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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7.04 6월의 일상 6
  2. 2012.06.27 이제 시작 10
  3. 2012.06.04 1462일 14
  4. 2012.05.08 다섯살 두살, 같이 자란다
  5. 2012.04.24 나는 참 좋다 7
  6. 2012.04.15 흔들리며 피는 꽃 7
  7. 2012.04.01 나의 햇살 10
  8. 2012.03.05 유치원의 첫 날들 6
  9. 2012.02.27 연수의 유치원 입학식 12
  10. 2012.02.13 참 예쁘다 13
umma! 자란다2012. 7. 4. 23:02

6월에 찍은 사진들을 한꺼번에 정리했다.

사진이 우리가 보낸 시간들의 전부는 결코 아니지만

사진으로 남은 순간들은 오래 돌아볼 수 있어서 조금 특별한 기억이 된다.

뒤늦게라도 블로그에 올려두는 이유다.

 

 

 

 

 

 

6월은 우리집에서 특별한 달이다.

두 아이들이 모두 6월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6월은 연수의 생일파티로 시작됐다.

 

한 동네에 살고있는 연수의 친구 세 명을 초대해서 조촐한 생일파티를 열었다.

아이들과 저녁삼아 먹으려고 잡채를 했는데 더운날 부엌에 오래 서있으려니 좀 힘들었다.

그래도 연수 친구들과 친구엄마들이 우리집 거실에 빙 둘러앉아 

한 목소리로 연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것을 듣고 있으니

순간 어찌나 뭉클하고 고맙던지...

아침부터 종종거리느라 힘들었던 마음이 다 날아갔다. 

 

 

 

 

 

고맙다, 연수야.. 건강하게 잘 커줘서.

고마워요, 모두들.. 함께 마음모아 축하해줘서.

 

 

 

 

 

 

연수 생일 지나고 열흘쯤 후에 연호 생일이 있었다.

돌잔치는 주말에 어른들 모시고 따로 하게 되어있어서 이 날에는 간단하게 찰밥과 미역국만 끓여서

식구들 먹기전에 삼신상을 먼저 잠시 차렸다.

친정엄마는 가족들의 생일마다 찹쌀에 팥넣고 만드는 찰밥을 해주셨다. 수수팥떡과 비슷한 의미랄까..

그래서 나도 우리 가족의 생일에는 찰밥을 꼭 한다.

아침은 그리 먹고, 저녁에는 퇴근하는 아빠 마중을 나갔다가 빵집에서 케잌을 하나 사와서

네 식구가 연호의 첫 생일 축하노래를 불러주었다.

 

 

 

 

 

 

연수는 연호 생일케잌에 붙어있던 리본이 예쁘다고 제 머리에 저렇게 두르고

거기에 케잌칼까지 꽂아서는 인디언이라며 까불거리고 뛰어다녔다.

동생 생일이라 케익을 먹게 된 것이 너무도 신난 어린 형아 인디언~!

 

 

 

 

 

 

'우리 형아 뭐하는 거지..' 신기하게 구경하는 연호. ^^

몇번 보고 나더니 연호는 이제 어디서건 케잌만 나오면 손뼉도 알아서 치고, 후우~ 불어 촛불끄는 흉내를 낸다. ㅎ

 

 

 

 

 

 

6월 어느날, 딸기를 강판에 갈아 플레인 요구르트랑 섞어주었더니 너무 신나서 잘 먹던 연호.

 

 

 

 

 

형아도 물론~~~! ^^

 

 

 

 

 

 

둘이 본격적으로 같이 물놀이를 하는 날들도 시작되었다. 

 

 

 

 

 

 

하루에 옷을 너무 여러벌 적셔서 가끔 한숨이 나온다는 것만 빼면

나는 물놀이에는 관대한 편이다. 더우니까..... ^^;

그래도 가뭄들 때는 물을 너무 함부로 쓰는 것 같아서 걱정, 장마질 때는 빨래가 너무 많이 나올까봐 걱정이긴 하다.

얘들아... 부엌 물놀이는 좀 자제하자. 

 

 

 

 

 

 

베란다 텃밭에서 수확한 상추! ^^

어느날 점심에 냠냠 맛있게 쌈싸 먹으니 어찌나 뿌듯하던지~!

 

 

 

 

 

 

토마토 심고나서 내친 김에 제대로 베란다 텃밭을 해보리라 하고 집에 있던 작은 화분들에 배양토를 채워 상추 모종을 여러개 구해 심었다.

호박이랑 쑥갓도 심었다.

연호 낮잠잘 때 짬짬히 연수랑 함께 만드는 과정이 살짝 힘들기도 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매일 물 주고 잘 크나 지켜보는 즐거움이 컸다.

 

 

 

 

 

 

살짝 높은 선반에 있는 채소 화분들에 물을 주기 위해 근사한 철제 사다리도 하나 샀다. ^^

배보다 배꼽이 훨씬 큰 꼴이지만 작은 아파트에서 어딘가 사다리 놓고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무척 즐거웠으니 그것으로 제 값은 충분히 한 것 같다.

 

하지만 방울토마토 세 개 따 먹고, 상추 몇 잎사귀 뜯어먹은 것으로 아쉽지만 우리의 베란다 농사는 끝날 듯 하다.

4층 우리집 베란다로는 밤에도 가로등 불빛들이 너무 환하게 비쳐서 토마토가 키만 쑥쑥 크고 꽃을 잘 피우지 못했다.

어쩌다 꽃이 피어도 벌이 없으니 열매도 잘 달리지 않았다.

호박꽃도 많이 피긴 했지만 열매는 맺지 못했다.

방충망을 열어놓아도 벌이 작디작은 우리집 꽃들을 찾아 들어오긴 어려워보였다. ㅜ

열매맺는 작물들은 작은 땅뙈기라도 햇살과 바람과 어둠이 충분하고 곤충들이 마음껏 오고갈 수 있는 곳이라야 살 수 있다는 것을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운 셈이다.

그래도 이 녀석들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동안 참 많이 행복했고

연수는 살아있는 생명들을 정성껏 돌보는 일도 해보았고

좋은 흙과 화분들도 많이 생겼으니 얻은 것이 많다.

가을에는 저 화분들에 작고 예쁜 나무들을 심어 키워봐야겠다.

그 녀석들도 어려운 환경에서 고생하겠지만...ㅠㅠ 그러고보면 집안에서 크는 화초들은 참 무던하게 잘 커줘서 우리가 잘 모르는 것이지 참 자연스럽지 못한, 사람 위주의 공간에서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기위해 또 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참으로 힘들게 애써 살아주고 있는 것 같다. 고맙고 미안하다.

 

 

 

 

 

6월을 지내면서 연호는 부쩍 많이 컸다.

5월에 한참 두 손으로 땅을 짚고 엉덩이를 하늘 높이 들어올리는 자세를 하고는 낑낑 거리길래 왜 저러나.. 했더니

그게 일어서려는 준비 과정이었다.

어느 순간 두 손으로 땅을 힘차게 밀어내더니 허리를 쭉 펴고 제 두 발로 단단히 땅을 딛고 서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 순간 연호 얼굴을 가득 채우던 뿌듯한 미소라니~!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은 참으로 감동적이다.

작고도 큰 성장의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겪는 진통, 노력, 그리고 마침내 하고싶어 애쓰던 성장을 해냈을 때의 기쁨.

이 모든 시간에 함께 할 수 있어서, 곁에서 지켜보고 같이 감동할 수 있어서 고맙고 또 고맙다.

 

혼자서도 잘 서고, 무엇을 붙잡고도 잘 서고

저 날은 살짝쿵 위험하게도 쌀독을 붙들고 일어섰는데

만지면 시원하고 두드릴때 소리도 맑은 장독이 좋은지 한참을 저기서 놀았다.

  

 

 

 

 

 

6월에 서울은 참 지독하게도 가물었는데 연수가 왜 비옷을 입고있을까요? ㅎㅎ

외가집이 있는 강릉에는 흐리고 춥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 많았다고 해서

강릉에 가져갈 옷가방을 챙기는 엄마 곁에서 비옷을 입고 노는 중입니다~~! ^^

 

찰밥과 미역국과 잡채를 두 번씩 만들고

많고 적은 손님들을 청해 식사를 함께 하고 따뜻한 축하와 격려를 받으며 6월을 지내는 동안

나는 행복한 감회에 젖어 울기도 하고 웃기도 많이 웃었다.

날은 뜨거웠고 연호는 돌을 앞두고 모세기관지염을 한차례 앓느라 고생도 했고 그게 나은 뒤에는 저 혼자 일어서서 엄마를 향해 한발짝 걸음을 떼는 멋진 성장을 보여주었다.

나는 연호 감기가 다 나을 때쯤 연호 앓던 감기를 그대로 옮겨받아 돌잔치 직후에는 잠시 앓았다.

봄과 여름의 입구까지 우리 모두 애썼고, 그래서 조금 아니 꽤 많이 지쳤있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이럴 때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있다.

6월의 마지막 날, 우리는 강릉에 내려왔다.

우리는 지금 외가집에 있다. ^^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2. 6. 27. 00:47

  

 

 


둘째 육아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고 쓰려고보니

사진들이 근 한 달 전 것들이네. 

진즉 한번 쓰려고 사진들만 정리해두었던 포스팅을 이제사 한다. 


둘째 육아가 한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ㅎㅎㅎ




 



돌이 가까워오던 늦은 봄, 연호의 활약이 부쩍 눈부셔졌다.

형이 쓰던 식탁의자를 차근차근 잘도 밟고 올라가 식탁 위의 여러 물건들을 휘젓고

엄마가 부엌일 하는 사이 개수대의 물에 손도 첨벙 담그길래 

어쩌나 싶어 보려고 소매를 걷어올려주었더니 아예 발도 물에 넣어보고 싶어했다. ^^

차마 그게 여의치 않으니 손으로 물을 쳐서 금새 부엌을 물바다로 만들고 제 옷도 흠뻑 적셔 놓았다.

그 순간, 딱 감이 왔다. 이제 시작이구나.... 



 

 

 




형보다 훨씬 빠른 것 같다.

저지레에 뛰어드는 속도와 스케일이... 

조기교육의 힘이겠지. ^^;;


본 거 없이 조용하게 엄마랑만 지내던 연수의 아기시절에 비해보자면

연호의 아기시절은 폭풍같이 쏟아지는 형의 다양한 놀이와 다이나믹한 행동들을 

스폰지처럼 쭉쭉 빨아들인 시간이었을테니

몸을 좀 움직일만 하게 된 지금 하고 싶은게 얼마나 많겠는가. ㅜ

 








연수도 아기 시절에 쌀튀밥 좀 쏟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연호가 담아준 그릇에 있던 튀밥을 쏟은 것을 보고 신이 난 연수가 봉지에 들어있던 것까지 왕창 쏟아서 이렇게 해놓고는 포크레인을 가져와서 퍼 담는다고 저렇게 하고 있다.

