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17. 12:12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언제나
식기 전에 밥을 먹었었다.
얼룩 묻은 옷을 입은 적도 없었고
전화로 조용히 대화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원하는 만큼 잠을 잘 수 있었고
늦도록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날마다 머리를 빗고 화장을 했다.

날마다 집을 치웠었다.
장난감에 걸려 넘어진 적도 없었고,
자장가는 오래전에 잊었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어떤 풀에 독이 있는지 신경 쓰지 않았었다.
예방 주사에 대해선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누가 나에게 토하고, 내 급소를 때리고
침을 뱉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이빨로 깨물고, 오줌을 싸고
손가락으로 나를 꼬집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마음을 잘 다스릴 수가 있었다.
내 생각과 몸까지도.
울부짖는 아이를 두 팔로 눌러
의사가 진찰을 하거나 주사를 놓게 한 적이 없었다.
눈물 어린 눈을 보면서 함께 운 적이 없었다.
단순한 웃음에도 그토록 기뻐한 적이 없었다.
잠든 아이를 보며 새벽까지 깨어 있었던 적이 없었다.

아이가 깰까봐 언제까지나
두 팔로 안고 있었던 적이 없었다.
아이가 아플 때 대신 아파 줄 수가 없어서 
가슴이 찢어진 적이 없었다.
그토록 작은 존재가 그토록 많이 내 삶에 
영향을 미칠 줄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내가 누군가를 그토록 사랑하게 될 줄 
결코 알지 못했었다.

내 자신이 엄마가 되는 것을
그토록 행복하게 여길 줄 미처 알지 못했었다.
내 몸 밖에 또 다른 나의 심장을 갖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몰랐었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감정인지 몰랐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그 기쁨,
그 가슴 아픔,
그 경이로움,
그 성취감을 결코 알지 못했었다.
그토록 많은 감정들을.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작자 미상


생일에 선물받은 책중에 시집이 한권 있었다.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란 유명한 제목의.. 
거기에 이 시가 들어있었다. 
똑순이가 아프기 전에도 그랬지만 집은 늘 너무나 어지러웠고, 나는 늘 참 분주했다.
세수 한번 샤워 한번하는데도 어렵게 시간을 쪼개야했고 , 마음놓고 잠을 자본지는 7개월이 되었다.  
그래도 한순간, 잠시 노는 아이 옆에 누워 그 녀석과 눈을 맞추고 웃으면
세상에서 제일로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오늘도 여전히 집은 어지럽고, 나는 아직 세수를 못했지만..
어쩐 일로 똑순이의 낮잠이 길어져 이 시를 블로그에 옮겨본다.

세상 모든 어머니들과 그들의 '또 다른 나의 심장'에게 평화가 깃들길...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 1. 14. 21:02


똑순이가 '모세 기관지염'이라는 심한 감기에 걸려 일주일을 앓았습니다.
기침도 많이 하고, 콧물도 심하게 흘리고.. 제일 심했던 지난 주말쯤엔 열도 많이 났습니다.
다행히 이제는 많이 나았어요.
여전히 기침은 좀 하지만 콧물도 많이 줄었고, 열도 안나고 무엇보다 엄마를 보고 방긋방긋 웃으며 잘 놉니다.

의사샘 말씀에 따르면 일반 감기와 달리 기관지에 염증이 생긴 모세 기관지염은
짧으면 1~2주, 길면 3주쯤 되야 완전히 다 낫는다네요.. 
그래도 똑순이가 밥은 잘 먹어 다행이었습니다.
심하면 호흡이 가빠져서 숨도 잘 못쉬고, 몸이 힘든 아가들이 밥도 안먹으려해 탈수가 올수도 있어서
병원에 입원하기도 한다더라구요.
앞으로 1주일쯤 더 조심해서 완전히 잘 나아야할텐데요. 
휴..

똑순이 태어나서 첨으로 이렇게 많이 아파본 거라서
아픈 아이도, 새댁도, 신랑도 모두 혼이 났습니다.
약먹고 기운없이 축 늘어진 아이가 안쓰러워 눈물이 나기도 했고,
열나서 보챌 때는 거의 하루종일 업고 있기도 했습니다.
날도 하필 너무 추워서 신랑이 아침마다 회사에 얘기하고 병원까지 태워다주기도 했고요..

그저 심한 감기에도 이렇게 세식구가 모두 고전하는데
아이가 많이 아픈 가족들은 얼마나 힘들까....
세상 모든 아이들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일요일쯤.. 많이 기운차린 똑순이가 엄마아빠보고 헤시시 웃어주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똑순아, 이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자~~


만6개월이 지나면 아기들이 엄마배속에서 받아서 나온 면역력이 다 해서
이런저런 자잘한 질병(특히 감기!)에 많이 걸린다고 하더니.
정말 똑순이도 딱 7개월이 되자 감기에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맘때부터 4~5살까지는 노상 병원에 들락거린다'는 어느분 말씀마따나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마음 준비 단단히 해야겠습니다.
 
아이가 아프니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할 일이 많더군요. 
코막혀하는 똑순이 세수시키고, 업어 재우고, 죽 끓여 먹이고, 시간맞춰 약먹이고 ...
약 많이 먹어 설사하는 똑순이 엉덩이에 기저귀발진 생겨서 똥눌때마다 따뜻한 물받아 씻기고, 수건 적셔 집안 곳곳에 널고..
새댁, 좀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ㅜㅜ

게다가 한 이틀은 콧물땜에 힘들어 그랬는지 똑순이가 젖을 안먹으려고 해서(다행히 이유식은 먹었습니다) 
젖이 퉁퉁 불어 때때로 짜야 했고요....
그래서 실은 아픈 아이를 앞에 놓고 천사 엄마와 마귀할멈(?) 사이를 왔다갔다 했습니다.ㅜ
"똑순아, 많이 아프지... 좀만 힘내렴.. 이제 금방 나아서 안아플꺼야..."하며 안아주다가
"이 녀석아 젖 좀 먹어라, 응!! 엄마 넘 아프다!" 며 화를 내다가
"똑순아, 약먹자.. 이 약먹고 얼른 건강해져서 엄마랑 재밌게 놀자"하며 어르다가
"잠 좀 자라~~~~ 엄마 허리아프다...엉엉"하고 울기를 반복했지요.

에고.... 
이제는 똑순이가 좀많이 나은듯해 그래도 이렇게 블로그에 써보기라도 합니다. 
똑순이가 다시는 안 아팠으면 좋겠습니다..ㅠ
그나저나 어쩌나요..
오후에 방실거리며 엄마에게 안겨오는 녀석에게 예쁘다고 볼에 뽀뽀를 넘 많이 해준걸까요...
아까 똑순이 재울때쯤부터 콧물이 흐르고, 목이 칼칼한 것이... 새댁, 똑순이랑 똑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아.... 안됩니다.


+  똑순이 코에 맑은 콧물 뚝~! ㅎ 
 


** 참, 경황없던 중에 받은 선물이라 이렇게 늦게사 감사인사드리네요~~
토마토새댁님께서 손으로 정성스레 쓰신 '새해 연하장'을 보내주셨어요.
칭얼대는 똑순이 달래며 속으로 함께 칭얼대던 새댁에게 언냐의 따뜻한 격려가 큰 힘이 되었답니다.
정말 감사해요~~~
토댁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족 모두 '건강'하셔요~~!^^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 1. 5. 21:04


똑순이가 드디어 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연속뒤집기로 뒹굴뒹굴 굴러다니던 녀석이
한 2주쯤 전부터 낑낑 배를 밀며 조금씩 앞으로 나오더니
아직 배를 바닥에 붙이고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슥슥 싹싹 원하는 곳 어디로든 잘도 기어 다닙니다.




