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출산/육아'에 해당되는 글 70건

  1. 2008.09.03 스무살, 가을, 진주난봉가, 청경관 8
  2. 2008.08.28 엄마, 뚝! 4
  3. 2008.08.25 짧은 일기 2
  4. 2008.08.19 아가와 춤을 1
  5. 2008.08.13 엄마의 몸 2
  6. 2008.08.07 세상의 모든 저녁 2
  7. 2008.07.17 이모님, 감사합니다^^ 3
  8. 2008.07.07 초보아빠의 주말투쟁 2
  9. 2008.07.04 Everyday is new day
  10. 2008.06.25 사춘기보다 무서운 성장급증기를 아시나요 4
umma! 자란다2008. 9. 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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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똑순이가 태어난지 세 달이 되었습니다.
어리기만한 똑순이지만 이 아이의 인생에 쌓여진 시간의 무게가 어느새 묵직합니다.
흐르지 않을 것 같던 시간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순간도
때가 되면 다 지나가고 끝나있다는 사실을
아이를 키우며 절감하게 됩니다.

오늘은 문득 엄마의 스무살 가을이 생각났습니다.
라디오 국악프로그램에서 흘러나온 '진주난봉가' 때문입니다.
풍물패는 아니었지만 풍물패 사람들과 친하기도 했고,
낡은 가건물 1층에 자리잡은 허름한 풍물패방을 곧잘 드나들었던 새댁은
그 방 벽, 포스터 뒷장에 검은색 매직으로 빽빽이 써붙여놓았던 민요들을
재미나게 배우곤 했습니다.
너영나영, 사랑가, 진주난봉가.. 그리고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이런저런 민요들.
그중 시집살이를 호되게 하는 어느 며느리의 사연을 담은 진주난봉가는
가사가 재미있으면서도 참으로 슬픈 것이었는데
오늘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나오자 새댁, 어슴프레한 기억을 더듬으며 따라불러 보았답니다.
똑순이는 그런 엄마를 신기하게 바라보았구요.

스무살 가을, 중간고사 시험기간-
풍물패 선배와 동기 하나랑 셋이 밤샘공부를 하기로 작심한 날이 있었습니다.
아마 초특급벼락치기가 필요했던 모양이지요, 셋 다 참 강의실에서 찾기 어려운 학생들이었는데
밤샘을 하겠다고 나섰던 걸 보면..
그런데 왜 그 공부를 풍물패방에서 하게 됐을까요?
그 날은 문과대도서관에 자리가 없었던 걸까요?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데
아무튼 셋이 한울방(풍물패 이름이 '한울'이거든요)에 모여앉아 북을 책상삼아 노트를 펴들고 읽는데
차례로 쓰러지고 깨우기를 반복하다가
결국에는 잠깰 요량으로 야참을 사다먹었던 것 같습니다.
컵라면을 먹다 보니 한울방 구석에 있는 소주박스가 눈에 띄고
아무튼 여차저차 병을 비우고... 새벽은 밝아오고... 북위에 노트위에 코박고 자다 깨서
허겁지겁 시험강의실로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문과대앞에는 청경관이라는 작은 매점겸 식당이 있었는데
답안지에 이름쓰고 나서는 더 쓸 말이 없어 꾸벅꾸벅 졸다 나온 셋이
청경관 앞 나무탁자에 모여앉아 말없이 해장라면을 한그릇씩 사먹는 것으로
그 날의 밤샘공부는 끝이 났습니다.
그 때 올려다본 청경관앞 키 큰 나무들은 참으로 예뻤는데요,
가을이 깊어 단풍이 곱게 든 도토리나무였나, 잎이 큼직큼직한 나무가 참으로 멋졌습니다.  
 
이제 그 허름하고 다정하던 동아리방 가건물은 없어졌고,
낡은 청경관도 헐리고 새로 지은 큰 건물 지하에 이름만 같은 푸드&카페테리아가 생겼습니다.
천원 한장이면 살짝 덜익어 맛있는 라면이나 맛은 없어도 양은 푸짐하던 볶음밥을  
참으로 멋진 큰 나무들 아래 벤취에서 먹을 수 있던 그 청경관.
오늘 문득 그 청경관이 무척 그리웠습니다.
스무살 그 시절두요.

문득 그때 친구들에게 연락이 하고싶었습니다.
우리에게 그렇게 아름다운 스무살이 있어서 참 다행이야.. 라고.
지금은 모두들 회사일에 치이는 샐러리맨으로, 아이 엄마로, 현장운동가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삼십대의 바쁜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들.
하지만 이 기억들은 우리를 다시 아름답게 물든 청경관앞 키큰 나무들 아래로 데려갈 것입니다...

평소같았으면 생각난 김에 바로 '나야!'하며 전화를 걸었을텐데
오늘은 똑순이가 너무 많이 보채서 전화할 짬이 없었습니다. 휴....

오늘, 이렇게 작고 칭얼대던 똑순이도 스무살 멋진 청년으로 자랄 것입니다.
똑순이는 어떤 스무살을 맞게 될까요.
이 아이도 정말로 아름다운 스무살을 갖게 되길..
백일을 앞둔 똑순이를 안고 엄마, 마음으로 빌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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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8. 28.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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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순이 똘망똘망한 사진 하나 올려봅니다.

오늘도 하루가 참으로 금방 끝났습니다.
시간이 어찌나 잘 가는지... 하루 해가 저물 때쯤 되면 살짝 무섭기도 합니다.
이렇게 시간이 가다보면 금방 나이가 들겠다....

"구두를 새로 지어 딸에게 신겨주고 / 저만치 가는 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
한 생애 사무치던 일도 저리 쉽게 가것네"

김상옥 시인의 '어느날' 이라는 시입니다.
한 생애 사무치던 일들이
새로 지은 구두를 신은 딸아이의 사뿐한 발걸음처럼 멀어져가는 것을 느끼는
중년의 날이 새댁에게도 곧 찾아오겠지요.
한 생애 사무치던 일들.. 내게는 어떤 일들이 그런 일들이었나.. 생각해봅니다.  