연호야... 너는 형이 있어 참 좋겠다. ^^ 안그러면 어떻게 이렇게 많이 쏟아진 튀밥 구경을 해보겠니...;;


 


 

 




치운다고 치우지만 유치원도 안 가는 큰 아이가 있는 집에서 물감이며 크레파스, 점토 같은 것들이 때때로 바닥에 안 내려 올 수는 없다.

그래서 잠깐 연수 하는거 봐주다 돌아보면 어느새 연호가 냠냠 맛을 보고 있다. ㅠㅠ

때로는 하고 많은 장난감 다 싫고 저 미술놀이 재료들이 뒤죽박죽 들어있는 통을 꼭 집어 가르키면서 그거 내려달라고 앙앙 울기도 한다. 그럴때의 떼는 벌써 보통이 아니다.

허어~~~ 이 녀석, 재밌는건 잘도 알지..  먹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줄텐데..ㅜ 구강기는 언제 끝나는 거더라...



 

 

 

 




주방도구 탐구생활도 시작.

국자, 뒤집개, 양푼, 냄비, 락앤락... 웰컴투 리빙월드. ㅎㅎ



 

 

 

 



돌잔치를 얼마 앞두고 태어난 후 처음으로 연호 머리카락을 미용실에 가서 잘랐다. 

하늘하늘 귀밑머리와 하늘로 올라가던 앞머리들이 너무 예뻐서 나는 그대로 계속 기르고만 싶었다.

하지만 여름이 가까워지면서 땀도 많이 나고 저도 가렵고 답답한지 자꾸 긁고 하길래

눈물을 머금고 잘라주었다. 배냇머리 조금은 집에서 먼저 잘라 작은 봉투에 따로 넣어두고...

머리가 길었던 시절의 연호 사진을 다시 보니 

불과 얼마 전인데도 그 아기 모습이 새록 그리워지는 나는 참 대책없는 도치 엄마. 


 

 

 

 

 



그래서 이렇게 앙앙 우는 모습도 이뿌다고 사진부터 찍고 본다. ㅎㅎ

뭐가 저리 서러웠을까... 

그때 전후사정이 뭐였던지간에 무조건 엄마가 잘못했다. 울게 해서 미안해.

 



 






우느라고 그만 제 두 다리로 혼자 서있다.

아직 혼자 걷지 못하는 연호의 작은 손을 잡고 놀이터에서 함께 아장아장 걸음마 신나게 하는 꿈같은 시절이다. 


힘들다 힘들다 해도 이 시절이 참 좋은 시절이라는 생각이 가끔씩 든다.

작아서 품안에 쏙 들어오는 어린 연호를 안을 때마다 

'사람이 요렇게 작다니.. 요렇게 예쁘다니..' 생각한다. 

보드라운 아기 살은 안을 때마다 가슴 뭉클하게 좋다.








 


 

아파트 현관을 나서다 어느 애기엄마가 또다른 이웃엄마와 하는 얘기를 우연히 들었다.

이제 막 돌을 지난 둘째 얘기를 하며 

'얼른 어린이집에 보내야지 안되겠어.. 돌 지나니까 이제 떼도 어찌나 쓰는지... 밥 챙겨먹이는 것도 너무 힘들어.'

웃느라고 한 얘기인줄 안다.

하지만 그 속에 진실도 많이 들어있다는 것도 안다.

돌을 지나면서 아이들은 정말 부쩍 큰다. 울고 보채기야 해도 기본적으로 엄마의 의지대로 아이를 보살필 수 있었던 갓난아기 시절과는 분명히 다르게 아이들은 제 고집도 생기고 할 수 있는 행동도 많아진다.

아이가 자라지 않고 그대로 있으면 얼마나 슬프고 걱정스러울까마는 

다행히 대부분의 아이들은 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자라준다.

그래서 '말썽'도 많아지고, '떼'도 많아진다. 

그래도 자랄 수록 아이 돌보기는 육체적으로는 더 수월해진다. 제 힘으로 제 몸을 가누고 움직이고 노니 목도 받쳐주고 마냥 안고 오래도록 재워주며 지내야했던 때보다는 갈수록 힘이 덜 드는 것 같다.

다만 마음의 힘은 더 든다.

엄마 맘대로 되지 않으니까... 아이도 이제 제 의지로 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어서 무조건 엄마 뜻에 따르지 않는다.

기저귀 한번 갈려고해도 요리조리 도망다니니, 

이 것부터 해놓고 또 처리해야할 다음 일, 다음 일이 계속 줄지어있는 엄마 입장에서는 갑자기 엄마의 스케쥴표에 반항(?)하는 아이에게 화가 벌컥 나기도 한다. 

육아 2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함께 봐주는 어른도 없이, 도시의 고립된 아파트에서 애기와만 부대끼는 엄마는 쉽게 지친다.

큰 아이도 있으면 두 아이 하루 세끼 제대로 밥 챙겨 먹이는 것만도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어린이집의 도움을 안 받기가 어렵다는 사실에 나도 깊이 공감한다. 

큰 아이가 한 끼라도 다른 곳에서 밥을 먹고 오고, 집을 비운 동안 청소도 좀 하고, 작은 아이 낮잠잘 때 나도 좀 자고.. 그래야 엄마가 덜 지치고

또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어린이집을 통해 얘기도 나누고 생활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와 이웃을 사귀기도 하고...

그 모든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는 제 집에서 마음껏 어지르기도 하고, 떼도 쓰면서 

그래서 때론 인내심이 바닥난 엄마에게 야단을 좀 맞더라도 제 맘껏, 있고 싶은 만큼 집에 있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연호의 육아2기에 접어들면서

이제 만4년을 지나 5년차에 접어들고있는 연수와 내 관계에 대해 다시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린이집도 안 보내고, 유치원도 그만 두고 싶다해서 그만두게 한 뒤로

하루 종일 엄마와 붙어지내는 연수에게 내가 요즘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연수는 이 생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있을지

연호도 형이 자라온 것처럼 똑같이 자라게 하는게 좋을지

나란 사람이 어느만큼 아이들을 품고 키워줄 수 있는 역량이 되는지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좀 정체된 것 같은 나의 육아 고민에 다시 기름칠을 하고 새롭게 가다듬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정체감을 해결해야만 다섯살 연수도, 이제 막 돌을 지낸 두 살 연호도 더 즐겁고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이 생활을 내가 더 행복하게, 신명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연호가 돌을 맞으며 새로운 성장의 시기를 맞고 있는 것처럼 엄마에게도 새로운 성장의 시간이 다가와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2. 6. 4. 00:01






오늘 연수가 네 돌 생일을 맞았다.

어제밤 늦게 자서 오늘 내내 졸려하면서도 결국은 낮잠을 안잤던 연수가 

이부자리위에서 오래오래 뒹굴거리다 저녁8시 날이 조금 어두워진 뒤에야 잠이 드는 모습을 지켜보며 

문득 이 아이와 함께 지낸 날들이 얼마나 되었나... 헤아려보았다. 


4년. 

태어난지 딱 4년을 채우고 오늘 하루를 더 살았고.. 윤달이 한번 있었으니까.. 1462일.

맞나..?

딱 정확하지 않다해도 괜찮다. 

우리는 어제도 함께 있었고, 내일도 함꼐 있을테니 1462일이 언제이든 그 날도 오늘처럼 함께 웃고 바라보고 안아주면서 지나갈 것이다.


연수를 처음 안아보던 순간을 기억한다.

아주 작고작은 아기를 팔 안에 뉘어놓고 처음 젖을 물려보던 순간을.

콕콕콕.. 작은 새처럼 내 젖을 빨던 느낌도.


4년이 흐르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함께 많은 길들을 걸었고, 연수는 내게 참 많은 꽃들을 따 주었다.

오래 참 오래도록 바라보았고 내 두 팔로 안고 내 가슴에, 등에 꼭 붙이고 지냈다.

연수 덕분에 참 많이 웃었고 참 행복했는데 한편으로 속상해했던 순간도 왜 그리 많았던지... 

내가 연수를 울린 적도 많았다. 

미안하다. 연수야. 

네게 상처주었던 말들, 네 어린 마음에 고였던 슬픔.. 엄마가 사과할꼐.. 미안하다.


4년 사이에 연수는 훌쩍 많이 자랐다.

아직도 어린 다섯살배기지만 지나온 시간만큼만 더 가면 열살이고, 또 그만큼이 더 가면 열다섯.

그리고 스물. 

내 생각에 스물은 연수가 내게서 심리적으로나 삶의 여러 측면에서 완전히 독립하는 때일 것 같지만 어쩌면 그 날은 좀 더 빠를지도 모른다.

엄마와는 다른 연수만의 세계는 이미 형성되기 시작했고 금세 완성될 것이고, 단단해질 것이다. 

아름다울 것이다.


연수와 내가 오롯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짧은 날들 동안

함께 해보고 싶었던 많은 일들을 정말로 할 수 있기를 빈다.

우리들의 마음이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충만하기를 빈다.

    

어제밤 잠들기 전에 연수가 내게 물었다.

'엄마, 내가 엄마 배속에 있을때 나를 뭐라고 불렀어?'

'똑순이. 똑순이라고 불렀지.'

'똑순이? 똑순이...'

제 태명을 몇번 중얼거리다가 연수는 잠이 들었다.


단 하루도 쉴 수 없고, 단 한 순간도 벗어날 수 없는 엄마로 살아온지 4년이 지났다.

겪어보지 않았으면 결코 몰랐을 절절한 행복과 힘겨움이 

어린 아기의 코묻은 손수건처럼 보송한 한 장의 손수건 속에 범벅이 되어 함께 들어있는 것 같은 시간.

고되었지만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고마운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그런 날들이 되리라.

꽃같은 아이의 웃음과 함께 내 삶의 시간도 부지런히 흘러가리라.


1462일.

똑순아. 사랑한다.





+ 우연히 오늘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를 알게 되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가만가만 여러번 되뇌어보았다. 내 소중한 어린 아기. 너와 함께 지내는 날들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 

풀꽃같은 너를, 오래도록 바라볼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내 곁에 있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고맙다. 연수야..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2. 5. 8. 21:23

 

 

 

카메라에 들어있던 4월 사진들을 오늘에야 정리했다.

고작 한달 안쪽인데도 아주 오래전 일 같다.

