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에 해당되는 글 212건

  1. 2011.10.03 연호, 뒤집다 4
  2. 2011.10.03 연호의 백일 6
  3. 2011.09.10 우리가 찾아가는 것은 2
  4. 2011.09.07 엄마의 자리 6
  5. 2011.08.28 여름과 가을 사이 23
  6. 2011.08.22 연수연호와 함께 해보고싶은 일들 10
  7. 2011.08.12 60일 14
  8. 2011.08.08 매일 조금씩 18
  9. 2011.08.02 두 아이의 엄마되기 14
  10. 2011.07.27 외가집 마당 10
umma! 자란다2011. 10. 3. 01:39








친정식구들을 모시고 연호 백일상을 차리기로 한 날, 
음식 만든다, 집치운다 하며 엄마가 한창 부산하던 그날 오전에..








바쁜 엄마 대신 연호곁을 지키고 앉아있던 연수연호아빠께서 
"연호가 뒤집는다~~~!!!!"하고 소리지르시기에 와보니..









뒤집으려다 안되어 이렇게 울고 있던 연호. ^^









유도선수같기도 하고, 레슬링선수같기도 한 포즈로 '앙~!' 울면서도 멈추지 않고...









마음속에, 몸 속 저 깊은 어딘가에 각인되어 있는 의지에 따라 이렇게도 애를 써보고 있었다.









두 손을 맞잡아 쥐고.. 어떻게하면 세상을 확~! 뒤집을 수 있을까... 궁리하는가보다.
아이 눈에 보이는 세상이 180도로 훽 돌아가는 것, 어떤 기분일까.. 갓난아이 시절 나도 분명히 겪었을 터인데... 
아마도 짜릿했겠지. 신기했겠지. 익숙한 것들이 새롭게, 온전한 제 모습으로 빛나보였겠지..
좋아. 그런 순간을 위해.. 해보는거야.










하지만... 힘들다. ㅠㅠ
운다. 
엄마, 힘들어... 이마에 송글송글 땀맺힌 채로 울고 낑낑대고 울고 낑낑댄 끝에... 









"엄마, 연호가 뒤집었어!"

드디어 뒤집었다. 연호 혼자 뒤집기에 성공한 첫 순간이었다.
엄마아빠형아가 지켜보는 가운데 
제 백일상을 차리는 날 오전에 연호는 훌쩍 또 한단계 자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엄마는 감동했다.









형아도 연호 옆에 같이 엎드려본다. 
"연호야, 이렇게 기는거야~" 









둘이 같이 끙끙, 낑낑.









뒤집고 바라보는 세상은 어때..?









아직은 고개들기가 쉽지않다..










햇살이 참 좋지. 연호야.
따뜻한 바닥에 볼도 대어보고..









저 쪽도 쳐다보다가...










고개도 들고 가슴도 들어 정면을 보게 되었다.
두 주먹을 꼭 쥐어 가슴을 받치고.. 










저기 위에서 웃고있는 사람, 엄마.
저기 위에서 뛰고있는 사람, 형아.











여기, 눈마치고있는 것은 카메라. 그 뒤에 웃고있는 아빠 얼굴.











아.... 너무 오래 엎드려있었어요... 젖이 살짝 우욱.....











아... 힘들다. 그래도 참 좋았어. 다음에 또 해볼래. 

고맙다, 연호야. 
이렇게 힘껏, 애써서 자라줘서 고맙다. 

자라는 아이들보면 뭉클하다.
그렇게 열심히, 울고 땀흘리고 낑낑거리면서 한가지씩 더 할 줄 알게 되느라 애쓰는 아이들을 보면
나도 같이 마음졸이고, 응원하고, 애쓰게 된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일은 참 고되고 힘겹지만 이런 생생한 순간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벅차지기도 하고 숙연해지기도 하는 것이 참 좋다.
이런 감동의 순간들을 많이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아이키우는 사람의 제일 큰 행복이고 행운이겠지..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니까, 그리고 늙어서 추억할 수 있는 기쁜 순간들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인다는 것이 내게는 제일로 큰 노후대책이지.. 하는 생각도 한다.
 
이 날 이후(손님 맞이용이었던지.. 외할아버지외할머니 보시는 앞에서 한번 더 뒤짚고는 끝.^^) 연호는 다시 뒤집기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매일 새벽, 식구들은 다 잠들어있을때 혼자 꺠서 연습한다. ^^;;
젖먹고 배부른데 잠은 안 들었을때 혼자 뒹굴뒹굴 낑낑거리다 엄마가 눈을 떠서 쳐다보면 벙글 웃는다.
한참을 그렇게 뒹굴다가 졸린 엄마가 먼저 잠들었다 깨보면 어느새 연습을 끝내고 곤히 자고있다.

연호야, 열심히 하렴. 
사랑한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1. 10. 3. 00:55









연호가 태어난지 백일째 되던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삼신상을 차렸다.
새로 지은 흰쌀밥에 미역국과 세 가지 나물을 올리고
거실 창문앞, 멀리 동이 터오는 하늘쪽으로 놓고 잠시 혼자 서서 기도를 했다. 










그리고는 안방에 들어가서 자고있는 연호 머리맡에 삼신상을 놓았다.
'우리 연호 발크게 해주세요'
잠든 아이의 두 발을 감싸쥐고 이 말을 하는데 곤한 잠이 깰까봐 조심스러웠다.
연호는 '끙~'하고 몸을 살짝 움직이더니 다행히 계속 잘 잤다.
발크게 해달라는 말은 건강하게 잘 크게 해달라는 뜻이란다.

엄마의 인기척을 듣고 깬 연수가 '엄마 뭐해?'하고 큰소리로 묻는 바람에 더 뭐라 길게 빌지도 못하고 부랴부랴 상들고 연수 데리고 거실로 나왔다.
삼신상에 차린 것은 엄마가 다 먹어야한대서 거실로 들고나와 미역국에 밥을 말아 부지런히 먹었다.
연수와 나는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지 백일이 되면 이렇게 삼신상을 차린다는 것과 연수 백일에도 엄마가 삼신상을 차렸었다는 얘기를 나누었다.
삼신상에 놓는 나물은 소금간을 하지않는다고해서 들기름만으로 볶아놓은 고사리나물, 호박나물, 콩나물을 다 먹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열심히 먹는 것이 내 아이 건강하게 자라는 길(?)인 것같아서 꾹 참고 다 먹었다. 
다행히 연호는 엄마가 밥 다먹고, 나물들 간장넣어 다시 손질해놓고 아빠와 형아 밥상까지 차린 후에 깼다.
연호가 깨자 셋이 함께 '연호야, 건강하게 잘 커'하고 인사도 해주고 뽀뽀도 해주었다.
안그래도 아침이면 늘 기분이 좋아 벙실벙실 웃는 연호는 온식구가 돌아가며 뽀뽀를 해주니 작은 입을 있는 대로 벌려서 웃는데 너무 좋아서 미처 다 못 웃을 정도였다.

연호가 웃고, 연수도 들기름과 간장만으로 끓인 미역국이 맛있다며 한그릇 배부르게 먹는 모습을 보니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연호 백일을 잘 치뤘구나... 다행이다.. 이제는 좀 긴장풀고 오늘 하루는 조용히 좀 쉬면서 보내야지.. 생각했다.