똑순이가 잠들고 나서 혼자 조용조용 저녁을 차려먹었습니다.
요즘은 해지면 자고 해뜰때쯤 깨는 똑순이 리듬에 맞춰서 살다보니
하루동안 먹을 요리를 아침에 다 합니다.
덕분에 아침상이 하루중 가장 풍성(?)하고 저녁상은 하루중 가장 간소합니다.

저녁 8시, 우리집은 이미 한밤중.
오늘 하루 똑순이는 뒤집기 연습을 열심히 했고, 얼굴앞에 주먹을 놓고 눈동자를 모으는 모습도 보여주었고,
목도 어제보다 더 잘 가누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어제보다 덜 징징거렸고, 어제에 이어 산후체조를 거르지 않고 해주었으며,
어제 읽던 책을 좀더 읽었습니다.  

좀 더 의연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언젠부턴가 돌아보니 똑순엄마, 안부를 묻는 주위 사람들에게 '글쎄.. 잘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어-'라며
자신없어하고 자꾸 징징대고 있더군요.
초보엄마지만 똑순이에게는 한번뿐인 유아기,  
당황하고 안절부절하고 걱정하기보다는
미숙하더라도 침착하게, 차분하게 아가를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똑순이도 다 느낄테니까요.

연습없이 바로 실전이라는 것이 우리들 인생의 특징이지만
육아처럼 아이와 부모가 함께 '던져지는'(먼저 엄마가 된 제 친구가 한 표현이예요)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당황하고 헤메는 것이 당연하지요.
미리 공부하고 준비하는 것이 제일 좋지만 쉽지 않기도 하고, 준비한다고 해도 막상 아기가 태어나고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더라구요.
그러니 아이와 부모가 함께 자라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책, 의사선생님, 육아사이트에서 만나는 수많은 동지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사실 아이는 때가 되면 스스로 알아서 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신생아시절 유난히 뒤통수가 튀어나왔던 똑순이,
할머니의 큰걱정과 똑바로 눕혀 재우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잘 되지 않더니
2개월이 지나고 나자 똑바로 누워 모빌보며 잘 놀더니
이제는 뒤통수가 적당히 예쁘게 들어갔습니다.
오른쪽으로만 누워자서 두상이 찌그러질 수 있으니 왼쪽으로도 눕히시라는 의사선생님 말씀에
엄마가 부단히 왼쪽으로 눕혀 보려해도 잘 안되더니, 역시 얼마전부터는 알아서 왼쪽으로 누워 잘 자구요.  
참...^^

이렇게 크는 아이들 앞에서 엄마가 할 일은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응원해주는 일이겠구나.. 싶습니다.
그래도 행여 어디가 아프진않나... 아침마다 체온재고 하루종일 싼 소변기저귀 개수 세고, 모유수유일지쓰며
엄마도 의젓한 '베테랑엄마'로 성장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8. 2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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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참으로 힘들지만 세상에서 둘도 없이 행복한 일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 행복은 아주 작은데서 오는데 예를 들면 '아가가 처음으로 소리내어 웃었다' 같은 것들입니다.

신기하게도 아이는 매일 매일 자랍니다.
몸이 자라는 것은 쉽게 알아보기 어렵지만
눈짓, 손짓, 발짓 같은 행동들이 매일 조금씩 정확해지고, 의사표현도 분명해집니다.

어른이 되면 삶에서 놀라운 일들이 적어지지요.
어린 시절에는 세상에 참 신기한 것도 많고, 새롭고 흥미로운 꺼리들이 많아
매일 아침 눈뜨기가 설레었던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왠만큼 어른이 되고 나면 그날이 그날같기가 십상입니다.
그런 어른들의 삶에 아기는 다시 설레임을 줍니다.
오늘은 이 녀석이 또 무슨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까... 기대만발입니다.

그런데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변화무쌍한 육아 싸이클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보니
그날 그날의 놀라운 사건들을 어딘가에 기록하지 못하고 지나갑니다.
늙어서 심심할때 돌아보면 참 애틋하고 재미있을텐데요-^^
잊어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이 소중한 날들...
아가가 선물해준 행복한 순간들을 조금이라도 더 담아두고 싶습니다.


8/22 - 어느 순간 보니, 똑순이가 안아주는 엄마팔을 손으로 꼭 잡고 있습니다. 와~! 그전에는 손이 그냥 팔위에 얹혀져 있었거든요. 엄마를 꼭 잡는 그 작은 손의 느낌에 엄마, 그만 울컥해집니다.

8/23 - 똑순이가 손을 날로 잘 씁니다. 소리도 맛있게 '쪽쪽쪽' 잘 빨고, 그러다 잠도 듭니다. 오늘은 처음으로 혼자서 5시간이 넘게 잤는데 중간중간 깰만하면 알아서 제 손을 가져다 쪽쪽 빨면서 다시 깊이 잠드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8/24 - 처음으로 엄마가 어깨띠를 해서 똑순이를 태우고 집앞 마트에 다녀왔습니다! 구입한 것은 누가바와 빠삐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아빠엄마, 천천히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휴~ 첫번째 어깨띠 여행이 무사히 끝났습니다. 똑순이, 웃으며 잘 견뎌주었습니다.

8/25 - 오늘로서 만으로 생후12주가 된 똑순이, 이제는 엄마가 이리가면 이리 보고, 저리가면 저리 보며 시선을 맞춥니다.  
혼자 눕혀놓으면 첨엔 잘 놀다가 심심해지면 "응응"하고 소리를 내는데 글쎄, 제 귀에는 "엄마~"하고 부르는 것처럼 들립니다.
큰 방에 저 작은 녀석이 하나 누워있을 뿐인데도, 온 방이 그득 찬 것 같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8. 1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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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엄마 일기에 늘상 '똑순이'란 태명으로 등장하는 아들입니다. 엄마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께 인사드려요~"

^^
똑순이가 많이 컸습니다.
이 사진도 벌써 열흘쯤전 사진인것 같군요.
하루가 다르게 아이는 자라고 저의 육아생활도 덩달아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똑순이는 거진 3시간 간격으로 수유간격도 잡히고, 낮잠도 전보다 더 규칙적으로 잡니다.
에.. 낮잠자기 전에는 아주 규칙적으로 '대박' 울어주고 있고요..ㅠ

전에는 아무리 들고 흔들어도 통 낮잠이 들지않던 똑순이가
날이 선선해져서 그런가, 밥을 규칙적으로 먹어서 그런가.. 잠도 조금 더 잘 자게 되었습니다.
정말이지 처음 1, 2개월은 정말 잠 한번 들이기가 얼마나 어렵던지요.
책을 보면 신생아는 하루 17~8시간 잔다고 하는데
우리 똑순이는 왜이리 안잘까, 어디가 아픈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의 육아까페들을 검색해보니 우리집아기만 안자는건 아닌것같더라고요. ^^;;
많은 초보엄마아빠들이 붉게 충혈된 눈과 팔다리근육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아가도 세상이 낯설고 불편하고, 엄마아빠도 처음 해보는 육아다보니 아이를 편안하게 잘 해주지 못해서일듯해요.

