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산책'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20.07.11 아침 호수 풍경
  2. 2020.02.16 아침 산책
  3. 2009.09.17 행복한 성장의 순간들.. <엄마, 내가 행복을 줄께> 17
하루2020. 7. 11. 07:13


호수 물이 반짝이며 흘러간다.
잠수하고 나온 가마우지들이 날개를 활짝 펴서 말린다.
걷는 사람들, 뛰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꽃들이 눌 피었다 진다.
큰개미취도 이제는 까만 씨앗이 더 많이 보이고
푸른 붓꽃도 거의 다 졌다.
나팔꽃과 달맞이꽃, 개망초는 수수하고 잔잔한 아름다움을 담고 아직 아침 호수가에 피어있다.

노래기는 많이 줄었다.
쥐며느라가 많이 보이는 아침. 이제는 노래기를 밟게 될까봐 무서워 호수에 못 나오는 우리집 큰아이도 호수에 나올수 있겠다.
제 자전거 바퀴에 행여 노래기가 깔려죽을까봐, 그러면 노래기가 불쌍하니까 호수 공원에서 자전거를 못 타겠다는 아이 말을 들으며 ‘ 저 마음도 쓰일 데가 있을 것’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저렇게 여리고 두렵고 생명가진 모든 것들을 애틋해하는 마음도 살다보면, 세상 어딘가에는 쓰임이 있을 것이다..


오늘의 태양이 떴다.
구름이 빛난다.

여름 한복판을 향해 가는데도 이른 아침에는 선선한 바람이 분다. 벚나무에서 마른 잎들이 떨어져 날리는 것을 보니 아직 멀리 있는 가을 느낌이 언뜻 난다.
계절이 하루 안에도 여럿 들어있는 것 같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하루2020. 2. 16. 12:58

어제 아침에 모처럼 여유로운 마음으로 동네 산책을 나섰다.
아이들이 친한 친구집에 가서 하루 자면서 놀고오기로 해서 집에 어른사람 둘뿐이었던 것이다.
옆에서 놀아달라조르고, 밥차려줘야하는 아이들이 없으니
아무 일이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발걸음이 절로 가벼웠다.

우리집 옆에는 호수공원이 있다.
아이들과 자주 놀러가서 새들도 보고, 인라인스케이트도 타고 가끔 그림도 그리는 곳이다.
어제는 그 공원부터 가지않고 며칠전부터 생각해둔 숲을 찾아갔다.
집에서 좀 더 거리가 멀리 떨어진 곳인데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니 작지만 나무가 빽빽한 숲이 있었다.
숲이 귀한 신도시인지라 그 정도만 해도 지나치며 눈길이 절로 갔었다.

얼마전 ‘아 걸어서 갈 수 있는 숲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불현듯 차타고 지나다니며 본 그 숲이 생각났고 좀 멀지만 어른 걸음이면 운동삼아 걸어가볼만 하겠다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마침 한가했던 어제 아침에 마스크를 끼고, 운동화를 신고서 숲을 향해 집을 나섰다.

어린아이들을 키우다보면 혼자서 길을 걷는 것이 얼마나 상쾌하고 홀가분한지 새삼 느낄 때가 많다.
안고 업고, 유모차를 밀고 킥보드를 끌어주며 몇년을 지내다보니
아무도 내게 매달리지않고 내 한 몸, 내 발로 가볍게 걸어 옮기는 그 감각이 너무나 자유롭게 느껴지는 것이다.

힘든 일터를 오고가느라 종종걸음을 옮기는 시간이라면 혼자라도 힘들 것이고, 몸이 아프면 내 힘으로 걸어야하는 것이 무척이나 서럽겠지만.. 고맙게도 지금은 운동삼아 산책나선 길. 이렇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시간이다.

