마음의 힘이란 게 있다면 
아이들과 복닥복닥 정신없고 힘든 순간에 그래도 한번 씩 웃고, 아이들에게 농담이라도 한마디 던질 수 있는 여유같은 것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건 아마 다 어릴 때 할머니께 들은 재미난 엣날 얘기들 덕분에 생긴 것들일 것이다. 

 
이제는 내가 내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차례다. 

할머니 만큼의 내공은 없지만, 그래도 즐기려고 애써볼란다. 

아이들이 잠자리에서 옛날 얘기 해달라고 조를 시간도 많이는 안 남았다. 한.. 5년? ^^;;;

한창 어린 아이들 키우는 이 시절에 서정오 선생님을 뵈어서 참 고맙고 다행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지난주 수요일에 있었던 '엄마를 위한 그림책' 모임 후기를 올립니다.

이제는 어느 수요일 아침, 조용한 작은도서관에 들어서는 일이 조금 익숙도 하고
그만큼 더 기쁘고 좋기도 합니다. 
함께 둘러앉으며 웃음부터 나고, 오늘은 어떤 그림책을 만나게 될까,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게될까.. 두근거리기도 해요. 

이번 모임에서도 참 좋은 그림책들을 만났습니다.
후기 쓰려고 알라딘에서 한권씩 책을 다시 찾다보니 새삼 감사하더라고요. 
이 모임을 안 했으면 어디 가서 이 책들을 소개받을 수 있었을까.. 얼마나 오래 못 만났을까.. 싶어서요.
모두 정말 고맙습니다. ^------^




언젠가 너도 - 10점
앨리슨 맥기 지음, 김경연 옮김, 피터 레이놀즈 그림/문학동네어린이



오늘도 첫순서를 씩씩하게 자원(자기, 멋져~!!)해주신 경미님이 들고오신 책은 <언젠가 너도> 였습니다.

저는 피터 레이놀즈 라는 분의 그림을 처음 접했는데 
간결하고 부드러운 스케치 같은 그림풍이 따뜻한 매력이 있었어요. 좋아하는 분이 많은 작가라고 하네요.
알라딘에서 찾아보니 '피터 레이놀즈 시리즈'가 6권이 나오는데 
와... 물결처럼 흐르는 선 그림들이 자유롭고 아름다워요. 
다음에 우리 작은도서관에서 도서 구입을 할 기회가 있으면 한번 구비해봤으면.. 싶을만큼요. ^^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며 맞게 되는 성장의 빛나는 순간들을 한 컷 한 컷 잘 담아준 이야기도 참 뭉클했습니다. 
어린 아이와 소녀의 시절을 지나 
언젠가는 집을 떠나 세상 속으로 나가고
또 어느 날에는 저만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저도 부모가 되고
노년을 맞는 긴 시간을 
지금 어린 아이를 바라보며 상상해보는 엄마의 시점이 참 따스했지요. 

내 아이들을 바라보는 내 시각같기도 하고, 내 부모님의 지금의 나를 바라보는 눈길같기도 해
더 뭉클했던 책이었습니다. 
긴 호흡으로, 멀리 볼 수 있다면 오늘의 바쁘고 헉헉대는 순간들도 조금은 더 의미있게 느끼며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두모두 응원합니다.
어린 아기들을 키우는 젊은 엄마인 우리들도, 사춘기를 맞은 빨갛고 동동뜬(ㅎㅎ) 입술의 귀여운 우리 언니야들도,
그 딸들을 바라보시는 우리 엄마님들, 지금의 우리 같은 시절을 모두 살아내셨을 노년의 우리 어머니들도요..  
 




서로를 보다 - 10점
윤여림 글, 이유정 그림/낮은산





두번째 순서로 안영미 님이 소개해주신 책은 <동물들이 나누는 이야기 - 서로를 보다> 입니다.

와. 
저는 이렇게 직접적으로 인간을 비판하는 그림책은 처음 보았어요.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이 엄마를 고립, 희생시키는 아빠와 아들들을 돼지로 비꼬고 풍자한 것을 보면서
통쾌하면서도 마음 아팠었는데
이 책은 정말 직접적으로 인간이 자신들의 이익과 즐거움만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동물들의 자연스러운 삶을 왜곡해놓는 것을
밝히고 있었어요. 
간결한 한 문장으로요. 

동물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그 한줄 한줄이 넘 재밌어 웃음나면서도 
웃는게 미안해지던 책. 나중에는 정말 미안해서 고개를 숙이게 되던 책. 
그림책이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으로, 조근조근 들려주는 메시지를 외면하지 말고 곱씹어봐야겠다.. 싶었습니다. 
동물과 인간이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꿔봅니다.





헨리는 피치버그까지 걸어서 가요 - 10점
D.B.존슨 글 그림, 김서정 옮김/달리




도서관 돌보미 이남경 님이 소중하게 가슴에 꼭 품고와서 소개해주셨던 책은 <헨리는 피치버그까지 걸어서 가요> 입니다.

여행은 구경이자 휴식이자 배움.. 아주 다양한 것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인 것 같아요. 
일상과는 또 다른, 일상만큼이나 소중한 시간이지요. 
어떻게 여행할까.. 는 그래서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무척 중요한 질문이자 준비 과정이고요. 
사는 데에도 '어떻게 살까' 가 중요한 질문이듯이요. 

