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08. 7. 1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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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댁은 지난 3주간 복지부와 은평구청에서 함께 하는 사업인 '산모/신생아 도우미' 서비스를 받았습니다.
출산 2달전부터 신청할 수 있고, 의료보험료 기준으로 소득 하위 65%에 포함되는 가구에 2주간 지원되는 서비스로,
산모가 4만6천원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구청과 보건복지부가 반반씩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말 너무 좋은 사회복지 서비스입니다.

산후관리를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도우미분이 오셔서 아기도 돌봐주시고 산모의 몸조리도 도와주시는데
그 실력이 대단하십니다.
받기 전에 새댁과 신랑은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어떤 분이 오실까..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산모들의 후기가 종종 있는데 참 좋았다는 후기도 있고, 별로였다는 후기도 있고
어떤 기관이 딱 좋다는 것도 아니어서
결국 어떤 분을 만나느냐는 완전 '운'이겠구나 생각했던 것이죠.

서비스를 받고난 지금 보니 역시 '운'은 운이지만
어떤 분이 오시더라도
기본적으로 산모/신생아돌보기에 대한 교육과 경험이 있는 분 한분이 곁에 계셔주시는 것만해도
산모에게는 무척 큰 힘이 되며
힘든 산욕기를 견뎌내는데 정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은평구청 보건소와 연계를 갖고 이 사업을 진행하는 기관은 모두 4곳(서울YWCA, 맘밀크, 여성인력개발센터, 한국지역자활후견센터) 인데,
새댁은 그중 '지역자활후견센터'에 도우미 파견을 신청했습니다.
이 센터에서는 '아가마지'라는 이름으로 산모/신생아도우미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도 강서지점을 비롯해서 몇몇 지점이 있는것같은데
저는 은평구에 살고있어 여기 가까이 사시는 관리사분을 배정받았습니다.

우리집에 오신 관리사님은 임정숙 이모님이셔요.
위에 사진에 똑순이를 안고계신 분입니다^^
새댁은 대학시절 '안토니아스라인'이라는 영화를 본 후 풍채가 좋은 여성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는데
이모님이 딱 그렇습니다.
새댁품에서는 발버둥치던 똑순이가 이모님품에만 가면 순한 양으로 변하여 가만히 안겨있습니다.
엄마에게서는 '초보'의 풋내가, 이모님에게서는 '달인'의 포스가 느껴지는 것일까요..
이 분이 와주시는 동안 새댁은 정말 맛있고 풍성한 식사와 쑥좌욕, 유방마사지 등의 서비스를 받았구요,
더위에 지쳐 찡찡대는 똑순이는 시원한 목욕과 마사지, 그리고 잠들때까지 품에 안고 토닥토닥 두들겨주시는
정성어린 보살핌을 받았습니다.
 
이모님의 집안살림 솜씨 역시 완전 대단하셔서
와주시는 2주동안 우리집 방바닥은 파리가 미끄러질 정도로 반질반질했으며 씽크대는 항상 깨끗했답니다.
전라도가 시댁인 이모님, 점심상은 늘 9첩반상으로 차려주셨고
그 덕분에 아침저녁으로 신랑도 맛있는 밥을 무척 잘 먹었습니다.
음.. 9첩반상, 사진으로 보여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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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미역국, 호박조림, 닭가슴살조림, 고등어구이, 감자볶음, 두부전, 멸치볶음, 김치볶음(맵지않게 김치를 한번 빨아서 볶아주십니다), 김, 생오이와 파프리카.. 등입니다.
젖먹이는 엄마는 잘 먹어야한다, 속이 허전해서 안된다며 찐고구마, 감자, 옥수수 등의 간식도 항상 그득그득 상위에 준비해두십니다.

