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제는 새해 다섯살이 되었다.
오늘 아침에는 '엄마, 나 이제 몇 살이야?' 묻길래 '다섯살이지' 했더니 '아직도? 나 얼른 이렇게 되고 싶다' 하면서 손가락 여섯개를 펴 보인다.
다섯살이 된 것도 신기한데..
연수가 열살 된 것도, 연호가 일곱살 된것도.. 아이들이 자라는 것은 늘 신기하다.
그 중 제일 신기한 것은 내 나이가 어느새 마흔인 것이지만.. ^^
며칠전에 연제가 초저녁에 잠이 들었다가 한밤중에 깬 적이 있었다.
바로 잠이 안들어 물 한잔 마시고 깜깜한 방에 누워 뒹굴뒹굴 하다가 묻는다.
엄마, 저 집들에는 누가 살아?
안방에서 바라다보이는 옆단지 아파트 건물에 켜진 불빛들을 보고 하는 말이다.
예전 집 같으면 우리가 아는 누군가들의 집이 있겠지만 지금은 아는 집이 없다. 그래서 연제도 묻나보다.
글쎄.. 어떤 엄마아빠랑 아기들이 살지 않을까..?
엄마, 내가 애기였을 때는... 진짜 애기였어.
한 살, 두 살, 세 살, 네살.. 그러다 다섯 살이 된거야.
반짝이는 불빛 속 집에 살고있을 어느 어린 아기 생각을 하다가 저는 이제 꽤 많이 큰 형아라는 생각이 들었나..
한쪽 무릎을 세우고 한쪽 다리는 그 위에 또 척 올려놓고 흔들흔들해가며 읊조리는
다섯살 형님의 '아기 시절' 회고에
나는 마음 속으로 크게 웃었다.
연제가 가끔 의젓하고 다정하게 굴 때 참 뭉클하다.
엄마, 엄마도 목말 타고싶어? 엄마도 나처럼 크면 탈 수 있을거야.. 토닥토닥.
네살때였나.. 연제는 자기가 하고노는 재밌는 여러가지 놀이들을 엄마는 '어려서' 못 한다고 생각하고 '엄마도 나처럼 크면 할 수 있다'고 자주 격려해주곤 했다.
포근히 안아주고 작고 따뜻한 손길로 토닥토닥 등도 두드려 주고...
우리 막내가 어느새 다섯살,
새봄이 되면 둘째 형아가 다니는 유치원에 함께 다니게 된다.
아직도 키가 요만한 꼬꼬마 연제인데...
아침마다 형이 타는 유치원 버스 마중을 함께 나가던 연제도
한 달 뒤면 함께 버스에 오르겠네.
씩씩하게 즐겁게, 친구들과 선생님과 잘 지내다 엄마품으로 돌아오길..
아기들은 하루에 천리길을 다닌다고
내가 젖먹이들을 키우던 시절에 친정에 가면 할머니는 자주 말씀하시곤 했다.
요 녀석들이 집안에서만 요리 조리 왔다갔다 해도 하도 열심히 움직이니 하루에 천리 걸음은 족히 다닌다는 말씀이셨다.
다리에 힘 올리느라고, 걷고 뛰는 연습 하느라고
하루에도 몇 천 걸음.
작은 발, 짧은 다리로 이쪽저쪽 다다다다 부지런히 오고가는
그 아기들을 따라 나도 하루 천리씩을 종종걸음으로 오고갔을까.
그렇게 흐른 십년이었다.
그리고 이제 막내가 온전히 내 품에만 머물던 시절을 끝내고
세상으로 한발짝 나간다.
부족한 것도 많았지만.. 부지런한 십년이었다.
애쓴 십년이었다.
토닥토닥.
연제와 자주 서로의 등을 토닥여주며
새로운 날들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