닥치는 데로, 남들 하는데로, 정신없이 '살아내기' 만에도 바쁘고 힘들어 일상은 사실 이렇게 성찰하며 살기가 쉽지 않지만 
여행은 그런 면에서 좀 다를 수도 있겠어요. 
짧은 여행 만큼은 '어떻게'를 미리 고민해서 내가 선택할 수 있으니
그렇게 여행을 자꾸 하다보면 나중엔 내 삶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제가 새벽이라 좀 횡설수설하는 것 같습니다..ㅎㅎㅎ

무튼, 저는 헨리의 용기와 지혜에 깊이 탄복했고 감동받았어요. 
기꺼이 육체의 수고로움을 택하고, 여행의 과정에서 내 몸으로 느끼고 맛볼 수 있는 소중한 세상의 선물들을 찾아낸
도보여행자 헨리에게 박수를~!!! ^^

아이들의 어린 시절,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어떻게 온전히 함께 보내는데 집중할지 
이 책을 보며 늘 생각하고, 돌아보셨다는 남경님.
이 날도 곧 방학이 끝나는 둘째와 어렵게 잡아놓은 데이트 날이라며 총총히 자리는 뜨시는 언니가
참 아름답게 느껴졌답니다. 감사해요..






갈래머리 공주 - 10점
줄리엣 클레어 벨 글, 로라 케이트 챔프먼 그림, 초록색연필 옮김/키즈엠




종이 인형놀이, 가위질의 추억이 마구 돋아난다며 엄마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마지막 책 <갈래머리 공주>는
단발머리가 예쁜 박예숙 님이 소개해 주셨지요~~^^

아이들이 원하는 삶이 아닌 '어른이 바라는 삶'을 살도록 강요하고, 가르치고 있지 않은지... 
우리를 돌아보게 해주던 그림책이었어요.

생각해보면 저도 어린 시절에 엄마아빠의 '세상은 이런 곳이야, 그러니 이렇게이렇게 살아야해' 하는 말씀이 싫을 때가 많았어요. 
예의 바르게 행동해라, 다른 사람을 배려해라, 이웃과 나눠라.. 이런 좋은 말씀은 참 좋았지만
경쟁에서 꼭 이겨야한다, 앞에 나서지 마라... 이런 말씀들은 들으면 속도 상하고 불편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공주'는 아니었던지라 '공주는 이러이러해야해요~~'하는 얘기는 안들었고 성에 갖히지도 않았으니 참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ㅎㅎ (아, 여자니까 이러이러해야지 하는 얘기는 들었었네요. 그건 또 얼마나 화나던지요!)
 
자유롭되, 다른 사람들을 존중할 수 있는
함께 어울려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아이들, 어른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색색깔의 연들이 하늘을 날며 아름다운 세상을 마음껏 보고 느끼듯 
우리와 우리 아이들도 그런 삶의 날개를 찾고 마음껏 날아보게 되길 빕니다.



다양한 색깔, 다양한 이야기의 그림책들을 만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이번부터는 네 분씩 돌아가며 책을 소개해주기로 하셔서 얘기를 더 풍성히 나눌 수있었어요. 
다음 모임도 벌써 기대되네요~~~^^

아.. 타이밍 딱 맞게 막내가 뒤척이며 깨네요. 
얼른 젖주고 저도 한잠 더 자고 일어나야겠습니다. ㅎㅎ
두 번자는 이상한 밤~~~~
그래도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어 참 신나고 좋은 요즘입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 참, 이번 모임에는 한결맘님께서 아쉽게 못 오셨지요. 다시 마당에서 반갑게 뵙고 재미난 여행이야기 들을 수 있길요~^^
오라현님과 함께 마을사업 이야기하러 오셨던 또 한분의 엄마님도 함께 해주셔서 넘 좋았습니다. 
다음 모임에도 놀러오세요~~^^


Posted by 연신내새댁

요즈음에는 따로 블로그글을 잘 안 쓰게 된다. 

세월호 이후.. 내가 있는 곳에서 무언가 이웃들과 함께 할 수있는 작지만 뜻있는 일들을 해나가자고,

좋은 어른이, 책임감있는 어른이 되자고 마음먹은 뒤부터 

몇가지 모임을 꾸리고, 아파트에 새로 생긴 작은도서관 일들을 함께 하는데 시간을 쓰고 있어서다.

그래도 이렇게 쓰다보니 아쉬운 마음도 든다. 

내 블로그를 자주 보실 고향의 부모님들께 우리 아이들 자라는 모습도 글로, 사진으로 좀 더 보여드리면 좋을텐데... 

말도 못할 개구쟁이들에, 아옹다옹 싸우다가 또 금새 죽이 잘 맞아 숨넘어가게 깔깔거리며 노는 연수 연호, 

뛰듯이 걸어서 형들을 쫓아다니며 형들 행동은 다 한번씩 흉내내보는 귀염둥이 두살 연제 사진도 더 올리고 싶은데

아직은 엄마가 그 여유가 없다. 

이제 시작한 일들이 조금 자리를 잡고, 차분히 여유롭게 흘러가게 되면 그때는 꼬마들 자라는 이야기도 다시 쓸 수 있겠지..

아니.. 세월호 특별법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유가족 분들이 길거리에서 눈물흘리고 공권력에 상처받지 않으시게 되면

그 분들께도 일상이 주어지고, 그 분들이 마음껏 슬퍼하고 그 깊은 상처에 대해 비로소 치유의 시간을 가지실 수 있게 되면.. 