시어머님과 친정어머님이 차례로 오셨다 내려가신후 이모님께 2주간 도움을 받고
그후 한4일 새댁 혼자 똑순이를 돌보며 지내봤는데요,
많은 산모분들이 그렇겠지만
제대로 식탁에 앉아 점심 한끼 차려먹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반찬은 냉장고에서 꺼낼 엄두도 못내고 겨우 국그릇에 밥까지 말아 애기가 깰까 맘졸이며
후다닥 입속에 '퍼넣기' 바쁘거나
그마저 안되면 우는 애기를 옆에 두고 '똑순아, 잠깐만~ 엄마 배고파 안되겠다, 금방 먹고 갈께ㅠㅠ' 라고 외치며
밥을 입속에 떠넣어야 했답니다.
더위속에 아이도 새댁도 잠 못자고 지쳐 괴로와하다 결국 1주일 더 서비스를 신청했답니다.    
다시 이모님이 오셔서 어엿한 9첩밥상을 다시 받고보니
거짓말 살짝 보태서 눈물이 날뻔 했지요. ^^

젖양 많아지라고 돼지족도 두차례 고아주셨고, 감잎차, 옥수수수염차 등 산모에게 좋다는 것을
여러가지 직접 만들어주셨어요.
특히! 똑순이가 며칠전 여러날 똥을 못싸고 있었답니다.
모유수유책에는 '생후6주쯤 되면 엄마 모유에 카제인이라는 단백질 성분이 많아지면서 아기가 며칠동안 똥을 안쌀수도 있다. 잘먹고 잘놀면 괜찮으니 걱정말라'고 써있긴 했지만
그래도 어디 걱정이 안될수가 있나요. ㅜ
새댁 가슴이 새까맣게 되어갈무렵, 이모님이 열심히 똑순이 엉덩이를 자극한 결과 무려 일주일만에 똑순이가
황금똥을 주룩주룩 한바가지 쌌습니다.
지식은 있어도 경험은 없는 초보엄마, 혼자였다면 병원에 벌써 열두번을 달려갔을텐데..
오늘도 안싸면 같이 병원가자 하시던 이모님 덕분에 약이나 관장을 통하지 않고 똑순이가 무사히 똥을 싸게 된것이죠.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생각해보면 여러 사회복지서비스들이 이렇게 고맙습니다.
간병인도 그렇겠고, 노인돌봄 서비스도 그럴 것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되어서, 직접 그 도움을 받아보니 그것이 얼마나 절실하며 고마운 것인지 가슴깊이 느끼게 됩니다.
분단된 나라에 살다보니 한해 예산에서 국방비는 30% 가까이 되지만 복지예산은 1%, 교육예산은 5%도 안된다는
얘기를 학교다닐때 많이 했는데,
우리 사회에 사회복지서비스가 얼마나 더 많이 필요하며,
그를 위해 무기수입이나 대규모 군대를 유지하는데 예산을 쓸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 예산이 대폭 확충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제 절실하게 가슴에 와닿습니다.

내일이면 이제 이모님과 이별입니다.
똑순이도, 엄마도 많이 섭섭합니다. 이모님도 우리 똑순이가 많이 보고싶으실거래요.
가을이 오고 시원해지면 많이 자란 똑순이를 데리고 이모님을 뵈러가야겠어요.

새댁같은 초보산보가 이 더운 여름에 혼자서 갓난아기를 돌본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그 힘겨움을 덜어주신 것을 넘어서
진심으로 아기를 예뻐하고 걱정하면서 돌봐주신다는 것이 마음으로 느껴졌던 이모님-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


* "인터넷에 우리 기관 좀 많이 소개해줘, 이런 좋은 사업이 예산없어 없어지지 않게 얘기도 좀 잘해주고~"
이모님이 넌지시 부탁해오시지 않았더라도 아마 새댁이 한번은 후기를 올렸을 것입니다.
안그래도 벌써 올해 예산이 다 되서 하반기에는 사업을 중단하는 자치구가 속출한다는 뉴스를 예전에 보고 속상했었는데
얼마전에 이모님은 새로된 보건복지부장관은 이 사업 예산을 많이 확충해 사업이 계속될 것 같다고 밝은 얼굴로 말씀하시더군요.
요즘 통 뉴스를 못봐 어찌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꼭 그렇게 됐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애기낳는 제 주변의 많은 지인들도 꼭 이 서비스를 잘 받을 수 있어야할텐데요.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