작은 삼신상인데도 차리는 일이 쉽지 않았다.
아이 둘과 밥 세끼 차려먹고 놀이터 두어번 나갔다오고 청소기 한번 돌리고 하다보면 어느새 날이 어두워진다.
연호 재우고나면 저녁 8시나 9시. 연수 양치시켜 재우고나면 10시가 훌쩍 넘는데 그때부터 또 기저귀빨고 밀린 설겆이도 해야하고..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지내는 날들.

전날 낮부터 고사리랑 미역을 물에 불려놓고, 저녁에는 연수 밥먹이면서 고사리 삶고, 미역국도 안치고 부랴부랴 한다고 했는데 그만 연수 재우면서 고단해서 함꼐 잠이 들고 말았다.
새벽에 잠이 깬 연호를 젖물려 다시 재워놓고 부엌에 나와보니 새벽2시. 
그때부터 콩나물삶아 무치고, 호박 볶고, 고사리볶고, 쌀씻어 불려놓고.. 대략 준비를 끝낸 시간이 새벽3시반이었다.

그 새벽에 부엌에 서서 나는 '엄마라는 직업이 참 힘들구나...' 생각했다.
'엄마학교'를 열고있는 서형숙씨가 쓴 책중에 <엄마라는 직업>이란 제목의 책이 있었다. 나는 <엄마 학교>만 읽어보고 그 책은 안읽어봤지만 제목이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아있었다. 내가 서른한살부터 아마도 평생토록 갖게될 직업인 엄마.
야근도 밤먹듯하고 휴가도 거의 없고 휴식시간도 따로 없는.. 이 고단한 직업을 내가 선택했지.
그래도 이 일이 참 좋지... 안해보면 모르지... 그래도 또 참 힘들지..
그러면서 고사리를 볶다가 '삼신할머니.. 우리 아이 건강하게 탈없이 잘 크게 보살펴주세요...'빌고, 콩나물 무치면서 또 빌고 했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지낸 새벽이 지나고 동틀무렵 다시 일어나 상을 차리고 나니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뿌듯했다.
더욱이 연호 삼신상에 놓은 호박과 콩나물과 고사리는 모두 청상증조할머니가 키우신 것들이고, 들기름과 간장도 청상에서 받아온 것이고
쌀은 강릉에서 외할아버지가 농사지어 보내주신 햅쌀이고 미역도 엄마가 산후조리하는 동안 내내 먹었던 강릉미역이니
만들기는 내가 만들었어도 할아버지할머니들의 사랑과 정성도 모두 같이 들어간 상이다싶어 더 흐뭇해했다.  

연호야, 연수야.. 엄마들은 이런 사람들이란다.
고단한 하루하루 사이에도 때때로 찾아오는 특별한 날에는 더 마음 기울여 더 고단한 몸으로 상을 차리는 사람들.
정성껏 차리고 정성껏 비는 사람들.. 그게 엄마란다.
때때로 엄마가 너희에게 화도 내고, 지쳐서 퉁명스럽게 대할 떄도 있지만.. 또 이런 마음으로 애쓸 때도 있다는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백일이 있었던 지난 주 주말에는 강릉에서 외할아버지외할머니가 올라오셨다.
연호의 백일을 서울에서 치르게 되면서 안그래도 한번 아이들보러 오시려던 일정을 조금 당겨 백일있는 그 주 주말에 오셔서 같이 백일상을 차리기로 했다.
서울에 사는 오빠네 가족이 엄마아빠를 모시고 함께 와주었다.

아빠 무릎에 앉은 연호를 보니 흐뭇했다.
북실하게 잘 컸다고 기뻐하시고, 잘 키웠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했다.
그런 말씀을 들으면 내 힘껏 최선을 다한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더 다정하게 잘 살펴줄껄..하는 생각이 들고 앞으로 더 잘 키워야지... 싶어진다. 











사진에는 잘 안보이지만 외할머니가 연호 허리에 실타래를 감아주셨다. 
범보의자에 혼자 앉히는게 아직은 조심스러워서 옆에서 내가 같이 잡고 사진을 찍었다.

백일상을 위해 동네 떡집에서 백설기와 수수팥떡을 맞추고, 다시 삼색나물을 하고 조기를 구웠다. 
이번에는 고사리나물과 도라지, 시금치나물을 했다.
고사리, 도라지나물은 이번에 처음 만들어봤는데 어렵고 조심스러웠지만 다행히 먹을만한 맛이 나왔다.
연호 백일덕분에 엄마가 나물 요리들을 많이(?) 할수있게 됐다.. 고맙다. ^^











아이들 덕분에 나날이 자란다.
부모님 덕분에 오늘도 무사히 살아간다.

역시나 하루 전날부터 미역국 끓이고 나물들 준비하고 집 청소하느라 혼자 엄청 부산을 떨고, 
당일날에는 모처럼 부모님 뵙는데 최대한 깨끗한 모습을 보여드려야지.. 하고 며칠째 안감았던 머리도 감고 샤워도 하고
아이들도 나도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장난감으로 발디딜틈없는 집안 정리도 했다. 
그래봐야 바닥에 어질러져있던 것들이 책장위로 옮겨쌓인 것이고, 아이들과 씨름하는 막내딸의 고단한 일상이 부모님께 읽히지 않을리 없지만.. 그래도 흐뭇하게 웃으며 바라봐주시고 잘했다, 잘큰다 격려해주셔서 참 행복한 날이었다. 

내 집에서 친정식구들과 조촐히 아이 백일 치르는데도 이렇게 종종거리는데 돌은 어떻게 지내나.. 까마득하지만
그때되면 그만큼 나도 더 자라있어서 또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내 부모님께 밝게 잘 지내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고, 내 아이들에게 정성을 기울이는 따뜻한 엄마가 되고싶어서
그러려고 애쓰면서 나는 매일매일 지금도 자라고 있으니까..

젖도 잘먹고, 잠도 잘자고... 순하게 건강하게 잘 자라준 연호야.. 고맙다.
늘 든든히 엄마 곁을 지켜주는 연수도 고맙고..
나를 언제나 칭찬해주고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는 여보도 고마워요.
백일동안 늘 지켜봐주고 격려해주었던 이웃여러분도 정말 고맙습니다.

백일동안 갓 태어난 아이와 그 아이와 함께 울고웃으며 자라는 우리들을 감싸주었던 따뜻한 기운이 앞으로도 늘 이어지기를..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1. 9. 10. 16:20







우리가 찾아가는 것은 다정한 소란.









다정히 보듬어주시는 이 손의 온기.









대견해하는 눈빛, 부드러운 목소리. 그 속에 담긴 깊은 애정.










갓 태어난 증손주의 다리를 꼭꼭 주물러주시는 증조할머니의 주름진 손.
지난 고된 세월이 모두 담긴 깊은 눈으로 보내주시는 지극한 축원.









구스르고 달래며 또 한번 떠먹이는 밥숟갈에 담긴 사랑.









'응, 그랬다고, 그렇지, 옳지, 아이고 뭐라고 얘기도 잘하지'
다정하게 맞춰주는 눈, 따뜻하고 신나는 응대.










