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2020. 7. 11. 07:13


호수 물이 반짝이며 흘러간다.
잠수하고 나온 가마우지들이 날개를 활짝 펴서 말린다.
걷는 사람들, 뛰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꽃들이 눌 피었다 진다.
큰개미취도 이제는 까만 씨앗이 더 많이 보이고
푸른 붓꽃도 거의 다 졌다.
나팔꽃과 달맞이꽃, 개망초는 수수하고 잔잔한 아름다움을 담고 아직 아침 호수가에 피어있다.

노래기는 많이 줄었다.
쥐며느라가 많이 보이는 아침. 이제는 노래기를 밟게 될까봐 무서워 호수에 못 나오는 우리집 큰아이도 호수에 나올수 있겠다.
제 자전거 바퀴에 행여 노래기가 깔려죽을까봐, 그러면 노래기가 불쌍하니까 호수 공원에서 자전거를 못 타겠다는 아이 말을 들으며 ‘ 저 마음도 쓰일 데가 있을 것’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저렇게 여리고 두렵고 생명가진 모든 것들을 애틋해하는 마음도 살다보면, 세상 어딘가에는 쓰임이 있을 것이다..


오늘의 태양이 떴다.
구름이 빛난다.

여름 한복판을 향해 가는데도 이른 아침에는 선선한 바람이 분다. 벚나무에서 마른 잎들이 떨어져 날리는 것을 보니 아직 멀리 있는 가을 느낌이 언뜻 난다.
계절이 하루 안에도 여럿 들어있는 것 같다.


Posted by 연신내새댁