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동네.세상2008. 2. 27. 11:49

어제 저녁에는 TV로 생중계된 뉴욕필하모닉의 동평양대극장 공연을 지켜보았다.
명색이 북한 관련 논문을 쓰는 대학원생인데 안보면 되랴 하는 생각도 있었고
요즘 잘 모르는 클래식이지만 라디오 주파수를 클래식 FM에 맞춰놓고 지내기도 하는터라
뉴욕필의 연주를 한 번 들어보고 싶기도 했다.

음악은 참 아름다웠다.
연주자들의 실력이 대단하구나 싶기도 했고, 나같은 클래식 문외한이 들어도 아름다울만한
편안하고 고운 곡들로 선곡되어 있어 듣기 좋았다.
북, 미 양국의 국가,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3막 서곡, 드보르작의 교향곡 '신세계로부터', 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이 본곡으로 연주되었고,
관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 중 파란도르, 번슈타인의 '캔디드 서곡', 이북 작곡가 최성환이 편곡한 관현악곡 '아리랑'이 앙코르로 연주되었다.
 
피날레 곡이었던 최성환의 '아리랑'을 뉴욕필하모닉의 연주로 들어본 것.. 이 한곡만으로도
2시간여의 공연을 본 의의는 충분했던 것 같다.
'아리랑'은 세계의 어떤 음악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조선반도에서 나고 자란 내 정서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의 연주무대에 올려져도 조금도 손색없이 고운 선율과 거기 담긴 애수어린 향취는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에 잇닿을 수 있는 힘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음악 외의 다른 것들에 더 눈이 가는 것은 전공상(?)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우선 약간 수선스럽다싶게 살짝 흥분한 MBC 중계방송 아나운서들이 눈길을 끌었다.
역사적인 공연, 평화의 선율, 양국간 선린과 우호... 평소 듣기 힘든 이채로운 단어들이 동평양대극장 로비에 선
남, 여 아나운서를 통해 쏟아져나왔다.
그런데 뭐랄까, '역사적인 공연'이라며 살짝 흥분해있는 와중에 정말로 '역사적인 공연'의 의의랄까.. 그런 공연현장을 중계하는 사람으로서 준비했어야할 마음가짐은 좀 부족해보여 안타까웠다.
두 아나운서는 공연이 끝난후 공연을 본 평양 시민 한 분의 소감을 듣겠다며 노란 한복을 곱게 입은 여성 한명을 인터뷰했다.
그런데 그 분의 소개를 들어보니 '만수대예술창작단'의 작곡가 선생이었다. "준비된 인터뷰이"인 셈이다.
'그렇지. 전문가 아닌 사람을 남쪽 TV 화면에 내보낼리 있나' 살짝 웃음이 나왔다. 
북측의 애교 또는 문화방송에 대한 대접이라고 생각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 분과 아나운서들간에 서로 하고싶은 얘기의 핀트가 살짝쿵 안 맞았다.
남자 아나운서는 2002년에 동평양대극장에서 있었던 남측가수 윤도현, 이미자 씨의 공연 사회를 본 자신을 기억하시는지 물으며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했다.
이때 역시 준비된 인터뷰이, 작곡가 선생은
"네~ 저도 그때 객석에 앉아서 본 선생을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되는 날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이것이 다 '6.15'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선생이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나가는데 크게 기여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대답했다.
사실 큰 내용없이 웃겨보려고 했던 아나운서는 살짝 머쓱해져서 "네~ 저도 통일아나운서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라고 답하며 마무리지었다.

이 작곡가 선생이 '준비한 멘트'를 전후 대화속에 어떻게든 잘 끌어들여 살려가는 동안
두 아나운서의 표정은 그야말로 '에고~ 또 나왔다.. 썰렁한 공식멘트'라는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었다.
난처한 웃음과 함께 조금은 지겨워하는 표정.
나는 그게 맘에 걸렸다.
물론 생방송 중계 현장에서 행여나 도를 넘는 돌발멘트로 '방송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난처하고 걱정되었을 아나운서들의 심정이 짐작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그런 긴장감보다는 의례성 멘트라고 생각하고 건성으로 듣고 넘기려는 인상이 더 강해보였다.
'역사적인 공연'이라고 자신들도 그렇게 들떠서 한참 말해놓고,
왜 평양 시민이 나름의 '역사적 인식'을 얘기하는 것은 '으레성 멘트'로만 취급하려 하는가.
 
