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림'에 해당되는 글 24건

  1. 2018.11.11 낙엽 1
  2. 2018.10.06 도시락
  3. 2018.10.01
  4. 2018.09.07 백일홍을 보다가
  5. 2018.07.10 망월천 다리 풍경 2
  6. 2018.07.04 여름 풍경 2
  7. 2018.04.28 국밥집 풍경
  8. 2018.04.23 아는 얼굴
  9. 2018.04.06 올해 처음 본 살구꽃
  10. 2018.03.15 노래기씨의 마실
오늘 그림2018. 11. 11. 22:41




단풍이, 낙엽이 얼마나 예쁜지..
방금은 커튼을 치며 어두운 아파트 정원을 내다보는데
가로등 불빛 아래 빨간 나뭇잎이
가지에 딱 몇개 매달려있는 것을 보았다.
검은 어둠속에서 빛나는 빨간 잎들.
정말 아름다운 빛깔이었다.

낙엽들은 이제부터가 새로운 삶, 여행일지도 모른다.
제가 자랐던 나무를 떠나서
익숙한 자리를 벗어나
다양한 색깔을 지니며 자라온 시간을 뒤로 하고
훌쩍 뛰어내려서 세상 곳곳으로..

아이들 노는 놀이터 옆 벤치에 앉아
나는 한참동안 나뭇잎의 여행 이야기를 생각했다.

비가 오고나니 우리집 창문 가까이 있는 나무들은 모두 잎이 떨어졌다.
미세먼지가 너무 심한 요즘이라
안그래도 귀한 비가 더 고맙고 반갑다.
몇번 더 비오고나면 가을도 끝나있을 것이다.
낙엽들은 먼 여행을 하겠지.

남은 가을, 다가오는 겨울
부디 먼지 덜한 날들이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10. 6. 09:53




가끔 장을 봐가지고 오는 큰 마트앞 버스 정류장 근처에
여성 의류를 파는 작은 노점이 있다.
행거 두 개 정도를 놓고 블라우스나 조끼, 치마 등을 걸어놓고 판다.
파라솔도 없이, 나무 그늘에 의지해
정류장에 사람이 많은 낮시간에만 차려지는
작은 노점이다.
그래도 2년 가까이 버스를 기다릴때마다
거의 늘 보았으니 그 자리에서 꽤 오래 장사를 하신 것 같다.

어제도 장바구니를 들고 버스를 기다리며 서있는데
버스 정류장 끝으로 스타렉스 봉고차 한대가 와서 섰다.
살짝 흠간 곳이 보였다.
아저씨가 내리시는데 손에 하얀 스타로폼 도시락을 들고 계셨다.
왕만두 같은 것을 사면 담아주는 그 스티로폼.

순간적으로 알았다.
옷가게 아주머니의 점심 도시락이구나.

행거옆에 서계신 아주머니 옆으로 등받이없는 플라스틱 의자가 하나 있었다.
물통이 있는 그 의자 위에 아저씨가 도시락 봉지를 놓으시는게 보였다.

내가 탈 버스가 와서 얼른 버스에 오르며
그 작은 가게 풍경을 그리고 싶다.. 생각했다.






서로 보살피며 살아가는 세상 모든 관계들의
애틋함이 찡하게 다가오는 가을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10. 1. 15:52




손길이란 신기한 것이다.
손길이 한번 가면 달라진다.
특별한 재능이 필요하다기 보다는
마음, 시간, 부지런함, 성실함 같은 것이 필요하다.

재능이 있다면 더 좋겠지.
금손이나 야물고 재주많고 빠른 손이라면 더 좋겠지.
그러나 그렇지 못해도
천천히 한번씩 손길이, 구석구석
필요한 곳에 가닿을 수 있다면
그건 정말 고맙고 좋은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느리고 게으르지만 그래도 노력하고 애쓰는
내 손아, 고맙다.
배우려고 하고 익히려고 하고
십년째 버벅거리는 살림과 육아의 나날들에도
꾸준히 움직이는
내 작은 손.
애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9. 7. 22:52

우리 아파트 단지안에 백일홍 나무가 참 많다.
작은 나무도 있지만 가지를 넓게 벌린 키 큰 백일홍 나무도 여럿 있다.

백일동안 붉은 꽃이 피어있어 백일홍이라 불리는 ‘배롱나무’.
친정집에서 가까운 강릉 오죽헌에는 아주 오래되고 고운 배롱나무들이 많다.
도종환 시인의 시 <배롱나무>에서 한 꽃이 백일을 가는게 아니라
작은 꽃들이 피었다 지고 또 피고 지고 하며 백일 동안 나무가 붉은 것이라는 구절을 읽은 뒤로는
배롱나무를 보면 괜히 한번더 쳐다보게 되었었다.

아파트 마당의 배롱나무들을 보며
고향 생각, 시 생각에 애틋한 맘이 들어 한번 그려보고 싶었다.
이 작은 배롱나무는 단지안에 있는 정자 옆에 있다.





우리 인생도 그럴지 모른다.
빛나는 어느 한 시절이 계속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시절의 꽃이 지면 또 다른 시절의 꽃이 피고,
피고 지고 피고 지고..
모두 다른 꽃, 삶의 다른 시기들에 저마다의 곱고 빛나는 꽃들을 피워내며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며칠전 한결 시원해진 바람을 맞으며 걷다가
나뭇가지에 무성한 푸른 잎들을 보았는데
이 잎들은 모두 올해 이별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잠시 슬펐다.

