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동물원에 갔다.
연호 태어난 후로는 처음 가는 것이라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부모도 살짝 들떴다.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대공원. 
처음 만난 동물은 북극곰이었다.











북극곰은 자고 있었다.
초가을 한낮은 아직 무덥다. 
물은 시원해보였지만 회색 페인트가 칠해져있는 시멘트 우리는 적적하고 답답해 보였다.


한참 들여다보던 연호가 말했다. 

"북극곰 감옥이네--"


감옥이란 말의 뜻을 네살배기가 제대로 알까?
정확히는 모르지만 형과 레고놀이 같은걸 하며 '감옥 어쩌구' 하며 놀던 것 같기도 하다.
뭔가 꼼짝못하게 가둬놓는 곳이란 느낌은 알고 있나보다.

나가 놀 수 있는 마당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산책하고 친구도 만나고 사냥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아 기르고... 
'집'은 그럴때 쓸 수 있는 말이라고 한다면..
엄마는 네 말이 맞다고 할 수 밖에 없겠구나.


"엄마, 북극곰이 감옥에 갇혔어"

연호말에 나는 '그래... 가엾다..' 대답했다. 









연호는 꿀우유를 좋아한다.
뜨거운 꿀차에 찬 우유를 섞어서 미지근하게 만들어주면 한컵을 단숨에 다 마신다.

며칠전 꿀우유를 마시다말고 연호가 물었다.


"엄마, 꿀은 벌이 농사지어서 우리 먹으라고 준거야?"


친가와 외가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농사지어서 보내주시는 쌀, 감자, 고구마 같은 것을 먹을 때, 
한살림 농부 아줌마아저씨들이 키워준 채소, 과일을 사먹으면서 한 얘기들을 기억하고는 
꿀은 벌이 우리를 위해 '농사지어서' 준 거냐고 묻는다.

 
"음.. 글쎄..^^;; 벌이 꽃에서 꿀을 얻어와서 자기 집안에 모아놓는데. 사람들은 그걸 얻어서 먹는 거란다."


"엄마. 나는 다시 태어나면 그때는 '벌띠'로 태어나고 싶다. 난 벌이 좋아.. 꿀을 주니까."


시원하게 한컵 들이키더니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


"아니야, 나는 물이 제일 좋아. 그러니까 이 담에는 '물띠'로 태어날거야, '물띠'~!!" 











연호가 맨처음 좋아했던 동물은 거북이였다. ^^
꼭 연호 같다. 조심스럽고, 꼼꼼해보이는 것이.
자기 띠인 '토끼'도 좋아하는데, 맛있는 꿀을 주는 것이 고마워서 '벌띠'도 되고싶고, '물띠'도 되고싶은 이 엉뚱한 네 살이라니.


오늘은 공룡 책을 함께 보다가 '주로 물가에 살았다'라는 문장을 듣고는 "물가가 뭐야?" 하고 물었다.

'물가는.. 강물이나 호수처럼 물이 많이 있는 곳, 그런 곳 가까운 땅이야.. 이 공룡은 그런 곳을 좋아했나봐..' 했더니

"아~ 우리 동네 냇가 같은데~?" 하고 아는 곳이 나와 반갑다는 투로 말했다.
 
그러고는 은밀하게 이어놓는 이야기.


"엄마, 사실은... 내가 엄마 배속에 있을때, 그 때 공룡들이랑 같이 놀았다~?!
내가 밥도 주고, 같이 놀기도 하고 그랬어..."



엄마는 끔뻑 넘어가서 '정말~~?' 하고 묻고 연호는 철썩같이 '응!'하고 대답하던
조용한 한낮을 오래 기억해두고 싶다.









엄마사슴, 아기사슴.

파리들이 사슴들을 너무너무 귀찮게 하고 있었다. 

파리를 뗴어내느라고 사슴들이 사시나무처럼 털을 온통 곧추세우고 파르르 파르르 떨고있었다. 잠시 날아올랐다 그래도 달라붙는 파리들, 파리들.


동물원은 고통스러웠다.

동물들은 너무 아름다웠는데, 갇힌 그들의 무력하고 멍한 모습은 차마 보고있기 힘들었다.

동물원에서 멀리 벗어나 오래된 나무들이 서있는 대공원의 다른 한구석에서 그나마 마음이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동물들에게 죄를 짓는 동물원은 그만 하는게 좋지않을까.. 싶었다. 

동물을 보고 싶고, 만나고 싶다면 멀찍이 떨어져서, 그들이 살 수 있는 큰 숲이나 초원을 주고 멀리서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초식동물들은 최소한 큰 목장에서 조금은 더 자유롭게 방목하며 키우고, 아이들이 찾아가면 먹이를 줄 수 있는 정도로만..

좁은 우리속에 가둬놓고 사육하며 구경하는 방식은 지양했으면 좋겠다. 

코끼리도, 북극곰도 본래 제 고향으로 돌려보내주자고 하면 온난화로 빙하가 붕괴돼 멸종위기에 처한 북극곰에게는 더 가혹한 일이 될까.

그래도 더이상 감옥에 갇힌 북극곰을 만나고 싶지는 않다.

슬픈 북극곰. 

그 슬픔에 내 슬픔을 기대고 싶을만큼 정말 아름다웠고, 그래서 또 보고싶지만.. 이렇게 보고싶지는 않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4. 9. 4. 21:49





조용하고 작은 절이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월문리에 있는 '묘적사'.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하셨다는 천년고찰이다.


마음이 꽉 막혀 문득 숨쉬기가 갑갑하다 느껴질 때면 

천천히 가서 조용한 절집의 댓돌 한 끝에 오래도록 앉아있다 오면 좋겠다.








낮은 지붕, 낮은 계단. 

묘적사는 소박하고 정갈했다.

애써 소박하려 노력한 마음이, 손길이 느껴질 만큼.










내가 사는 곳에서 차로 30분 정도 거리, 
아름다운 절이라는 이야기를 연수 친구 엄마에게 듣고 언제든 한번 가봐야지.. 생각하며 살았다.
어느 계절에 가도 참 좋다고 했었는데
여름 끝물, 초록이 조금은 지친듯한 지금 가보면 어떨까.. 싶었다.










작은 절집 묘적사는 몇해전에 가수 이효리 씨가 '템플 스테이'를 하고 간 것으로 유명(?)한 것 같다.
이효리 씨는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여러 기부활동을 진행하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정리해고 노동자들이나 파업노동자의 가족들이 손해배상과 가압류 등으로 고통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에도 동참하는 연예인이라 나도 참 좋아한다.
환경과 생명, 농업문제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과 대안을 담은 글들을 실어온 계간지 '녹색평론'의 정기구독자라고도 해서 나는 '나, 이효리랑 같은 잡지 구독하는 사람이야~'하고 친구들에게 자랑한 적도 있다. 
여기서 만나니 또 반가웠네. ^^   










묘적사 해우소 맞은편에는 차고와 함께 큰 개집이 두칸이나 있고, 
사자도 닮고 곰도 닮은 무지 큰 개들이 네 마리나 살고 있다.
누워서 졸다가 우리 애들이 다가가자 겨우 눈을 뜨고 '꼬마들이군.'하고 시큰둥하게 눈을 다시 감는 녀석, 
잠시 일어섰다가 다가오지는 않고 '구르릉, 구르르릉'하고 소리내던 녀석..
곰돌이, 사자, 복실이, 구릉이 라고 이름을 붙이고 한참 그 앞에서 놀았다. 
아이들은 절에서 여기가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수로도 좋아했다.
묘적사 옆 계곡도 작지만 깨끗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좀 있었다.
절 안에도 대웅전 옆부터 작은 수로가 절 한켠으로 졸졸 흘러가 절 대문 앞까지 깨끗하게 씻어주고 있었다.










스님들 하얀 고무신이 깨끗해보였다. 
옛날 내 증조할머니도, 할아버지할머니도 하얀 고무신을 신으셨던 것이 생각났다.
뜨락에, 댓돌위에 놓여있던 흰 고무신.
복잡한 우리 일상에도 정갈한 정돈이, 색채의 유혹을 쫓지않는 담백한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












묘적사 연못.
빨간 고추잠자리 여러 마리가 연못 안 물풀 줄기끝에 앉아있었다.

신기한 곤충들을 많이 보았고, 아기 다람쥐 여러 마리가 키큰 나무위 구멍속에 있는 집에서 나와 숲속을 재빠르게 돌아다니는 모습도 아이들과 오래 구경했다. 

아이들은 부처님이 누군지 잘 모르고, 절이 무엇하는 곳인지도 잘 모르지만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 넓은 흙마당을 오고가고, 수로를 따라 걸어보며 낯선 풍경을 만나는 것을 즐거워했다.









나는 오래도록 고개를 숙이고 빌었다.

성당에 가면 성모상 앞에서, 절에 가면 부처님 석상 앞에서 나는 한참씩 눈을 감고 서서 미음속으로 하고싶은 말들을 한다.

내 마음 안의 소요들, 나를 불편하게 하고 불행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감정들을 내가 버릴 수 있기를 빌고, 

아이들을 키우는 일을 좀 더 의연히, 잘 해나갈 수 있는 힘이 생겨나기를 빌고, 

지금 이 순간, 아프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한다.


묘적사 석굴암 안에는 '세월호 희생자 극락왕생'을 비는 꽃등이 부처님 제일 가까운 곳에 걸려있었다.


추석을 맞는 마음이 편치 않다.

봄에 세월호 참사가 있고나서 여름이 지나고 이제 가을이다.

계절이 두번이 바뀌도록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조차 제정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참담하다.

국회의 국정조사도 아무것도 밝히지 못하고, 책임져야할 사람들은 처벌받지 않고, 그저 시간만 자꾸 흘러서 유야무야 사건이 덮여지고 잊혀지기만 바라는 것일까.

'제 아이가 왜 죽었습니까' 하는 절박한 물음을 붙들고 겨우겨우 버티며 진상규명을 위해 단식과 농성을 마다않고 애쓰는 유가족들을 '더 많은 보상을 바라고 떼쓰는' 사람들로 왜곡하는 파렴치한 여론몰이에 넘어가고, 

당장 내 일이 아니라고 언제 또 그런 일이 생길지 모르는 위험하고 부도덕한 사회나 세상을 '어쩔 수 없지 뭐, 원래 그런걸'하고 체념하고 무심해져 버릴까봐 

내 가까운 사람들조차 그럴까봐 걱정이다.