맞춤처럼 꼭 맞던 외할머니 품. 
포근한 품속에 쏙 끌어안고 볼부비고 간지르며 웃겨주시는 마음.









우리가 찾아가는 것은 바로 이 어른들의 품.
혼자서 아기침대위에 누워 우는 일 없이 늘 누군가의 팔에 안겨있을 수 있고, 언제든 눈맞추고 웃어주는 어른들 곁.  









외가집 마당가 돌담을 따라 빙 도는 길.
그리운 우리 아버지 멀리서 자전거타고 오시는 모습.









외할아버지의 옷자락을 꼭 붙잡고 타는 자전거.









그 때, 세상에서 제일로 든든하게 여겨졌을 외할아버지의 넓은 등.
우리가 찾아가는 것은 바로 이런 사랑의 순간.










지금. 만나러 갑니다.







+


연수와 연호가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청상증조할머니와 외증조할머니 그리고 이모삼촌할머니할아버지들까지...
자신들이 어른들께 받았던 그 깊고 깊은 사랑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나중에 자라서 이 사진들을 보면서 새록새록 떠올리고 감사하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손주들에게 보내주시는 눈빛과 손길.. 그 안에 담긴 무한히 깊은 애정은
아이들 몸과 마음에 그대로 스며들어서 아이들을 건강하게 해주고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것 같다.
몸과 마음의 밥이고 보약이란 생각이다.
그래서 정말 감사하다.
나의 아이들에게 보내주시는 그 분들의 보살핌과 정이 더없이 감사하고 귀하다.
명절이 다가오면 이런 어른들 곁으로 갈 생각에 참 좋다.
일이 고되고, 오가는 길이 힘들고, 내집 아닌 곳에서 지내는 것이 불편한 순간도 많지만..
아이들이 받는 사랑, 또 어른들이 내게도 보내주시는 깊은 정을 생각하면 더없이 고맙고 귀한 시간이다.



++

연수연호네도 이제 추석 명절쇠러 가요.
연호 백일까지 함께 치르고 오려고 일주일 정도 시댁에서 지내고 온답니다. 
잘 다녀와서 뵙겠습니다.
블로그 이웃분들도 모두 행복한 한가위 명절 되시길 빕니다. 둥근 달보며 소원도 잘 비시고요~! ^^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1. 9. 7. 00:06



오늘은 아침 일찍 연수와 함께 마을 뒷산에 다녀왔다.
연호가 이제 제법 목을 가눈다. 덕분에 아기띠를 해서 안고 산에 갈 엄두를 낼 수 있었다.
연호 낳기전에는 거의 매일 연수와 뒷산에 올라갔었다.
근 세 달만에, 연호 낳고는 처음으로 연수와 산에 가니 기분이 참 좋았다.
연수도 신이 나서 발걸음도 가볍게 앞장서 뛰었다.

산에는 치열했던 여름의 흔적이 역력했다.
발길뜸한 체육시설 마당에는 풀이 무성했고, 운동장옆 소나무도 그새 훌쩍 큰 것 같았다.
울창해진 숲속에서는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쏟아졌다.

그래도 계절은 계절인지 밤나무에는 어린 밤송이들이 올망졸망 달려있었고
참나무 아래에는 모자에서 채 빠져나오지도않은 어린 도토리들이 잔뜩 떨어져 있었다.
연수는 오고가는 길에 그 도토리들을 열심히 주워서 내 작은 가방에 가득 넣었다.
집에 와서는 온 거실에 도토리를 펼쳐놓더니 혼자서 한참 집중해 놀았다.
개미집도 여러개 보았는데 큰 개미들이 나무뿌리 아래에 뚫린 작은 구멍으로 부지런히 드나드는 광경은 어른인 내게도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다.
우리는 개미집 앞에 오래 서있다가 밤나무 아래에 가서 밤송이가 어디 달렸나 찾으며 즐거워했다.

연수가 좋아하는 성당안 놀이터와 성당과 성당밖 놀이터에도 들려 한참 놀았다.
지난 세 달동안의 공백이 천천히 메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형과 엄마가 두 시간을 꼬박 즐겁게 노는 동안 연호는 아기띠안에서 순하게 단잠을 잤다.
산에서는 시원한 산기운에 잠을 더 잘 자는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랫만에 연수와 손을 잡고 걸었다.
연호 태어나기 전에도 워낙 앞장서 뛰어가기를 좋아하는 녀석이라 배부른 엄마랑 다정히 손잡고 가는 일이 별로 없었는데 
동생이 태어난 후론 엄마손에서 동생이 떨어질 날이 없어서 더구나 손잡기가 어려웠다.
오늘은 퍽이나 오랫만에 엄마와 흡족히 놀았고, 또 돌아오는 길에는 배고프고 힘들기도 해서인지 엄마 손을 꼭 잡고 천천히 걸어서 왔다.
손안에서 느껴지는 작고 부드러운 손의 감촉이 좋았다. 
곧 내 손에서 빠져나갈 어린 아들의 손, 부지런히 뛰고 구르고 노느라 도통 엄마 손속에 가만히 잡혀있지않을 손...


돌아와서는 포도랑 우유부터 차려 출출한 연수도 먹이고 나도 먹고 연호 젖도 배불리 먹였다.
그리고 어제에 이어 고구마를 쪘다. 햇고구마가 막 나오기 시작했는데 연수는 과일이든, 야채든 이렇게 새로 나올때 제일 좋아하고 잘 먹는다. 비싸서 망설이지만 과자나 음료수를 거의 사먹지 않는 우리집이니 햇과일이나 햇곡식은 눈 딱감고 사서 좋아할때 얼른 많이 먹인다.

간식을 든든히 먹고 연수와 연호를 모두 목욕을 시켜줬다.
날이 선선해진뒤로 아이들 목욕을 매일 시키진 않는다.
모처럼 깨끗해진 아이들을 보니 기분이 좋다.
계란찜해서 점심밥먹고 낮잠까지 잤으면 딱 좋았겠지만... 오늘은 연수가 만화영화본다고 낮잠은 안 잤다.
대신 나랑 연호는 누워서 젖먹으면서 형아 영화볼 동안 잠시 잘 쉬었다.

오후에는 아랫집 찬이네랑 놀이터도 갔다가 두 집을 왔다갔다하며 잘 놀았다.
저녁에 낮잠을 못자 눈꺼풀이 막 감기던 연수는 퇴근한 아빠와 함께 밥을 먹자마자 방에 들어가 곯아떨어졌다.
든든히 먹어 동그랗게 부른 배를 하고 잠든 아이를 보니 안심이 되었다.