그때는 우리도, 나도 조금 더 푸근하게 일상을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아니, 우리 사회가, 내가 안고있는 공존하는 삶, 평화로운 삶을 위한 여러가지 숙제들을 

이웃들과 친구들과 함께 얘기하고 풀어가보려는 나의 작은 노력들속에서

우리 아이들도 함께 건강하게 자라나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럴 수 있기를 빌면서... 오늘도 그림책 모임 후기로 우선 소식 대신해요..

사랑하는 모두들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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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세 녀석 모두 9시 전에 잠들어준 고마운 날이어서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글도 읽고 이렇게 모임 후기도 일찌감치 써보는 조용한 밤입니다. (혼자 야식도 먹고요..ㅎㅎ)
모두 평온한 밤 보내고 계신가요..^^

'엄마를 위한 그림책 모임'의 세번째 만남.
참, 참 좋더라구요. 
그냥 좋다는 말로는 조금 부족함을 느낄만큼..

아직 시작하는 때라 살짝 어색한 것도 있고, 어린 아기들이 함께 있다보니 어려운 것도 있었지만 
진행자의 미숙함에도 불구하고(ㅠㅠ) 
엄마들의 따뜻한 이야기와 마음, 깊은 공감들이 느껴져서 참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오늘 마지막에 졸린 막내가 우는통에 제가 마무리를 제대로 못해서
이렇게 혼자 뒤늦게 정리(?)멘트를 하고 있습니다. ^^;;;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덧글로 많이 올려주세요~~.

앞으로는 후기도 같이 돌아가면서 쓰고 하면 참 좋겠는데, 그 얘길 오늘 못 나눴네요~ 담에는 꼬옥~!! ^^  





고함쟁이 엄마 - 10점
유타 바우어 글.그림, 이현정 옮김/비룡소




오늘 첫 순서는 제목을 보는 순간 모두를 뜨끔하게 했던(혹시, 저만~?!!) 경미님의 '고함쟁이 엄마' 였습니다. ^^

엄마의 고함소리에 그만 정말로 산산조각 나버리는 아기 펭귄.
제 몸을 다시 찾으려는 아기 펭귄의 발이 타박타박 걸어가는데 왜그렇게 눈물이 나던지요.

그림책을 함께 보면서 우리가 나눴던 이야기들을 모두 글로 적어둘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마음에 담아둘 수는 있을 거예요. 
천천히 다시 떠올려보고 곱씹어볼 수도 있을 거고요.
그러면서 조금은 달라진, 성장한 우리가 될 수 있을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엄마가 왜 화를 내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어린 머리와 가슴으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슬프고 무서울 따름인 아이들이란 것을
한번더 생각하고, 
숨을 골라야겠어요. 

혼자일 때보다는 함께 얘기나누고 같이 마음 다독이고 다잡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을 때
훨씬 마음의 힘이 생기는 것을 느낍니다. 유연해지고요. 
분노를 조절할 수 있는 탄력같은 것이 마음에 생겨나는 것 같달까요.
엄마를 위한 그림책이 우리에게 그런 든든한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게는 벌써 그래요. ^^ 





은행나무처럼 - 10점
김선남 그림, 김소연 글/마루벌





오늘은 네버랜드 님의 폭풍 눈물의 날이었지요.ㅠㅠㅠㅠ
모두 같이 울었고요.

네버랜드님이 소개해주신 '은행나무처럼'은 사실 다시 읽기가 좀 무서운 책입니다. 
또 울까봐...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기가 두려운 것처럼.

그래도 또 읽어봐야지요. 
어떻게 살아갈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할지 조금더 생각해볼 수 있게요.
연하게 그려진 은행나무 그림이 다독다독 위로해줄 것 같아요.


'그림책이 무슨 애들 책이야, 어른을 위한 책이지' 하던 슈가님 말씀이 마음에 남아요.





내 곰 인형 어디 있어? - 10점
제즈 앨버로우 글 그림, 조은수 옮김/웅진주니어





분위기 전환을 위해! 영미님이 급 변경하여 소개해주신 '내 곰 인형 어디 있어?'로 모두 눈물고인 눈으로 헤헤 웃었네요. 
^^
귀여워라, 큰 곰.

할수만 있다면 저도 저런 큰 곰같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느끼고, 놀라고, 걱정하고 안도하는 엄마. 
늘 넘 시큰둥한 반응으로 일관하는 것을 반성..ㅠㅠ

집에 와서 찾아보니 같은 작가의 다른 곰 책이 또 있더라구요. ㅎㅎ 
이 작가는 곰을 좋아하나봐요~ 역시 숲속에 사는 큰 곰과 어린 소년의 만남인데 이번에는 둘이 친구가 되요. 

시종 배경으로 그려지는 키큰 나무들이 쭉쭉 서있는 깊고 푸른 숲속 그림이 참 좋아서
소개하기로 맘먹으셨다는 영미님처럼
저도 자연을 배경으로 한 그림책들은 보기만해도 참 좋더라고요.
종이, 활자를 벗어나 직접 자연을 만날 수 있으면 제일 좋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도서관의 책 속에서라도 자연의 품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구름으로 만든 옷 - 10점
마이클 캐치풀 글, 글맛 옮김, 앨리슨 제이 그림/키즈엠