기억하는 일, 

이 무서운 사고의 처음부터 끝까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꼼꼼히 따지고 살펴서 하나씩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는 일.

그 것이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수사권, 기소권을 가진 특별법 만이 제대로 진상을 밝힐 수 있고, 잘못한 사람들의 책임을 묻고 처벌을 요구할 수 있다.

얼렁뚱땅 또 대충, 정치인들의 입발린 말들에 넘어가서는 미래를 장담하기 힘든 시절을 우리가 살고있다. 

140여일 전, 4.16 세월호 사고 직후, 무엇이라도 다 할 것 처럼 얘기했던 정치인들이 아닌가.

특별법도, 철저한 진상규명도, 대통령의 유가족 면담도 언제든, 얼마든지 다 할 것처럼 얘기했던 정치인들이 이제는 무엇때문에 안되고, 무엇은 어렵고 하며 차 떼고, 포 떼고 그저 또 유야무야 제 몸 다치는 일 없게 넘어가자고 한다.


세월호는 우리 사회의 마지막 안전장치일지도 모른다.

잊어버리고, 무심해지면 안된다.

유가족은 스스로 돈(보상)의 유혹, 권력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고 정말로 존경스럽게 맨앞에서 이 아프고 두려운 시절을 버티고 있다.  

보상으로 유혹하는 것은 정치권이고, 그 유혹을 유가족이 받아들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그 자신이 거대권력이고 기득권세력인 언론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유가족들과 함께 광장과 거리를 지키고, 진실을 알리는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멀리있어도 마음으로 유가족들을 응원하며 함께 하고 있다.

그 마음이 그저 집에서 아이들 키우며 지내는 내게도 느껴진다.

그 보이지 않는 사람들, 진실과 정의와 연민과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의 존재가 우리 사회의 큰 버팀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절 다녀온 이야기를 하다가 세월호 이야기가 길었네..

부처님도 아마 지금 같은 마음이실거다.


눈 올 때쯤, 그때는 조금더 가벼운 마음으로 묘적사에 다시 가 볼 수 있기를 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하늘이 정말로 멋진 날이 있었다.
연수 연호는 자전거 타고, 연제는 유모차 태우고 냇가옆길을 걸었다.

'구름 정말 멋지다!' 하는 내 말에 연호가 해 준 대답.

"응, 엄마. 구름이 꼭 파도 같아..!' 










어느 날은 산책에서 돌아올 무렵, 아직 푸른 저녁 하늘에 하얀 반달이 떠있었다.

함께 반달을 보며 걷다가 연호가 문득 말했다. 


"엄마, 달님은 밤에도 무섭지 않겠다."

'왜?'

"달님은 밤에도 빛이 나잖아."

'그렇구나.. 정말 달님은 무섭지 않겠네.. 밝은 빛을 낼 수 있으니까.'



나는 웃었다.
연호 마주이야기를 써야할 때가 됐구나.. 생각하면서.








오르막길도 야무지게 제 손으로 네 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간다.

연호는 조용하고 차분하다.

어린데도 행동이나 말투가 침착하다.

나는 아마도 성격이나 기질이 참으로 다른 아들들을 키우게 되려나보다.


연호를 더 많이 안아줘야하는데...

이 아이는 커서, 일곱살이 되어도 '엄마, 사랑해~ 엄마, 아기처럼 안아줘~'하고 매달리고 응석부리는 제 형과는 다르게 그저 쑥 엄마에게서 멀어질지도 모른다. 

지금도 네살치고 정말 의젓한 연호.

고맙고 미안하다.


사랑한다, 연호야. 

내 고운 둘째 아기.

엄마가 정말 많이 사랑한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지난주 수요일에 있었던 '엄마를 위한 그림책' 모임 후기를 올립니다.

이제는 어느 수요일 아침, 조용한 작은도서관에 들어서는 일이 조금 익숙도 하고
그만큼 더 기쁘고 좋기도 합니다. 
함께 둘러앉으며 웃음부터 나고, 오늘은 어떤 그림책을 만나게 될까,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게될까.. 두근거리기도 해요. 

이번 모임에서도 참 좋은 그림책들을 만났습니다.
후기 쓰려고 알라딘에서 한권씩 책을 다시 찾다보니 새삼 감사하더라고요. 
이 모임을 안 했으면 어디 가서 이 책들을 소개받을 수 있었을까.. 얼마나 오래 못 만났을까.. 싶어서요.
모두 정말 고맙습니다. ^------^




언젠가 너도 - 10점
앨리슨 맥기 지음, 김경연 옮김, 피터 레이놀즈 그림/문학동네어린이



오늘도 첫순서를 씩씩하게 자원(자기, 멋져~!!)해주신 경미님이 들고오신 책은 <언젠가 너도> 였습니다.

저는 피터 레이놀즈 라는 분의 그림을 처음 접했는데 
간결하고 부드러운 스케치 같은 그림풍이 따뜻한 매력이 있었어요. 좋아하는 분이 많은 작가라고 하네요.
알라딘에서 찾아보니 '피터 레이놀즈 시리즈'가 6권이 나오는데 
와... 물결처럼 흐르는 선 그림들이 자유롭고 아름다워요. 
다음에 우리 작은도서관에서 도서 구입을 할 기회가 있으면 한번 구비해봤으면.. 싶을만큼요. ^^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며 맞게 되는 성장의 빛나는 순간들을 한 컷 한 컷 잘 담아준 이야기도 참 뭉클했습니다. 
어린 아이와 소녀의 시절을 지나 
언젠가는 집을 떠나 세상 속으로 나가고
또 어느 날에는 저만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저도 부모가 되고
노년을 맞는 긴 시간을 
지금 어린 아이를 바라보며 상상해보는 엄마의 시점이 참 따스했지요. 

내 아이들을 바라보는 내 시각같기도 하고, 내 부모님의 지금의 나를 바라보는 눈길같기도 해
더 뭉클했던 책이었습니다. 
긴 호흡으로, 멀리 볼 수 있다면 오늘의 바쁘고 헉헉대는 순간들도 조금은 더 의미있게 느끼며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두모두 응원합니다.
어린 아기들을 키우는 젊은 엄마인 우리들도, 사춘기를 맞은 빨갛고 동동뜬(ㅎㅎ) 입술의 귀여운 우리 언니야들도,
그 딸들을 바라보시는 우리 엄마님들, 지금의 우리 같은 시절을 모두 살아내셨을 노년의 우리 어머니들도요..  
 




서로를 보다 - 10점
윤여림 글, 이유정 그림/낮은산





두번째 순서로 안영미 님이 소개해주신 책은 <동물들이 나누는 이야기 - 서로를 보다> 입니다.

와. 
저는 이렇게 직접적으로 인간을 비판하는 그림책은 처음 보았어요.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이 엄마를 고립, 희생시키는 아빠와 아들들을 돼지로 비꼬고 풍자한 것을 보면서
통쾌하면서도 마음 아팠었는데
이 책은 정말 직접적으로 인간이 자신들의 이익과 즐거움만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동물들의 자연스러운 삶을 왜곡해놓는 것을
밝히고 있었어요. 
간결한 한 문장으로요. 

동물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그 한줄 한줄이 넘 재밌어 웃음나면서도 
웃는게 미안해지던 책. 나중에는 정말 미안해서 고개를 숙이게 되던 책. 
그림책이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으로, 조근조근 들려주는 메시지를 외면하지 말고 곱씹어봐야겠다.. 싶었습니다. 
동물과 인간이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꿔봅니다.





헨리는 피치버그까지 걸어서 가요 - 10점
D.B.존슨 글 그림, 김서정 옮김/달리




도서관 돌보미 이남경 님이 소중하게 가슴에 꼭 품고와서 소개해주셨던 책은 <헨리는 피치버그까지 걸어서 가요> 입니다.

여행은 구경이자 휴식이자 배움.. 아주 다양한 것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인 것 같아요. 
일상과는 또 다른, 일상만큼이나 소중한 시간이지요. 
어떻게 여행할까.. 는 그래서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무척 중요한 질문이자 준비 과정이고요. 
사는 데에도 '어떻게 살까' 가 중요한 질문이듯이요. 

닥치는 데로, 남들 하는데로, 정신없이 '살아내기' 만에도 바쁘고 힘들어 일상은 사실 이렇게 성찰하며 살기가 쉽지 않지만 
여행은 그런 면에서 좀 다를 수도 있겠어요. 
짧은 여행 만큼은 '어떻게'를 미리 고민해서 내가 선택할 수 있으니
그렇게 여행을 자꾸 하다보면 나중엔 내 삶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제가 새벽이라 좀 횡설수설하는 것 같습니다..ㅎㅎㅎ

무튼, 저는 헨리의 용기와 지혜에 깊이 탄복했고 감동받았어요. 
기꺼이 육체의 수고로움을 택하고, 여행의 과정에서 내 몸으로 느끼고 맛볼 수 있는 소중한 세상의 선물들을 찾아낸
도보여행자 헨리에게 박수를~!!! ^^

아이들의 어린 시절,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어떻게 온전히 함께 보내는데 집중할지 
이 책을 보며 늘 생각하고, 돌아보셨다는 남경님.
이 날도 곧 방학이 끝나는 둘째와 어렵게 잡아놓은 데이트 날이라며 총총히 자리는 뜨시는 언니가
참 아름답게 느껴졌답니다. 감사해요..






갈래머리 공주 - 10점
줄리엣 클레어 벨 글, 로라 케이트 챔프먼 그림, 초록색연필 옮김/키즈엠




종이 인형놀이, 가위질의 추억이 마구 돋아난다며 엄마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마지막 책 <갈래머리 공주>는
단발머리가 예쁜 박예숙 님이 소개해 주셨지요~~^^

아이들이 원하는 삶이 아닌 '어른이 바라는 삶'을 살도록 강요하고, 가르치고 있지 않은지... 
우리를 돌아보게 해주던 그림책이었어요.