연호낳고 한동안 연수에게 손이 안 갈때 
제대로 챙겨먹이지 못해 홀쭉한 배를 하고 잠든 연수를 보면 정말 미안했었다.
요즘은 저 혼자 밥도 떠먹고, 또 시간안에 약속한 양만큼 밥을 먹게 하려고 노력중인데 그것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무엇보다 내가 연수가 좋아하는 것들을 만들어줄 수 있게 되어서
엄마가 저를 위해 정성껏 만든 제 입맛에 맞는 음식들을 좋아하면서 잘 먹는다. 그런 아이를 보니 마음이 참 좋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풍경"

시인과 촌장의 '풍경'이란 노래 가사가 오늘 많이 떠올랐다.
손을 잡고 마을 뒷산을 산책하고, 고구마를 쪄먹고, 놀이터에 다녀오고, 매끼니 따뜻한 밥을 챙겨먹는
별스러울 것 없는 일상을 내 손으로 다시 꾸려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정말 고마웠다.
비로소 내 자리로 다시 돌아온 것 같았다.

엄마의 자리를 든든히 지키는 건 정말 중요한 일 같다.
다른 거창한 교육이나 뒷바라지를 못해주더라도
늘 그 자리를 지켜주는 것.. 따스한 밥상을 차려주고 함께 소박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면서 엄마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주는 것이 아이들을 위해 내가 꼭 해야하고, 하고싶은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엄마들이 그러셨던 것처럼...
그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제야 나는 조금 알 것 같다.
내일 아침밥상을 위해 늦은밤 국거리를 준비해놓고, 기저귀를 삶아놓고, 거실에 쌓인 하루만큼의 먼지를 닦아내는 일.
 
엄마가 다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면서, 엄마의 자리로 조금씩 돌아가면서
그동안 내가 걱정했던 연수의 문제행동(?)들도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다.
엄마말도 더 잘 듣고, 엄마가 싫어할만한 일은 안하려고 노력하고, 행여 실수를 해서 엄마에게 야단을 듣더라도 얼굴 찌푸리거나 화내는 것이 많이 줄었다.
엄마가 살림과 육아에서 얼마나 여유로운 자세를 가질 수 있느냐에 따라 아이를 대하는 자세도 달라지고, 그에 따라 아이의 태도도 달라진다는 걸 이번에 깊이 느꼈다.
내가 단단하고 여유로와야 아이도 단단하고 여유롭게 클 수 있을 것 같다.

어제부터 목이 좀 붓고 따끔거렸었는데 오늘밤에는 더 심해져서 침 삼키기가 힘들었다.
얼마전에 연수 연호가 같이 감기를 앓고 나았는데 나도 그때부터 감기기운이 약하게 있던 것이
어제오늘은 좀 심해지는 것 같아서 겁이 났다.
죽염으로 가글을 하고 목에 수건을 감았다. 따뜻한 물도 많이 마시고...
그래도 몸이 으실으실한게 조심을 해야할 것 같아서 원래 내일 우리집으로 놀러오려고했던 블로그이웃들과의 약속을 아쉽지만 취소했다.
참 보고싶고 그리운 사람들인데 물리는 마음이 쓰렸지만.. 지금은 내가 내 자리에서 잘 버텨야만하기에 내일은 좀 조심하면서 최대한 몸을 구슬려봐야할 것 같다.
 
밤이 늦었다.
얼른 자야 또 내일 일찍부터 우리 귀염둥이들과 하루를 잘 시작하지...
하루가 무사히 저문 것이 고맙고, 손톱만큼 더 자란 아이들이 고맙다.
그리고 하루에 한 발짝씩, 다시 씩씩한 엄마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고맙다.
아니, 어쩌면 돌아가는게 아니라 새로운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예전엔 아이가 하나였고, 이제는 둘이니까!
나는 돌아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새로운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걸지도..
우야든동('어쨌든'이란 말이예요^) 힘내자, 욱.





 



++ 엄마가 부족하나마 살림을 꾸리고 형아도 더 돌볼 수 있게 된건 생각해보면 모두 연호가 잘 자라준 덕분이다. 
연호가 목을 제법 가누게되면서부터 아직 어려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급하면 포대기해서 업고 요리도 하고, 연수도 씻긴다. 
다행히 업으면 잘 자는 덕분에 비록 서서 먹어야하지만 업은채로 엄마가 밥도 제때 먹고 이것저것 할 수 있는 손이 훨씬 많아졌다.
둘째를 업을 수 있게 되면서부터는 아이 둘 키우는 일이 한결 나아진다더니(나보다 먼저 두아이 엄마가 된 친구의 표현에 의하면 '질적으로 달라진다') 정말 그렇다. ^^
고맙다, 연호야.. 어느새 이만큼 자라줘서 정말 고맙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1. 8. 28. 14:26








가을로 가는 길목, 햇살은 환하고 공기는 한결 시원하다.
빨래도 잘 마른다.
날이 좋아지면서 천기저귀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흰 기저귀에 떨어지는 한낮의 햇살이 따뜻하다.
밤에 빨래를 갤때면 기저귀에 남아있는 태양의 온기가 마음에도 스며드는 것 같다.  











연호는 참 잘 잔다. 오래오래 순하게.. 엄마젖이 불어 옷을 젖을 때도 있지만 깨울 수가 없다. 
고운 아기 단잠이 너무 귀하고 예뻐서 엄마는 그저 사진만 찍고 또 찍는다. 

가을로 가는 이 즈음에 연호가 특히 잘 자게 되었다. 
이제는 젖 배불리 먹고 눕혀놓으면 혼자 조금 놀다가 스르륵 잠이 든다.
주먹도 빨고, 부엌에서 들리는 엄마의 도마질소리, 물소리를 자장가삼아 눈을 사르르 감는 모습이 너무 고맙다.
연수 형아가 같이 놀자고 뛰어들어가 깨우지만 않으면 연호는 금새 잠이 든다. 
그 덕분에 엄마가 기저귀 빨고 삶고, 반찬 한가지라도 뚝딱 만들어서 제때에 형아랑 밥 챙겨먹을 수가 있다. 











손목이 아직 빠져나오지 않은 연호. 통통한 팔뚝 끝에 바로 손이 이어져있다. 
올록볼록 통통한 이 모습은 갓난아이 시절에만 볼 수 있지.. 만세하고 자는 모습, 만세한 팔이 머리보다 짧은 모습도. ^^
보고 있으면 웃음나는.. 갓난아이 예쁜 시절.










내 첫아기 연수도 저렇게 오동통하고 작은 시절이 있었는데 언제 이렇게 늘씬하게 컸담...

어느날 연수가 목욕하고난 연호 몸을 보더니 한마디 했다. 
"엄마, 연호 소세지같아~" 
^^;;









앗. 외계인 출현? ㅎㅎ

엄마가 밥차리는 사이에 형아가 연호 이마에 스티커를 잔뜩 붙여놓았다.
그래도 좋아한다. 제 곁에 사람이 와서 눈맞추고 웃어주는걸 제일로 좋아하는 연호.











엄마가 바쁠때 연호 곁을 지켜주는건 개구쟁이 우리 형아다.
저 나름대로 연호에게 책도 읽어주고, 딸랑이도 흔들어주다가 이내 엄마 흉내내듯 "연호야, 놀고있어~ 형아 금방 갔다올께~"하고는 제 장난감있는 곳으로 뛰어가 버린다.
그래도 연호가 울면 얼른 다시 가서 "울지마, 형아가 있잖아" 하고 달래준다. 