잘 생긴 두 아들의 엄마 예숙님이 소개해주신 '구름으로 만든 옷'. ^^

탈무드나 전래동화, 우화같은 이야기들은 조금 직접적으로 우리가 꼭 생각해봐야할 교훈이나 메세지를 전하곤 하잖아요. 
창작동화나 최근의 그림책들은 특히 환경 문제에 관해 상상력있는 이야기와 그림의 힘을 빌어 그런 작업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탐욕, 환경 파괴, 그리고 그 결과가 결국은 인간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엄중한 사실이 
예쁜 그림과 간결한 이야기 속에 녹아있어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엄마들도 지금 우리가 가진 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 꼭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려는 노력.. 같은
어렵지만 중요한 삶의 변화가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가 어디에 있든 너와 함께할 거야 - 10점
낸시 틸먼 글.그림, 신현림 옮김/내인생의책





저는 다 읽고 나서야, 다른 분들이 얘기해주시고 나서야 아이 곁에 늘 함께 있는 반짝이는 빛이 '엄마'라는 것을 알았네요. ^^;;
사실 제가 넋을 잃고 봤던 것은 아이가 찾아가서 그 속에 풍덩 안겨있는 놀라운 자연의 공간들이었습니다.

'은유'가 아니라 그냥 사실로, 저는 그런 공간에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싶었거든요. 
쉽지 않지만 정말로 그렇게 아름다운 큰 자연 속에, 
조금은, 아니 많이 위험해보이는 긴 밧줄 하나에 매달려 그렇게 자유롭게 흔들려보게 해주고 싶답니다. 
(우리 삼형제는 모두 무서워서 '엄마, 싫어~~!!!' 할지도 모르지만요..ㅎㅎ)

하지만 그래요, 사실 우리가 아이들과 보내는 일상의 무수한 시간들은 
그렇게 멋진 곳이 아니라 평범한 우리 동네 놀이터, 작은 냇가 옆 산책로, 아이들과 오고가는 작은도서관과 어린이집이지요.
그리고 내 집 안이고요. 
그 어느 곳에서든 마음으로 늘 너와 함께 한다는 것, 그리고 짧든 길든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온 마음으로 기쁘게 받아들이는 것이 정말 중요하겠지요. 

때론 울고, 때론 천사같이 웃으며 매순간 빛나는 성장의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 아이를
때론 걱정하고, 때론 같이 행복해하며 '그래 네가 잘 자랄 것을 엄마는 믿는다' 하며 바라보고 지켜주는
한결맘, 그리고 모든 엄마들의 깊은 속마음같은 책이었어요.






거인의 정원 - 10점
오스카 와일드 글, 리트바 부틸라 그림, 민유리 옮김/베틀북





저는 기억나는 딱 한 마디가 있는 그림책을 좋더라고요.
음. 아니, 좋은 그림책은 전체적으로 다 좋지만 특히 그중에 기억에 남는 한 마디가 있을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그 한 마디를 오래오래 곱씹어보곤 해요. 

이 책은 '아아.. 당신은 누구십니까' 이 한마디가 좋아서 좀 고집스레 긴 글을 읽었네요. 
생각해보니 제 순서는 다음으로 좀 패쓰할 것을... 
연제는 울고(ㅠㅠ) 슈가님의 '아모스와 보리스'에 얼른, 시간을 좀 충분히 드릴 것을.. 후회했답니다. 
그러나 이것은 17개월 아기동반자만 쓸 수있는 찬스!
아, 나도 담엔 패쓰 찬스를 좀 써볼까~~ 생각하심 안되고요, 모두 자기 그림책 미루지말고 읽어주세요~!^^






아모스와 보리스 - 10점
읠리엄 스타이그/시공주니어





마지막은 슈가님이 고르신 '아모스와 보리스' 였습니다.
 
'한편의 영화를 본 것 같다'던 한결맘님의 소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저도 그전에 우연히 우리 작은도서관에 잘 보이게 진열된 이 책을 처음 읽으면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다고요.
생쥐 아모스가 고래 보리스를 구할 수 있을까? 어떻게??

결말에 안도하며 아름다운 이야기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뒤에 이어지는 '이 책을 어린이와 함께 읽는 분에게' 란 제목의 서평을 읽고 또 충격을 받았어요.
'남다른 우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출판사 편집자분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쓰셨더라고요. 

서평을 꼭 모두 받아들여야하는 것도 아니고, 100명이 읽으면 100개의 다른 소감이 존재할 수 있고 또 그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또 나와 다른 관점, 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다른 사람의 시각과 통찰을 통해 
배우고 내 생각을 키우게 되는것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시공사의 네버랜드 시리즈에는 모두 그런 서평이 뒤에 붙어있어서 그림책읽는 어른에게 좋은 것 같습니다.



우리 모임의 첫 멤버인 일곱 분이 소개해주신 일곱권의 책.
무지개 같아요. ^^

다음번에는 어떤 일곱색깔 무지개가 뜨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토닥토닥.. 
울고싶을 땐 마음껏 같이 울어요. 
그리고 또 같이 눈물닦고 웃고, 씩씩하게 아이들 키우며 내 삶의 자리를 지켜가요. 
우리는 엄마들.. 그리고 친구들이니까요. 

모두 잘 쉬세요.. 사랑해요. 


Posted by 연신내새댁
이웃엄마들과 함께 하고 있는 '엄마를 위한 그림책 모임' 후기를 블로그에도 옮겨봅니다.
블로그 이웃분들께 저희 꼬맹이들과 제 소식도 전하고, 
관심있으신 분들께 그림책 소개도 드릴겸해서요..^^

친정에도 다녀오고, 시댁에도 다녀오고
세월호 유가족분들이 단식농성을 하고계신 광화문에도 다녀오며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주 물에서 첨벙거리고, 땀나게 걷고 뛰고, 또 집에서 셋이 한데 뒤엉켜 뒹굴며 
잘 놉니다.
밥은 잘 먹을때도 있고 잘 안먹을 때도 있지만
돌아가면서 조금씩 아플때도 있지만
제 힘껏, 모두 열심히 자라는게 보입니다.