생각해보면 저도 어린 시절에 엄마아빠의 '세상은 이런 곳이야, 그러니 이렇게이렇게 살아야해' 하는 말씀이 싫을 때가 많았어요. 
예의 바르게 행동해라, 다른 사람을 배려해라, 이웃과 나눠라.. 이런 좋은 말씀은 참 좋았지만
경쟁에서 꼭 이겨야한다, 앞에 나서지 마라... 이런 말씀들은 들으면 속도 상하고 불편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공주'는 아니었던지라 '공주는 이러이러해야해요~~'하는 얘기는 안들었고 성에 갖히지도 않았으니 참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ㅎㅎ (아, 여자니까 이러이러해야지 하는 얘기는 들었었네요. 그건 또 얼마나 화나던지요!)
 
자유롭되, 다른 사람들을 존중할 수 있는
함께 어울려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아이들, 어른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색색깔의 연들이 하늘을 날며 아름다운 세상을 마음껏 보고 느끼듯 
우리와 우리 아이들도 그런 삶의 날개를 찾고 마음껏 날아보게 되길 빕니다.



다양한 색깔, 다양한 이야기의 그림책들을 만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이번부터는 네 분씩 돌아가며 책을 소개해주기로 하셔서 얘기를 더 풍성히 나눌 수있었어요. 
다음 모임도 벌써 기대되네요~~~^^

아.. 타이밍 딱 맞게 막내가 뒤척이며 깨네요. 
얼른 젖주고 저도 한잠 더 자고 일어나야겠습니다. ㅎㅎ
두 번자는 이상한 밤~~~~
그래도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어 참 신나고 좋은 요즘입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 참, 이번 모임에는 한결맘님께서 아쉽게 못 오셨지요. 다시 마당에서 반갑게 뵙고 재미난 여행이야기 들을 수 있길요~^^
오라현님과 함께 마을사업 이야기하러 오셨던 또 한분의 엄마님도 함께 해주셔서 넘 좋았습니다. 
다음 모임에도 놀러오세요~~^^


Posted by 연신내새댁

요즈음에는 따로 블로그글을 잘 안 쓰게 된다. 

세월호 이후.. 내가 있는 곳에서 무언가 이웃들과 함께 할 수있는 작지만 뜻있는 일들을 해나가자고,

좋은 어른이, 책임감있는 어른이 되자고 마음먹은 뒤부터 

몇가지 모임을 꾸리고, 아파트에 새로 생긴 작은도서관 일들을 함께 하는데 시간을 쓰고 있어서다.

그래도 이렇게 쓰다보니 아쉬운 마음도 든다. 

내 블로그를 자주 보실 고향의 부모님들께 우리 아이들 자라는 모습도 글로, 사진으로 좀 더 보여드리면 좋을텐데... 

말도 못할 개구쟁이들에, 아옹다옹 싸우다가 또 금새 죽이 잘 맞아 숨넘어가게 깔깔거리며 노는 연수 연호, 

뛰듯이 걸어서 형들을 쫓아다니며 형들 행동은 다 한번씩 흉내내보는 귀염둥이 두살 연제 사진도 더 올리고 싶은데

아직은 엄마가 그 여유가 없다. 

이제 시작한 일들이 조금 자리를 잡고, 차분히 여유롭게 흘러가게 되면 그때는 꼬마들 자라는 이야기도 다시 쓸 수 있겠지..

아니.. 세월호 특별법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유가족 분들이 길거리에서 눈물흘리고 공권력에 상처받지 않으시게 되면

그 분들께도 일상이 주어지고, 그 분들이 마음껏 슬퍼하고 그 깊은 상처에 대해 비로소 치유의 시간을 가지실 수 있게 되면.. 

그때는 우리도, 나도 조금 더 푸근하게 일상을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아니, 우리 사회가, 내가 안고있는 공존하는 삶, 평화로운 삶을 위한 여러가지 숙제들을 

이웃들과 친구들과 함께 얘기하고 풀어가보려는 나의 작은 노력들속에서

우리 아이들도 함께 건강하게 자라나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럴 수 있기를 빌면서... 오늘도 그림책 모임 후기로 우선 소식 대신해요..

사랑하는 모두들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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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세 녀석 모두 9시 전에 잠들어준 고마운 날이어서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글도 읽고 이렇게 모임 후기도 일찌감치 써보는 조용한 밤입니다. (혼자 야식도 먹고요..ㅎㅎ)
모두 평온한 밤 보내고 계신가요..^^

'엄마를 위한 그림책 모임'의 세번째 만남.
참, 참 좋더라구요. 
그냥 좋다는 말로는 조금 부족함을 느낄만큼..

아직 시작하는 때라 살짝 어색한 것도 있고, 어린 아기들이 함께 있다보니 어려운 것도 있었지만 
진행자의 미숙함에도 불구하고(ㅠㅠ) 
엄마들의 따뜻한 이야기와 마음, 깊은 공감들이 느껴져서 참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오늘 마지막에 졸린 막내가 우는통에 제가 마무리를 제대로 못해서
이렇게 혼자 뒤늦게 정리(?)멘트를 하고 있습니다. ^^;;;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덧글로 많이 올려주세요~~.

앞으로는 후기도 같이 돌아가면서 쓰고 하면 참 좋겠는데, 그 얘길 오늘 못 나눴네요~ 담에는 꼬옥~!! ^^  





고함쟁이 엄마 - 10점
유타 바우어 글.그림, 이현정 옮김/비룡소




오늘 첫 순서는 제목을 보는 순간 모두를 뜨끔하게 했던(혹시, 저만~?!!) 경미님의 '고함쟁이 엄마' 였습니다. ^^

엄마의 고함소리에 그만 정말로 산산조각 나버리는 아기 펭귄.
제 몸을 다시 찾으려는 아기 펭귄의 발이 타박타박 걸어가는데 왜그렇게 눈물이 나던지요.

그림책을 함께 보면서 우리가 나눴던 이야기들을 모두 글로 적어둘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마음에 담아둘 수는 있을 거예요. 
천천히 다시 떠올려보고 곱씹어볼 수도 있을 거고요.
그러면서 조금은 달라진, 성장한 우리가 될 수 있을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엄마가 왜 화를 내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어린 머리와 가슴으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슬프고 무서울 따름인 아이들이란 것을
한번더 생각하고, 
숨을 골라야겠어요. 

혼자일 때보다는 함께 얘기나누고 같이 마음 다독이고 다잡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을 때
훨씬 마음의 힘이 생기는 것을 느낍니다. 유연해지고요. 
분노를 조절할 수 있는 탄력같은 것이 마음에 생겨나는 것 같달까요.
엄마를 위한 그림책이 우리에게 그런 든든한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게는 벌써 그래요. ^^ 





은행나무처럼 - 10점
김선남 그림, 김소연 글/마루벌





오늘은 네버랜드 님의 폭풍 눈물의 날이었지요.ㅠㅠㅠㅠ
모두 같이 울었고요.

네버랜드님이 소개해주신 '은행나무처럼'은 사실 다시 읽기가 좀 무서운 책입니다. 
또 울까봐...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기가 두려운 것처럼.

그래도 또 읽어봐야지요. 
어떻게 살아갈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할지 조금더 생각해볼 수 있게요.
연하게 그려진 은행나무 그림이 다독다독 위로해줄 것 같아요.


'그림책이 무슨 애들 책이야, 어른을 위한 책이지' 하던 슈가님 말씀이 마음에 남아요.





내 곰 인형 어디 있어? - 10점
제즈 앨버로우 글 그림, 조은수 옮김/웅진주니어





분위기 전환을 위해! 영미님이 급 변경하여 소개해주신 '내 곰 인형 어디 있어?'로 모두 눈물고인 눈으로 헤헤 웃었네요. 
^^
귀여워라, 큰 곰.

할수만 있다면 저도 저런 큰 곰같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느끼고, 놀라고, 걱정하고 안도하는 엄마. 
늘 넘 시큰둥한 반응으로 일관하는 것을 반성..ㅠㅠ

집에 와서 찾아보니 같은 작가의 다른 곰 책이 또 있더라구요. ㅎㅎ 
이 작가는 곰을 좋아하나봐요~ 역시 숲속에 사는 큰 곰과 어린 소년의 만남인데 이번에는 둘이 친구가 되요. 

시종 배경으로 그려지는 키큰 나무들이 쭉쭉 서있는 깊고 푸른 숲속 그림이 참 좋아서
소개하기로 맘먹으셨다는 영미님처럼
저도 자연을 배경으로 한 그림책들은 보기만해도 참 좋더라고요.
종이, 활자를 벗어나 직접 자연을 만날 수 있으면 제일 좋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도서관의 책 속에서라도 자연의 품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구름으로 만든 옷 - 10점
마이클 캐치풀 글, 글맛 옮김, 앨리슨 제이 그림/키즈엠





잘 생긴 두 아들의 엄마 예숙님이 소개해주신 '구름으로 만든 옷'. ^^

탈무드나 전래동화, 우화같은 이야기들은 조금 직접적으로 우리가 꼭 생각해봐야할 교훈이나 메세지를 전하곤 하잖아요. 
창작동화나 최근의 그림책들은 특히 환경 문제에 관해 상상력있는 이야기와 그림의 힘을 빌어 그런 작업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탐욕, 환경 파괴, 그리고 그 결과가 결국은 인간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엄중한 사실이 
예쁜 그림과 간결한 이야기 속에 녹아있어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엄마들도 지금 우리가 가진 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 꼭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려는 노력.. 같은
어렵지만 중요한 삶의 변화가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가 어디에 있든 너와 함께할 거야 - 10점
낸시 틸먼 글.그림, 신현림 옮김/내인생의책





저는 다 읽고 나서야, 다른 분들이 얘기해주시고 나서야 아이 곁에 늘 함께 있는 반짝이는 빛이 '엄마'라는 것을 알았네요. ^^;;
사실 제가 넋을 잃고 봤던 것은 아이가 찾아가서 그 속에 풍덩 안겨있는 놀라운 자연의 공간들이었습니다.

'은유'가 아니라 그냥 사실로, 저는 그런 공간에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싶었거든요. 
쉽지 않지만 정말로 그렇게 아름다운 큰 자연 속에, 
조금은, 아니 많이 위험해보이는 긴 밧줄 하나에 매달려 그렇게 자유롭게 흔들려보게 해주고 싶답니다. 
(우리 삼형제는 모두 무서워서 '엄마, 싫어~~!!!' 할지도 모르지만요..ㅎㅎ)

하지만 그래요, 사실 우리가 아이들과 보내는 일상의 무수한 시간들은 
그렇게 멋진 곳이 아니라 평범한 우리 동네 놀이터, 작은 냇가 옆 산책로, 아이들과 오고가는 작은도서관과 어린이집이지요.
그리고 내 집 안이고요. 
그 어느 곳에서든 마음으로 늘 너와 함께 한다는 것, 그리고 짧든 길든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온 마음으로 기쁘게 받아들이는 것이 정말 중요하겠지요. 