+ "어~ 엄마다" 한참 기고 뒤집고 노는 녀석, 카메라를 갖다댔더니 엄마 뭐하냐는 표정입니다. ^^


아이가 기기 시작하니 기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집을 다 새로 보게 됩니다.
우선 방바닥이 깨끗한지 젤 먼저 보고(깨끗할 때가 별로 없습니다ㅡㅡ;;)
집안 구석구석에 뭉쳐있는 먼지들을 치우고, 화분들이나 입에 넣으면 안되는 것들도 치우고
기다가 쿵 부딪힐만한 곳엔 쿠션이나 베게를 놓아둡니다.

새댁이 뭔가 집안일을 하다가 발을 옮길 때는 발밑을 먼저 봐야합니다.
혹시 똑순이가 소리없이 새댁 발옆에 와있을 수도 있거든요. 
일하는 중에는 이리저리 기어다니는 똑순이를 슬쩍슬쩍 눈으로 따라다니는데
어찌나 빨리, 잘 돌아다니는지 가끔 놓칩니다.
잠깐 사이에 안보여 '응? 얘가 어딜 갔지?"하고 찾다가
바로 제 발밑에서 발견하고 꺅! 소리를 지르며 놀란적도 몇번 있지요.ㅠ
부엌 쓰레기통이나  노트북 전선, 진공청소기 호스를 붙잡고 끌어당기고 있진 않은지..
곁눈질하랴 안아올리랴 털어주랴(어느 먼지구뎅이를 굴렀는지..ㅠㅠ)... 새댁, 몹시 바빠졌습니다.

이러니 '누워만 있을 때가 정말 편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애기가 태어나면 '배속에 있을때가 젤로 편하다'는 말이 실감나고,
기어다니면 누워있을 때가, 걷기 시작하면 기어다닐때가 편하다는걸 알게 된다지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잘 기어다니며 노는 똑순이를 보고있는데
앗! 갑자기 아랫배가 싸하고 아파오며 큰일의 신호가 왔습니다.
이럴때는 똑순이를 잠시 보행기에 태워두고 화장실로 가야하는데
그날은 넘 순식간에 배가 심하게 아파와서 
어쩔수없이 똑순이를 그대로 두고 화장실로 달려갔습니다.

아.. 그런데 똑순이 녀석, 엄마가 달려가는걸 보더니 저도 슬금슬금 기어 화장실로 따라오는 것입니다.
욕실은 목욕을 좋아하는 똑순이가 늘 들어가고 싶어하는 곳입니다.
문을 닫아 엄마 얼굴이 안보이면 무척 심하게 앙~! 울것이 뻔해서 문도 닫지 못하고 엉거주춤 앉아있는데
어느새 욕실 앞까지 다온 녀석.. 
"똑순아 안돼~~ 들어오면 안돼, 그냥 거기 깔개 옆에서 놀아라 제발~~"
엄마의 다급한 호소가 먹혔는지 
똑순이는 유유자적 깔개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려보며 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잠시후 똑순이가 변기에 앉은 저와 같은 방향으로 몸을 틀더니 
얼굴이 빨갛게 변하며 끙~하고 힘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배가 아픈 와중에도 이 상황이 너무 재밌어서 새댁, 변기에 앉아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날 두 모자는 나란히 앉아 거사(?)를 성공리에 마무리하고 
매우 시원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욕실 앞을 떠났다는.. 아름다운 이야기.. 음..^^;;;


+ 위급한 순간에 큰 도움주는 고마운 보행기입니다 후후^^


아이가 자라는 것이 참 신기하기만 합니다.
어느새 7개월, 똑순이도 낯가림을 심하게 하고 좋고 싫은 것도 분명하게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엄마와 함께 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엄마는 점점 더 커지고 무거워지는(^^;) 아이를 이전만큼 안아주지도, 
그렇다고 함께 할 새로운 놀이도 많이 못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래도 그때가 편했어'라고 아이키우는 엄마들이 늘상 얘기하게 되는건
아이가 자라며 새롭게 펼쳐지는 상황들이 점점더 엄마들을 어려운 시험에 들게 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아이가 학교에 들어갈만큼 자란 뒤에도 '예전이 편했어'라고 하게 될까요?
아직 까마득히 먼 얘기가 문득 궁금한 새댁입니다.
아이가 고등학교에 가서 입시땜에 고심하게 되면 '아고 중학교 때가 편했어' 하고 얘기하게 될 것 같긴 합니다.
(요즘은 초등학생때부터 중학교 입시와 시험 스트레스에 시달리지요 역시 학교가기 전이 편한걸까요..ㅠㅠ)  
 
휴...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이제부터 죽을 때까지 너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구나"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어느 육아책 저자가 써놓은 걸 봤는데
심장이 쿡 하고 쑤시더군요. 
그래.. 엄마란건 평생 갖고살 이름이구나.. 싶었어요.
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는 엄마, 아이가 자라는만큼 딱 그만큼씩 함께 자라게 되는 엄마..
그런 길이니 매일매일 과정을 즐기는 것이 이 힘든 길에서 살아남는 방법이겠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그래도 지금이 낫다, 앞으로는 더 힘들꺼야' 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부지런히 엄마뒤를 졸졸졸 따라 기어오는(때론 그러면서 앙앙 우는ㅜㅜ) 똑순이와 함께 참 행복한 하루를 살았습니다.




+사촌형아가 입던 우주복을 올겨울 잘 빌려입고 있습니다. 귀여운 송아지가 우리집에 등장했어요^^



_덧..
오늘 짬짬히 이 글을 쓰는 동안 마음이 많이 무거웠습니다.
지구 저편에서는 전쟁으로 우리 아이만한 아이들, 우리 아이만큼이나 소중하고 예쁜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우리 아이가 기는걸 보고 이렇게 좋아하고있는데
그들은 공습과 폭격으로 집이 무너지고, 아이들이 죽는 것을 보며 비통해하고 절규하고 있겠구나.. 생각하니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를 낳고, 하루하루 키우며 알게된 것이 있다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참으로 어렵게 태어나고, 참으로 절절한 사랑속에 자라난다는 것입니다.
그 아이들의 목숨을 짓밟는 일만큼은 지구 어디에서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이, 전쟁이 당장 중단되기를 바래봅니다.
먼 나라에서, 집에서 아이를 키우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나.. 좌절하다 그래도 이렇게 글이라도 써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아이를 잃은 부모들, 부모를 잃은 아이들.. 이웃들의 죽음, 파괴된 집과 마을..
전쟁은 지금 이순간에도 너무나 많은,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과 절망을 만들어내고 있을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즉시 침공을 멈출 것을 요구합니다.
일개 아기엄마인 제 목소리가 그들에게 들어가지도, 들어간다한들 별 힘이 없겠지만..
이제는 어머니가 된 한 인간으로서 촉구합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12. 12. 12:01


엄마들은 왜 잠시도 가만있지 못할까.. 그런 의문을 가진 때가 있었습니다.

왜 가족 모두가 TV를 보거나, 누워서 쉬거나 할때도
엄마는 과일이나 간식거리를 꺼내와서 깍아주고, 다같이 먹은뒤 그릇과 껍데기를 치우고
다시 가족들 곁에 돌아와서 이번에는 우리들과 얘기를 하거나 TV를 보는 짬짬이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줍고
그러다 급기야 작은 손진공청소기나 걸레를 꺼내들고 방바닥을 닦는 것일까.
그러고는 '아고~ 힘들다'며 잠깐 등을 붙였다가 이내 또 일어나 부엌으로 가시던 엄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딸'시절에 새댁은 '아고.. 울 엄마는 정말 한시도 가만 있지를 못하네..'라며 속으로 혀를 찼으나
결혼하고 시댁에 가서 울 시어머니도 똑같이 하시는걸 보고는
'모든 엄마들은 잠시도 가만있지 못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가만 보니 요즘 제가 그러고 있습니다.