고맙고 아픈 날들이네요.
그리운 분들, 얼굴 마주하고 다정하게 얘기나눌 수 있는 시간 기다려봅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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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가 시원하게 퍼부었던 저녁 지나고 시원한 밤입니다.
오늘 하루 모두 잘 보내셨어요? ^^

저는 삼형제 녀석과 집에서 내내 뒹굴거리고 미용실도 다녀오고 소나기 속을 뛰어다니며 비맞고 노는 
연수 연호 구경하며 커피 한잔 마시는 호사도 누렸습니다.
싹 씻고 나서는 비 잠깐 그치니까 또 작은도서관에도 가야한다고 해서 
네 식구가 다시 나섰다가 천둥벼락치는 집중소나기를 도서관에서 이웃들과 함께 피하며 놀기도 했고요..

어제 모임 후기를 간단하게라도 써놓으려고요~
멀리서 궁금해했을 우리 경미씨에게도 알려주고
또 우리도 같이 돌아보며 미처 못했던 이야기들 더 나누어요~~^^


두번째 모임이었던 어제는 여섯분이 함께 했지요.
처음 함께 시작한 멤버중 지방에 잠시 내려간 한 분(ㅎㅎ 자꾸 말해서 미안~~) 빼고는 모두 참석!
우선 서로 얼굴보기만 해도 반갑고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니 참 좋았어요.
방학맞은 아이들도 함께 모여 
엄마들이 모임을 함께 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한지 저희들도 괜히 설레고 좋아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작은도서관에서 잘 놀았습니다.
방학이라 보통은 아침 일찍부터 초등 형아누나들이 온다는데 
어제는 저희들 모임 하라고 그랬는지 다행히 저희 엄마들과 아이들밖에 없어서
조금 덜 미안하게 유아실에서 모임하고, 멀티미디어실에서 아이들은 영화도 보고 과자도 먹고 엄마들 한테로 뛰어오기도 하면서
그럭저럭 모임을 잘 했습니다. ㅎㅎ 
방학 끝나고 나면 다시 저희 꼬마들만 소란을 피우는 조금은 조용한, 
엄마를 위한 위안과 힐링의 그림책 모임으로 돌아가겠지요..^0^


그럼~~
이제부터 엄마님들이 소중하게 가슴에 품고오신 그림책들을 공개하겠습니다~ 두둥!!!



민들레는 민들레 - 10점
김장성 글, 오현경 그림/이야기꽃


첫순서라는 어려움은 역시 안영미님이 차분하게 맡아주셨습니다.
<민들레는 민들레>.
어디서든, 어떤 모습이 되어서든 '민들레는 민들레'라는 짧고 반복되는 이야기속에
아름다운 풍경들이 곰곰히 생각해볼 것을 많이 주던 좋은 책이었어요.

언제, 어디서든, 어떤 모습이 되어서든 '엄마는 엄마', '아이는 아이', '사람은 사람', '내 삶은 내 삶'..
여러가지로 바꿔 읽고 생각해보아도 뭉클해지던,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눈여겨보고 다시 마음을 다잡아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구름나라 - 10점
존 버닝햄 글 그림, 고승희 옮김/비룡소



우리 모임의 최고 언니는 누구실까요~? ㅎㅎ
안영미님일까요, 슈가님이실까요~~ (퀴즈! 다음주까지 맞추시는 분께 냉커피 선물 쏘겠습니닷!! 막내는 지난 모임에서 확인했는데 맏언니는~~~??ㅋ)

무튼 슈가님이 소개해주신 책은 존 버닝햄의 '구름나라'입니다.
저는 이 작가를 참 좋아합니다.
그림도 넘 예쁘고요(환상적인 색감! 이번에는 사진처럼 사실적인 구름 구름도 넘 예쁘더라고요)
간결한 글 속에 따뜻한 가치, 소수자에 대한 공감 같은 것이 녹아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우리 작은도서관에서 그냥 눈에 띄어 민지에게 읽어주셨던 책이라 하셨는데
그림책 고르시는 안목이 우와~~! 대단하세요~! 
좋은 책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보글보글 마법의 수프 - 10점
클로드 부종 지음/웅진주니어



ㅎㅎㅎ 재밌는 책이었어요.
아이들도 재밌게 기대하며 볼 것 같고, 어른이 저도 과연 어떻게 되려나.. 궁금해저더라구요.
네버랜드 님이 소개해주신 '보글보글 마법의 수프'.
클로드 부종이라는 작가를 저도 우리 작은도서관에 있는 책을 보고 처음 알았는데
네버랜드 님도 그랬다며, 참 재미있어서 이 작가의 책들을 작은도서관에서 쭉 찾아보셨데요.
역시 도서관 돌보미~^^
맘에 드는 작가를 만나면 그 작가의 다른 책들도 한번 쭉 같이 찾아 읽어보는것도 좋을 것 같아요. 
실망하는 것도 있을 수 있지만 작가를 더 이해할 수 있는 깊은 독서가 될수도 있겠어요, 그죠?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 10점
로버트 먼치 글, 안토니 루이스 그림, 김숙 옮김/북뱅크



