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09. 5. 24. 21:31


똑순이의 첫 돌이 열흘쯤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음력 생일은 어제여서 세 식구가 미역국 끓이고, 얼려놨던 팔시루떡 녹여먹으며 음력생일날을 보냈습니다.

벌써 돌이라니.. 기분이 참 묘합니다.
시간이 넘 더디게 가는 것 같던 힘든 순간도 많았는데
이렇게 지나고 보니 1년이 너무 짧았던 것도 같고요..
어느새 훌쩍 커버린 똑순이를 보며 '이렇게 큰 애가 정말 내 배속에 있었나' 싶기도 합니다. ^^ 

1년 사이에 똑순이, 몸무게는 3배쯤.. 키는 30cm 좀 안되게 컸습니다. 
아주 작고작은 애기였는데요.. 지금도 작지만 그래도 엄마 눈에는 너무 금세 쑥~ 큰 것 같아
생각하면 조금 어색하고, 신기합니다. 

그런데 요녀석, 요즘 좀 많이 아팠습니다. 
지금도 감기가 다 낫질 않았어요ㅠㅠ
3주전쯤 걸린 콧물기침감기가 거진 다 낫고, 밤에만 조금 기침을 하길래 괜찮겠지 했는데
그게 일주일을 넘게 가더니 지난 주 후반쯤부터는 열이 나면서 다시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에 병원진찰도 계속 받고, 약도 계속 먹었는데 증상이 다시 심해지니 
새댁, 많이 당황했습니다. 
열이 많이 올라 괴로워하는 똑순이를 시원하게 해주다가, 
다시 재채기하면서 콧물이 흐르면 넘 추운가 싶어 따뜻하게 해주다가... 
방 온도, 습도 제대로 맞추기가 어려워 쩔쩔매다가 갑자기 자신감이 뚝 떨어지면서 스스로에게 화가 났습니다.  

'똑순이가 벌써 돌인데... 엄마가 된지도 1년이 다되가는데 아직도 방안 온도 하나 못맞추나..' 싶어서요...ㅜㅜ
마음이 헝클어지니, 몸도 힘들어지고,
아픈 똑순이 챙기다보니 집안일은 한없이 밀리고 쌓여,
매일 밤늦게 야근하고 들어오는 신랑에게 거의 매일 화를 내다시피 했습니다.

목안이 좀 부은 똑순이는 밥도 잘 안 먹으려 하고, 
기운없이 새댁에게만 붙어있으려고 해서 한 이틀은 잠잘때 빼고는 거의 하루종일 새댁 등에 업혀 있었습니다.
너무 오래 약을 먹다보니 첨엔 좋아하던 약병을 잠깐은 도망다니기도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내가 잘 보살피지 못해 아기가 이렇게 오래 아프고,
오래 약을 먹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아이키우는 일의 무서움도 한번더 실감했고요..
아이들은 아프면서 자라는 것이니 자책이나 쓸데없는 걱정은 말라는 신랑의 당부가 힘이 좀 되었습니다.

다행히 똑순이가 어제 아침부터는 많이 나아져서 좀더 잘 놀고, 밥도 조금씩 더 먹고 있습니다.  
새댁도 한숨돌렸지만 계속 긴장이 됩니다. 부디 이대로 잘 나아야 할텐데...





 + 며칠전 후배가 '지천에 흔한 들꽃이 제일 예쁘죠'라며 애기똥꽃을 핸드폰으로 찍어 보내주었습니다.
   일주일에 사흘, 시골에 내려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후배의 텃밭이 몹시 궁금합니다.   



똑순이는 아파서 그런가, 아님 요맘때 아기들이 다 그런지
많이 앓고 난 뒤에는 한층 떼가 심해졌고, 행동에서도 약간의 퇴행이 나타났습니다.
혼자 잘 하던 것도 엄마랑 꼭 같이 하려하고, 엄마가 잠시만 안보여도 소리를 크게 지르며 웁니다.
밥 대신 미음이나 엄마젖을 더 먹으려하고요...ㅜ
며칠간 엄마가 자기를 몹시 측은해하고, 되도록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줬다는 것을 눈치채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좀 능숙해졌다 싶었는데..
똑순이의 생활리듬도 거의 일정하고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아이 덕분에
'나도 이제 좀 초보엄마 시절은 끝나가다부다' 내심 반가워하고 있었는데..
똑순이의 감기와 퇴행을 겪으며 육아는 정말 언제나 새로운 도전, 새로운 고비를 맞는구나... 절감하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주말에는 가까운 친지들 모시고 식사하면서 똑순이 첫 생일잔치를 할 예정입니다.   
생일 초대 전화를 하며 똑순이가 아프다고 걱정을 하자 친지들께서
"원래 돌때쯤되면 아픈 아가들이 많아요, 그래서 꼭 돌잔치때 아가 컨디션 안좋아 고생하고 그러거든요",
"똑순이가 돌앓이하나보다~" 하는 얘길 해주셨습니다. 
정말 그런걸까.. 그 얘길 들으니 조금은 마음에 위로가 되었습니다.

1년전 요맘때.. 우리 둘 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느라 참 힘들었는데,
아마 똑순이 몸이 그 때를 기억하고 이렇게 아픈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지난 1년 열심히 자라느라 힘들었다고, 
더 크게 자라기위해 잠시 더 쉬고, 앓고, 투정부릴 시간이 필요한 걸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봅니다. 
덕분에 엄마도 엄마 1년을 마무리하는 진통을 세게 앓고 있습니다. 
잘 앓고, 툭툭 털고 일어나 더 씩씩하게 잘 자라는 똑순이와 엄마가 되야겠습니다. 


 
  


똑순이와 새댁이 고전하는줄 어떻게 아시고.. (텔레파시가 통하는게 틀림없슴다.. 아님, 토댁님이 독심술을? ^^;)
토마토새댁님께서 맛있는 토마토를 한아름 보내주셨습니다.
아고... 늘 받기만해서 어쩌나... 언니, 넘 감사해요ㅠㅠ







탱글탱글.. 참 예쁘기도 하지요?
(신랑 카메라가 잠시 대여중이라 새댁의 똑딱이로 찍었더니 색감이..ㅜ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맛있게 생겼습니다~~!!)
싱싱한 토마토처럼 똑순이랑 새댁도 더 씽씽~하고 건강해져야겠습니다. 
자~~알 (나눠! 넘 많아요~) 먹겠습니다!!! ^^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 5. 18. 15:02


한 이틀 비가 시원하게 잘 내리더니 오늘은 날이 화창하게 개었습니다.
며칠만에 보는 환한 햇살이 무척 반갑습니다.
야~ 오늘은 천기저귀 안 다려도 되겠어요~! ^^

한 달쯤의 적응기간을 거쳐 똑순이 기저귀를 종이기저귀에서 천기저귀로 바꿨습니다.
진즉부터 천기저귀를 쓰고 싶어 준비는 다 해놓고 있었는데
막상 아가가 태어나고 나니 모유수유하랴, 아기 잠재우랴 너무 정신없고 힘들어
천기저귀까지 쓸 엄두를 못 냈습니다.

그러다 평소 알고지내던 솔이네의 '도시자연육아' 블로그에서 천기저귀 이야기('똥기저귀 빠는 아빠' 외)를 읽고
새댁도 다시 용기를 내보기로 했습니다.(고마워요, 솔이엄마아빠~~!^^) 

똑순아빠는 결사반대했습니다.
이 분이 워낙 다정한 분이라 새댁이 하는 일에 좀처럼 반대를 않으시는데
이번에는 너무 강경하게 나와 새댁도 순간 주춤했습니다.