갓 태어난 신생아시절에는 아가가 자다 깨서 울면 품에 꼭 안아만줘도 다시 잠들더니
얼마안가 안고 흔들어야 자고, 나중에는 안고 일어나 돌아다녀야만 잠이 들더군요.
이때부터 불면의 밤이 시작됩니다.
엄마아빠 둘중 한명은 아가를 안고 황혼에서 새벽까지 거실과 방들을 배회해야하는데
아무래도 출근하는 신랑보다는 새댁이 이 '배회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루종일 회사에서 일하느라 얼마나 피곤하랴.. 생각하다가도 쿨쿨 자는 신랑을 보면 울컥 얄미워집니다.
그럴때는 '인간을 사랑하자...' 되뇌이며 분노를 삭혀야 합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한참 돌아다니다 아가가 곤히 잠들때까지 팔에 마비가 와도 참았는데  
요즘은 좀 안고 다니다가 팔이 아프면 아기가 꼼질꼼질 하는것 같아도 내려놓습니다.
'엄마도 좀 살자' 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아가가 잠을 못들이고 낑낑대거나 울면 냉큼 다시 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냥 울리지 그래요? 울다 지치면 자지 않을까요?'라고 누군가 물을 것 같기도하지만... 그게 쉽지않습니다.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내버려둘만큼 강심장도 아니고, 이웃에 죄송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자라는 아기에게 '잠'이 굉장히 소중한 것임을 알기때문에 어떻게든 재워주고 싶어집니다.

아기를 낳고 많이 생각한 것중에 하나가 '희생없이 얻을 수 있는 열매는 없다'는 것이예요.
아기에게 잠을 주기 위해서는 엄마아빠가 잠을 줄일 수 밖에 없고,
아기를 배불리 먹여주기 위해서도 엄마아빠는 더 힘을 내야합니다.
사람이 자라는데 얼마나 많은 정성과 희생이 필요한지... 아이를 낳아보니 알겠습니다.

아무튼 이리하여 한번 '아이 재우기'가 시작되면 '수면의 적들'과 한판 승부를 펼쳐야합니다.
첫번째 적은 아가 자체 - 바로 쉼없이 꼼지락거리는 '팔과 다리'입니다.
한참 잠이 들다가도 번쩍! 하고 팔이나 다리가 들리는 순간, '끄응~'하는 신음과 함께 아이는 깨어납니다.
그래서 신생아때는 '속싸개'에 꽁꽁 싸서 재우지만
조금 큰 뒤에는 날도 덥고 워낙 팔다리를 열심히 휘젖는지라 속싸개도 해놓을 수 없습니다.
이 팔과 다리를 엄마 손으로 지긋이 누르거나 좁쌀베게 같은것으로 눌러놓는데,
행여 아기 얼굴을 덮지 않도록 계속 지켜봐야합니다.  
두번째 적은 외부의 소리들입니다.
아기 잘때는 밥숟가락도 힘차게 들고내릴수가 없습니다. 깊은 잠이 안들었는때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깨어나거든요.

고요한 한낮, 동네를 휘젖는 방송차 소리들..
2002년 대선때 새댁은 민주노동당 선거유세에 참가했었는데 그때 주요 프로그램중 하나가
오전이나 오후 고요한때 동네 골목이나 공터에 유세차를 세워두고 신나는 로고송에 맞춰 춤도 추고 방송연설도 하는 것이었습니다.
누구 하나 창문열고 내다보지 않는 동네 한복판 공터, 참으로 한적하던 곳에서도 열심히 방송을 틀며
"그래, 집안에 있는 사람 한명이라도 이 얘길 듣고 우릴 지지해줄지 몰라~" 얘기했던 새댁과 친구들은
아기키우는 엄마의 심정을 너무 몰랐던 것입니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것도 아니고.. 10분이 넘게 우렁찬 스피커소리를 쟁쟁하게 울리던 우리를
어느 아기엄마인가는 무척 원망했을 것입니다.
흠.. 이제 다시 한다면 새댁들의 표를 깍지않는 유세를 고민하겠어요.
엊그제 저녁에는 아파트 마당에서 얼콰하게 취하신 한 아저씨의 전화통화가 똑순이의 잠을 깨웠습니다.
"그러니까 전화를 바꿔보란 말이야~ 응~ 당장 바꿔! 바꾸란 말야~~~"
무슨 사정인지 알수는 없지만 전화의 상대방에게 '빨리 바꿔주심 안될까요' 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 됩니다.

이런 적들에 맞서는 엄마의 무기는 자장가와 토닥임 뿐입니다. 아! 공갈젖꼭지도 있습니다.
'자장자장 우리애기 잘도잔다 우리애기 앞집 개야 짖지마라 뒷집 닭도 울지마라
우리 애기 착한애기 잘도잔다 자장자장'
이 단순한 가사를 무한반복하는데, 앞집 개는 멍멍개로, 뒷집닭은 꼬꼬닭으로 변용이 가능합니다.
이 노래를 부르면서 안고 규칙적으로 엉덩이나 등을 토닥토닥 때려주는 것이지요.
빈약해보이는 이 무기들의 위력은 직접 애기를 재워보면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한밤에는 자다깬 아가를 노래만 불러 다시 재울 수도 있게됩니다.(사실 이건 성공하기 무척 어려운 경지입니다ㅠ)
가장 큰 공은 공갈젖꼭지에 돌려야겠지만요.^^;
공갈젖꼭지를 쓰지않은 생후2개월까지는 전적으로 팔힘과 자장가로 아기를 재웠답니다.
 