하루하루는 그닥 별다른 일 없이

주로는 심심하게 가끔은 신나게 흘러가는 것 같은데

그러는 중에도 아이들은 참 무럭무럭 자라는 모양이다.

사진으로 찍어놓고 보면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니 말이다.

 


 

 

 

 

연수는 4월에 치과치료를 했다.

이가 빨리 나기도 했고, 촘촘히 붙어있기도 해서 '어머니께서 양치를 꼼꼼히 해주셔야한다'는 치과 선생님들의 충고를 여러번 들었음에도

연수가 워낙 양치를 싫어한다는 핑계 하나,

연호 태어난 후로는 펄펄 뛰는 연수 쫓아다니며 이 닦일 정신이 없었다는 핑계 둘,

달달한 간식을 워낙에 좋아한다는 (엄마랑 연수 모두ㅠㅠ) 핑계 셋... 해서

결과는 아랫니 어금니 양쪽에 모두 갈색 충치가 크게 생겼고 연수는 이가 아프다며 울었다. 

 

 

어금니 한쪽을 신경치료하고 은니로 씌웠는데 어찌나 아파하고 힘들어하는지

치료받는 아이도, 지켜보는 나와 연호도 모두 진이 쏙 빠졌다.

그래서 결론은 한 쪽만 치료받고 나머지 한 쪽은 잘 달래며 살아보자는 것.

하루에 세번씩, 밥먹자마자 양치하는 지극히 당연한 일을 이제사 우리는

치과에 가지 않기위해 필사적으로 하는 중이다. ㅠㅠ

다행히 그 이후로 치료 안받은 어금니가 아프진 않고 있다.

속으로야 점점 더 썩고 있겠지만 안 아픈 동안은 버티다가 나중에 아주 아프면 그때 가서 뽑던지.. 치료를 하던지.. 해야겠다.

그땐 연수도 좀 더 커있을 테니 힘든 치료를 조금은 더 견딜 수 있겠지..

 

 

 

 

 

 

 

 

 

창가의 아이들.

가끔 우리 아이들을 그렇게 불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침 일찍 밥달라고 찾아온 비둘기들에게 쌀을 뿌려주는 일을 시작으로(이건 연수 일이다)

시시때때로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날로 잎이 무성해지는 나무들도 구경하고

하늘의 구름과 별과 달을 구경하는 아이들.

 

연수는 가끔 아래윗집에 사는 누나형아들이 지나가면 큰소리로 부르고

이웃집 아줌마들도 불러 '누나, 냇가에 산책다녀오는거야?', '현수 아줌아, 우리 여기 있어요, 4층에!' 등등 열심히 쫑알거린다.

연수 얘기를 아줌마누나들이 잘 못 알아듣는 눈치일 때는 말하는 연수도, 듣는 사람들도 답답해해서 거실에 앉아 듣는 내가 다 조바심이 난다.

이웃들을 향해 말하고 싶어하는 연수를 보며 연수가 종일 말하는 사람이 엄마 밖에 없다는 사실이 안쓰럽기도 하다.

가끔 연수 친구 소정이가 지나가다가 '연수야~' 하고 열심히 마당에서 부를 때도 있다. 참 반갑다.

연수는 누가 우리집에 놀러오는걸 참 좋아한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블로그 이웃님들, 우리집에 놀러오세요~! ^^

 

 

 

 

 

 

 

형아는 곰돌이 어부바한 채로 무슨 포즈인지 무튼 멋지고

연호는 '까꿍'을 하고 있네. ^^

눈대신 귀를 가리는게 연호의 까꿍.

 

아침에 형이 창가에 서서 출근하는 아빠에게

'아빠, 안녕~! 오늘 저녁에 일찍 와? 일찍 올거 같으면 우리한테 일찍 온다고 꼭 전화해야돼~!!'하는 긴 인사를 온 동네가 떠나가라 고래고래 외치는 동안

연호는 형 옆에 딱 붙어서서 '으응~! 어어~~! 파~!!' 하고 덩달아 외치며 저도 안녕을 하느라고 작은 손을 나풀나풀 흔들곤 한다.

가끔은 연호 혼자서도 창밖을 내다보며 무어라무어라 곤지랑거리고 소리치기도 하고..

우리 아들들은 창을 사랑하는 소년들... ㅎㅎ 낭만적이기도 하여라.

 

 

 

 

 

 

 

 

4월에 연수가 암사어린이극장에서 하는 '빵꾸똥꾸의 괴물 마을'이라는 인형극을 아빠랑 함께 보고 왔는데

거기서 인형들이 저런 상자 가면을 썼던 모양이다.

마땅한 택배 상자를 보자 빵꾸똥꾸 가면을 만들어달라고 졸랐다.

구멍 네 개(눈 두개, 팔 두개)만 뚫으면 완성되는 초간단 가면으로 한달 내내 잘 놀았다. ㅎㅎㅎ

 

형이 벗어놓으면 연호도 그 속으로 기어들어가고

둘이 서로 구멍으로 손 집어넣고, 간질르고 하며 정말 잘 놀아서

비싼 장난감보다 훨씬 좋다~ 지켜보며 무척 흐뭇했더랬다.

지금도 우리집 거실에 잘 모셔져 있는데 많이 낡았지만 그래도 한 달은 더 쓸듯. ㅋㅋ

 

 

 


 

 

 

 

 

11개월을 채워가는 연호.

요즘 연호의 돌잔치할 음식점을 알아보는 중이다.

연수 때처럼 가까운 친지분들만 모시고 식사 한끼 하면서 내가 간단히 돌상차려줄 생각인데

멀리서 오시는 어른들께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려하니 음식점 정하는데 조금 마음이 쓰인다.

직접 가보고 먹어보고.. 하느라 요즘 입이 호강이다. 

좋기도 하지만 어렵게 찾아갔는데 마음에 안들고 하니 '이것도 힘들구나' 싶었다.


마지막으로 갔던 집에서 예약시간 기다리다 지쳐 잠든 연호를 아기띠에 안고 가만히 앉아 생각해보니

이 아이를 낳고 1년이 흐르는 동안 참 행복했구나..

첫아이 키울 때는 힘들다는 생각도 참 많이 했던 것 같은데

둘째 이 녀석 키우는 동안은 힘들단 생각은 거의 못하고 마냥 이쁘고 좋고 고맙기만 했구나... 싶었다.

 

세상에 수월하게만 크는 아이가 어디 있겠으며

연호 키우는 짧은 1년 사이에도 아파서 마음 졸이던 날도 있었고, 내 몸이 몹시 고단해 괴로운 날도 있었지만

그래도 연호 하면 젖먹고 순하게 잘 자던 모습과 나를 향해 언제나 벙글벙글 웃어주던 모습만 생각난다.

이 아이 꼬물거리던 몸짓, 통통한 몸으로 뒤집고 앉고 하느라 애쓰던 모습, 제 형과 까르륵 거리며 놀던 일들만 기억나서 참 행복했다.

고맙다, 연호야.

지난 일년 엄마를 더없이 행복하게 해주서 정말 고마워.

 

 

 

 

 

 

 

 

 

아기 연호가 어느새 이만큼 커서 형아랑 같이 큰 욕조에서 목욕을 한다.

둘이 나란히 서 있으면 형아가 월등히 커서 비교가 안되지만

이렇게 욕조에 앉아있을 때는 제법 등짝도 엇비슷해 보이는 것이 연호 녀석 참 튼실하다. (몸무게는 연호 11킬로, 연수 17킬로~)

 

연호는 요즘 어디든지 기어오르려고 애쓰고

하루가 다르게 말귀를 잘 알아듣고 새로운 행동들도 배우는 중이라 그 모습을 엄마아빠가 재미있어할 때가 많은데

연수는 아무래도 그게 좀 질투가 나는 모양이다.

연호가 하려는 것은 뭐든지 제가 먼저 차지하고, 엄마아빠가 재미있어하는 연호 행동은 꼭 따라해본다. 

그 모습을 보고있으면 웃음도 나고 찡하기도 하다. 

연수도 이렇게 연호만 할 때가 있었지.. 어느새 훌쩍 커버렸지만 네 마음속에도, 엄마 기억속에도 너의 아기 시절은 여전히 남아있지.

연호로 인해 연수도 어쩌면 그 시절을 다시 한번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음껏 추억하고, 그 시절로 돌아간듯 엄마에게 어리광도 부리고 안아달라 매달리기도 하고 그래서 저도 동생처럼 엄마품에 종일 안겨지내던 젖먹이 시절같은 포근함도 느껴보면서

그렇게 형이 된 첫날들을 살아낼 수 있다면 그도 좋겠지...

내가 더 마음을 넓게 갖고 두 아이를 다 품어줄 수 있으면 좋을텐데 현실은 연수에게 자꾸 화내고 '너는 엄마 힘든것 좀 알아주면 안되냐'는, 다섯살 아이에게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ㅠ 

 

 

 

 

 

 




연호가 덩치도 제법 커지고 움직임도 많아지고 하니 연수가 보기에도 동생이 '마냥 아기'이던 시절은 지난 것 같은지

비슷하게 친구처럼 몸으로 부딪히면서 놀려고 할 떄가 많다. 

장난으로 골려줄려고 슬쩍 밀 때도 있고 연호 때문에 속상한 일이 생겼을 때 참지 못하고 콩 때리기도 한다.

그럼 연호는 '앙!'하고 울면서 엄마를 찾는다.

두 아이 사이에서 나도 속이 상한다. 

큰 놈 야단치고 작은 놈 달래고, 큰 놈 위로하고 작은 놈 타이르고... 

떼놓고 돌아서면 엄마 속은 아직 안 풀렸는데 조금 있으면 저희들끼리 또 깔깔 웃고 논다. 

맞고 울고 했어도 형이 좋고, 동생이 좋은가보구나. 

 

연수에게 너무 좋은 형이 되라고 다그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때리지 말라고, 말로 잘 타이르라는 정도만 계속 이르고 그 이상은 바라지 말아야지..

좋은 형, 좋은 언니 노릇은 서른 몇살이 된 우리들에게도 사실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좋은 동생 노릇은 또 어디 쉬운가..

그런건 나이들수록 더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함께 자라는 어린 시절동안은 함께 있어 즐겁고 행복한 기억들이 많아지는 것. 많이많이 같이 놀고 그래서 서로를 참 좋아하는 것.. 그렇기만 했으면 좋겠다.

 

 

매일은 지지부진한 것 같아도

시간이 한 묶음 흐르고 나서 보면 아이들은 쑥 하고 많이 자라있다.