숲에 도착해 무사히 입구를 찾고 작은 숲을 한바퀴 빙 두르게 되어있는 산책로를 걸으며 청설모를 두 마리나 만났다.
동그랗게 허리 쯤에 산책로를 감고있는 숲 앞에는 올 봄에 문을 여는 ‘청소년수련관’이 공사를 거의 끝내고 서있었다.
옆으로도 체육시설과 놀이터가 같이 있는 공원이 있어 아이들과 봄에 여기와서 숲에도 가고, 수련관 프로그램도 듣고 하면 참 좋겠구나.. 생각했다.

주위를 더 둘러보다보니 우리집앞 호수공원으로 이어지는 망월천 산책로가 보였다.
이 길을 걸어서 집으로 가야겠다.. 하고 천천히 산책로를 걸었다. 겨울 냇물에서 헤엄치는 오리들과 하얀 백로가 나에게 ‘친구 안녕?’하고 인사를 해주는 것 같았다. 안녕, 얘들아!

좁은 냇물인 망월천은 모래밭이 넓은 곳을 지나며 잠시 폭이 넓어지기도 했다가 다시 좁아져서 졸졸졸 빠른 물소리를 낸다.
그렇게 한참을 흘러서 우리집 옆까지 오면 꽤 널찍한 호수를 이룬다.
가마우지들과 해오라기, 오리들이 많이 사는 호수가에서 잠깐 구경하며 쉬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지도로 거리를 계산해보니 왕복 거의 3km 정도 되는 거리를 걸은 셈이었다. 와!
천천히 걷다가 동네 구경하다가 하느라 시간은 1시간이 좀 넘게 지났다.

어제 다녀오고 참 좋아서 오늘 아침에도 산책을 다녀왔다. 조금씩 길을 달리하면서 작은 풍경이 달라지는 것도 구경하고 이런저런 생각도 편안히 할 수 있어 좋았다. 숲 사진은 못 찍었네.. 가능하면 매일 아침 산책을 하고싶다.

친정아버지는 매일 새벽 5시면 아침 운동을 하신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늘 1시간 남짓 동네길을 걸어서 다녀오셨는데 요근래에는 무릎이 아프셔서 많이 걷기가 어려우시다고 한다. 잘 나으셔서 봄에는 다시 운동하실수 있으시길..
친정오빠도 새벽에 늘 걷고.. 나도 새벽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침에 아이들 밥차려주기 전에 산책을 하면 좋겠다.
숲을 찾았으니.. 호수도 곁에 있으니..

아침에 나갔을 때는 흐리기만 했는데 지금은 눈이 펑펑 온다.
숲의 나무들도 하얗게 눈 옷을 입겠네..
내가 찾아가지 않을 때에도 언제나 늘 거기 있어주었던 숲과 호수야.. 고마워.
아름다운 것들은 찾아가야, 찾아내야 볼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늘 우리 곁에 있지만.


Posted by 연신내새댁
책/육아도움책2009. 9. 17. 14:10


성큼 다가온 가을이 반갑기도하고, 추워질 날씨 걱정이 앞서기도 하는 요즘.
15개월하고 딱 절반을 지난 똑순이는 하루가 다르게 부쩍부쩍 크고 있습니다.

오늘은 앉아있는 엄마 주위를 뱅글뱅글 돌며 빗으로 엄마 머리를 빗겨주었는데
그 느낌이 얼마나 보드라운지 눈물이 살짝 날뻔했습니다.
아이가 해주는 머리손질(?)을 받고 있자니 마치 내가 세상에서 제일 귀하고 예쁜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책을 읽다가 '엄마'란 말이 나오면 손으로 나를 가르키며 환히 웃고,
책에서 원숭이들이 방석을 던지면 저도 던지고, 애벌레가 나오면 높은 책장위에 올려놓은 제 애벌레 인형을 보러 다녀오고
시계가 나오면 벽시계를 보고 와야하고, 화분에 물을 주면 엄마에게 화분에 물주러 가자고 바가지를 찾아 앞장서는 통에
예전보다 책 한권 읽는 시간이 배는 넘게 길어졌지만
말을 알아듣고, 제 입으로 제 몸으로 따라하려고 애쓰는 아이를 보면 참 신기하고 대견합니다.