이렇게 많은 '적들'(쓰고보니 좀 과격한데.. 방해자들^^)을 넘어 깊은 수면에 이른 똑순이,
자고 일어나면 또 한뼘쯤 자라있을 것입니다.

오늘 저녁에는 졸려하는 똑순이를 안고 거실을 오가는데 라디오에서 무척 흥겨운 라틴음악이 흘러나왔습니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즐거워지면서 똑순이를 안고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어 보았습니다.
똑순이는 엄마의 떄아닌 댄스에 당황했는지 얌전히 안겨있더군요.
한참 즐겁게 춤을 추다 내려다보니 아가는 잠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이 녀석이 크면 늙은 엄마와 이렇게 다정이 춤을 춰줄 날이 있을까요?
왈츠도 추고, 탱고도 추고, 막춤도 추고.. 6kg가 채안되어 작고 가벼운 이 때
아가를 품에 꼭 안고 춤추는 행복을 많이 누려야겠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8. 1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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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새댁이 애기낳고 퇴원해서 집에 왔을때 처음 일주일간 산후조리를 담당해주셨던 친정엄마가
낮잠을 주무시는 모습입니다.
무더운 날, 산모랑 아가가 있으니 창문도 제대로 못열어놓는 더운 집에서 엄마가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낮에 잠시 아가가 잘때 엄마도 잠이 드셨는데 새댁이 잠든 엄마를 살짝 카메라로 찍어두었습니다.
저 작은 몸으로 우리 형제 셋을 다 낳아 키우시고.. 이제는 손주들 뒷바라지까지 해주시라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십니다.

발자크라는 소설가는 '사람의 얼굴은 한폭의 풍경이다. 한 권의 책이다.'라고 말했다는데
얼굴만이 아니라 사람의 몸 전체가 한 폭의 풍경이자 한 권의 책인 것 같습니다.
아니, '글로 쓰면 책 한권도 넘을' 인생 이야기가 한 사람의 몸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새댁이 그걸 실감한건 애기낳고 처음으로 목욕탕에 갔을때입니다.

7월의 후반부에 새댁은 강릉 친정집에 2주쯤 아가와 함께 내려가서 조리를 하고 왔습니다.
산후조리 대부분을 서울집에서 여러 분들의 도움속에 잘 보냈지만, 막상 혼자 갓난아기를 돌보려니 힘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좀 멀긴했지만 아가를 데리고 친정에 잠시 다녀온 것입니다.
그때 엄마에게 아가를 맡기고 출산후 처음으로 새댁 혼자 외출을 할 수 있었는데
아, 몇 주만에 아기랑 떨어져 혼자 길을 나서니 기분이 참 묘하더라구요.
잠시지만 왠지 발길이 안 떨어지기도 하고, 또 혼자 거리를 활보(?)하는 것이 신나기도 하고요..^^
아무튼 그렇게 찾아간 곳이 대중목욕탕입니다.
목욕탕은 임신했을때부터 가지 않았으니 거진 일년만에 가본 것입니다.
새댁은 냉탕에서 시원하게 슬쩍슬쩍 수영하는 재미에 목욕탕을 무척 좋아하는데다
일년 가까이 때를 못밀어 몸이 마구 근질근질하던 차라 무덥던 어느날 아침, 룰룰랄라 신나하며 목욕탕을 향했습니다.

그런데 그토록 가고싶던 목욕탕 문앞에 섰는데 선뜻 들어서지 못하겠더라구요.
몸매때문이었습니다.
제왕절개 수술자리도 아직 남들이 알아볼 정도로 남아있고,
산후조리6주동안 모유수유 한다고 엄청 먹어 배살이 하나도 안빠져 있었거든요.
임신중에 새댁은 10kg 정도 살이 쪘었는데 아가가 태어나고 나니 딱 아가몸무게인 2.8kg만 빠졌지 뭡니까.
남들은 양수무게 등등해서 한5kg 정도는 빠진다는데-
거기다 저는 너무 밥과 국을 많이 먹어서 시간이 갈수록 되려 살이 쪘답니다ㅜ.ㅜ
부풀었던 배는 꺼지면서 두껍게 늘어졌고, 골반과 허벅지, 팔뚝도 장난아니게 넓어졌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옷을 벗기가 주저되었지만... 어렵게 시간내 찾아온 목욕탕인데 돌아갈 수는 없고..
큰맘먹고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주섬주섬 옷을 벗고.. 아무도 새댁을 주목하지 않았건만 혼자 괜히 쭈뼛거리며 탕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목욕을 시작했는데.. 이것참.
얼마안가 괜히 쭈뼛거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댁 주변을 오고가는 아주머니들의 배는 대부분 새댁보다 더 크고.. 많이 늘어져있었습니다.
 
웃음이 나오려고 하다가 이내 '에고. 나도 이 세상에 사람을 낳고 키운 저 수많은 어머니들중에 한 사람이 되었구나' 싶었습니다.
몸이 그 사람의 역사를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어딘가 아파서 수술을 받았던 사람, 혹은 지금 어딘가가 불편한 사람,
아기를 낳고 키우다보니 배살은 늘어지고, 팔뚝은 굵어진 많은 엄마들..
대여섯살쯤 되보이는 딸아이를 데리고 온 어떤 젊은 엄마는 무척 많이 말랐더군요.
원래 마른 체형이기도 하겠지만 아이 키우느라 고단한 하루를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엄마의 삶이 그 몸매에서 보이는것 같았습니다.
저 사람은 아직 아가씨구나.. 에고, 좋을 때다..
저도 모르게 목욕탕을 오가는 많은 여자들을 한명 한명 쳐다보며
그 사람의 몸이 이야기하는 그 사람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었습니다.
제 시선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지는 않았어야 할텐데.. 혼자 생각하고 만 것이긴 하지만 잘못된 추측도 있었을텐데.. 이제와 돌아보니 슬쩍 걱정도 됩니다.

