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12. 4. 24. 22:42





매화나무 그늘에 나타난 원숭이 한 마리.

누구일까요? 

ㅎㅎ







접니다~!! ^^


엄마가 만들어준 코코몽 가면을 쓰고 즐거워하던 연수.

동네 뒷산으로 산책가는 길에도 쓰고 가겠다며 들고 나섰다. 

다행히 집앞 매화나무에서 사진찍고 나서는 가방에 잘 넣고 갔다. 휴우~ 









'우리가 자주 가는 산' 이라고 연수가 부르는 동네 뒷산에 지난 주에는 벚꽃이 만발했었다.

그래서 날좋은 어느 아침. 아이들과 간식 싸들고 뒷산으로 소풍을 갔다.

연수는 신이 나서 폴짝폴짝 앞장서 뛰어갔다.










'엄마 이 나무는 무슨 나무야?'

'엄마 저 꽃은 무슨 꽃이지?' 

'엄마 저기 새있다! 무슨 새야?'


끝없이 쏟아지는 연수의 질문에 아는만큼 대답하고 모르는건 나중에 집에 가서 찾아보자 약속하며 걸어가는 길.

한 걸음 걷고 나뭇가지 하나 줍고, 한 걸음 걷고 꽃 하나 들여다보고 하느라 한없이 더디게 더디게 걸어가는 길이지만

나는 이 길이 참 좋다. 

우리가 부모 자식이라는 참 신통한 인연으로 만나서 이렇게 좋은 봄날에 이런 예쁜 길을 같이 걸어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벅차고 행복한지 모른다. 

아이 키우며 힘들고 속상한 순간도 정말 많지만 가끔 이렇게 꿈결같은 시간이 있어서 힘들었던 마음도 스르르 풀리고 

내가 걷는 이 길이 참 좋은 길이구나, 참 고마운 길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저 길에서 연수가 찾아낸 오래되고 작은 밤송이를 까면서 나는 '아마 밤은 안들었을꺼야' 하고 연수는 '아냐, 들어있을껄!' 했는데

역시.. 안에 밤이 두개나 들어있었다. 

비록 연수 손톱만한 크기에, 그나마 조금 통통한 것은 벌레먹어 있었지만 연수는 그 밤을 제 주머니에 소중히 넣었다.

'작은 밤송이에 밤은 정말 작네.. 그리구 벌레도 먹어서 못 먹겠다' 중얼거리며 걸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없을 거라고, 실은 까기 귀찮아서 내놓았던 내 섣부른 단정이 미안했다. 

까보길 참 잘했다.. 네 뜻에 따라주길 참 잘했다. 

주먹보다 작은 밤송이를 발로 밟고 한 팔에는 연호 안고 나머지 한 손에 나무가지 들고 고놈을 까느라 잠시 낑낑거리긴 했지만

열어보지 않았다면 아이는 내 섣부른 단정에 갇혀 밤송이 안에 담겨있는 그 고운 세상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럴때 나는 참 연수가 고맙다. 

제 고집을 꺽지 않아주어서, 엄마를 새로 일깨워 주어서.



   








연수가 찍어준 엄마와 연호 사진. 


연수가 유치원을 다니지 않기로 한 뒤로 이런저런 걱정은 많았지만 사실 나는 참 좋았다.

두 아이를 온종일 내 눈에 담고 마음에 담으며 '아 참 예쁘구나, 참 빛나기도 하지..' 생각하면서 

아이들이 내 품에서 지내는 이 짧은 어린 시절을 온전히 함께 보내고 싶었던 것이 솔직한 내 마음이었다. 


다만 그런 내 마음이 다른 세상도 만나고 싶어하는 연수의 마음을 가로막는 것이 될까봐 조심스럽고 두려웠다.

연수는 친구들도 좋아하고, 친근한 다른 어른들도 좋아한다.

누가 우리집에 놀러오면 한껏 신나서 방방 뛰고 돌아갈 시간이 되면 '좀 더 있다 가면 안되요? 내일 또 와요'하며 창가에 붙어서서 오래오래 '안녕~!'하고 손을 흔드는 정많은 아이다. 엄마아빠처럼 이 녀석도 친구들, 사람들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 아이이기에 유치원에 가고싶다고 했을 때 자연스럽게 이제는 제가 좋아하는 친구들 속에서 신나게 잘 놀겠구나.. 하는 생각만 했지 엄마와 헤어지는 것을 그리 슬프게 생각할 줄을 몰랐다.