한번은 연호가 계속 우니 연수가 곁에 서서 "연호야, 엄마 금방 오실거야, 걱정하지마"하고 타일렀다. 
설겆이하며 그 얘기를 듣는데 마음이 뭉클했다.
그래.. 엄마 금방 갈께. 엄마 없을때는 너희 둘이 언제라도 그렇게 서로 달래주고 지켜주면서 지내다오. 
 









삼김(三金)씨의 평화로운 한 때.









젤 작은 김씨, 어느새 울음 터지고...










큰 둘이 어찌어찌 달래본다. 울지마, 울지마... 엄마는 지금 바쁘니까 우리 셋이 같이 잘 있어보자구~.

 









연호 50일 사진 못찍은게 생각나서(글고보니 우리 애들은 스튜디오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네;;) 며칠전에 거실소파에 앉아 70일(?) 사진을 찍었다. 늘 내복만 입히다가 모처럼 외출복도 꺼내 입히고..^^;

연호야, 잘 자라줘서 고맙다.. 참 순하고 다정한 아기.
지난 여름 힘들었던 순간들을 네가 잘 자주고, 많이 웃어줘서 엄마가 넘어올 수 있었단다. 
네 덕분이라고, 고맙다고 네 곁에 누워 마음속으로 얼마나 많이 말했는지 몰라. 고맙다, 우리 아기.











힘들었던 여름이 끝나간다.
처음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보느라 더없이 쩔쩔맸던 여름.
연수도, 연호도, 아빠도 참 고생많았다.
여름 지나는 동안 연수도 참 많이 컸고, 연호도 많이 컸다.
나도 애 둘 보면서 밥도 챙겨먹고 살림도 어찌어찌 꾸릴 수 있게 되었으니 많이 큰 것 같다. ^----^
두 아이데리고 참 잘 놀아주고, 부족한 살림일손도 잘 거들어주는 연수아빠도 육아내공을 날로 쌓아가며 많이 자란 여름.

무덥고, 습하고, 맑게 갠 하늘보기가 너무 어려웠던 힘든 여름이었지만
그래도 고마운 여름이었다. 
우리 모두를 쑥 키워주었던 고마운 시간이었다. 
가을에는... 맑은 하늘처럼 더 가벼운 마음으로, 더 밝게 행복하게 영글어갈 수 있기를.
모두, 모두 화이팅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1. 8. 22. 00:12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열릴 때 제천에 방잡아놓고 매일 저녁 영화보고 음악듣고 낮에는 산책하고 노는 휴가를 보내는 것. 

대관령국제음악제 열릴때 대관령 근처 숲속을 어슬렁거리며 놀다가 음악회듣고.. 마지막에는 강릉 외가에 들러 할머니할아버지와 옥수수쪄먹고 경포바다에서 놀고 올라오기.

통영윤이상음악제 때는 통영에서 지내기..

강을 따라 걸어가는 도보여행. 섬진강을 따라서.. 발원지부터 바다까지 강물과 함께 걸어가보기.

모형비행기 날리기. 바람을 가르며 가볍게 날아오르는 모형비행기의 매끈한 선을 보고 있자니 남자아이들이란 저 모형비행기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위로 가볍게 솟구쳐오르는 빛나는 존재들.. 땀에 젖은 머리칼을 날리며 쉼없이 뛰어다니는 아이들. 때로 너무 반항적이고 고집쟁이고 씻는 것, 정리하는 것 모두 너무 싫어해서 엄마를 화나게 하더라도.. 매끈한 다리로 한없이 뛰어다닐 빛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사랑하게 되겠지.

지리산 종주하기.

집에서 만화책 돌려보며 뒹굴거리기.

남미여행하기.

제주도에서 수영하고 산책하면서 한동안 살기.

핀란드에서 사슴썰매 타보기.(이건 내 초등학교 시절부터의 꿈)

시베리아횡단열차 타기.
이건 내 대학시절부터의 꿈이네... 쓰다보니 내 꿈들만 자꾸 써놓는것 같은데 음... 애들이 싫다면 나 혼자 가지 뭐.

할아버지가 집짓는 곳에 가서 집 짓는 모습 지켜보기.

외할아버지 농사일 하시는데 따라다니기.

여름밤에 나란히 누워 풀벌레 울음소리 듣기.

시골에 가서 밤하늘 가득한 별 올려다보기.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하루종일 놀기.

....



더 놀고 싶다고 울다가 잠이 든 연수.
땀에 젖은 머리칼을 씻지도 못하고 눈에는 눈물자욱 어린 채로 어린 몸을 새우처럼 구부리고 잔다.
오늘은 아빠와 함께 아이들을 봤는데도 연수는 자꾸 밥을 제때 먹지 못하고 빵이나 우유같은 간식들로 종일 배를 채웠다.
아빠가 있는 덕분에 아침 일찍부터 어린이회관도 다녀오고, 오후 늦게는 온 가족이 한강공원에 나가 바람쐬며
모처럼 신나게 잘 놀았는데.. 먹는걸 잘 쟁겨주지 못해 미안하다.
낮잠을 못자 몹시 고단한채로 버티고 또 버티며 하루종일 노는 연수를 보니 그 모습이 예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결국 눈물바람을 하고 잠든 아이 곁에서 내가 요즘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건지, 뭔가 잘못하고 있는건 아닌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마음이 되었다. 

자연스런 4살 아이의 성장통인건지, 동생이 생겨서 그런건지.. 판단하기 어려운 고집과 떼, 울음같은 것이 터질때마다 마음이 덜컹한다.
제일 중요한건 엄마가 흔들리지 않는 것, 아이가 잘 클거라고 믿어주고 지켜봐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내 육아방법에 대한 확신같은 것이 많이 약해져있는 요즘이다.
뭔가 불안하고 걱정스럽지만 어떤 구체적인 반성을 하지는 못하고, 육아책을 펼쳐 내 고민에 답이 될만한 내용도 찾아보지 못한채로 하루하루가 그저 정신없이 흘러가고만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마음이 한없이 약해져만 가다가.. 문득 이 시절이 지나고, 아이들이 좀더 크면 함께 하고싶은 일들,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둘 생각하게 되었다.
시원한 달밤에 함께 영화보고, 얘기하고 걷고 놀 생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답답했던 마음이 많이 시원해졌다. 
아이들과 여행하는 일은 상상만해도 너무 설렌다. 

그래... 당장의 어려움에 해답은 아니지만... 
이 시간을 잘 견디고 잘 헤쳐나가면 내가 꿈꾸는 저런 날들이 꼭 올거야.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좀 났다. 

금방 지나갈 것 같았지만 힘든 시간은 또 참 더디게도 흘러간다.
어린 연호를 끌어안고, 역시 아직은 엄마 다리라도 끌어안고 싶어하는 어린 연수를 매단 채로 종종거리는 동안 어느새 여름이 끝나간다.
매일 부딪히는 어려움과 고민에 대한 해답도 어서 찾아야지.. 
가을에는, 부디 우리가 조금 더 잘 헤쳐나갈 수 있기를. 
부디 내가 조금 더 현명하고 강해지기를..





