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2020. 1. 22. 11:48

아이들 간식거리를 사러 옆단지에서 열리는 알뜰장터에 다녀왔다.
연수가 좋아하는 어묵이랑 연제가 좋아하는 닭꼬치를 사고 돌아오려는데 강냉이 파는 천막이 보였다.

어린 시절 겨울이면 엄마가 시장에서 큰 봉다리로 하나씩 튀겨오시던 강냉이를 양푼에 한그득 담아놓고 야곰야곰 먹으며 책읽고 그림그리며 놀던 기억.
그 추억의 맛때문에 강냉이를 보면 그냥 지나가기가 어렵다. ^^;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강냉이 한 봉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쌀 튀밥 한 봉지를 샀다.
쌀을 튀긴 하얗고 보드라운 쌀튀밥을 나도 어릴때 참 좋아했었다. 우리집에서 할머니들이 과즐(한과)을 만드시던 시절에 기름에 튀겨 붕그렇게 부푼 과즐반죽에 조청을 바르고 하얀 쌀튀밥을 붙이면 달콤하고 촉촉한 과즐이 된다. 그게 정말 맛있었는데..

아빠가 몇해전부터 밀가루 알레르기가 심해지셔서 좋아하시던 음식들을 많이 못드시게 되었다.
심한 두드러기와 함께 쓰러지시곤 하셔서 응급실에 몇차례나 다녀오셨다.
다행히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으면 가라앉아서 괜찮아지셨지만
엄마아빠 두분 다 많이 놀라시고
평소에 먹는 음식을 많이 신경써서 가려드셔야하니
음식 준비하는 엄마도, 좋아하는 음식들을 못 드시는 아빠도 어려움이 많으시다.

고향에서는 ‘강밥’이라고 부르는 강냉이를 보고 있으니 아빠엄마 생각이 난다.
이런 간식도 참 좋아하시는데... 혹시 드시고 탈날까봐 이제는 선뜻 사드시기도 어렵겠지.
밀가루뿐만 아니라 기름에 튀긴 과자들이나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음식들도 조심하셔야 한다.

설이 며칠 안 남았다.
대식구의 먹거리와 제사 음식들을 준비하고 차리는 일은 힘들지만
그래도 보고싶은 가족들이 한데 모여 맛있게 잘 먹고, 조상님께 감사인사도 드리고, 서로의 얼굴을 환하게 바라보며 올해도 잘 지내기를 빌어주는 시간은 소중하고 좋은 시간이다.
친정의 엄마아빠도 설을 잘 보내시기를, 좋은 음식들 맛있고 편안하게 잘 드시고 푸근하게 지내시기를 마음으로 빌어본다.
새봄에 아이들데리고 뵈러갈께요-!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20. 1. 16. 12:16

 

겨울방학이다.
아이들과 함께 아옹다옹 붙어지내면서 느끼는 바가 많다.
함께 있으니 좋다는 것.
집은 몹시도 어지럽고 세끼 밥을 차리고 먹고 치우는 일은 쉽지않지만
같이 장난치고 웃고 잠깐씩 같이 게임을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누는 시간이 귀하고 좋다.

 

연수는 새해 열세살이 되었다.
오마나.. 언제 이렇게 컸담..
너의 아기시절이 생생한데

아직은 막내동생과 똑같이 삐지고 싸우며 엄마에게 응석을 부리는 큰아들이지만
얼마 안있어 성큼 내 곁에서 멀어져 저만의 세계로 나아갈 것이다.
그럴꺼라 생각하고 있어서 남은 시간을 달콤한 곶감빼먹듯 아껴아껴 보내고 싶어진다.

 

 

다정한 우리 둘째 연호는 새해 열살이다.
열살.. 얼마나 파릇파릇 좋은 나이인지! ^^

속상하고 서운할 때가 많은 둘째지만 그래도 언제나 가족들을 가장 많이 이해하고, 가장 많이 보듬으려고 애쓴다.
장래 희망이 축구선수인 연호야,
새해에는 더 튼튼해지렴.
밥 많이 먹고 많이 뛰어놀자~^^

 

막내 연제는 새해 여덟살.
새봄에는 초등학생이 된다.
내가 어릴때 할아버지는 나를 보고 ‘재주꾼’이라고 하셨다. 한옥집 뜨락에서 가족 사진을 찍을 때였나.. 아무튼 그 말씀에 나는 좀 으쓱하고 기분이 좋았어서 오래오래 기억한다.
지금 연제를 보면 딱 할아버지 표현대로 ‘재주꾼’ 같다.

춤도 잘 추고, 운동도 잘 하고, 사람들 웃기기도 잘 하는 연제는
형님들 어깨 너머로 배운 것이 많아
나이보다 의젓한 면도 있지만
짖궂게 까불거릴 때도 많다.
고집은 또 어찌나 센지.. 형들도 고집이 있지만 그럭저럭 엄마 말은 잘 듣고 조율도 되는데 비해 막내는 그야말로 고집불통이다.

나는 그런 연제를 걱정했다가 화가 나면 혼을 내다가 미워하기도 했다가 또 어린 아이한테 사랑을 줘야지 미워하면 안되지.. 하고 반성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러면서 연제도 자라는 것일까.
이러다보면 어느날 막내도 엄마 말을 어느 정도는 수긍할 줄도 알게 되고, 형들과 놀 때 제멋대로 고집부리지 않고 그러다 언젠가는 의젓하게 철이 든 중학생 형님도 되고.. 그러는 것일까.


 

 

사람을 키운다는 것이 사랑을 키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사랑의 그릇을 키워가는 것.
처음부터 아주 넓고 찰랑찰랑 넘칠만큼 큰 사랑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람에 따라
내가 품고 키우고 마음쓰는 대상이 많아지고 커짐에 따라
내 사랑의 크기도 커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아이들이 엄마를 키우고,
학생들이 선생님을 키우고
친구들이, 동료들이 서로를 키우고
함께 있는 존재들로 인해, 사랑하는 존재들로 인해
내가 자라는 것이 아닐까.

때로는 필요한 것보다 줄 수 있는 것이 적어 부족할 수도 있다.
영영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늘리고,
서로 또 채워주고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은 일방통행은 아니니까.
아이들이 나에게 주고 있는 사랑을
알아차리고 고맙게 받아서 나도 또 내 사랑을 키워가야.


 

방학 맞은 삼형제는 셋이서 많이 논다.
동네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피구하고 축구하며 놀 때도 있지만 주로는 집이든, 공원이든 셋이 붙어 다니며 논다.
아직은 나도 늘 끼워주고 싶어해서
가끔은 넷이서 논다.
주말이 와서 아빠까지 다섯이 놀면 더 신난다.

오래 붙어있으면 많이 싸우지만 그만큼 더 서로에게 잘 맞출 수 있게 되고 잘 놀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시간의 선물이다.
하지만 그냥 시간만 같이 보낸다고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상처가 쌓일 수도 있으니까..
보며 때도 .
서로 아껴주고 이해하려고 하고, 함께 잘 성장하려고 애쓰는 시간이 쌓일 때에만 이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시간의 비밀이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고마운 ‘시간’ 말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