때론 울고, 때론 천사같이 웃으며 매순간 빛나는 성장의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 아이를
때론 걱정하고, 때론 같이 행복해하며 '그래 네가 잘 자랄 것을 엄마는 믿는다' 하며 바라보고 지켜주는
한결맘, 그리고 모든 엄마들의 깊은 속마음같은 책이었어요.






거인의 정원 - 10점
오스카 와일드 글, 리트바 부틸라 그림, 민유리 옮김/베틀북





저는 기억나는 딱 한 마디가 있는 그림책을 좋더라고요.
음. 아니, 좋은 그림책은 전체적으로 다 좋지만 특히 그중에 기억에 남는 한 마디가 있을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그 한 마디를 오래오래 곱씹어보곤 해요. 

이 책은 '아아.. 당신은 누구십니까' 이 한마디가 좋아서 좀 고집스레 긴 글을 읽었네요. 
생각해보니 제 순서는 다음으로 좀 패쓰할 것을... 
연제는 울고(ㅠㅠ) 슈가님의 '아모스와 보리스'에 얼른, 시간을 좀 충분히 드릴 것을.. 후회했답니다. 
그러나 이것은 17개월 아기동반자만 쓸 수있는 찬스!
아, 나도 담엔 패쓰 찬스를 좀 써볼까~~ 생각하심 안되고요, 모두 자기 그림책 미루지말고 읽어주세요~!^^






아모스와 보리스 - 10점
읠리엄 스타이그/시공주니어





마지막은 슈가님이 고르신 '아모스와 보리스' 였습니다.
 
'한편의 영화를 본 것 같다'던 한결맘님의 소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저도 그전에 우연히 우리 작은도서관에 잘 보이게 진열된 이 책을 처음 읽으면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다고요.
생쥐 아모스가 고래 보리스를 구할 수 있을까? 어떻게??

결말에 안도하며 아름다운 이야기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뒤에 이어지는 '이 책을 어린이와 함께 읽는 분에게' 란 제목의 서평을 읽고 또 충격을 받았어요.
'남다른 우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출판사 편집자분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쓰셨더라고요. 

서평을 꼭 모두 받아들여야하는 것도 아니고, 100명이 읽으면 100개의 다른 소감이 존재할 수 있고 또 그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또 나와 다른 관점, 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다른 사람의 시각과 통찰을 통해 
배우고 내 생각을 키우게 되는것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시공사의 네버랜드 시리즈에는 모두 그런 서평이 뒤에 붙어있어서 그림책읽는 어른에게 좋은 것 같습니다.



우리 모임의 첫 멤버인 일곱 분이 소개해주신 일곱권의 책.
무지개 같아요. ^^

다음번에는 어떤 일곱색깔 무지개가 뜨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토닥토닥.. 
울고싶을 땐 마음껏 같이 울어요. 
그리고 또 같이 눈물닦고 웃고, 씩씩하게 아이들 키우며 내 삶의 자리를 지켜가요. 
우리는 엄마들.. 그리고 친구들이니까요. 

모두 잘 쉬세요.. 사랑해요. 


Posted by 연신내새댁
이웃엄마들과 함께 하고 있는 '엄마를 위한 그림책 모임' 후기를 블로그에도 옮겨봅니다.
블로그 이웃분들께 저희 꼬맹이들과 제 소식도 전하고, 
관심있으신 분들께 그림책 소개도 드릴겸해서요..^^

친정에도 다녀오고, 시댁에도 다녀오고
세월호 유가족분들이 단식농성을 하고계신 광화문에도 다녀오며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주 물에서 첨벙거리고, 땀나게 걷고 뛰고, 또 집에서 셋이 한데 뒤엉켜 뒹굴며 
잘 놉니다.
밥은 잘 먹을때도 있고 잘 안먹을 때도 있지만
돌아가면서 조금씩 아플때도 있지만
제 힘껏, 모두 열심히 자라는게 보입니다.

고맙고 아픈 날들이네요.
그리운 분들, 얼굴 마주하고 다정하게 얘기나눌 수 있는 시간 기다려봅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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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가 시원하게 퍼부었던 저녁 지나고 시원한 밤입니다.
오늘 하루 모두 잘 보내셨어요? ^^

저는 삼형제 녀석과 집에서 내내 뒹굴거리고 미용실도 다녀오고 소나기 속을 뛰어다니며 비맞고 노는 
연수 연호 구경하며 커피 한잔 마시는 호사도 누렸습니다.
싹 씻고 나서는 비 잠깐 그치니까 또 작은도서관에도 가야한다고 해서 
네 식구가 다시 나섰다가 천둥벼락치는 집중소나기를 도서관에서 이웃들과 함께 피하며 놀기도 했고요..

어제 모임 후기를 간단하게라도 써놓으려고요~
멀리서 궁금해했을 우리 경미씨에게도 알려주고
또 우리도 같이 돌아보며 미처 못했던 이야기들 더 나누어요~~^^


두번째 모임이었던 어제는 여섯분이 함께 했지요.
처음 함께 시작한 멤버중 지방에 잠시 내려간 한 분(ㅎㅎ 자꾸 말해서 미안~~) 빼고는 모두 참석!
우선 서로 얼굴보기만 해도 반갑고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니 참 좋았어요.
방학맞은 아이들도 함께 모여 
엄마들이 모임을 함께 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한지 저희들도 괜히 설레고 좋아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작은도서관에서 잘 놀았습니다.
방학이라 보통은 아침 일찍부터 초등 형아누나들이 온다는데 
어제는 저희들 모임 하라고 그랬는지 다행히 저희 엄마들과 아이들밖에 없어서
조금 덜 미안하게 유아실에서 모임하고, 멀티미디어실에서 아이들은 영화도 보고 과자도 먹고 엄마들 한테로 뛰어오기도 하면서
그럭저럭 모임을 잘 했습니다. ㅎㅎ 
방학 끝나고 나면 다시 저희 꼬마들만 소란을 피우는 조금은 조용한, 
엄마를 위한 위안과 힐링의 그림책 모임으로 돌아가겠지요..^0^


그럼~~
이제부터 엄마님들이 소중하게 가슴에 품고오신 그림책들을 공개하겠습니다~ 두둥!!!



민들레는 민들레 - 10점
김장성 글, 오현경 그림/이야기꽃


첫순서라는 어려움은 역시 안영미님이 차분하게 맡아주셨습니다.
<민들레는 민들레>.
어디서든, 어떤 모습이 되어서든 '민들레는 민들레'라는 짧고 반복되는 이야기속에
아름다운 풍경들이 곰곰히 생각해볼 것을 많이 주던 좋은 책이었어요.

언제, 어디서든, 어떤 모습이 되어서든 '엄마는 엄마', '아이는 아이', '사람은 사람', '내 삶은 내 삶'..
여러가지로 바꿔 읽고 생각해보아도 뭉클해지던,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눈여겨보고 다시 마음을 다잡아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구름나라 - 10점
존 버닝햄 글 그림, 고승희 옮김/비룡소



우리 모임의 최고 언니는 누구실까요~? ㅎㅎ
안영미님일까요, 슈가님이실까요~~ (퀴즈! 다음주까지 맞추시는 분께 냉커피 선물 쏘겠습니닷!! 막내는 지난 모임에서 확인했는데 맏언니는~~~??ㅋ)

무튼 슈가님이 소개해주신 책은 존 버닝햄의 '구름나라'입니다.
저는 이 작가를 참 좋아합니다.
그림도 넘 예쁘고요(환상적인 색감! 이번에는 사진처럼 사실적인 구름 구름도 넘 예쁘더라고요)
간결한 글 속에 따뜻한 가치, 소수자에 대한 공감 같은 것이 녹아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우리 작은도서관에서 그냥 눈에 띄어 민지에게 읽어주셨던 책이라 하셨는데
그림책 고르시는 안목이 우와~~! 대단하세요~! 
좋은 책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보글보글 마법의 수프 - 10점
클로드 부종 지음/웅진주니어



ㅎㅎㅎ 재밌는 책이었어요.
아이들도 재밌게 기대하며 볼 것 같고, 어른이 저도 과연 어떻게 되려나.. 궁금해저더라구요.
네버랜드 님이 소개해주신 '보글보글 마법의 수프'.
클로드 부종이라는 작가를 저도 우리 작은도서관에 있는 책을 보고 처음 알았는데
네버랜드 님도 그랬다며, 참 재미있어서 이 작가의 책들을 작은도서관에서 쭉 찾아보셨데요.
역시 도서관 돌보미~^^
맘에 드는 작가를 만나면 그 작가의 다른 책들도 한번 쭉 같이 찾아 읽어보는것도 좋을 것 같아요. 
실망하는 것도 있을 수 있지만 작가를 더 이해할 수 있는 깊은 독서가 될수도 있겠어요, 그죠?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 10점
로버트 먼치 글, 안토니 루이스 그림, 김숙 옮김/북뱅크



아침에 세녀석 데리고 한살림가서 점심거리 장봐다 집에 넣어놓고 낑낑거리며 작은도서관으로 들어오는데
한결이가 많이 울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한결맘의 힘든 얼굴을 보았어요.
맘 아프더라고요.
엄마니까 다른 아이들이 울고 있으면 그 아이도 안쓰럽고 그 엄마는 또 지금 얼마나 힘들까.. 자동으로 공감되고 이해되잖아요.ㅠㅠ

그렇게 들어왔던 한결맘이 이 책을 펼치는데
제가 아침 일 얘기를 꺼냈더니 그만 눈물이 툭...ㅠㅠ
말한 저도 미안하고 같이 눈물났답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엄마가 속으로 눈물을 삼키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요..
그래도 가끔은 이렇게 밖으로도 흘리고, 같이 다독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다보면 어느날은 우리도 안영미님이나 슈가님같은 큰언니들이, 
훌쩍 큰 아이들의 든든하고 깊고 따뜻한 엄마들로 자라나 있겠지요.

