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육아도움책2010. 7. 1. 23:15



아이가 자랄수록 엄마도 함께 공부할게 많아지는 것 같다.
자라는 아이를 보며 궁금하고 고민스러운 것이 날로 많아지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만 이럴까? 요맘때 애들은 다 이런가? 다 이렇게 고집스럽고, 장난꾸러기고 말썽장이일까?'
'내가 너무 야단을 안 치나? 더 엄하게 해야하는건 아닐까? 어떻게 키워야하지?'
'만 두 돌 이후의 아이에게는 어떤 놀이가 필요한걸까? 늘 하던 놀이만 계속 하는건 지겨울 것 같은데...'

그래서 이런 내 궁금증과 필요를 해결해줄 수 있는 육아책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딱 만났다. 
내가 신뢰하는 출판사인 보리출판사의 책목록을 훑어보다가 발견한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 시리즈! 
1살부터 6살까지 나이별로 한권씩! 지금 우리 아이에게 딱 맞는 내용이 책 한권 가득 들어있어 읽기전부터 든든하다.  



 
두 살,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 - 10점
오사카보육연구소 지음, 이학선 옮김/보리




처음 주문할때는 만으로 두 돌이 된 연수에게 맞는 내용이 <두 살,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인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책에서 '두 살'은 우리 나이세듯이 만13개월부터 24개월을 뜻했다.
(책 소개에 그 내용이 없어 미리 알기가 어려웠다. 혹시 구입하시려는 분들은 참고하셔요..) 
잘못 주문했다고 속상해했는데 찬찬히 읽어보니 더 잘 된 일이었다.
13개월~24개월이 어떤 시기였는지를 다시 돌아보고, 그 시절에 내가 아이를 돌보면서 부족했던 것들을 짚어볼 수 있었다.
 
저혼자 숟가락질을 잘 하지 않고, 손으로 음식에 장난을 많이 치는 연수의 식습관은 늘 고민이었다.
처음 이유식을 먹을 때는 '음식에 흥미를 갖는 것과 스스로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손으로 먹어도 그냥 두고 장난치는 것만 제지하면서 지내왔지만 두 돌이 됐는데도 계속 그렇게 두면 안되지 않을까.. 싶고
무엇보다 연수가 일부러 하는 음식장난을 보면서 내가 너무 화가 나곤 했다.


"손으로 집어 먹는 것은 먹으려는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언제까지나 손으로 집어 먹게 내버려 두지 말고, 숟가락으로 먹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칩니다. 특히 두 살 중반이 지나면 손으로 먹게 하지 말고, 숟가락으로 잘 먹으면 "잘 먹었구나"하고 칭찬하는 것도 잊지 맙시다. 두 살 어린이들이 밥을 먹을 때는 어른이 금지하거나 지시하기 쉬운데 그보다는 잘 했을때 확실히 칭찬해주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책 104쪽)


별 것 아닌것 같은 내용이지만 실제 내가 하는 것을 돌아보니 연수에게 제대로 숟가락을 맡겨본 적이 별로 없었다. 
아직은 혼자서 잘 못먹는다는 생각만 했지 스스로 먹는 것을 북돋워주고, 응원해주면서 해볼 생각을 별로 못 했다.
계속 엄마가 먹여주면서 '좀 더 먹었으면..'하고만 바라고, 손으로 장난치는 것만 못하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연수에게 숟가락을 맡기고, 잘 되든 안되든 기다리면서 '잘 한다, 와~ 우리 연수가 혼자 밥도 숟가락으로 잘 떠먹네'하고 칭찬해주었더니 연수는 신이 나서 숟가락질을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참 단순한 변화인데도 사람 마음이 이렇게 신나고 기쁠 수가 없다. 
엄마는 칭찬하면서 기다려주고, 연수는 신나서 열심히 하고.. 
절반쯤 먹다 흥미가 떨어지면 내가 다시 먹여주기도 하지만,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일때는 혼자 밥 한그릇을 다 먹기도 한다. (아이에게는 특히 '맛있는 것'이 식사에 대한 의욕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인듯..ㅠ)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아이들이 일정하게 일어나서 먹고 놀고 잠을 자야 합니다. 두 살 어린이는 사람다운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출발점에 서 있으므로 이것은 더구나 크고 중요한 문제입니다... 부모 사정으로 아침을 거르거나, 평소에는 "팬티는 혼자서 입어 봐." 해 놓고 어느 날은 늦었다고 부모가 서둘러 입혀 주면 어린이는 기분이 망가지고 때로는 울고 소리지르고 하여 결국 어린이 스스로 입을 때보다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합니다.... 교사가 "빨리 손 씻어." "팬티는 입혀줄테니까 빨리 해."하고 재촉하면 생활에 일관성이 없어집니다. 이 나이에는 재촉해도 빨리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어른처럼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교사는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해서 해야합니다" (책, 112~113쪽)


일관성은 정말 중요하다. 
나도 연수에게 어느 날은 혼자 숟가락으로 밥을 먹어보라고 했다가 어느 날은 처음부터 그냥 내 손으로 먹여줘 버리고, 
옷입는 것도 가끔 생각날때만 혼자 입어보라고 하고 평소에는 그저 빨리빨리 내가 갈아입히는데 급급했다. 
아이에게는 하나하나가 중요한 일상이고, 배움인데 그런 것들을 엄마가 일관성없이, 그날그날 되는데로 해나가면서 아이의 생활습관이 잘 잡히지 않는다고 속상해하면 안되겠구나... 하고 깨달았다.

이 책은 일본의 오사카에서 지역아동 보육운동을 20년가까이 해온 성과를 모아 '오사카보육연구소'에서 1984년에 제작한 것이다. 2010년의 우리 현실과는 시대 차이도, 문화 차이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를 대하는 마음자세는 배울 점이 정말 많다.
애정을 가지고, 오랫동안, 여러 아이들을 키워본 사람들의 집단적인 지혜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얘기들이다. 

책은 참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우선, 두 살이란 나이가 어떤 시기인지를 정리하고(1장 두 살, 말이 꽃피는 시기)
세 살까지의 1년동안 어떤 목표를 가질 것인지를 어린이의 활동을 중심으로 정리해본다(2장 두살 어린이 보육계획).
'3장  두 살 어린이를 돌볼 때' 에서는 건강, 안전, 음식, 생활습관, 놀이 등의 중요한 내용들이 세심하게 쓰여 있고
마지막 4장에서 어린이집 교사와 부모가 할일 을 정리해놓았다.
전체 170쪽 정도로 분량이 많진 않지만 중간중간 진도가 얼른 안 나가는 대목도 있다.(특히 뇌발달과 손의 관계 등은 과학에 약한 나에게는 쿨럭..ㅡㅡ;;) 
 

어른은 어른 방식으로 어린이를 바라보기 쉽습니다. 거기에서 아이와 많이 부딪히고, 아이는 바쁜 어머니를 애타가 합니다. 어린이도 불만에 찬 날들이 이어지면 아주 안 좋습니다. 한 살 어린이는 누군가가 옆에서 다 해주어야 한다면, 두 살 어린이는 자기 뜻대로 무엇이든 해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넘쳐 납니다. 도구를 적극 다루면서 바깥세상에 다가가고, 말을 풍성하게 이해하고, 또 쓸 수 있는 어휘 수도 늘어갑니다. 어른뿐 아니라 어린이끼리도 관계를 잘 맺어갑니다... 끊임없이 "내가 할게, 내가 할게." "싫어, 싫어"하고 말하는 두 살 어린이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어린이가 자주성도 발달하고, 다음 행동으로 기운차게 옮아갈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이 시기를 잘 넘겨야 합니다. (책, 146~147쪽) 

어린이한테는 어린이와 함께 놀고 지켜보고 감동할 수 있는 어른이 있어야 합니다. 두 살 어린이에게는 손에 닿는 것 하나하나, 눈으로 보는 것 하나하나가 놀랍고 새운 것이며, 흥미로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조금도 가만히 있지 못합니다. 갖고 싶은 것, 만져 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바로 손에 넣고, 그렇게 하지 못하면 어른을 부르러 옵니다. 산만하거나, 장난만 치는게 아니라 탐구심과 행동력이 강합니다. 교사는 이렇게 어린이가 계속 걷고 돌아다니며 새로운 것을 찾아 나갈때 어린이와 함께 놀라고 기뻐하면서, 그 마음과 행동을 소중히 생각해야 합니다.(책, 131쪽)


집단보육(어린이집)을 우리나라보다 한 세대 일찍 시작한 일본에서 '어떻게 하면 가정과 지역과 어린이집이 힘을 모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실천해온 기록인 이 책은
기본적으로 '아이를 이해하자, 아이의 성장을 돕자, 아이를 마음껏 행복하게 놀게 하자'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어린이집 교사, 아이의 부모, 어린이집의 운영자 등 아이를 만나는 여러 주체가 어떤 입장에서 읽어도 도움이 된다.


어린이의 기분을 이끌어 내고 열어 나가야 합니다. 교사가 말을 확실하게 하고, 몸짓을 크게 하고, 표정을 풍부하게 해서 어린이에게 말을 건네야 합니다... 교사의 아름다운 표정과 몸짓이 이렇게 아이들을 움직이고, 해보고 싶어하게 만듭니다.(133쪽)

이 세상에 태어난 갓난아기를 사람다운 사람으로 키우는 일을 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더욱 아름다운 사람으로 갈고 닦으면서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를 돌보면서 자신이 더욱 사람다워지는 것을 기뻐하고 즐거워해야 합니다. 교사는 아이와 같이 생각하고, 아이가 즐겁게 생활하고 풍성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신이 성장하는 길이라고 생각할 때 행복합니다. (책, 139쪽)


나는 엄마이고 지금 내 아이에게는 교사이기도 하다.
다른 누구보다도 아이는 내게서 배우고, 나를 통해 세상을 만나면서 제 나름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있다.
교사의 관점이 엄마인 내게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내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있는 엄마라면 '내 아이의 보육교사가 이런 사람이었으면..'하고 바라는 그 모습을
지금 나는 내게 바래야하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배우고 생각한 것들을 생활에서 잘 실천하도록 노력해봐야지..
오늘 하루도 또 세살배기 말썽쟁이와 옥신각신, 투닥투닥 하느라 온몸에 진이 다 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다시 마음을 추스려본다. 엄마와 아이, 내일은 더 행복하게 자라자~!



Posted by 연신내새댁
책/육아도움책2009. 12. 2. 15:08



이웃집에 놀러갔다가 전부터 읽어 보고싶었던 이유식 책이 있길래 얼른 빌려와 읽었습니다.
만 18개월을 꽉 채운 연수는 이제 거의 어른들과 같은 밥을 먹는 이유식 완료기지만 그래도 배울 것이 참 많은 책이었습니다.




다시 쓰는 이유식 - 10점
김수현 지음/넥서스BOOKS




"이가 나면 씹는 훈련이 시작된다... 씹는 훈련은 타액의 분비를 원활하게 만들어 소화 흡수 기능을 돕고 음식 맛에도 예민해진다. 뿐만 아니라 뇌의 혈액량이 증가해서 두뇌를 마사지하는 역할도 한다. 많이 씹는 아기일수록 사물의 인지능력과 기억력이 더 발달한다.. 씹는 훈련만 잘 해도 얼굴 모양새가 정리되어 예쁜 용모를 만들 수 있다. 씹는 훈련은 혀와 입 근육, 턱 관절을 단련해 말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고, 치열을 고르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35~6쪽. 1장 이유식, 건강한 아기를 만드는 훈련 중에서)"


잘 씹기만 해도 이렇게 잘 클수 있다니! ^^; 
야채와 과일을 아삭아삭 오물오물 잘 씹어먹는 아이를 생각하며 흐뭇해하다가, 밥은 당췌 잘 씹지 않고 물에 말아줘야 후루룩 삼켜버리는 것이 생각나 마음에 먹구름이 또 슬며시 몰려왔습니다. 휴...



