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겨울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었다.
많이 추웠고 집밖에 나가지못한 날들도 있었다.
그래도 바람이 좀 덜하고 햇볕이 쨍한 날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옆 냇가에 가서 잠깐씩 바람을 쑀다.
망월천. ‘달을 바라보는 마을’ 망월동에 사는 지금 우리집 옆 냇물 이름이다.
강일동에 살때는 고덕천 바로 옆에 살았으니
우리 꼬마들은 어린 시절을 냇가 옆에서 첨벙거리고 뛰어다니며 크는 셈이다.
망월천에는 새들이 많이 산다.
요가가는 길에 하얀 백로 한마리가 훨훨 날아서 키큰 소나무 위에 앉는 모습을 보는데 아름다워서 눈물이 났다.
새가 어쩌면 이렇게 위로가 될까.
‘온기가 있는 생명은 모두 의지가 되는 법이야’ 하는 대사를 며칠전 영화에서 듣고 뭉클했는데
지난 겨울동안 망월천의 새들은 나에게 크게 의지가 되는 고마운 친구들이었다.
추운 계절을 함께 견디고 있다는 것, 꽁꽁 언 얼음과 땅 위에서 깃털을 움츠리면서도 묵묵히 담담하게 살아간다는 것.
새들을 한참씩 바라보게 되는 이유였다.
연수가 1학년때 학교에서 배운 <겨울 물오리>라는 동요가 참 좋다.
나랑 동생들도 집에서 배워서 오리들을 볼 때마다 같이 불러본다.
“얼음어는 강물이 춥지도 않니
동동동 떠다니는 물오리들아
얼음장 위에서도 맨발로 노는
아장아장 물오리 귀여운 새야
나도 이제 찬바람 무섭지않다
오리들아 이 강에서 같이 살자”
이원수 선생님의 동시인 노랫말이 곱고도 굳세다.
끝날 것 같지않던 겨울도 이제는 슬그머니 새봄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물러났다.
겨울 철새인 청둥오리들은 떠났지만 망월천에는 텃새인 흰뺨검둥오리들과 왜가리들이 자리를 지키고 봄을 시작하고 있다.
봄에는 아이들과 더 자주 냇가에 가야지..
긴겨울 함께 나준 모든 친구들 고마워요.
봄 힘내서 모두 잘 자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