아침에 세녀석 데리고 한살림가서 점심거리 장봐다 집에 넣어놓고 낑낑거리며 작은도서관으로 들어오는데
한결이가 많이 울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한결맘의 힘든 얼굴을 보았어요.
맘 아프더라고요.
엄마니까 다른 아이들이 울고 있으면 그 아이도 안쓰럽고 그 엄마는 또 지금 얼마나 힘들까.. 자동으로 공감되고 이해되잖아요.ㅠㅠ

그렇게 들어왔던 한결맘이 이 책을 펼치는데
제가 아침 일 얘기를 꺼냈더니 그만 눈물이 툭...ㅠㅠ
말한 저도 미안하고 같이 눈물났답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엄마가 속으로 눈물을 삼키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요..
그래도 가끔은 이렇게 밖으로도 흘리고, 같이 다독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다보면 어느날은 우리도 안영미님이나 슈가님같은 큰언니들이, 
훌쩍 큰 아이들의 든든하고 깊고 따뜻한 엄마들로 자라나 있겠지요.

그렇게 몇번을 울고, 몇번을 화내고, 그리고 늘 '사랑한다' 말하며 아이를 안아주는
모든 평범한 엄마와 아이들의 이야기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가 
그토록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건
평범한 우리들이 엄마아빠가 되고 아이와 절절한 사랑을 진하게 나누었던 삶의 시간들이
너무 예쁘고 아름다운, 우리 인생 전체를 두고 이어지는 제일 소중한 과정이어서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자란 아들딸들이 다시 또 엄마아빠가 되어 자신이 받았던 사랑을 아이들에게 되돌려주는 
순환과 연쇄가 어쩌면 우리 삶의 정수여서, 진부하지만 반지 한가운데 콕 박혀있는 보석같은 것이어서인지도요.. 





꿈을 나르는 책 아주머니 - 10점
헤더 헨슨 글, 데이비드 스몰 그림, 김경미 옮김/비룡소




마지막으로 제가 소개한 책은 '꿈을 나르는 책 아주머니' 입니다.

이 책에 그림을 그린 데이비드 스몰은 역사적인 배경을 담은 그림을 참 잘 그리는 것 같아요. 
인물의 표정이나 특징도 생생하고요. 저는 이 분이 그린 '리디아의 정원'도 참 좋아하는데요, 나중에 같이 한번 소개할까 싶습니다.

글은 담담하지만, 담긴 내용은 묵직하지요.
작은도서관을 생각하면 저도 책을 좋아하는 꼬마여자아이였던지라 시골국민학교에 있었던 작은 도서실에 들어설때 늘 설레었던 기억이 먼저 나요.
우리 아이들에게 집 앞에 있는 작은도서관이 그렇게 행복하고 소중한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책은 엄마로서,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또 뭉클해지는게 있지요. 
다행히 연제가 딱 엄마가 책 읽기전에 젖먹고 잠이 들어주어서 무사히 제 순서를 마칠 수 있어 감사했답니다. ㅎㅎ

이렇게 다섯권의 책을 함께 보고, 얘기나누고, 어제 처음 참가하신 박예숙 님의 '책 한권한권마다 나를 돌아보고 생각하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 참 좋은 모임'이라는 소감(제가 옮기려니 쑥스럽네요, 직접 덧글로 달아주세요...^^;;)을 끝으로 본모임을 마무리 했답니다.


특히 어제는 박주현님과 함께 우리 작은도서관 돌보미로 넘 애써주고 계신 이남경 님이 
우리 모임 내내 함께 참가하고 진솔한 얘기들도 많이 나눠주셔서 넘 좋았습니다.
다음에도 꼭 함께 해주세요~~^^
어제 도서관 너무 떠들썩하게 하고 저희 뒷정리해주시느라 넘 애쓰셨죠. 고맙습니다. 
아이들 영화 준비해주고 멀티미디어실 뒷정리하느라 고생하신 네버랜드 주현님도 넘 고맙고요..!
제가 사진은 한결맘 사진 한장 밖에 못찍어 
그것만 사진게시판에 올려놓았어요. 
다른 분들도 찍으신 사진 있으면 사진게시판에 꼭 올려주세요~~!!^^
글고 후기들도 편하게 (제가 쓴 후기가 있다니 생략하지마시고) 자기책과 다른 분 책 모두에 대해 자유롭게 쓰셔서 함께 나눠주시면 정말 좋겠습니당~ㅎㅎ


오후에는 저희집에서 콩국수와 주먹밥으로 휘릭휘릭 점심먹고 커피 한잔 하면서 부모커뮤니티 사업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집안 가득 뛰어노는 아이들 한켠에서 땀흘리며 국수삶고 점심준비해주신 엄마님들 넘 고맙습니다.
덕분에 저는 편히 앉아 잘 얻어먹고, 그 뒤에는 주현씨네로 또 놀러가서 아이들 낮잠 재우며 얘기 많이 나눌 수 있어 참 좋은 하루였네요. 


아참, 8월 모임은 6일과 20일 수요일 10시 30분, 작은도서관으로 잡았는데 모두 괜찮으신가요? 
한번은 너무 아쉽고 한달에 두번씩 얼굴보고 얘기나누자 했고요~
저희가 부모커뮤니티 사업도 8월부터는 슬슬 해나가야하니 더 재미있는 일들도 많이 계획해서 
즐겁게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아이디어 함께 모아주시고, 무엇보다 우리가 행복하게 이 시간들을 즐겨보았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그림책 이야기 나눌 때 사춘기 아이를 지켜보는 어려움을 이야기하시다 그만 왈칵 눈물흘리시던 남경님 모습 보면서
엄마들은 정말 잘 우는구나.. 생각했어요. 
저도 그렇지만 엄마는 울음도 많고, 웃음도 많고, 정도 많고, 아픔도 많은 존재인 것 같습니다.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만큼 절절하게 생각한다는 뜻이어서 저는 눈물이 많은 것이 좋습니다.