"아기가 엄마가 만들어준 이유식을 충분히 먹지 않는다면 이보다 더 속상한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위의 능력은 그야말로 위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 식욕은 의욕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식욕부진, 소화능력 부진, 영양의 흡수능력 부진이 아기의 성장을 방해하는 가장 큰 원인들이다. 아기가 밥을 잘 먹으려면 아기가 삶의 의욕과 호기심을 갖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41쪽. 1장 중에서)" 

 
식욕은 의욕을 반영한다는 얘기가 인상적입니다.
저자는 생활 전반의 의욕을 얘기한 것이지만, 먹는 행위와 음식들에 대한 의욕과 호감에도 해당되는 얘기일 것 같아요.
반찬은 잘 먹으면서도 밥은 도무지 먹으려 하지 않는 아이 때문에 제가 요즘 사실 고민이 많답니다.
색깔과 질감, 맛이 다양한 반찬들과 달리 늘 한결같이 밍밍한 맛인 밥에는 흥미가 없는 걸까.. 밥은 제 손으로 마음껏 주무를 수 없어서 흥미가 없는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반찬은 손으로 쥐고 먹어도 그냥 두는데 밥은 손으로 쥐지 못하게 하거든요.
아무튼 씹으면 씹을수록 은근한 단맛이 입안에 퍼지는 밥을 좀더 좋아하게 만들 방법이 없을까... 고민입니다.




"임신 전에 자주 끼니를 굶거나 흰 쌀밥, 흰 밀가루 등의 식품들을 즐겨 먹고 폭식습관을 가지고 있었다면 혈당이 빨리 올라갔다가 더 많이 떨어지게 된다. 이와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 인슐린, 갑상선, 부신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긴다. 이것은 설탕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과잉 섭취했을 때나 섬유질 섭취가 부족할 때도 나타난다... (임신) 말기가 되면 아기의 췌장이 뱃속에서 형성되면서 엄마의 약해진 췌장을 대신(해 인슐린을 만들)하기 시작한다. 엄마의 약해진 신체 기관의 기능들을 아기가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크지도 않은 아기의 췌장이 엄마를 대신해서 일하고 있다니, 이 얼마나 비극적인가!.. 그렇기 때문에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임신 전부터 올바른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45~46쪽. 2장. 이유식, 기본부터 배우고 시작하자 중에서)" 


모체(엄마)의 저혈당증과 당뇨가 소아 당뇨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였는데, 임신중에 아기의 신체 기관이 엄마 대신 기능하기도 한다는 것은 처음 들어본 얘기라 무척 놀라웠습니다.
아기들이 엄마 몸속에 있을 때부터 그 작은 몸으로 엄마의 버거운 짐을 함께 나눠져주고 있다니.. 얼마나 고맙고 미안한 일인지요. 모쪼록 더 건강해야겠다. 연수를 키우고 있는 지금도 그렇고, 언젠가는 낳을 둘째 아이를 생각해서도 내 몸을 더 잘 살피고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많은 이유식 책에서는 철분 결핍을 예방하기 위해 6개월부터 고기를 먹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고기는 늦게 먹일수록 좋다. 두 돌이 지나 먹여도 상관이 없고 더 커서 먹여도 상관이 없다. 영양만 생각하지 마라. 더 중요한 것은 아기가 육류 단백질을 소화시킬 수 있는 위장의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더군다나 철분은 많은 양이 필요하지 않다. 결핍이 있을 때는 몸이 알아서 흡수율을 높인다. 철분과 단백질은 다양한 곡류와 채소, 해조류 등을 통해 얼마든지 섭취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아기가 자연식품을 다양하게 경험하고 먹는 일이다. (86쪽. 3장. 이유식, 재료를 바꿔라 중에서)"


보통의 이유식 책이나 소아과 권장사항과 다른 얘기라 눈길이 갔습니다. 이 책을 먼저 읽은 친구도 이 대목이 특히 고민이 많이 되더랍니다. 
동물성 단백질이나 우유.계란.밀가루에 들어있는 거대 단백질들은 아직 소화능력이 미숙한 아기의 위장에서 완전히 소화되지 못한채로 몸에 흡수되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으로 작용한다고 해요. 그래서 아토피가 있는 아기들은 이런 식품들을 되도록 늦게, 조심해서 먹이지요. 우리 아이에게 눈에 띄는 아토피가 없다고 하더라도 너무 많이, 너무 일찍 먹이지는 않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왠지 '고기'와 '우유'를 먹이지 않으면 아이가 잘 크지 못할 것같아 전전긍긍하기 일쑤인 저부터 마음을 좀 느긋하게 가져야겠어요.
  



"이유식을 하는 기간 중에 소금으로 간을 하지 않는 것처럼 단맛도 철저히 금해야 한다. 이 시기에 아기가 단맛에 중독되면 크면서 더욱 달콤한 음식을 찾게 된다. 달콤한 음식에 중독되면 자연스럽게 밥을 멀리하게 된다. 편식을 하게 될 뿐만 아니라 소아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꿀과 설탕, 과당이 들어간 음식은 소금으로 간을 한 음식처럼 멀리할 수록 좋다... 빵은 밥보다 먹기 편하고 부드러워 소화도 잘 될 것 같지만 사실 빵만큼 위의 기능을 나쁘게 하는 음식도 없다.. 술술 넘어가는 음식에 익숙해져 씹어야 하는 음식들은 먹지 않으려고 한다.. 이유식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은 씹고 삼키는 훈련을 통해 올바른 식습관을 기르고 밥을 잘 먹게 하는 것이다.. 아기들이 안 먹어도 되는 음식, 아니 먹어서는 안되는 음식을 쥐어주는 사람은 바로 부모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88~90쪽. 3장 중에서)"


이 대목에서 그만 가슴이 뜨끔합니다. 요즘 아이에게 빵을 자주 간식으로 주고 있었거든요. 생각해보니 달달하고 부드러운 간식으로 배를 채운 아이가 밥을 안먹으려 하는것은 당연한 일 같습니다.
제가 사탕과 과자, 시판 요구르트 같은 것은 잘 먹지 않다보니 아이에게도 거의 먹이지 않지만, 제가 좋아하는 과일과 빵은 떨어지지 않게 재어놓고 먹습니다. 그 정도의 단맛이라도 아이에게는 정말 큰 것인지라 아이는 밥대신 빵과 과일을 열심히 찾습니다.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는 저는 실은 그것들을 잘 소화시키지 못해 위에 탈이 날때가 많습니다. 아이가 저를 닮았다면, 이 녀석도 엄마따라 빵을 즐겨먹다 위에 자주 탈나는 녀석이 되진 않을까... 걱정됩니다. '아이들이 나쁜 음식에 탐닉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모 때문'이라는 글귀가 가슴을 쿵 치고 갔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우유는 칼슘과 영양이 풍부한 완전식품일까? 굳이 완전이라는 말을 붙이자면 우유는 완전가공식품이다. 치즈와 발효유조차도 발효식품의 이점보다는 가공식품의 허점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모유나 우유는 젖먹이 시절의 먹이일 뿐이다. 나아가 사람의 젖보다 소젖이 문제인 이유는 소젖은 송아지를 키우기 위한 것이므로 엄마의 젖과 비교해서 단백질과 칼슘이 많이 들어있다. 언뜻 생각하면 단백질과 칼슘의 양이 많아서 좋을 것 같지만 단백질과 칼슘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을 촉진해서 빨리 크고 빨리 늙고 빨리 죽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는 보통 5년 동안 성장해서 25년을 살다 죽는다. 하지만 사람은 20년 이상을 성장하고 100년 가량을 산다. 모든 생명체는 성장기의 다섯 배를 산다. 이제 부모는 선택할 때다. 빨리 덩치 크게 키워서 빨리 노화시킬 것인지, 아니면 천천히 크더라도 제 수명을 다 살게 도울 것인지. ( 93쪽. 제 3장 이유식, 재료를 바꿔라 중에서)"


분유와 우유를 먹고 쑥쑥 잘 크는 아이들을 본 우리 부모님 세대는 분유와 우유를 무척 좋아하십니다.
친정 엄마도 시어머님도 모유만 먹이겠다는 제게 왜 분유를 같이 먹이지 않냐고 성화셨고, 18개월인 지금은 젖은 언제 뗄거냐고 물으시고, 우유를 좀 많이씩 먹이라고 늘 당부하시지요.
그 마음을 저는 이해합니다. 가난하고 배고프던 시절에 잘 사는집 아이들이 떨어지지 않게 대놓고 먹던 분유가 얼마나 부러우셨을까요. 그걸 먹고 얼굴도 뽀얗고 살집도 튼튼하게 자라는 아이들을 보며 우리 아이에게도 먹이고파 얼마나 애쓰셨을까요.
시판 이유식에 대해서도 비슷하지요. 외제(?)인데다 값도 비싼 시판 이유식을 많이도 못사고 어쩌다 조금씩 사다 먹이며 더 먹이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 하셨단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이제는 어머니들이 집에서 직접 담근 된장, 직접 기른 야채들로 구수하게 끓여주시던 그 된장국이 얼마나 좋은 건강음식으로 각광받는지요. 모유와 엄마가 손수 만든 이유식이 아이를 튼튼하게 키워준다는 것도 알려졌구요.
우리 아이에게도 제 손으로 직접 만든, 천천히 숙성시킨 자연의 음식들을 더 많이 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천천히, 제 속도대로 알차게 크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간편한 간식이기도 하고, 왠지 안 먹일수는 없을 것 같아 저도 아이에게 우유를 먹입니다. 아이는 고소하고 배부른 우유를 아주 좋아합니다. 그래도 너무 많이 먹이지는 말아야겠어요. 흠. ^^;  



"모체는 젖과 알 등을 통해 체내에 축적되어 있는 다이옥신, 환경 호르몬, 중금속 등을 배설한다. 비극적인 일이다. 내 아기에게, 내 아기가 먹을 젖에 가장 많은 양의 노폐물이 배설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모든 생명은 자식 앞에서조차 솔직하다. 자신이 살기 위해 생명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유만한 먹을거리가 없는 현실에 하물며 다른 동물들의 배설과 정화 장치까지 수행하고 있는 젖과 알을 먹일 이유는 더더욱 없다. 먹이 사슬의 위로 올라갈수록 오염물질의 농축 현상은 더 심해진다. 환경 오염 시대에 아기를 더 안전하게 키우고 싶다면 먹이 사슬의 아래에 있는 음식을 더 많이 먹여야 한다. (93~94쪽. 3장 중에서.)"


이 얘기도 무척 놀라웠습니다. 
모유수유를 하고 있는 엄마로써 좋은 먹거리를 먹으려고 애써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가끔은 유혹을 참지 못하고 불량식품(? 맛있는 인스턴트들..ㅠ)을 먹곤합니다. 저는 제 몸이 최대한 나쁜 물질들을 걸러내고 젖에는 보내지 않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것참.... 젖을 통해 배설하고 있다니..ㅠㅠ 엄마의 갈길은 멀고도 험난합니다. 

