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9.04.29 담장 아래
  2. 2019.04.16 고향
  3. 2019.04.11 따스한 봄
  4. 2019.04.10 다양한 감정
오늘 그림2019. 4. 29. 15:18




신도시가 만들어진다는 건 어떤 것일까.

미사로 이사오고 어느새 세 번째 봄을 맞고 있다.
신축 아파트 단지의 조그맣던 나무들도 자리를 조금씩 잡아가고
호수공원이며 전철역과 상가 공사는 여전히 뚝딱뚝딱 쿵쿵쿵 진행중이지만
건물들도 꽤나 많이 완성되었다.

사람들의 삶도 많이 뿌리내렸을까?
우리 꼬마들도 나도 익숙한듯 낯선듯 적응하며 살아가고있다.
이 동네의 사람들은 모두 신도시로 입주한 이방인들.
이 동네는 원래 비닐하우스와 농원, 야산들이 있는 서울 외곽순환 고속도로 옆동네로
하남의 구도심과도 먼, 한적한 변두리였다.
종류가 참 다양한 새들이, 곤충들이 이 마을의 옛시절을 조금 알려준다.

큰 도로들이 생기고 고층 아파트들이 지어지면서
아파트와 찻길 사이에 방음벽들도 높게 지어졌다.
이사하고 한동안 길을 걷다가 내가 제일 많이 한 일중 하나는
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새들의 사체를 치우는 일이었다.

그냥 보고 지나갈 수가 없어서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살짝 싸서 집어올린후 가로수 나무 밑 풀숲에 눕혀주고 풀잎이나 나뭇가지들로 덮어주는 일.

한동안은 하루 걸러 하루마다 새들을 묻어주어야 했다.
아무 것도 없던 땅에 생긴 투명한 유리벽.
나는 그저 묻어주는 것밖에 못했지만
관청에 전화를 걸어 민원을 넣어준 분들 덕분에
반년쯤 뒤엔 유리벽에 까만 썬팅지로 새들의 그림이 붙었다.
날아가는 새, 앉으려는 새..
새들이 동료들의 그림이라도 보고 조심할 수 있도록..

미안하다.
산다는 일이 이렇게 미안한 일이구나.
방음벽 담장 아래 올해도 민들레가 많이 피었다.
꽃처럼 피어나길 고운 생명들.







Posted by 연신내새댁
하루2019. 4. 16. 13:35



주말에 친정에 다녀왔다.
엄마아빠 옆에서 맛있는 밥 많이 먹고
엄마가 새로 담그신 얼갈이 물김치랑 더덕무침도 받아왔다.
일요일에는 강릉 중앙시장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생선들도 사고, 다시마튀각도 사왔다.
강릉에서 열갱이라고 부르는 생선은 원래 이름은 낀따루라는 수입어종인데 서울 마트에서는 보기가 힘들다.
가자미도 강릉에서는 반쯤 말려서 꾸덕한 채로 파는데 기름두르고 구우면 고소하고 참 맛있다.
친정 가까운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파는 소고기 너비아니는 애들이 최고로 좋아하는 반찬인데 우리 동네에서는 본 적이 없다.

엄마아빠를 보고, 같이 얘기나누고 밥먹고
그저 하룻밤 곁에서 자고만 와도 좋은데
월요일 아침 우리집 밥상에도
고향이 함께 와있다.
그립고 감사하다.






아이들이 어디 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있으면 ‘저기 내 분신이 간다’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분신인 연수는 태권도복을 입고 도장으로 뛰어가고
울 엄마아빠의 분신중 하나인 나는 멀리 하남땅에 와있네..’
며칠전 아이들 사진을 찍으며 생각했는데
그 사람들이 모두 모여 사진을 찍었다.

뭘까. 이토록 신비로운 인생이란 것은..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9. 4. 11. 12:10





아직은 추운 봄이라
따뜻하고 꽃 많이 핀 봄이 언제 오나.. 기다린다.

겨울이 가물었던지라 봄비들이 반갑고
찬바람 덕분에 미세먼지없이 깨끗한 공기도 넘 고맙다.
그래도.. 따뜻한 날, 포근한 봄도 기다리게 된다.

춥지만 벚꽃은 피었고
요며칠 맑은 공기속에 새소리가 엄청 많이 들렸다.
2층인 우리집은 창문앞이 바로 새들이 오는 나무가지다.
무슨 일이 있나 싶을 정도로 짹짹짹 쪼롱쪼롱 열심히 우는 새들도
깨끗한 공기가 반가워서 그러는건 아닐까_^^





열심히 자라나느라
열심히 살아가느라
오늘도 모두모두 참 애쓴다.
고맙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하루2019. 4. 10. 09:44




아침에 연제가 유치원가기 전에 색칠하던 글라스데코 코끼리.
다 못 끝내고 가면서 “마를텐데 어떡하지..”하고 걱정하길래 “엄마가 마저 칠해놓을께” 했다.
바탕그림의 코끼리는 웃는 입꼬리가 살짝 보이는데
위에 물감을 두껍게 입히며 칠하다보니 표정이 안보였다.
웃는 입을 그릴까 어쩔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두기로 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얼굴을 그릴때면 으레 웃는 표정으로 그릴 때가 많았다.
늘 웃고만 사는 것은 아닌데.. 감정도 표정도 많고 많은데..
웃는 표정이 예쁘고, 웃으며 행복하게 살고싶은 마음도 좋지만
우는 아이, 주눅든 얼굴, 겁먹은 표정도 괜찮다.
그럴 때도 있지..

아이들과 같이 본 그림책중에 곰돌이 푸우 시리즈가 있는데 여러 동물 친구들이 나온다.
나는 그중에 당나귀 이요르를 제일 좋아한다.
자주 슬퍼하고 우울해하지만 포근하고 따뜻해보이는 이요르가 좋다.
우리 꼬마들은 푸우, 티거, 토끼, 피글릿 같은 다른 동물 친구들도 좋아하고, 엄마가 좋아하는 이요르도 좋다고 한다.





연호네 담임 선생님께서 귀여운 펭귄 그림을 보내주셨다.
집에 붙여놓고 보라고 하셨다는데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하는 귀여운 펭귄들처럼
우리 아이들도, 나도
우리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표현하고 보듬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함께 있어서 다행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