아무튼 어딘가 상처나고 이지러진 몸들,
이 상처가 열심히 살아온 삶이 남긴 흔적이라면
그저 깨끗하고 매끈한 몸매보다 덜 아름다운 것은 아닐 것입니다.
외려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더 아름다운 몸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며 새댁, 씩씩하게 때를 밀고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냉탕에 들어가 슬쩍 수영도 해주었습니다.
아, 똑순이가 얼른 커서 시원한 바다나 풀에 들어가 함께 수영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때까지...
아가씨때 입던 55사이즈의 옷들은 더이상 입을 수가 없고,
튀어나온 배와 팔뚝은 쉽게 들어가지 않더라도..
더 많은 사랑과 더 깊은 인생의 맛을 알아가며 새댁, 오늘도 힘을 내야겠습니다.

그리고 나날이 몸이 자그맣게 오그라드는 것 같은, 환갑을 맞은 우리 친정엄마가 제 눈에는 정말로 예쁩니다.
나날이 더 예뻐보입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8. 7.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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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위에 또 다시 밤이 왔다.
엄밀히 말하면 내가 살고있는 쪽 지구에 밤이 내린 것이다.
'20세기 소년'이라는 만화에서 주인공 켄지가 부르는 노래가 있는데
그 가사가 '지구위에 밤이 온다 어디선가 카레 냄새가 난다 내가 좋아하는 오믈렛(?)가게는 지금도 하고있을까...' 어쩌구 였던 것 같다.

세상에 많은 저녁들이 있을 것이다.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그리운 가족에게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저녁, 퇴근 행렬속에서도 뭔가를 파느라 분주한 사람들의 저녁, 새로운 모임을 위해 총총히 향해가는 저녁. 여행지에서 맞는 저녁..
그 저녁들에 보탤 요즘 나의 저녁은 갓난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자장가를 부르며 재우는 저녁이다.

우리집 앞산 너머로 뉘엿뉘엿 해가 지고 노을이 잔잔히 내려앉는 동안
아기는 젖을 먹고 졸음에 겨워 찡찡거리고 울다가
자장가를 부르며 안고 돌아다녀주면 잠이 든다.
잠든 아가를 이부자리위에 뉘여놓고 잠시 더 뒤척이는 것을 지켜보며 토닥거리다
깊은 잠이 든것같으면 살그머니 방을 빠져나와 조용히 저녁을 먹고
나도 그 옆에 가서 누워 밤에 아기가 깨서 다시 젖을 먹을때까지 잔다.

다행히 아가는 낮밤을 잘 구분해서 저녁해가 질무렵이면 하루중 가장 긴 잠에 빠져든다.
그리고 밤에 두세차례 깨어 젖을 먹고 또 잠들다가 새벽 5시, 그러니까 해가 뜰때쯤 되면 젖을 먹어도 다시 잠들지 않고 깨어난다.
해지면 자고 해뜨면 일어난다고 해서 신랑은 '농민의 아들일세, 농민의 아들이야'라며 툴툴거린다.
아침잠 많은 아버지도 같이 새벽에 일어나야하기 때문이다.
사실 대개는 다시 재우려고 안고 흔들며 갖은 애를 쓰다 결국 포기하고 노는 아기를 옆에 둔채 아빠는 다시 잔다.

*

오늘은 아가가 낮잠을 좀 오래 잔 덕분에 나도 낮에 잠을 좀 자서 오랫만에 블로그를 열어볼 기운이 났다.
하루하루가 참 잘도 흘러서 어느새 똑순이는 생후 8주하고도 사흘을 더 살았다.
저위에 사진은 한달쯤 전에 찍은 것인데 그사이 아기는 정말 많이 자랐다.
사진속의 똑순이는 옆으로 누워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요즘의 똑순이는 똑바로 누워 발버둥을 친다. ^^
옆으로 누워 속싸개에서 발만 내놓고 버둥거리는 똑순이가 꼭 작은 새처럼 귀여워 찍어놓았던 사진인데
요즘 사진이 없어 올렸다.  
아.. 참 작았네.. 우리 똑순이.
요즘도 작지만 그래도 이제는 제법 고개에 힘도 생기고 눈도 잘 맞추고
말이라도 할듯이 입을 움직이며 싱글거리는 것이 뭔가 아는 큰 아이같다.
아이키우는 엄마는 하루에도 열두번씩 거짓말을 한다지만 그래도 요즘 똑순이와는 대화가 된다. ㅋ

나도 이제 겨우 기운을 좀 차렸다.
여전히 버벅거리지만 조금씩 아이와 생활의 패턴이 잡혀가고 있는 것이다.
밥도 하고, 요리도 조금씩이지만 하고, 어제오늘은 아이가 수유쿠션위에서 자는 짬짬이 육아책과 신문도 읽었다.
아이가 노는 동안에는 청소랑 빨래도 했고... 설겆이는 신랑의 몫이라 하지 않았고. ^^

아이를 재우기 위해 안고 집안을 돌아다니는데 서재로 쓰는 작은방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들이 그렇게 읽고 싶을 수가 없었다.
언제쯤 다시 읽을 수 있을까.. 못읽는 상황이 되니 괜히 더 읽고 싶다
막상 책상에 다시 앉으면 졸음이 쏟아져서 한페이지도 채 못읽을지도...^^;;
쉽지는 않겠지만 이제 조금씩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싶다.

하루가 참 정신없이 흘러가지만 그래도 잠깐씩 짬이 날때는
'이제 내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걸까' 하는 생각을 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고(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훨씬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육아를 하면서
내 일이나 내 생활을 꾸려간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우선 몇년은 아기 키우는데만 집중하고 아기가 얼마쯤 큰 뒤에 다시 활동을 하려고 계획하는 선배도 있고,
또 육아의 세계란 것도 참 깊고 매력적인 것이어서
잘 하고싶다고 생각하고 보면 정말 할 것도 많고,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어려운 매력이 있으니
하고싶은 일이 있으면 아주 어린 지금같은 때부터 해야한다고 말하는 선배도 있다.

사실 '아주 잘해야지'라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처음 접해보는 아가와 육아의 세계인지라 공부하고 배워야할 것은 엄청 많다.
요즘 아기자는 짬짬히 피곤하지만 '삐뽀삐뽀 119'며 '우리 아가 모유 먹이기', 그 외 육아책들을 자꾸 뒤적여볼 수 밖에 없는 것이
작은 생명 하나 키우기가 온 우주 건사하는 만큼이나 귀하고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특별히 잘난 아이로 키우려고 해서가 아니라 무사히, 건강하게만 키우고 싶어도 부모는 공부도 하고,
밤잠도 설치고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참..