언젠가는 연수가 의젓하게 형 노릇을 하고, 연호와 연수가 말로 대화를 하고, 다투고 화내다가도 손잡고 다독여줄 줄 아는 그런 형제들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 시간동안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의 빛나는 모습들을 더 많이 지켜보는 것, 우리가 함께 지내는 이 날들의 행복을 더 많이 느끼는 것,

'너희들이 참 좋아' '고마워' '사랑해' 더 많이 말하는 것.

 

그런 5월을 살아야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2. 4. 24. 22:42





매화나무 그늘에 나타난 원숭이 한 마리.

누구일까요? 

ㅎㅎ







접니다~!! ^^


엄마가 만들어준 코코몽 가면을 쓰고 즐거워하던 연수.

동네 뒷산으로 산책가는 길에도 쓰고 가겠다며 들고 나섰다. 

다행히 집앞 매화나무에서 사진찍고 나서는 가방에 잘 넣고 갔다. 휴우~ 









'우리가 자주 가는 산' 이라고 연수가 부르는 동네 뒷산에 지난 주에는 벚꽃이 만발했었다.

그래서 날좋은 어느 아침. 아이들과 간식 싸들고 뒷산으로 소풍을 갔다.

연수는 신이 나서 폴짝폴짝 앞장서 뛰어갔다.










'엄마 이 나무는 무슨 나무야?'

'엄마 저 꽃은 무슨 꽃이지?' 

'엄마 저기 새있다! 무슨 새야?'


끝없이 쏟아지는 연수의 질문에 아는만큼 대답하고 모르는건 나중에 집에 가서 찾아보자 약속하며 걸어가는 길.

한 걸음 걷고 나뭇가지 하나 줍고, 한 걸음 걷고 꽃 하나 들여다보고 하느라 한없이 더디게 더디게 걸어가는 길이지만

나는 이 길이 참 좋다. 

우리가 부모 자식이라는 참 신통한 인연으로 만나서 이렇게 좋은 봄날에 이런 예쁜 길을 같이 걸어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벅차고 행복한지 모른다. 

아이 키우며 힘들고 속상한 순간도 정말 많지만 가끔 이렇게 꿈결같은 시간이 있어서 힘들었던 마음도 스르르 풀리고 

내가 걷는 이 길이 참 좋은 길이구나, 참 고마운 길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저 길에서 연수가 찾아낸 오래되고 작은 밤송이를 까면서 나는 '아마 밤은 안들었을꺼야' 하고 연수는 '아냐, 들어있을껄!' 했는데

역시.. 안에 밤이 두개나 들어있었다. 

비록 연수 손톱만한 크기에, 그나마 조금 통통한 것은 벌레먹어 있었지만 연수는 그 밤을 제 주머니에 소중히 넣었다.

'작은 밤송이에 밤은 정말 작네.. 그리구 벌레도 먹어서 못 먹겠다' 중얼거리며 걸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없을 거라고, 실은 까기 귀찮아서 내놓았던 내 섣부른 단정이 미안했다. 

까보길 참 잘했다.. 네 뜻에 따라주길 참 잘했다. 

주먹보다 작은 밤송이를 발로 밟고 한 팔에는 연호 안고 나머지 한 손에 나무가지 들고 고놈을 까느라 잠시 낑낑거리긴 했지만

열어보지 않았다면 아이는 내 섣부른 단정에 갇혀 밤송이 안에 담겨있는 그 고운 세상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럴때 나는 참 연수가 고맙다. 

제 고집을 꺽지 않아주어서, 엄마를 새로 일깨워 주어서.



   








연수가 찍어준 엄마와 연호 사진. 


연수가 유치원을 다니지 않기로 한 뒤로 이런저런 걱정은 많았지만 사실 나는 참 좋았다.

두 아이를 온종일 내 눈에 담고 마음에 담으며 '아 참 예쁘구나, 참 빛나기도 하지..' 생각하면서 

아이들이 내 품에서 지내는 이 짧은 어린 시절을 온전히 함께 보내고 싶었던 것이 솔직한 내 마음이었다. 


다만 그런 내 마음이 다른 세상도 만나고 싶어하는 연수의 마음을 가로막는 것이 될까봐 조심스럽고 두려웠다.

연수는 친구들도 좋아하고, 친근한 다른 어른들도 좋아한다.

누가 우리집에 놀러오면 한껏 신나서 방방 뛰고 돌아갈 시간이 되면 '좀 더 있다 가면 안되요? 내일 또 와요'하며 창가에 붙어서서 오래오래 '안녕~!'하고 손을 흔드는 정많은 아이다. 엄마아빠처럼 이 녀석도 친구들, 사람들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 아이이기에 유치원에 가고싶다고 했을 때 자연스럽게 이제는 제가 좋아하는 친구들 속에서 신나게 잘 놀겠구나.. 하는 생각만 했지 엄마와 헤어지는 것을 그리 슬프게 생각할 줄을 몰랐다.

아마도 그 두가지 마음은 다 한 뿌리에서 나오는 것같다. 사람을 깊이 좋아하는 마음. 


유치원이 연수에게는 엄마와 떨어져 제 나름의 첫 사회생활(?)에 도전해 본 것인데 

두 달만에 드만두는 것이 실패라면 실패이고, 혹여 아이가 좌절감을 느끼진 않을까..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더 두려워하게 되거나, 아니면 앞으로도 뭔가 좀 해보다가 힘들면 그냥 그만두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어쩌나... 자신감을 잃진 않을까, 친구들이 보고싶거나 외로워하진 않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으로 괴로워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연수를 바라보면

연수는 뭔가 제 놀이에 빠져 신나게 놀고있다가 나를 쳐다보며 '엄마, 나랑 같이 놀자!'하고 불렀다.


시간이 좀 더 지나고나니 마음이 조금씩 스르르 풀렸다.

그래, 놀자.

엄마랑 많이 놀고싶어 유치원도 안 다니겠다고 한 아이이니 아무 생각말고 많이 놀자.

장래에 어찌 되든 미리 너무 걱정말고, 지금은 그냥 이 아이와 마음껏, 많이 놀자.

그게 나도 원하는 것이고, 연수도 원하는 것이다.

얼마나 잘 놀아줄 수 있는지 미리 걱정하지말고 그냥 놀 수 있을 떄는 많이 놀자. 

어린 동생 돌보느라 형아 맘에 찰 만큼 못 놀아줄 때도 많지만 그건 또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지금 이렇게 같이 있는게 참 좋으니 같이 있자...



 









연호가 어느새 이렇게 커서 무엇이든 잘 붙잡고 일어서고, 안녕!하면 손도 열심히 흔든다.

갓난아이 예쁜 시절이 얼마나 짧은지 모른다.

연호를 볼 때마다 '아 이러다 금방 돌이 되겠네... 이 아이 고물거리는 아기 시절도 이제 얼마 안 남았구나' 생각한다.

참 아깝고 귀한 시간이다. 

집안일에 바쁠 때는 저 안으라고 앙앙거리고 기어오는 녀석을 눈도 안 맞추고 번쩍 안아올려 그대로 한팔에 안고 일하면서 '이 녀석아, 조금만 기다리지, 엄마 일 좀 하게..' 하지만

사실은 그 때 이 예쁜 얼굴을 한번더 봐줘야한다.

잠깐 동안이라도 눈을 맞춰주고 뽀뽀도 해주고, 나중에 바쁜 일 좀 지나고 나면 '빨리 못 안아줘서 미안하다'고 말하며 그윽하게  한참동안 바라봐줘야 한다. 

그럴만큼 예쁘고, 짧고, 언젠가는 너무도 그리워질 애틋한 시절이니까 말이다.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온전히 붙어서, 마음껏 사랑하고 우리만의 추억을 쌓고, 우리 마음대로 우리의 시간을 자유롭고 평화롭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태어나서 단 몇 해동안이 전부다.

부모와 이토록 깊게 결합되는 얼마간의 시간을 지나고 나면 

그 후로는 생의 아주 긴 시간을 친구들과 그리고 새롭게 자기가 만드는 가족들과 함께 보내게 될 것이다.

지금 내가 그렇듯이..



 








올 봄에는 아이들과 뒷산에 가고, 또 아파트 화단에 핀 꽃들을 보는 것이 내가 즐긴 꽃놀이의 전부였지만

서른다섯의 내게는 이것으로도 충분했다. 












집 앞 냇가에서 놀다가 신발을 온통 적신 연수는 젖은 신발은 벗어서 자전거 바구니에 싣고

맨발인 채로 자전거를 타고 냇가를 지나 놀이터까지 왔다. 

유모차에서 잠든 연호를 그늘에 재워놓고 연수랑 신나게 술래잡기도 하고, 축구도 했다.

발바닥은 까마귀 발바닥, 얼굴은 빨갛게 열이 올라 홍시가 되었지만 연수도 신나고 나도 신났다.


이렇게 보내는 날들이 엄마는 참 좋은데... 연수도 좋니? 

그랬으면 좋겠구나..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2. 4. 15. 23:40






연수가 유치원을 그만 두었다.

한달 남짓.. 2월 중순부터 시작된 적응기간부터하면 거진 두 달 정도 오고갔던 유치원 생활을 고민끝에 잠시(?) 접기로 했다.

연수가 엄마와 떨어지는 것이 싫고, 엄마랑 같이 더 많이 놀고싶다고 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그동안 연수를 키우며 나름대로 이런 저런 고민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만큼 오래 고민하고, 그래서 아프고(마음이 아프니 몸도 함께 아팠다) 힘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연수를 보고 있으면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어느 아침, 유치원으로 나서며 그 날도 엄마와 헤어지는게 싫어서 미적거리던 연수는 내가 쓰고있던 모자를 달라더니 부득부득 제가 쓰고가겠다고 했다.

잠시 실랑이하다가 그러라고 했다. 

어린 시절, 논에 내갈 새참 가지고 가시는 엄마를 따라가며 엄마의 커다란 빨간 잠바를 굳이 벗어달라고 우겨서 입고가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입으면 무릎까지 내려오던 엄마의 큰 잠바를 입고 나는 '학'이라며 팔을 너울거리며 춤을 추곤 했다. 큰 잠바 아래로 나온 작고 가는 다리가 꼭 새 같았다. 나는 그 잠바의 빨간 색이 참 맘에 들었고, 입으면 약간 헐렁하면서도 폭신한 느낌, 엄마 냄새.. 이런 것이 참 좋았다. 커도 너무 큰 엄마 옷을 입고 밖에 나가겠다는 내 고집에 엄마는 한숨을 쉬시다가 결국 잠바 소매를 내 팔에 맞게 접어올려 주셨던 것 같다. 

한 손에는 주전자를 들고 엄마 뒤를 따라 부지런히 걸어가던 논둑길. 