사실 출산전에 둘이 의논해서
신랑이 기저귀 빨래를 맡기로 하고 천기저귀를 미리 준비해둔 거였거든요.
그런데 똑순이 태어나고 얼마 안있어 신랑의 회사일이 넘 바빠졌습니다. 
주중에는 거의 매일 야근을 하고 밤늦게서야 퇴근하는 통에 똑순이 얼굴도 아침 잠깐밖에 못봅니다. 
똑순이와 새댁이 깊이 잠든 밤에 돌아와서 혼자 기저귀 빨래를 돌리고 널고 자는건 신랑에게 넘 힘든 일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빨래도 새댁이 할테니 걱정말라고 해도 신랑은 계속 반대했습니다. 
지금도 힘든데 더 힘들 필요가 뭐 있냐고, 그냥 종이기저귀쓰고 그 시간에 더 쉬거나 새댁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것이었지요.
그 말도 일리가 있었지만, 새댁은 천기저귀가 무척 쓰고 싶었습니다. 

새댁은 여러모로 좀 민감합니다(한예슬도 아닌데..ㅎㅎ)
좀 촌스럽게 민감해요. ^^;;
새가구냄새, 새집냄새, 새옷냄새, 종이생리대 냄새.. 이런 것을 맡으면 머리가 심하게 아픕니다.
신랑은 잘 모르겠다고 하는 옅은 냄새에도 새댁 몸은 금세 반응합니다.
시골에 갔다 서울로 돌아올 때면 서울냄새도 맡습니다. 숨이 살짝 막히고 어딘가 매캐한 서울 냄새.. ㅠㅠ
똑순이는 이런 엄마의 민감함은 안 닮았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어떤지 잘 모르겠어요. 

한참 정신없던 신생아시절이 지나고나자 똑순이 기저귀를 갈아줄때
종이생리대를 하다 면생리대를 하면 훨씬 기분도 상쾌하고 머리도 덜 아팠던 새댁의 경험이 생각나며
혹시 울 똑순이도 그런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결정적으로 똑순이 종이기저귀 냄새를 맡고 역시나 예민한 새댁의 머리가 띵~하고 아파오는 것을 보고는
천기저귀를 쓸 결심을 굳혔습니다. 

신랑이 워낙 반대를 하였는지라
처음에는 신랑 몰래 천기저귀를 써보기 시작했어요. ^^
낮에, 똑순이가 똥을 한번 싸고 나면 천기저귀를 채워서 한 2~3장만 써봤습니다. 
처음엔 오줌기저귀만 물에 잠시 담궈뒀다 건져서 세탁기돌리고, 널어 말리는 것도 힘들더라구요. 
안그래도 바쁜 낮에, 안하던 일 한가지가 더 늘었으니까요.
어쩌다 똑순이가 천기저귀에 똥이라도 싸면 갑작스런 대형사태에 당황해 쩔쩔매기도 했고요~ㅋ

그렇게 낮에 천기저귀 쓰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고, 똥기저귀에도 제법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는데 2주쯤 걸렸습니다.
그때 신랑에게 커밍아웃을 했지요. '나 천기저귀 쓴다~'
신랑, 웃으며 '어찌 말리겠습니까' 했습니다. ^^

그 뒤에는 밤에도 천기저귀를 써보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똑순이는 기저귀가 젖었다고 해서 울거나 낮잠자다 깨지 않더라구요.(푹 젖어도 넘 잘 놉니다.. 똑순이는 민감한 엄마과가 아니라  덤덤한 아빠과인듯..;;;)
사실 똑순이 신생아 시절에 천기저귀 쓰기를 겁냈던 제일 큰 이유는 
안그래도 잠들이기 어렵고, 쉽게 잘 깨는 똑순이가 
흡수력좋은 종이기저귀가 아닌 한번 젖으면 계속 축축한 천기저귀를 하면 잠을 더 못 잘까봐 무서워서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천기저귀도 아기 잠을 그리 방해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이럴줄 알았으면 진즉 쓸껄.. 아쉽습니다. 
대신 잘때나, 깨어있을 때도 종이기저귀보다 좀더 자주 갈아주긴 해야하더라구요.
젖은 기저귀를 오래하고 있으면 발진이 쉽게 생기니까요. 

기저귀량이 늘어나자 세탁이 좀 문제였는데 그도 나중엔 숙달되었어요.
다행히 똑순이는 기저귀에 많이 안묻는 되직한 똥을 하루에 1~2번밖에 안싸서 똥기저귀가 그리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물에 좀 불려놓으면 쓱쓱 쉽게 애벌빨래를 할 수 있어 
걱정했던 '똥기저귀빨다 손목 다 상한다'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듯 합니다. 

처음엔 세균걱정에 똥기저귀는 애벌빨래후에 무조건 삶았어요.  
햇볕 쨍쨍한 날에는 일광소독이 되니 세탁기에 빤 기저귀를 잘 말렸다 그냥 쓰고, 
비오거나 흐린 날에는 다림질을 한번 해서 씁니다. 
가끔 한번씩은 삶아도 주고요. 
다행히 살균이 잘 되는지 똑순이 엉덩이는 뽀송뽀송합니다. ^^
  






쨍쨍한 날, 햇볕에 잘 마르는 하얀 기저귀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다 빨아진 기저귀를 탁탁 털어 널 때 기분도 좋고요.
"아고~ 밥순이, 빨래순이 힘들기도 하다~~~~" 한탄을 하면서 탁탁 털면 박자도 잘 맞고 그림도 잘 만들어집니다.
가끔 똑순이가 한쪽을 잡아서 둘이 같이 탈탈 털고 쭉쭉 잡아당겨 펴기도 합니다. 
 
아! 다듬이 방망이까지 있으면 완전 딱일텐데~ 
가끔 다림질하면 약간 뻣뻣한 기저귀천이 보드라와져서 감촉이 참 좋아지거든요. 
탁탁탁~ 다듬이질까지 하면 육아 스트레스 해소에 아주 좋을 듯합니다~ 
신랑이 늦게 들어와도 탁탁탁~ 똑순이가 집안을 어질러도 탁탁탁~~ㅋㅋ

기저귀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것도 참 좋아요. 
20L 쓰레기 봉지도 며칠 안걸려 금세 채우고마는 아가 기저귀 쓰레기를 보고있으면 마음이 답답해지곤 했거든요. 
저 썩지도 않는 쓰레기를 이렇게 많이 만들어내서 어쩌나...
한달에 7~8만원씩 여유가 생기는 것도 반가운 일이고요~^^

암튼 이래저래 참 좋습니다. 천기저귀~~~^^
아무래도 하루 1~2번쯤 기저귀만 모아 세탁기를 돌리고, 널고, 개고 하는 일이 적진 않지만
써보기 전에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그리 힘들진 않습니다. 마음도 훨씬 편하고요~

첫째때는 엄두가 안나 못 썼다던 저희 새언니도 둘째 조카는 신생아때부터 천기저귀를 쓰시길래 무척 반가웠습니다.
새언니도 기저귀 쓰레기 안나오는 것이 젤로 기분좋더라고 하시네요.
그 얘길 들은 똑순아빠가 한마디 했습니다. "사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왜이리 많냐..."
그러고 툴툴거리면서 똑순아빠, 쉬는 날엔 천기저귀들 열심히 접고 있습니다.  