이제는 놀이터 미끄럼틀도 혼자서 엎드려서 탈 수있고
엄마가 빨래를 개고 있으면 제 옷들을 집어서 안방에 있는 제 옷바구니에 갖다놓기도 합니다.
가는 길에 서너개는 흘리고, 나머지 옷은 대부분 바구니 앞에 떨어져있지만(바구니에 넣으려고 노력한 흔적은 역력해요^^;;)
엄마 말을 알아듣고, 엄마 일을 거들어주려고 한 것만 해도 고맙고 또 고마운 일입니다.   

똑순이가 말할 수있는(아니, 엄마가 알아듣는^^;) 단어도 네 개쯤으로 늘었어요.
엄마, 아빠, 빠빠(밥), 부어(부엉이). ^^
앞의 세개는 이해가 쉬운데, 왜 네 번째 단어가 '부어'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
책과 노래에 나오는 수많은 동물중에.. '부엉이'가 특히 좋은걸까요? 
동그란 눈, 통통한 몸집.. '떡해먹자 부엉!'하고 말하는 그 녀석이 맘에 들었나..;;

아침에는 포도를 먹다가 씨를 아프게 딱 깨물고 앙~ 울음이 터졌던 녀석이
'씨'란 말을 따라하며 눈물고인 눈으로 웃었습니다. 
'퉤 뱉어~' 했더니 작은 소리로 '테', '테' 따라하고 또 웃습니다.

아이와 함께 지내며 잊어버릴까봐 겁나는 기억이 많아집니다.
내 삶의 어떤 시절에 내가 이런 겁을 냈던 적이 있나 싶을만큼 
아이가 자라는 한순간 한순간이 너무 예쁘고 절절합니다.
다 기록해둘 수는 없지만, 돌아오지 않을 이 시절은 우리의 마음속에 따뜻한 감촉같은 걸로만 남게 되겠지만
그래도 벌써 가물가물해지는 기억을 더듬어 하나라도 더 적어두고 싶습니다.



 



지난주 아빠엄마의 친구들과 함께 짧은 여행을 다녀왔어요. 산장 주변길로 아침산책을 나섰다가 만난 민들레입니다.








요즘 아이는 '주세요~'라는 말을 몸짓으로 합니다.
손을 꼭 오므려쥐고 앞으로 내밀면서, 엉덩이를 뒤로 빼고, 무릎은 살짝 굽히고...
이 엉거주춤한 자세가 바로 '주세요~!' ^^






간절히 원한다는걸 표현하려고 아예 앉았습니다. '또 주세요~~!'








.. 그렇게해서 얻은 귀한 코스모스! ^^


서평을 쓰려고 시작한 글인데.. 우리 아기 얘길 하다보니 시간가는줄 모르고..^^;;;
역시 고슴도치 엄마는 어쩔수 없습니다. ㅎㅎ

얼마전 읽고 마음이 참 따뜻해졌던 책, 오소희 씨가 쓴 <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입니다.



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 - 10점
오소희 지음/큰솔



'엄마가 아이가 서로 마주하며 나눈 가장 아름다운 대화의 기록'이란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은
<아이가 자란다>는 1부와 <엄마가 자란다>는 2부로 나눠져 있다. 
육아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자라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저자같은 멋진 선배맘도 같은 생각을 일찌감치(?) 하고계셨다니 흠흠. 괜히 뿌듯했다. ^^

저자는 여행작가다. 아이를 낳기전에 쓴 여행서는 알라딘 검색에서 안 나온걸로 보아 
아이를 낳고난 후 아이와 함께 다녀온 여행기('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 등)들이 처음 출간한 여행서인것 같다.
36개월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터키 곳곳을 한달동안 베낭여행했던 그녀의 자유롭고 깊고 따뜻한 여행기(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의 감동이 커서
바로 이어서 이 책을 읽었다. 

책의 '여는 글'쯤에 이런 대목이 있다.
 
