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에는 따로 블로그글을 잘 안 쓰게 된다.
세월호 이후.. 내가 있는 곳에서 무언가 이웃들과 함께 할 수있는 작지만 뜻있는 일들을 해나가자고,
좋은 어른이, 책임감있는 어른이 되자고 마음먹은 뒤부터
몇가지 모임을 꾸리고, 아파트에 새로 생긴 작은도서관 일들을 함께 하는데 시간을 쓰고 있어서다.
그래도 이렇게 쓰다보니 아쉬운 마음도 든다.
내 블로그를 자주 보실 고향의 부모님들께 우리 아이들 자라는 모습도 글로, 사진으로 좀 더 보여드리면 좋을텐데...
말도 못할 개구쟁이들에, 아옹다옹 싸우다가 또 금새 죽이 잘 맞아 숨넘어가게 깔깔거리며 노는 연수 연호,
뛰듯이 걸어서 형들을 쫓아다니며 형들 행동은 다 한번씩 흉내내보는 귀염둥이 두살 연제 사진도 더 올리고 싶은데
아직은 엄마가 그 여유가 없다.
이제 시작한 일들이 조금 자리를 잡고, 차분히 여유롭게 흘러가게 되면 그때는 꼬마들 자라는 이야기도 다시 쓸 수 있겠지..
아니.. 세월호 특별법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유가족 분들이 길거리에서 눈물흘리고 공권력에 상처받지 않으시게 되면
그 분들께도 일상이 주어지고, 그 분들이 마음껏 슬퍼하고 그 깊은 상처에 대해 비로소 치유의 시간을 가지실 수 있게 되면..
그때는 우리도, 나도 조금 더 푸근하게 일상을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아니, 우리 사회가, 내가 안고있는 공존하는 삶, 평화로운 삶을 위한 여러가지 숙제들을
이웃들과 친구들과 함께 얘기하고 풀어가보려는 나의 작은 노력들속에서
우리 아이들도 함께 건강하게 자라나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럴 수 있기를 빌면서... 오늘도 그림책 모임 후기로 우선 소식 대신해요..
사랑하는 모두들 건강하세요..
^^
----------------------------------------------------------
모처럼 세 녀석 모두 9시 전에 잠들어준 고마운 날이어서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글도 읽고 이렇게 모임 후기도 일찌감치 써보는 조용한 밤입니다. (혼자 야식도 먹고요..ㅎㅎ)
모두 평온한 밤 보내고 계신가요..^^
'엄마를 위한 그림책 모임'의 세번째 만남.
참, 참 좋더라구요.
그냥 좋다는 말로는 조금 부족함을 느낄만큼..
아직 시작하는 때라 살짝 어색한 것도 있고, 어린 아기들이 함께 있다보니 어려운 것도 있었지만
진행자의 미숙함에도 불구하고(ㅠㅠ)
엄마들의 따뜻한 이야기와 마음, 깊은 공감들이 느껴져서 참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오늘 마지막에 졸린 막내가 우는통에 제가 마무리를 제대로 못해서
이렇게 혼자 뒤늦게 정리(?)멘트를 하고 있습니다. ^^;;;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덧글로 많이 올려주세요~~.
앞으로는 후기도 같이 돌아가면서 쓰고 하면 참 좋겠는데, 그 얘길 오늘 못 나눴네요~ 담에는 꼬옥~!! ^^
오늘 첫 순서는 제목을 보는 순간 모두를 뜨끔하게 했던(혹시, 저만~?!!) 경미님의 '고함쟁이 엄마' 였습니다. ^^
엄마의 고함소리에 그만 정말로 산산조각 나버리는 아기 펭귄.
제 몸을 다시 찾으려는 아기 펭귄의 발이 타박타박 걸어가는데 왜그렇게 눈물이 나던지요.
그림책을 함께 보면서 우리가 나눴던 이야기들을 모두 글로 적어둘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마음에 담아둘 수는 있을 거예요.
천천히 다시 떠올려보고 곱씹어볼 수도 있을 거고요.
그러면서 조금은 달라진, 성장한 우리가 될 수 있을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엄마가 왜 화를 내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어린 머리와 가슴으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슬프고 무서울 따름인 아이들이란 것을
한번더 생각하고,
숨을 골라야겠어요.
혼자일 때보다는 함께 얘기나누고 같이 마음 다독이고 다잡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을 때
훨씬 마음의 힘이 생기는 것을 느낍니다. 유연해지고요.
분노를 조절할 수 있는 탄력같은 것이 마음에 생겨나는 것 같달까요.
엄마를 위한 그림책이 우리에게 그런 든든한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게는 벌써 그래요. ^^
오늘은 네버랜드 님의 폭풍 눈물의 날이었지요.ㅠㅠㅠㅠ
모두 같이 울었고요.
네버랜드님이 소개해주신 '은행나무처럼'은 사실 다시 읽기가 좀 무서운 책입니다.
또 울까봐...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기가 두려운 것처럼.
그래도 또 읽어봐야지요.
어떻게 살아갈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할지 조금더 생각해볼 수 있게요.
연하게 그려진 은행나무 그림이 다독다독 위로해줄 것 같아요.
'그림책이 무슨 애들 책이야, 어른을 위한 책이지' 하던 슈가님 말씀이 마음에 남아요.
분위기 전환을 위해! 영미님이 급 변경하여 소개해주신 '내 곰 인형 어디 있어?'로 모두 눈물고인 눈으로 헤헤 웃었네요.
^^
귀여워라, 큰 곰.
할수만 있다면 저도 저런 큰 곰같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느끼고, 놀라고, 걱정하고 안도하는 엄마.