똑순이가 언제쯤 기저귀를 뗄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고맙게 잘 쓸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비온 뒤 화창하게 갠 북한산 한장 찍어보았습니다. 5월이 짙어가고 있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 5. 15. 10:18


똑순이가 생후 11개월을 지나 돌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어제 똑순이 낳고 처음으로 버스를 타보았습니다.
똑순이는 태어나 처음 버스를 타본 것이지요~
(음.. 외가집 가느라 고속버스를 타본적은 있지만 시내버스는 처음~~^^)

새댁 버스카드에 11개월만에 900원이 찍히는 순간, 왠지 뭉클했습니다.
이제 다시 버스를 탈 수 있구나.. 잃어버렸던 이동의 자유를 다시 찾은 듯해 잠시 감동스러웠습니다.

그동안 신랑이 있는 주말에는 주로 차를 타고 다니고
주중에는 걷거나 유모차밀고 갈수 있는 곳만 다녔었거든요.
주중에 둘이 어디 멀리 갈 일이 있으면 버스에서 혹여 찡찡거리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택시를 주로 탔었는데,
어제는 마침 똑순이가 어깨띠 안에서 잠이 들어 처음으로 버스를 타본 것이지요.
다행히 똑순이는 시원한 버스안에서 계속 잘 잤습니다.
똑순이도 제법 많이 컸으니 이제는 버스도 잘 탈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똑순이가 날로 무거워져서 업고 다니기가 힘들어지면 유모차를 가지고 다녀야할텐데
엄마 혼자 버스에 유모차를 올리는건 넘 어려울 것 같습니다.
휠체어나 유모차가 탈 수 있는 저상버스가 많아지면 좋을텐데...  
똑순이가 잘 걷기 전까지는 여전히 엄마랑 둘이 외출하는건 큰 일일 것 같네요.

그래도 앞으로 한동안은 똑순이를 업고 버스를 탈 수 있을 듯하니 
조금 멀다 싶어 그간 가지 못했던 곳들도 둘이 갈 수 있으리란 기대에 새댁, 한껏 들떴습니다.
당장 다음주에는 버스로 세정거장쯤에 있는 재활용가구점도 가고,
집에서 조금 먼 연신내역까지도 가봐야겠습니다.
아. 신납니다~!

그동안 참 둘이 잘도 집안+동네 골목만 오고가며 버텼구나 싶습니다.
어떤 때는 참 답답하기도 했는데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또 그럭저럭 잘 지내온 것만 같습니다.
실은 그리 어디 갈데도 없었어요~^^

어제 마실가는 길에 들린 동네 단골슈퍼 아줌마들이 똑순이를 보시더니
'아고 얘가 언제 이렇게 많이 컸냐, 나는 아직 갓난아기로만 생각했다'며 깜짝 놀라셨어요. 
'새댁이 배 부를때부터 봐와서 그런가.. 늘 낳은지 얼마 안된것 같더라' 하시며
겨우내 애기 잘 키웠다고 칭찬해주셨습니다. 
칭찬을 들으니 괜시리 으쓱~ 해지면서(^^) 
내가 키운 것이긴 하지만.. 실은 제 힘껏 쑥쑥 잘 커준 똑순이에게 넘 고마웠습니다.

똑순이는 정말 요즘 부쩍 큰 것 같습니다. 
덩치도 많이 커졌지만 행동도 참 많이 달라졌어요.   
말도 잘 알아듣고, 뽀뽀와 악수도 배우고, 주세요~하면 손에 들었던 것도 선뜻 잘 건네줍니다.
엄마에게 뭘 자꾸 먹이려고 하질 않나, 양말을 발에 갖다대주며 신으라고 하고..
작은 변화들이 넘 재밌고 신기합니다. 

어제는 싱크대 문을 열고 양푼과 바가지들, 마늘찧는 플라스틱 절구와 방망이를 꺼내 놓고
한참을 혼자 놀았습니다.
그 사이 엄마는 설겆이도 다 하고 식탁에 앉아 멀뚱멀뚱 똑순이 노는걸 구경하다가 
혼자 신문도 두어장 읽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그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입니다. ^^

뭔가에 골똘히 집중해서 혼자 노는 시간도 늘어나고
사람들, 특히 아이들을 보고 만나는걸 무척 좋아하고
유모차 밀고 열심히 걸어다니고.. 어느새 정말 부쩍 커버린 똑순이. 

이 작지만 큰 변화들에 감사하며
이제는 육아의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 준비를 엄마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음.. 저건 또 뭐지? 집안은 온통 신기한 것 투성이고 똑순이는 끊임없이 궁금합니다~^^

   



자는 모습 보다가 깜짝 놀랄때가 많아요. 언제 이렇게 컸지? 정말 자그마한 아가였는데...^^
코코 잘 자고 쑥쑥 커라, 똑순아~~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 5. 6. 10:50

똑순이가 무럭무럭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엄마는 육아책을 보고 아이를 거기에 맞춰 키우려고 하지만
똑순이는 때로는 그보다 빠르게, 때로는 늦게.. 
제 나름의 속도로 부지런히 자라고 있습니다.^^

새댁과 똑순이, 외가집에 잘 다녀왔습니다. 
가서 어찌나 신나게 놀다왔는지
다시 엄마랑 둘이만 지내게되는 서울집에서의 낮시간을
똑순이가 넘 심심해하면 어쩌나 걱정입니다. 

친정 가기 전에 똑순이 이유식 먹이기가 넘 힘들다고 푸념하고 내려갔는데..
아구야~~
외가집에 가서 외할머니가 주는 밥을 어찌나 잘 먹는지요!
엄마는 순간 배신감을 느낄 정도였습니다.ㅠㅠ  

첫날은 엄마식대로 야채랑 고기넣고 죽을 만들어줬는데
요녀석, 여전히 고개를 도리도리 돌리며 안먹는거예요.
그 즉시 할머니, '야가 죽이 싫은갑다, 밥먹여보자~'하시더니
밥을 국에 적셔 한입 줘보셨는데...
아고 요놈, 혹시 죽이 아닌가 의심의 눈초리로 한참 숟가락을 바라보더니 
드디어 배가 고팠다는듯이 낼름 받아먹는거예요.
그 뒤로는.. 밥숟가락을 꿀떡꿀떡....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외증조할머니로부터 '이렇게 밥 잘 먹는 아가는 첨 보겠다, 밥 잘먹으니 얼마나 예쁘냐~~' 하는
칭찬을 한사발 들어가며 매끼 신나게 밥을 먹었습니다. 
급기야 식사 때가 되면 '빠빠~(밥밥)'을 외치며 먼저 부엌으로 기어오기까지 했습니다.
엄마만 할 말이 없어졌지요. 음 -.........-


이번 이유식 사태(?)의 전후 상황을 정리해보니..