"이 책이 당신에게 드릴 수 있는 것은 알짜배기 육아정보가 아니다. 나는 다만 당신에게 위안과 격려를 드리고 싶다. 
육아란 치열하게 공부해야 할 대상도 부담스러운 일도 아니며, 그저 이 순간 <아이의 눈을 들여다보고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으로 충분한 일이라고,
학습지나 학원의 부추김에 호응하면서 초조하게 결과물을 채근하는 날선 부모의 역할에서 한번쯤 벗어나,
물속에 고기를 놓아주듯이, 새장의 문을 열어주듯이, 지금 눈앞에서 엉덩이춤을 추며 탐스럽게 하루하루 허벅지 굵기를 키워가는 아이의 다시없을 한 순간을 그저 어깨에서 힘을 빼고 즐겨보시라 권해드리고 싶다.
그렇게 스스로 뿌듯해하고 스스로 대견히 여겨보시라 권해드리고 싶은 것이다."


반가웠다.
모르는게 많고, 그래서 알아야할 것, 알고싶은 것도 많은 초보엄마인 내게 육아서들은 시험공부하듯 열심히 밑줄그으며 읽는 책이었다.
그런데 그런 육아서 읽기에 나도 모르게 좀 지쳐있었나 보다.
이 책은 '아이와 엄마의 대화', 그리고 대화끝에 떠오른 엄마의 생각들을 적은 일기들을 주제별(사랑, 성장과 성장통, 행복, 성, 변화, 우정, 감사, 수용, 나눔)로 묶어놓았다.  
그래서 '오소희 지음'이 아니고 '오소희 글'이다.
아이가 같이 쓴 책이나 다름없다. 아이의 '말'을 엄마가 '글'로 정리했다는 의미일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나는 대목이 참 많다. 
'와.. 네살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해?'하고 놀라게 되는 대화도 있고,
'후훗. 일곱살짜리는 이렇게 말하는구나' 하고 깔깔 웃게되는 대화도 있다.
그러나 시종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아이 마음의 곱고 여린 결을 섬세하게 짚어가면서 성심껏 대화하는 엄마의 모습은 
어떤 육아책보다 많은 가르침을 내게 주었다.
  
네살부터 일곱살까지, 흔히들 미운 나이라 하는 그 나이가 실은 얼마나 이쁠 나이일까..
이제 제법 제대로된 말로 제 느낌과 생각을 얘기할 수 있고,
사랑을 표현할 줄 알고, 엄마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아이가 곁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지고 근사한 일일까.

끊임없이 잔소리하고 악다구니해야하는 순간도 분명히 많으리라.
하지만 그러고나서 돌아서면 엄마를 향해 하트를 날리고, 씩 웃고, '엄마, 내 마음을 가져가. 이건 엄마 거야' 라고 말해주는 순간도 있으리라..

내 아이도 첫사랑에 마음아파하는 날이 올 것이다.
우주와 죽음에 대해 질문하는 날도 올 것이고, TV 만화에 빠져 칼과 총을 들고 '죽여~'를 외치는 날도 있을 것이다.
가로등 불빛아래 서서 매미가 날개를 펴는 과정을 온밤내내 지켜보고파 하는 날도 있을지 모른다.
그런 모든 순간에 나는 이 애 곁에서 어떤 이야기와 느낌을 함께 나누며 지내게 될까.

그 날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지도 모른다. 돌아보면 15개월이 잠깐이었던 것만 같으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놔야겠다. ^^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더 기대하게 되었다. 
아이와 함께 살아갈 날들을, 함께 자랄 날들을.
나도 더 정직하고 순수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거란 기대도 갖게 되었다. 

아이와 함께 더 많이 웃고, 얘기하고, 안아주고, 여행하고, 꿈꾸며 살아야지..
그래서 먼훗날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며,
'너를 만난 것은 내 인생에서 최고의 행운이고 행복이었어. 고맙다.'라고 얘기할 수 있기를...


이 가을. 사랑하는 누군가와 마주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모든 분들께 이 책을 권한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