*

아침에 일어나면 신랑의 점심도시락을 싸고 아침밥을 차려 신랑과 함께 먹습니다.
오늘은 어제 오후에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똑순이이유식을 데워 똑순이도 함께 아침을 먹었습니다.
이유식 그릇과 수저는 바로 씻어놓는게 좋습니다. 그러면 좀있다 과일즙 먹일때 편하거든요..

이유식에 붙여 바로 젖을 먹입니다. 그래야 '뱃고래'가 커지고 밥먹는 간격도 늘어난다네요.
젖을 먹고 똑순이가 바로 잠들면 좋으련만.. 아침8시까지 잔 녀석이 바로 잘리없지요..
졸려서 연신 하품을 하면서도 엄마보고 '우아아 부웅~'하며 조잘거리는 녀석과 눈맞추며 잠시 놀다가 
세워안고 다니며 트름을 시킵니다. 
트름을 하고나면 흔들의자에 앉혀놓고 부리나케 세수를 한 다음 쌀알과 브로콜리꽃잎이 아직 남아있는 똑순이 얼굴도 닦아줍니다.
윗니도 2개가 나고있는지라 '치카치카' 양치도 해줍니다. 




   + 컵으로 물도 잘 마셔요~ 물 다 마시면..? 컵을 먹지요^^;


똑순이를 혼자 놀게 방바닥에 내려놓고 난 뒤.. 이제는 설겆이를 하고 똑순이 이유식 만들 준비를 합니다.
쌀을 불려놓고, 작은 소고기조각도 물에 담가 놓습니다. 하루 한번, 새모이만큼 적은 똑순이 이유식 만드는 것도 손이 꽤 많이 가는 '일'입니다ㅠㅠ 
반찬이나 국같은 어른들 요리도 같이 준비합니다. 
집이 넘 어지러우면 이때 청소도 해야합니다.
아직은 똑순이가 혼자 잘 놀지만 곧 졸려하거나 싫증내며 찡찡거릴 것이기 때문에 빨리빨리 후딱후딱 해야합니다.
세탁기도 돌리고, 빨래도 개야하는데..




   + 냉장고에 비친 자기 얼굴 보고 놀기~ 똑순이가 아주 좋아하는 놀이입니다~ㅋㅋ



잠시 후엔 졸려하는 똑순이를 업고 재우지요.
휴... 다행히 오늘은 울지않고 잠이 쉽게 들었습니다.
잠든 아기를 업고 왔다갔다하는 시간은 다리는 아프지만 그래도 잠시 한숨돌리는 시간입니다.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음악도 듣고, 또 잠시 신문이나 블로그도 봅니다. 
(요즘 정말 블로그 할 시간이 통 없어 새댁 넘 슬픕니다ㅠㅠㅠㅠ
지금 이 글도 똑순이를 업고 쓰고 있답니다. 왜 똑순이는 내려놓으면 깰까요 ㅜ)


그새 똑순이는 정말 많이 컸습니다. 
엄청 빨리 구르구요(초속 30cm정도?ㅋ) 이동방향도 자유자재입니다. 
새댁이 잠깐 눈을 떼고 뭔가 하다가 다시 보면.. 그자리에 없습니다. 잉? 어디갔지? 하고 찾아보면..
싱크대 옆 새댁 바로 발밑까지 굴러와있거나, 반대편 거실끝 화분쪽으로 굴러가고 있습니다.
"으아아아~~~! 똑순아, 안돼~~!" 외치며 빨리 달려가 똑순이를 안아올립니다.(위험한 도자기 화분들을 얼른 치워야하는데ㅠ)
이런고로 새댁이 화장실에라도 갈라치면... 똑순이는 흔들의자에 앉혀 안전벨트까지 다소곳이 메어놔야합니다.^^;;;




+ '엄마 나 왔어~ 빨리 왔지^^' 하는 흐뭇한 표정입니다~


장난감이나 숟가락도 무척 잘 쥡니다. 
윗니도 났는데 그래서 그런가.. 각종 장난감, 책, 이불 등.. 손에 잡히는 것들을 아주 '와일드'하게 물어뜯어주십니다. 
큰맘먹고 장만해준 그림책도 뜯어먹었지요ㅜ 하여 당분간 독서는 쉴 예정입니다. ^^;
암튼 뭘 뜯어먹고있진 않나.. 시시때때로 잘 살펴봐야합니다. 휴..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는 이 귀여운 녀석과 같이 놀아주고 싶은데..
엄마는 작은 집 치우고, 살림하는 것이 왜이리 바쁜지 모르겠습니다.
모처럼 할일 다하고(별로 일이 없는 날도 있습니다^^;) 뒹구는 똑순이옆에 앉아 간지럼도 태워주고 
똑순이가 좋아하는 '아에이오우' 노래나 '똑딱똑딱'(혀로 내는 시계소리)라도 해줄라치면
어김없이 방바닥에 사뿐히 깔린 머리카락들이 집단적으로 눈에 띕니다.ㅠㅠㅠ
똑순이는 방바닥에 키스도 곧잘 하므로.. 조 녀석들을 아무래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걸 또 줍고, 버리고 오다보면 또 뭔가 치울 것이나 할 일이 눈에 띄는 식이죠... 
그러다 깨달았습니다.
'아 나도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그 <엄마>가 되었구나!' 

그러게요... 이제 새댁도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엄마가 되어가고 있네요.
자식들 입에 먹을 것 넣어주고, 자식들이 뒹구는 방을 깨끗하게 치우고,
깨끗하게 입히고.. 그리고 칭얼거리는 녀석들을 안아주고 업어주느라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허리, 무릎, 팔, 다리가 성할 날이 없는게 우리 엄마들이란걸
새댁, 직접 체험하고서야 알겠네요. 

이렇게 하루가 저물고 밤에 자리에 누우면
저도 모르게 '으으으~~~'하고 신음이 터집니다.
온몸이 그야말로 물에 젖은 솜처럼 노곤합니다.
그래서 밤에 똑순이가 잠투정을 하면 눈물이 나나 봅니다...

내일은 울엄마가 서울에 오십니다.
엄마 만나면.. 다리부터 꼭 주물러 드려야겠습니다.




  + 뜨개질 솜씨 좋으신 외할머니가 떠주신 모자랑 목도리입니다. 똑순아, 낼은 그거하고 외할매 만나러 가자~^^


덧..
본래도 청소를 그리 열심히 안하는 편인 새댁,
과감히 청소 좀 덜하고 '가만 있기'를 실천해야겠다.. 맘 먹었습니다.
똑순이는 그저 엄마가 옆에 앉아서 자기를 보며 웃어주기만 해도 까르륵 까르륵 하며 너무 좋아하거든요~
하여 똑순이랑 좀더 같이 많이 놀아야겠다는 명분하에
머리카락에게도, 먼지에게도 스스로 쌓이고 모일 시간을 주겠습니다.
실은 아.. 다리가 넘 아파요.
대충 치우고 대충 먹고(넘 피곤해서 사실 요즘은 밥맛도 없다는ㅠ) 살아야겠어요...
(다리는 똑순이 업고 다니는 것 땜에 젤 아픈 것 같지만.. 날로 무거워지는 요녀석을 감당하려면 새댁도 운동을 좀 해야할까요?)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12. 3. 12:22


엊그제는 새댁의 심리가 매우 불안정했습니다. 
갑작스러운 감정 기복을 저도 감당하기가 벅찰 정도였어요..
발단은 일요일 밤이었습니다. 