 

"아기가 열이 나서 시름시름 앓고 눕고 싶어 하거나 업어 달라 안아 달라 보채는 시간 동안 아기들은 큰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때 부모가 이 시간을 함께 곁에서 지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나쁜 음식 때문에 설사를 하는 것이라면 빨리 배설하는 것이 좋다. 엄마는 아기의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반응을 긍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생명의 치유력을 믿지 못하면 늘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살아가야 한다. (202~205쪽. 5장. 약보다 더 좋은 것은 아기의 자연 치유력 중에서)"



"어린 생명을 돌보는 일은 땅과 햇빛, 비와 바람이 싹을 틔우고 땅 위의 생명체를 키워내듯 마냥 주고 또 주는 일이다.. 아기의 탄생과 성장은 부모에게 되돌아봄의 시간을 준다. 부모 삶의 속도를 늦추게 하고 많은 것을 버리고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것이 괴롭고 힘든 일일 수도 있지만 가족과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저자 서문 중에서)"




이 책에는 보통의 이유식 책들을 채우고 있는 화려한 이유식 레시피들은 별로 없습니다.
아주 소박하고 단순한, 재료도 방법도 복잡하지 않은 이유식 레시피가 조금 있을 뿐이지요.
엄마가 만들기 쉽지만, 영양과 아이의 미감을 키우는 것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담긴 그 레시피들은 귀하고 반가웠습니다. 
이 정도 레시피만으로도 사실 아기 이유식 기간을 충분히 보낼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응용도 쉽겠고요.

대신 이 책은 절반 이상의 분량을 '이유식'을 통해 아이가 어떤 것들을 배우고 얻어야 하는지, 
그걸 위해 부모들이 알아야할 식품이나 아이 성장에 대한 지식들을 알려주는데 할애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처럼 완료기 아기를 둔 엄마가 뒤늦게(?) 읽어도 배우고 생각할 점이 많았어요.

연수가 밥을 잘 먹게 됐음 좋겠습니다.
달달한 빵과 과일, 우유나 엄마표 두유같은 음식들은 부드럽고 목으로 넘기기가 쉽지요. 배도 금방 부르고요.
이런 음식들 만으로도 조그만 아이 배를 그럭저럭 채워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입에는 조금 거칠고 오래 씹어야 삼킬 수 있는 현미잡곡밥 같은 것도 좋아하고, 잘 먹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제 손으로 밥 한공기 뚝딱! 하고 신나게 또 한나절 밖에서 뛰어노는 볼 빨간 소년으로 커주길 빕니다.
흔들리지 않되, 유연하게.. 엄마도 더 배워가면서, 뚝심있게 먹여봐야 겠습니다. ^^


  


Posted by 연신내새댁
책/육아도움책2009. 9. 20. 22:44


초보엄마의 짧은 육아서 독서 깜냥으로 감히 말하건데..
육아서에는 두 종류가 있는것 같아요. 충격적인 책과 그렇지 않은 책. ^^;;

<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는 충격적인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먼저 읽었던 <아이의 손을 놓지 마라>란 책의 뒷표지에 나온 광고를 보고
'음... 한번 봐야겠다' 싶어 읽은 책인데 앞서 읽은 책보다 훨씬 쉽게 잘 읽히면서도 내용이 깊고 신선했습니다.
어느 정도는 '안 읽어도 알만한' 내용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관점과 내용에 놀라면서 이틀만에 뚝딱 다 읽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선배 한분도 아이를 계속 키워야하나, 직장생활을 다시 시작해야하나.. 고민하던 시기에
이 책을 읽고 아이를 계속 키우기로 결심하셨다는 얘기를 책읽기전에 들었었는데,
읽고나니 그럴만하다...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한 아이(아니, 이제는 두아이의 엄마시니 두 아이)와 한 엄마의 인생에, 아니 제가 모르는 더 많은 엄마와 아이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을 이 책, 
쉽게 읽히지만 남겨주는 울림과 고민은 깊고 묵직한 육아서 <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입니다.




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 10점
스티브 비덜프 지음, 이승희 옮김/북섬



이 책이 저에게 충격적이었던 것은 특히 두 가지 점에서인데,
첫번째는 제가 가지고 있었던(다소 진보적이라 생각했던) 익숙한 관념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가 허구일 수 있다는 것을 지적했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육아서가 사회경제 변화와 정치적 과제에 대해서도 깊은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부모들이 부딪히는 육아의 문제는 비슷하지만 그 해법은 부모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경제적 상황도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객관적인 경제력보다 중요한 것은 그 부모의 가치관인 듯 해요.
형편이 넉넉치않아도 아이를 직접 키우려하는 부모도 있고,
형편이 넉넉해도 아이를 맡기고 일을 계속 하려하는 부모도 있으니까요.
엄마의 육아휴직이 끝난후 아빠가 이어서 육아휴직을 쓸 것이냐를 고민하는 부모도 있고,  
한사람이 아이를 키우기로 한다면 엄마가 일을 계속할 것이냐, 아빠가 계속할 것이냐를 고민하는 부모도 있고요.

하지만 산업화 이후 보육시설(이 책에서는 교육기관인 유치원이 아니라 그 이전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을 말함)이 급증하고, 아주 어린 아기들부터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비율이 급증한 것은
대부분의 부모들이 육아와 일중에서 주로 일을 선택하거나,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입니다. 

두사람 다 맞벌이로 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 자체가 곤란한 상황이나
엄마나 아빠가 혼자서 아이를 양육하기 때문에 어쩔수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나면
주로는 장래의 경제력(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내집마련이나 노후대책, 아주 어린 아이때부터 지출하는 막대한 사교육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고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보육시설에 맡겨도 아이에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의 사회성 발달이나 인지력 발달에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에서 적극적으로 보내기도 하고요.

이 책은 '만 3세이하의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에 있어 보육시설은 매우 위험하다'고 얘기합니다.
아주 어릴때부터 오랜시간 보육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은 높은 스트레스, 공격성, 반사회적 행동 등의 문제를 보인다는 연구결과들을 소개하면서요.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은 성장과 발달에 쓸 에너지가 없게 되는데, 만 3세이전 아이들에게 보육시설은 무척 큰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이지요.
(이 책에는 보육시설에 관한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잘 정리되어 있는데, 서평에서 제대로 다 옮기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보육시설에 아이를 보내고 계시거나 준비하는 분들도 한번 읽어보시면, 집에 있는 시간동안 우리 아이에게 어떤 것들을 더 신경써서 보살펴줘야겠다는 참고사항을 얻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만 3세 이전에 아이들은 인생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사랑할 수있는 능력'을 키우게 되는데, 이는 양육자와의 따뜻하고 친밀한 상호작용을 통해서라고 합니다.
그러나 한명의 보육교사가 서너명, 혹은 그 이상의 아이들을 한꺼번에 돌보게 되는 보육시설에서 아이가 지속적이고 민감한 상호작용을 보육교사와 나누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보육노동은 굉장히 힘든 노동입니다.
엄마가 아기 한명을 집에서 돌보는 것도 굉장히 힘든 일인데, 한명의 보육교사가 여러명의 아기들을 동시에 돌본다고 하면 
친밀한 상호작용은 커녕 최소한의 욕구(먹고, 자고, 기저귀를 가는)를 해결하는 것만해도 보육교사의 체력과 정신력을 완전히 소진시키는 고강도의 노동이 될 것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젊은 여성노동자들로 짧은 교육과정을 거친 후에 저임금을 받으면서 이 힘든 노동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교육과 처우를 제대로 개선하려면 정부가 더 많은 지원을 하거나, 보육비가 더 높아져야하겠지만 
정부와 보육시설 운영자들은 그런 노력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보육시설을 지원할 수 있는 비용이 있다면 집에서 아이를 돌보기를 원하는 부모들에게 직접 지원할 때 
효과(양질의 보육)는 훨씬 크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인지력이나 사회성 발달과 관련해서 보면
보육시설에서 인지능력이 향상되기도 하지만 학교에 들어간 후에는 집에서 자란 아이들과 차이가 없다고 해요.
만3세 이하의 아이들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따뜻하고 인간적인 감정'을 키우는 것인데
보육시설에서는 그대신 '인지력 발달'이란 명목하게 '뭔가를 성취하고 배워야한다는(때로는 경쟁까지 하게하는) 압박감'을 어린 시절부터 겪게 할 수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양육자와의 친밀한 교류속에 안정감과 행복을 충분히 느끼며 자란 아이들은 인지력도 수월하게 발달한다고 해요.
만3세 이하의 아이들은 그 이후 아이들과는 달리 친구와 '함께' 놀 수 없기 때문에(주로는 탐색하다 한가지 장난감을 두고 다투고 울게 되지요ㅜ) 
보육시설을 통해 '사회성'이 발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허구라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아기들은 '친구'와 놀 수 있는게 아니라, 함께 놀아주는 '어른'과 놀고 생활하면서 배우고 자라게 되는데
그렇게 자신을 보살펴주는 어른과의 밀착된 관계속에서 안심할 수 있을때에 비로소 자랄 수 있는게 사회성인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이런 얘기들은 상식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문제겠지요.
그 현실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 책이 제시하는 마음가짐과 요구할 것들은 깊이 생각해볼만 합니다.

우선, 부모 자신이 어떻게 살고 싶은지, 그리고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지를 깊이 숙고해보라는 것입니다.
'일이냐, 가정이냐' 라는 칼날같은 양자선택으로 우리를 몰고가는 이 비인간적인 사회(기업과 정부)에 대한 요구는 별도로 강하게 제기하더라도
우선 나는 어떻게 살고싶은가, 내가 추구하는 행복은 어떤 것인지를 곰곰히 생각해보라는 것입니다.
당장 밥을 굶는 생계의 궁핍앞에서야 모든 논의가 사치일 뿐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행복은 '관계'에서 온다는 것을 생각할 때
지금 내 아이와 맺을 수 있는 무한히 깊고 충만한 관계를 포기하고 얻을 수있는 다른 행복이 어떤 것일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은 집요하게 '당신의 소유물이 바로 당신이다'라는 유해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나는 이와는 다르게 인간의 가치와 본질을 평가하는 방식, 즉 '우리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바로 우리이다'라는 메시지를 주고자 한다.
가족, 공동체, 우정, 사랑은 우리가 소유하거나 소비하는 그 무엇보다도 훨씬 소중하며 우리에게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준다.
관계는 우리를 창조하고, 성장시키고, 발달시킨다. 또한 관계는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기도 한다.
우리가 맺는 여러 관계들 중 가장 중요하고 장기적인 것은 바로 아이들과의 관계이다. (이 책, 32~33쪽)


저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돈이 줄 수있는 편리함을 모른다면 어른이 아니겠지만, 돈으로는 얻을 수 없는 행복과 그것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도 어른은 아닐거라고요.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소비하는 것만이 행복이라고 강요하는 세상에서
적게 벌고, 적게 쓰고, 대신 더 많이 웃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게 용감하고 현명한게 아닐까...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적어도 아이가 자라서 학교에 가기 전까지의 기간만이라도
그렇게 적게 벌어 적게 쓰면서 행복한 시간들을 아이와 더 많이 보내는 것이
아이와 부모, 그리고 우리의 현재와 미래 모두를 행복하게 해줄것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엄마학교>의 저자인 서형숙 씨는 이 책의 추천글에서
'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아이들을 보육시설에 맡겨야만 하는 이들은 심란한 갈등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딱 3년이다. 그동안만 충분한 사랑과 보살핌을 준다면 그 후론 손갈 일이 없는 아이로 자란다. 나중에 돈이 안든다'
고도 하시데요. 음.. 그럴수도 있겠지요..? 정말 그럼 좋겠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더 짚고 갈 얘기가 있습니다.
'아이를 사랑할 수 있는/키울 수 있는 능력'도 굉장히 오랜 시간, 노력을 들여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사실 초보엄마에게 육아는 정말 힘든 노동입니다.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그렇지요.
그렇다고 엄마노릇을 쉽게 포기하는 엄마는 거의 없겠지만, 이 새롭고 힘든 상태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아기를 낳기 전의, 익숙했던 삶의 방식(한사람의 능력있는 성인으로 인정받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던)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도 무시할 수 없을만큼 큽니다.