그렇게 몇번을 울고, 몇번을 화내고, 그리고 늘 '사랑한다' 말하며 아이를 안아주는
모든 평범한 엄마와 아이들의 이야기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가 
그토록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건
평범한 우리들이 엄마아빠가 되고 아이와 절절한 사랑을 진하게 나누었던 삶의 시간들이
너무 예쁘고 아름다운, 우리 인생 전체를 두고 이어지는 제일 소중한 과정이어서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자란 아들딸들이 다시 또 엄마아빠가 되어 자신이 받았던 사랑을 아이들에게 되돌려주는 
순환과 연쇄가 어쩌면 우리 삶의 정수여서, 진부하지만 반지 한가운데 콕 박혀있는 보석같은 것이어서인지도요.. 





꿈을 나르는 책 아주머니 - 10점
헤더 헨슨 글, 데이비드 스몰 그림, 김경미 옮김/비룡소




마지막으로 제가 소개한 책은 '꿈을 나르는 책 아주머니' 입니다.

이 책에 그림을 그린 데이비드 스몰은 역사적인 배경을 담은 그림을 참 잘 그리는 것 같아요. 
인물의 표정이나 특징도 생생하고요. 저는 이 분이 그린 '리디아의 정원'도 참 좋아하는데요, 나중에 같이 한번 소개할까 싶습니다.

글은 담담하지만, 담긴 내용은 묵직하지요.
작은도서관을 생각하면 저도 책을 좋아하는 꼬마여자아이였던지라 시골국민학교에 있었던 작은 도서실에 들어설때 늘 설레었던 기억이 먼저 나요.
우리 아이들에게 집 앞에 있는 작은도서관이 그렇게 행복하고 소중한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책은 엄마로서,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또 뭉클해지는게 있지요. 
다행히 연제가 딱 엄마가 책 읽기전에 젖먹고 잠이 들어주어서 무사히 제 순서를 마칠 수 있어 감사했답니다. ㅎㅎ

이렇게 다섯권의 책을 함께 보고, 얘기나누고, 어제 처음 참가하신 박예숙 님의 '책 한권한권마다 나를 돌아보고 생각하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 참 좋은 모임'이라는 소감(제가 옮기려니 쑥스럽네요, 직접 덧글로 달아주세요...^^;;)을 끝으로 본모임을 마무리 했답니다.


특히 어제는 박주현님과 함께 우리 작은도서관 돌보미로 넘 애써주고 계신 이남경 님이 
우리 모임 내내 함께 참가하고 진솔한 얘기들도 많이 나눠주셔서 넘 좋았습니다.
다음에도 꼭 함께 해주세요~~^^
어제 도서관 너무 떠들썩하게 하고 저희 뒷정리해주시느라 넘 애쓰셨죠. 고맙습니다. 
아이들 영화 준비해주고 멀티미디어실 뒷정리하느라 고생하신 네버랜드 주현님도 넘 고맙고요..!
제가 사진은 한결맘 사진 한장 밖에 못찍어 
그것만 사진게시판에 올려놓았어요. 
다른 분들도 찍으신 사진 있으면 사진게시판에 꼭 올려주세요~~!!^^
글고 후기들도 편하게 (제가 쓴 후기가 있다니 생략하지마시고) 자기책과 다른 분 책 모두에 대해 자유롭게 쓰셔서 함께 나눠주시면 정말 좋겠습니당~ㅎㅎ


오후에는 저희집에서 콩국수와 주먹밥으로 휘릭휘릭 점심먹고 커피 한잔 하면서 부모커뮤니티 사업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집안 가득 뛰어노는 아이들 한켠에서 땀흘리며 국수삶고 점심준비해주신 엄마님들 넘 고맙습니다.
덕분에 저는 편히 앉아 잘 얻어먹고, 그 뒤에는 주현씨네로 또 놀러가서 아이들 낮잠 재우며 얘기 많이 나눌 수 있어 참 좋은 하루였네요. 


아참, 8월 모임은 6일과 20일 수요일 10시 30분, 작은도서관으로 잡았는데 모두 괜찮으신가요? 
한번은 너무 아쉽고 한달에 두번씩 얼굴보고 얘기나누자 했고요~
저희가 부모커뮤니티 사업도 8월부터는 슬슬 해나가야하니 더 재미있는 일들도 많이 계획해서 
즐겁게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아이디어 함께 모아주시고, 무엇보다 우리가 행복하게 이 시간들을 즐겨보았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그림책 이야기 나눌 때 사춘기 아이를 지켜보는 어려움을 이야기하시다 그만 왈칵 눈물흘리시던 남경님 모습 보면서
엄마들은 정말 잘 우는구나.. 생각했어요. 
저도 그렇지만 엄마는 울음도 많고, 웃음도 많고, 정도 많고, 아픔도 많은 존재인 것 같습니다.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만큼 절절하게 생각한다는 뜻이어서 저는 눈물이 많은 것이 좋습니다.

'엄마를 위한 그림책'이 그렇게 함께 울 수 있고, 또 함께 많이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하니
마음 푸근해요.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아파트에, 작은 마을에 이렇게 마음 둘 곳이 하나씩 생겨나는게 참 좋습니다.
어떠세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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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고여사님,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넘 고맙습니다. 

'꿈을 나르는 책 아주머니'는 엄마들과 함께 모두 뭉클해하며 잘 읽고, 지금은 차례로 돌려가며 보고 있답니다. ^^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내 짝꿍'은 연수가 요즘 젤 좋아하는 책이고요, 

'할머니 어디 가요'는 아이들과 넘 재밌게 보고있어요. 아이들과 뭐하고 놀까, 뭘 해먹을까.. 궁리하는 제 공부책이 되고 있어요. 








Posted by 연신내새댁

 

한살림 강일동 마을모임에서 하는 그림책 소모임에서 지난 달에 함께 봤던 그림책들.

 

강일도서관과 지역아동센터 등 여러 곳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책읽어주기 봉사활동을 하고 계시는 우리 아파트 이웃 안영미 님이 소개해주셨다.

 

 


펠레의 새 옷 - 10점
엘사 베스코브 글 그림, 김상열 옮김/비룡소

 

 

우리 아이들이 집안일을 잘 돕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청소도 잘 하고, 설겆이도 당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하고, 요리도 함께 하면서 슥슥 삭삭 즐겁게 자기 살림을 꾸려나갈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바란다.

음. 언제쯤 그런 일이 가능할까?

연수가 지금 일곱살.

연수랑 함께 설겆이를 한 적이 딱 한 번 있다.

빨래를 같이 개어본 일이 두어번, 요리할 때 야채를 썰게 해본 것이 대여섯번 정도.

맡은 일을 멋지게 잘 해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아직은 장난치고 싶은 마음이 더 많은 개구쟁이 남자아이라

데리고 일하려면 내가 야단치고 걱정하고 뒷수습할 일이 너무 많다.

그래서 그냥 혼자 하는게 훨씬 편하고 좋지만... 그래도 하고싶어할 때는 시켜주고, 가르쳐주려고 애쓴다.

부모와 함께 집안일하기를 좋아하는 아이, 살림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고픈 꿈을 지키기위해

내가 조금 더 인내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기에ㅡ.ㅜ

 

<펠레의 새 옷>은 그림책의 좋은 고전중 하나로 손꼽히는 책이라 한다.

이 책을 지은 엘사 베스코브 란 분은 스웨덴의 대표적인 그림책작가라는데 나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 아파트 작은도서관에도 이 분의 그림책 몇 권이 눈에 잘 띄는 곳에 비치되어 있어 '참 예쁜 책이네' 하며 눈여겨보았었는데 이 날 안영미 님의 소개를 들어보니 좋은 그림책을 많이 그린 분이란다.

하지만 '고전'이 좀 그렇듯이 언뜻 보면 그림이 좀 심심한 것도 같고, 이야기가 길어 어린 아이들에게는 지루할만한 책도 있다.  

어른인 내게는 잔잔하고 따뜻한 감동과 울림을 주지만 말이다.

 

100년 전의 스웨덴이 이 그림책의 배경이다.

8살 정도 되었을까?

혼자서 새끼양을 돌보는 어린 소년 펠레는 자신의 작아진 옷을 대신할 새 옷을 만들기 위해 양의 길어진 털을 깍는다.

그리고 양털을 들고 한명씩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옷을 만드는 과정을 밟는다.

어른들은 기꺼이 자신이 맡은(펠레에게 부탁받은) 공정을 담당해주며 자신이 그 일을 할 동안 펠레에게 크고작은 집안일들을 거들어줄 것을 부탁한다.

양털을 손질하고, 털실을 뽑고, 실을 예쁜 색으로 물들이고, 그 실로 옷감을 짜고, 옷감을 자르고 바느질해 옷을 만드는 다양한 과정 동안

펠레 역시 밭의 잡초를 뽑고, 소에게 풀을 먹이고, 염색약을 사러 시장에 다녀오고, 어린 동생을 돌보고, 장작을 나르는 등 정말로 많은 일을 한다.

 

어린 아이에게 너무 일을 많이 시키는거 아냐?? 하고 아동노동의 강도를 걱정할만큼

오늘날의 아이들로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많은 일을 함께 하며 펠레는 자신의 새 옷 만들기에 참여한다.

아니, 사실 펠레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새 옷 한 벌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어리지만 이미 펠레는 직접 생산에 참여하는 주체, 자립적인 인간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 어린 생산자는 양에게 감사를 표한다.

"정말 고마워! 네 털로 이렇게 멋진 새 옷을 지었어."

 

 


 



안나의 빨간 외투 - 8점
애니타 로벨 그림, 해리엣 지퍼트 지음, 엄혜숙 옮김/비룡소


 

 

이 날 함께 소개해주신 <안나의 빨간 외투>도 옷 한 벌이 만들어지는데 필요한 여러가지 공정과 거기 깃든 많은 이들의 수고들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그 수고의 대가는 이제 엄마가 가지고 계신 할아버지의 금시계, 목걸이, 도자기 같은 귀하고 좋은 물건들로 치루어진다.

 

옷 한벌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이들의 수고가 필요하다는 것, 지금은 우리가 쉽게 사서 쓰는 물건들이 실은 모두 누군가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 보이지 않는 그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물건을 소중히 잘 쓰면 좋겠다는 것 등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가치들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야기 속에, 따뜻하고 고운 그림으로 전해진다.