아마도 그 두가지 마음은 다 한 뿌리에서 나오는 것같다. 사람을 깊이 좋아하는 마음. 


유치원이 연수에게는 엄마와 떨어져 제 나름의 첫 사회생활(?)에 도전해 본 것인데 

두 달만에 드만두는 것이 실패라면 실패이고, 혹여 아이가 좌절감을 느끼진 않을까..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더 두려워하게 되거나, 아니면 앞으로도 뭔가 좀 해보다가 힘들면 그냥 그만두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어쩌나... 자신감을 잃진 않을까, 친구들이 보고싶거나 외로워하진 않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으로 괴로워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연수를 바라보면

연수는 뭔가 제 놀이에 빠져 신나게 놀고있다가 나를 쳐다보며 '엄마, 나랑 같이 놀자!'하고 불렀다.


시간이 좀 더 지나고나니 마음이 조금씩 스르르 풀렸다.

그래, 놀자.

엄마랑 많이 놀고싶어 유치원도 안 다니겠다고 한 아이이니 아무 생각말고 많이 놀자.

장래에 어찌 되든 미리 너무 걱정말고, 지금은 그냥 이 아이와 마음껏, 많이 놀자.

그게 나도 원하는 것이고, 연수도 원하는 것이다.

얼마나 잘 놀아줄 수 있는지 미리 걱정하지말고 그냥 놀 수 있을 떄는 많이 놀자. 

어린 동생 돌보느라 형아 맘에 찰 만큼 못 놀아줄 때도 많지만 그건 또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지금 이렇게 같이 있는게 참 좋으니 같이 있자...



 









연호가 어느새 이렇게 커서 무엇이든 잘 붙잡고 일어서고, 안녕!하면 손도 열심히 흔든다.

갓난아이 예쁜 시절이 얼마나 짧은지 모른다.

연호를 볼 때마다 '아 이러다 금방 돌이 되겠네... 이 아이 고물거리는 아기 시절도 이제 얼마 안 남았구나' 생각한다.

참 아깝고 귀한 시간이다. 

집안일에 바쁠 때는 저 안으라고 앙앙거리고 기어오는 녀석을 눈도 안 맞추고 번쩍 안아올려 그대로 한팔에 안고 일하면서 '이 녀석아, 조금만 기다리지, 엄마 일 좀 하게..' 하지만

사실은 그 때 이 예쁜 얼굴을 한번더 봐줘야한다.

잠깐 동안이라도 눈을 맞춰주고 뽀뽀도 해주고, 나중에 바쁜 일 좀 지나고 나면 '빨리 못 안아줘서 미안하다'고 말하며 그윽하게  한참동안 바라봐줘야 한다. 

그럴만큼 예쁘고, 짧고, 언젠가는 너무도 그리워질 애틋한 시절이니까 말이다.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온전히 붙어서, 마음껏 사랑하고 우리만의 추억을 쌓고, 우리 마음대로 우리의 시간을 자유롭고 평화롭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태어나서 단 몇 해동안이 전부다.

부모와 이토록 깊게 결합되는 얼마간의 시간을 지나고 나면 

그 후로는 생의 아주 긴 시간을 친구들과 그리고 새롭게 자기가 만드는 가족들과 함께 보내게 될 것이다.

지금 내가 그렇듯이..



 








올 봄에는 아이들과 뒷산에 가고, 또 아파트 화단에 핀 꽃들을 보는 것이 내가 즐긴 꽃놀이의 전부였지만

서른다섯의 내게는 이것으로도 충분했다. 












집 앞 냇가에서 놀다가 신발을 온통 적신 연수는 젖은 신발은 벗어서 자전거 바구니에 싣고

맨발인 채로 자전거를 타고 냇가를 지나 놀이터까지 왔다. 

유모차에서 잠든 연호를 그늘에 재워놓고 연수랑 신나게 술래잡기도 하고, 축구도 했다.

발바닥은 까마귀 발바닥, 얼굴은 빨갛게 열이 올라 홍시가 되었지만 연수도 신나고 나도 신났다.


이렇게 보내는 날들이 엄마는 참 좋은데... 연수도 좋니? 

그랬으면 좋겠구나..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