남쪽의 반공교육은 북쪽 사람들이 하는 모든 말은 '앵무새들 같이 외워서(혹은 세뇌되어서) 말하는 것'이라고
우리에게 오히려 '세뇌' 시켜 버렸다.
사실 누구라도 방송사 마이크가 불쑥 다가오면 굉장히 '상투적인 대답'을 하게 된다.
뉴스를 자세히 보라.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답은 우리의 예측을 빗나가지 않는다.
남쪽 사람들도 그럴진데 북쪽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북쪽 사람들의 '상투성'은 그들의 발언이 남쪽 사람들이 보기에 어색할만치 정치적이거나 역사적인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평소에 토론하고, 대중앞에서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어 그럴 것이다.
그런데 우리와 다른 모습이라 낯설 수는 있어도, 그런 모습을 쉽게 폄하해서는 안될 것이다.
더 진지하게 듣고, 그 속에 담긴 정신에 공감할 수 있다면 함께 나누고 대화하려하는 남쪽 사람들의 자세를 보고 싶다.
   
공연을 보는 동안 화면에 비친 북쪽 사람들의 표정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것 같았다.
지휘자의 손짓에 따라 일제히 치솟았다 떨어지는 바이올린 활들은 어느 순간 날카로운 칼이나 힘찬 창을 연상시켰다.
60년이 넘게 지속되었던 무력 대결이 이제는 종식될 수 있을까.
몇 번의 전쟁위기와 일상적인 공포속에 치열하게 대립하던 두 나라가 이제는 칼을 내려놓고 서로를 인정할 수 있을까?
바이올린 활들의 힘찬 움직임을 지켜보며
'저 활이 언제고 다시 칼로 변하지나 않을까..?'
북쪽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그런 궁금함과 기대, 불안함이 교차하고 있었을 것 같다.
어쩌면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보다는 뉴욕 필하모닉 단원들의 표정이나 지휘자 로린 마젤의 말 한마디에 더 귀를 쫑긋 세우고
자신들의 불안함을 가셔줄 수 있는 따뜻한 우호의 기운을 찾아보려 애썼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도 약간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공연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역사적인' 공연은 그렇게 끝났다.
뉴욕필 단원들은 어제 평양음악대학을 방문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음악교실을 열었다고 한다.
오늘은 로린 마젤의 지휘하에 조선국립교향악단과 실내악 협연도 한다고 한다.
바이올린의 아름다운 활이 다시는 칼로 바뀌는 날이 없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남북의 연주자들도 함께 윤이상의 교향곡이나 세계인이 사랑하는 오페라곡들, 민족의 정취가 담긴 아름다운 선율들을 함께 연주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새댁은 우리 똑순이랑 신랑이랑 손잡고 그런 공연을 보는 아름다운 밤을 꿈꾸고 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밥상2008. 2. 26. 19:33
마른 오징어채는 멸치볶음과 함께 도시락반찬계의 지존 자리를 지키는 전통의 강자지요~^^
매콤한 맛, 달콤한 맛... 고소한 깨가 뿌려진 오징어반찬은 인기있는 메뉴였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울엄마가 해주시던 매운 오징어채보다
친구가 싸오던 물엿바른 노란 오징어채를 좋아했지요~^^
 
옛날 생각을 하며 오늘 만들어본 메뉴는 '마른 오징어채'입니다.

'마른 오징어'는 시어머니께서 공수해주신 도시락재료 입니다.
여기저기서 얻어먹는 덕분에 신혼살림은 풍족하여 새댁은 흐뭇합니다 ^______________^  
만드는 법은 시어머님이 일러주신 것입니다

* 재료: 마른 오징어채 한 줌, 양파 1개, 고추장(1), 참기름(0.5), 물엿(1), 식초(0.5), 깨(1)

*이렇게 만들었어요~

1. 마른 오징어채를 볼에 담고, 양파 1개를 채썰어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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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기에 고추장 한 숟갈과 물엿 한 숟갈을 넣고, 손으로 쓱쓱 잘 비벼줍니다.
양파에서 물이 나오기 때문에 마른 오징어채가 촉촉한 느낌을 유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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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지막으로, 깨 한숟갈을 뿌리고 참기름, 식초를 조금 넣어 잘 버무려주면 고소한 향기를 풍기는 새콤달콤한 오징어채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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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간단하지요? 저도 만들어보고 깜짝 놀랐답니다~
그런데 오징어와 함께 양파가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아주 좋았습니다.

10분만에 '시어머니표 마른 오징어채' 완성!! 신랑은 내일 점심시간에 중학교 시절로 돌아가겠네요~^^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