 

전쟁후 도시는 파괴되고 물자는 부족하고 돈도 없던 시절, 한 아이의 옷을 만들기위해 여러 어른들이 마음을 모았던 따뜻한 이야기를 읽으며 잔잔한 감동도 받았지만

<펠레의 새 옷>과 함께 읽다보면 어린아이의 작지만 씩씩하고 건강한 노동이면 충분하던 옷 한 벌이 

어느새 금붙이와 고운 물건들 같은 것들로 그 대가의 내용이 바뀐 것만 같아 조금은 서글픈 기분이 든다.

이제는 그저 어린 아이의 힘만으로는 제 옷 한 벌도 얻을 수 없는 시절이 되어버린 것이다.  

 


 


용감한 아이린 - 10점
윌리엄 스타이그 지음, 김서정 옮김/웅진주니어




 

<용감한 아이린>은 우리 아파트 작은 도서관에서 제목과 표지가 눈에 띄어 얼른 읽어본 책이다.

이 책을 쓴 윌리엄 스타이그 라는 작가분은 60살이 넘은 후부터 그림책을 쓰기 시작해서인지 글에서 삶의 연륜 같은 것이 느껴져서 좋다.

재미있으면서도 통찰력있는 문장, 이야기, 좋은 그림이 어우러져서 어른 독자가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위의 두 책을 보다보니 이 책 생각이 났다.

나는 아이린이 엄마의 수고를 아는 아이여서 좋았다.

어린 아이가 그러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크면 엄마의 수고를 이해하는, 그래서 고마워하고 제 힘껏 엄마를 도우려고하는 속깊은 아이들도 있는 법이다. 

내가 그랬다. ㅎㅎㅎ

 

아주 어린 시절에, 아이린처럼 8살, 9살쯤 됐던 어린 아이였을 때

나는 당시 한옥집이었던 우리집 시멘트 부엌에 큰 나무둥치를 잘라 만든 발받침을 놓고 그 위에 올라서서 설겆이를 돕곤 했다.

 

아마도 대식구의 막내였던 나는 어른들로부터 '아이구 참 대견하기도 해라'하는 칭찬을 받는 것이 너무 좋았던 것 같다.

뭔가 집안에 필요한 존재로 인정받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나도 그런 어려운 일을 잘 해낼 수 있다는걸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농사일과 방앗간 일 등 살림의 규모가 컸던 우리집에는 우리 가족 어른들뿐만 아니라 집안일을 거드는 다른 어른들도 많이 계셨으니

아마도 일손이 부족해서 어린 나까지 도와야했다기 보다는

내가 굳이 해보고싶다고 고집을 부려서 엄마가 그래, 어디 그럼 해봐라 하고 기회를 주시고, 야단도 치고 칭찬도 해주며 어린 꼬마지만 내게 일을 가르쳐주신 것 같다.

집안일을 돕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리라. 모두가 바쁘고 또 힘들게, 수고롭게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도 내 작은 힘이지만 보태고 거들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일하는 사람을 존경하고, 가족의 먹을 것을 자기 손으로 마련하고, 집을 깨끗이 정돈하고, 작게나마 자신이 먹을 농작물을 스스로 키우는 것을 중요한 일로 생각하고 꼭 하고 싶어하는 것에는

어린 시절에 경험한 이런 일들이 은연중에 마음 깊이 간직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집안일, 살림, 농사.. 이런 일들은 중요하고, 가치있고, 소중한 삶의 기본들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이 삶의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고 자란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모들과 할아버지 할머니의 일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자연스럽게 일을 배우고 조그만 손이지만 따라 해보고 거들 수 있는 일부터 거들면서 차근차근 일을 배웠다.

요즘 아이들에게서는 생활과 배움이 너무 분리되는 것 같다는 걱정이 든다.

과일깍는 법, 걸레빠는 법, 화장실 청소하는 법, 설겆이하는 법, 농작물과 화분에 물주기..

여러가지 공부에 바쁜 아이들이 이런 것을 배울 시간이 어디 있냐 싶겠지만

이런 작은 집안일들 안에도 소중한 인생의 가치들이 깃들어 있다.

조용히 심호흡을 고르고 집중하는 법, 정교하고 맵씨있는 손기술을 익히기 위한 인내와 노력, 깨끗하게 내 주변과 공간을 정리하는 기쁨, 생명을 키우고 돌보며 느끼는 엄중하고도 깊은 감동.

이 것은 똑똑한 사람보다는 현명한 사람, 잘나가는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는데 꼭 필요한 자세이자 감정들이 아닐까.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다.

실은 어른인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그런 삶을 살아가는 것이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다.

다행히도 나는 살림을 잘 하지는 못하지만 

살림하고 아이들 키우는 내 일을 좋아한다.

청소, 요리, 빨래 같은 기본적인 집안일을 즐겁게 임하는 엄마와 함께 살면서 

우리 아이들도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는 그 일을 즐겁게, 행복하게 해나가며 자기 삶을 소중히 살아내준다면 참 좋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엄마를 위한 그림책'이란 모임을 시작했어요.


같은 아파트에 살고있는 엄마들 일곱명 정도가 모여서

한 달에 두 번, 단지 안에 새로 생긴 '작은도서관'에서 조용한 오전에 둘러앉아 

차 한잔 같이 마시면서 다른 엄마가 한장 한장 넘기며 읽어주는 그림책을 듣고 이야기나누는 모임입니다.

돌아가면서 자기가 참 좋아하는, 다른 엄마들과 함께 나누고싶은 그림책을 한, 두 권씩 골라와 읽어주기로 했어요.

 

며칠전에 첫모임이 있었습니다.

엄마와 어디든지 동행하는 우리집 꼬마들은 '작은도서관에 엄마 모임하러 가자'했더니 신나서 엄마보다 먼저 뛰어들어갑니다.

가끔 엄마 무릎에 올라와 젖도 먹고, 엄마 손을 잡아끌며 저희랑 놀자고 조르기도 했지만

다행히 차려진 과자도 먹고 저희들끼리 익숙한 도서관 안을 오고가며 놀기도 하는 동안 

엄마는 그럭저럭 두 권의 그림책을 모두 잘 듣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어요.


거의 매일 아파트 마당과 놀이터를 오가며 얼굴 보고 얘기 나누는 이웃엄마들과

그림책의 따뜻한 감동과 소중한 삶의 이야기들을 함께 나눌 수 있어 너무 고맙고 좋습니다.




할머니가 남긴 선물 - 10점
마거릿 와일드 지음, 론 브룩스 그림, 최순희 옮김/시공주니어




아랫집 아기엄마가 '제목만 봐도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던 이 그림책을 듣는 동안

저도 눈물이 핑 돌다가 끝내 주르륵 흘러내리고 말았어요.


죽음은 그 앞에 놓여지는 삶에게 정말로 중요하고 절실한 가르침을

얼마나 담백하게 가르쳐주는지요.


소중한 사람과 함께 보고 누리는 하늘, 햇살, 바람, 산책, 따뜻한 포옹 같은 일상의 작은 풍경들이

실은 삶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잔치'라는 것을 

할머니 돼지와 손녀 돼지가 함께 보내는 마지막 하루를 통해 마음 깊이 느끼게 됩니다.


아이들은 금방 자란다고 하지요.

어린 아이들이 품안에 안겨들고 엄마 치맛자락을 붙잡고 그 안에 얼굴을 파묻는 시절은 금새 지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하루해 보내기는 참 어려운 이 시절이지만

돌아보면 꿈결같을 이 시절을, 이 풍경을

고운 것인줄 알고 예쁜 것인줄 알고 소중한 것인줄 알고 

마음껏 누리며 지내야겠습니다.

그게 참 어렵기도 하지만, 그래야겠어요.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혼자 남겨질 것이고, 또 남겨두고 떠나야할 테니까요.

줄 수 있는 선물은 오늘, 함께 있는 이 시간에 최대한 주고, 또 받아서 마음안에 오래오래 간직해두어야겠습니다. 










너무 가물어 농사짓는 분들이 올 여름 많이 힘드시다고 하네요.

비가 좀 왔으면 좋으련만.. 

여름 장마같은 그림속의 빗줄기가 시원해보입니다.


비를 피할 곳이 없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비도 고통이 됩니다.

세월호 사고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책임을 분명히 물을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서명운동을 전국을 돌며 받고 있는 

세월호 사망자, 실종자 가족대책위 분들도 비가 오면 

죽은 아이들 생각에 더 마음이 아프시겠지요..

무더운 날 길에 서서 서명을 받으시는 것도 힘드시겠지만 비가 와서 그마저 받을 수 없는 날이면 몸도, 마음도 한없이 무겁게 내려앉으실 것입니다.


어느 비오는 아침, 영이는 등교길에 비를 맞으며 담벼락에 기대앉은 거지할아버지를 봅니다.

빗물이 가득 고인 깡통이 할아버지 옆에서 찰랑거립니다.


'망할 영감탱이, 왜 하필 남의 가게 앞에 와서 널부러졌노' 

문방구 아주머니는 볼멘 소리를 하고, 

장난꾸러기 남자아이들은 할아버지를 우산 끝으로 툭 건드려봅니다.

영이는.. 쉬는 시간에 달려나가 할아버지에게 자기의 초록빛 비닐우산을 씌워드리고 뛰어들어옵니다.


살면서 맞닦드리는 많은 일들에 대해

나는 언제나 이들 중 한 입장에 서게 되고, 우리 아이들도 자라면서 그럴 것입니다.


비가 그친 오후에 영이는 하교를 하며 담벼락을 살핍니다.

영이의 비닐 우산이 곱게 접혀진채 담벼락에 기대 세워져있습니다.

'할아버지가 가져가셔도 되는건데'

영이는 종알거리면서 우산을 들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림책이 깊이 묻습니다.



*



이 두권의 그림책을 소개해준 분은 연수와 같은 나이의 막내를 둔 세아이 엄마십니다.

<할머니가 남긴 선물>을 처음 본 것이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던 때라 이 책만 보면 그렇게 눈물이 나셨었다고..

 그 무렵에는 나이 지긋한 할머니할아버지가 나오는 그림책만 보면 모두 내 얘기 같아서 슬펐다고요.


