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육아도움책2010. 7. 1. 23:15



아이가 자랄수록 엄마도 함께 공부할게 많아지는 것 같다.
자라는 아이를 보며 궁금하고 고민스러운 것이 날로 많아지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만 이럴까? 요맘때 애들은 다 이런가? 다 이렇게 고집스럽고, 장난꾸러기고 말썽장이일까?'
'내가 너무 야단을 안 치나? 더 엄하게 해야하는건 아닐까? 어떻게 키워야하지?'
'만 두 돌 이후의 아이에게는 어떤 놀이가 필요한걸까? 늘 하던 놀이만 계속 하는건 지겨울 것 같은데...'

그래서 이런 내 궁금증과 필요를 해결해줄 수 있는 육아책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딱 만났다. 
내가 신뢰하는 출판사인 보리출판사의 책목록을 훑어보다가 발견한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 시리즈! 
1살부터 6살까지 나이별로 한권씩! 지금 우리 아이에게 딱 맞는 내용이 책 한권 가득 들어있어 읽기전부터 든든하다.  



 
두 살,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 - 10점
오사카보육연구소 지음, 이학선 옮김/보리




처음 주문할때는 만으로 두 돌이 된 연수에게 맞는 내용이 <두 살,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인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책에서 '두 살'은 우리 나이세듯이 만13개월부터 24개월을 뜻했다.
(책 소개에 그 내용이 없어 미리 알기가 어려웠다. 혹시 구입하시려는 분들은 참고하셔요..) 
잘못 주문했다고 속상해했는데 찬찬히 읽어보니 더 잘 된 일이었다.
13개월~24개월이 어떤 시기였는지를 다시 돌아보고, 그 시절에 내가 아이를 돌보면서 부족했던 것들을 짚어볼 수 있었다.
 
저혼자 숟가락질을 잘 하지 않고, 손으로 음식에 장난을 많이 치는 연수의 식습관은 늘 고민이었다.
처음 이유식을 먹을 때는 '음식에 흥미를 갖는 것과 스스로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손으로 먹어도 그냥 두고 장난치는 것만 제지하면서 지내왔지만 두 돌이 됐는데도 계속 그렇게 두면 안되지 않을까.. 싶고
무엇보다 연수가 일부러 하는 음식장난을 보면서 내가 너무 화가 나곤 했다.


"손으로 집어 먹는 것은 먹으려는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언제까지나 손으로 집어 먹게 내버려 두지 말고, 숟가락으로 먹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칩니다. 특히 두 살 중반이 지나면 손으로 먹게 하지 말고, 숟가락으로 잘 먹으면 "잘 먹었구나"하고 칭찬하는 것도 잊지 맙시다. 두 살 어린이들이 밥을 먹을 때는 어른이 금지하거나 지시하기 쉬운데 그보다는 잘 했을때 확실히 칭찬해주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책 104쪽)


별 것 아닌것 같은 내용이지만 실제 내가 하는 것을 돌아보니 연수에게 제대로 숟가락을 맡겨본 적이 별로 없었다. 
아직은 혼자서 잘 못먹는다는 생각만 했지 스스로 먹는 것을 북돋워주고, 응원해주면서 해볼 생각을 별로 못 했다.
계속 엄마가 먹여주면서 '좀 더 먹었으면..'하고만 바라고, 손으로 장난치는 것만 못하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연수에게 숟가락을 맡기고, 잘 되든 안되든 기다리면서 '잘 한다, 와~ 우리 연수가 혼자 밥도 숟가락으로 잘 떠먹네'하고 칭찬해주었더니 연수는 신이 나서 숟가락질을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참 단순한 변화인데도 사람 마음이 이렇게 신나고 기쁠 수가 없다. 
엄마는 칭찬하면서 기다려주고, 연수는 신나서 열심히 하고.. 
절반쯤 먹다 흥미가 떨어지면 내가 다시 먹여주기도 하지만,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일때는 혼자 밥 한그릇을 다 먹기도 한다. (아이에게는 특히 '맛있는 것'이 식사에 대한 의욕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인듯..ㅠ)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아이들이 일정하게 일어나서 먹고 놀고 잠을 자야 합니다. 두 살 어린이는 사람다운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출발점에 서 있으므로 이것은 더구나 크고 중요한 문제입니다... 부모 사정으로 아침을 거르거나, 평소에는 "팬티는 혼자서 입어 봐." 해 놓고 어느 날은 늦었다고 부모가 서둘러 입혀 주면 어린이는 기분이 망가지고 때로는 울고 소리지르고 하여 결국 어린이 스스로 입을 때보다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합니다.... 교사가 "빨리 손 씻어." "팬티는 입혀줄테니까 빨리 해."하고 재촉하면 생활에 일관성이 없어집니다. 이 나이에는 재촉해도 빨리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어른처럼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교사는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해서 해야합니다" (책, 112~113쪽)


일관성은 정말 중요하다. 
나도 연수에게 어느 날은 혼자 숟가락으로 밥을 먹어보라고 했다가 어느 날은 처음부터 그냥 내 손으로 먹여줘 버리고, 
옷입는 것도 가끔 생각날때만 혼자 입어보라고 하고 평소에는 그저 빨리빨리 내가 갈아입히는데 급급했다. 
아이에게는 하나하나가 중요한 일상이고, 배움인데 그런 것들을 엄마가 일관성없이, 그날그날 되는데로 해나가면서 아이의 생활습관이 잘 잡히지 않는다고 속상해하면 안되겠구나... 하고 깨달았다.

