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12. 6. 27. 00:47

  

 

 


둘째 육아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고 쓰려고보니

사진들이 근 한 달 전 것들이네. 

진즉 한번 쓰려고 사진들만 정리해두었던 포스팅을 이제사 한다. 


둘째 육아가 한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ㅎㅎㅎ




 



돌이 가까워오던 늦은 봄, 연호의 활약이 부쩍 눈부셔졌다.

형이 쓰던 식탁의자를 차근차근 잘도 밟고 올라가 식탁 위의 여러 물건들을 휘젓고

엄마가 부엌일 하는 사이 개수대의 물에 손도 첨벙 담그길래 

어쩌나 싶어 보려고 소매를 걷어올려주었더니 아예 발도 물에 넣어보고 싶어했다. ^^

차마 그게 여의치 않으니 손으로 물을 쳐서 금새 부엌을 물바다로 만들고 제 옷도 흠뻑 적셔 놓았다.

그 순간, 딱 감이 왔다. 이제 시작이구나.... 



 

 

 




형보다 훨씬 빠른 것 같다.

저지레에 뛰어드는 속도와 스케일이... 

조기교육의 힘이겠지. ^^;;


본 거 없이 조용하게 엄마랑만 지내던 연수의 아기시절에 비해보자면

연호의 아기시절은 폭풍같이 쏟아지는 형의 다양한 놀이와 다이나믹한 행동들을 

스폰지처럼 쭉쭉 빨아들인 시간이었을테니

몸을 좀 움직일만 하게 된 지금 하고 싶은게 얼마나 많겠는가. ㅜ

 








연수도 아기 시절에 쌀튀밥 좀 쏟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연호가 담아준 그릇에 있던 튀밥을 쏟은 것을 보고 신이 난 연수가 봉지에 들어있던 것까지 왕창 쏟아서 이렇게 해놓고는 포크레인을 가져와서 퍼 담는다고 저렇게 하고 있다.

연호야... 너는 형이 있어 참 좋겠다. ^^ 안그러면 어떻게 이렇게 많이 쏟아진 튀밥 구경을 해보겠니...;;


 


 

 




치운다고 치우지만 유치원도 안 가는 큰 아이가 있는 집에서 물감이며 크레파스, 점토 같은 것들이 때때로 바닥에 안 내려 올 수는 없다.

그래서 잠깐 연수 하는거 봐주다 돌아보면 어느새 연호가 냠냠 맛을 보고 있다. ㅠㅠ

때로는 하고 많은 장난감 다 싫고 저 미술놀이 재료들이 뒤죽박죽 들어있는 통을 꼭 집어 가르키면서 그거 내려달라고 앙앙 울기도 한다. 그럴때의 떼는 벌써 보통이 아니다.

허어~~~ 이 녀석, 재밌는건 잘도 알지..  먹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줄텐데..ㅜ 구강기는 언제 끝나는 거더라...



 

 

 

 




주방도구 탐구생활도 시작.

국자, 뒤집개, 양푼, 냄비, 락앤락... 웰컴투 리빙월드. ㅎㅎ



 

 

 

 



돌잔치를 얼마 앞두고 태어난 후 처음으로 연호 머리카락을 미용실에 가서 잘랐다. 

하늘하늘 귀밑머리와 하늘로 올라가던 앞머리들이 너무 예뻐서 나는 그대로 계속 기르고만 싶었다.

하지만 여름이 가까워지면서 땀도 많이 나고 저도 가렵고 답답한지 자꾸 긁고 하길래

눈물을 머금고 잘라주었다. 배냇머리 조금은 집에서 먼저 잘라 작은 봉투에 따로 넣어두고...

머리가 길었던 시절의 연호 사진을 다시 보니 

불과 얼마 전인데도 그 아기 모습이 새록 그리워지는 나는 참 대책없는 도치 엄마. 


 

 

 

 

 



그래서 이렇게 앙앙 우는 모습도 이뿌다고 사진부터 찍고 본다. ㅎㅎ

뭐가 저리 서러웠을까... 

그때 전후사정이 뭐였던지간에 무조건 엄마가 잘못했다. 울게 해서 미안해.

 



 






우느라고 그만 제 두 다리로 혼자 서있다.