1. 11개월이 다되가는 똑순이는 밥이 먹고 싶었고, 죽은 지겨웠다..ㅠㅠ
2. 그러나 엄마는 육아책에서 본대로 12개월까지는 무른밥(밥을 넣고 한번 끓인 죽)을 먹이려고 계속 죽을 줬다.
3. 똑순이는 이유식을 거부했으나 엄마는 각종 신기한 장난감을 식탁위에 놓아주며 구슬렸다.
4. 엄마가 장난감을 자꾸 주자 똑순이는 식탁의자를 노는 곳으로 알고 점점 노는데 열중했고, 이유식은 뒷전이었다.
5. 그러나 외할머니는 자기가 원하는 밥을 주었으므로 똑순이는 한눈팔지 않고 신나게 열심히 밥을 받아먹었다.
6. '식탁에 가면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 똑순이는 이제 배고플때는 부엌 식탁으로 기어가서 '빠빠(밥)~'라고 말하게 되었다. 
  
가 되겠네요. 에궁~ 


아이의 요구가 뭔지, 관심이 뭔지.. 좀 더 잘 살폈어야 하는데...
새댁도 물론 죽을 자꾸 거부하는 똑순이에게 가끔 밥을 먹여보기도 했지만,
따로 똑순이 반찬이나 국을 준비한게 없으니 물에만 말아먹이기도 그렇고 해서 한두 숟갈 먹이고는
또 준비한 죽을 먹이려고 낑낑거렸었거든요.
 
똑순이가 밥은 곧잘 받아먹는걸 보면서도 과감하게 밥으로 전환하지 못했던건..
초보엄마 새댁이 이유식책에 '되도록이면 12개월까지는 죽을 먹는 것이 좋다'고 나온 것을 보고
어떻게든 돌때까지는 죽을 먹여보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뭐가 '좋다'고 하면 참 그거 아닌 쪽으로는 손이 잘 안가는게 엄마 마음인 것 같기도 하고요, 
그치만 우리 아이의 발달 속도나 관심은 책에 나온 것과는 다를 수 있다는걸 늘 염두에 두고
아이를 잘 살펴보고 한걸음씩 앞으로 같이 나가야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번 소동(?)으로 새댁, 새삼 많이 느끼고 배웠어요. ^^
그간 엄마가 귀닫고, 눈닫고 답답하게 한게 무척 미안했고요..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있는 똑순이가 새삼 고마웠습니다. 
똑순아, 엄마가 잘 할려고 그랬던 건데 정말 미안해~^^;;
 
  
서울에 돌아와서도 똑순이, 제 식탁의자에 앉아 그전처럼 고개 홱홱 안돌리고 밥 잘 받아먹고 있습니다.
이제는 따로 죽끓이던 시절이 지나가고,
좀 진밥에, 어른들과 같은 재료지만 짜거나 맵지 않은 국이나 반찬을 차려줍니다.
따로 죽끓이는 수고가 덜어지니 엄마는 한결 수월합니다.
육아의 또 한 시절이 지나간 것같아 마음은 시원섭섭하네요~^^ 

아고, 낮잠자던 녀석이 깼어요~~
사진은 이따 올려야겠습니다! ^^






외가집을 떠나던 날 외증조할머니와 똑순이~
이방 저방 기어다니며 온데 사방 다 만지고 곤지곤지 짝짜꿍하던 예쁜 녀석이 가고나니
집은 절간같고 똑순이가 눈에 삼삼하다시는 울 할머니.  






똑순이는 외가집에서 하도 마당에 자주 나가 논 탓에 서울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밖에 나가자고 조릅니다.
어제는 신랑이, 오늘은 새댁이 똑순이 델꼬 아파트 놀이터랑 복도에 종일 나갔다 들어왔다 했습니다. 효..
그래도 날이 따뜻하고
아파트 화단에도 고향집 마당처럼 꽃이 피고 벌이 날아다녀 다행입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 4. 24. 20:38


요즘 똑순이 이유식 먹이기가 진짜 힘듭니다.
숟가락만 갖다대면 어찌나 고개를 홱! 홱! 잘 돌리는지 선풍기가 따로 없습니다.
이 녀석.. 엄마가 열심히 만들었구만~~!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고.. 다시 웃으며 "똑순아, 아~~" 해보지만 그래도 역시 홱~!ㅠㅠ

이런 똑순이에게 밥을 먹이는 방법이 딱 하나있는데
뭔가 신기한걸 가지고 같이 놀면서 밥을 먹이는 것입니다.
김똑순, 신기한 뭔가가 새로 등장한 바로 그 순간 입을 딱 벌리고 한 숟가락 낼름 받아먹습니다.
엄마아빠 눈에는 그게 더 신기합니다.
^^


오늘 저녁도 입을 꼭 다물고 완강하게 버티던 녀석이
제 식탁위에 '삼발이'(작은 구멍이 숭숭 난 찜기 있잖아요, 접었다 펴졌다하는~^^)를 놔주자
그때부터 삼발이에 집중,
이리저리 돌려보고 구멍에 손대보고 엄마가 접었다 폈다하는걸 보는데 정신이 팔려
이유식 반그릇을 넙죽넙죽 받아먹었습니다.

그러다 삼발이에 대한 호기심이 다 하자 바로 다시 숟가락을 거부합니다. 
이 때를 대비해 새댁이 준비해둔 비장의 카드! 삶은 계란을 쥐어줬습니다.
다행히 예상이 적중하여.. 똑순이는 처음 보는 신기한 녀석을 이리저리 굴려보고 삼발이에 넣어보고 하며 
나머지 반그릇도 잘 받아 먹습니다.
식탁 아래로 툭 떨어뜨린 계란은 껍질을 까서 잘 익은 노른자만 똑순이에게 먹이는데
신기한 반찬(삶은 계란 노른자) 덕분에 오늘은 남은 이유식도 다 먹었습니다.






  + 흠~ 먹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요녀석....



+ 흥~ 안먹을래~! 고개를 돌립니다.. 






+ "똑순아, 그러지말고 먹자~~" "에잉~ 안먹는다니까~~" 고개를 아주 홱 떨구는군요. 이 녀석이~~!ㅜㅜ





+ "그럼 이거라도 먹어~~~" 엄마의 다른 손에도 먹을게 있었지롱~!^^



휴.. 
오늘은 삼발이와 계란 덕분에 쉽게 넘어갔지만 내일은 또 뭘 보여줘야할까요..
그동안 각종 냄비와 그 뚜껑들, 작은 강판, 국자, 락앤락통, 마늘찧는 절구와 방망이, 집게, 거품기... 등등
등장할 수 있는 주방용품들은 거의 다 똑순이 식탁 위에 등장했습니다. 