이 책은 일본의 오사카에서 지역아동 보육운동을 20년가까이 해온 성과를 모아 '오사카보육연구소'에서 1984년에 제작한 것이다. 2010년의 우리 현실과는 시대 차이도, 문화 차이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를 대하는 마음자세는 배울 점이 정말 많다.
애정을 가지고, 오랫동안, 여러 아이들을 키워본 사람들의 집단적인 지혜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얘기들이다. 

책은 참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우선, 두 살이란 나이가 어떤 시기인지를 정리하고(1장 두 살, 말이 꽃피는 시기)
세 살까지의 1년동안 어떤 목표를 가질 것인지를 어린이의 활동을 중심으로 정리해본다(2장 두살 어린이 보육계획).
'3장  두 살 어린이를 돌볼 때' 에서는 건강, 안전, 음식, 생활습관, 놀이 등의 중요한 내용들이 세심하게 쓰여 있고
마지막 4장에서 어린이집 교사와 부모가 할일 을 정리해놓았다.
전체 170쪽 정도로 분량이 많진 않지만 중간중간 진도가 얼른 안 나가는 대목도 있다.(특히 뇌발달과 손의 관계 등은 과학에 약한 나에게는 쿨럭..ㅡㅡ;;) 
 

어른은 어른 방식으로 어린이를 바라보기 쉽습니다. 거기에서 아이와 많이 부딪히고, 아이는 바쁜 어머니를 애타가 합니다. 어린이도 불만에 찬 날들이 이어지면 아주 안 좋습니다. 한 살 어린이는 누군가가 옆에서 다 해주어야 한다면, 두 살 어린이는 자기 뜻대로 무엇이든 해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넘쳐 납니다. 도구를 적극 다루면서 바깥세상에 다가가고, 말을 풍성하게 이해하고, 또 쓸 수 있는 어휘 수도 늘어갑니다. 어른뿐 아니라 어린이끼리도 관계를 잘 맺어갑니다... 끊임없이 "내가 할게, 내가 할게." "싫어, 싫어"하고 말하는 두 살 어린이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어린이가 자주성도 발달하고, 다음 행동으로 기운차게 옮아갈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이 시기를 잘 넘겨야 합니다. (책, 146~147쪽) 

어린이한테는 어린이와 함께 놀고 지켜보고 감동할 수 있는 어른이 있어야 합니다. 두 살 어린이에게는 손에 닿는 것 하나하나, 눈으로 보는 것 하나하나가 놀랍고 새운 것이며, 흥미로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조금도 가만히 있지 못합니다. 갖고 싶은 것, 만져 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바로 손에 넣고, 그렇게 하지 못하면 어른을 부르러 옵니다. 산만하거나, 장난만 치는게 아니라 탐구심과 행동력이 강합니다. 교사는 이렇게 어린이가 계속 걷고 돌아다니며 새로운 것을 찾아 나갈때 어린이와 함께 놀라고 기뻐하면서, 그 마음과 행동을 소중히 생각해야 합니다.(책, 131쪽)


집단보육(어린이집)을 우리나라보다 한 세대 일찍 시작한 일본에서 '어떻게 하면 가정과 지역과 어린이집이 힘을 모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실천해온 기록인 이 책은
기본적으로 '아이를 이해하자, 아이의 성장을 돕자, 아이를 마음껏 행복하게 놀게 하자'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어린이집 교사, 아이의 부모, 어린이집의 운영자 등 아이를 만나는 여러 주체가 어떤 입장에서 읽어도 도움이 된다.


어린이의 기분을 이끌어 내고 열어 나가야 합니다. 교사가 말을 확실하게 하고, 몸짓을 크게 하고, 표정을 풍부하게 해서 어린이에게 말을 건네야 합니다... 교사의 아름다운 표정과 몸짓이 이렇게 아이들을 움직이고, 해보고 싶어하게 만듭니다.(133쪽)

이 세상에 태어난 갓난아기를 사람다운 사람으로 키우는 일을 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더욱 아름다운 사람으로 갈고 닦으면서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를 돌보면서 자신이 더욱 사람다워지는 것을 기뻐하고 즐거워해야 합니다. 교사는 아이와 같이 생각하고, 아이가 즐겁게 생활하고 풍성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신이 성장하는 길이라고 생각할 때 행복합니다. (책, 139쪽)


나는 엄마이고 지금 내 아이에게는 교사이기도 하다.
다른 누구보다도 아이는 내게서 배우고, 나를 통해 세상을 만나면서 제 나름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있다.
교사의 관점이 엄마인 내게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내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있는 엄마라면 '내 아이의 보육교사가 이런 사람이었으면..'하고 바라는 그 모습을
지금 나는 내게 바래야하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배우고 생각한 것들을 생활에서 잘 실천하도록 노력해봐야지..
오늘 하루도 또 세살배기 말썽쟁이와 옥신각신, 투닥투닥 하느라 온몸에 진이 다 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다시 마음을 추스려본다. 엄마와 아이, 내일은 더 행복하게 자라자~!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