나는 큰 고무다라를 손으로 잡지도 않고 머리 위에 얹어만 둔채로 흔들림없이 걸어가시는 엄마의 뒷모습을 경이롭게 쳐다보곤 했다. 나도 크면 꼭 저렇게 해야지... 생각하며 머리 위에 책을 올려놓고 걸어가는 연습도 얼마나 많이 했던가. 덕분에 지금도 다라를 이고 손놓고 걷는 경지에는 아직 못 이르렀지만 어지간한 책은 머리에 올리고 한동안 떨어뜨리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유치원에 도착해 모자를 벗으니 머리 모양이 저리 예쁘다. ㅎㅎ 


연수도, 나도 유치원이 좋았다. 

형아누나들과 어울려 소꿉놀이, 엄마아빠놀이도 하고, 숲으로 산책가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하고, 달리기 경주도 하고 씨앗과 나뭇가지를 줍고, 칼싸움도 하고 도둑잡기 놀이도 하는 시간들을 연수는 즐거워했다.

처음이라 어색하고 친구형아들과 서로 서먹한 것도 있었지만 연수는 맘껏 뛰고 구를 수 있는 새 공간을 좋아하는 것 같았고, 또 형아누나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세계의 매력에 금세 사로잡혀서 새로운 말투, 새로운 행동.. 모두 따라하고 재미있어했다. 


연수의 신나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좋았다. 

연수의 고양된 에너지가 내게도 전해지는 것 같았고, 좋은 사람들 좋은 공간에서 함께 보내게될 우리의 새로운 날들을 그려보는 것도 즐거웠다.


하지만 즐거운 한켠으로 연수는 아침에 유치원 현관에서 엄마와 안녕!하고 헤어지는 것을 많이 힘들어했다. 

유치원은 재밌지만 엄마가 자기와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는게 연수 생각이었다. 

입학하기 전에 혼자 생각할때는 엄마와 떨어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해본 적이 없으므로) 잘 상상할 수가 없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물어보면 '응! 나 혼자 잘 놀다 올 수 있어'라고 자신있게 말하곤 했는데(그 말대로 연수는 엄마가 없어도 친구형아누나들, 선생님과 잘 놀다 왔다) 늘 제 곁에 있던 엄마가 자기만 어딘가에 두고 떠나는 구체적인 장면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한 것 같았다. 

그래서 매일 아침, 유치원 현관에서 엄마와 헤어지는 순간이 오면 연수는 슬퍼했고 이런저런 얘기로 엄마를 제 곁에 붙잡아두려고 시간을 끌다가 끝내는 울곤 했다.








'엄마, 나랑 약속 하나 하자, 금방 오겠다고. 나 산책 갔다오면 데리러 와있겠다고 약속해야 해.'

'엄마, 집에 가자마자 다시 와.. 아니 차 타자마자 다시 와. 아니 차 타기도 전에 다시 와야 해.'

'엄마, 엄마가 없으면 엄마가 보고싶어서 잘 놀 수 가 없어..'

'엄마, 내가 노래 하나 부르는 거 듣고 가. 노래 꼭 다 듣고 가야해.. 북극행 특급열차 타고 갑니다 희망을 싣고 달려가는 폴라익스프레스 희망섞인 함성 야! 모두 신나게 하하하 웃으며 가자.. 북극행 특급열차 타고 갑니다..(안 끝난다)' 


이 얘기와 노래를 듣고 있으면 나도 그만 콧날이 시큰해져버리곤 했다. 


그 순간의 슬픔이었다.

한바탕 울고 돌아서서 눈물 닦고 나면 다시 씩씩해져서 형아들과 장난치고 뛰어다니는 다섯살 개구장이로 돌아갈 것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의 슬픔 자체는 진실한 것이다. 


나도 그랬다. 

아이가 슬퍼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실은 나도 아이와 떨어지는 것이 슬프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끼는 헤어짐의 시간이 내게도 힘들었다. 

그래서 아이가 울 때면 그냥 선생님께 맡기고 떠나올 수가 없었다. 

한번은 우는(다섯살 사내아이는 그냥 훌쩍거리는 것도 아니고 끌어안아 주시는 선생님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치며 울부짖었다ㅠ) 연수를 뒤로 하고 돌아서서 걸어왔는데 유치원에서 제법 멀어져 실제로는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내 귀에는 울음소리가 계속 쟁쟁해서 끝내 다시 돌아가고 말았다. 선생님에게 안긴채로 눈물 고인 눈을 하고 축 늘어져있던 연수가 나를 보고는 '엄마 어디 갔었어..'하며 내 손을 잡았다.

눈물도 많고 마음도 무른 나는 우는 아이와 이별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금새 그쳐질 울음이라 해도, 한 일주일 아니 며칠만 엄마가 '네가 울더라도 엄마는 꼭 가야만 해'하고 떠나면 그 뒤로는 울지 않게될 울음이라해도... 









선생님과 의논해서 연수만 며칠 더 적응기간을 갖기도 했다. 하루 2시간씩만, 엄마와 함께 유치원 생활을 하는.. 

물론 두 살배기 연호도 함께였다. 다른 아이들에게 미안한 일이었지만 연수는 엄마와 함께 유치원에 있을 수 있다며 아주 좋아했다. 나도 좋았다. 연수가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고 '꽃피는 아이들의 집'이란 공간이 주는 평화로운 느낌, 마당과 숲에서 만나는 포근한 자연의 품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연수가 이곳에서 행복한 유년의 기억을 많이 간직하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집이라는 편안한 공간을 떠나, 많은 또래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라는 것이 어쩔 수없이 아이들에게 주는 긴장감, 갈등 같은 것이 없을 수는 없어 보였다. 어느 것에든 장점과 단점은 늘 같이 있다. 그럼에도 꽃피는 유치원은 그 단점들을 따뜻한 자연과 자유로운 놀이, 평화로운 노래와 부드러운 선생님들이라는 장점들로 정말 많이 완화시키고 있었다.









연수만의 적응기간이 끝난 뒤 정식일과를 시작했지만 연수는 여전히 엄마와 헤어지는 순간에 많이 슬퍼했다. 

'유치원은 더 크면 갈래, 지금은 엄마랑 집에서 놀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처음 유치원에 가고싶어 했던 때의 얘기도 하고, 꽃피는 유치원에서 보냈던 즐거운 시간들, 재미있는 형아누나들, 놀이, 다시 집에서 지내게 된다면 그립고 아쉬울 것들에 대해 여러가지로 얘기해보았다. 

연수는 아쉽고 그리울 것들에 대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도 '엄마랑 떨어지는 건 싫어, 유치원은 나중에 갈거야.. 집에서 재밌게 놀면 되지, 유치원 친구들도 우리집에 놀러오라해서 같이 놀고..'하며 그만 가겠다고 나섰다.


그러자고 했다.

걱정되고 고민스러운 것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내가 그렇게 하고 싶었다. 아침에 헤어질때의 슬픈 마음을 아이도, 나도 더는 겪고 싶지 않았다. 

울지 않고 엄마와 헤어질 수 있을 때, 재밌게 놀 생각에 가득차서 즐겁게 제 발로 걸어가는 날이 오겠지.. 그 때 보내자... 생각하며.

 








꽃피는 학교 울타리 곁에 서있는 목련나무.

연수가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힘들어하던 3월 초, 아직 쌀쌀한 날씨에 꽃망울을 잔뜩 오므리고 있던 이 목련나무를 보며 '저 꽃이 피는걸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정말로 꽃이 피기 전에 유치원을 떠나고 말았다.


연수와 함께 유치원에서 적응기간을 보내며 봄이 오는 숲에 나갈 때마다 마음으로 도종환 시인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을 되뇌어보곤 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지난 금요일에 부모님들이 모여 유치원 담장과 마당에 철쭉과 꽃모종을 심었다. 

그날 마지막으로 가서 연수도 친구형아들과 선생님과 인사하고, 나도 그동안 얼굴 익히고 정들었던 아이들과 부모님들, 그리고 마음으로 참 많이 의지했던 유치원 선생님들께 인사하고 왔다. 

섭섭하고 미안한 마음을 담아 떡도 해가지고 가서 나눠 먹었다. 

모두 아쉽다고, 잘 지내다 내년에 꼭 다시 만나자고 손잡고 인사해주었다.    









유치원 마당에는 산수유 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살구나무도 분홍색 꽃망울을 터트리고 학교 마당가 목련도 다시 가보니 꽃들이 환하게 피어 있었다. 

연수는 이 산수유꽃을 따서 유치원에서 함께 화전 만들어 먹었던 것을 집에 와서도 얘기했었다.

이제 산수유꽃만 보면 꽃피는 유치원에서 보낸 다섯살 봄이 기억나겠구나... 

꽃그늘 아래서 그네 타던 시간도 기억나겠지.


연수야, 이 봄에 우리가 보낸 아프고 힘든 시간 속에도 배우고 자란 것이 분명 있을거야.

돌아보면 아주 행복했던 순간들도 많고 말이야..

그것들을 마음안에 잘 갈무리해두자. 

행복했던 것들은 오래오래 잊지 않도록, 아팠던 것들은 따뜻하게 치유되도록.

쉬이 정리되진 않더라도 천천히 두고두고 다시 생각해보면서 

우리가 보듬고 소중히 쓰다듬어줘야할 우리 마음과 용기내서 넘어서고 자라야할 일들.. 찾아보자.


지금까지 그래왔듯, 힘든 일도 기쁜 일도 늘 같이 겪으면서

연수야, 너도 엄마도 잘 자라자. 

사랑한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2. 4. 1. 23:57




연호가 얼마나 많이 컸는지 모른다.

9개월 반을 채운 요 녀석은 이제 무엇이든 붙잡고 일어서고, 엄마가 마주서서 손을 잡아주면 걸음마도 조금씩 한다.





봄볕 따뜻한 창가에서 아이들도 햇님 받고, 고무나무도 햇님 받는다.

쑥쑥 자라는 이 아이들이 내게는 햇살이다.







연수가 연호에게 밥 먹여준다. 

연수는 연호에게 뭐 먹여주는걸 좋아한다. 

연호가 종이나 점토처럼 먹으면 안되는걸 먹고 있으면 엄마보다 일찍 보고 '연호야, 먹는거 아니다~'하면서 얼른 빼준다. 

형아가 동생 보살펴주고 있는 걸보면 나는 언제나 마음이 뭉클해진다. 얘들아, 오래오래 다정하게 지내라. 







연호가 '만세!' 배웠다. 

근데 곤지곤지를 배우더니 만세는 까먹었다. ㅎㅎ 괜찮아.. 또 배우면 되지 뭐.







요즘 연수가 연호를 참 잘 데리고 논다. 