새댁은 이 모든 것을 이용해 똑순이의 흥미를 끌려고 애쓰는데
냄비뚜껑을 들고 비행접시라며 흔들어 보여주기도 하고, 젓가락으로 난타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결국 플라스틱 냄비뚜껑은 똑순이 식탁 아래로 세게 떨어져 운명을 달리하기도 했습니다. ㅠㅠ
  
물건으로 안 될때는 새댁이 신기한 소리, 신기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럼 요 녀석, 재밌어하면서 한숟갈 또 받아먹지요. 
아고~~~
어제는 "타잔이 십원짜리 팬티를 입고, 이십원짜리 칼을 차고 노래를 한다 아아아아아~~~~"를 한참 불러
겨우 똑순이에게 이유식을 좀 먹였습니다. ㅠㅠ

화창한 봄날, 11개월짜리 아가를 앞에 두고
밥 먹일 때마다 한바탕 쑈를 하고나면 
기운도 빠지고 배도 고프고...
삐에로의 비애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흑! 
그래도 똑순이의 이유식 그릇이 비어가는 것을 보면 뿌듯합니다. 
똑순이 다 먹이고 나면 새댁은 그제야 식은 국에 밥을 말아 후루룩 후루룩 얼른 먹습니다.
똑순이랑 둘이 밥먹을 때는 새댁 반찬까지 차릴 여유가 없어 김치 하나 놓고 먹을 때가 많습니다. 
... 쓰다보니 점점 더 비애가 커지는군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똑순이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고.. 저는 내일 친정에 가니까요!  ^^;;

친정가서 울엄니가 해주시는 맛있는 밥 먹고 기운 많이 차려서 돌아와야겠습니다.
다녀와서는 '개인기'를 더 개발하고, 신기한 살림도구들을 더 많이 찾아내서 
똑순이가 밥을 더 잘 먹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똑순아, 우리 또 신나게 한바탕 해보자~
^^   



+


내일 친정에 내려간다 생각하니 괜히 마음만 바빠서
오늘 하루종일 짐을 싼다고 쌌는데 아직도 빠진게 많은것 같습니다.
한 열흘쯤 있을건데 짐은 사실 한달도 더 있을만큼 싼 것 같습니다. ^^;;;
이제 임신 6개월인 언니에게 줄 임부복, 책들, 태교 CD 같은 것들도 챙기고
똑순이 짐, 제 짐.. 자꾸만 싸도 자꾸만 빠진 것 같습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시골집에 있는 동안 컴퓨터와는 이별인지라 열흘정도는 못 뵙겠어요.
모두들 건강하시고요..
노동절, 깊은 봄, 5월 모두 잘 맞이하시길 빕니다.
똑순이랑 저도 봄햇살 많이 받고, 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지내다 돌아오겠습니다.
잠시 혼자 지낼 신랑도 밥 잘 챙겨먹고.. 넘 외로워말고..(응? 신났나?--;;) 화이팅하세요~~ 
^^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 4. 21. 21:29



어제오늘은 비바람 쌩쌩 휘몰아쳐 언제 그랬나 싶지만..
한 며칠 봄나들이 하기에 참 좋았지요. 
생애 첫 봄을 맞은 똑순이도 부지런히 꽃보러 다녔습니다.

새댁과 신랑에게는 부모가 되고 맞는 첫번째 봄입니다.
아기에게 꽃도 보여주고 봄햇살, 봄공기.. 조금이라도 더 느끼게 해주고싶어 부지런히 나서다보니
처녀총각 시절보다 훨씬 바쁜 것 같습니다.
 
내 한몸 씻고, 카메라만 챙겨 가볍게 나서면 되던 그 시절과 달리
아기 옷 갈아입히고, 아기 도시락, 유모차, 수유쿠션에 기저귀가방까지.. 한번 나가려면 이것저것 챙길 것도 많지요~^^
그래도 화창한 날, 아가데리고 나들이가는 엄마아빠 마음은 무척 행복합니다.





화사한 벚꽃그늘 아래로 우리집 두 꽃남이 걸어옵니다~
여기는 우리 동네 불광천변. ^^ 지지난 주말 사진이네요~







봄볕이 환합니다. 주말 내내 해를 많이 봐서 똑순이 하얀 얼굴이 살짝 탔습니다.
조그맣고 까만 얼굴로 뽈뽈 기어다니는 녀석을 보니 며칠새 더 단단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와~~ 오리다, 오리!"
불광천을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오리 부부(?)를 만났습니다. 엄마 혼자 신나하고, 똑순이는 의연히 딴데만 봤데요~^^






신랑이 찍은 벚꽃입니다.
피어있는 모습도, 바람불면 꽃비로 떨어져내리는 모습도 참 예쁜 꽃이지요. 좀 서글프기도 하지만요.. 








천변에 앉은 두 남자, 다정합니다. ^^ 
주중에는 아침에 잠깐밖에 아빠를 못 보는 똑순이, 주말에는 아빠 뒤를 졸졸졸 따라다닙니다. 
물론 제일 많이 따라다니는건 엄마 뒤지만요~~ㅎ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 불광천변도 여유롭습니다.

아.. 맥주 한잔하면 딱 좋겠다.. 신랑의 탄식이 햇살받은 강물처럼 반짝 터져나옵니다.
집에서 조금만 더 가까우면 시원한 저녁에 맥주캔 사들고 슬리퍼끌고 나올텐데..
똑순이 유모차태워 산책도 자주 하고 좋으련만.. 그러기에는 살짝 먼 거리가 아쉽습니다.








오랫만에 신랑 독사진 한번 찍어봤습니다. 많이 삭았습니다. ㅠㅠ
얼마전 똑순이 낳기 전에 찍었던 신랑 사진을 우연히 다시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땐 정말 귀여웠더라구요~^^;
처자식 부양하느라 우리 신랑 넘 고생이 많습니다.








신랑도 오랫만에 새댁 독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똑순이 태어나고 나서는 독사진을 찍어본 기억이 별로 없네요~^^
아.. 많이 늙었습니다. ㅜ
늙는 것은 두렵지 않은데.. 늙어가는 내 얼굴이 밉지 않고, 제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집에서 아기를 키우며 지내다보니
문득 내 이름은 사라지고 '엄마'라는 이름만 남는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 우울했습니다.
'**씨'라고 불리며 내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의 엄마'로 내 인생없이 아이의 인생만 같이 살고있는건 아닐까.. 

새댁은 똑순이가 조금 더 큰 뒤에는 뭔가 내 일을 다시 할 생각이지만 
육아에만 전념하고 있는 이 시간도 '내 인생'이 아닌 건 아니겠지요.
육아가 아이와 함께 나 자신도 더 키우고 깊어지게 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수 있다면 '**의 엄마'로 사는 삶은 내가 없어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더 나를 '완성'하는 삶일 것도 같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속에 첫번째 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책/육아도움책2009. 4. 16. 21:46

 

베이비 위스퍼 - 10점
트레이시 호그, 멜리다 블로우 지음, 노혜숙 옮김, 김수연 감수/세종서적



제가 이 책을 읽은 것은 똑순이가 생후 4개월 즈음이었습니다.
똑순이의 수면패턴이 최악(?)으로 치닫던 때였죠.

낮잠도 잘 안자고, 밤에도 그전에는 보통 2~3시간 정도 자고 깨던 녀석이 40분마다 깨서 울고..
그런 녀석을 재우기위해 밤마다 안고 돌아다니고, 수시로 젖을 먹이다보니
새댁도 거의 잠을 못자 정말 녹초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보통 잠 잘 못자고 보채던 아가들도 100일 지나면서부터는 잘 자서 '백일의 기적'이란 말도 있다는데
우리 똑순이는 오히려 100일 지나고부터 점점 더 잠자기가 어려워지니 어떡해야하나.. 정말 고민되더라구요.