그런데 이런 욕구를 추구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적어도 '엄마가 행복하면(혹은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라는 말로 아이를 떼어놓는데서 오는 불안감을 덜려하거나 그것을 사실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는 저에게는 적잖이 충격적이었습니다.
물론 엄마가 불행한데 아이가 행복할 순 없겠지요.
하지만 엄마아빠 또는 조부모라는 '헌신적인 사랑을 주는 존재'와 떨어져 긴시간을 보내는 아이 역시 행복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니 아이의 양육자가 느끼게 되는 부모되기의 어려움, 아이와 전적으로 결합해서 지내면서 받게되는 스트레스와 힘겨움은 
아이가 보내주는 절대적인 사랑과 기쁨에 힘입어 부모 자신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아이키우는 능력'을 하나둘 익혀갈때만 해소될 수 있다는,
그 과정을 통해 진정한 부모로 함께 성장해갈 수 있다는 얘기는 마음에 무척 와닿는 얘기였습니다.

자신이 아이를 책임지고 보살피되, 고립감과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보살펴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의 도움을 요구해야한다는 얘기에도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예전에 똑순이가 아주 어릴때, 저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역사회의 시스템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육아사랑방.. 만들면 어떨까요'라고 포스팅을 했었는데, 
와~! 유명한 육아학자가 이미 제안해서 그런 것이 다른 나라에서는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괜시리 뿌듯하면서(^^;), 우리 나라에도 있으면 좋으련만.. 다시금 부럽고 속상했어요. 우리도 꼭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페넬로페 리치가 제안한 '가족센터', 이 책의 218쪽에 있었어요.) 

더불어 이 책은 아이들이 너무 어릴때부터, 오랜 시간, 그리고 장기간에 걸쳐(유치원가기전까지 길면 3~4년도 다니지요) 
보육시설에 맡겨지는 것, 그로 인해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초래되는 여러가지 문제와 힘겨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변해야만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유급 육아휴가(독일과 스웨덴은 3년, 그중 1년은 100% 가까운 임금을 지급한다네요)
- 고용보장(육아휴직 후 재교육과 복직보장, 이게 직장을 다니던 엄마들에게는 정말 중요하겠지요!)
- 탄력적 근무제
-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부모에 대한 보조금의 확대

휴. 생각만 해도 멋지지요..?
지금 우리 현실에서 생각하면 이런 세상은 꿈같지만 벌써 현실이 된 사회도 있습니다.
에구구... 이민갈 것이 아니라면 우리 사회도 이렇게 바꿔야할텐데요ㅠㅠ

이런 것이 가능하려면 사회적으로 '사람을 키워내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중요한 일인지, 
그 사회의 미래를 위해 사랑을 나눌 줄 아는 따뜻한 아이들을 키워내는 일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
그리고 그를 통해 부모 또한 진정한 어른으로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 일인지
충분히 공감하고, 인정하고 격려해주는 분위기가 있어야할텐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정부나 기업이 위기감을 갖고 앞장서서 정책을 바꿔간다면 사회 인식도 함께 변화할수도 있을텐데요. 
 
길었던 글을 이제 정리해야겠습니다.

이 책이 권하는 바를 정리하자면,
'아이가 깊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더 늘리고, 적어도 만2세까지는 직접 키우거나 그도 아니면 아이를 사랑해줄 수있는 친지나 친구에게 아이의 양육을 부탁하라' 가 될 것 같습니다.   
적게 벌고, 적게 쓰는, 그래서 정신적으로는 더 풍요로우면서 공동체와 지구를 살리는데도 보탬이 되는 그런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은 더 깊게 가져가야할 숙제로 남겨야겠구요.



덧.
이 책을 쓴 저자의 가치관으로 볼 때 이 책 제목은 <3살까지는 아빠가 키워라> 혹은 <피치 못할때는 조부모께 부탁해라>로 바꿔도 무리가 없을듯해요. 나이든 조부모들께 아기돌보기는 무척 힘든 일이긴 하지만요..ㅠ.ㅠ
엄마 배속에서 자라던 시절부터 단단하게 연결되어온 엄마와 아이의 애착을 생각하면 엄마가 키우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지만, 그렇다고 아빠가 키워선 절대 안된다거나 
아빠의 역할은 미미하다는 얘기가 결코 아니란건 책을 안 읽으셨더라도 모두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
엄마가 아기를 키울수 있으려면 곁에 늘 꼭! 엄마를 보살펴줄 수 있는 아빠 혹은 다른 누군가가 있어야하는 것 같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책/육아도움책2009. 9. 17. 14:10


성큼 다가온 가을이 반갑기도하고, 추워질 날씨 걱정이 앞서기도 하는 요즘.
15개월하고 딱 절반을 지난 똑순이는 하루가 다르게 부쩍부쩍 크고 있습니다.

오늘은 앉아있는 엄마 주위를 뱅글뱅글 돌며 빗으로 엄마 머리를 빗겨주었는데
그 느낌이 얼마나 보드라운지 눈물이 살짝 날뻔했습니다.
아이가 해주는 머리손질(?)을 받고 있자니 마치 내가 세상에서 제일 귀하고 예쁜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책을 읽다가 '엄마'란 말이 나오면 손으로 나를 가르키며 환히 웃고,
책에서 원숭이들이 방석을 던지면 저도 던지고, 애벌레가 나오면 높은 책장위에 올려놓은 제 애벌레 인형을 보러 다녀오고
시계가 나오면 벽시계를 보고 와야하고, 화분에 물을 주면 엄마에게 화분에 물주러 가자고 바가지를 찾아 앞장서는 통에
예전보다 책 한권 읽는 시간이 배는 넘게 길어졌지만
말을 알아듣고, 제 입으로 제 몸으로 따라하려고 애쓰는 아이를 보면 참 신기하고 대견합니다.

이제는 놀이터 미끄럼틀도 혼자서 엎드려서 탈 수있고
엄마가 빨래를 개고 있으면 제 옷들을 집어서 안방에 있는 제 옷바구니에 갖다놓기도 합니다.
가는 길에 서너개는 흘리고, 나머지 옷은 대부분 바구니 앞에 떨어져있지만(바구니에 넣으려고 노력한 흔적은 역력해요^^;;)
엄마 말을 알아듣고, 엄마 일을 거들어주려고 한 것만 해도 고맙고 또 고마운 일입니다.   

똑순이가 말할 수있는(아니, 엄마가 알아듣는^^;) 단어도 네 개쯤으로 늘었어요.
엄마, 아빠, 빠빠(밥), 부어(부엉이). ^^
앞의 세개는 이해가 쉬운데, 왜 네 번째 단어가 '부어'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
책과 노래에 나오는 수많은 동물중에.. '부엉이'가 특히 좋은걸까요? 
동그란 눈, 통통한 몸집.. '떡해먹자 부엉!'하고 말하는 그 녀석이 맘에 들었나..;;

아침에는 포도를 먹다가 씨를 아프게 딱 깨물고 앙~ 울음이 터졌던 녀석이
'씨'란 말을 따라하며 눈물고인 눈으로 웃었습니다. 
'퉤 뱉어~' 했더니 작은 소리로 '테', '테' 따라하고 또 웃습니다.

아이와 함께 지내며 잊어버릴까봐 겁나는 기억이 많아집니다.
내 삶의 어떤 시절에 내가 이런 겁을 냈던 적이 있나 싶을만큼 
아이가 자라는 한순간 한순간이 너무 예쁘고 절절합니다.
다 기록해둘 수는 없지만, 돌아오지 않을 이 시절은 우리의 마음속에 따뜻한 감촉같은 걸로만 남게 되겠지만
그래도 벌써 가물가물해지는 기억을 더듬어 하나라도 더 적어두고 싶습니다.



 



지난주 아빠엄마의 친구들과 함께 짧은 여행을 다녀왔어요. 산장 주변길로 아침산책을 나섰다가 만난 민들레입니다.








요즘 아이는 '주세요~'라는 말을 몸짓으로 합니다.
손을 꼭 오므려쥐고 앞으로 내밀면서, 엉덩이를 뒤로 빼고, 무릎은 살짝 굽히고...
이 엉거주춤한 자세가 바로 '주세요~!' ^^






간절히 원한다는걸 표현하려고 아예 앉았습니다. '또 주세요~~!'








.. 그렇게해서 얻은 귀한 코스모스! ^^


서평을 쓰려고 시작한 글인데.. 우리 아기 얘길 하다보니 시간가는줄 모르고..^^;;;
역시 고슴도치 엄마는 어쩔수 없습니다. ㅎㅎ

얼마전 읽고 마음이 참 따뜻해졌던 책, 오소희 씨가 쓴 <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입니다.



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 - 10점
오소희 지음/큰솔



'엄마가 아이가 서로 마주하며 나눈 가장 아름다운 대화의 기록'이란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은
<아이가 자란다>는 1부와 <엄마가 자란다>는 2부로 나눠져 있다. 
육아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자라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저자같은 멋진 선배맘도 같은 생각을 일찌감치(?) 하고계셨다니 흠흠. 괜히 뿌듯했다. ^^

저자는 여행작가다. 아이를 낳기전에 쓴 여행서는 알라딘 검색에서 안 나온걸로 보아 
아이를 낳고난 후 아이와 함께 다녀온 여행기('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 등)들이 처음 출간한 여행서인것 같다.
36개월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터키 곳곳을 한달동안 베낭여행했던 그녀의 자유롭고 깊고 따뜻한 여행기(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의 감동이 커서
바로 이어서 이 책을 읽었다. 

책의 '여는 글'쯤에 이런 대목이 있다.
 
"이 책이 당신에게 드릴 수 있는 것은 알짜배기 육아정보가 아니다. 나는 다만 당신에게 위안과 격려를 드리고 싶다. 
육아란 치열하게 공부해야 할 대상도 부담스러운 일도 아니며, 그저 이 순간 <아이의 눈을 들여다보고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으로 충분한 일이라고,
학습지나 학원의 부추김에 호응하면서 초조하게 결과물을 채근하는 날선 부모의 역할에서 한번쯤 벗어나,
물속에 고기를 놓아주듯이, 새장의 문을 열어주듯이, 지금 눈앞에서 엉덩이춤을 추며 탐스럽게 하루하루 허벅지 굵기를 키워가는 아이의 다시없을 한 순간을 그저 어깨에서 힘을 빼고 즐겨보시라 권해드리고 싶다.
그렇게 스스로 뿌듯해하고 스스로 대견히 여겨보시라 권해드리고 싶은 것이다."