'연호야, 이리 와~ 우리 소꼽놀이 하자~~' 

'연호야, 이리 와~ 우리 병원놀이 하자~~'

옛날에, 내 친구들이 우리집 마당에 와서 '욱아~, 노~올~자~'하던 딱 그 리듬으로 연수가 연호를 부른다.

그럼 연호는 대충 눈치로 알아듣고 형아한테 간다. ^^







봄볕 좋은 어느 날, 셋이 앉아서 '앵기 댕기' 한다.

동네마다 이름도 다양할 이 다리세기 놀이.. 전래동요 책에 나온 '이거리 저거리 각거리'가 공식(?) 인가..? ^^






'앵기 댕기 가매 꼭지 올라 가다가 따께 똥!'

연수는 외증조할머니한테 배운 '앵기 댕기'를 잘 외우고 좋아한다. 근데 다리치는 순서는 제 맘대로다. 

그래서 늘 꼴찌는 엄마. ^^ 

 






어느 저녁, 치카치카하러 모인 세 남자.

연호는 안가도 되는데 아빠랑 형아가 있으니 부득부득 기어가서 한 몫 들었다. ^^



3월 한달이 어찌갔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지나갔다.

마음은 봄이었는데 날씨는 여전히 겨울이었다. 

연수는 유치원을 재미있어도 하고, 힘들어도 했고

연호는 형아따라 유치원다니면서 쑥~ 크기도 했는데 찬바람을 많이 쐬서 그런가 감기도 오래 앓았다.

엄마는 운전을 시작했다가 인도턱에 한번 쿵하고는 '엄마 무서라'하고 그 길로 운전대를 놓았다.

천천히, 이른 봄을 돌아볼 시간을 내야겠다. 

우선 아이들 몸을 추스르고... 마음도 다독이고...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2. 3. 5. 12:35










연수가 이번주 월요일부터 유치원에서 점심밥을 먹고 오후2시 20분에 마치는 유치원 정식 일과를 시작했다.
월요일 아침 연수는 '선생님이 우리 연수 왜 안오나 기다리시겠다' 고 얘기하며 밥도 잘 먹고 유치원으로 즐겁게 갔고,
오후에 만나서는 유치원에서 점심먹는 것도 좋고, 오늘 하루도 재미있었다고 얘기했다.
마음이 많이 놓였다.
앞으로도 여러가지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집을 떠나 처음으로 새로운 공간에 들어서는 첫 관문을 연수가 즐겁게 잘 통과하는 것 같아서다.

정식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있었던 2주 정도의 적응기간이 연수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시간이 된 것 같다.  
적응기간은 이번 봄학기에 꽃피는 유치원에 새롭게 입학하는 모든 아이들과 그 엄마들이 함께 보냈다.
처음 1주일간은 오전10시부터 12시까지 신입생 아이들과 엄마들만 유치원에 모여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 놀고
엄마들은 아이들이 유치원에 들고다닐 가방을 함께 만들며 보냈다.

노란색, 빨강색, 초록색 천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이게 정말 가방이 될까.. 과연 내가 손바느질로 가방을 만들 수 있을까... 막막했지만 하나씩 설명을 들으면서 만들다보니 어찌어찌 될 것도 같았다. 
하지만 마지막 끈을 달고 완성할 때까지도 '정말 될까'하는 마음이 조금은 남아있었다.
마지막 매듭을 짓고 완성품을 들여다보았을 때의 희열은 대단했다. 바늘 하나로, 실 한뭉치로 정말 할 수 있구나.. 
작은 가방이지만 어찌나 뿌듯하고 성취감이 컸던지 뭐라도 바로 이어서 또 만들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엄마 손길이 진하게 밴, 엄마 마음이 가득 담긴 가방을 들고 유치원에 다닐 아이. 
비록 바느질 솜씨는 없지만 그래도 내 손으로 아이의 가방을 만들어줄 수 있어서 참 기쁘고 좋았다. 









재학생들의 방학기간에 진행된 신입생 적응기간 동안 아이들은 선생님과 간식도 먹고 마당에서 놀기도 하고 미사리경정장으로 산책도 다니며 유치원에 입학하면 하게 될 활동들을 조금씩 먼저 경험해보았다.
엄마들은 바느질을 함께 하면서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들이 엄마를 찾아오면 잠시 놀아주기도 했다.
낯선 공간이지만 엄마가 함께 있으니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마음 편히 놀다가 엄마곁에 오기도 하면서 천천히 공간과 친구들, 선생님의 낯을 익힐 수 있었다.

엄마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알찼다. 
하루는 '딥스'라는 책(입학준비기간에 엄마아빠가 읽고 독후감을 써서 제출하게 되어있는 책이다. 학부모되기가 쉽지 않다. ㅜ)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고, 
또 하루는 유치원 대표엄마가 오셔서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며 궁금한 것들, 함께 지켰으면 하는 일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또 하루는 꽃피는 학교 전반에 대한 얘기를 듣기도 하고
적응기간중에 1시간 유치원 선생님들과 따로 약속을 정해 아이에 대한 심층면담을 하기도 했다.  

이 시간들을 지나며 그동안 나 혼자 키워왔던 내 아이가 드디어 '힘께' 키우는 공간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엄마는 아이의 첫번째 선생님'이라는 책 얘기처럼 연수가 태어나 45개월이 될때까지 내가 연수의 첫 선생님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유치원 선생님들이 우리 부부와 함께 연수의 선생님이 되어주시고 연수를 함께 키워주시는 것이다.
이제 나 말고도 매일 연수를 지켜보시는 분들이 있으므로 그동안 혼자 고민해왔던 것들을 함께 의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가방만들기와 여러가지 엄마들 프로그램을 보면서 앞서 대안학교를 만들고 유치원의 여러 문화와 이런 적응기간의 내용들을 만들어왔을 선배 엄마들, 선생님들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깊이 들었다. 
결혼하고 생협을 처음 이용하면서 20년에 걸쳐 이런 생협을 만들고 키워오신 분들께 참 고마운 마음이 들었는데 공동육아나 대안학교유치원처럼 아이를 키우는 일에 있어서도 앞서 힘든 길을 열고 만들어온 선배들에게 뒤따라 가는 사람으로서 늘 참 고맙다. 










유치원 개학 첫날, 연수는 전날 엄마가 밤늦게 완성한 가방을 들고 신이 나서 뛰어갔다.
개학 후 일주일동안 신입생 아이들은 오전10시부터 12시까지 두시간씩만 유치원에서 생활했다.
낯선 공간에서 엄마와 오래 떨어져지내는 것을 어려워할까봐 유치원에서 마련한 두번째 적응기간이었다.
엄마가 함께 있어주기를 바라는 아이들은 그렇게 하기도 했다.
나도 연수와 월요일, 목요일에는 2시간동안 함께 지냈다.  
 

매일 엄마, 연호와 함께 유치원에 가서 놀다 돌아오던 적응기간에 연수는 유치원 가기를 무척 좋아했다.
하지만 막상 입학식을 하고 이제 월요일부터는 연수 혼자 유치원에 들어가서 친구들, 선생님과 놀다가 끝나면 엄마랑 다시 만나는 거라고 했더니 
'엄마랑 떨어지는건 싫어. 난 엄마랑 딱 붙어있는게 좋아'하면서 울먹울먹했다. 

연수의 그런 모습에 나는 조금 놀랐다.
그전에 유치원은 연수 혼자 다니는거라고, 엄마는 아침에 데려다주고 오후에 데리러오는 거라고 얘기하고 그동안 엄마랑 떨어져있어도 괜찮겠냐고 물어보면 '응, 괜찮아! 엄마가 데려다주고 또 데리러오기만 하면 돼.'하고 자신있게 애기했었는데 
막상 이제 엄마랑 떨어져 지내는 것이 시작된다고 하니 슬픈 마음이 드는 모양이었다. 

월요일 아침, 밥을 먹고 옷을 챙겨입히는데 연수가 '엄마도 유치원에 같이 있으면 안돼?'하고 물었다. 
엄마랑 같이 있고 싶냐고 물었더니 이내 눈물이 글썽해지면서 '응. 엄마랑 떨어지는건 싫어. 난 엄마랑 언제까지나 같이 살꺼야!!'했다.
'연수야.. 유치원다녀도 엄마랑 같이 사는거야. 유치원 가있는 잠깐동안만 떨어져 지내는걸..'하고 대답하는데 우스우면서도 나도 그만 눈물이 났다. 
그래서 둘이 같이 얼싸안고 울고 말았다.
'연수야, 사랑해. 흑흑'
'엄마, 나도 엄마 많이많이 사랑해, 흑흑흑'

영화도 이런 영화가 없다. ㅜㅜ

'연수야. 엄마는 항상 연수를 생각하고있으니까 연수 유치원가는 동안 잠깐 떨어져있어도 엄마 마음은 늘 연수랑 같이 있는거야...엉엉'
'난 엄마랑 언제까지나 딱 붙어있을거야. 엄마랑 떨어지는건 싫어...엉엉' 
'연수랑 엄마는 집에서 늘 붙어있잖아. 잠깐 유치원가서 친구들이랑 선생님이랑 같이 놀고나면 그 뒤엔 또 엄마랑 계속 같이 있는걸.. 훌쩍'
'유치원에 가는건 딱 붙어있는게 아니야... 훌쩍' 
'근데 연수가 유치원에 가고싶다고 했잖아... 유치원가서 노는거 싫어..?'
'아니, 좋아.. 그치만 엄마랑 떨어지는건 싫어..'
'그럼 어떡할까나... 유치원 가지말까?'
'아니... 갈래.... 엄마도 유치원에 같이 있으면 되잖아.. 엉엉'

이리하여 월요일, 목요일을 함께 보내게 된 것이다. 
화요일에는 신입생 엄마들의 모임이 있어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따로 한 아이 집에 모이게 되어있었다. 
오늘은 엄마가 모임에 가야한다는 것을 알고있던 연수는 엄마와 헤어지기 싫은 마음에 부지런히 걸어가는 엄마를 붙잡으며 '엄마, 그렇게 빨리 걷지 마!' 했다.

그날 모임 마치고 12시에 만나 집에 돌아오는 길에 연수는 '엄마, 너무너무 보고싶었어' 하고 내 손을 꼭 잡고 걸었다.
유치원의 첫날들 동안 연수는 자주 엄마 손을 잡고 걷고싶어했고 유치원이 끝나면 '우리집에 어서 가자'고 했다.
밖에 나오면 늘 더 놀다들어가고 싶어하던 녀석이 엄마도 그립고, 익숙한 공간도 무척 그리웠나보다 생각하면 마음이 찡했다.
다섯살이 되었어도 여전히 어린 아가구나, 나의 첫 아기.