      















































해뜬 날이 손에 꼽을만큼 비가 많았던 올 여름..
우리가 강릉에 있는 2주동안 유일하게 해가 쨍하게 났던 날, 경포바다에 다녀왔다.
40일된 연호도 외할머니품에 안긴채 솔밭에 앉아 바다냄새는 맡았다.
내년에는 우리 모두 바다에서 더 오래 놀 수 있겠지.
연수연호, 엄마아빠, 외할아버지할머니..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다 다시 바다가에서 만나자고요..! ^^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1. 8. 12. 23:21









연호가 세상에 태어난지 60일이 되었다.
힘들게 지나온 날들이었지만
언제나 엄마를 보면 벙긋 웃어주는 이 아이가 있어 참 행복한 날들이었다.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자면서 보내는 연호.
깨어있을 때는 엄마와 눈맞추는걸 정말 좋아하고, 웃고, 무어라 무어라 옹알이도 참 많이 한다.
고슴도치 엄마의 귀에는 '어우 아으~' 소리가 '어엄 마아~'로 들린다. ^^








외가에 가있던 40일 무렵의 연호.
참 예쁘지.. 참 예뻐..^^
남편은 연호를 보는 내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날아가는 것같다고 했다.

둘째라 그런가.. 고물고물한 갓난아이라 그런가.. 연호는 그저 예쁘기만 하다.
울다가도 엄마가 문열고 방에 들어서기만 하면 알아보고 그치는 연호.
안고 눈맞추고 있으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처럼 벙실 웃고 
고 작은 입을 연신 움직이며 엄마에게 이야기하느라 바쁜 아이.














고집도 세고, 엄마에게 투정과 떼도 많이 부리는 네살배기 형아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걱정도 많고 고민도 많아
머리속으로 거의 하루종일 연수 생각을 하며 지내는 것 같다.
그게 가끔 연호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연호와 눈맞추고 얘기하는 짧은 순간만큼은 이런저런 걱정들은 모두 잊고 그저 참 예쁘구나.. 고맙구나.. 좋구나.. 하는 생각만 든다.

실제로 손은 연호에게 훨씬 많이 가있다.
오래오래 안고 젖을 먹이고, 졸려서 칭얼거리면 안아 재우기도 하고 유모차태워 밀고다니고... 
연수에게 쓸 손이 없어서 연수는 하루종일 거의 혼자 힘으로 먹고 걷고 논다. 
그런 연수를 보면 대견하면서도 짠하다. 연수.. 서운하고 속상한게 많겠지..
  
연호가 유모차에서 잘 잘 때 연수와 놀이터에서 같이 뛰기도 하고 그네도 밀어주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엄마가 천천히 밥을 먹여주고, 이거하자 저거하자 하는 여러 놀이들을 '그래!'하고 바로 따라가서 같이 할 때 연수는 행복해보인다.
요즘 연수는 씻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오후늦게 땀에 흠뻑 젖은 연수를 씻길 때면 연호가 울까봐 손길이 급해진다. 
연수가 하도 싫다고 소리를 지르는통에 그 소리가 듣기싫어 더 빨리 씻기게 된다.
어제는 대야에 물을 떠놓고 천천히 손발을 씻겨줬더니 연수가 보드라운 그 느낌이 좋은지 가만히 앉아서 제 발에 닿는 엄마손의 다정한 감촉을 음미하는 것 같았다.
뭉클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천천히, 이 아이 발을 이렇게 씻겨주는 날이 더 많았으면.. 

아이가 엄마를 찾을때 바로 '그래~'하고 달려가주기가 어렵다는 것이 마음 아프다. 
둘이 동시에 엄마를 찾을때.. 때로는 우는 연호를 기다리게 하고, 때로는 소리지르는 연수를 기다리게 한다.
엄마인 나도 때로 배고프고 화나고 고단한 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할 때가 많다.
기다리는 건 정말 어렵다. 뭔가 지금 꼭 하고싶은게 있는데 그걸 참아야한다.
네 살 연수도, 갓난쟁이 연호도, 서른넷 엄마도 귀중한걸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믿고 싶다. 

이 시절을 잘 견디고나면... 형제가 있어서, 가족이 여럿이어서 더 든든하고 따뜻하고 좋다고 느끼게 될까. 
그렇게 되겠지.. 부디 그렇게 되기를.  



60일.
잘 자라준 연호도 고맙고, 엄마와 함께 어린 동생의 성장을 내내 지켜보고 많은걸 참고 견뎌준 연수도 고맙다.
앞으로 갈 길이 멀고 험하겠지만.. 얘들아, 좋은 날, 웃는 시간이 더 많아질꺼야.
조금씩 더 재밌어질꺼야... 그렇게 살자. 


















+ 연수가 연호에게 가위바위보를 가르쳐줬다.
'가위 바위 보' 하고는 아직은 늘 보밖에 못 내는 연수.
그래도 동생한테는 항상 이긴다.
연호는 늘 주먹이니까. ^^ 
어찌 되었든 둘이 이렇게 다정히 누워 노는걸 보니 엄마 맘이 참 좋구나.. 고맙다. 뚱구빵구.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1. 8. 8. 22:36







매일 조금씩 나아지기..
두 아이와 함꼐 지내는 하루가 벅차고 힘들게 느껴질 때 마음속으로 외워보는 바램이자 다짐이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지난번 포스팅을 하고난 다음날 연수와 연호는 믿을 수 없을만큼 오래 낮잠을 잤다.
밖에는 소나기가 세차게 쏟아지고 천둥이 요란한데
집안에는 51일된 연호와 38개월 연수가 내는 달콤한 숨소리만 가득했다.
오후2시쯤부터 6시까지 이어진 낮잠 동안 나는 함께 자다가 일어나 간식을 먹고, 저녁 준비를 했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오래오래 빗소리와 아이들 숨소리를 들으며 또 누워있었다.
왠지 이제부터는 좀 나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좋아질꺼야.  

목요일부터는 연호를 유모차에 태웠는데 이럴수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마당에 내려서자마자 잠이 드는거다.
적당히 덜덜거리는 오래된 유모차에서 연호는 순하게 잘 잤다. 
그동안 바닥에 내려놓기만 하면 깨서 내내 팔에 안고 재우느라 팔이며 허리 다리가 정말 많이 아팠는데
이날 이후로 안아재우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졸린데 잠이 안들어 찡찡거리면 바로 유모차에 태워 아파트 마당으로 나온다.
한바퀴 돌다보면 연호는 금새 잠이 들어있고
연수는 신이 나서 이리 가자, 저리 가자 앞장서서 뛰어간다.

연호낳고 처음으로 연수와 놀이터에서 놀았다.
잠든 연호 유모차를 그늘에 세워놓고 연수 그네를 밀어주었다. 








"난다 난다 신난다~!! 엄마, 너무 신나!!"
"하늘까지 닿겠네, 하늘까지 닿겠네, 하늘까지 닿겠네~~!" 

신나하는 연수 모습을 보고있자니 마음이 뭉클했다. 
연호 낳고 조리하는 동안 몸도 힘들고, 어린 동생 돌보느라 늘 바빠 연수와 제대로 놀아주지 못한 것이 참 미안했다.
밝은 햇살 아래서 엄마가 밀어주는 그네를 타며 이토록 좋아하는 아이를 보니 
미안했던 마음도 조금 풀리고, 나 자신도 이만큼 움직일 수 있게 된것이 기쁘고 좋아서 가슴이 다 시원했다.