반가웠다.
모르는게 많고, 그래서 알아야할 것, 알고싶은 것도 많은 초보엄마인 내게 육아서들은 시험공부하듯 열심히 밑줄그으며 읽는 책이었다.
그런데 그런 육아서 읽기에 나도 모르게 좀 지쳐있었나 보다.
이 책은 '아이와 엄마의 대화', 그리고 대화끝에 떠오른 엄마의 생각들을 적은 일기들을 주제별(사랑, 성장과 성장통, 행복, 성, 변화, 우정, 감사, 수용, 나눔)로 묶어놓았다.  
그래서 '오소희 지음'이 아니고 '오소희 글'이다.
아이가 같이 쓴 책이나 다름없다. 아이의 '말'을 엄마가 '글'로 정리했다는 의미일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나는 대목이 참 많다. 
'와.. 네살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해?'하고 놀라게 되는 대화도 있고,
'후훗. 일곱살짜리는 이렇게 말하는구나' 하고 깔깔 웃게되는 대화도 있다.
그러나 시종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아이 마음의 곱고 여린 결을 섬세하게 짚어가면서 성심껏 대화하는 엄마의 모습은 
어떤 육아책보다 많은 가르침을 내게 주었다.
  
네살부터 일곱살까지, 흔히들 미운 나이라 하는 그 나이가 실은 얼마나 이쁠 나이일까..
이제 제법 제대로된 말로 제 느낌과 생각을 얘기할 수 있고,
사랑을 표현할 줄 알고, 엄마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아이가 곁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지고 근사한 일일까.

끊임없이 잔소리하고 악다구니해야하는 순간도 분명히 많으리라.
하지만 그러고나서 돌아서면 엄마를 향해 하트를 날리고, 씩 웃고, '엄마, 내 마음을 가져가. 이건 엄마 거야' 라고 말해주는 순간도 있으리라..

내 아이도 첫사랑에 마음아파하는 날이 올 것이다.
우주와 죽음에 대해 질문하는 날도 올 것이고, TV 만화에 빠져 칼과 총을 들고 '죽여~'를 외치는 날도 있을 것이다.
가로등 불빛아래 서서 매미가 날개를 펴는 과정을 온밤내내 지켜보고파 하는 날도 있을지 모른다.
그런 모든 순간에 나는 이 애 곁에서 어떤 이야기와 느낌을 함께 나누며 지내게 될까.

그 날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지도 모른다. 돌아보면 15개월이 잠깐이었던 것만 같으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놔야겠다. ^^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더 기대하게 되었다. 
아이와 함께 살아갈 날들을, 함께 자랄 날들을.
나도 더 정직하고 순수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거란 기대도 갖게 되었다. 

아이와 함께 더 많이 웃고, 얘기하고, 안아주고, 여행하고, 꿈꾸며 살아야지..
그래서 먼훗날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며,
'너를 만난 것은 내 인생에서 최고의 행운이고 행복이었어. 고맙다.'라고 얘기할 수 있기를...


이 가을. 사랑하는 누군가와 마주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모든 분들께 이 책을 권한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책/육아도움책2009. 8. 28. 13:28


휴우... 요즘은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어요.
아침 일찍 일어나 똑순이와 하루를 시작하는건 전과 똑같은데
낮에 밖에 나가 놀고싶어하는 똑순이와 자주 아파트 화단과 놀이터에 나가다보니
밥 챙겨먹고, 낮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계속 이 녀석과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녁이 되면 새댁도 너무 피곤해 똑순이 잠들때 같이 곯아떨어지기 일수예요.
새벽에 한번 깨서 뒤늦은 양치질을 하고 다시 잠들면 또 아침.
눈뜨자마자 열심히 걷는 똑순이를 따라 걷다와서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또 걷다가 끝나는 하루의 반복입니다.

덕분에 블로그를 쓸 시간이 더 없어졌어요.ㅠㅠ
댓글에 답글도 며칠씩 지나서야 달게되니 써주신 분들께 많이 죄송합니다.

오늘은 아주 오래 미뤄두었던 책의 서평을 더는 미루지 말아야지 하고... 
똑순이 재우고, 밀린 집안일까지 무사히 마친후 졸린 눈을 부비며 컴퓨터앞에 앉았습니다.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 - 10점
스테파니 케이브 지음, 차혜경 엮어 옮김/바람


제가 이 책 제목을 처음 들어본 것은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삐뽀삐뽀 119 소아과' 의 서평과 관련된 마이페이퍼 등을 찾아 읽어볼 때였어요.
그 때 '이단이 되어'라는 제목의 페이퍼가 있었는데 거기에 이 책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저 페이퍼 제목이 조금 특이하다 생각했을 뿐인데 
책을 읽은 후에는 이단을 자처한 저 분의 고민이 이해될 것 같습니다. 
주류의학이 권장하는 내용과, 그리고 대다수 부모님들의 믿음과 다른 얘기를 하는 것이 얼마나 조심스러웠으면,
하지만 또 얼마나 꼭 얘기해야할 것 같았으면 '이단'이라는 단어를 골라써가며 페이퍼를 썼을까. 
저도 이 책의 서평을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꼭 해야할 숙제처럼 스스로의 마음에 짐지우게 되더라구요.

똑순이에게 저는 예방접종을 아주 많이.. 맞췄습니다.
필수접종이 아닌 것들까지 다 챙겨서, 하루에 아주 여러개 동시접종을 하기도 했어요.
백신이란게 어떤 건지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냥, 당연히 맞춰야하는 것이고, 무서운 병들로부터 너무나 소중한 내 아이를 지킬 수 있는 고마운 약이라고만 생각했거든요.
그러니 아이가 아무리 아파해도 꾹 참고 맞춰야하는 것이고
그 백신에 대해 내가 뭔가 알아보고, 공부해야한다는 생각은 해본적 없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도 원체 모르는것이 많은 초보엄마인지라 무슨 일이 있기만하면 두꺼운 '삐뽀삐뽀 119 소아과' 책을 펴놓고 열심히 찾아 읽었습니다. 
예방접종을 맞아야할 개월수가 돌아오면 '필수접종 아닌 것들도 꼭 맞춰야하나?' 하는 궁금함에 저 책의 예방접종 부분을 열심히 읽었지요.
결론은 언제나 '돈은 부담스럽지만.. 안아픈게 제일이지. 다 맞추자..'였습니다.

그러다 똑순이의 돌이 지나고 '일본뇌염'을 맞힐 시기가 왔을때 문제가 생겼습니다.
'삐뽀삐뽀'에서는 저자 개인의견으로(대한소아과학회와 달리) '생백신은 아직 안전성이 덜 검증되었다고 보고 자신은 사백신을 접종한다'고 써있었는데
똑순이가 다니는 병원의 선생님은 '생백신'을 맞자고 하시는 것이었어요.
혼자 며칠을 고민하다 '저희는 사백신을 맞았으면 좋겠는데요'라고 얘기했습니다.
선생님은 조금 당황하시는듯 하더니.. "아 네. 생백신도 안전합니다. 하지만 걱정되시면 그렇게 하세요."라고 하시며 한마디를 덧붙이셨습니다.
"사실 100% 완벽하게 안전한 백신은 없어요. 그래도 사백신 맞으시면 마음은 편하실거예요.."

100% 안전한 백신은 없다..? 병원을 나와서도 그 말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조금 백신에 대해 겁이 나기 시작했고 백신에 대해 내가 너무 모르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웃블로거인 솔이엄마(도시자연육아)와 함께 여행할때 차안에서도 잠시 화제에 올랐던 
이 책이 다시 생각나서 부랴부랴 구해 '일본뇌염' 부분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내용은.. 마음아픈 것이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 후 2005년부터 일본뇌염 사백신 접종을 전면 중단했다네요. 
게다가 사백신에는 방부제로 수은이 들어있습니다. 미국 환경보호국의 허용치보다 100배나 많은 양의 수은이.
생백신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 생백신은 해당 바이러스를 (살아있는 상태로) 약하게 만들어놓은 것이어서
뇌염 자체를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고, 역시 많은 화학물질들이 안정제, 착색제 등으로 들어가있었어요.

모르는게 약이라고 알고나니 그 미안함과 후회와 걱정스러움은 얼마나 크던지..
그러나 아이에게 제일 미안했던 것은 '더 일찍 알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이제라도 알고 더 주의깊게 아이를 살피고, 백신에 대해서도 알아보게 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자..며
애써 마음을 추스려야 했습니다.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는
백신과 관련해 부모들이 고민하고 알아둘만한 일반적인 내용(백신의 제조과정과 독성화학첨가물 문제, 자폐증이나 자가면역질환과 같은 부작용의 사례와 위험성들)을 담은 part1 과
각 접종백신별(우리 아기들 돌도 되기전에 맞는게 정말 많지요ㅠ 대략 추려도 13 종류나 됩니다)로 세부적인 내용(내용물, 부작용, 그 질환의 현재상황 등)을 담은 part2, 
그리고 백신부작용 발생시 피해보상법과 부작용을 줄이는 법 등을 담은 part3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너무나 충격적이고 놀라운 내용이 많았지만 그중 몇 가지만 추려보면,

- 백신 접종으로 생기는 면역은 일시적이고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아이 몸의 면역체계를 혼란시킨다. 병원체의 갑작스런 습격을 받은 몸은 항체를 과잉생산하기도 하고, 백신성분과 닮은 우리 몸의 일부분을 공격하기도 한다(자가면역질환). 

- 생후 6개월 이전 아이들의 간은 담즙 생산능력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백신에 들어있는 독성물질(수은, 페놀, 알루미늄, 염산 등)을 해독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해독되지 못한 독성물질들은 아이의 뇌와 몸 전체에 축적되어 신경계를 손상시키는 등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 백신접종의 종류와 횟수가 늘어날수록 자폐증, 학습장애, 주의력결핍장애, 소아당뇨, 류머티즘성 관절염, 유아돌연사증후군, 소아천식과 같은 질병이 갑작스럽게 증가한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특히 많은 예방접종을 통해 아이 몸에 축적되는 '수은'은 자폐증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수은을 몸 밖으로 방출하게하는 약물치료는 자폐증 치료의 중요한 방법이다. 

- 유전자조작기술은 아직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다. 유전자조작식품은 아토피 등의 질병을 악화시킨다고 알려져있다. 혈류로 직접 들어가는 주사로 주입되는 유전자조작백신의 위험도는 식품보다 훨씬 높다.

- 백신접종은 국가와 병원 차원에서 아주 강력하게 권장, 시행되는 반면, 백신의 부작용이나 위험성은 너무도 알려져 있지 않다. 아이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주체인 부모는 양자 모두를 알아야 한다. 미국에서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켰던 DPT 백신을 DPaT 백신으로 바꾸게 했던 것(1996년)도 자신의 아이들이 부작용의 고통을 겪었던 부모들이 지난한 투쟁을 벌인 결과였다.  

- 백신은 제약회사와 병원 등에 많은 이윤을 남겨주는 거대한 사업이다(전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은 자사에서 개발한 백신이 국가접종 품목으로, 또 여러 병원에서 채택되도록 많은 로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백신의 안전성과 부작용에 대한 정부와 제약회사, 의학계의 과학적인 검증은 충분하지 않다. 백신 부작용을 제대로 검토하기 위해 필요한 대규모.장기간의 연구에 필요한 비용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예방접종이 병을 예방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쟁이 끝나지 않았다.