생명은 피고 진다.
아이들 교육방송을 보다가 우리 몸의 세포는 7년마다 거의다 새로운 세포로 바뀐다는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7년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세포로 보면 전혀 다른,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라는 얘기.
(그런데도 나를 계속 같은 ‘나’라고 할 수 있을까?를 묻는 어린이 철학 강의였다^^;;)

나날이 새롭고, 매일 변하고, 매순간 피고지는
백일홍 꽃, 배롱나무, 나, 우리들.
매일매일은 비슷한 것 같지만
부단히 달라지고 있고
큰 리듬을 타며 중요한 한 굽이 한 굽이를 넘어가는..
산다는 건 쉬운듯 하면서도 참 어려운 일인것 같다.

가을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7. 10. 10:49



주말에 하늘이 너무 깨끗하고 푸르러서
아이들과 자전거와 인라인을 챙겨 집 옆 호수공원에 나갔다.
아이들은 잠자리를 잡으러 뛰어다니고
나는 그늘 벤치에 앉아 그림을 그렸다.

공원이 이만큼 정리되는데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아직도 군데군데 공사중이고, 호수 옆으로도 크레인이 높이 서있는 건물 공사장들이 많다.
그래도 자전거를 타고 그림을 그릴 수 있을만큼은 시간이 흘렀구나..

연제가 풀숲에서 아기 방아깨비를 찾아서 같이 놀았다.
‘또미’라고 이름도 붙여주고 한참 손바닥에 올려놓고 구경한 뒤에 풀밭에 놓아주며
“여름동안 풀 많이 먹고 잘 지내~” 인사했다.

한참 그리다 운동끝난 아빠와 만나 점심먹으러 가느라
스케치북을 접었다.
집에 와서 펴보니 다 못그린 그림이 좀 허전하다.
바 안올때 아이들이랑 다시 가서 마저 그리든지 사진이라도 찍어와야지.
또미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그림의 빈 자리들을 조금씩 더 채워넣고 있자니
아이들이 자기들도 그려달라, 자기도 그리고 싶다.. 요구가 점점 많아져서 결국 같이 그린 그림이 되었다. ;; 구름은 연수연제 작품^^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7. 4. 11:53



파란 하늘 흰 뭉게구름.
때마침 라디오에서 애니메이션 <귀를 기울이면> 음악이 흘러나온 아침.




어제 아이 친구들과 같이 무지개를 보았다.
멀리 파란 산 위로, 크레인 위로
곱게 떠올랐던 무지개.
장대비 그치고 해님 반짝 났던 오후.
크레인은 현준이 그림.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4. 28. 15:53



내가 운동하는 요가센터 근처에 콩나물국밥집이 있다.
뜨끈한 국물 먹고싶을때 가끔 요가마치고 가서 점심먹고 오는데
나는 늘 티비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는다.

집에는 티비가 없어서 뉴스를 잘 못보는데
국밥집 티비에는 늘 정오무렵의 뉴스(뉴스 종편 채널같다)가 잘 나와 밥 떠먹으며 열심히 본다.

지난 겨울 어느 날에는 북핵위기가 한참 고조되던 때라 미국 정가에서 ‘한반도 군사옵션’ 이야기를 하는 뉴스를 보는데 참 무서웠다.

이 사람들, 뜨거운 김이 펄펄 나는 값싸고 푸짐한 콩나물국밥을 한술 떠먹으며 오늘도 힘을 내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 사람들 위로 폭격이 퍼부어지는 일만은 제발 없기를 빌며 국밥을 떠먹는 마음이 먹먹했다.

어제는 남북의 정상이 만나는 모습을 국밥집 티비로 보았다.
어느 때보다 뉴스 화면을 보는 손님들이 많았고 정상회담 이야기를 나누는 목소리들도 많이 들렸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함께 살아갈 사람들.
우리 모두의 희망과 꿈을 빌며
청소부 아저씨들도 드시고, 장애인 청년도 먹고, 할아버지 할머니, 나같은 엄마들도 함께 먹는
3800원 콩나물국밥을 맛있게, 열심히 떠먹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4. 23. 11:05



토요일에 한살림 강일매장 조합원 분들과 함께
괴산에서 열린 ‘삼짇날 풍년기원제’ 행사에 아이들데리고 다녀왔다.
함께 신청한 영미언니와 준혁이, 고전읽기 같이 하는 순영씨, 매장 활동가분들 빼고는 다 모르는 분들이었다.
큰 전세버스 한대를 함께 타고가면서 모르는 얼굴과 아는 얼굴 생각이 들었다.
잘 모르던 사이도 인사나누고 이야기나누고 몇차례 만나다보면 아는 사이가 된다.
모를때는 왠지 무서워보이기도 하고 까칠(?)하고 쌀쌀해보이던 인상도
아는 사이가 되고 보면 좋아보인다.
이제는 그 사람의 마음을 조금은 알기 때문이다.
다정하고 곱고 매일을 애쓰며 살아가는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르는 분들도 많이는 무서워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모를뿐 다 알고보면 부족함 속에서도 정나누며 살아가는 같은 시대 우리 이웃들.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4. 6. 10:08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3. 15. 14:24



작년부터 쓰던 노트를 거의 다 썼다.

뒤적거리다보니 이런 그림도 있네. 


여름 끝무렵부터 초가을까지 아파트 마당에는 노래기가 많이 나온다. 

다리가 많이 달린 까맣고 긴 곤충인데 조금 징그럽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신기해하고, 나도 아이들키우면서부터는 해마다 그맘때면 어김없이 만나는 곤충인지라 반가워한다. 

몇 걸음마다 한 마리씩, 많이도 보이는 노래기. 짧고 많은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여 어디로 가나..

내가 물었더니 연제가 대답하기를

"친구집에 놀러가는거 아냐?" 


^^ 그럴지도 모르지~

노래기씨가 룰루랄라 친구집을 찾아가 현관문을 누른다. 

띵동~!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