똑순이가 요즘 저녁에 자는 시간이 조금 늦어졌습니다. 
전에는 오후 5시쯤이면 자던 녀석이
이제는 6~7시까지는 잘 놀다가 8시쯤 잡니다. 
늦게 자면 새벽에도 조금 늦게 일어나면 좋으련만 여전히 새벽에는 5시쯤 깹니다. 부지런한 녀석...^^

늦게 자는건 좋은데.. 밤잠들이기를 전보다 더 어려워해요.
젖먹고 잠이 들었다가도 30분, 1시간을 채 못자고 다시 깨서 앙앙 웁니다. 
그럴땐 안아줘도 울음이 잘 안그쳐져서 새댁이 다시 젖을 물립니다.
그럼 조금 먹고.. 또 잠들고.. 또 30분쯤 있다 깨고.. 
이러기를 2~3차례 반복하고서야 깊은 잠이 듭니다.
 
일요일 밤.. 잠투정하는 똑순이 옆에 새댁도 같이 누워서 몇번이나 일어나 젖물려 재우기를 반복하다
마침내 새댁이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똑순이가 다시 깨서 '앙' 우는데 새댁은 꼼짝도 안하고 그대로 누워있었던 것이지요.
꼼짝도 못한 것이기도 합니다... 울고 싶을 만큼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거든요. 

똑순이는 엄마가 달래주지 않자 서러웠는지 더 크게 '꺼이꺼이' 울었고
거실에서 인터넷을 보던 신랑이 그 소리에 깜짝 놀라 방에 들어와 똑순이를 안았습니다.
새댁은 그제서야 눈물이 터졌습니다. 
신랑은 어쩔 줄 몰라하며 우는 두 사람을 달랬지만.. 둘 다 울음이 그쳐지지 않는 거예요.
한참을 그렇게 울다가 겨우 새댁이 마음을 진정시키고,
똑순이를 업고 한참 달랜뒤에야 똑순이는 잠들고.. 사태는 일단 진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새댁의 마음은 한 이틀 계속 불안하게 흔들렸습니다.
똑순이에게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왜 그랬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또 그렇게 힘들어지면 어쩌나 걱정도 되었지요. 

+

똑순이가 심하게 울 때는 젖을 물리거나 엄마가 업어줘야 울음이 잦아드는데
이상하게 평소엔 좋아하는 아빠품이 심한 울음이 터졌을때는 소용이 없습니다. 
아기에게는 절대적인 한 명이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처음에 살짝 울때는 누구라도 달랠 수 있지만 
울음이 조금 심해지면 평소에 늘 자기를 돌봐주는 그 사람의 품과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가 봅니다.
엄마 등에 업혀 비로소 '휴-' 긴 숨을 내쉬며 안정을 찾는 똑순이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절대적인 존재라는 것..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어떤 위치에 서있다는 것...
엄마가 된다는 것은 그런 것이기도 한듯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너무나 행복하면서도 때로 살짝 겁도 나고, 지치기도 합니다.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 없다,, 이 아이에게 있어서는... 그 책임감이 엄마를 행복하게도, 힘들게도 합니다. 

예전에 새댁이 어릴 때, 어느 오후 낮잠을 자다 일어나보니 
엄마가 울면서 전화를 하고 계셨어요. 
엄마가 너무 서럽게 울어서 잠결에도 그 모습이 선명하게 기억에 새겨졌습니다. 
햇살이 노랗던 마루, 집안은 고요했는데.. 엄마는 무엇이 그렇게 슬프셨을까... 
뭔가를 호소하는 것 같았던 엄마의 그 표정과 울음섞인.. 격앙된 어조가 기억납니다.
 
이제는 시간이 오래 흘러 '엄마 그때 왜 울었어?' 물어보면 '그런 일이 있었어?'하실 것 같지만..
새댁이 엄마가 되고 보니.. 불과 몇달 되진 않았지만... 
엄마의 울음이, 그것이 무슨 사연을 가진 것이었든..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살면서 울고싶은 일이 얼마나 많으셨을까요... 힘든 순간은 또 얼마나 많으셨겠고요..
올망졸망 아이 셋을 키우며, 농사일 많은 방앗간집 큰며느리로 살며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그 절대적인 자리에서.. 엄마가 삼킨 눈물이 얼마나 많았을까.... 

철없는 새댁은 이제 겨우 아이 하나 낳고, 
그 아이 잠투정 하나 받아주면서도 울고싶은거 다 울고.. 하소연 하고.. 그러네요.


그 날이 일요일밤이어서 더 감정이 울컥했던 것 같습니다. 
직장인 못지않게.. 새댁도 월요병이 있습니다. 
신랑과 함께 똑순이를 돌보는 주말에는 알게모르게 긴장(?)이 덜합니다.
나말고 한 사람 더 똑순이곁에 있다는 것.. 그래서 내가 잠시 마음을 놓아도 된다는 것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주말이 끝나고 이제 다시 똑순이랑 둘이서 보내는 주중이 시작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똑순이의 잠투정이 겹치면서 그만 그 순간 폭발한 것 같아요... 효.. 

똑순이는 참 너무 예쁜데... 요즘 들어 전보다 훨씬 엄마를 보며 많이 웃어주는 똑순이-
삼보일배 자세로 궁둥이를 들어올리며 기어보려 낑낑대는 귀여운 녀석을 지켜보다보면
하루가 금방 가고.. 또 금방 주말이 돌아오는데도요-

+

아이 낳고, 키우며.. 많은 엄마들이 우울증에 힘들어한다지요.
가족은 멀고, 이웃은 아쉬운 도시에서 아이키우기가 그래서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스스로도 당황스러운 순간적인 감정의 기복을 겪으며 이런게 우울증인가 살짝 걱정도 됩니다.
새댁도 좀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할 것 같아요.  휴...

새댁을 가만히 쳐다보는 똑순이의 맑은 눈을 보며 심호흡을 새로 하고
요 작은 녀석이 엄마에게 지어주는 미소, 작은 옹알거림, 살그머니 잡아주는 작은 손의 감촉... 
이런 모든 것들의 행복을 온몸으로 더 깊이 느끼면서
하루하루 조금씩 더 단단한 엄마로 자라야겠습니다.  



 




똑순이 처음 낳고 병원에 있을때 찍었던 사진.. 오랫만에 다시 보다가 한장 올려봅니다.
이랬던 녀석이 어느새 6개월이 되었네요.
훌쩍 커서.. 지금은 한참 혼자 놀다 고개들어 엄마 한번 보고는 씩~ 멋진 웃음을 날려보내주는 귀여운 아가가 되었습니다.
똑순아, 엄마아빠 곁에 와줘서 정말 고마워~
네가 있어 엄마는 정말 행복하단다... 사랑해~! ^^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11. 30. 09:42

오늘로 똑순이가 이 세상과 만난지 180일이 되었습니다. ^^
엄마 배속에서 함께 호흡하던 날들까지 하면 그보다 훨씬 더 되겠습니다만
"으애앵~" 자신의 목소리를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들려주며 그들의 품에 안긴 날로부터 어느새 180일이 흐른 것입니다.

이 시간동안 똑순이, 참 열심히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크게 아픈 일 없이 초보엄마 아빠를 안심시키며 건강하게 자라왔지요. 너무 고맙습니다. 