이런 책 내용을 얘기하자 신랑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럼 예방접종을 아예 맞추지 말자는거냐?'는 성급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럴만합니다. 새댁도 그게 무척 궁금했으니까요. 
답은 yes 일수도 있고 no 일수도 있습니다.
그건 부모의 선택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백신접종이 의무가 아니라 부모의 선택사항입니다)
한 아이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책임의 무게는 너무나 무겁고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누구도 섣불리 어떻게 하라고 얘기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알아야할 필요가 있는것 같아요. 
백신이 어떤 물질로 만들어지는지, 백신 접종시 위험(부작용)은 어떤 것이 있는지, 언제 어떻게 맞추는게 좋은지,
우리 아이의 상태나 우리 가족의 병력은 어떤지.. 등등 
그저 예방접종 수첩의 빈칸을 제때 잘 채운 것만으로 안심하고 있기에는 더 고민하고 알아야할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랑도 새댁에 이어 이 책을 읽고, 똑순이의 예방접종 시기가 돌아오면 어떻게 할까.. 함께 의논합니다. 
되도록이면 안 맞고, 맞더라도 시기를 늦추고 동시접종은 절대 안해야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봄 아이의 감기가 너무 오래갔던 것, 알러지나 천식.비염 등으로의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 혹시 예방접종의 부작용은 아닐까.. 우려스럽기도 하고,
아이의 자연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강해줘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합니다.
늘 선택은 어렵지만.. 부모가 최선을 다해 판단하고 책임질 수밖에 없겠지요. 



+ 이 책에서 백신부작용을 줄이기위해 강조하는 몇가지 내용만 간추려서 소개해보면,

-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아플 때는 백신접종을 미뤄야한다

- 태어나자마자 B형간염백신을 선물하지 말자

태어난 다음날쯤 맨처음 맞는 백신이지요(최초의 유전자조작백신이기도 하고요)ㅠ 한국의 공식권장사항은 '엄마가 B형간염 보균자가 아닐경우 2개월까지 늦출수있다'는 것입니다.(미국은 '6개월까지 늦출수있다'래요. 프랑스정부는 심각한 부작용때문에 1998년 B형간염백신을 학교 백신접종프로그램에서 삭제했다는군요.) 더 늦춰도 상관은 없구요. 또 맞출 때는 에틸수은이 들어있지 않은 약인지 확인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 백신부작용을 심하게 겪었던 아이들은(고열, 멈추지않는 심한 울음도 심한 부작용의 경고일 수있다네요) 다른 백신접종도 하지 않는다

- 부모를 포함하여, 친척 중에 자폐나 발달장애, 자가면역질환(류머티즘, 갑상선기능저하/항진증, 심한 아토피, 천식, 백혈병 등)이 있을때는 백신접종을 피하는 것이 좋다

- 하루에 여러개 백신을 동시에 접종하지 않는다

이 부분을 읽고 아이에게 동시접종을 여러개 시켰던 것이 얼마나 마음에 걸리고 걱정되던지요.
저는 제가 육아의 바이블처럼 생각했던 '삐뽀삐뽀 119'에서 '동시접종을 해도 부작용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부모의 시간도 절약되고 아이의 고통의 경험도 줄여준다'는 부분을 읽고는 그것도 괜찮겠다 싶어 그렇게 했었거든요.
하지만 동시접종후 아이에게 어떤 부작용이 나타났을때 어떤 백신이 부작용을 일으켰는지 알아내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여러 백신에 들어있는 다양한 병원균과 화학첨가물(주로 수은, 페놀, 포르말린, 알루미늄같은 독극물들)이 한꺼번에 아이의 작은 몸안에 들어갔을때
아이가 그 것들을 견디고 이겨내기가 훨씬 힘겨울 거라는 상식적인 생각을 왜 못했을까요.
 
- 학교가 백신접종의 유일한 이유라면 6세 이후에 접종한다

- 한국에서는 폐구균, Hib, A형간염 백신접종은 다시 한번 생각한다

- 최소한 백신접종 몇 일전에 아이에게 어떤 백신제품이 접종될지 의사에게 물어보라

- 아이의 백신접종기록(제품명, 제품번호)을 보관하라

- 백신접종후 부작용이 일어난다면 비타민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책을 직접 읽어보시거나, 백신관련 비영리단체인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한 모임' 사이트에서 찾아보셔요.
이 책과 함께 "예방접종- 부모의 딜레마"란 책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옛날엔 이런거 하나도 모르고도 아이들을 잘만 키웠는데, 이젠 부모들이 주사약까지 공부해야하나.. 는 푸념도 할만 합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옛날 어른들은 조용한 집에서 아기를 낳고, 삼칠일이 되기 전에는 주위와 엄하게 격리하고 보호하셨는데
우리는 정말로 사람 많고, 균도 많을 대형병원에서 아이들을 낳고, 
또 갓 태어난 아이들에게 독한 병균과 화학물질들을 주사로 투입하면서 키우고 있다는 생각에 뜨끔하기도 합니다.
그런 시대에, 그런 출산문화속에서 아이들을 낳아 키우고있으니
그 편리함의 이면에 있는 부작용의 위험에 대해서도 알고, 대비해야 할것입니다.

휴. 가을이 오는지 날이 선선합니다.
신종플루때문에 저도, 이웃 엄마아빠님들도 모두 걱정이 많은 날들이예요.
아이들 아무도 아프지 말고, 튼튼하고 해맑게 자랐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책/육아도움책2009. 8. 12. 12:01


똑순이는 평소 떼를 많이 쓰지는 않습니다.
엄마가 집안일을 할때 저랑 놀아달라고 엄마를 끌어당기거나
밖에 나가자고(걸음을 걷게 된후로 어찌나 '밖'을 사랑하시는지!!!!) 조르거나
욕실에 들어가면 좀처럼 나올줄 모르고 이것저것 만지고, 철벅거려 옷을 다 적셔놓는 정도...?
ㅎㅎㅎ
쓰고보니 상당하군요, 이녀석 떼도.

그렇지만 막무가내로 울거나 뒤로 넘어가거나 하는건 아직 없었어요.
그런건 좀더 커야하는것 같기도 하고요, 
한가지를 붙들고 떼를 쓰기전에 얼른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리거나, 
떼쓰기전에 그냥 하고싶은건 대략 다 들어주는 방식을 저는 지금껏 써왔습니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똑순이가 막무가내로 짜증을 내고, 우는 일이 생겼어요.
잘 못보던 상황이라 저도 좀 놀라고 당황했습니다. 
어디가 아픈건 아닐까? 걱정되어 이리저리 살펴봐도 특별히 아픈덴 없는것 같고,
똑순이는 잠깐씩 울음을 그치고 웃기도 했다가 또 조금있으면 짜증을 내고... 그러기를 1시간 가량 했습니다.
왜그런걸까.. 똑순이를 겨우 달래며 목욕을 하고, 젖을 먹이고, 저녁밥까지 먹여서 재운 후에
서재로 들어와 '베이비 토크'를 펴들고 똑순이 해당 개월(만1세~1세4개월)을 찾아읽기 시작했습니다.    



베이비 토크 - 10점
샐리 워드 지음, 민병숙 옮김, 주현실 감수/마고북스 (2003)



이 책은 작년 이맘때였을까요... 블로그를 통해 거의 처음 사귀게된 이웃이었던 '토마토새댁'님께서
'집에 있는 육아책을 보내주고싶다'시며 택배로 보내주신 책들 사이에 들어있었습니다.

이 책은 아기의 언어발달 과정을 개월수별로(태어나서부터 만 3개월까지, 3~6개월, 6~9개월.. 이렇게 텀을 나눠서 만4세까지 적혀있어 오래두고 보기 좋습니다)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그 단계마다에서 부모나 돌보는 이들이 아이의 듣는 능력, 말하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잘 성장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언어라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정말 중요하지요.
자신의 감정,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귀기울여 잘 듣고 존중하면서
마음을 나누는 대화를 할 수 있으면 세상을 살아갈 기본적인 자세는 든든히 갖춰지는 것 같습니다.
삶의 큰 즐거움도 누릴 수있게 될거구요. 
또 인간은 생각할때도 언어를 사용하니까 언어를 좋아하고(?) 잘 이해하면 그만큼 생각도 깊고 풍부해지겠고요.

아이들은 '울음'이라는 한가지 언어만 가지고 있다가 차츰 옹알이도 하고, 한두마디 말도 하면서 
조금씩 언어를 배우고 구사하게 됩니다.
똑순이는 요즘 '아빠빠빠빠빠'하는 한가지 말에서 '으에우우'하는 뭔가 리듬있는 다른 말(?)도 조금씩 섞어쓰는 시기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똑순이는 왜 울었을까요?
제 생각엔 똑순이가 뭔가 하고싶은게 있고, 그걸 엄마랑 같이 나누고싶은데 
얘기는 잘 안되고, 엄마는 자꾸 딴청만 부리고... 그래서 너무 화가 났던 것 같습니다.
똑순이를 재우며 생각하니 그것이 참 미안하고 반성이 되어서 
예전에 읽었었지만 다시 <베이비 토크>의 똑순이 개월수 부분을 찾아 읽으며 
똑순이 얘기에 더 귀기울이고, 똑순이랑 더 자주 눈맞추고 마음 나누며 지내야겠다.. 새삼 결심했어요. 

아. 이 책에서 젤 중요한 얘길 빼먹었네요.
이 책은 "하루 30분 말걸기 육아"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혹은 하루종일 아이 뒤설겆이를 하며 아무리 피곤하고 짜증나더라도
하루 30분만은 뚝 떼어 '아이와 눈을 마추고, 아이가 내는 소리를 되돌려주며,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해서 같이 웃으며 노는 시간'을 갖자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이의 언어발달, 정신건강, 그리고 아이와 함께하는 부모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정말 중요한 비법(?)이라는 것이죠. 
^^

온종일 아이와 붙어지내면서도 생각해보면 이런 30분을 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서로 완전히 집중해주는 시간, 다른 방해물없이 눈빛을 나누고 얘기를 나누며 함께 즐겁게 노는 시간.
책을 읽어도 좋고, 공놀이나 아이가 좋아하는 무엇이든 가지고 놀게 해주면서 
엄마나 아빠가 자신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전해주는 시간. 
엄마아빠가 제시해주는 것을 따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선택한 것에 엄마아빠가 흥미를 보여주며 함께 노는 시간.
이때 아기가 내는 소리, 하는 말을 어떻게 따라하고 다시 돌려주고 확장시켜주면서 함께 '대화'하면 좋은지를 
책은 세심하게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한가지 젤 중요한 것만 적어보면~
'아이에게 말하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입니다. '말걸기육아'인데 말을 주의하라니~? ㅎㅎ
어른의 말을 따라하도록 시키거나, 질문을 연발하거나, 아이의 자연스런 입말을 교정해주려 너무 애쓰지 말고
자연스럽게 아이의 말을 듣고, 따라하면서 말하는 것, 그리고 소리듣는 것을 즐거워하게 해주는게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어른이 짧고 단순한 문장으로, 알아듣기 좋게 얘기할 수록 아기가 나중에 구사하는 문장이 길어진다네요. 신기하지요? ^^  

(덧.. 친구의 편지를 읽고 추가하고싶은 얘기가 생겼어요.
친구 말마따나 이 책은 처음 보면 약간 '전공서적'같은 느낌이 없잖아있습니다~^^;;
아기 언어의 발달 과정이 조금 세부적으로 써있고 용어도 살짝 생소하고요. 번역투의 문장도 한몫 거들고요. 
그렇지만 직접 말을 배우는 아기를 늘 옆에서 지켜보다 보니 엄마의 이해(?)도 조금씩은 수월해지는 것 같습니다.
뭣보다 '같이 얘기하고 놀는 법'이나 '어른이 주의할 점(이게 젤 좋은듯^^)' 그리고 장난감 소개 같은것도 유용하고요.)   