연수와 연호와 함께 밖에 나와 놀 수 있게 되어 정말 좋다.
지금은 아파트 놀이터밖에 못 가지만 연호가 조금만 더 크면 우리가 좋아하는 동네 뒷산에도 같이 갈 수 있겠지.
오늘보다 내일은 좀 더 많이 걷고, 좀 더 오래 놀고, 좀 더 크게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날 이후로 마음이 많이 밝아졌다.
유모차를 밀고 걸어다니는 것이 안하던 운동을 한 셈이 되어서 밤에 누워보니 늘 아프던 허리도 좀 덜 아프고
몸도 좀 가벼워진 것 같았다. (글쓰면서 생각해보니 연호를 덜 안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 
산책후에도 연호가 유모차에서 한참은 더 자는 덕분에 연수와 나는 좀 여유있게 밥도 먹고, 청소랑 빨래할 짬도 생겼다.
오랫만에 연수에게 물감놀이를 꺼내줬더니 "엄마, 이제 다 나았어? 안 아파?"하고 물었다.
그동안 엄마가 아프니 차리고 치울 것이 좀 많은 물감놀이 같은 것은 엄마 다 나은 뒤에 하자고 달래왔기 때문이다.

수유간격이 좀더 벌어진 것도 참 반가운 일이다.
집안에만 있을 때는 아무래도 젖을 더 자주 먹이게 되는데, 젖먹고 좀 놀다가 밖에 나가 한잠 자고나서 다시 먹는 것으로 수유리듬이 조금씩 잡혀가는 것같아 다행스럽다.
큰아이가 있다보니 둘째는 밖에 빨리 나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게 둘째에게도 좋은 일이 되기를 빈다. 시원한 공기를 쐬고, 볕도 좀더 받고.. 그래서 건강히 잘 커주었으면.. 
50일의 기적(?)인지, 그전에는 잘 안누워있던 아기침대에 누워 모빌도 한참동안 잘 보고 놀아서 그도 고맙기 짝이 없다.
이렇게 조금씩.. 나아지는건가보다. 









그래도 여전히 참 어렵다.
더 놀고싶은데 어린 동생이 칭얼대면 집으로 들어가야하는 것이 속상해서 연수는 여러번 울음을 터트렸다.
오늘처럼 비오는 날에는 유모차를 태울 수도 없어서 하루종일 셋이 집안에서만 복닥복닥 하느라
연호도, 연수도 제대로 낮잠을 못 잤다.
요즘 내게는 날씨가 제일 중요하다. 이제는 제발 비가 그만 왔으면..

흐린 날 지나면 맑은 날이 찾아오듯
어려운 날 지나면 좋은 날이 더 많아질 것이다.
지금은 우리 네식구 모두 서툴고 어렵고 힘든 날을 살아내고 있지만
천천히..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연수 키울때 그랬듯이 지날수록 고맙고 예쁘고 벅찬 순간이 많아질 것이다.
그러니.. 견뎌야지.
엄마만 보면 좋아서 벙긋 웃어주는 연호랑 종일 조잘대고 장난치다 엄마에게 야단을 있는대로 맞아도 잠시 뒤면 "엄마가 좋아~"하며 꼭 끌어안는 연수가 있으니까.. 힘을 내야지.
저녁이면 힘들어 퉁퉁 부은 얼굴을 한 마누라가 기다리는 집으로 조금이라도 빨리 돌아오려고 종종걸음치는 남편이 있으니까.. 하소연도 하고, 수다도 떨면서 내일도 또 힘내서 살아야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1. 8. 2. 22:55







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서울에 돌아온지 사흘, 연수연호와 셋이서 온전히 하루를 보낸지 이틀째다.

어제는 7시에 일어났다가 아빠만 아침밥을 겨우 먹이고 나는 팔에서 잠든 연호를 안은채로 식탁에 앉아 뒤늦게 아침을 먹었다.
연수 밥도 잠든 연호를 한팔에 안은 채로 먹였다. 바닥에 눕히면 금방 깨는터라 낮에는 연호를 거의 계속 안고있다시피하는데, 급할때는 한팔로 연호안고 나머지 한손으로 이것저것 한다. 한손쓰기의 명수가 될 것같다. 

오늘은 6시에 네 식구 모두 일어났다. 덕분에 나부터 미역국에 밥말아 먹고 아빠 출근전에 연호를 다시 재우는데 성공. 연수랑 식탁에 앉아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먹였다. 그리곤 얼른 점심준비.. 연수가 좋아하는 볶음밥을 해주려고 야채들을 잘게 썰어놓았다. 이만큼만 해놔도 점심때 훨씬 수월하다. 볶음밥을 한 덕분에 연수는 점심밥을 제때 많이 먹었는데, 나는 연호 재우느라 미역국밥을 반그릇밖에 못먹었다. 어제는 점심을 오후3시에야 먹었다.   

연호안고 연수랑 아파트 놀이터에도 나가 놀았다.
연수는 세발자전거를 타고 씽씽 신나게 달렸다.
연호는 이제 50일. 몸무게도 5.6 kg로 제법 나간다. 아기띠를 하고싶지만 아직은 목을 잘 못가누니 조심스럽고... 신생아가 탈만한 유모차가 있긴 하지만 오래된 것이라 쿠션이 좀 불안해서 쓸 엄두를 못냈는데 어제오늘 안고다녀보니 무겁기도 하고, 바람도 좀 불어서 아무래도 유모차를 쓰는게 좋을 것 같다.
저녁에 퇴근한 남편에게 연수 신생아 시절에만 잠시 쓰고 오래 묵혀두었던 예전 유모차를 꺼내달라고 부탁했다. 

어제는 연수 연호가 각각 시간은 달랐지만 그래도 낮잠을 자주어서 한결 나았는데
오늘은 연수가 낮잠을 안 자는 통에 몸도 마음도 한결 고단했다.
졸린데 잠을 못 들이는 연수도 힘들었겠지... 그래도 이것저것 제 나름대로 놀 거리를 찾아내서 기분좋게 내내 잘 놀아주는 것이 참 고맙다. 
어제오늘 사이에도 연수는 많이 달라졌다.
산후조리하는 한달동안 친할머니와 산후도우미 아주머니가 같이 계실 때는 그 분들께 투정도 많이 부리고, 하지말라는 것들(소리지르기, 동생한테 장난치기 등등)을 더 하더니
엄마랑 동생이랑 셋이만 지내게 되니 훨씬 얌전해졌다.
외가집에서 지낼 때부터 동생한테 와서 장난치고 때리는 일은 안했지만 어른들께 땡깡부리고 소리지르며 노는 것은 여전했다.
그런데 다른 식구들없이 집이 조용해져서 그런가 연수도 한결 차분해진 것 같다.
아마도 어린 마음에 할머니들이 계시니 들뜨고 좋아서 더 장난도 치고, 할머니들께서 하지말란 것은 더 하고.. 그랬던게 아닐까 싶다. 집에 손님이 오면, 특히 친구들이나 어린 동생들이 와도 그렇게 흥분하고 들뜬 나머지 더 개구진 짓도 하고 떼도 쓰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제오늘은 엄마 부탁도 잘 들어주고 제법 의젓하게 제 일들을 잘 해내기도 했다.
엄마가 제 맘껏 같이 놀아주지 못해 좀 심심하기도 하지만 엄마 심부름하며, 동생 자라는 것도 보며... 연수의 마음도 더 깊게, 따뜻하게 자라주기만을 빈다.