그래서 얼마전엔 신랑에게
"누가 결혼한다고 하면 '뭘 그리 일찍 해~ 맘껏 더 놀구 해'라고 하겠어. 누가 임신했다고 하면 '아니, 왜 그래~?!'라고 할 것 같아"
라고 말하며 웃기까지 했다.

그래도 아이는 예쁘다. 세상에 태어나서 내가 한 일중 제일 잘 한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에고. 이제는 자야겠다.
어떻게 살아야할지는 또 내일 생각하고.

참, 오늘 신문을 보다보니 '나라 꼴이 이게 뭐야' 싶었다.
참... 날도 더운데 나라도 이 모양이고, 애에 파묻혀 세상 돌아가는거 모르고 살았더니...
정신 차리고 살고있는 사람들은 정말 몸이 두세개라도 모자랄만큼 바쁘겠다. 아이구!!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7. 1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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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댁은 지난 3주간 복지부와 은평구청에서 함께 하는 사업인 '산모/신생아 도우미' 서비스를 받았습니다.
출산 2달전부터 신청할 수 있고, 의료보험료 기준으로 소득 하위 65%에 포함되는 가구에 2주간 지원되는 서비스로,
산모가 4만6천원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구청과 보건복지부가 반반씩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말 너무 좋은 사회복지 서비스입니다.

산후관리를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도우미분이 오셔서 아기도 돌봐주시고 산모의 몸조리도 도와주시는데
그 실력이 대단하십니다.
받기 전에 새댁과 신랑은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어떤 분이 오실까..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산모들의 후기가 종종 있는데 참 좋았다는 후기도 있고, 별로였다는 후기도 있고
어떤 기관이 딱 좋다는 것도 아니어서
결국 어떤 분을 만나느냐는 완전 '운'이겠구나 생각했던 것이죠.

서비스를 받고난 지금 보니 역시 '운'은 운이지만
어떤 분이 오시더라도
기본적으로 산모/신생아돌보기에 대한 교육과 경험이 있는 분 한분이 곁에 계셔주시는 것만해도
산모에게는 무척 큰 힘이 되며
힘든 산욕기를 견뎌내는데 정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은평구청 보건소와 연계를 갖고 이 사업을 진행하는 기관은 모두 4곳(서울YWCA, 맘밀크, 여성인력개발센터, 한국지역자활후견센터) 인데,
새댁은 그중 '지역자활후견센터'에 도우미 파견을 신청했습니다.
이 센터에서는 '아가마지'라는 이름으로 산모/신생아도우미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도 강서지점을 비롯해서 몇몇 지점이 있는것같은데
저는 은평구에 살고있어 여기 가까이 사시는 관리사분을 배정받았습니다.

우리집에 오신 관리사님은 임정숙 이모님이셔요.
위에 사진에 똑순이를 안고계신 분입니다^^
새댁은 대학시절 '안토니아스라인'이라는 영화를 본 후 풍채가 좋은 여성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는데
이모님이 딱 그렇습니다.
새댁품에서는 발버둥치던 똑순이가 이모님품에만 가면 순한 양으로 변하여 가만히 안겨있습니다.
엄마에게서는 '초보'의 풋내가, 이모님에게서는 '달인'의 포스가 느껴지는 것일까요..
이 분이 와주시는 동안 새댁은 정말 맛있고 풍성한 식사와 쑥좌욕, 유방마사지 등의 서비스를 받았구요,
더위에 지쳐 찡찡대는 똑순이는 시원한 목욕과 마사지, 그리고 잠들때까지 품에 안고 토닥토닥 두들겨주시는
정성어린 보살핌을 받았습니다.
 
이모님의 집안살림 솜씨 역시 완전 대단하셔서
와주시는 2주동안 우리집 방바닥은 파리가 미끄러질 정도로 반질반질했으며 씽크대는 항상 깨끗했답니다.
전라도가 시댁인 이모님, 점심상은 늘 9첩반상으로 차려주셨고
그 덕분에 아침저녁으로 신랑도 맛있는 밥을 무척 잘 먹었습니다.
음.. 9첩반상, 사진으로 보여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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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미역국, 호박조림, 닭가슴살조림, 고등어구이, 감자볶음, 두부전, 멸치볶음, 김치볶음(맵지않게 김치를 한번 빨아서 볶아주십니다), 김, 생오이와 파프리카.. 등입니다.
젖먹이는 엄마는 잘 먹어야한다, 속이 허전해서 안된다며 찐고구마, 감자, 옥수수 등의 간식도 항상 그득그득 상위에 준비해두십니다.

시어머님과 친정어머님이 차례로 오셨다 내려가신후 이모님께 2주간 도움을 받고
그후 한4일 새댁 혼자 똑순이를 돌보며 지내봤는데요,
많은 산모분들이 그렇겠지만
제대로 식탁에 앉아 점심 한끼 차려먹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반찬은 냉장고에서 꺼낼 엄두도 못내고 겨우 국그릇에 밥까지 말아 애기가 깰까 맘졸이며
후다닥 입속에 '퍼넣기' 바쁘거나
그마저 안되면 우는 애기를 옆에 두고 '똑순아, 잠깐만~ 엄마 배고파 안되겠다, 금방 먹고 갈께ㅠㅠ' 라고 외치며
밥을 입속에 떠넣어야 했답니다.
더위속에 아이도 새댁도 잠 못자고 지쳐 괴로와하다 결국 1주일 더 서비스를 신청했답니다.    
다시 이모님이 오셔서 어엿한 9첩밥상을 다시 받고보니
거짓말 살짝 보태서 눈물이 날뻔 했지요. ^^