 







개학 첫주, 그렇게 하루 2시간씩을 유치원에서 보내는 동안
나는 연수가 정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싫어하면 3월만 다니다가 유치원을 잠시 쉬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학기나 아님 두 학기 정도 쉬고 6살에 다시 가도 좋을 것이다.
연수가 언제든 마음의 준비가 되면, 정말 가고싶고 엄마랑 떨어져서도 즐겁게 지낼 수 있을때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남편과 의논한 뒤 연수에게도 그렇게 얘기했다. 연수는 아무말없이 가만히 듣다가 '알았어'하고 대답했다.

그런데 금요일 12시에 데리러가니 연수는 자기도 유치원에서 점심을 먹고싶다고 했다.
내심 놀라며 '그렇구나.. 다음주 월요일부터는 연수도 유치원에서 점심먹을건데.. 좋아?' 하고 물으니 좋다했다.
그리고 주말에 집에서 잘 놀고, 외사촌들도 만나 놀고 이모할머니댁에도 놀러다녀오고 맞은 월요일에는 선생님이 연수를 기다리겠다며 즐겁게 준비해서 유치원길을 나선 것이다.

 

 






이번 주 내내 연수는 아주 즐거워보였다. 
유치원 문앞에서 엄마와 헤어질땐 꼭 안아주며 '엄마 사랑해'하고 말하고 들어가기도 하고, 
끝나고 마당에서 기다리던 엄마와 만났을 때는 손을 잡고 걸으며 '엄마 보고싶었어'하고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곤했다.
덕분에 나도 연수에게 자주 말하게 된다. 연수야, 사랑해.. 연수야, 보고싶었어.

선생님도 연수가 잘 지낸다고 얘기해주셨다. 
점심밥먹을때 매운 반찬 잘 못먹고, 선생님 노래부르실 때 저는 제 노래 큰 소리로 부르며 분위기파악 못하기도(?) 하고... 
아직 여러모로 어리고 개구진 면이 많지만... 그래도 친구들, 선생님 만난다고, 오늘도 재미있게 놀거라고 씩씩하게 유치원으로 향하는 아이가 대견하고 뛰어가는 뒷모습 보고있으면 참 뭉클하다.











하루 4시간 30분.. 어찌보면 짧고, 또 어찌보면 긴 시간을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사람들 속에서 적응하느라고 저 나름대로 애쓰며 지내서 그런지
집에 와서는 간식도, 밥도 많이 먹고 전보다 훨씬 차분하게 놀다가 고단해서 그 좋아하는 아빠도 못 기다리고 잠드는 연수. 
  
연수야, 힘내라. 
연수야, 사랑한다.
고맙다. 그동안 엄마랑 잘 지내준 것도, 처음가는 유치원 이리 좋아해주는 것도 모두 고맙다.
모두 정말 고맙다. 










+ 여기서부터는 보너스 사진들 되겠습니다~ㅎㅎ
엄마가 따라가 있었던 적응기간에 찍은 연수네 유치원 풍경이예요~!





유치원 마당에 서있는 키 큰 나무. 
보트처럼 생긴 작은 열매껍질이 나무 밑에 수두룩하게 떨어져있는데 이름을 모르겠다. 나무도감에서 찾아봐야지.
연수와 그 껍질을 주워와 목욕할 때 물에 띄우고 잘 놀고 있다. ^^






여기, 예쁜 아이들 꽃이 참 많이도 피어있는 곳.








봄이라도해도 아직 쌀쌀한 아침, 
마당에 장작불 등장했다. 아이들은 잠깐씩 불옆에 와서 불구경도 하고 손도 녹이고.. 그리고 또 열심히 흙마당에서 뛰놀았다.







우리 유치원 선생님. 노래하시는걸 듣고있으면 나도 그 옆에 가서 앉아있고 싶어지던 분.







아이들이 모두 빨강 분홍천들을 망토처럼 목에 두르고 신나게 뛰어논다. 
저 중에 한 녀석이 연수. ^^;;






마당 한구석 나무집안에서는 여섯살 누나들이 '흙밥' 짓는다. 물도 붓고.. 제대로다. ㅎㅎ







어딜가나 빗자루 좋아하는 연수. 유치원현관 밑에 들어있던 빗자루 용케도 찾아내 쓸고다니네..^^;



아이들아. 건강해라.
이 마당에서 이 집에서 보내는 유년의 한 시절동안 모두 많이 기쁘고 재밌어라...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2. 2. 27. 00:36








지난 토요일, 연수의 유치원 입학식을 준비하며 작은 꽃씨주머니를 만들었다. 
유치원에서 받아온 색지와 솜위에 꽃씨를 넣고 동그랗게 오므려 묶은 뒤 엄마가 실로 땋아 만든 줄을 달았다.









연수가 다니게된 유치원 이름은 '꽃피는 아이들의 집'이다.
아이들이 모두 제 안의 예쁜 꽃들을 활짝 피워낼 수 있도록, 그렇게 키워주고 자라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입학할때 부모가 꽃씨목걸이를 걸어주고 나중에 집에 돌아와 꽃씨도 함께 화분에 심기로 했다. 
연수는 제 꽃으로 '접시꽃'을 골랐다. 











유치원에 도착하니 연수는 우선 흙마당에 털썩 주저앉기부터 한다.
너른 마당에 나무가 많은 이 유치원 마당이 나는 참 좋다.
할 수만 있다면 나도 저기서 천천히 오래오래 놀다오고 싶다.
아이들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나무집도 있고, 모래놀이터와 나무의자가 있는 이 마당에서 연수는 어떤 추억들을 만들게 될까. 
얼마나 많이 뛰어 다니고,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흙을 조물락거리고, 그네를 타고, 나무를 오르락내리게 될까..
그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다시 산과 들을 마음껏 쏘다니던 내 유년시절로 돌아간 듯이 행복해졌다.










유치원에 들어가자 연수가 일주일동안 진행되었던 신입생 적응기간(오리엔테이션)에 가장 정을 붙인 조개 놀이감을 아빠에게 함께 놀자고 가져왔다.

연수가 다니게된 유치원은 '꽃피는 학교'라는 대안학교의 유치원 과정이다.
'꽃피는 학교'는 유치부터 초중고등까지 아우르는 15년제 대안학교인데 우리집에서 가까운 하남 미사리에 유치과정과 초등과정의 학사가 있다.
연수가 유치원에 가고싶다고 한뒤 근처의 어린이집과 유치원들을 알아보다가
유년시절에 자연속에서 많이 뛰어놀면서 행복한 추억을 많이 가지고 자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유치원을 찾아왔다.    
유치원은 따로 '꽃피는 아이들의 집'이란 이름으로 부르는데 
안에 들어가면 자연에서 얻어온 씨앗, 나무, 조개, 헝겊, 실 같은 소박하고 고운 놀이감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이 안에서 아이들은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숲으로 산책가고, 텃밭도 가꾸고, 여러 열매들로 천연염색도 하면서 지낸다.









입학식을 위해 연수에게 노란 날개옷을 입혀주었다. 
해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입학식에 아이들이 입는 옷인데 선생님들이 빨아두었다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나눠주신 것을 엄마들이 집에서 다려왔다. 
등에 반짝이는 별그림이 붙어있는 노란 옷을 입은 아이들은 봄햇살같기도 하고, 노란 꽃송이들 같기도 했다. 











이날 나는 처음으로 운전을 해서 남편과 아이들을 태우고 유치원에 왔다. 
아파트 마당에서 유치원앞 큰길까지 10분밖에 안걸리는 짧은 거리였지만 내심 얼마나 떨렸는지 모른다.
꽃피는 아이들의 집은 통학버스가 없다.
부모들이 아침저녁으로 아이들을 데려다주면서 선생님 얼굴도 보고 아이의 친구들, 친구 엄마들과도 매일 인사를 주고받는다. 
짧은 거리지만 버스는 갈아타야해서 매일 다니려면 아무래도 내가 운전을 해야한다.
우선은 가까운 아파트에서 함께 입학한 누나네가 카풀을 해주기로 했다. 찬찬히 연습해서 곧 내가 아이들을 태우고 오갈 수 있도록 해야지.
연수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면서 처음 학부형(?)이 된 엄마도 함께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
무사히 학교앞 큰길에 도착해 차를 세우자 연수가 "엄마, 최고!" 했다. ^^ 










이 날은 유치원을 수료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형누나들과 유치원 신입생들이 함께 입학식을 했다.
유치원 마당에서 유치원 선생님들이 한명씩 한명씩 안아주고 초등학교를 보내주는 모습을 함께 보고 있는데 내가 왜 눈물이 그리 나던지...^^;; 

초등학교의 온돌식 강당에 마련된 입학식장은 따뜻하고 예뻤다. 
가운데 예쁜 꽃과 초를 놓아두고 입학하는 아이들이 모두 동그랗게 둘러앉았다.
입학생 부모들이 그 뒤에 함께 앉고, 재학생 부모님들도 축하해주러 함께 오셔서 둘러앉은 강당은 따뜻하고 흥겨운 기운이 가득했다. 









초등학교 재학생 형누나들이 노래를 해주었다. 
'꽃피는 학교에 오세요, 짝짝짝~' 
50명 남짓한 초등학교 재학생 형누나들의 노래는 재미있었다.

대안학교 아이들이라 해서 특별히 달라보이는 것은 없었다.
운동장에서 신나게 축구하고, 스카이콩콩을 타는 아이들.. 조금 편안해보이기는 했다. 학교 건물 자체가 워낙 소박해서이리라.

대안학교 구경(?)을 처음하는 나에게 제일 신기했던 것은 부모님들이었다.
입학식에서 제일 재미나 하는 사람들이 그들이었다.
아이들 모습에 웃고, 함께 교실 도배를 하다 달려와 입학식을 보고, 선생님들과 학년별 학부모대표들의 축사에 응원과 환호를 보내는 부모님들의 모습은 아마 다른 교육현장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겠지.
한국의 교육현장 어디서나 고민이 없겠냐마는 특히나 아이들도 선생님도 교사들도 고민이 많을 대안교육 현장에서 
그래도 이렇게 밝게 웃고 격려해주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기 좋았다.

아직 연수의 초등학교까지 생각하고 온 것은 아니지만 
이 유치원을 다니는 동안 천천히 많이 생각해봐야겠구나.. 싶었다.

 
 








신입생 아이들에게 차례로 부모들이 꽃씨목걸이를 걸어주고 덕담을 한마디씩 했다.
연수에게 꽃씨목걸이를 걸어줄때 왠지 눈물이 울컥했다. 
내 작은 아기가 어느새 이만큼 자랐네.. 잘 자라줘서 정말 고맙다... 하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하게 차올랐다.