'엄마를 위한 그림책'이 그렇게 함께 울 수 있고, 또 함께 많이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하니
마음 푸근해요.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아파트에, 작은 마을에 이렇게 마음 둘 곳이 하나씩 생겨나는게 참 좋습니다.
어떠세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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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고여사님,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넘 고맙습니다. 

'꿈을 나르는 책 아주머니'는 엄마들과 함께 모두 뭉클해하며 잘 읽고, 지금은 차례로 돌려가며 보고 있답니다. ^^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내 짝꿍'은 연수가 요즘 젤 좋아하는 책이고요, 

'할머니 어디 가요'는 아이들과 넘 재밌게 보고있어요. 아이들과 뭐하고 놀까, 뭘 해먹을까.. 궁리하는 제 공부책이 되고 있어요. 








Posted by 연신내새댁

 

한살림 강일동 마을모임에서 하는 그림책 소모임에서 지난 달에 함께 봤던 그림책들.

 

강일도서관과 지역아동센터 등 여러 곳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책읽어주기 봉사활동을 하고 계시는 우리 아파트 이웃 안영미 님이 소개해주셨다.

 

 


펠레의 새 옷 - 10점
엘사 베스코브 글 그림, 김상열 옮김/비룡소

 

 

우리 아이들이 집안일을 잘 돕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청소도 잘 하고, 설겆이도 당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하고, 요리도 함께 하면서 슥슥 삭삭 즐겁게 자기 살림을 꾸려나갈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바란다.

음. 언제쯤 그런 일이 가능할까?

연수가 지금 일곱살.

연수랑 함께 설겆이를 한 적이 딱 한 번 있다.

빨래를 같이 개어본 일이 두어번, 요리할 때 야채를 썰게 해본 것이 대여섯번 정도.

맡은 일을 멋지게 잘 해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아직은 장난치고 싶은 마음이 더 많은 개구쟁이 남자아이라

데리고 일하려면 내가 야단치고 걱정하고 뒷수습할 일이 너무 많다.

그래서 그냥 혼자 하는게 훨씬 편하고 좋지만... 그래도 하고싶어할 때는 시켜주고, 가르쳐주려고 애쓴다.

부모와 함께 집안일하기를 좋아하는 아이, 살림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고픈 꿈을 지키기위해

내가 조금 더 인내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기에ㅡ.ㅜ

 

<펠레의 새 옷>은 그림책의 좋은 고전중 하나로 손꼽히는 책이라 한다.

이 책을 지은 엘사 베스코브 란 분은 스웨덴의 대표적인 그림책작가라는데 나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 아파트 작은도서관에도 이 분의 그림책 몇 권이 눈에 잘 띄는 곳에 비치되어 있어 '참 예쁜 책이네' 하며 눈여겨보았었는데 이 날 안영미 님의 소개를 들어보니 좋은 그림책을 많이 그린 분이란다.

하지만 '고전'이 좀 그렇듯이 언뜻 보면 그림이 좀 심심한 것도 같고, 이야기가 길어 어린 아이들에게는 지루할만한 책도 있다.  

어른인 내게는 잔잔하고 따뜻한 감동과 울림을 주지만 말이다.

 

100년 전의 스웨덴이 이 그림책의 배경이다.

8살 정도 되었을까?

혼자서 새끼양을 돌보는 어린 소년 펠레는 자신의 작아진 옷을 대신할 새 옷을 만들기 위해 양의 길어진 털을 깍는다.

그리고 양털을 들고 한명씩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옷을 만드는 과정을 밟는다.

어른들은 기꺼이 자신이 맡은(펠레에게 부탁받은) 공정을 담당해주며 자신이 그 일을 할 동안 펠레에게 크고작은 집안일들을 거들어줄 것을 부탁한다.

양털을 손질하고, 털실을 뽑고, 실을 예쁜 색으로 물들이고, 그 실로 옷감을 짜고, 옷감을 자르고 바느질해 옷을 만드는 다양한 과정 동안

펠레 역시 밭의 잡초를 뽑고, 소에게 풀을 먹이고, 염색약을 사러 시장에 다녀오고, 어린 동생을 돌보고, 장작을 나르는 등 정말로 많은 일을 한다.

 

어린 아이에게 너무 일을 많이 시키는거 아냐?? 하고 아동노동의 강도를 걱정할만큼

오늘날의 아이들로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많은 일을 함께 하며 펠레는 자신의 새 옷 만들기에 참여한다.

아니, 사실 펠레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새 옷 한 벌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어리지만 이미 펠레는 직접 생산에 참여하는 주체, 자립적인 인간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 어린 생산자는 양에게 감사를 표한다.

"정말 고마워! 네 털로 이렇게 멋진 새 옷을 지었어."

 

 


 



안나의 빨간 외투 - 8점
애니타 로벨 그림, 해리엣 지퍼트 지음, 엄혜숙 옮김/비룡소


 

 

이 날 함께 소개해주신 <안나의 빨간 외투>도 옷 한 벌이 만들어지는데 필요한 여러가지 공정과 거기 깃든 많은 이들의 수고들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그 수고의 대가는 이제 엄마가 가지고 계신 할아버지의 금시계, 목걸이, 도자기 같은 귀하고 좋은 물건들로 치루어진다.