젖양 많아지라고 돼지족도 두차례 고아주셨고, 감잎차, 옥수수수염차 등 산모에게 좋다는 것을
여러가지 직접 만들어주셨어요.
특히! 똑순이가 며칠전 여러날 똥을 못싸고 있었답니다.
모유수유책에는 '생후6주쯤 되면 엄마 모유에 카제인이라는 단백질 성분이 많아지면서 아기가 며칠동안 똥을 안쌀수도 있다. 잘먹고 잘놀면 괜찮으니 걱정말라'고 써있긴 했지만
그래도 어디 걱정이 안될수가 있나요. ㅜ
새댁 가슴이 새까맣게 되어갈무렵, 이모님이 열심히 똑순이 엉덩이를 자극한 결과 무려 일주일만에 똑순이가
황금똥을 주룩주룩 한바가지 쌌습니다.
지식은 있어도 경험은 없는 초보엄마, 혼자였다면 병원에 벌써 열두번을 달려갔을텐데..
오늘도 안싸면 같이 병원가자 하시던 이모님 덕분에 약이나 관장을 통하지 않고 똑순이가 무사히 똥을 싸게 된것이죠.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생각해보면 여러 사회복지서비스들이 이렇게 고맙습니다.
간병인도 그렇겠고, 노인돌봄 서비스도 그럴 것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되어서, 직접 그 도움을 받아보니 그것이 얼마나 절실하며 고마운 것인지 가슴깊이 느끼게 됩니다.
분단된 나라에 살다보니 한해 예산에서 국방비는 30% 가까이 되지만 복지예산은 1%, 교육예산은 5%도 안된다는
얘기를 학교다닐때 많이 했는데,
우리 사회에 사회복지서비스가 얼마나 더 많이 필요하며,
그를 위해 무기수입이나 대규모 군대를 유지하는데 예산을 쓸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 예산이 대폭 확충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제 절실하게 가슴에 와닿습니다.

내일이면 이제 이모님과 이별입니다.
똑순이도, 엄마도 많이 섭섭합니다. 이모님도 우리 똑순이가 많이 보고싶으실거래요.
가을이 오고 시원해지면 많이 자란 똑순이를 데리고 이모님을 뵈러가야겠어요.

새댁같은 초보산보가 이 더운 여름에 혼자서 갓난아기를 돌본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그 힘겨움을 덜어주신 것을 넘어서
진심으로 아기를 예뻐하고 걱정하면서 돌봐주신다는 것이 마음으로 느껴졌던 이모님-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


* "인터넷에 우리 기관 좀 많이 소개해줘, 이런 좋은 사업이 예산없어 없어지지 않게 얘기도 좀 잘해주고~"
이모님이 넌지시 부탁해오시지 않았더라도 아마 새댁이 한번은 후기를 올렸을 것입니다.
안그래도 벌써 올해 예산이 다 되서 하반기에는 사업을 중단하는 자치구가 속출한다는 뉴스를 예전에 보고 속상했었는데
얼마전에 이모님은 새로된 보건복지부장관은 이 사업 예산을 많이 확충해 사업이 계속될 것 같다고 밝은 얼굴로 말씀하시더군요.
요즘 통 뉴스를 못봐 어찌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꼭 그렇게 됐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애기낳는 제 주변의 많은 지인들도 꼭 이 서비스를 잘 받을 수 있어야할텐데요.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7. 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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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모처럼 엄마가 똑순이를 재우는데 성공하고 컴퓨터앞에 앉았는데
재활용분리수거일을 알리는 아파트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예민한 똑순이가 깼을까봐 얼른 안방문을 닫아놓습니다.
방송끝나고 열어보니 똑순, 잠에서 깨려고 꼼지락거리고 있습니다!
얼른 등을 가만히 토닥토닥해주었더니 다행히 다시 숨이 안정됩니다. 휴....

잠이 보물입니다.
우리집에서 요즘 똑순이가 자면 온집안에 평화가 흐릅니다.
똑순이가 안자면?
누군가가 안고 있어야 똑순이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온 아파트단지를 울리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똑순이의 잠 1분1분에 진땀이 흐릅니다.

주말내내 똑순이를 안고있느라 고생했던 아빠가 아들과 마주보고 잠이 들었군요.
저렇게 엉겹결에 똑순이가 잠에 뚝 떨어지는 행운도 가끔은 찾아옵니다.

"이 날씨에 밤샘집회한 사람들 진짜 힘들겠다"
똑순이가 우는 통에 일요일 새벽부터 똑순이를 안고 집안을 방황하던 신랑이
새댁에게 똑순이를 넘기며 인터넷뉴스를 보러 갑니다.
지난 토요일 50만명이 모인 최대의 촛불집회 소식을 보면서
역사적인 현장에 함께 있지 못했다는 서운함에 아빠가 묻습니다.
"우리 평생에 저렇게 큰 집회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갓난쟁이와 산모를 돌보느라 전공인 집회에도 못 나가고 애태우는 신랑이 안쓰러워 새댁, 단호하게 대답해줍니다.
"그러~~엄! 혁명해야지."

우리 살아 있을때 세상이 크게 바뀌는 혁명의 날이 과연 올까요? 그런 날을 만들수 있을까요?
장담할순 없지만 오늘의 촛불도 예상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좀만 기다려, 나중에 똑순이데리고 이보다 더 큰 집회에 같이 나갈 날이 올거야"
거창하게 대답한 김에 똑순이를 안고 노래를 부릅니다.
"깨어라 노동자의 군대 굴레를 벗어던져라~ 정의는 분화구의 불길처럼 힘차게 타온다~"
노래를 하니 똑순이 재우기에 지쳐있던 몸과 마음에 새힘이 솟는것 같습니다.
내친김에 한곡 더 부릅니다.
"어둠에 찬 반도의 땅~"

집밖 마을을 가득메운 습기가 보기만 해도 무서운 장마에
눅눅한 어둠을 몰아내는 밝은 촛불의 행렬이 마음 한구석을 뽀송뽀송하게 해줍니다.
애쓰고계신 모든분들 건강 조심하시고 힘내십시요.
저희 세식구도 마음으로 열심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ㅠ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7. 4. 21:06
아기가 태어난지 한달.
매일 매일이 새롭다.
매일 잠자는 시간이 바뀌고, 수유 패턴도 바뀐다.
'어제 이 시간쯤에 잤으니 오늘도 자겠지...' 하는 섣부른 기대는 금물.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기록을 세울까, 우리 똑순이가!' 하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무장하고
즐겁게 새벽을 여는 것이 낫다.