두 아이와 종일 붙어 지내며 힘들지 않은 순간이 없다.
아.. 정말 힘들다.. 하다가 잠시 마음 추스리면 두 아이 키우며 이만큼도 안 힘들랴... 생각한다.

여름이라 연수가 밖에 나가고 싶어할때 언제든지 연호 데리고, 또 연수 겉옷입히는 수고없이 바로 나갈 수 있는건 좋은데
땀흘린 연수가 들어와서 목욕하고 싶어할 때 연호가 안자면 참 어렵다.
연호 침대에 눕혀놓고 얼른 목욕물틀어 연수 욕조에 넣어주고, 우는 연호 안아서 젖주다가 
혼자 욕조에서 놀던 연수가 '엄마 이리 와! 엄마, 나 나갈래, 씻을래!'하고 소리치면 '알았어, 연호 잠들때까지 조금만 더 놀아'하고 달래고, 얼추 먹은 연호 눕혀놓고 부리나케 욕실로 뛰어가 연수 씻기고 다시 우는 연호 안는다.


잠깐씩 짬이 날때마다 연수 간식거리를 식탁위에 올려놓고, 내 입에도 마구마구 음식들을 집어넣는다. 
먹고 먹이는 일이 하루중 제일 중하고 제일 어려운 일이다. 
잠든 연호 안고 연수 책읽어주고 연호 젖먹이면서 연수랑 논다.
연호가 기분이 좋을때는 연수가 딸랑이도 흔들어주고, 모빌로 흔들어주면서 제법 잘 놀아준다.
연호가 울음을 그치지 않아서 쩔쩔 맬 때.. 연수까지 이거 하자 저거 하자 조르면 정말 울고싶다.
오늘 해질 무렵에도 그랬는데 마침 연수가 밖에 나가 자전거타고싶다고 졸라서 얼른 셋이 출동했다.
연호는 밖에 나오면 울음도 그치고 잠도 잘 든다.. 휴.... 

그래도 연수가 혼자 화장실가서 쉬도 할 수 있고, 목욕하고 나면 혼자 옷도 입을 수 있고, 
여름이라 연수가 집안에서 빨개벗고 돌아다녀도 된다는게 정말 다행이다.. 

힘든 순간들이 어찌어찌 넘어간다.
한 고비 지나고나면 좀 숨이 트이고, 그러고나면 다음에 더 힘든 순간... 
이렇게 하나씩 넘기다보면 나의 두 아이 엄마 노릇도 조금은 여유로와질 때가 오겠지.. (오겠지..?)

저녁에 연수아빠가 퇴근하고 나면 비로소 숨이 후... 하고 나온다.
아빠가 온 뒤에도 이런저런 힘든 일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둘이니까. 둘이 있으니까 이젠 괜찮다.
오늘은 두 아이가 다 8시반쯤 저녁잠이 들었다.
일찍 일어나는 대신.. 일찍 자는 우리 아이들. 
아이들이 잠들고나면 비로소 나는 여유를 찾는다. 늦은 저녁밥을 먹고 남편과 한참동안 부지런히 집안일을 한다.
내일 조금 더 수월할 수 있게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고 어질러진 집을 치운다.

서울집에서는 강릉에서처럼 새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만
개구리와 풀벌레 울음소리는 들을 수 있다.
여름밤이 깊어간다.
오늘 하루도 모두 무탈하게 지냈으니 고마운 하루였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1. 7. 27. 22:13







"연수야, 향나무 좀 봐~, 거미줄에 빗방울이 걸렸네!"
"엄마, 저거 거미줄 아냐. 구름이야~!"
"구름이라고..?!! 아.. 너무 예쁜 구름이다..^^"
"엄마, 저 구름으로 구름빵을 만들면? 그걸 우리가 먹으면? 우리도 고양이들처럼 하늘을 날면?"

요즘 연수는 저렇게 연이어 질문하는걸 좋아한다.
이 질문에 내가 붙인 이름은.. '꼬꼬질(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 







"엄마, 뻐꾸기 소리가 들리네?"
"아.. 그렇네. 뻐꾹새가 우네..."
"뻐꾹새가 아니고 뻐꾸기야."
"그래.. 뻐꾸기. 뻐꾸기 소리 참 좋다.."
"응. 참 좋아"

뻐꾹... 뻐꾹...
고향집 마당에 서면 멀리 앞산에서 뻐꾸기 소리가 들린다.
지지배배.. 종달종달... 이름을 모르는 다른 새소리들도 참 많이 들린다.

연수가 마당에 서서 새소리에 가만히 귀기울이고 있을 때, 내 마음도 참 좋다.
연호를 안고 거실을 왔다갔다하며 재울 때.. 연호 귓가에도 이 새소리들이 들렸으면..







어느 비갠 날, 외할머니가 연호를 안고 마당가에 나오셨다.
형아가 종일 모래놀이 하는 모래밭 옆에는 외할머니의 작은 부추밭이 있고, 
부추밭 가장자리에는 봉숭아꽃이 피었다. 

연호야.. 저 봉숭아꽃에 호랑나비가 와서 앉아있었어. 
엄마가 세상에 태어나서 본 호랑나비중에 제일로 크고 예쁜 나비였어.
연호가 처음 마당에 나온 날에.
 










한 손에는 호미들고, 한 손에는 큰 쥐며느리를 올려놓고...
네 살 여름에 외가집 마당에서 이렇게 놀았지, 우리 연수. ^^









지은지 30년 가까이 되어가는 내 고향집.
이 집 자리는 원래 아주 큰 밭이었다. 나는 그 밭을 가로질러 뛰어가던 생각이 난다.
친구들과 소꿉놀이를 하려고..
대여섯살 무렵의 내가 소꿉놀이하기 좋아하던 양지바른 담벼락이
앞산으로 올라가는 길 옆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있었다. 담 옆에는 석류나무가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지금도 우리집 마당에 서면 소꿉놀이하던 그 언덕이 바로 건너다 보인다.
이 집을 처음 지을때, 아직 도배가 채 안되어있던 집에 온 가족이 들어와 자던 날도 기억난다.
한여름에.. 너무 더울때.. 새집이 시원하다고 모두 하룻밤 같이 와서 잤던 것 같다.
이 집에서 자라는 동안의 일들이 아직도 너무나 생생히 기억나는데
어느새 이제는 내 아이들이 이 집에서 새로운 추억들을 만들고 있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외증조할머니가 계시는 집.

외가에서 지내는 동안 연수도, 연호도 많이 컸다.
엄마도 고향집에 오면 늘 그렇듯이, 기운을 많이 차렸다.  
서울에 돌아가면... 소나무, 뻐꾸기 소리, 향나무 울타리, 모래밭, 다정한 어른들 목소리..
그런 것들 생각하면서 힘을 내야지.
우리 셋 다 아마 그럴 것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