아직 혼자 걷지 못하는 연호의 작은 손을 잡고 놀이터에서 함께 아장아장 걸음마 신나게 하는 꿈같은 시절이다. 


힘들다 힘들다 해도 이 시절이 참 좋은 시절이라는 생각이 가끔씩 든다.

작아서 품안에 쏙 들어오는 어린 연호를 안을 때마다 

'사람이 요렇게 작다니.. 요렇게 예쁘다니..' 생각한다. 

보드라운 아기 살은 안을 때마다 가슴 뭉클하게 좋다.








 


 

아파트 현관을 나서다 어느 애기엄마가 또다른 이웃엄마와 하는 얘기를 우연히 들었다.

이제 막 돌을 지난 둘째 얘기를 하며 

'얼른 어린이집에 보내야지 안되겠어.. 돌 지나니까 이제 떼도 어찌나 쓰는지... 밥 챙겨먹이는 것도 너무 힘들어.'

웃느라고 한 얘기인줄 안다.

하지만 그 속에 진실도 많이 들어있다는 것도 안다.

돌을 지나면서 아이들은 정말 부쩍 큰다. 울고 보채기야 해도 기본적으로 엄마의 의지대로 아이를 보살필 수 있었던 갓난아기 시절과는 분명히 다르게 아이들은 제 고집도 생기고 할 수 있는 행동도 많아진다.

아이가 자라지 않고 그대로 있으면 얼마나 슬프고 걱정스러울까마는 

다행히 대부분의 아이들은 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자라준다.

그래서 '말썽'도 많아지고, '떼'도 많아진다. 

그래도 자랄 수록 아이 돌보기는 육체적으로는 더 수월해진다. 제 힘으로 제 몸을 가누고 움직이고 노니 목도 받쳐주고 마냥 안고 오래도록 재워주며 지내야했던 때보다는 갈수록 힘이 덜 드는 것 같다.

다만 마음의 힘은 더 든다.

엄마 맘대로 되지 않으니까... 아이도 이제 제 의지로 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어서 무조건 엄마 뜻에 따르지 않는다.

기저귀 한번 갈려고해도 요리조리 도망다니니, 

이 것부터 해놓고 또 처리해야할 다음 일, 다음 일이 계속 줄지어있는 엄마 입장에서는 갑자기 엄마의 스케쥴표에 반항(?)하는 아이에게 화가 벌컥 나기도 한다. 

육아 2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함께 봐주는 어른도 없이, 도시의 고립된 아파트에서 애기와만 부대끼는 엄마는 쉽게 지친다.

큰 아이도 있으면 두 아이 하루 세끼 제대로 밥 챙겨 먹이는 것만도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어린이집의 도움을 안 받기가 어렵다는 사실에 나도 깊이 공감한다. 

큰 아이가 한 끼라도 다른 곳에서 밥을 먹고 오고, 집을 비운 동안 청소도 좀 하고, 작은 아이 낮잠잘 때 나도 좀 자고.. 그래야 엄마가 덜 지치고

또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어린이집을 통해 얘기도 나누고 생활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와 이웃을 사귀기도 하고...

그 모든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는 제 집에서 마음껏 어지르기도 하고, 떼도 쓰면서 

그래서 때론 인내심이 바닥난 엄마에게 야단을 좀 맞더라도 제 맘껏, 있고 싶은 만큼 집에 있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연호의 육아2기에 접어들면서

이제 만4년을 지나 5년차에 접어들고있는 연수와 내 관계에 대해 다시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린이집도 안 보내고, 유치원도 그만 두고 싶다해서 그만두게 한 뒤로

하루 종일 엄마와 붙어지내는 연수에게 내가 요즘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연수는 이 생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있을지

연호도 형이 자라온 것처럼 똑같이 자라게 하는게 좋을지

나란 사람이 어느만큼 아이들을 품고 키워줄 수 있는 역량이 되는지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좀 정체된 것 같은 나의 육아 고민에 다시 기름칠을 하고 새롭게 가다듬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정체감을 해결해야만 다섯살 연수도, 이제 막 돌을 지낸 두 살 연호도 더 즐겁고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이 생활을 내가 더 행복하게, 신명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연호가 돌을 맞으며 새로운 성장의 시기를 맞고 있는 것처럼 엄마에게도 새로운 성장의 시간이 다가와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