벌써 한달이 흘렀다.
이렇게 시간이 가다보면 아이도 크고 나도 중년이 되어가겠구나..
'한달'이란 긴 시간이 어느새 채워져있는걸 보니 멀게만 느껴지는 백일, 돌..을 지나
똑순이가 '엄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하고 가방메고 인사하며 문을 나설 날도 멀지 않았겠다 싶다.

아이는 매일 달라졌다.
생후 2주쯤 똑순이는 젖을 먹고난후 수유쿠션위에서 잠이 들곤했다.
고개와 가슴을 내 배쪽에 붙인채로 그대로 두어야만 잠이 들었다.
살그머니 들어서 요위에 내려놓으면 바로 잠이 깼었다.
그러다가 3주 이후에는 젖을 먹은 후 요위에 내려놓아도 깨지않고 잘 잤다.
아. 아이가 크니까 역시 떨어져서도 잘 자는구나.
그런데 5주차에 들어선 요즘 똑순이는 다시 등에 고감도센서라도 달린 것처럼 안고있다 바닥에 내려놓기만하면 잠이 깬다.
어쩌다 아주 피곤할땐 계속 자기도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금방 깨버린다.
새벽에 한참 똑순이를 안고 거실과 작은방들로 방황하던 아빠가 '이제는 자겠지..'하고
안방에 와서 내려놓으면 어느새 작은 몸을 버둥! 하면서 깨어나 아빠를 좌절시킨다.
그런데 이 녀석, 젖을 먹은후 수유쿠션위에 그대로두니 깊은 잠에 빠져든다.
2주때의 버릇으로 회귀한 것이다.
불과 3주전이지만 그때보단 한참 컸다고 생각하고, 큰 애처럼 다루었나 싶기도했다.

수유쿠션위에서 잠든 아이를 한시간 정도 지켜봤는데
이 녀석 있는 위치가 딱 한달전, 엄마 배속에 있던 그 위치다.
엄마 심장과의 거리도 딱 그만큼.
달라진 건 그땐 배속에 있던 아가가 이제는 엄마 배밖에 있다는 것뿐이다.
똑순아, 이 높이가 좋니?
너도 그 시절이 그립니?
엄마는 요즘 가끔은 네가 엄마 배속에서 숨쉬고 놀던 시절이 참 아득한 옛날같고, 그리웁기도 하단다. ^^

아기는 세상에 적응하느라 많이 힘들 것이다.
깜짝깜짝 놀라고, 잘 운다.
그런 아기에게 이 초보엄마가 제대로 힘이 되어주고있는지..
문득 오늘 엄마 배에 기댄채 곤히 잠든 아가를 보며 생각했다.
나도 힘들지만 엄마는 어른.
엄마의 엄마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극진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란 어른이니
엄마는 괜찮다.
이제는 내가 너에게 그런 사랑을 돌려줄 때인거야.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6. 25. 18:00

생후 3주간 신통하게도 '에~!'하는 한마디로 울음을 다하고
젖만 먹으면 곯아떨어져 1~2시간씩 잠을 자곤 하던 똑순이가
3주를 채우고 4주차에 접어들던 날부터 달라졌다.
하루종일 찡찡거리며 보채고 고개가 옆으로 훽훽 돌아가면서 숨이 넘어가라 젖을 찾는 것이다.
정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였다.

당황한 초보엄마, 아빠
애기가 어디 아픈가, 젖이 갑자기 줄었나, 방이 너무 더운가... 끙끙 앓으며
각종 육아책을 뒤지고, 똑순이가 태어난 병원의 모유수유원 간호사분과 상담전화를 한 끝에
똑순이가 '성장급증기'에 돌입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생후 2~3주, 6주, 3개월 정도에 아기가 급속히 성장을 하면서
더 많은 칼로리 수요를 채우기 위해 모유에 대한 욕구가 느는 시기가 있는데 이 때가 '성장급증기'라고 한다.
이때 많은 엄마들이 젖양이 부족한게 아닌가 의심하면서 분유를 더 먹이게 되기도 하는데
그보다는 엄마도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수분보충을 충분히 하고 푹 쉬면서
며칠간에 걸쳐 모유를 더 자주 먹이면 모유공급은 늘어나게 된다고 써있었다.
모유는 아기가 빠는만큼 늘어나므로 엄마가 힘들더라도 더 자주 젖을 물려주면
수일내로 엄마젖도 아기가 원하는 양만큼 늘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처럼 현실이 쉬운 것은 아니어서 잠들지 못하고 보채다못해 꽁꽁 앓는 것 같은 아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 분유통에 손이 안가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평소 2시간 정도 간격으로 3~40분씩 먹이던 젖을
갑자기 1시간, 30분 간격으로 한시간씩 계속 먹이려니 가슴만이 아니라 온 몸이 얼얼할 정도로 아파
엄마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게 된다. 푹 쉬면서 젖양을 늘리라는 교과서의 지시를 따르기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똑순이는 성장급증기의 3일째를 보내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밤에는 2시간씩은 꼭 자고, 낮에도 잠깐씩이지만 잠자리 날개처럼 가벼운 쪽잠에 빠져드는 아이.
살아가고 성장하는 일이 이렇게 어렵다.
우리도 모두 다 이렇게 어려운 고비들을 넘기며 오늘날 이렇게 큰 어른들이 되어 있을 것이다.
첫날 보다는 둘째날이, 둘째날보다는 그래도 셋째날인 오늘이 한결 견디기 쉽다.
그래도 아까는 온몸이 노곤해서 칭얼대는 아이에게 바로 젖을 물려주지 못했다.
좀전에 정신차리고 젖을 먹인뒤 곤히 잠든 아이를 뉘어놓고 바라보고 있으니
얼마나 미안하던지... 나에게는 피곤함이지만 너에게는 생존인 것을.

사내아이의 엄마가 된 뒤에는 길을 가다 보게되는 할아버지들도 예사롭게 넘겨지지 않는다.
'우리 아이도 자라서 언젠가는 저렇게 늙겠지.'
'저 할아버지도 우리 아이처럼 애지중지 어머니가 품어안고 키웠던 시절이 있을 것이다.'
사람은 모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인간이란 얼마나 애틋한지.
사랑해주시던 어머니는 이제 세상에 안계시더라도 그 사랑의 힘이
아이들을 오래오래, 머리희고 허리굽은 노인이 된뒤에도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