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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9.03.10 봄, 쑥
umma! 자란다2019. 3. 24. 22:24

잠든 아이들이 콜록콜록 기침을 한다.
연수는 어제 밤에 열이 높아 힘들어하다가
오늘 아침에 병원에 가서 독감 진단을 받았다.
연호도 열이 있긴한데 심하지않지만 가래와 기침은 더 많다.
내일 아침엔 연호도 병원에서 검사를 해봐야할 것 같다.

봄들어 조금씩 쿨쩍거리던 아이들 감기가 지난주중에 비오고 날이 추워지면서 심해졌다.
미세먼지는 덜해져서 좋았는데
친구들과 찬바람쐬며 놀이터에서 노는걸 놔뒀더니 주말에 탈이 났다.
연수는 밖에서 많이 놀지도 않았는데
학교 수업들 들으며 바람속에 오고가는게 힘들었나...
겨울내 집에만 있으면서 체력이 약해진 것같기도 하고ㅠ

나도 학기초라 아이들데리고 좀 종종거리고
나 나름대로 겨울방학동안 꼼짝못하고 집에만 있어 답답했다고 오랫만에 친구들 얼굴도 보고 나름 먼 외출도 하고 다녔더니
기침감기랑 몸살이 와서 콜록거리며 밤마다 일찍 이불덮어쓰고 자줘야했다.

아이들이 아플때나 내 몸이 아플때는 ‘아 아프지만 않으면 정말 바랄게 없겠다’ 생각하다가도
아픈 것이 낫고 나면 또 다른 바램들, 속상한 것들로 마음을 끓이곤한다.
그러지 말아야지.. 건강하게 잘 자라주기만 하면 더 바랄게 없다.

아이들이 아프면 어깨에 힘이 저절로 빠진다.
잘 챙겨주지도 못하면서, 제대로 살뜰히 보살펴주지도 못하면서
뭐 대단하게 잘 해주는 엄마이기라도 한 것처럼
아이들 앞에서 그렇게 화내고, 혼내고 했었나... 싶어
미안하고 부끄럽다.




지난 주 일요일에는 나 혼자 바람 좀 쐰다고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겨두고 광화문 나들이를 갔었다.
영화를 한편 예매해놓고 이리저리 걷다가 덕수궁 석조전을 구경하게 되었는데
단아한 아름다움에 깜짝 놀랐다.

크지는 않지만, 대한제국 황실의 궁전이었던
석조전의 은은한 베이지색 벽돌들과 기둥들.
화려하면서도 단정한 황실의 기품이라고 해야할까..
서울 도심에 남아있는 1900년대 초반의 다른 오래된 건물들-교회, 은행,학교 등-과는 느낌이 확실히 달랐다.





봄바람을 쏘이고 오니 기분이 참 좋았다.
몸은 좀 힘들었지만 새로운 기운도 나고.

아이들은 어떨까.
새 학년, 새로운 친구들 선생님을 만나며
새로운 자극도 받겠지만 힘든 것도 많겠지..
무엇보다 지금은 몸이 고달픈 것 같고ㅜㅜ

아픈 시간을 통과하며 얻는 것이 있기를..
새롭게 더 단단해지고 여물어지는 것이 있기를.
내가 그렇게 보살필 수 있고, 아이들이 힘을 내서 부디 잘 견디고 성장해주기를
봄바람 속에서 기도한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하루2019. 3. 10. 20:39

​​​​




봄이 왔다.
올해 봄은 봄같지않게 왔다.
겨울이 아주 따뜻했기 때문이다.
서울 가까운 하남은 겨우내 많이 춥지않았고, 눈이나 비가 거의 오지 않았고,
안개와 먼지가 섞여 뿌연 날이 많았다.

날씨가 왜 이럴까, 자연과 기후가 겪고 있는 변화들이
우리들의 삶에도 무겁게 다가왔다.
겨울같지 않은 겨울이 흐르다가 최악의 미세먼지라는 며칠전의 먼지 난리를 치르고 나니
이제는 따뜻한 기운이 확연한 봄이 되어 있었다.

개나리, 매화, 산수유같은 봄꽃도 하나둘 피고
아이들은 모처럼 먼지덜한 주말에 많이 걷고 뛰고 놀았다.

나는 마트에서 쑥을 한 봉지 사왔다.
깨끗이 씻어서 잘게 썰어 쑥전을 부쳤다.
씻을 때는 잘 모르겠더니 잘게 썰때는 향긋한 쑥냄새가 진하게 났다.
깻잎도 좀 같이 넣고, 부침가루와 현미가루를 섞어서 반죽을 해서
콩기름에 고소하게 부쳤다.





잔한 쑥냄새를 맡고있으니 이 냄새를 언젠가 맡아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였지..? 어린 시절 소꿉놀이할 때였다. 쑥과 꽃, 다른 풀들을 뜯어와 돌로 찧어 밥하고 반찬만들며 놀던 때. ^^

그때부터 내 기억속에 깊이 저장된 이 냄새가
봄이 되면 나에게 쑥이 먹고싶어지게 하나보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이런 힘이 있구나.
새삼 느꼈다.

봄과 함께 아이들은 개학을 해서 학교에 갔다.
긴 겨울 답답한 집에서 셋이서 아옹다옹 티격태격 지겹게도 싸우더니
이제 서로 다른 공간에서 각자의 친구들과 함께 한나절씩 떨어져있게 됐다.
나도 한숨 돌리고 쉴 짬이 생겼고..

화요일이었나..
오후에 연호는 피아노학원에 가고
내가 연수연제를 데리고 연수 치과치료를 다녀왔더니
먼저 집에 와있던 연호가 선물이 있다며 검은 비닐봉지를 꺼내왔다.
형동생 줄 쵸코우유 2개, 엄마주려고 산 커피우유 1개가 들어있었다.
학원끝나고 집에 오니 우리가 아직 안왔길래
얼른 제 용돈가지고 집앞 슈퍼에 뛰어가서
우유들을 사왔단다.
값을 물어보니 가져간 돈이 부족해서 자기 우유는 못 사오고..
그래도 괜찮은게 자기는 피아노학원에서 선생님이 맛있는 쵸코렛을 주셔서 먹었단다. ^^





연수 연제가 모두 고맙다며 연호를 안아주고,
저녁까지 아이들과 이리저리 움직이며 피곤했던 나도 마음이 따뜻해져서 기운이 새로 났다.

커피우유는 아껴뒀다 먹으려고 냉장고에 넣어두고 다음날 조용한 시간에 꺼내 그림부터 그렸다.
긴 겨울 함께 잘 지냈다고, 모두 애썼다고 토닥토닥해주는 연호 마음같은 선물.

다시 봄이다.
먼지가 덜해질 수 있게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도 함께 해야겠다.
자율적 차량 이부제에 동참하고, 전기를 아껴 쓰고,
미세먼지 대책들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마음껏 숨쉴수 있는 깨끗한 공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깊이 느끼는 날들이다.
방학동안 멈춰두었던 요가를 다시 하러 가는 길에 오랫만에 망월천의 텃새 친구들도 반갑게 만났다.
말 못하는 새들, 도망갈 수 없는 풀과 나무들, 집없는 동물들,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
미세먼지 시대, 모두가 마스크를 써서 누가 누군지 알아보기도 힘든 날들을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부디 희망의 봄이 되기를.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