+ 앉기연습~!^^ 아직은 '접힌다'는 표현이 딱 맞습니다..ㅎ  


6개월이 되어가는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또 부쩍부쩍 자랍니다.
그토록 어렵게 성공하던 뒤집기를 요즘은 아주 '부드럽게', '연속동작으로' 구가해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온 방안과 거실 바닥이 똑순이의 구르기 무대가 되었습니다.
잠시 새댁이 싱크대에서 뭘 하다가 돌아보면
저기 누워있던 똑순이가 어느새 몇 바퀴나 굴러서 새댁 가까이 와있어 깜짝 놀라곤 합니다.

꼭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는 아이들처럼
새댁이 안보는 동안 똑순이는 성큼성큼 움직이고,
새댁이 쳐다보면 저를 보며 씩~ 멋진 웃음을 날릴 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 엄마는 그 미소에 완전히 넋을 잃습니다.
"까꿍~!" 하고 어르면 매번 새롭다는 듯이 헤시시 웃으며 좋아합니다.

아, 말도 무지하게 늘었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 '애기엄마들은 하루에도 열두번씩 거짓말을 한다'고 어른들은 놀리시지만... 정말이예요!^^;;) 
그저 '에에', '우아', '으어' 단음절로 끝나던 옹알이가 요즘은 어른들이 말하는걸 흉내라도 내듯
길고, 높낮이가 다양한 '우아아아아오오에에이~~'하는 문장 형태로 바뀌었어요.
토댁님께 받은 '베이비토크'란 책에서 본대로 새댁이 그 소리를 흉내내서 그대로 돌려주는데
그렇게 둘이 한참 진지하게(?) 대화를 하고나서, 둘 다 만족한 표정으로 씩~ 웃는 것으로 대화를 마무리합니다.

얼마전엔 '뿌우우'하는 투랭이에 심취해 입술을 붙였다뗐다하며 하루종일 '뿌우우 뿌에엑'하더니
어제부턴 '꺄아아~~ㄱ'하는 큰 소리를 지르며 놉니다. 
새댁과 신랑은 '우리집에 공룡이 한마리 사네.. 이는 두개, 엄마아빠 손가락 사냥을 즐기는 작은 공룡이야' 얘기하며
똑순이에게 '뚱구공룡'(둥글둥글 굴러다닌다해서 '둥구'입니다)이란 별명을 붙여주었습니다.  
둥구공룡, 지금도 엉덩이를 높이 치켜들고 아빠옆에 엎드려 호시탐탐 아빠의 손가락을 제 입안에 넣고 씹어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 빨기만하던 공을 굴리며 놀기도해요. 오오~~! (엄마는 작디작은 성장에도 넘 기쁩니다 ㅎㅎ)


참... 언제 이렇게 많이 컸나 싶을만큼 변화가 많은 것이 딱 요즘인 것 같아요.
옛날에 들었던 '양질 전환의 법칙'같은게 아이에게도 있어서
조금씩 쌓이고 쌓이던 양의 변화가 어느 순간엔가 휙 질적인 변화로 전환된 것 같습니다.
뒤집기도 고만고만 하고.. 옹알이도 늘 고만고만 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갑자기 이렇게 확 달라지는 걸 보니
그동안 아기 똑순이가 속으로(?) 참 무던히 애를 많이 썼겠구나.. 싶어 넘 대견하고 장합니다. 
 
엄마는 이유식을 시작한다고 해서 '시즌2'를 설정했지만.. 실은 똑순이가 스스로 '시즌 2'를 열고 있었던 것이지요.
아, 똑순이는 쌀미음 이유식을 며칠전부터 연습삼아 한 두 숟갈씩 먹고 있는데
미음보다는 숟가락에 관심이 많아 숟가락을 손으로 잡고, 입안에 잘 집어 넣습니다.
미음은 숟가락에 묻어가고 있습니다. ^^

이제 유난히 시큼하던 똑순이의 똥냄새가 그리워지는 날도 곧 올 것 같습니다.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면 모유먹던 애기들의 똥냄새가 어른똥냄새같이 바뀐다며 
산후조리원에서 만난 어느 셋쨰 엄마는 갓 태어난 자기 아기의 똥냄새를 맡으며 
"음~ 난 모유먹는 애기들의 이 시큼한 똥냄새가 너무 좋더라~"하시더니(그래서 셋째까지?!^^;) 새댁도 그런 심정이 되었습니다. 

이 시절이.. 지나고나면 얼마나 그리울 시간들인지요.
둥구공룡의 끼아악~ 소리도 또 지나고나면 참 그리울 것입니다. 
"똑순아... 그 쪽으로 가면 안돼 안돼 안돼..." 잠결에 암만 말해도 그쪽으로 한참 굴러가버리는 똑순이를 안으러 다니다못해 
잠이 덜깬 아빠가 인간 바리케이트가 되어 화장대 모서리앞에 누워자던 새벽도 그리워질 것 입니다. 





+ 이 화장대는 '요주의 장소'입니다. 처음 여기까지 진출했던 이 날 이후 모서리에 머리를 콩! 박을까봐 늘 쿠션으로 바리케이트가 쳐지는 곳입니다.
그러나 '아흔아홉번 패배할지라도 단한번 돌파~~!'를 위해 똑순이, 오늘도 부단히 머리를 들이밀고 있습니다.


시즌2에도 똑순이가 무럭무럭 건강하게만 자라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11. 25. 11:22


지난 주말, 똑순이네 세식구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똑순이는 생애 최초로 기차를 타보았답니다. ^^


 


플랫폼에 서면 언제나 설레입니다.
차가운 공기, 철커덩- 육중한 소리를 내며 플랫폼으로 들어와서는 기차, 제복을 입은 승무원들의 인사...
똑순이는 나중에 자라서 엄마품에 안겨 처음 기차에 오르던 이 플랫폼을 기억할 수 있을까요?






객실안은 참 따뜻했습니다. 좀 더울 정도였어요~
따뜻한 점퍼와 윗도리를 벗고 내복만 입은채로, 똑순이 아빠품에 안겨 신나는 생애 첫 기차여행을 시작합니다.






신기한듯 차창밖을 내다보던 똑순이..
에고~ 영등포역을 지나 수원역으로 가는중에 벌써 아빠품에서 코오 잠이 들었네요.
똑순이 잘때 새댁도 얼른 자야하는데
모처럼 기차를 탄 새댁, 신나서 잠이 잘 오지 않습니다.
오랫만에 꺼낸 새댁 디카로 차창밖도 찍어보고, 도시락으로 싸온 삶은 계란이랑 귤도 까먹으며 모처럼의 기차여행을 즐겼습니다.





오고가는 길에 새댁네가 탄 객차안에는 유난히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기차표 예약할때 '유아 동반'을 표시한 승객들을 아마도 한 객차에 모아서 좌석배치해준 것 같아요.
덕분에 똑순이가 행여 울거나 보챌까봐 넘 맘졸이지 않아도 되어 참 좋았습니다.
대부분 아이를 데리고 탄 승객들이라 너그러이 양해해줄 수 있는 분위기였거든요.
객차안에서는 걸음마에 능숙해진 아가가 통로를 걸어다니며 주변의 승객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기도 하고,
조금 큰 아이들이 '푸른 하늘 은하수~' 노래에 맞춰 손뼉을 치기도 하고, 
똑순이같은 어린 아가들이 응애애~ 울기도 하였습니다. 
큰 아이들이 너무 심하게 떠들땐 부모들이 주의를 주기도 하고,
옆자리의 승객들이 '학생들만 탄 것이 아니니 큰 소리는 삼가해줘요'하고 당부도 하면서
아이들도 어른들도 기차여행의 편안함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 고마웠습니다. 