같은 그림책도 시간이 지나고, 또 다른 삶의 고민과 아픔을 안고 지낼 적에 다시 읽으면

또 다른 느낌으로, 깨달음으로 다가온다는 얘기를 들으며

아이들과 함께 여러번 반복해서 읽게 되는 그림책, 특히 좋은 그림책은 어른에게도 참 좋은 울림을 주는구나.

마음을 정화해주는 것이 꼭 '시'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이의 비닐우산>은 유화로 그린 그림이 

아프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의 감동을 담담하고 힘있게 담아내는 것 같아요.

멀리 큰 미술관에 그림 전시를 보러 가지는 못하지만

집에서, 도서관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오래도록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좋은 책을 소개해주신 인상좋은 우리 언니! 정말 고맙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생명/한살림.농업2014. 6. 17. 01:11







냇가 옆 언덕으로 망초꽃이 지천이다.

하얀 꽃무리가 뭉실뭉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언덕 위를 걷노라면 지상에 서있는 일이 꿈처럼 느껴진다.



세월호 사고 이후 두 달이 지났다.

어디선가 그런 글을 읽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태인 강제수용소. 
다음 날이면 가스실로 끌려가 처형될 상황이라 그 저녁,  
남자 수용소에는 깊은 절망과 공포 속에 불안한 정적만이 감돌았단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있던 여자 수용소에서는 다시 입을 일이 없을 옷이지만 엄마들이 부지런히 아이들의 더러워진 옷을 빨아 널고, 우는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웃으며 보통 때와 다름없는 저녁 일상이 꾸려졌다는.

 
그게 엄마구나.. 싶었다.
내일 세상이 끝난다고 해도 
오늘 눈 앞의 아이를 보며 웃는 사람. 
배고픈 아이 입에 밥을 넣어주고, 코묻은 옷을 벗겨 빨아주고, 따뜻한 품에 안고 토닥여주는 사람.


아이가 있으면 엄마는 그럴 수 있다.
변함없는 일상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힘으로 아이의 마지막 시간을 따뜻하게, 행복하게 지켜줄 수 있다. 
내 아이가 곁에 있으면.

그러나 그 아이를 잃은 엄마는 어떻게 해야할까.













매실 철이다.

고향집에 갔다가 아이들에게 매실 따는 추억을 선물해주고 싶으셨던 외할아버지 덕분에 온가족이 달라붙어 외갓집 밭 옆에 서 있는 큰 매화나무를 털었다.

엄마는 서울 우리집에 가서 매실액을 담궈보라며 매실 3kg와 설탕 3kg를 싸주셨다. 


부엌 베란다에 있던 현미 항아리를 비우고 씻어 매실을 담갔다. 

세 녀석이 모두 달라붙어 설탕을 찍어먹고, 익지도 않은 매실을 깨물어 먹으며 난리 북새통이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생전 처음으로 매실을 담아 보았다. 

석 달 동안 기다리며 자주 잘 저어주어야 한다.













5월부터 한살림서울에서 진행하는 제철농산물꾸러미인 '설레임 보따리'가 일주일에 한 번씩 배송되었다.

우리집에서 멀지 않은 팔당 지역의 농부님들이 키우신 오이, 상추, 느타리, 유정란, 딸기, 양상추, 아욱, 애호박, 청국장 같은 먹거리들이 하얀 종이에 곱게 싸인채로 

집으로 쑥 들어올 때의 느낌이 참 묘하다.


반갑고, 궁금하고, 걱정된다.


요리를 많이 하게 되었다. 

설레임보따리가 오는 화요일 오전은 마침 명선아주머니가 청소를 도와주러 와계신 날이라 내가 부엌일을 낮에 맘놓고 하는 날이기도 하다.

야채를 되도록 빨리 요리해 먹고 싶어서 이것저것 손에 잡히는 데로 끓이고, 데치고, 볶고, 씻어서 국, 나물, 볶음, 샐러드.. 되는데로 만든다. 


그래도 특히 많이 오는 것들은 밤일거리가 된다.

생전처음 오이지도 담그고, 오이소박이도 만들어보고, 열무김치도 담가보았다.


주부 7년차이지만 여전히 초보 살림꾼인 나로서는 

'설레임 보따리' 신청 자체가 큰 도전이고, 숙제다.

붙들고 끙끙거리며 봄, 여름, 가을 보내다보면 나의 채소요리 실력도 조금은 나아지겠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설레임 보따리에는 팔당지역 농부님들이 돌아가면서 쓰시는 편지가 한 장씩 들어있다.

세월호 사고 후 모두의 마음이 허방을 짚고 있을 때 온 편지에는 

'농사짓는 우리들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제정신인 것이 아무것도 없는지 날씨도 제정신이 아닙니다...' 하는 구절이 있었는데 

모두 같은 아픔이구나.. 싶어 마음이 찡했다.


제정신이 아닌 세상을 살지만 나부터 정신 차리고 잘못 해오던 일들 바로잡을 수 있도록 공부하고 실천해야겠다.. 생각하며 세 끼 밥 꼭꼭 씹어먹고, 아이들도 먹이고, 이웃과도 나눠먹는다.














지난 주에는 앵두가 왔다.

어린 시절 장독대가 많이 있던 뒷마당에 앵두나무가 있었다. 
지금 부모님 사시는 양옥집으로 이사온 뒤에도 차고 뒤쪽 산등성이에 앵두나무가 있어서 해마다 봄이면 앵두를 먹었다. 

요즘은 달달한 간식이 하도 많으니 아이들에겐 앵두 맛이 새큼하고 밍밍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세 녀석 다 예쁘다고 좋아하더니 조금밖에 안 먹고 가지고 놀기만 해서 내가 다 주워먹었다. 
그래도 나는 어린 시절에 먹던 싱그런 앵두 맛이 떠올라 맛있게 먹었다.


앵두 철이 지나고 나면 오디가 익는다.
학교 끝나고 돌아오는 오후면 가방을 멘 채로 집 앞 뽕나무 밑으로 달려가 달착지근한 맛에 빠져들던 어린 내 입과 손바닥을 시커멓게 물들이던 오디.
오디 끝나면 살구가 익는다.
살구 끝나면 햇옥수수가 나오고, 마루에 앉아 뜨끈하고 말랑한 찐옥수수를 먹고, 또 밭에서 금방 캔 햇감자를 쪄먹으며 여름이 갔다.


그런 '철'을 우리는 어느새 많이도 잊어버렸다. 
연수가 꽃피는 유치원을 잠시 다녔던 봄에 학교 마당에 앵두나무와 살구나무, 뽕나무가 있는 것이 나는 얼마나 좋던지..


'철'을 잃어버려서, 자연과 삶에 존재하는 무수한 철들과 흐름과 고비와 순환들을 잊고 살아서, 그런 것을 모르고 무심해서 우리는 어른이 되었는데도 철이 들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방선거 후, 마음이 많이 안 좋았다. 

선거 며칠전, 블로그 포스팅도 한 것처럼 '박원순 서울'과 '조희연 교육감'을 절실히 바라고 소망했는데 
그 소망이 현실이 되었는데도 이상하게 많이 기쁘지가 않았다.

우리는 살아서 좋은 정치인도 뽑고, 변화도 기대하고, 희망을 만들어가자 얘기하고 있지만
잃은 아이들, 지키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두번의 선거가 아닌, 우리 사회, 우리 삶 전반의 근본적인 변화가..

내 삶에서부터, 작지만 내게는 힘들었던, 내가 외면하고 방치해왔던 변화, 성장, 실천들을 해나가야겠다는 결심도 다시 했다.




제철 채소들로 부지런히 밥상을 차리는 것부터

부엌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쓴다는 전기밥솥을 치우고 압력밥솥으로 밥을 하는 일,

녹색평론을 꼼꼼히 읽는 일,

이웃 엄마들과 책모임을 하는 일,

아이들과 도서관 책을 빌려읽고 장난감을 나누는 일,

소비를 줄이는 일,

자연에 좀 더 가까이, 깊이 안기는 일,

가족과 이웃과 세상과 더 정성껏 소통하고 지극히 섬기는 일,  

겸손해지는 일까지. 




 
세월호 사고로 우리 모두는 깊은 트라우마를 입었다.

소소한 일상을 기록해두는 블로그 글도 쓰기가 어렵다. 

아이를 잃고 철도, 계절도, 평범하던 일상도 모두 잃어버린 사람들..

그들을 생각하면 평온한 내 일상, 내 아이들과 누리는 계절과 생활 이야기를 적는 것조차 죄스럽고 미안해진다.

하지만 이 작은 글은 또 내게는 중요한 삶의 일부.

같이 계속 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그저 내 생활 이야기 기껏 하다가 '세월호 가족들은 어떡하나..'하는 생각이 불쑥 들면 '너무 마음 아프다'고 병렬해서 적는 수준이지만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쓸 수는 없고, 써서도 안된다는 생각이 드니 이렇게라도 적을 수 밖에 없다. 

슬픔을 녹여서 사죄하는 마음으로, 책임을 지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반성하고 변화하고 성장하는 내 삶의 이야기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끝나지 않은 아픔을 마음에 품고 그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의 힘을 키워야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이웃.동네.세상2014. 6. 3. 00:22





잔인한 시간은 천천히 흘러
오월이 가고 유월이 왔다.


5월 16일에는 아기엄마들의 도보침묵시위인 '엄마라서 말할 수 있다'에 다녀왔다.
세월호 사고 이후 서울 곳곳과 전국 각지에서 열렸던 이 이름의 집회는 
작게는 열명 남짓의 엄마들과 아기들부터
많게는 사백명에 이르는 엄마와 아기들이 모여 
집에서 준비한 작은 피켓을 들고 
오고가는 시민들과 푸른 나뭇잎들을 쳐다보며 조용히, 천천히 걷는 자리였다.  
걷다가 눈물이 흐르면 닦고
아기가 칭얼대면 토닥이고 더워하면 물을 먹이고 부채질을 해주며 걸었다. 
평화롭고, 숙연하고, 아픈 시간이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분들이 시작한 서명운동을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개인들이 함께 진행하고 있다. 