게다가 다른 육아서들에서는 2~3개월쯤부터 혼자 누워 잠들도록 해서,
4개월쯤부터는 밤에 6~7시간은 깨지않고 혼자 잘 자게 할 수 있다며 수면 습관을 잘 들여보라는데
잠들때까지 안고 흔들거나, 졸려할 때마다 젖을 먹이는게 아니라
아가 혼자 누워서 자장가를 들으며 뒹굴뒹굴 낑낑 하다가 스르륵 잠들기..라는게
정말 가능한 일이지 늘 팔이 떨어져라 똑순이를 안아재우던 저에게는 꿈만 같은 얘기였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육아까페들에서 '아이 혼자 자는 습관들이기'에 관해 찾아보니
한 며칠 대차게 울리면 그 뒤론 혼자 잘 자게 된다는 얘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정말 그렇게 해야하는걸까.. 싶어 하루 정도 새댁도 도전해봤지만 
아이가 우는 10분은 1시간보다 길게 느껴졌습니다. 
엄마를 찾는듯한 똑순이의 울음 소리를 도저히 계속 듣고 있을 수가 없어서 
다시 안아 얼르고 하다보니 실패... 도저히 이 방법으론 안되겠다 싶던 그때,

불현듯 육아선배 두 사람이 생각나 전화를 걸었고
두 사람 모두 제게 '베이비 위스퍼' 이 책과,
이 책의 내용을 기본으로 아기 잠투정 문제 해결법을 집중 탐구한 블로그 '아기와의 즐거운 속삭임' 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여전히(10개월인 지금까지~) 똑순이는 혼자 잠은 못듭니다. ^^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속삭임 블로그를 보면서 새댁이 받았던 위안과 깨달음은 참 두고두고 고마운 것이었습니다.
(책 얘기만으로도 포스팅이 길어져서.. 블로그는 언제 따로 한번 더 소개할까봐요~;;)


우선, 이 책을 읽고 저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똑순이가 울어도 당황하지 않고, 훨씬 더 침착하게 똑순이를 대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저자가 제시한 'slow'란 원칙 덕분입니다.
아기가 울면 가슴부터 덜컥 내려앉던 초보엄마에게 '한템포 천천히' 란 주문은 매우 중요하고, 적절한 것이었습니다.

짧게 옮겨보면,

S 는 'stop' 입니다. 일단 멈추라는 거지요. 아기가 울면 바로 안아올리지 말고, 잠시 멈춰서서 심호흡을 가다듬으라는 것입니다. 운다고 죽는 아기는 없다는 다소 과장된 설명에 초보엄마는 적잖이 안심했습니다. 울음은 아기의 언어.. 아기는 지금 뭔가를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얘기를 가장 잘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아기와 24시간 함께 지내는 저입니다.

L 은 'listen', 아기의 얘기를 들어보라는 것이죠. 무슨 얘기일까? 잘 듣고 파악해야합니다.

O 는 'observe' 관찰해봅니다. 아기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주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기의 신체언어와 주변 상황을 살펴보고..

W 는 'what's up'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이제 보고들은 것을 토대로 평가하고 대처하라는 것이죠. 

어찌보면 무척 단순하고, 또 그전부터도 그렇게 해왔던 것일수도 있는데 
잠시 한 호흡 멈추고 아기를 바라보는 것, '무슨 일이니, 얘야~'하고 아이에게 말을 거는 것,
어떤 대응을 하든 좀더 천천히, 여유를 갖고 움직일 수 있게 된 것 만으로도 
새댁에게는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엄마의 목소리와 몸짓에서 배어나는 여유와 자신감, 부드러움 같은 것이 똑순이에게도 전해져 더 안심이 되었을것 같아요.

초보엄마의 정곡을 찔렀던 또 한가지!
베이비위스퍼(아기돌봄전문가, 보모라고 많이 부르지요^^)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저자에 따르면
건강한 아기가 울음으로 표현하는 것과 표현하지 않는 것이 있는데 새댁, 그 둘을 구분해놓은 표를 보고 뒤집어졌습니다. ^^
표현하는 것은 '배가 고프다, 피곤하다, 자극이 지나치다, 배가 아프다, 불편하다, 너무 덥다, 너무 춥다, 충분히 먹었다, 안아달라' 등 이고
표현하지 않는 것은 '당신에게 화가 났다, 슬프다, 외롭다, 어둠이 무섭다, 지루하다, 내 침대가 싫다, 당신 생활을 망쳐놓겠다' 등 이라는 것입니다. 

이중 저는 '슬프다, 외롭다, 어둠이 무섭다'를 자주 똑순이 울음의 이유로 생각하곤 했었어요.
그런데 저자는 '슬프고, 외롭고, 어둠을 무서워하는건 바로 당신'이라고 얘기합니다.
엄마나 아빠는 자기 입장에서 아기가 우는 이유나 문제점을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듣고 보니 정말 저는 스스로에게 느끼는 측은함, 힘겨움, 외로움, 우울함 같은 것을 
똑순이의 감정처럼 자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구 우리 애기 많이 힘들지.. 혼자 자고 있어서 외로웠지..'하며 한번 안으면 잘 내려놓질 못했던 것입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깔깔 웃기도 하고, 스스로를 한번 더 안쓰러워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론 더 많이 씩씩해지게 되었습니다. 

EASY 라는 생활리듬도 큰 도움이 되었어요.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똑순이와 제 생활에 리듬이 없진 않았겠지만 제가 그걸 의식하고,
또 비교적 일정하게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게 된 결과, 갓난아기와 엄마의 생활에 모두 훨씬 더 안정감이 생겼습니다.

똑순이의 EASY를 찬찬히 관찰해보기 전에 제가 파악하고 있던 유일한 리듬은 
똑순이는 해가 지면 자고, 해가 뜨면 일어난다는 것이었어요. ^^
농담삼아 '농민의 아들'이라고 말했지만, 그 리듬 하나만으로도 하루를 버티는 큰 힘이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잘 살펴보고, 또 만들려고 노력하니 똑순이도 어렵지 않게 3시간 리듬을 갖게 되었어요.
규칙적으로 먹고(eating), 놀고(acting), 자고(sleeping), 똑순이가 잘때 새댁은 잠깐이라도 내 시간을 갖는(you, 엄마시간)
EASY 리듬이 매번 정확히 지켜지는건 아니고, 아이가 성장하면서 각 시간이 조금씩 늘고, 줄고하는 차이가 생겼지만
그래도 아이의 기본적인 생활 패턴을 단순화해서 파악하게되자 엄마의 심리적인 스트레스는 한결 줄었습니다.  
엄마의 여유나 밝은 기분은 아기에게도 잘 전해지겠지요~

쓰다보니 무척 길어졌어요.
아기 엄마들끼리 만나면 수다가 정말 많은데.. 새댁은 블로그에 그 수다를 풀어놓고 있습니다.^^

'베이비 위스퍼'의 핵심을 꼽으라면 '아기 존중'과 '아기 관찰'이 될 것 같습니다. 
아기 주위에 '존중의 테두리'라는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놓고, 누구라도 그 선을 넘어 아기에게 다가갈때는
누군가의 방문을 노크하고 양해를 구해 들어가듯 아기에게 얘기를 하라는 것도 참 신선했습니다. 
아기라고 '못 알아듣겠지', '뭘 알겠어'하고 마치 못 듣고, 못 보는, 감정없는 존재처럼 대하지 말라는 것이죠.   

유용한 이야기들이 참 많이 담겨있지만 여기서 다 소개할 순 없고요..
이 책을 감수한 아기발달연구소 김수연 소장님의 '향후 20년간 이보다 훌륭한 육아책이 나올 순 없을 것'이란 평을 전하는 것으로 대신해야겠습니다.

물론 책대로 다 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아이에게 다 들어맞는 얘긴 아니라는 것, 
이 책과 다른 지식이나 정보도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것,
저자의 경험과 판단은 훌륭한 참고가 되지만
우리 아이에 대한 가장 좋은 판단은 역시 그 엄마아빠의 몫이라는 것 등을 사족으로 남깁니다.