다행히 똑순이는 오고가는 길에 크게 울거나 하진 않았지만
덥거나 졸리면 조금 칭얼대긴 했습니다.
그럴땐 신랑이 안고 시원한 객차통로에 데리고 나갔다 오기도하고, 
새댁이 수유를 해서 재우기도 하면서 3시간 동안의 기차여행을 무사히 잘 다녀왔답니다.  

이렇게해서 도착한 곳은 구미-
똑순이의 고모네가 있는 곳입니다. 할아버지댁에서도 가깝구요.
오랫만에 만난 증조할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네 식구들, 삼촌...
늘상 엄마랑 둘이 있던 똑순이, 갑자기 많아진 식구들에 둘러싸여 놀랐는지 (톤이 높고 큰 경상도 사투리에 놀랐을수도 있습니다~~^^;;)
앙~~ 울기도 했지만 그래도 더없이 다정한 손길들에 파묻혀 행복한 1박2일을 보냈습니다.


  




먼 여행을 무사히 잘 다녀와서 그런가-
똑순이가 훌쩍 큰 느낌입니다.
어느새 생후6개월을 다 채워가는 똑순이..
이제 똑순이와 새댁은 새댁 맘대로 명명한 '육아 1기'를 마무리하고 시즌2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

6개월부터는 이유식을 시작하게 되거든요.
모유 수유는 계속되지만 그래도 이제 차츰 덩어리있는 음식들을 먹어가면서
쌀, 야채, 고기, 과일 등 다양한 먹거리들을 먹어보게 됩니다.
이번 여행은 마침 시즌1에서 2로 넘어가는 시점에 다녀오게 되어서 1기를 마무리하는 여행이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6개월이.. 금방 지나간 것 같습니다. 
너무 힘들었던 순간들도 있었는데.. 
시간이 도통 안 가는것 같아 하루종일 시계만 쳐다보며 우는 똑순이와 발을 동동 구르던 날들도 많았는데-
지나고 보니 이렇게 금방이군요. 

이 아이가 다 자랄때까지 아직 많은 날들이 남아있고
그 날들 모두 무척 쉽지않은 날들이 되겠지만(지금까지보다 훨씬 힘든 날들일수도!!)
오늘은 왠지 '아직 많은 날들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고맙게 느껴집니다.
온전히 사랑하는 것 말고는 달리 할게 없는
이 아이와의 시간이 얼마나 고마운 축복인지 6개월이 지나는 동안 좀더 깊이 느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똑순이의 생애 첫 기차표를 소중히 챙겨오며 엄마, 아빠 참 행복했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11. 20. 19:35
  

새댁이 조금 아팠습니다.
본래 새댁은 잔병치레를 많이 하는 편인데, 똑순이 갖고나서는 감기도 한 번 안걸리고 튼튼하기만 해서
"똑순이 덕분에 엄마가 면역력이 높아졌다"며 신랑이랑 좋아했었거든요.
똑순이 낳고 6개월 다되어가는 이 즈음에
그만 감기도 걸리고, 배탈도 나고 하는걸보면 임신과 출산으로 건강해졌던 몸이 이제 슬슬 원래로 돌아가나 봅니다.ㅜ
(똑순이는 아직까지는 타고난 면역력 덕분에 골골거리는 엄마옆에서도 감기안걸리고 건강합니다-^^)



 
 (+ 똑순이 요즘 아랫니 하나 더 나서 이가 두개 됐어요~^^ 둘이 키는 다르답니다 ㅎㅎ)


다행히 감기는 가볍게 지나가고, 배탈도 하루밤 고생하고는 다 나았습니다.
정말 다행이지요.
새댁과 신랑, 똑순이 이렇게 세 식구가 단촐하게 살다보니
신랑이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은 온전히 새댁 혼자 똑순이를 돌봅니다.
그래서 신랑 퇴근전에 새댁이 아프면 똑순이를 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조금만 아파도 겁이 덜컥 납니다.
아직 혼자 앉지도 못하는, 누군가 계속 옆에서 젖주고 안아주고 기저귀갈아주고 재워줘야하는 5개월짜리 갓난아이를 두고
새댁이 많이 아프기라도하면... 아이고.. 생각만해도 무섭습니다ㅠㅠ

친정과 시댁이 모두 지방이니 급히 전화해서 모셔올 어른도 없고,
이웃집 아주머니와는 오고가며 인사는 하지만.. 그 분도 낮에는 일을 하시는지 집에 안계셔요.
그래서 배가 많이 아프던 그저께 밤에는
내일 아침 일찍 이모님(예전에 산후도우미 서비스를 받았던 분이예요, 구청보건소에 신청해서 받은 산후도우미서비스 이야기는 여기--->)께 전화드려서 
하루만 와주시라 청해야겠다.. 생각했지요.
하루 5만5천원 .. 비용도 만만치는 않지만,
그보다 똑순이와 새댁을 참 다정하게 잘 돌봐주셨던 그 이모님이 마침 일을 안하고 계셔서 와주실 수 있음 좋을텐데...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침이 되자 배가 좀 진정이 되었습니다. 

새댁이 아프면 똑순이를 잘 봐주기 어렵기 때문에 똑순이도 힘듭니다.
잘 울고, 자다 잘 깨고, 보채고... 엄마의 아픔에 온몸으로 '동참'합니다. 
어찌겠습니까.. 어린 것이 뭔가 엄마가 평소랑 다르니 낯설고 저도 힘들어 그러는것을..
요즘 일이 많아 늘 야근하는 신랑에게도 비상이 걸리지요.
야근을 멈추고 택시타고 와서.. 유난히 보채는 똑순이를 재우며 힘겨운 밤을 보냅니다. 
덕분에 새댁은 간간히 똑순이 젖은 먹여야하지만 그래도 평소보다 조금 더 자고.. 컨디션을 회복하고.. 그랬네요. 
휴...ㅜㅜ

저출산의 원인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핵가족 시대, 혼자 아이를 돌봐야하는 엄마들의 정신적.육체적 힘겨움도 큰 원인중 하나일 것 같아요. 
잠시 교대해줄 사람 하나 없이 하루 종일 아가와 둘이 붙어있는 것은
아가가 너무나 사랑스럽고 예쁨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무척 지치는 일입니다.
그럴때 잠시 아이를 대신 업고 재워주거나 안고 놀아줄 사람, 간식이나 식사를 만들어 차려주는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새댁이 친정에 가서 지낼때보니 역시 아기는 엄마가 젖먹이면서 제일 잘 재우고 잘 놀아줄 수 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 증조할머니의 거들어주시는 손길 덕분에 
새댁은 몸도 훨씬 덜 피곤하고, 무엇보다 외롭지 않아 참 좋더라구요.