"연수야, 고맙다. 우리 같이 연수 꽃 예쁘게 잘 피우자.." 얘기하니 연수는 쑥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아빠도 "연수야, 입학 축하해. 재미있게 잘 놀아. 사랑해~!"하고 말하고 꼭 안아주었다.










초등학교 재학생 형아들이 찾아와 축하편지를 주었다. 
연수는 형아 세명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는데 이 순서를 제일 신나했다. 
편지에는 로봇도 그려져있고, 산그림 강그림도 그려져 있었다.

'연수야 입학을 축하해 산처럼 푸른 마음을 가져.'
'연수야 입학을 축하해 강처럼 푸르게 자라' 

아니, 이 형아들.. 누가 대안학교 학생아니랄까봐 편지 내용 한번 건전하다. ㅎㅎ
('선생님 뭐라고 써요?' 색연필을 부여잡고 선생님을 쳐다보며 물었을 형아들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모범답안을 알려주시는 선생님 모습도. ^^)

연수에게 두고두고 좋은 추억이 될 입학선물을 준 의림이 서진이 건형이 형아 모두 정말 고마워요. 










입학식이 끝나고 유치원에 오니 유치원 재학생 부모님들이 맛있는 떡과 김밥, 과일을 한 상 차려놓고 신입생 환영회를 열어주셨다.
맛있게 먹고, 돌아가며 인사도 하고, 선생님은 신입생 재학생 부모간에 멘토와 멘티도 알려주었다.
꽃피는 유치원은 부모들의 모임이나 부모 교육, 유치원 활동 참여도 많은 곳이라 부모들끼리도 서로 친해지고 함께 할 기회가 많다한다. 아이를 처음 유치원에 보내며 걱정도 되고 설레기도 하는 나같은 초보부모에게 참 고마운 일이다. 
아이들 부모들이 모두 함께 어울려 친구로, 이웃으로 의지하고 지내는 유치원을 만나게 되다니.. 참 좋다. 고맙다..











입학식을 마치고 나오며 아빠와 아이들의 기념사진을 찍었다. 
형아 따라다니며 어느새 유치원에 익숙해진 연호는 잘 놀고 잘 웃고
연수는 사진찍자니까 일부러 장난치느라 장미꽃송이를 들고 춤을 추었다. ^^

아직은 쌀쌀한 2월말이지만 그래도 공기에서는 부드러운 봄기운이 느껴졌다.
이 마당에 이제 곧 푸른 싹이 움트고 나무마다 꽃이 만발한 날이 오리라.
연수가, 아이들이 모두 그 꽃들처럼 환하게 피어나기를 빈다.
건강하고 씩씩하게 뛰어놀기를, 따뜻하고 생기있게 자라나기를 빈다.

연수야, 유치원에서 재미있게 행복하게 잘 지내렴.
꽃피는 그 길에 이 엄마도 늘 함께 할께.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2. 2. 13. 22:27









다섯살 연수, 참 예쁘다. 

지금 이 아이가 얼마나 예쁜지, 얼마나 고운 몸과 마음의 시절을 살아내고 있는지 나는 너무 자주 잊어버리는 것 같다.

엄마 손끝을 떠나지않는 8개월 동생에 가려 
상상과 말과 호기심과 의욕이 쉼없이 피어나고있는 다섯살 형아는 엄마 눈에 차분히 담기기 어렵다. 

연호가 잠들고나서야 나는 비로소 조용히 연수를 바라보게 된다.
그러면 거기에 너무 예쁜 내 첫아이가 있다. 
장난이 심하다고, 엄마 말을 잘 안 듣는다고,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끝도 없이 조른다고, 이제는 너무도 단단해진 뼈마디로 엄마를 누르고 매달린다고 야단치고 화내기 바빴던 시간을 뒤로 하고
아무 바쁜 일없이, 매달리는 젖먹이 없이 
연수만 바라보고 연수가 하자는 놀이에 장단을 맞춰주고 있으면
그제야 내 큰아이가 얼마나 많이 자랐고 얼마나 예쁜지가 보인다.
고맙고 대견해서 마음이 뭉클해진다.

혼자서 밥을 떠먹고 물컵의 물을 잘 마시고 내려놓는 것을 보면서 
연호가 저렇게 할 수 있을만큼 크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야할까.. 새삼 생각하기도 하고,
엄마가 별뜻없이 건넨 말들에 속깊고 야문 대답을 해주어 깜짝 놀라기도 한다.
 










오늘은 저녁에 연호안고 창밖을 보다가 '연수야, 별님 떴다!'했더니 '달님은?' 하고 물었다.
'달님은 안보이는데...'했더니 '그럼 아빠는, 달님도 안 떴는데 (어두워서) 아빠는 어떻게 오시나~'하고 걱정스레 종알거리던 연수.

얼마전부턴 '이건 비밀인데...'하면서 너무도 간지럽게 속살거리는 귀속말도 종종 한다.
그 얘기들은 그때그때 지어내는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할까.. 궁리하느라 천천히 얘기를 이어가는 모습이 참 우습고 귀엽다.
'이건 비밀인데... 이렇게 이불속에서 뒹굴거리면서 놀면... 그러면 잠을 진짜 많이 자게 돼..' 이런 식이다. ㅎㅎ

일요일 아침, 연호 재우러 들어가면서 아빠에게 아직 제 아침밥을 다 안먹고 노는 연수가 밥 다 먹고나면 간식을 주라고 부탁했다. 방에 누워 연호 젖물리면서 가만히 들어보니 밖에서 아빠와 연수가 간식을 놓고 한참 실갱이를 주고받았다.
'사과 먹을꺼야!' '밥부터 먹어야지~' '사과!' '밥!' '사과!!' '밥!!'
이러다가 연수가 냉큼 사과를 집어 입에 넣은 모양이었다. 아빠가 '야, 너~~!'하니까 연수 얼른 하던 말.
'아빠, 나 사과먹은거 엄마한테 말하면 안돼..' 제법 목소리까지 낮추고 은밀하게 부탁하는 연수 말을 듣고 있자니 누워서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ㅋㅋ

이런 일도 있었다.
숫자 따라쓰기를 재미있어하는 연수가 '13'이란 숫자를 아주 그럴싸하게 잘 그렸길래 내가 칭찬을 했다.
'와~ 연수가 13을 정말 잘 썼네'
그랬더니 이녀석이 글씨책에서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며 '엄마를 좋아해서 그런거지' 했다.
무슨 말인가 잠깐 못알아듣고 '엄마를 좋아해서?'하고 되묻자
'내가 엄마를 좋아하니까, 엄마 기쁘게 해주려고 잘 쓴거라고~'하고 의젓하게 설명까지 해주어서 밥먹던 엄마를 감동먹게 했다.
 
다섯살이 이런 나이인걸까.
그럼 나는 이제 매일매일 이렇게 감동먹을 마음의 준비를 해야하는걸까. ^^











연수가 봄부터 유치원에 가게 되었다.
지난 겨울, 연수가 유치원에 가고싶다고 말한뒤 뒤늦게 알아보고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았던 유치원에서 자리가 생겼다고 연락이 왔다.
연수에게 다시 물으니 '응! 가고싶어!'하는 답이 돌아와서 입학을 결정했다.

내 마음같아서는 학교가기 전에는 어디 매인 일정없이 집에서 엄마와 동생과 온전한 우리들만의 시간을 가졌으면 싶지만
연수에게는 다른 친구들이 다니는 유치원이란 세계가 궁금하고 저도 어울려보고싶은 마음이 드는 모양이다.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놀이감, 또 친구들에 대한 호기심과 바램도 큰 것 같고.
 
가고싶어할 때 보내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내 아쉬움은 조금 다독여야겠다. 
큰아이와 작은아이 함께 데리고 이리저리 뒤엉켜 지지고볶는 생활이 힘든건 사실이지만 또 그만큼 행복하고 깨알같은 정이 쌓이는 시절인데 하루중 많은 시간을 뭉텅 잘라 연수를 보내놓고 나는 때떄로 얼마나 서운할까.

오늘 유치원의 첫 오리엔테이션이 있어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집나설 준비를 하는데 연수가 '어, 비둘기 왔다!'했다.
그 소리듣고 '아 이제는 아침에 연수랑 같이 밥주는 일도 끝이구나..' 하고 속으로 아쉬워하는데 연수가 밝게 말했다.
'내가 '흰 깃털많은 아이'라고 이름붙인 애네. 엄마, 우리 비둘기 밥주고 가자. 그럼 우리가 없는동안 밥먹고 가겠지. 그리고 우리 돌아오면 또 밥달라고 올꺼야'
'그래..' 대답하고 연수 토마스기차 짐칸을 들고가서 쌀을 조금 퍼다 뿌려주었다. 
연수와 함께 '비둘기야, 우리 잘 갔다올께. 밥 잘먹고 잘 있어' 하고 인사하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집안에서 키우는 화분들, 물에 담궈 키우는 고구마, 매일 창가에 찾아오는 비둘기.. 모두 연수 친구다.
딸기먹다가 딸기씨앗을 화분에 떨어뜨리고는 '이제 싹이 나겠지? 그럼 내 친구가 또 생기는거네~'하던 연수.











조그맣고 조그맣던 내 첫아기가 어느새 다섯살이 되었다. 
내 손잡고 처음 한걸음 한걸음 조심조심 뗴며 걸음마하던 아이가 어느새 나를 저만치 앞질러 씩씩하게 뛰어간다.
그래도 아직은 작고작은 아이.. 이 아이를 한껏 품고 안아줄 수있는 날들을 살고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잘 자라주는 것, 긴 겨울 어린 동생과 함께 나는 것이 답답했을텐데도 많이 웃으며 지내준 것,
어린 동생을 때론 질투하지만 늘 제 역할놀이에 끼워주며 보듬어주는 것, '엄마 사랑해'라고 속삭여주는 것..
모두 모두 고마워. 
연수야, 사랑해. 






덧> 지난 겨울, 눈 많이 오고 엄청 추웠던 어느 날. 우리 아파트 산책로에 어느 집 아이들과 아빠가 함께 큰 눈사람을 만들었다. 색종이로 예쁘게 장식도 하고, 깃발도 꽂아놨는데 그 깃발에는 '소원을 이루어주는 눈사람'이라고 써있었다. ^^
자리가 없어 아무래도 올해는 못가나 싶었던 유치원으로부터 며칠전 올 수있겠다는 연락을 받고 참 기뻤다. 연수가 기뻐할 것을 생각하니 나도 참 기뻤다. 소원을 들어주는 눈사람 덕분이었을까..ㅎㅎ (그나저나 엄마는 소원으로 그거 안빌었는데, 연수..니가 빌었냐?)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