아무튼 '베이비 위스퍼'는 주변에 누가 임신했다고 하면 새댁이 첫번째로 권하는 책이 되었습니다.
출산을 앞두고 계신 분들(출산하고나면 한동안 정신없으므로 8~9개월쯤 꼭 읽으시길!!),
저처럼 첫아기 낳고 허둥지둥 안절부절하던 갓난아기 엄마께 권합니다. (안 읽어보셨다면 둘째 엄마들께도 물론 권합니다^^)
남편분들도 같이 읽으셔야하는건 필수겠지요~~!

행복한 엄마아빠의 아기존중 육아를 위해, 에고.. 오늘도 모두모두 화이팅입니다~^.^



* 앗. 참고로 이 책은 '베이비 위스퍼'1권(신생아부터 첫돌까지) 이고요, 2권(유아기-걷고 말하기 시작하는 아기), 3권(골드, 실전편)도 있습니다.
선배맘들의 권유는 1권부터 읽을 것, 육아의 원칙이 담겨있는 1권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고요,
당장 실전적용이 급해 3권부터 보는 것은 그닥 권하지 않지만 꼭 필요하면 그렇게 하되, 책대로 안된다고 아가도 괴롭히고, 엄마도 넘 괴로워말라는 당부가 있더라구요~~^^  

** 두번째 덧붙임!
아무래도 이 책은 '서양 육아법'이라 우리 정서나 문화랑 좀 안맞는 부분도 있다는 얘길 깜빡했네요~^^;
아직 돌도 안된 아가에게 따로 자기방을 주고 그 방에서 혼자 재우는 건 우리 문화에선 쉽지않은 일인데
이 책의 수면법은 그 상황을 가정하고 써있고..
그외에도 군데군데 읽다보면 낯선 대목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기 존중'과 '아기 관찰'이라는 베이비위스퍼의 핵심, 그리고 엄마아빠(들의 생활도 존중받는)도 행복한 육아를 해야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문화차이를 떠나 귀기울여볼만한 중요한 얘기들 같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 4. 12. 11:32



아기가 쑥쑥 자라니 점점 할 줄 아는 것도 많아지고, 궁금한 것도 많아지고... 힘도 세져서
엄마가 다급할 때가 아주 많아졌습니다.




"똑순아~ 거울은 위험한 거야, 그렇게 흔들면 떨어져~~~~~!"
벽에 걸려있는 길다란 거울을 붙잡고 일어서서 흔들지 않나..ㅠㅠ 

"똑순아~ 화분! 화분! 그 도자기 화분 그러다 쓰러진다~~~~!!!"
그러다 정말 쓰러졌습니다. ㅜㅜㅜㅜㅜ
다행히 화분만 크게 금이 가고, 똑순이는 다치는 않았어요.
그래도 얼마나 놀랐는지... 이건 꽤 오래전 일인데.. 그때부터 힘이 세더니 요즘은 점점 더 합니다.
겁이 없어서 그런가.. 아기들은 온 몸의 체중을 실어 뭔가를 흔들고 붙잡고 일어섭니다.

이 화분은 똑순이 태어났을때 아빠 회사분들이 축하선물로 보내주신 것입니다.
똑순이와 함께 잘 자라다 화분이 깨지는 수난을 겪고 더 큰 화분으로 분갈이를 했습니다.
분갈이 후에도 튼튼히 잘 자라주어 참 고맙습니다. 효..ㅎ
그 날 이후 새댁네 집안에 있던 화분들은 모두 베란다로 이사(대피?)를 했는데
요즘은 똑순이가 베란다에도 자꾸 나가보고 싶어해서 어찌해야할지 걱정입니다.



 화분의 3단계 변신... 지난 겨울 깨졌을때 똑순이 기저귀봉지를 두르고 무사히 겨울을 났습니다.^^;;

 


이렇게 위험한 순간도 가끔 있지만, 대개는 자잘한 실강이가 많습니다.

특히 이유식 먹을때...

제 숟가락과 포크를 들고 먹는 연습을 하다가
제 옷에 흘리고, 거실 곳곳으로 날리고, 엄마 옷에 바르는 정도는 뭐 양호합니다. 

"똑순아, 마시는 물컵에는 손 넣는거 아냐~~ 손 씻을때만 바가지에 손 넣어야지...."
그래도 물을 좋아하는 똑순이, 제 컵에 손을 넣고 싶어 안달입니다.
실강이끝에.. 물이 쏟아지지요.ㅠ
투덜투덜.. 하며 엄마가 걸레가지러 가는 동안 똑순이는 쏟아진 물만지며 신나게 물장난~!

때때로 단식투쟁도 합니다. (요 어린것이 벌써~!!!)
똑순이 식탁으로 쓰는 범보의자에서 꺼내달라는 것입니다. 
이유식은 반도 아직 안먹었는데.. 갑갑하다고 낑낑끙끙 난립니다.
입을 꼭 다물고 숟가락을 완강히 거부하며 "에! 에! 응! 응!" 꺼내달라고 팔을 휘젓습니다.
ㅜㅜ
어쩔수없이 식탁을 빼고, 범보의자에서 일으켜주면 
배시시 웃으며 작은 식탁 주위를 뺑뻉 돌며 이유식을 받아먹습니다.
밥먹을때 돌아다니는 아이들땜에 고생하는 엄마들을 많이 봐온 새댁, 
절대! 따라다니면서는 안먹이겠다고 결심했는데..
대신 똑순이가 놀다가 엄마한테 올때까지 기다리고, 얼르고, 장난감과 책으로 꼬시고...
그러느라 이유식먹는 시간이 전보다 배는 길어졌습니다. ㅠ

이제는 범보의자 졸업할 때도 된 것 같아 어제는 유아용 식탁의자를 주문했습니다. 
그럼 좀 잘 앉아 먹으려나요~ 한가닥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똑순이와 함께 새댁과 신랑도 다시 식탁으로 컴백할 생각을 하니 왠지 감격스럽기도 합니다. 잘 되야될텐데~^^;

젖 먹을때도 요즘은 실갱이가 장난아닙니다. 
이유식을 잘 먹으면서 젖먹는 횟수는 많이 줄어든 똑순이, 잘 때를 포함해서 하루에 5~6번 먹는데요
낮에 먹는 세번은 여지없이 낮잠으로 연결됩니다. 졸릴때 젖을 빨며 잠에 빠져드는 것이지요...
그런데, 요녀석 젖먹으며 엄마 머리카락은 왜그리 쥐어뜯는지..ㅠㅠ
갓난아기 시절에는 젖먹으며 엄마 얼굴도 만지고, 머리카락도 만지는 손길이 그렇게 부드럽고 귀엽더니..
이제는 손아귀 힘도 장난아닌 녀석이 엄마 머리카락을 홱 잡아채서 퍽퍽 당깁니다. 
못하게 하면 먹던 젖도 그만 먹고 휙 일어나 놀러가버리던가, 졸려서 눈이 벌건채로 낑낑 거리니...
어쩔수없이 새댁, 잠들기 전까지 머리카락을 똑순이 러비(아기들이 잠올때 안고 물고 뜯고 자는 인형이나 천)로 내주고 있습니다.
똑순이가 큰 뒤에.. 다른건 뭐 보상하라 하고픈 맘이 없지만 
가뜩이나 숱없는 엄마 머리카락을 다 뽑아버린 것은 보상받아얄 것 같습니다.ㅠㅠ


  




'글쎄 난 잘 모르겠는걸~' 하품하며 딴청부립니다. 요녀석~~! 많이 컸지요? ^^


+


아무튼 이런저런 실갱이속에 아침 해가 뜨고, 저녁 해가 지는 요즘입니다. 
휴..
커가는 아이를 따라다니려니 힘도 딸리고, 어지러워지는 집안만큼 마음도 헝클어질 때가 많지만..
그래도 실갱이 할 것이 늘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똑순이가 많이 자라고 있다는 얘기겠지요.