엄마도 30분, 아빠도 30분. 이렇게 하루에 1시간만 집중해서 '말걸기육아'를 실천해도 아기는 참 행복하고 재밌을것 같아요. 
그 외의 시간에도 엄마랑 아기는 늘 일상적인 얘기, 노래를 많이 나누면서 살고있지만, 
'특별한 시간'이 있다는건 평범한 하루가 특별해지고 풍요로와지는 방법일 것 같습니다.   

아. 지금도 제게는 특별한 시간입니다. 
똑순이가 낮잠을 자고, 밖에는 비가 오고.. 조용히 책을 펴놓고 글을 쓰는 시간이니까요.
혼자 조용히 집중해서 뭔가 할 수 있는 이런 시간이 있는게 얼마나 고마운지요.
아이도 아마 엄마가 조용히 자신에게 집중해주는 시간에 이런 행복함을 느낄 거란 생각이 듭니다.

하루종일 세수 한번 할 짬도 없이, 땀을 뻘뻘 흘리며 아이와 함께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더운 밥 챙겨먹이고 씻기고.. 하는 일상이 지치기도 하지만
하루 한번쯤은 저도 맘을 푹 내려놓고, 아이랑 시원하게 씻은 뒤에, 밥풀붙은 옷도 좀 깨끗한걸로 갈아입고..
그리고 눈맞추며 30분쯤 도란도란 '특별한 대화'를 꼭 해야겠습니다.
똑순아, 오늘은 화 풀어라~^^



 
  


작은 발로 어찌나 열심히 걸어다녔는지 발뒤꿈치쪽에 물집이 잡혔어요.
내년까지 신을 요량으로 조금 큰 샌달을 사신겨서 그랬나...
그제 목욕시키고나서 보니 하얗게 부풀어있어 깜짝 놀랐는데 똑순이도 신기했는지
제 발을 들여다보고 앉아 계속 가리키고 만져보고 하더니, 어느새 손으로 보드라운 물집을 다 뜯어냈습니다.
워낙 살짝 일어났고, 속살은 단단한게 아프지않으니 똑순이는 씩씩하게 잘 걷습니다.
발에 물집이 잡히도록 열심히 걷고 있구나, 우리 아기.. 쑥쑥 크는 아이가 대견합니다.
 






물집잡힌 발로 코코 자고 있는 똑순아, 고맙고 또 고맙다.
참, 엊그제는 잠시 똑순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나가서 놀고온 신랑이 문득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 똑순이가 큰 뒤에 뭐가 되길 바라거나 하지말자."
"응?"
"똑순이는 지금 우리에게 이렇게 큰 기쁨과 행복을 많이 주고 있잖아. 우린 지금 받은걸로 충분하니까 나중에 뭘 더 바라거나 하진 말자구"
"그래!"
^^

아이랑 30분만 놀면 이렇게 철이 듭니다. 어른이..^^


Posted by 연신내새댁
책/육아도움책2009. 7. 15. 11:25


장마비가 어떤 때는 세차게 어떤 때는 부슬부슬... 하루종일 쉼없이 내렸습니다.
이런 날은 똑순이랑 둘이 아파트 마당에도 못 나가고 작은 집안에서 뱅글뱅글 돌며 놉니다.
습도도 높고, 날도 더운데 잠시도 쉬지않고 열심히 움직이니
똑순이 작은 몸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통 땀투성이입니다.

옷을 두 번이나 갈아입고,
오후엔 한바탕 시원하게 목욕도 했지만 금세 또 땀으로 다 젖었습니다.
저 작은 몸 어디서 그렇게 많은 에너지가 뿜어나오는지... 나이든 엄마가 따라가기 벅찹니다.

집안에서만 노니 답답할 법도 한데 엄마만 옆에 있으면 똑순이는 오케이인가 봅니다.
같은 책을 여러번 읽어도 좋은지 계속 읽어달라 하고, 엄마가 기타를 치면 저도 퉁퉁 두드리고 줄도 튕겨보고
욕실, 부엌, 베란다.. 어디든 졸졸 따라다니고, 때론 앞장서서 끌고 다니며
비오는 하루를 지겹지도 않게 꽉 채워 놀았습니다.

그렇게 오늘치 에너지를 다 쓴 뒤에는 저녁먹고 엄마옆에 누워 뒹굴거리다가
종당에는 강아지처럼 엄마 여기저기를 물어뜯기도 하고 낑낑거리다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세상을 만난지 13개월하고 열흘째의 하루가 저문 것입니다.

자고있는 아이는 뽀송뽀송합니다.
온 집안이 눅눅한 장마철, 똑순이는 지금 우리집에서 유일하게 뽀송뽀송한 존재입니다. 
잠들기 전에 옆에 누워 '아', '호', '푸' 같은 소리를 내보느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작은 입을 고물거리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내가 낳았지만 볼수록 참 신기한 것이, 
생활과 삶에 대한 크고 작은 고민들, 몸의 고단함은 잠시 다 잊고 '이 녀석 참 이쁘구나'하는 생각만 머리속에 떠올랐습니다.     
 


엄마 학교 - 10점
서형숙 지음/큰솔


<엄마학교>의 책소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밥 짓는 법을 배우는 것처럼 엄마 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엄마 되는 법을 몸에 익히면 아이 기르기가 수월해진다.
아이를 보는 눈이 달라져서 아이랑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엄마도 행복하고, 아이도 행복해지는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

엄마라는 것은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갑작스레 나에게 '주어진' 이름이자 역할같았습니다.
임신기간 동안 나름대로 태교라는 것도 하고, 출산준비도 이것저것 한 것같은데
막상 아이가 태어나고 난 뒤에는 모든 것이 처음해보는 일, 낯설고 힘든 순간의 연속이어서
감정 또한 당황스러움과 버거움으로 쉽게 지치곤 했습니다.

아이는 너무 예쁘고 소중했지만, 초보엄마에게 육아는 참 어렵고 막막한 일이었던 것입니다.
특히 아이들의 행동과 마음을 이해하고, 보듬고,
맺힌 것은 풀어주고 막힌 것은 터트려 마음껏 발산되게 하는 일 같은 것은 정말 너무 어려워서
아기가 울면 엄마도 같이 울고싶어 지는것말고 달리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를 때가 많았습니다.

<엄마학교>는 새댁이 가입해있는 생협의 소식지에서 같은 이름의 강좌가 열린다는 안내글을 몇번 보고 뭘까 궁금해하던 차에
미탄님이 블로그 댓글로 '이미 읽어봤겠지만 <엄마학교>에 보면 이런 귀절이 있지요..'라며 알려주신 덕분에 구해서 읽게된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같겠지만
그 마음을 제대로 아이에게 전하는 법은 배우면 배울수록 나아지는 것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저자가 말하는 '엄마되는 법'인듯 하고요.

'아이가 필요로 하는 순간엔 하던 일도 멈춘다'
첫 장의 첫 단원 제목이 새댁의 마음을 콕 찔렀습니다.
아이가 왠지 내게 자꾸 매달린다 싶던 때, 매달림이 곧 칭얼거림으로 바뀌어서 아이도 저도 무척 힘들어지던 순간들을 곰곰히 돌아보니
그 때 내가 하고있던 일을 일단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아이가 뭘 하고싶은지, 아이에게 어떤걸 해줄수 있을지 살펴보지 않고 무조건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하고 있었다는걸 알았어요.

아이가 나를 필요로 하는 순간, 내가 사랑하고 보살피고 보호하고 있는 작은 존재가 나를 찾는 순간.
우선 우주에서 제일 중요한 일처럼 그 아이와의 소통에 주의를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고있던 설겆이, 빨래, 요리를 일단 멈추고 아이와 눈을 맞추고 뭘 원하는 것인지 주의깊게 듣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대책을 취한 뒤 다시 일손을 잡는 것.

어찌보면 참 쉬운 일같지만 엄마랑 종일 같이 놀고싶은 아이와, 집안일은 늘 밀려있는 새댁에게 
'아이의 요구에 대한 집중과 소통, 그리고 대책을 최우선으로 놓고 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건성으로 하는 대꾸나 짜증섞인 야단이 아니라 진지한 관심을 전제로 한 대화...
노력하고 있지만 어려울 때가 더 많습니다.

무엇보다 이것은 아이의 마음이 중요한 것이어서
엄마가 자기를 정말로 귀한 존재로 생각하고 존중하고 있다고 느끼느냐,
그래서 이 어린 것이 안심하고, 행복하고 평화롭게 즐거운 마음으로 자라고 있는가.. 하는 것은
아이밖에 모르는 일일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함께 있는 순간에 더 서로에게 집중하고, 공감하려고 애쓰는 것이 서로를 더 행복하게 해주는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새댁도 똑순이도 같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엄마학교>는 이런 마음자세를 바탕으로 아이와 함께 지내온 한 엄마의 20년정도의 생활 이야기가 들어있어
초보엄마 새댁에게는 참 유용한 책이었습니다.
유아기보다는 청소년기 이야기가 더 많아 똑순이가 큰 뒤에 다시 읽어보면 또 새롭게 다가오는 부분도 많을 것 같구요.
사교육 없이, 그리고 공동육아나 대안학교같은 대안적 틀이 아닌 공교육 속에서도 
아이를 꿈과 실천력을 모두 가진 사람으로 키워낸 이야기가 부럽기도 하고,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주었습니다.

다정한 엄마되기, 영리한 엄마되기, 대범한 엄마되기, 행복한 엄마되기.. 
모두 4장으로 구성된 책을 쭉 읽는 동안 육아전문가의 책과는 또다른 구체적인 '실전육아 20년'을 짧게 응축해서 전해주는
선배엄마의 따뜻하고 구체적인 조언들이 새댁의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었습니다.
대략은.. 이런 마음으로 아이랑 함께 자라가면 되겠구나.. 감을 잡을 수 있었달까요.

매일매일 부딪히는 현실은 책보다 훨씬 힘이 세고, 어려운 문제를 던지지만
그래도 읽기전보다는 마음이 한결 단단해졌습니다. 
아이야, 너를 사랑한다.. 이 마음 하나만 네게 제대로 전해줄 수있다면
우린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따뜻한 사람들로 함께 자랄 수 있을꺼야.

끝으로.. 이 책은 제목과 달리 '아빠'들도 꼭 읽어야하는 책이란걸 재삼!!! 강조하고 싶습니다. ^--------------^
엄마만 알고있기엔 넘 아까운, 아빠들도 꼭 읽고 마음자세를 가다듬어야할 얘기들입니다. (응? 똑순아부지~? ^^)
그러고보니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아빠의 역할에 대한 서술이 넘 적다는 것입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저자의 경험을 돌아보고 정리한 책이다보니 그럴수밖에 없겠지요.
우리 사회가 아직도 '육아'는 대부분 엄마의 몫으로만 돌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고요.  
그래서 '아빠학교' 혹은 엄마아빠의 육아경험을 모두 담은 '부모학교'가 아쉬워집니다. 
건강한 육아철학으로, 신명나고 진지하게 아이들을 '함께' 키워낸 엄마아빠가 사이좋게 같이 쓴.. 그런 육아도움책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습니다.  


