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12. 6. 4. 00:01






오늘 연수가 네 돌 생일을 맞았다.

어제밤 늦게 자서 오늘 내내 졸려하면서도 결국은 낮잠을 안잤던 연수가 

이부자리위에서 오래오래 뒹굴거리다 저녁8시 날이 조금 어두워진 뒤에야 잠이 드는 모습을 지켜보며 

문득 이 아이와 함께 지낸 날들이 얼마나 되었나... 헤아려보았다. 


4년. 

태어난지 딱 4년을 채우고 오늘 하루를 더 살았고.. 윤달이 한번 있었으니까.. 1462일.

맞나..?

딱 정확하지 않다해도 괜찮다. 

우리는 어제도 함께 있었고, 내일도 함꼐 있을테니 1462일이 언제이든 그 날도 오늘처럼 함께 웃고 바라보고 안아주면서 지나갈 것이다.


연수를 처음 안아보던 순간을 기억한다.

아주 작고작은 아기를 팔 안에 뉘어놓고 처음 젖을 물려보던 순간을.

콕콕콕.. 작은 새처럼 내 젖을 빨던 느낌도.


4년이 흐르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함께 많은 길들을 걸었고, 연수는 내게 참 많은 꽃들을 따 주었다.

오래 참 오래도록 바라보았고 내 두 팔로 안고 내 가슴에, 등에 꼭 붙이고 지냈다.

연수 덕분에 참 많이 웃었고 참 행복했는데 한편으로 속상해했던 순간도 왜 그리 많았던지... 

내가 연수를 울린 적도 많았다. 

미안하다. 연수야. 

네게 상처주었던 말들, 네 어린 마음에 고였던 슬픔.. 엄마가 사과할꼐.. 미안하다.


4년 사이에 연수는 훌쩍 많이 자랐다.

아직도 어린 다섯살배기지만 지나온 시간만큼만 더 가면 열살이고, 또 그만큼이 더 가면 열다섯.

그리고 스물. 

내 생각에 스물은 연수가 내게서 심리적으로나 삶의 여러 측면에서 완전히 독립하는 때일 것 같지만 어쩌면 그 날은 좀 더 빠를지도 모른다.

엄마와는 다른 연수만의 세계는 이미 형성되기 시작했고 금세 완성될 것이고, 단단해질 것이다. 

아름다울 것이다.


연수와 내가 오롯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짧은 날들 동안

함께 해보고 싶었던 많은 일들을 정말로 할 수 있기를 빈다.

우리들의 마음이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충만하기를 빈다.

    

어제밤 잠들기 전에 연수가 내게 물었다.

'엄마, 내가 엄마 배속에 있을때 나를 뭐라고 불렀어?'

'똑순이. 똑순이라고 불렀지.'

'똑순이? 똑순이...'

제 태명을 몇번 중얼거리다가 연수는 잠이 들었다.


단 하루도 쉴 수 없고, 단 한 순간도 벗어날 수 없는 엄마로 살아온지 4년이 지났다.

겪어보지 않았으면 결코 몰랐을 절절한 행복과 힘겨움이 

어린 아기의 코묻은 손수건처럼 보송한 한 장의 손수건 속에 범벅이 되어 함께 들어있는 것 같은 시간.

고되었지만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고마운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그런 날들이 되리라.

꽃같은 아이의 웃음과 함께 내 삶의 시간도 부지런히 흘러가리라.


1462일.

똑순아. 사랑한다.





+ 우연히 오늘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를 알게 되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가만가만 여러번 되뇌어보았다. 내 소중한 어린 아기. 너와 함께 지내는 날들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 

풀꽃같은 너를, 오래도록 바라볼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내 곁에 있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고맙다. 연수야..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