안산에 살고있는 친구가 이 서명을 함께 받을 수 있는 친구는 연락달라고 단체카톡을 보냈기에 '나도 해보겠다'말했더니 서명용지를 보내주었다. 
3년 동안 아이키우며 살아온 아파트.
놀이터에서 자주 얼굴보고 이야기하며 지내온 아기엄마들에게 서명을 부탁했더니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신중하게 한글자 한글자 이름과 연락처를 써주었다. 
늘 '누구엄마'라고 아이 이름만 알아왔던 엄마들의 이름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다들 이름이 예뻤다. 
'내 이름 너무 평범하지? 나랑 이름 같은 사람 엄청 많잖아..'하며 웃던 연수친구 엄마는 엊그제 셋째를 자연출산으로 잘 낳았다고 다른 아기엄마가 오늘 반갑게 알려주었다. 


 








우리동네 한살림 매장에서 열렸던 마을모임에 직접 가지는 못하고 이웃의 조합원분과 활동가 분께 부탁드렸더니 걱정말라며 흔쾌히 나를 대신해 그날 모임에 왔던 스무명 정도의 서명을 받아주셨다. 
그 종이를 받으러 한살림 매장에 갔더니 매장 출입문 옆에 세월호 관련 서명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장을 보러오는 아기 엄마들, 아빠들, 할머님들이 꼭꼭 눌러쓰신 이름들이 눈물 같고 땀 같았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구립도서관에서 열린 '그림책 모임'에 갔었다.
한살림 마을모임을 하며 가까워진 엄마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동네 소모임인데 가까운 이웃분이 진행하고 계셔서 간간히 소식만 듣다가 이번에 처음 연호연제 데리고 가보았다. 

환경 그림책인 '엄마가 미안해'라는 책을 소개하고 한장씩 넘기며 천천히 읽어주셨다.
환경 파괴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무책임한 개발 때문에 새끼들을 잃은 쇠제비갈매기 엄마의 이야기가 꼭 세월호 사고로 아이들을 잃은 우리들의 얘기 같았다. 
깊은 회색 바탕에 검은색 선들로 이루어진 그림은 슬프면서도 담담한 힘이 있었다.
아픔을 절실하게 표현하는 그림책의 존재가 아픈 한켠 고마웠다.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 사회가 달라지려면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물질보다는 생명을, 돈보다는 사람을 중시하는 사회로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는 이야기에 깊이 공감한다.

브레이크없는 자동차처럼 폭주해온 물질만능주의, 개발주의, 신자유주의에 속수무책 등떠밀리고, 은근슬쩍 묻어가던 삶의 자리를 돌아보고
나부터 조용히, 조금씩 변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마음먹는다.
'아니'라고 얘기하고, '같이 살자'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웃과 손잡고 작은 변화들을 우리 삶에서부터 만들어야겠다고.












우리 동네에 혁신초등학교가 있다. 
며칠전 학부모 공개수업에 다녀온 아랫집 엄마 이야기를 들었다.
책상걸상을 모두 교실 뒤로 밀어놓고 바닥에 둥글게 앉은 아이들은 80분 수업동안 모두 내내 종알종알 숫자 이야기를 선생님과 재미있게 나누며 친구들과 모둠도 만들었다가 다시 모두 모여 웃고 눈을 빛내며 수업에 참여하더란다.
시험이 없는 초등학교에 1학년 새내기 아이를 보내며 정말 마음이 놓인다고, 참 좋다는 엄마 얘기를 들으며 나도 참 좋았다. 

이 혁신초에 아이를 보낼 수 있는 관할지역은 우리 아파트 단지를 포함한 3개의 아파트단지인데 이들은 국민임대 세대와 서울시 장기전세와 같은 공공임대 비율이 전체의 60~70% 정도로 높다. 
가구소득이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이하 정도로 높지 않고 장애인, 다자녀, 조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다세대 가구 등 다양한 사회적 배려 대상자들이 많이 모여 살고있다는 말이다.    

평범한 이웃들이 모여사는 우리 동네에 혁신초등학교, 혁신중학교가 있어 정말 좋다. 
아이들이 경쟁보다는 협력을, 약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동네에서, 학교에서 배울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어른들부터 그렇게 어울려 지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일반분양인 30%의 세대는 서울의 제일 끝자락이긴 하지만 지하철이 편리하고 멋진 '혁신초'가 있는 관계로 도심과 크게 다르지않은 높은 집값을 부담하며 이곳을 찾아온 이웃들.. 함께 아이들 키우고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는 모두 소중한 이웃이다.

내가 만나 얘기를 나눠본 이웃엄마들은 모두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교육감으로 혁신학교를 지키고 더많이 확산시키겠다는 진보교육감 후보를 지지했다. 
조희연 선생님, 조희연 후보가 꼭 당선되었으면 좋겠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 내 마음도 긴장된다.

나는 스물여덟살에 성공회대 일반대학원에서 늦깍이 대학원생으로 석사 공부를 했다.
2년 동안 즐겁게 다니다가 부끄럽게도 논문은 못 쓰고 수료만 한채로 결혼하고 아이낳으면서 살림에 매진(?)하게 됐지만 
성공회대에서 지냈던 시간은 늘 너무 아련하고 행복하게 공부했던 기억으로 남아있어서
언제든 돌아가고 싶다고 꿈꾸고 설레어하곤 한다.

성공회대에는 시대와 사회의 아픔을 모른척 하지 않는 청춘을 살았고, 오늘을 사는 선생님들이 계셨다.
치열하게 공부하고, 치열하게 운동하고, 따뜻하게 소통하고, 평등하게 학생들 사이에 함께 '공부하는 사람'으로 존재하시는 선생님들.
권위적이지 않으나 따르고 싶고 배우고싶은 존경의 마음이 드는 귀한 선생님들이 계신, 작지만 큰 대학이었다.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조희연 선생님과 경기도 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이재정 선생님이 모두 성공회대 선생님들이시다.
나는 이 분들의 출마 소식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무엇이 이 분들을 움직이게 했을까.

절박한 마음.
그것이 아니었을까.
누구나 부담스럽고, 모른척 피하고 있어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고, 지금까지 해온 역할만 하셔도 무난히 지낼 수 있지만
누군가는 해야하고, 최일선에서 길을 열고 가야한다고 생각하셨을 것 같았다.

종북좌파 운운하는 비이성적 마녀사냥을, 보수세력 전체로부터 무지막지한 물리적, 심리적 공격과 상처를 본인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받게 될줄 알지만
다른 누구아닌 내가 그 화살을 받으며 헤치고 우리 사회를, 교육을 사람을 존중하는 교육으로,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교육으로 바꿔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선생님 세대의 몫이 있다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성공회대에서 공부할때 내가 뵜던 조희연 선생님은 40대 후배 학자들로부터 무척 존경받는 분이셨다.
따뜻하고 유머도 많으셨지만 꼼꼼하고 냉철하셨다. 폭넓게 생각하고 행동하셨고 실천력이 대단하셔서 함께 일하는 후배나 제자들을 늘 바쁘게 하셨다. 그런 면에서 박원순 시장과 비슷한 리더쉽인 것도 같다. 

  











박원순 시장 재임기간 동안 서울에는 작지만 소중한 변화들이 아주 많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파트 단지에 빈 채로 이름만 존재했던 '문고'가 '작은 도서관'으로 만들어져서 너무 멋지게 개장했다.

전임 오세훈 시장 시절에 만들어졌던 길 건너 대규모 SH공사 공공임대아파트의 '문고'와는 정말로 발상이, 접근이 다르다.

SH공사에서 도서관 사업에 예산을 적극 지원하고, 공공도서관 운영에 대한 철학과 경험이 있는 협동조합 형태의 '사회적 기업'에 초기 운영을 위탁해 작은 도서관이 안정적으로 주민들 속에 자리잡도록 하는 운영방식도 참 좋다.

덕분에 우리 아파트 작은 도서관은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엄마들, 학교 끝난후 친구들과 함께 혹은 혼자 와서 책도 보고 쉬기도 하는 초등학생들, 일반 주민들 모두에게 무척 설레고 좋은 공간이 되었다. 

엄마들은 도서관 제일 안쪽에 있는 모임 공간에서 작은 책모임들을 만들기 시작했고,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좋은 무료 철학, 심리치유 강좌들도 열리고 있다. 중고등학생, 일반 주민들이 참여하는 '책읽어주기 자원봉사'도 제안되어 기대된다.

  

시대적 변화도 있겠으나 그 시대적 변화를 끌어낸 주역 중의 한 사람이 박원순 시장임을 생각할 때 정말로 '박원순 서울'에 살고 있어 고맙고 좋다. 

할 수 있는 한 오래 서울에서 박원순 시장과 같은 멋진 시장님의 활약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들의 그림책 모임이나 아이들 숲놀이 모임을 만들어서 같이 놀면서 재미있게 아이들 키우면 참 좋겠다 싶은 마음으로 어떻게 시작하면 될까.. 고민하던 차에

오고가며 자주 얼굴보고 호감가던 이웃의 아기엄마에게 '무슨 일 하세요?'하고 슬쩍 한번 물었는데 

알고보니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마을공동체 상담가 과정'을 이제 막 이수한 '마을공동체 전문가'였다는 멋진 반전~!

박원순 서울이 아니면 어디서 경험해 보겠는가. ^^


그런데 정몽준 후보는 관훈토론회에서 "마을공동체 그게 뭐하는 겁니까? 제가 알아보니까.. 서총련 조국통일위원회 사무처장 이런거 하던 사람도 있던데... 제가 당선되면 마을공동체 그런건 안하겠습니다." 하는 말을 듣고 나는 정말 아연실색했다. 

작지만 따뜻한 풀뿌리 공동체의 형성과 성장이 얼마나 그 동네에 발붙이고 정붙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소중하고 절실한데..!

거대한 도시, 파편화되고 고립된 개인, 개별가정이 아니라 동네가, 이웃어른들과 친구들이, 세상이 따뜻하고 안전하고 서로 지켜주고 보듬어주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자라는 아이들에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월이 왔다.

아픔은 끝나지 않을 것이고, 우리들은 계속 각자의 자리에서 그리고 또 함께 모여 목소리를 내고 위로하고 안아주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를 위한 긴 여정에 6월 4일이 뜻깊은 한 지점이 되어주길 빈다.

그리고 우리는 또 계속 걸어가야할 것이다. 곱디고운 우리 아이들의 손을 잡고.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