 
  (+똑순이와 증조할머니~ 똑순이가 첨 옹알이 시작하던 무렵에 똑순이와 가장 잘 '대화'가 되시던 분이랍니다^^)  


육체적인 아픔도 겁나지만, 정신적인 아픔도 만만치않게 두려운 것입니다.
출산전에 주위 선배들로부터 '산후 우울증, 주부 우울증 조심해야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막상 하루종일 아이와 단 둘이 지내는 상황에 맞닦뜨리고 나서야 그 무서움을 실감하겠더라구요.
특히 갓난아이일때는 3~4개월쯤되야 조금씩 유모차라도 태워 동네 산책이라도 다닐 수 있지만 아무래도 조금 쓸쓸합니다.
다정히 마주 앉아 잠시 아기 눕혀놓고 얘기나누다 돌아올 수 있는 외출이 그립지요. 
주변에 똑순이 또래의 아기키우는 엄마가 있어 친구하면 좋을텐데.. 잘 보이지 않네요. 
날이 추워 외출을 오래할 수 없어 그런가.. 동네에서 친구(?)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새댁이 생각한게 하나 있습니다. 
동사무소(요즘은 '주민자치센터'라고 많이 부르지요) 정도 되는 곳에
그 동네 갓난아이와 엄마들을 위한 '육아사랑방'같은 곳을 하나 만드는 겁니다. 
깨끗하고 볕잘드는 방에, 경험많고 다정하신 육아도우미 한 두분 정도가 상주하시면서
동네 엄마들이 아가 데리고오면 그 엄마 얘기도 들어주고,
보건소에서 나온 각종 육아안내팜플렛도 주고, 잠시 아가도 안아주시고, 간식도 주시고.. 그러는 겁니다.^^
거기 온 다른 아기엄마들이랑 얘기도 나누고, 아이들도 함께 보고.. 한두시간 정도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채우고 오는 것이지요.
아기가 심하게 울어서 엄마도 속으로 같이 울때, 업고 찾아갈 수도 있구요..^^;
공간만 깨끗하고, 맘편히 아이 기저귀도 갈고, 젖도 먹일 수 있고하면 돌전의 어린 아기라도 충분히 데리고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이웃 사람들과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으면 엄마도 답답하지 않고, 아기도 여러 사람이 말걸어주니 좋지 않을까요. 

이 아이디어는 실은 새댁이 똑순이낳은 병원에서 진행하는 '영아예배'를 보고 얻은 것입니다.
새댁이 병원에 딸린 모유수유원(산후조리원)을 나올 즈음,
거기서 친해진 엄마들이 '앞으로 예배)때(평일 오후예요) 만나자'고 하는 거예요.
'음.. 저는 교회 안 다니는데..'했더니
'교회 안다녀도 아기데리고 나오는 엄마들 많데.. 안그럼 어디서 만나겠어.. 일주일에 하루라도 모여 같이 얘기하려고 오는거지' 란 대답이 돌아왔어요.
그러고보니 한 건물안에서 예배보고, 모유수유원에 올라와 같이 젖먹이며, 
또래 아기 엄마들과 수유원 간호사분들과 아이들 잘 자라고 있는지 얘기하고..
어려운거 있으면 상담하고.. 같이 밥먹고 헤어질 수 있으니 하루도 잘 가고.. 참 좋을 것 같더라구요.
'아 이렇게해서 교회에 다니게 되기도 하겠구나' 싶더군요. 

그 병원이 집에서 좀 멀어 택시를 타야한다는 것과 새댁이 아직 종교의 필요를 깊이 느끼지 않는 것.. 등의 이유로 가지는 않았지만
생각해보니 동네에 그런 곳이 한군데 있음 참 좋겠더라구요.
똑순이가 좀 더 크면 문화센터에서 하는 '아기교실'같은 곳에 일주일에 하루 정도 가게 되겠지만 
좀 더 자주, 아무때나 내가 필요할때 찾아갈 수 있고, 또 지금처럼 어릴때부터 갈 수 있는 곳이 동사무소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구청 보건소에 '아기마사지'같은 프로그램이 있는걸로 알지만.. 보건소는 저희 동네에서는 좀 멀답니다ㅠ)


    

(+똑순이 요즘 앉기 연습이 한창입니다~ 곧 성공할 것 같아요!^^)


조금만 거들어주면, 잠깐만 쉬어갈 수 있게 해준다면 육아의 힘겨움은 참 많이 덜해질 것 같은데..
갓 태어난 생명이 주는 경이롭고 신비한 느낌들, 작은 아기가 조금씩 성장해가는 것을 보는 행복감,
그리고 아이와의 교감속에서 얻어지는 완전한 충족감.. 처럼
육아를 통해 느끼고 얻을 수 있는 놀랍고 소중한 것들이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그것들을 과정의 힘듦 때문에 온전히 느끼지 못하거나 놓치고 간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까요..
물론 온몸으로 힘들게 부딪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하지만
거들어주는 작은 손길, 잠깐의 휴식 공간이 있다면
한결 수월하게, 아이에게 더 온전히 집중하면서 행복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육아기간이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자기를 잃어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육아를 통해 생명과 삶에 대한 소중한 깨달음을 얻고, 새롭게 자기를 키워가는 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자기'가 없어지거나 소진되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태어나고, 충전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
젊은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를 기피하는 것도 조금 덜해지지 않을까.. 
새댁 혼자 생각해봤네요.

물론 새댁도 출산전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저출산의 제일 큰 원인일거라 생각했고, 지금도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일것 같아요.
(교육비, 의료비, 주거비.. 우리나라는 이런 기본적인 게 너무 힘든 나라이다보니ㅠㅠ)  
하지만 막상 아이를 낳고 지금까지 짧은 육아기간을 거치며 보니 빠듯한 살림살이도 걱정이지만 
육아의 행복을 갉아먹는 몸과 마음의 힘겨움도 상당히 큰 것이더라구요..

*

주섬주섬.. 길어졌던 얘기를 이제 마무리해야겠습니다. 
30세 이전 출산률이 10년새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는 소식(기사보기-->)도 들리고.. 
블로그뉴스 보다가 참 공감가는 어느 아버지의 포스팅도 봤답니다.(장희용의 '셋째낳기, 아내와 대화해보니')

아이를 낳고 키우며 느낄 수 있는 행복.. 더 많은 분들이, 더 절절하게 누리실 수 있길 빕니다. 
그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참 좋겠습니다.
초보엄마아빠인 새댁과 신랑도 더 깊이 느끼고, 똑순이와 함께 쑥쑥 성장할 수 있길 빕니다.
우선 새댁은 절대 아프지 말고!!
튼튼하게 똑순이와 이 겨울을 잘 나야겠습니다. ^^





감기 나은뒤에 넘 먹고싶어 신랑에게 사달라했던 '롤케잌' 사진 한장 찍어뒀습니다.
음.. 또 먹고싶네요.
(콜록콜록! 에고~ 감기가 다시 오려나~~~ 신랑, 보고있어? ^^)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11. 16. 21:22


모유수유.
아이를 낳은 후 겪게 된 제일 '놀라운 일' 중 하나인 모유수유에 대해
이것저것 하고싶은 얘기가 참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날그날 벌어지는 일들, 툭툭 떠오르는 생각들을 쓰다보니 모유수유 얘기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었답니다.
오늘은... 더 늦으면 안될 일도 있고해서 맘먹고 컴앞에 앉았습니다. ^^

모유수유.. 어찌보면 새댁에게는 참 낯선 일이었습니다.
새댁의 친정어머님도 새댁 형제 셋을 모두 분유로 키우셨고,
친지들이나 주변에서도 분유먹는 아이들을 많았거든요.
새댁의 첫조카를 새언니가 모유로 키우는 것을 보기전까지는요...
그 모습이 참 부럽고 좋아보였습니다. 
저는 처음에 엄마가 젖이 적어서(?) 저희를 분유로 키우셨으니, 엄마를 많이 닮은 저도 당연히 모유수유를 못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똑순이갖고 다니던 병원에서 하는 모유수유 교육받고,
새언니로부터 모유수유에 대한 책(삐뽀삐뽀 우리아가 모유먹이기, 하정훈.정유미 저)을 받아 신랑과 함께 읽어보면서
저도 모유수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신랑과 함께 마음 준비를 단단히 했답니다.
사실 '무척 힘들고 어렵다'는 얘기가 많아 걱정을 했지만.. 
내 아기에게 엄마젖을 먹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무척 기대도 되고 기뻤답니다. ^^
(하지만..막상 해보니 정말 힘들더군요. 장난이 아니었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더구나 똑순이 자세때문에 자연분만대신 수술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자 
제왕절개 산모도 모유수유할 수 있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걱정은 커졌지요. 
다행히 새댁이 다니던 병원이 모유수유를 제대로 돕는(? 넘 힘들땐 '무지막지해'하고 원망한적도 있었지만요~^^;) 병원이라
수술후 정신 못 차리던 와중에 처음으로 똑순이한테 젖을 물렸는데-
고 작은 입으로 엄마젖을 찾아 오물오물 빠는 아가가 얼마나 신기하고 예쁘던지요. 