아이는 재빠르고, 마음은 급하고, 화도 나고 하니..
새댁 입에서 "안돼!"란 말이 너무 쉽게, 아무 부연설명없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세상은 신기하고 궁금한 것 투성이인데 엄마는 못 하게만 하고, 소리치고..
그래서 똑순이가 답답하고 화나는 상황에 처하게하고 싶진 않은데요. 
왜 안 되는지 똑순이가 납득할 수 있게 잘 설명하고, 서로 합의(?)하에 규칙을 정하고 
서로 배려하고 존중해주며 함께 지냈음 좋겠다... 바래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서랍장과 싱크대 문을 열고 탐색하기 시작한 똑순이,
요녀석과 함께 보낼 봄이 기대됩니다. 
과연 저는 분노와 짜증을 잘 컨트롤해가며 아이와 평화롭게 지낼수 있을까요?
스스로에게 기대와 걱정이 교차합니다. 
엄마부터 마음수련 잘 하며 많이 자라야겠습니다. 아자자~!^^




엄말 너무 시험에 들게하지 말아라, 얘야~~ㅎ







엄마, 난 세상이 너무 궁금해요~ 온통 궁금한 것 투성이야!
그래.. 아가야, 마음껏 부딪히며 네 궁금함을 풀어보렴.. 단, 다치지만 말고..^^;;;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 3. 31. 21:06


세상에 태어난지 302일째인 오늘.
똑순이가 혼자 일어섰습니다!

와와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침 일찍 일어나 온 방안을 굴러다니며 
엄마아빠를 깨우는 똑순이가 오늘 아침에도 엎드려있는 엄마에게 기어오길래
또 타넘을려고 하나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엄마 등를 잠깐 짚는가 싶더니 그대로 양손을 번쩍 들고 일어섰습니다.

와~!
그 순간의 놀라움이란..!
고 작은 다리에, 무릎에 잠시 힘을 주는가 싶더니 너무도 가볍게 살짝 일어서버린 것입니다. 

새댁, 너무 놀랍고 좋아서 누운채로 와와와~ 소리를 지르며 웃었답니다.
어제도 야근하고 새벽에 들어와 머리가 아프다며 끙끙거리던 신랑도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뜨고 
감격스러운 현장을 함께 지켜봤습니다. 
^^

며칠전부터 무릎으로 꿇어앉아 엉덩이를 들고 만세를 부르는 신기한 자세를 
자꾸 보여주더니 
일어서기위한 준비동작이었나 봅니다.

낮에도 몇 차례 소파나 밥상을 붙잡고 일어서서 슬며시 손을 떼더니
제법 오래(5초쯤?^^;;) 서있었습니다. 
스스로도 자랑스럽고 신기한지 활짝 웃습니다. 
새댁도 활짝 웃으며 신나게 박수를 쳐주고, 넘어지려는 아이를 얼른 잡아주었습니다. 

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보여드리고 싶은데...
혼자 일어서 있는 시간은 짧고 아직은 새댁이 옆에서 잡아줘야하는지라 사진을 찍지 못했네요~
곧~! 보여드릴께요~~ㅎㅎ


아쉬운데로.. 엄마가 손을 떼기 직전에 찍은 사진 한장 올립니다. ^^;;;




제 두 발로 땅을 딛고 선 아이는 작은 나무처럼 씩씩해보였습니다. 
아이야.. 이제 그 발로 아름다운 대지를 마음껏 걸어라~! 


어느새 300일.. 아이가 자라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엄마아빠(음마아바)' 말을 하고, 혼자 일어서고, 뭔가를 붙잡고 이리저리 집안을 걸어다니는 요 녀석의 성장이 놀랍기만 합니다.
오늘은 제법 큰 공을 던지는 놀이를 함께 했는데 어찌나 까르르 웃으며 좋아하던지...
물고 빨기만 하던 공을 곧 통통 던지며 놀 수있게 될 것같다는 생각을 하며 새댁, 무척 설레입니다.


더 아기였던 시절에도 우리는 서로의 심장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듣고,
함께 울고 웃고 잠들고 깨왔지만
아이가 자랄수록 눈빛으로, 표정으로, 이런저런 소리와 음성으로
더 많이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게 되어 아이와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 듭니다.

아이의 맑고 검은 두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에서 나를 이렇게 믿고, 의지하고, 좋아하는 존재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에게도 아마 엄마같이 모든걸 다 받아주고 사랑해주는 존재는 다시 없겠지요.

문득
아이가 자라는 것을 지켜볼 수 있게 해주신,
이렇게 신비롭고 아름다운 과정을 함께 할 수 있게 해주신
그 누군가에게 정말로 감사드리고 싶은 저녁입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2009. 3. 27. 22:04

주말을 앞둔 금요일은 꼭 일주일이 다 끝나는 날처럼 피곤합니다.
몸은 물먹은 솜처럼 무겁지만.. 다가오는 휴일 생각에 안도하게 되기도 하고요.

거의 매일 야근을 하는 신랑이 어제도 새벽 1시에 들어오더니
오늘 아침에는 몹시 피곤해하다가 지각을 했습니다.
요즘같은 불경기에 일이 없는 것보다야 바쁜 것이 훨씬 다행이라지만..
연일 잘 쉬지도 못하고 고생하는 신랑이 안쓰럽습니다.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되고..
잘 내색하진 않지만 그 어깨가 얼마나 무거울까.
바람부는 추운 세상으로 매일 아침 나서려면 얼마나 떨릴까..
하고싶은 일도 많을텐데.. 생계를 위한 매일의 고단한 노동 외에 다른건 잘 엄두내지 못하는 신랑.
고맙고 미안합니다.

문득 엊그제 봤던 시 한편이 떠올라 올려봅니다.

+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六文三의 코가 납짝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을 짜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十九文半.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十九文半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 박목월 시, '가정' 전문



피곤하면 자면서 코를 고는 신랑은 요즘 거의 매일 아주 심하게 코를 곱니다.
새댁도 요즘 밤에 자려고 누우면 오른팔이 쑤시고 아파서 한참동안 잠을 못이룹니다. 
둘 다 참 피곤한 날들을 통과하고 있나봅니다. 
그래도 무럭무럭 잘 커주는 똑순이를 보며 힘을 내야하는, 힘이 나는 우리..
어설프지만 우리도 아버지, 어머니가 되어가고 있나 봅니다.








오늘은 똑순이가 새댁이 듣기에도 분명하게 "아~빠빠빠바바바"라고 말했습니다.
(신랑은 전부터도 '아부와~'라고 말한다고 주장해왔어요~ㅋ)
내일 듣고 기뻐할 신랑을 생각하니 슬며시 웃음이 납니다. 
똑순아부지, 힘내요~!^^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