   
  

+ 지난번 영광 여행때 히로미님이 찍어주신 똑순이 사진입니다.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을 연상시키는 저 커다란 잎은 실은 '오동잎'이랍니다~^^ 
오동잎 양산을 쓰고 닭과 염소들을 구경했던 똑순이 생애 두번째 여름.




Posted by 연신내새댁
책/육아도움책2009. 4. 16. 21:46

 

베이비 위스퍼 - 10점
트레이시 호그, 멜리다 블로우 지음, 노혜숙 옮김, 김수연 감수/세종서적



제가 이 책을 읽은 것은 똑순이가 생후 4개월 즈음이었습니다.
똑순이의 수면패턴이 최악(?)으로 치닫던 때였죠.

낮잠도 잘 안자고, 밤에도 그전에는 보통 2~3시간 정도 자고 깨던 녀석이 40분마다 깨서 울고..
그런 녀석을 재우기위해 밤마다 안고 돌아다니고, 수시로 젖을 먹이다보니
새댁도 거의 잠을 못자 정말 녹초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보통 잠 잘 못자고 보채던 아가들도 100일 지나면서부터는 잘 자서 '백일의 기적'이란 말도 있다는데
우리 똑순이는 오히려 100일 지나고부터 점점 더 잠자기가 어려워지니 어떡해야하나.. 정말 고민되더라구요.

게다가 다른 육아서들에서는 2~3개월쯤부터 혼자 누워 잠들도록 해서,
4개월쯤부터는 밤에 6~7시간은 깨지않고 혼자 잘 자게 할 수 있다며 수면 습관을 잘 들여보라는데
잠들때까지 안고 흔들거나, 졸려할 때마다 젖을 먹이는게 아니라
아가 혼자 누워서 자장가를 들으며 뒹굴뒹굴 낑낑 하다가 스르륵 잠들기..라는게
정말 가능한 일이지 늘 팔이 떨어져라 똑순이를 안아재우던 저에게는 꿈만 같은 얘기였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육아까페들에서 '아이 혼자 자는 습관들이기'에 관해 찾아보니
한 며칠 대차게 울리면 그 뒤론 혼자 잘 자게 된다는 얘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정말 그렇게 해야하는걸까.. 싶어 하루 정도 새댁도 도전해봤지만 
아이가 우는 10분은 1시간보다 길게 느껴졌습니다. 
엄마를 찾는듯한 똑순이의 울음 소리를 도저히 계속 듣고 있을 수가 없어서 
다시 안아 얼르고 하다보니 실패... 도저히 이 방법으론 안되겠다 싶던 그때,

불현듯 육아선배 두 사람이 생각나 전화를 걸었고
두 사람 모두 제게 '베이비 위스퍼' 이 책과,
이 책의 내용을 기본으로 아기 잠투정 문제 해결법을 집중 탐구한 블로그 '아기와의 즐거운 속삭임' 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여전히(10개월인 지금까지~) 똑순이는 혼자 잠은 못듭니다. ^^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속삭임 블로그를 보면서 새댁이 받았던 위안과 깨달음은 참 두고두고 고마운 것이었습니다.
(책 얘기만으로도 포스팅이 길어져서.. 블로그는 언제 따로 한번 더 소개할까봐요~;;)


우선, 이 책을 읽고 저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똑순이가 울어도 당황하지 않고, 훨씬 더 침착하게 똑순이를 대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저자가 제시한 'slow'란 원칙 덕분입니다.
아기가 울면 가슴부터 덜컥 내려앉던 초보엄마에게 '한템포 천천히' 란 주문은 매우 중요하고, 적절한 것이었습니다.

짧게 옮겨보면,

S 는 'stop' 입니다. 일단 멈추라는 거지요. 아기가 울면 바로 안아올리지 말고, 잠시 멈춰서서 심호흡을 가다듬으라는 것입니다. 운다고 죽는 아기는 없다는 다소 과장된 설명에 초보엄마는 적잖이 안심했습니다. 울음은 아기의 언어.. 아기는 지금 뭔가를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얘기를 가장 잘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아기와 24시간 함께 지내는 저입니다.

L 은 'listen', 아기의 얘기를 들어보라는 것이죠. 무슨 얘기일까? 잘 듣고 파악해야합니다.

O 는 'observe' 관찰해봅니다. 아기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주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기의 신체언어와 주변 상황을 살펴보고..

W 는 'what's up'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이제 보고들은 것을 토대로 평가하고 대처하라는 것이죠. 

어찌보면 무척 단순하고, 또 그전부터도 그렇게 해왔던 것일수도 있는데 
잠시 한 호흡 멈추고 아기를 바라보는 것, '무슨 일이니, 얘야~'하고 아이에게 말을 거는 것,
어떤 대응을 하든 좀더 천천히, 여유를 갖고 움직일 수 있게 된 것 만으로도 
새댁에게는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엄마의 목소리와 몸짓에서 배어나는 여유와 자신감, 부드러움 같은 것이 똑순이에게도 전해져 더 안심이 되었을것 같아요.

초보엄마의 정곡을 찔렀던 또 한가지!
베이비위스퍼(아기돌봄전문가, 보모라고 많이 부르지요^^)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저자에 따르면
건강한 아기가 울음으로 표현하는 것과 표현하지 않는 것이 있는데 새댁, 그 둘을 구분해놓은 표를 보고 뒤집어졌습니다. ^^
표현하는 것은 '배가 고프다, 피곤하다, 자극이 지나치다, 배가 아프다, 불편하다, 너무 덥다, 너무 춥다, 충분히 먹었다, 안아달라' 등 이고
표현하지 않는 것은 '당신에게 화가 났다, 슬프다, 외롭다, 어둠이 무섭다, 지루하다, 내 침대가 싫다, 당신 생활을 망쳐놓겠다' 등 이라는 것입니다. 

이중 저는 '슬프다, 외롭다, 어둠이 무섭다'를 자주 똑순이 울음의 이유로 생각하곤 했었어요.
그런데 저자는 '슬프고, 외롭고, 어둠을 무서워하는건 바로 당신'이라고 얘기합니다.
엄마나 아빠는 자기 입장에서 아기가 우는 이유나 문제점을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듣고 보니 정말 저는 스스로에게 느끼는 측은함, 힘겨움, 외로움, 우울함 같은 것을 
똑순이의 감정처럼 자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구 우리 애기 많이 힘들지.. 혼자 자고 있어서 외로웠지..'하며 한번 안으면 잘 내려놓질 못했던 것입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깔깔 웃기도 하고, 스스로를 한번 더 안쓰러워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론 더 많이 씩씩해지게 되었습니다. 

EASY 라는 생활리듬도 큰 도움이 되었어요.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똑순이와 제 생활에 리듬이 없진 않았겠지만 제가 그걸 의식하고,
또 비교적 일정하게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게 된 결과, 갓난아기와 엄마의 생활에 모두 훨씬 더 안정감이 생겼습니다.

똑순이의 EASY를 찬찬히 관찰해보기 전에 제가 파악하고 있던 유일한 리듬은 
똑순이는 해가 지면 자고, 해가 뜨면 일어난다는 것이었어요. ^^
농담삼아 '농민의 아들'이라고 말했지만, 그 리듬 하나만으로도 하루를 버티는 큰 힘이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잘 살펴보고, 또 만들려고 노력하니 똑순이도 어렵지 않게 3시간 리듬을 갖게 되었어요.
규칙적으로 먹고(eating), 놀고(acting), 자고(sleeping), 똑순이가 잘때 새댁은 잠깐이라도 내 시간을 갖는(you, 엄마시간)
EASY 리듬이 매번 정확히 지켜지는건 아니고, 아이가 성장하면서 각 시간이 조금씩 늘고, 줄고하는 차이가 생겼지만
그래도 아이의 기본적인 생활 패턴을 단순화해서 파악하게되자 엄마의 심리적인 스트레스는 한결 줄었습니다.  
엄마의 여유나 밝은 기분은 아기에게도 잘 전해지겠지요~

쓰다보니 무척 길어졌어요.
아기 엄마들끼리 만나면 수다가 정말 많은데.. 새댁은 블로그에 그 수다를 풀어놓고 있습니다.^^

'베이비 위스퍼'의 핵심을 꼽으라면 '아기 존중'과 '아기 관찰'이 될 것 같습니다. 
아기 주위에 '존중의 테두리'라는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놓고, 누구라도 그 선을 넘어 아기에게 다가갈때는
누군가의 방문을 노크하고 양해를 구해 들어가듯 아기에게 얘기를 하라는 것도 참 신선했습니다. 
아기라고 '못 알아듣겠지', '뭘 알겠어'하고 마치 못 듣고, 못 보는, 감정없는 존재처럼 대하지 말라는 것이죠.   

유용한 이야기들이 참 많이 담겨있지만 여기서 다 소개할 순 없고요..
이 책을 감수한 아기발달연구소 김수연 소장님의 '향후 20년간 이보다 훌륭한 육아책이 나올 순 없을 것'이란 평을 전하는 것으로 대신해야겠습니다.

물론 책대로 다 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아이에게 다 들어맞는 얘긴 아니라는 것, 
이 책과 다른 지식이나 정보도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것,
저자의 경험과 판단은 훌륭한 참고가 되지만
우리 아이에 대한 가장 좋은 판단은 역시 그 엄마아빠의 몫이라는 것 등을 사족으로 남깁니다.

아무튼 '베이비 위스퍼'는 주변에 누가 임신했다고 하면 새댁이 첫번째로 권하는 책이 되었습니다.
출산을 앞두고 계신 분들(출산하고나면 한동안 정신없으므로 8~9개월쯤 꼭 읽으시길!!),
저처럼 첫아기 낳고 허둥지둥 안절부절하던 갓난아기 엄마께 권합니다. (안 읽어보셨다면 둘째 엄마들께도 물론 권합니다^^)
남편분들도 같이 읽으셔야하는건 필수겠지요~~!

행복한 엄마아빠의 아기존중 육아를 위해, 에고.. 오늘도 모두모두 화이팅입니다~^.^



* 앗. 참고로 이 책은 '베이비 위스퍼'1권(신생아부터 첫돌까지) 이고요, 2권(유아기-걷고 말하기 시작하는 아기), 3권(골드, 실전편)도 있습니다.
선배맘들의 권유는 1권부터 읽을 것, 육아의 원칙이 담겨있는 1권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고요,
당장 실전적용이 급해 3권부터 보는 것은 그닥 권하지 않지만 꼭 필요하면 그렇게 하되, 책대로 안된다고 아가도 괴롭히고, 엄마도 넘 괴로워말라는 당부가 있더라구요~~^^  

** 두번째 덧붙임!
아무래도 이 책은 '서양 육아법'이라 우리 정서나 문화랑 좀 안맞는 부분도 있다는 얘길 깜빡했네요~^^;
아직 돌도 안된 아가에게 따로 자기방을 주고 그 방에서 혼자 재우는 건 우리 문화에선 쉽지않은 일인데
이 책의 수면법은 그 상황을 가정하고 써있고..
그외에도 군데군데 읽다보면 낯선 대목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기 존중'과 '아기 관찰'이라는 베이비위스퍼의 핵심, 그리고 엄마아빠(들의 생활도 존중받는)도 행복한 육아를 해야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문화차이를 떠나 귀기울여볼만한 중요한 얘기들 같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