하지만 그날부터 시작해서 입원해있는 일주일은 정말 정신못차리게 힘든 날의 연속이었습니다.
수술 자리는 아프고, 아가에게 자주자주 젖은 물려야하고... 
그나마 똑순이가 오래오래 잠을 자줘서 다행이었지요. 
출산휴가와 연휴를 붙여서 일주일동안 함께 병원에서 살았던 신랑도 참 고생 많이 했습니다. 
모자동실에서, 처음으로 세 식구가 함께 자고, 먹고, 울고, 웃던 날들이.. 그리 먼 일이 아닌데도 살짝 그립습니다. ^^   
  
다행히 똑순이는 젖을 잘 빤다고 간호사 샘들께 칭찬을 받았지만
새댁은 처음에 젖이 잘 나오지않아 걱정이 많았습니다. 
가뜩이나 작은 몸무게로 태어난 똑순이가 배가 고픈건 않을까.. 생각하면 눈물이 나기도 했습니다.
새끼 밥먹이는 것이 엄마의 제일 큰 임무라는 게 뼈저리게 느껴졌고,
똑순이 목으로 꿀꺽 하고 젖넘어가는 소리가 세상에서 제일 반가운 소리가 되었습니다.

(다음에 또 이어서 포스팅하겠습니다)



**** 새댁이 얼마전에 수유복 한벌을 선물받았습니다.
'협찬'이라고 불러야할 것인데.. 블로그를 쓰다보니 참 새댁도 이런 경험을 다 해봅니다.
협찬처(?)를 찾던 임부복 쇼핑몰 주인장께 새댁을 소개해주신 명이님 (쵸콜렛같이 달콤하고 따끈한 심성을 가진 아름다운 마당발 블로거, 명이님~!^^)덕분에
새댁이 고운 수유티를 한벌 얻어입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받아만놓고.. 몇 주가 지난 이제서야 사진을 올리게되니.. 
보내주신 분께도, 소개해주신 분께도 죄송하기 그지없습니다.ㅜㅜ



 

 
수유티는 색도 아주 곱고 소재도 부드럽고 좋아 아주 고맙게 잘 입고 있습니다.
s라인 수유복을 전문으로 만드는 '러브마린'이라는 쇼핑몰에서 보내주셨는데요..
흠흠... 제가 옷의 s라인을 살려드리지는 못하였네요~^^;;;; 

모유수유를 하다보니 외출할때도 아가에게 젖을 먹여야할 떄가 있는데
이 수유복은 외출복으로 손색이 없어 참 좋습니다. 수유하기도 편하구요- 






귀염둥이 똑순이 데리고 한 장 찍어봤습니다.
아~ 역시 새댁은 표정이 어색하군요... 똑순이 덕분에 사진이 삽니다. 휴~~~


봄, 가을엔 이것만, 겨울에는 외투안에 입으면 되니 실용적이고 참 편합니다.
예쁜 옷 고맙게 잘 입고, 똑순이 젖도 열심히 먹이며 건강하게 잘 키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11. 11. 10:43

늘 자는 시간에 잠을 못 들이면 그날 똑순이는 깊은 잠을 못들이고 자주 잠을 설칩니다.
어제 저녁에도 본격적으로 자보려다가 아파트 분리수거안내방송에 두어 차례 잠을 깨고는
새벽까지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잠을 잘 못잤습니다.
덩달아 새댁도 일어나 앉아 젖먹이다.. 업고다니며 재우다..를 반복하느라 영 잠을 못잤지요.

비몽사몽간에 아침밥을 차려먹고 신랑이 출근한뒤
똑순이에게 젖을 먹이고는 둘 다 피곤했던지라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한 시간도 채 안되는 쪽잠이었는데..
그래도 얼마나 달던지-

자면서 꿈을 꾸었는데
똑순이가 자꾸 어디에서 떨어지는 거예요.
친정집 뒷뜨락에서 제 사촌누이와 놀다가도 떨어지고,
자는 똑순이를 두고 제가 잠시 어딜 갔다가 똑순이가 또 떨어질까(바닥에 눕혀놨으니 괜찮을꺼야.. 스스로를 안심시키기까지 하면서_) 조바심내며 돌아오기도 하고..

떨어지는 꿈은 아이들이 자랄때 많이 꾸는 꿈이라
어른들은 '키 크는 꿈'이라고 하셨었는데..
새댁이 뒤늦게 키가 크려나요.

며칠전 집에서 똑순이가 흔들침대에서 뒤집다 살짝 떨어진 일이 있는데
그때 놀랐던 것이 계속 남아 꿈에 나오나봅니다. ㅠㅠ

꿈속에서 이웃집에 똑순이랑 같은 나이의 애기와 그 엄마가 살고있었는데
그 애는 아래윗니가 어른처럼 다 나있어서 깜짝 놀라기도 하고..
똑순일 혼자 두고 제가 바람쐰다며 그 엄마랑 버스를 타고 잠시 가다가
똑순이 깨기전에 와야한다며 혼자 중간에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신영복 선생님이 '꿈마저도 징역을 산다'고 쓰셨던게 생각납니다.
잠시 밖에 나갔다가 감옥으로 돌아와야할 시간이 되어서 어서 오려는데 신발 한짝이 없어져서 애타게 찾다가 깨기도 하고,
꿈속에서도 감옥생활이 계속 된다시며 '꿈마저도 징역을 산다'시더니..
새댁은 꿈속에서도 애를 키웁니다.

어제는 낮에 졸려서 우는 똑순이를 업고 이 노래 저 노래 부르며 집안을 왔다갔다 하다가
정말 오랫만에 입에서 캔디 주제가가 흘러나왔습니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 참고참고 또 참지 울긴 왜울어
웃으면서 달려보자 푸른 들판~ 달리면서 바라보자 푸른 하늘~
내 이름은 내 이름은 내 이름은 캔디~ 
나 혼자 있으면 어쩐지 쓸쓸해지지만
그럴땐 얘기를 나누자 거울속에 나하고~
웃어라! 캔디야~ 들장미소녀야~
울면 바보다~ 캔디 캔디야~~~"

부르다 괜히 가슴이 찡해집니다.
똑순이의 칭얼거림이 좀 더 높아지자, 새댁도 좀더 힘줘서 캔디를 부릅니다.
캔디 노래를 세번쨰 부를때쯤 똑순이는 스르르 새댁 등에 한쪽 볼을 붙이고 잠이 들었습니다.
캔디의 승리네요..

오늘은 또 캔디를 몇 번쯤 부르게될지...
요즘 부쩍 낯을 가리기 시작해 눈으로 계속 엄마를 찾는 똑순이와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넘 많이 울지 말고, 무사히
살아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야근하고 새벽에 와 그나마 똑순이와 함께 잠도 설치고 나간 아빠도 화이팅 입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