 

옷 한벌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이들의 수고가 필요하다는 것, 지금은 우리가 쉽게 사서 쓰는 물건들이 실은 모두 누군가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 보이지 않는 그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물건을 소중히 잘 쓰면 좋겠다는 것 등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가치들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야기 속에, 따뜻하고 고운 그림으로 전해진다.

 

전쟁후 도시는 파괴되고 물자는 부족하고 돈도 없던 시절, 한 아이의 옷을 만들기위해 여러 어른들이 마음을 모았던 따뜻한 이야기를 읽으며 잔잔한 감동도 받았지만

<펠레의 새 옷>과 함께 읽다보면 어린아이의 작지만 씩씩하고 건강한 노동이면 충분하던 옷 한 벌이 

어느새 금붙이와 고운 물건들 같은 것들로 그 대가의 내용이 바뀐 것만 같아 조금은 서글픈 기분이 든다.

이제는 그저 어린 아이의 힘만으로는 제 옷 한 벌도 얻을 수 없는 시절이 되어버린 것이다.  

 


 


용감한 아이린 - 10점
윌리엄 스타이그 지음, 김서정 옮김/웅진주니어




 

<용감한 아이린>은 우리 아파트 작은 도서관에서 제목과 표지가 눈에 띄어 얼른 읽어본 책이다.

이 책을 쓴 윌리엄 스타이그 라는 작가분은 60살이 넘은 후부터 그림책을 쓰기 시작해서인지 글에서 삶의 연륜 같은 것이 느껴져서 좋다.

재미있으면서도 통찰력있는 문장, 이야기, 좋은 그림이 어우러져서 어른 독자가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위의 두 책을 보다보니 이 책 생각이 났다.

나는 아이린이 엄마의 수고를 아는 아이여서 좋았다.

어린 아이가 그러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크면 엄마의 수고를 이해하는, 그래서 고마워하고 제 힘껏 엄마를 도우려고하는 속깊은 아이들도 있는 법이다. 

내가 그랬다. ㅎㅎㅎ

 

아주 어린 시절에, 아이린처럼 8살, 9살쯤 됐던 어린 아이였을 때

나는 당시 한옥집이었던 우리집 시멘트 부엌에 큰 나무둥치를 잘라 만든 발받침을 놓고 그 위에 올라서서 설겆이를 돕곤 했다.

 

아마도 대식구의 막내였던 나는 어른들로부터 '아이구 참 대견하기도 해라'하는 칭찬을 받는 것이 너무 좋았던 것 같다.

뭔가 집안에 필요한 존재로 인정받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나도 그런 어려운 일을 잘 해낼 수 있다는걸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농사일과 방앗간 일 등 살림의 규모가 컸던 우리집에는 우리 가족 어른들뿐만 아니라 집안일을 거드는 다른 어른들도 많이 계셨으니

아마도 일손이 부족해서 어린 나까지 도와야했다기 보다는

내가 굳이 해보고싶다고 고집을 부려서 엄마가 그래, 어디 그럼 해봐라 하고 기회를 주시고, 야단도 치고 칭찬도 해주며 어린 꼬마지만 내게 일을 가르쳐주신 것 같다.

집안일을 돕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리라. 모두가 바쁘고 또 힘들게, 수고롭게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도 내 작은 힘이지만 보태고 거들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일하는 사람을 존경하고, 가족의 먹을 것을 자기 손으로 마련하고, 집을 깨끗이 정돈하고, 작게나마 자신이 먹을 농작물을 스스로 키우는 것을 중요한 일로 생각하고 꼭 하고 싶어하는 것에는

어린 시절에 경험한 이런 일들이 은연중에 마음 깊이 간직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집안일, 살림, 농사.. 이런 일들은 중요하고, 가치있고, 소중한 삶의 기본들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이 삶의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고 자란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모들과 할아버지 할머니의 일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자연스럽게 일을 배우고 조그만 손이지만 따라 해보고 거들 수 있는 일부터 거들면서 차근차근 일을 배웠다.

요즘 아이들에게서는 생활과 배움이 너무 분리되는 것 같다는 걱정이 든다.

과일깍는 법, 걸레빠는 법, 화장실 청소하는 법, 설겆이하는 법, 농작물과 화분에 물주기..

여러가지 공부에 바쁜 아이들이 이런 것을 배울 시간이 어디 있냐 싶겠지만

이런 작은 집안일들 안에도 소중한 인생의 가치들이 깃들어 있다.

조용히 심호흡을 고르고 집중하는 법, 정교하고 맵씨있는 손기술을 익히기 위한 인내와 노력, 깨끗하게 내 주변과 공간을 정리하는 기쁨, 생명을 키우고 돌보며 느끼는 엄중하고도 깊은 감동.

이 것은 똑똑한 사람보다는 현명한 사람, 잘나가는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는데 꼭 필요한 자세이자 감정들이 아닐까.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다.

실은 어른인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그런 삶을 살아가는 것이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다.

다행히도 나는 살림을 잘 하지는 못하지만 

살림하고 아이들 키우는 내 일을 좋아한다.

청소, 요리, 빨래 같은 기본적인 집안일을 즐겁게 임하는 엄마와 함께 살면서 

우리 아이들도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는 그 일을 즐겁게, 행복하게 해나가며 자기 삶을 소중히 살아내준다면 참 좋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