늘 넘 시큰둥한 반응으로 일관하는 것을 반성..ㅠㅠ
집에 와서 찾아보니 같은 작가의 다른 곰 책이 또 있더라구요. ㅎㅎ
이 작가는 곰을 좋아하나봐요~ 역시 숲속에 사는 큰 곰과 어린 소년의 만남인데 이번에는 둘이 친구가 되요.
시종 배경으로 그려지는 키큰 나무들이 쭉쭉 서있는 깊고 푸른 숲속 그림이 참 좋아서
소개하기로 맘먹으셨다는 영미님처럼
저도 자연을 배경으로 한 그림책들은 보기만해도 참 좋더라고요.
종이, 활자를 벗어나 직접 자연을 만날 수 있으면 제일 좋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도서관의 책 속에서라도 자연의 품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잘 생긴 두 아들의 엄마 예숙님이 소개해주신 '구름으로 만든 옷'. ^^
탈무드나 전래동화, 우화같은 이야기들은 조금 직접적으로 우리가 꼭 생각해봐야할 교훈이나 메세지를 전하곤 하잖아요.
창작동화나 최근의 그림책들은 특히 환경 문제에 관해 상상력있는 이야기와 그림의 힘을 빌어 그런 작업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탐욕, 환경 파괴, 그리고 그 결과가 결국은 인간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엄중한 사실이
예쁜 그림과 간결한 이야기 속에 녹아있어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엄마들도 지금 우리가 가진 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 꼭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려는 노력.. 같은
어렵지만 중요한 삶의 변화가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다 읽고 나서야, 다른 분들이 얘기해주시고 나서야 아이 곁에 늘 함께 있는 반짝이는 빛이 '엄마'라는 것을 알았네요. ^^;;
사실 제가 넋을 잃고 봤던 것은 아이가 찾아가서 그 속에 풍덩 안겨있는 놀라운 자연의 공간들이었습니다.
'은유'가 아니라 그냥 사실로, 저는 그런 공간에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싶었거든요.
쉽지 않지만 정말로 그렇게 아름다운 큰 자연 속에,
조금은, 아니 많이 위험해보이는 긴 밧줄 하나에 매달려 그렇게 자유롭게 흔들려보게 해주고 싶답니다.
(우리 삼형제는 모두 무서워서 '엄마, 싫어~~!!!' 할지도 모르지만요..ㅎㅎ)
하지만 그래요, 사실 우리가 아이들과 보내는 일상의 무수한 시간들은
그렇게 멋진 곳이 아니라 평범한 우리 동네 놀이터, 작은 냇가 옆 산책로, 아이들과 오고가는 작은도서관과 어린이집이지요.
그리고 내 집 안이고요.
그 어느 곳에서든 마음으로 늘 너와 함께 한다는 것, 그리고 짧든 길든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온 마음으로 기쁘게 받아들이는 것이 정말 중요하겠지요.
때론 울고, 때론 천사같이 웃으며 매순간 빛나는 성장의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 아이를
때론 걱정하고, 때론 같이 행복해하며 '그래 네가 잘 자랄 것을 엄마는 믿는다' 하며 바라보고 지켜주는
한결맘, 그리고 모든 엄마들의 깊은 속마음같은 책이었어요.
| 거인의 정원 - 오스카 와일드 글, 리트바 부틸라 그림, 민유리 옮김/베틀북 |
저는 기억나는 딱 한 마디가 있는 그림책을 좋더라고요.
음. 아니, 좋은 그림책은 전체적으로 다 좋지만 특히 그중에 기억에 남는 한 마디가 있을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그 한 마디를 오래오래 곱씹어보곤 해요.
이 책은 '아아.. 당신은 누구십니까' 이 한마디가 좋아서 좀 고집스레 긴 글을 읽었네요.
생각해보니 제 순서는 다음으로 좀 패쓰할 것을...
연제는 울고(ㅠㅠ) 슈가님의 '아모스와 보리스'에 얼른, 시간을 좀 충분히 드릴 것을.. 후회했답니다.
그러나 이것은 17개월 아기동반자만 쓸 수있는 찬스!
아, 나도 담엔 패쓰 찬스를 좀 써볼까~~ 생각하심 안되고요, 모두 자기 그림책 미루지말고 읽어주세요~!^^
마지막은 슈가님이 고르신 '아모스와 보리스' 였습니다.
'한편의 영화를 본 것 같다'던 한결맘님의 소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저도 그전에 우연히 우리 작은도서관에 잘 보이게 진열된 이 책을 처음 읽으면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다고요.
생쥐 아모스가 고래 보리스를 구할 수 있을까? 어떻게??
결말에 안도하며 아름다운 이야기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뒤에 이어지는 '이 책을 어린이와 함께 읽는 분에게' 란 제목의 서평을 읽고 또 충격을 받았어요.
'남다른 우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출판사 편집자분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쓰셨더라고요.
서평을 꼭 모두 받아들여야하는 것도 아니고, 100명이 읽으면 100개의 다른 소감이 존재할 수 있고 또 그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또 나와 다른 관점, 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다른 사람의 시각과 통찰을 통해
배우고 내 생각을 키우게 되는것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시공사의 네버랜드 시리즈에는 모두 그런 서평이 뒤에 붙어있어서 그림책읽는 어른에게 좋은 것 같습니다.
우리 모임의 첫 멤버인 일곱 분이 소개해주신 일곱권의 책.
무지개 같아요. ^^
다음번에는 어떤 일곱색깔 무지개가 뜨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토닥토닥..
울고싶을 땐 마음껏 같이 울어요.
그리고 또 같이 눈물닦고 웃고, 씩씩하게 아이들 키우며 내 삶의 자리를 지켜가요.
우리는 엄마들.. 그리고 친구들이니까요.
모두 잘 쉬세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